⊙ 후진타오, 작년 11월 오바마와 회담에서 “상호간 핵심이익 존중” 요구
⊙ 장래 불투명한 김정은 정권의 후견국 자처
⊙ 장쩌민의 대북정책 후진타오가 뒤집어, 시진핑도 후진타오의 親北정책 뒤집을 수도
朴勝俊
⊙ 58세.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홍콩·베이징 특파원, 국제부장, 중국전문기자, 베이징특파원 겸 지국장,
북중전략문제연구소장, 인천대 중국학연구소 겸임교수 역임.
⊙ 現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저서: 《등소평 평전》 《중국이 재미있다》 《중국, 중국인 똑바로 보기》
《격동의 외교비록 한국과 중국 100년》.
⊙ 장래 불투명한 김정은 정권의 후견국 자처
⊙ 장쩌민의 대북정책 후진타오가 뒤집어, 시진핑도 후진타오의 親北정책 뒤집을 수도
朴勝俊
⊙ 58세.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홍콩·베이징 특파원, 국제부장, 중국전문기자, 베이징특파원 겸 지국장,
북중전략문제연구소장, 인천대 중국학연구소 겸임교수 역임.
⊙ 現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저서: 《등소평 평전》 《중국이 재미있다》 《중국, 중국인 똑바로 보기》
《격동의 외교비록 한국과 중국 100년》.
- 작년 12월 21일 원자바오(앞줄 가운데) 중국 총리가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베이징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중국은 앞으로 김정은(金正恩) 시대의 북한을 어떻게 다루려고 할까.
중국이 앞으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북한 다루기가 중·미(中美) 관계의 큰 틀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 여 동안 계속된 한국전쟁을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이름 붙인 점이 그런 사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정권이 수립된 지 불과 1년 남짓 만에 북한이 도발해서 시작된 한반도 내전(內戰)에 개입한 것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조선(북한)을 지원한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5일 미(美) 백악관과 국방부가 <지속가능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21세기의 국방을 위한 우선순위(Sustaining Global Leadership·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라는 전략보고서를 발표하자 중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서명한 이 전략보고서가 둘째 페이지에서 북한과 중국이 앞으로 미 국방 전략의 중요한 대상국임을 명시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적극적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으며, 북한으로부터의 도발(provocation)은 저지하고 방어해야 할 대상”으로 명시됐으며, “중국 군사력의 성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역내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그 전략적 의도가 분명히 밝혀져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됐다. 더구나 지금까지는 미국 군사력 행사의 주(主) 대상 지역이 유럽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이었으나, 앞으로의 세기에는 미 군사력 행사의 주 대상 지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될 것임을 명시해 놓은 점에 중국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中, 美 전략보고서에 신경질적 반응
보고서가 발표되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월 8일 “미국이 만약에 왕년의 대서양 세기에 했던 역할을 이른바 태평양 세기에도 ‘형님의 귀환(老大歸來)’식으로 하려 든다면, 말 그대로 돈키호테(堂吉河德)와 같이 황당하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신화통신》은 “오늘날의 아시아 국가들은 평등한 협력동반자 관계를 희망하고 있으며, 평등한 협력동반자 관계가 아니라면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에 대해 ‘귀신을 부르기는 쉽지만 내보내기는 어렵다(請神容易送神難)’는 속담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중국과 한국, 한국과 일본은 화폐교환(통화 스와프·swap)의 규모 확대에 합의했으며, 올해 중·일·한(中日韓) FTA 체결은 연구과정을 마치고 본격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아무 문제없이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데 미국이 끼어들려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워싱턴발(發)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안보를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미 작년에 아태지역을 순방하면서 이 지역이 앞으로 미국 안보전략의 중심지역이 될 것임을 표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이와 함께 중국 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부 리융성(李永生) 연구원의 논평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군사전략 조정의 기본원칙은 세 가지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하면서, 세 가지 균형의 첫째는 “국방예산의 투입량을 감소시키면서도 미국 군사력의 절대적인 우세는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당면한 위협과 미래의 도전에 동시에 대응하는 것”이며, 셋째는 “동맹국과 미국이 부담해야 하는 의무의 균형”이라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두 번째 항목이 바로 “미국 군사력의 전략 중심이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이중적 태도
미국의 새로운 전략보고서에 대한 중국 관영매체들의 논평은 중국이 김정일(金正日) 사망 이후 북한에 김정은의 3대 세습을 묵인해 주는 정도를 넘어, 29세 지도자로의 3대 세습의 안착을 공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중국 자신들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한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동북아(東北亞)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점은 완벽하게 망각한 듯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북한이 2010년 3월에 천안함을 공격해서 침몰시키고, 11월에는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전체에 전쟁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주체라는 점은 덮어 놓은 채, 오로지 미국의 전략보고서를 공격하기 위해서, 동북아시아의 한·중·일 3개국이 서로 오순도순 잘살고 있는데 미국이 끼어들려 한다는 식의 논평을 한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견해 차이는 이미 지난해 11월 하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잘 나타났다. 회의 개막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스트 웨스트 센터에서 한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라는 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해서 “자신들의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 지속적인 무시를 하고 있는 동시에 이웃에 주요한 안보위협을 가하고 있는 국가이며, 미국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주민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정권에 대해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의 번영은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경제적으로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보다 개방적인 정치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국의 파트너들의 신뢰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국은 중국의 인권 기록에 대해서 심각한 관심을 가져 왔다”고 지적했다.
中·美관계 발전을 위한 3가지 건의
클린턴 장관이 <미국의 태평양 세기> 연설을 한 이틀 뒤인 11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2012년 이후 장기간에 걸친 중·미 관계의 평온한 발전을 위한 세 가지 건의’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첫째는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자(互尊互信), 둘째는 상호간의 이익과 혜택을 공유하자(互利互惠), 셋째는 같은 배를 탄 동주공제(同舟共濟)의 협력동반자 관계로 국제경제와 정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첫 번째의 호존호신에 “서로간의 핵심이익(核心利益)은 존중하자”는 내용을 삽입했고, 세 번째의 동주공제의 정신으로 ‘한반도 정세’와 ‘이란 문제’에서 협력해 나가자고 부연했다. 북한에 대해 미국이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한국은 일본·필리핀·태국·호주와 함께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우방 5개국이라고 명확히 밝힌 데 대한 대응이었던 셈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중국의 핵심이익의 일부이며, 중국은 미국과 남북한 문제를 포괄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앞으로도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중국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점을 가늠하는 데에는, 김일성(金日成)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중국의 전술적 판단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北의 후견국 자처하고 나선 중국
김정일의 사망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19일 낮 12시 이후 불과 8시간이 흐른 오후 8시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발표되고,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을 통해 주중 북한대사관에 전달된 조전의 핵심 내용은 “우리는 조선인민들이 김정일 동지의 유지를 계승하고, 조선노동당 주위로 단결해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비통함을 역량으로 바꾸어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조선반도의 지구적인 평화를 위해 계속 전진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가장 먼저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른바 ‘후견국(後見國)’으로서의 위치를 재빨리 확보한 것이다. 이는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틀 만에 막후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 명의로 발표된 조전 내용에 “우리는 조선인민들이 김정일 동지를 우두머리(爲首)로 하는 조선노동당 주위로 단결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김일성 사망 이후의 북한 정국에서 김정일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과 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중국의 외교 기본노선 가운데 과거 1950년대 비동맹국 외교를 하면서 표방한 ‘평화공존 5원칙’ 가운데 핵심조항은 상대국에 대한 내정(內政)불간섭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주변 14개국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도 이 같은 내정간섭적 성명을 발표하는 일은 없다.
지금까지 중국이 이 같은 내정간섭적 성명을 발표한 것은 1976년 크메르루주에 의해 축출당한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이 5년간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면서 망명생활을 한 뒤 1982년 크메르루주 정권의 와해로 4개 정파를 상대로 한 국민투표가 실시됐을 때 “우리는 시아누크 국왕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국민들이 단결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 시아누크가 연합정부의 수반으로 당선되도록 한 경우가 유일하다.
중국은 평양을 상대로는 1994년에 김정일에 대한 공개지지를, 2011년에는 김정은에 대한 공개지지를 신속하게 표명함으로써 정권의 탄생과 조기(早期) 안정을 지원해서 원천적인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을 사용한 것이다.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임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 3월까지는 끝나고 중국의 외교지휘권은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외교정책, 특히 북한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그대로 이어받을지는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후진타오의 전임자였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의 북한 정책을 후진타오가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점을 되새겨 보면, 후진타오의 북한 정책을 시진핑이 그대로 이어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장쩌민이 중국의 외교지휘권을 행사하던 시절 중국은 1992년 한국과 수교를 했으며, 이후 2000년까지 8년간 중국과 북한은 북한 쪽에서 어떤 국가 지도자의 방문도 하지 않는 비정상적 관계였다. 그러나 후진타오 집권과 함께 중국과 북한 관계는 개선되기 시작해서 2010년 3월의 천안함 침몰 이후에 중국과 북한은 자신들이 ‘새로운 고도진전(新的高度進展)’이라고 부르는 밀월(蜜月)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2010년 5월과 8월, 2011년 8월 김정일이 잇달아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2011년 10월 공안통 최고위 권력자로 정치국 상무위원인 저우융캉(周永康)이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 축하를 위해 평양을 사흘간 방문하자 김정일이 네 번이나 만나 주는 파격을 보여줄 정도의 친근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앞날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런 김정은 정권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후견국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정남 카드’ 활용할 수도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의 김정은 정권이 혹시라도 붕괴해서 김정은이 제거되기라도 할 경우 중국은 자신들이 마카오에 잘 보호하고 있는 장남 김정남을 과거 시아누크에게 하던 것처럼 내세워 자신들의 핵심이익에 해당하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확보하려고 하게 될까.
이미 사회주의의 기본 이론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북한의 혈연(血緣) 세습정권을 영향력이라는 이익만 챙기기 위해 지원하고 있는 중국의 지나치게 과감한 투자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또 다른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중국은 국제법이나 국제적인 기준, 인권 같은 것은 아랑곳 않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만 확보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논리에 따른다면, 북한에는 김정은 이외의 다른 지도자가 권력을 잡더라도 중국에 대한 충성도만 확인되면 정권의 유지는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북한 다루기가 중·미(中美) 관계의 큰 틀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 여 동안 계속된 한국전쟁을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이름 붙인 점이 그런 사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정권이 수립된 지 불과 1년 남짓 만에 북한이 도발해서 시작된 한반도 내전(內戰)에 개입한 것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조선(북한)을 지원한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5일 미(美) 백악관과 국방부가 <지속가능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21세기의 국방을 위한 우선순위(Sustaining Global Leadership·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라는 전략보고서를 발표하자 중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서명한 이 전략보고서가 둘째 페이지에서 북한과 중국이 앞으로 미 국방 전략의 중요한 대상국임을 명시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적극적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으며, 북한으로부터의 도발(provocation)은 저지하고 방어해야 할 대상”으로 명시됐으며, “중국 군사력의 성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역내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그 전략적 의도가 분명히 밝혀져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됐다. 더구나 지금까지는 미국 군사력 행사의 주(主) 대상 지역이 유럽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이었으나, 앞으로의 세기에는 미 군사력 행사의 주 대상 지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될 것임을 명시해 놓은 점에 중국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中, 美 전략보고서에 신경질적 반응
보고서가 발표되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월 8일 “미국이 만약에 왕년의 대서양 세기에 했던 역할을 이른바 태평양 세기에도 ‘형님의 귀환(老大歸來)’식으로 하려 든다면, 말 그대로 돈키호테(堂吉河德)와 같이 황당하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신화통신》은 “오늘날의 아시아 국가들은 평등한 협력동반자 관계를 희망하고 있으며, 평등한 협력동반자 관계가 아니라면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에 대해 ‘귀신을 부르기는 쉽지만 내보내기는 어렵다(請神容易送神難)’는 속담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중국과 한국, 한국과 일본은 화폐교환(통화 스와프·swap)의 규모 확대에 합의했으며, 올해 중·일·한(中日韓) FTA 체결은 연구과정을 마치고 본격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아무 문제없이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데 미국이 끼어들려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워싱턴발(發)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안보를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미 작년에 아태지역을 순방하면서 이 지역이 앞으로 미국 안보전략의 중심지역이 될 것임을 표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이와 함께 중국 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부 리융성(李永生) 연구원의 논평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군사전략 조정의 기본원칙은 세 가지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하면서, 세 가지 균형의 첫째는 “국방예산의 투입량을 감소시키면서도 미국 군사력의 절대적인 우세는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당면한 위협과 미래의 도전에 동시에 대응하는 것”이며, 셋째는 “동맹국과 미국이 부담해야 하는 의무의 균형”이라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두 번째 항목이 바로 “미국 군사력의 전략 중심이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이중적 태도
미국의 새로운 전략보고서에 대한 중국 관영매체들의 논평은 중국이 김정일(金正日) 사망 이후 북한에 김정은의 3대 세습을 묵인해 주는 정도를 넘어, 29세 지도자로의 3대 세습의 안착을 공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중국 자신들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한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동북아(東北亞)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점은 완벽하게 망각한 듯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북한이 2010년 3월에 천안함을 공격해서 침몰시키고, 11월에는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전체에 전쟁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주체라는 점은 덮어 놓은 채, 오로지 미국의 전략보고서를 공격하기 위해서, 동북아시아의 한·중·일 3개국이 서로 오순도순 잘살고 있는데 미국이 끼어들려 한다는 식의 논평을 한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견해 차이는 이미 지난해 11월 하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잘 나타났다. 회의 개막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스트 웨스트 센터에서 한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라는 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해서 “자신들의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 지속적인 무시를 하고 있는 동시에 이웃에 주요한 안보위협을 가하고 있는 국가이며, 미국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주민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정권에 대해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의 번영은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경제적으로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보다 개방적인 정치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국의 파트너들의 신뢰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국은 중국의 인권 기록에 대해서 심각한 관심을 가져 왔다”고 지적했다.
中·美관계 발전을 위한 3가지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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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김정일이 노동당 창건 축하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저우융캉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접견하고 있다. |
그러면서 첫 번째의 호존호신에 “서로간의 핵심이익(核心利益)은 존중하자”는 내용을 삽입했고, 세 번째의 동주공제의 정신으로 ‘한반도 정세’와 ‘이란 문제’에서 협력해 나가자고 부연했다. 북한에 대해 미국이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한국은 일본·필리핀·태국·호주와 함께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우방 5개국이라고 명확히 밝힌 데 대한 대응이었던 셈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중국의 핵심이익의 일부이며, 중국은 미국과 남북한 문제를 포괄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앞으로도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중국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점을 가늠하는 데에는, 김일성(金日成)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중국의 전술적 판단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北의 후견국 자처하고 나선 중국
김정일의 사망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19일 낮 12시 이후 불과 8시간이 흐른 오후 8시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발표되고,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을 통해 주중 북한대사관에 전달된 조전의 핵심 내용은 “우리는 조선인민들이 김정일 동지의 유지를 계승하고, 조선노동당 주위로 단결해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비통함을 역량으로 바꾸어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조선반도의 지구적인 평화를 위해 계속 전진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가장 먼저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른바 ‘후견국(後見國)’으로서의 위치를 재빨리 확보한 것이다. 이는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틀 만에 막후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 명의로 발표된 조전 내용에 “우리는 조선인민들이 김정일 동지를 우두머리(爲首)로 하는 조선노동당 주위로 단결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김일성 사망 이후의 북한 정국에서 김정일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과 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중국의 외교 기본노선 가운데 과거 1950년대 비동맹국 외교를 하면서 표방한 ‘평화공존 5원칙’ 가운데 핵심조항은 상대국에 대한 내정(內政)불간섭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주변 14개국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도 이 같은 내정간섭적 성명을 발표하는 일은 없다.
지금까지 중국이 이 같은 내정간섭적 성명을 발표한 것은 1976년 크메르루주에 의해 축출당한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이 5년간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면서 망명생활을 한 뒤 1982년 크메르루주 정권의 와해로 4개 정파를 상대로 한 국민투표가 실시됐을 때 “우리는 시아누크 국왕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국민들이 단결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 시아누크가 연합정부의 수반으로 당선되도록 한 경우가 유일하다.
중국은 평양을 상대로는 1994년에 김정일에 대한 공개지지를, 2011년에는 김정은에 대한 공개지지를 신속하게 표명함으로써 정권의 탄생과 조기(早期) 안정을 지원해서 원천적인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을 사용한 것이다.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임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 3월까지는 끝나고 중국의 외교지휘권은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외교정책, 특히 북한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그대로 이어받을지는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후진타오의 전임자였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의 북한 정책을 후진타오가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점을 되새겨 보면, 후진타오의 북한 정책을 시진핑이 그대로 이어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장쩌민이 중국의 외교지휘권을 행사하던 시절 중국은 1992년 한국과 수교를 했으며, 이후 2000년까지 8년간 중국과 북한은 북한 쪽에서 어떤 국가 지도자의 방문도 하지 않는 비정상적 관계였다. 그러나 후진타오 집권과 함께 중국과 북한 관계는 개선되기 시작해서 2010년 3월의 천안함 침몰 이후에 중국과 북한은 자신들이 ‘새로운 고도진전(新的高度進展)’이라고 부르는 밀월(蜜月)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2010년 5월과 8월, 2011년 8월 김정일이 잇달아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2011년 10월 공안통 최고위 권력자로 정치국 상무위원인 저우융캉(周永康)이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 축하를 위해 평양을 사흘간 방문하자 김정일이 네 번이나 만나 주는 파격을 보여줄 정도의 친근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앞날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런 김정은 정권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후견국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정남 카드’ 활용할 수도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의 김정은 정권이 혹시라도 붕괴해서 김정은이 제거되기라도 할 경우 중국은 자신들이 마카오에 잘 보호하고 있는 장남 김정남을 과거 시아누크에게 하던 것처럼 내세워 자신들의 핵심이익에 해당하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확보하려고 하게 될까.
이미 사회주의의 기본 이론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북한의 혈연(血緣) 세습정권을 영향력이라는 이익만 챙기기 위해 지원하고 있는 중국의 지나치게 과감한 투자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또 다른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중국은 국제법이나 국제적인 기준, 인권 같은 것은 아랑곳 않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만 확보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논리에 따른다면, 북한에는 김정은 이외의 다른 지도자가 권력을 잡더라도 중국에 대한 충성도만 확인되면 정권의 유지는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