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론, 金正日 사망 계기로 대북 유화책 선호, 안정적 위기관리 희망
⊙ 인적 정보역량 강화, 개입정책, 이산가족 문제 적극 해결 등 필요
⊙ 임기말 정부의 한계 인정하고 정상회담 연연 말아야
南成旭
⊙ 53세.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미주리대 응용경제학 박사.
⊙ 국가정보원 연구위원,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역임.
現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 저서: 《북한경제의 특성과 경제운용방식》 《북한의 체제전망과 남북경협》 등.
⊙ 인적 정보역량 강화, 개입정책, 이산가족 문제 적극 해결 등 필요
⊙ 임기말 정부의 한계 인정하고 정상회담 연연 말아야
南成旭
⊙ 53세.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미주리대 응용경제학 박사.
⊙ 국가정보원 연구위원,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역임.
現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 저서: 《북한경제의 특성과 경제운용방식》 《북한의 체제전망과 남북경협》 등.
-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개성공단은 북한에 자본주의를 주입하고 있는 허파와 같은 존재다.
한반도 통치구조의 기존 틀과 판이 변화하고 있다. 1946년 2월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출범한 북한체제는 66년 만에 양적·질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가 종식되고 김정은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것은 단순한 인물의 교체가 아니고 세대(世代)의 교체를 의미한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1980년 6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인된 이래 1994년까지 15년간 부자 공동정권을 유지했다. 때문에 김일성의 사망과 김정일의 권력승계는 통치체제의 단절이기보다는 연속에 가까웠다. 반면 김정은은 2010년 9월 노동당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대장직을 맡아 1년여간의 후계자 수업 끝에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새로운 북한 통치체제는 우리에게 기회와 도전을 줄 것이다. 북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남북관계를 어디로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 시급한 정책과제다. 정책대응에 나서기 위해서 우선 김정일 사후 북한의 움직임을 분석하자.
北,弔問 不許 빌미로 對南비난 강화
일차적으로 김정일 조문(弔問)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빌미로 대남(對南) 강경비난의 포문을 연 김정은 체제는 대남관계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북한은 작년 12월 30일 이후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역적패당의 만고대죄를 기어이 결산할 것”이라느니,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느니 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5∼6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은 금년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비난을 이어 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면서 김정일 사망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문제한 조치 등을 강하게 비난한 뒤 “북남관계에서 아무 것도 바랄 수 없고 재난과 화밖에 가져올 게 없다는 것이 명백하며, 사죄하지 않는 한 최후 결판을 내는 길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신년공동사설은 “민족의 대국상(大國喪)을 외면하고 조의표시를 각방으로 방해해 나선 남조선 역적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는 분노와 규탄을 불러일으켰다. 남조선에서 집권세력은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왜 북한은 장례를 마치기 무섭게 남측을 비난하는가.
첫째, 조문은 사회주의에서 통치행위의 일환이다. 시신을 방부제로 처리하여 미라로 만든 뒤 “김일성·김정일 동지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신다”라는 환상을 주민들에게 심어 준다. 조문은 통치의 영속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레닌과 스탈린 및 마오쩌둥(毛澤東) 등이 그랬다. 당시 조문은 최대의 의전(儀典)행위였다. 그들은 우리 정부의 조문 불허(不許)를 자신들의 그러한 통치행위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들로서는 그런 남측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 자기모순이다.
둘째, 북한은 지도자 교체라는 권력이양기를 맞아 현재 체제 결속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보다는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하고 대남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권력 유지에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北, 지금은 내부 결속부터 다질 때
공산주의 국가에서 지도자의 사망으로 인한 권력이양기는 정보의 출입을 막기 위해 대문을 걸어 잠가야 하는 시기다. 북한은 지금 교류보다는 김정은 우상화에 주력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때도 추도대회 다음 날, 김일성 조문을 가로막은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대남 불통(不通)정책을 추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를 거론하지 않았다. 반면 북측은 우리가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대북(對北)지원책을 발표하지 않고 총론적인 대북관계 개선의지만을 밝힌 상태에서 섣부른 남북접촉을 하는 것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고 판단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현재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4월 15일 김일성 생일 등 잇따른 상반기 정치일정 속에서 선군(先軍)정치라는 김정일의 유훈(遺訓)을 유지하면서 권력을 다지는 것이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기본적으로 MB정부의 대북정책이 자신의 체제를 와해하려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현 정부보다는 차기 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대남 심리전(心理戰)을 지속하려는 전략하에서 행동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든,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교수든 간에 현재 거론되는 유력 대선(大選)후보들이 당선될 경우 최소한 지금보다는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방침은 무엇인가. 통일부 대변인은 작년 12월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이외 지역의 방북(訪北)을 허용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추도 기간이 지나고 정상을 되찾은 만큼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대남 비난 성명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 그러나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류우익(柳佑益) 통일부 장관은 1월 2일 시무식에서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의 기대를 가볍게 접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일전에 북한 당국이 내놓은 첫 공식입장은 솔직히 말해 실망스러운 것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유연한 정책 운영을 지속하면서 시간을 두고 북한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다. 대통령께서 신년사에서 밝히신 대로 기회의 창을 열어 두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과 문제를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모호성(ambiguity) 전략을 구사했다. 도발과 사과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의 영역으로 남겨 두면서 북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1월 5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남북 간 대화채널을 구축하여 남북대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은 물론 6·15 및 10·4 선언 등 기존합의의 이행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보고했다.
北, 전문가그룹 목소리 높아질 것
김정일 사망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여 정부 입장의 현격한 차이를 인지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정부는 현 정부 남북관계의 장애물이었던 북한 도발에 대한 사과 여부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에 대해 총론적으로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의 변화가 연계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유연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임기말 대북정책의 급격한 선회는 보수진영의 거센 역풍(逆風)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향후 북한의 정책결정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 그룹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남북관계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대미(對美)외교 및 북핵은 강석주 부총리, 대남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경제는 최영림 부총리, 선전 선동은 김기남 비서 등이 맡게 될 것이다. 이들은 매우 실용적이다. 특히 2인자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2002년 10월 경제고찰단장 자격으로 서울과 지방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는 남측의 지원이 체제 안정에 중요하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상반기 중으로 체제 안정이 일단락되면 북한이 대남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선을 몇 달 앞둔 상태에서 정부가 어느 수준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정부는 전반적으로 북측과의 관계 개선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으나 북측이 단기에 화답하거나 호응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북측은 남측의 제안이 매우 포괄적일 뿐, 구체적이지 않다는 불만이다. 그들은 지난 좌파정부 시절 쌀과 비료, 금강산 관광 수입 등 현금으로 환산이 가능한 대규모 지원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그들에게 “북한의 새 지도부는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회를 맞고 있다. 폐쇄와 낙후에 빠지는 나쁜 선택을 하지 말고 개방과 발전을 향한 좋은 선택을 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북한 자신에게 좋은 것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좋다. 대립과 갈등을 벗어나 화해와 협력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이 그 길로 나서면 우리는 기꺼이 돕고 나설 것이고 주변국들도 마땅히 그렇게 할 것으로 믿는다(류 장관 신년사)”와 같은 화려한 수사는 체감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 대북 유연책 지지 많아져
이제 정부는 ▲북한의 선전이나 정책변화에 관계없이 5·24 조치 등을 적극 완화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북한의 노선 변화와 연계하여 제한적인 정책을 전개할지 아니면 ▲공은 평양에 넘어가 있고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인식하에 북한의 대남 비난이 가라앉고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정책을 구사할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남북 간 신경전 속에서 야권은 ‘새판짜기’ 를 주장하고 있다. 논거는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의 장본인 김정일이 사망했으니 남북관계를 새롭게 출발시켜야 한다. 김정일은 역사의 부채(負債)를 안고 죽었다. 김정은은 그와 관련이 없다. 따라서 현재 경색 국면을 돌파하고 변화를 이끌려면 남측이 먼저 새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 박지원(朴智元) 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지금이 남북관계를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역사를 망각하는 등의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답하기 전에 여론을 점검하자. 가장 보수언론 중의 하나인 《동아일보》 신년여론조사(2012년 1월1일)를 보자.
이 조사 결과 김정은 체제가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정부가 고수해 온 북한의 ‘선(先)사과’에 매달리지 말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의 53.3%는 “북한의 사과에 얽매이지 말고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 때가 됐다”고 답했다. 반면 37.3%는 “북한의 사과가 없으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면 안 된다”고 답했다. 보수층 및 한나라당 지지자, 박근혜 비대위원장 지지층은 양쪽 의견이 오차 범위 내에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1월 발표된 같은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유지하라’(47.3%)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온건한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48.4%)는 응답이 엇비슷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결과다.
요약하면,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국민은 향후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일 사망 및 후계자 승계 과정에서의 북한 내 권력다툼 가능성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실제 상황’으로 현실화하면서 불안 요인을 정부가 무난하게 관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간인 訪北 확대 바람직
최근의 상황은 국민들에게 북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있다. 터무니없는 북한 루머로 두 차례나 증권시장이 요동친 것이 그 예이다.
대북정책은 고도의 불확실성하에서 북한을 평온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북한의 불안정성이 남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의 관심사다. 남북관계의 리셋(Reset) 초점은 한반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북상전략(North approach policy)이다. 평양 권력중심부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역량을 강화하여 정부가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대한 부정적 지적에 대해 “적어도 한 손으로라도 서로를 붙잡고 있으면 적이 공격해 올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인적정보(Humint)에 의한 정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북측에 인적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의 현장접근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2차 북·미대화에서 24만t의 영양지원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50명의 모니터링 요원 파견을 관철시켰다. 이들은 식량 배분 이외에 각종 정보수집이라는 목표를 부수적인 미션으로 수행할 것이다.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의 공식요원은 100명 수준이지만 기업인 등 각종 신분으로 위장되어 활동하는 흑색요원(black staff)의 수는 엄청나다. 지난해에는 목적이 불분명한 중국회사들이 평양에 설립되었다.
우리도 인도적 차원이나 경협을 위한 민간인의 방북(訪北)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사전조율하에 이산가족 회담 등 다양한 형태의 회담 제의로 대북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 인민 포섭 확대 필요
둘째, 개입전략(Involvement policy)이다. 한반도는 김일성-김정일 통치의 종식으로 새로운 운명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美中)을 비롯한 강대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한국은 강대국에 의한 한반도 운명 결정에 개입할 의지와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19세기 구한말(舊韓末)이나 1945년 일제 강점기나 해방 당시와 같이 철저히 배제되는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강대국의 현상유지(status quo) 정책에 대응하여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통일한국 실현을 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외교전략과 지혜를 강구해야 한다.
정세의 불투명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미·중 간의 국제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지렛대(leverage)를 높이기 위해 공식·비공식의 대북 채널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비핵화(非核化)를 위한 6자회담은 개입전략 속에서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쥐고 적극적으로 조기 개최토록 다자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셋째, 군사도발 대응 강화전략(Military revenge policy)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군사도발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선제적(先制的)인 대응으로 김정은 시대에는 군사적 모험주의가 무모하다는 인식을 북한 지도부에 각인시켜야 한다.
넷째, 북한 인민 포섭정책 확대전략(People embracement policy)이다. 북한의 선군(先軍)정치에 맞서 인민을 우리측에 끌어들이는 인민 동조정책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정권과 인민을 구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지만 우리의 물자와 정보가 인민 손에 직접 들어가게 하는 다양한 정책을 고안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독재체제 와해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다섯째, 인도적 문제의 우선전략(Humanitarian policy)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이산가족들이 날로 고령화(高齡化)되는 상황을 고려해서 식량 지원과 같은 북측의 요구를 먼저 수용하고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산가족 신청자 8만1000명 중에서 80세 이상이 40%, 70세 이상은 80%를 상회한다. 이는 임기말 MB 정부의 대북정책 중에서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개성공단 확대전략
여섯째, 개성공단 확대전략(Gaesung industrial complex policy)이다. 현재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개성공단은 폐쇄사회 북한에 자본주의 근로의식과 한국기업의 우월성을 주입하고 있는 허파와 같은 존재다. 이를 확대하는 것은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북한에 이식하는 것과 같다. 1단계 공단의 가동이 최대화하고 있는 만큼 2단계 개성공단의 착공을 통해서 공단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도록 유도하여 대남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임기 말에 대북정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용이하지 않고, 그렇다고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임기 말에는 정책 추진이 제한된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겹친 금년은 국내 정치로 소란스런 한해다. 북상전략을 통한 정보수집 기반을 구축하면서 정책의 급격한 변동보다는 미세조정(fine tuning)이 필요하다. 기타 다양한 남북현안 중에서 정부는 할 수 있는(can do) 과제, 하고 싶은(wish do) 과제, 해야 하는(should do) 과제를 구분해야 한다.
핵문제는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과제이나 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면에 이산가족 상봉은 세 가지 모두 해당된다. 정부의 의지로 풀어 나갈 수 있고, 명분도 충분하다.
이명박 정부가 남은 1년 동안 광범위하고 너무 큰 주제보다는 작지만 필수적인 어젠다 2~3개 정도에 집중하면서 이를 해결한다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최소 B학점 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권좌에 오른 지 1년도 안된 약관의 북한 지도자가 정상(頂上)회담에 호응할 리 만무하다. 집권 마지막 해 정상회담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교훈을 노무현 정부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임기말 남북관계는 제갈공명의 지혜로도 지난한 과제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1980년 6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인된 이래 1994년까지 15년간 부자 공동정권을 유지했다. 때문에 김일성의 사망과 김정일의 권력승계는 통치체제의 단절이기보다는 연속에 가까웠다. 반면 김정은은 2010년 9월 노동당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대장직을 맡아 1년여간의 후계자 수업 끝에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새로운 북한 통치체제는 우리에게 기회와 도전을 줄 것이다. 북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남북관계를 어디로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 시급한 정책과제다. 정책대응에 나서기 위해서 우선 김정일 사후 북한의 움직임을 분석하자.
北,弔問 不許 빌미로 對南비난 강화
일차적으로 김정일 조문(弔問)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빌미로 대남(對南) 강경비난의 포문을 연 김정은 체제는 대남관계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북한은 작년 12월 30일 이후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역적패당의 만고대죄를 기어이 결산할 것”이라느니,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느니 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5∼6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은 금년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비난을 이어 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면서 김정일 사망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문제한 조치 등을 강하게 비난한 뒤 “북남관계에서 아무 것도 바랄 수 없고 재난과 화밖에 가져올 게 없다는 것이 명백하며, 사죄하지 않는 한 최후 결판을 내는 길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신년공동사설은 “민족의 대국상(大國喪)을 외면하고 조의표시를 각방으로 방해해 나선 남조선 역적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는 분노와 규탄을 불러일으켰다. 남조선에서 집권세력은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왜 북한은 장례를 마치기 무섭게 남측을 비난하는가.
첫째, 조문은 사회주의에서 통치행위의 일환이다. 시신을 방부제로 처리하여 미라로 만든 뒤 “김일성·김정일 동지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신다”라는 환상을 주민들에게 심어 준다. 조문은 통치의 영속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레닌과 스탈린 및 마오쩌둥(毛澤東) 등이 그랬다. 당시 조문은 최대의 의전(儀典)행위였다. 그들은 우리 정부의 조문 불허(不許)를 자신들의 그러한 통치행위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들로서는 그런 남측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 자기모순이다.
둘째, 북한은 지도자 교체라는 권력이양기를 맞아 현재 체제 결속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보다는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하고 대남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권력 유지에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北, 지금은 내부 결속부터 다질 때
공산주의 국가에서 지도자의 사망으로 인한 권력이양기는 정보의 출입을 막기 위해 대문을 걸어 잠가야 하는 시기다. 북한은 지금 교류보다는 김정은 우상화에 주력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때도 추도대회 다음 날, 김일성 조문을 가로막은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대남 불통(不通)정책을 추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를 거론하지 않았다. 반면 북측은 우리가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대북(對北)지원책을 발표하지 않고 총론적인 대북관계 개선의지만을 밝힌 상태에서 섣부른 남북접촉을 하는 것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고 판단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현재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4월 15일 김일성 생일 등 잇따른 상반기 정치일정 속에서 선군(先軍)정치라는 김정일의 유훈(遺訓)을 유지하면서 권력을 다지는 것이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기본적으로 MB정부의 대북정책이 자신의 체제를 와해하려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현 정부보다는 차기 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대남 심리전(心理戰)을 지속하려는 전략하에서 행동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든,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교수든 간에 현재 거론되는 유력 대선(大選)후보들이 당선될 경우 최소한 지금보다는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방침은 무엇인가. 통일부 대변인은 작년 12월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이외 지역의 방북(訪北)을 허용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추도 기간이 지나고 정상을 되찾은 만큼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대남 비난 성명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 그러나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류우익(柳佑益) 통일부 장관은 1월 2일 시무식에서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의 기대를 가볍게 접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일전에 북한 당국이 내놓은 첫 공식입장은 솔직히 말해 실망스러운 것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유연한 정책 운영을 지속하면서 시간을 두고 북한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다. 대통령께서 신년사에서 밝히신 대로 기회의 창을 열어 두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과 문제를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모호성(ambiguity) 전략을 구사했다. 도발과 사과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의 영역으로 남겨 두면서 북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1월 5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남북 간 대화채널을 구축하여 남북대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은 물론 6·15 및 10·4 선언 등 기존합의의 이행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보고했다.
北, 전문가그룹 목소리 높아질 것
김정일 사망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여 정부 입장의 현격한 차이를 인지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정부는 현 정부 남북관계의 장애물이었던 북한 도발에 대한 사과 여부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에 대해 총론적으로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의 변화가 연계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유연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임기말 대북정책의 급격한 선회는 보수진영의 거센 역풍(逆風)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향후 북한의 정책결정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 그룹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남북관계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대미(對美)외교 및 북핵은 강석주 부총리, 대남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경제는 최영림 부총리, 선전 선동은 김기남 비서 등이 맡게 될 것이다. 이들은 매우 실용적이다. 특히 2인자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2002년 10월 경제고찰단장 자격으로 서울과 지방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는 남측의 지원이 체제 안정에 중요하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상반기 중으로 체제 안정이 일단락되면 북한이 대남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선을 몇 달 앞둔 상태에서 정부가 어느 수준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정부는 전반적으로 북측과의 관계 개선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으나 북측이 단기에 화답하거나 호응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북측은 남측의 제안이 매우 포괄적일 뿐, 구체적이지 않다는 불만이다. 그들은 지난 좌파정부 시절 쌀과 비료, 금강산 관광 수입 등 현금으로 환산이 가능한 대규모 지원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그들에게 “북한의 새 지도부는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회를 맞고 있다. 폐쇄와 낙후에 빠지는 나쁜 선택을 하지 말고 개방과 발전을 향한 좋은 선택을 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북한 자신에게 좋은 것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좋다. 대립과 갈등을 벗어나 화해와 협력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이 그 길로 나서면 우리는 기꺼이 돕고 나설 것이고 주변국들도 마땅히 그렇게 할 것으로 믿는다(류 장관 신년사)”와 같은 화려한 수사는 체감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 대북 유연책 지지 많아져
이제 정부는 ▲북한의 선전이나 정책변화에 관계없이 5·24 조치 등을 적극 완화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북한의 노선 변화와 연계하여 제한적인 정책을 전개할지 아니면 ▲공은 평양에 넘어가 있고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인식하에 북한의 대남 비난이 가라앉고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정책을 구사할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남북 간 신경전 속에서 야권은 ‘새판짜기’ 를 주장하고 있다. 논거는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의 장본인 김정일이 사망했으니 남북관계를 새롭게 출발시켜야 한다. 김정일은 역사의 부채(負債)를 안고 죽었다. 김정은은 그와 관련이 없다. 따라서 현재 경색 국면을 돌파하고 변화를 이끌려면 남측이 먼저 새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 박지원(朴智元) 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지금이 남북관계를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역사를 망각하는 등의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답하기 전에 여론을 점검하자. 가장 보수언론 중의 하나인 《동아일보》 신년여론조사(2012년 1월1일)를 보자.
이 조사 결과 김정은 체제가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정부가 고수해 온 북한의 ‘선(先)사과’에 매달리지 말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의 53.3%는 “북한의 사과에 얽매이지 말고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 때가 됐다”고 답했다. 반면 37.3%는 “북한의 사과가 없으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면 안 된다”고 답했다. 보수층 및 한나라당 지지자, 박근혜 비대위원장 지지층은 양쪽 의견이 오차 범위 내에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1월 발표된 같은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유지하라’(47.3%)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온건한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48.4%)는 응답이 엇비슷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결과다.
요약하면,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국민은 향후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일 사망 및 후계자 승계 과정에서의 북한 내 권력다툼 가능성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실제 상황’으로 현실화하면서 불안 요인을 정부가 무난하게 관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간인 訪北 확대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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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이산가족들의 노령화를 고려해 이산가족 상봉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사진은 2010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 |
대북정책은 고도의 불확실성하에서 북한을 평온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북한의 불안정성이 남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의 관심사다. 남북관계의 리셋(Reset) 초점은 한반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북상전략(North approach policy)이다. 평양 권력중심부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역량을 강화하여 정부가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대한 부정적 지적에 대해 “적어도 한 손으로라도 서로를 붙잡고 있으면 적이 공격해 올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인적정보(Humint)에 의한 정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북측에 인적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의 현장접근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2차 북·미대화에서 24만t의 영양지원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50명의 모니터링 요원 파견을 관철시켰다. 이들은 식량 배분 이외에 각종 정보수집이라는 목표를 부수적인 미션으로 수행할 것이다.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의 공식요원은 100명 수준이지만 기업인 등 각종 신분으로 위장되어 활동하는 흑색요원(black staff)의 수는 엄청나다. 지난해에는 목적이 불분명한 중국회사들이 평양에 설립되었다.
우리도 인도적 차원이나 경협을 위한 민간인의 방북(訪北)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사전조율하에 이산가족 회담 등 다양한 형태의 회담 제의로 대북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 인민 포섭 확대 필요
둘째, 개입전략(Involvement policy)이다. 한반도는 김일성-김정일 통치의 종식으로 새로운 운명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美中)을 비롯한 강대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한국은 강대국에 의한 한반도 운명 결정에 개입할 의지와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19세기 구한말(舊韓末)이나 1945년 일제 강점기나 해방 당시와 같이 철저히 배제되는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강대국의 현상유지(status quo) 정책에 대응하여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통일한국 실현을 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외교전략과 지혜를 강구해야 한다.
정세의 불투명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미·중 간의 국제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지렛대(leverage)를 높이기 위해 공식·비공식의 대북 채널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비핵화(非核化)를 위한 6자회담은 개입전략 속에서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쥐고 적극적으로 조기 개최토록 다자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셋째, 군사도발 대응 강화전략(Military revenge policy)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군사도발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선제적(先制的)인 대응으로 김정은 시대에는 군사적 모험주의가 무모하다는 인식을 북한 지도부에 각인시켜야 한다.
넷째, 북한 인민 포섭정책 확대전략(People embracement policy)이다. 북한의 선군(先軍)정치에 맞서 인민을 우리측에 끌어들이는 인민 동조정책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정권과 인민을 구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지만 우리의 물자와 정보가 인민 손에 직접 들어가게 하는 다양한 정책을 고안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독재체제 와해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다섯째, 인도적 문제의 우선전략(Humanitarian policy)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이산가족들이 날로 고령화(高齡化)되는 상황을 고려해서 식량 지원과 같은 북측의 요구를 먼저 수용하고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산가족 신청자 8만1000명 중에서 80세 이상이 40%, 70세 이상은 80%를 상회한다. 이는 임기말 MB 정부의 대북정책 중에서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개성공단 확대전략
여섯째, 개성공단 확대전략(Gaesung industrial complex policy)이다. 현재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개성공단은 폐쇄사회 북한에 자본주의 근로의식과 한국기업의 우월성을 주입하고 있는 허파와 같은 존재다. 이를 확대하는 것은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북한에 이식하는 것과 같다. 1단계 공단의 가동이 최대화하고 있는 만큼 2단계 개성공단의 착공을 통해서 공단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도록 유도하여 대남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임기 말에 대북정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용이하지 않고, 그렇다고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임기 말에는 정책 추진이 제한된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겹친 금년은 국내 정치로 소란스런 한해다. 북상전략을 통한 정보수집 기반을 구축하면서 정책의 급격한 변동보다는 미세조정(fine tuning)이 필요하다. 기타 다양한 남북현안 중에서 정부는 할 수 있는(can do) 과제, 하고 싶은(wish do) 과제, 해야 하는(should do) 과제를 구분해야 한다.
핵문제는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과제이나 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면에 이산가족 상봉은 세 가지 모두 해당된다. 정부의 의지로 풀어 나갈 수 있고, 명분도 충분하다.
이명박 정부가 남은 1년 동안 광범위하고 너무 큰 주제보다는 작지만 필수적인 어젠다 2~3개 정도에 집중하면서 이를 해결한다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최소 B학점 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권좌에 오른 지 1년도 안된 약관의 북한 지도자가 정상(頂上)회담에 호응할 리 만무하다. 집권 마지막 해 정상회담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교훈을 노무현 정부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임기말 남북관계는 제갈공명의 지혜로도 지난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