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기술로도 경수로 발전소 지으려면 5~6년 걸려
⊙ 경수로 건설 경험 없는 북한이 3년 만에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
⊙ 미국과의 협상 앞두고 허세 부리기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
⊙ 경수로 건설 경험 없는 북한이 3년 만에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
⊙ 미국과의 협상 앞두고 허세 부리기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
- 지난 3월 24일 촬영된 북한 영변의 핵시설 위성사진.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에서 경수로 원자로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일성 출생 100주년인 2012년이 완공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24일 촬영된 영변 핵시설의 위성사진을 보면, 작년 11월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원형 건물과 그 옆에 터파기 공사 현장의 윤곽이 드러난다. 지름이 약 30m인 원형 건물은 약 40m 높이로 건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이 경수로 원자로를 감싸는 외벽 공사를 진행 중”이며 “그 옆에 터파기가 진행되는 장소는 스팀(증기) 발생기 등 부대시설이 들어서는 용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작년 4월 12일 “100% 우리(북)의 원료와 기술에 의거한 경수로가 힘차게 돌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수로 완공 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원자로를 감싸는) 콘크리트 껍데기는 지을 수 있어도 원자로를 자체 제작할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영변에 5MW급 흑연감속로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흑연감속로와 경수로는 차이점이 많다. 흑연감속로는 천연우라늄을 정제해 원료로 쓰고, 원자로에서 핵분열 연쇄 반응을 지속시키는 물질(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한다. 반면 경수로는 저농축 우라늄이 원료이며 감속재로 경수(輕水·물)를 이용한다. 또 흑연감속로는 가스 냉각 방식이고, 경수로는 물로 원자로를 식힌다.
핵 연료봉, 펌프, 제어봉 등 핵심 부품 자체 개발 능력 없어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경수로 원자로는 핵 연료봉, 펌프, 제어봉이 핵심 부품인데 북한은 어느 것도 자체 개발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수로의 핵 연료봉은 지르코늄(zirconium)이란 특수 금속을 씌우는 게 핵심인데, 북한은 지르코늄 생산은 물론 코팅(씌우는) 기술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의 흑연감속로 원자로에는 마그네슘을 입힌 핵 연료봉이 들어간다. 황 교수는 “경수로 원자로는 그 규모가 작아도 1만 개에 가까운 핵 연료봉이 들어간다”며 “그중 1개만 피복이 벗겨지거나 깨지는 문제가 발생해도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기 때문에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수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돌리는 데 필수적인 펌프 제작도 까다로운 기술이다. 1000MW급 경수로 발전소에 들어가는 대형 펌프는 극소수 국가에서만 자체 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핵심 부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건설 중인 50MW급 경수로에 사용되는 소형 펌프는 핵잠수함 등에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한다. 미국·러시아 등 핵 선진국들만 소형 펌프를 자체 제작한다는 것이다. 원자로 출력을 유지하거나 증감(增減)하기 위한 제어봉 기술도 달라져야 한다. 경수로는 흑연감속로에 비해 원자로 내부 압력이 10배 이상 높다.
북한이 목표로 한 경수로 완공 기간도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북한 외무성은 2009년 4월 29일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첫 공정으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공 목표로 알려진 2012년까지 공사를 끝낸다는 것은 경수로를 3년 만에 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처음 경수로 원자로를 건설할 때는 10년이 걸렸고 요즘 기술로도 5~6년이 걸린다”며 “북한처럼 실험용 소형 원자로를 만드는 데도 최근 기술로 4년쯤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수로 건설 경험이 전혀 없는 북한이 3년 만에 완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핵 전문가는 “중국에는 진산 발전소 등 경수로 원전이 많다”며 “북한이 자체 기술로 경수로를 완성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국 측 기술이나 부품을 몰래 획득했다면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함경남도 신포 지구에서 경수로 발전소 공사를 하다가 중단했던 만큼 북한이 당시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경수로 원자로를 완성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러나 KEDO에 참가했던 정부 당국자는 “신포 경수로는 부지 정리공사와 원자로를 감싸는 외벽 공사를 일부 진행하다가 중단됐다”며 “경수로의 핵심 부품이나 기술은 전혀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KEDO는 지난 1994년 영변 흑연감속로 핵시설 동결과 경수로 건설을 맞바꾼 미·북 제네바 합의에 따라 출범한 국제기구로, 1997년 경수로 터파기 공사를 시작했으나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모든 공사를 중단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현재 북한의 경수로는) 양적으로 조금씩 공사가 진전되는 것이며 질적으로 새로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핵심인 원자로를 완공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 카드 업적 쌓기일 가능성
이 때문에 북한의 경수로를 ‘제2의 금창리’로 보는 견해가 많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 영변 근처 금창리에 대규모 땅굴을 팠다. 고위 탈북자에 따르면 스웨덴의 건설·광산장비회사인 아틀라스 콥코의 도움을 받아 뚫었다고 한다. 당장 미국은 지하 핵시설 의혹을 제기했고 1999년 2월 뉴욕에서 금창리 해법을 위해 접촉했다. 그해 5월 미국 조사단이 금창리를 직접 뒤졌지만 텅 빈 땅굴만 보고 돌아왔다. 그 대가로 북한은 수십 만t의 식량을 챙겼다. 이번 경수로 카드도 향후 북핵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블러핑(bluffing·허세 부리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수로 포기의 대가로 대규모 식량 지원이나 에너지 지원을 얻어내려 할 수도 있다.
과거 북한은 고비 때마다 핵과 관련된 카드로 위기를 돌파한 전력이 많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풀어냈고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통해 김정일 건강 이상과 김정은 후계 내정으로 이완 조짐을 보이던 내부를 단속했다. 김정은도 김정일에 이어 ‘핵 카드’로 업적 쌓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작년 9월 김정은 후계를 공식화한 직후 일성(一聲)으로 유엔에서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할 것”(박길연 외무성 부상)이라고 했었다.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 중이라는 주장도 실제 완공 능력과 별개로 ‘핵 강국’임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다. 특히 경수로의 핵연료를 만드는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핵폭탄 제조의 핵심 시설이다. 원심분리기로 우라늄을 저농축하면 경수로 발전소의 핵연료가 되지만 고농축하면 곧바로 핵폭탄의 원료가 된다.
현재 북한은 원심분리기 2000여 대를 보유 중인데, 연간 우라늄탄 1~2개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핵무기의 종류는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으로 나뉜다. 그동안 북한은 흑연감속로에서 나온 폐 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플루토늄탄은 3~4차례의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하고 재처리시설 등 대규모 시설을 갖춰야 한다. 반면 우라늄탄은 그럴 필요가 없다. 원심분리기 1000대가 있으면 연간 우라늄탄 1개 분량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데 필요한 공간은 900㎡(300평)만 있으면 된다. 동굴 등에 은닉하기도 쉽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은 우라늄탄이었으며,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탄두는 플루토늄탄이었다.
영변 지역의 방사선 오염 극심한 수준
북한은 2008년 6월 ‘핵 포기 의사’를 과시하기 위해 흑연감속로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쇼’를 벌인 뒤 플루토늄을 이용한 기존의 핵개발을 사실상 접었다는 관측이다. 대신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경수로 발전소 건설 운운하는 것은 원심분리기 가동을 우라늄탄 개발용이 아닌 평화적 발전용으로 위장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불완전한 기술로 무리하게 경수로 원자로를 만들어 가동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처럼 방사능 물질 유출 등의 ‘핵 재앙’이 한반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말 미국 스탠퍼드대 세미나에서 “북한 영변 지역에 진행 중인 경수로 공사는 모든 이웃국가에 심각한 안전상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보다 (영변 경수로와 관련된) 핵 안전문제가 더 긴급한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는 대규모 방사능 오염을 퍼뜨릴 만한 시설은 없다. 영변 흑연감속로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 이후 “고철에 가깝다”(안보부서 당국자)는 평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같은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원자로 안에 들어 있던 폐연료봉 8000여 개도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재처리 과정을 이미 거쳤다”며 “영변 원자로에서 방사선이 유출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영변 핵 단지의 방사선 오염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에는 흑연감속로 외에도 길이 180m, 폭 20m, 높이 6층 규모의 재처리 시설과 핵연료 공장 등이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고준위 핵폐기물 등을 대충 처리했기 때문에 영변 지역의 오염 수준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86년부터 20년 넘게 이 시설들을 가동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작년 4월 12일 “100% 우리(북)의 원료와 기술에 의거한 경수로가 힘차게 돌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수로 완공 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원자로를 감싸는) 콘크리트 껍데기는 지을 수 있어도 원자로를 자체 제작할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영변에 5MW급 흑연감속로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흑연감속로와 경수로는 차이점이 많다. 흑연감속로는 천연우라늄을 정제해 원료로 쓰고, 원자로에서 핵분열 연쇄 반응을 지속시키는 물질(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한다. 반면 경수로는 저농축 우라늄이 원료이며 감속재로 경수(輕水·물)를 이용한다. 또 흑연감속로는 가스 냉각 방식이고, 경수로는 물로 원자로를 식힌다.
핵 연료봉, 펌프, 제어봉 등 핵심 부품 자체 개발 능력 없어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경수로 원자로는 핵 연료봉, 펌프, 제어봉이 핵심 부품인데 북한은 어느 것도 자체 개발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수로의 핵 연료봉은 지르코늄(zirconium)이란 특수 금속을 씌우는 게 핵심인데, 북한은 지르코늄 생산은 물론 코팅(씌우는) 기술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의 흑연감속로 원자로에는 마그네슘을 입힌 핵 연료봉이 들어간다. 황 교수는 “경수로 원자로는 그 규모가 작아도 1만 개에 가까운 핵 연료봉이 들어간다”며 “그중 1개만 피복이 벗겨지거나 깨지는 문제가 발생해도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기 때문에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수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돌리는 데 필수적인 펌프 제작도 까다로운 기술이다. 1000MW급 경수로 발전소에 들어가는 대형 펌프는 극소수 국가에서만 자체 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핵심 부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건설 중인 50MW급 경수로에 사용되는 소형 펌프는 핵잠수함 등에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한다. 미국·러시아 등 핵 선진국들만 소형 펌프를 자체 제작한다는 것이다. 원자로 출력을 유지하거나 증감(增減)하기 위한 제어봉 기술도 달라져야 한다. 경수로는 흑연감속로에 비해 원자로 내부 압력이 10배 이상 높다.
북한이 목표로 한 경수로 완공 기간도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북한 외무성은 2009년 4월 29일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첫 공정으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공 목표로 알려진 2012년까지 공사를 끝낸다는 것은 경수로를 3년 만에 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처음 경수로 원자로를 건설할 때는 10년이 걸렸고 요즘 기술로도 5~6년이 걸린다”며 “북한처럼 실험용 소형 원자로를 만드는 데도 최근 기술로 4년쯤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수로 건설 경험이 전혀 없는 북한이 3년 만에 완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핵 전문가는 “중국에는 진산 발전소 등 경수로 원전이 많다”며 “북한이 자체 기술로 경수로를 완성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국 측 기술이나 부품을 몰래 획득했다면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함경남도 신포 지구에서 경수로 발전소 공사를 하다가 중단했던 만큼 북한이 당시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경수로 원자로를 완성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러나 KEDO에 참가했던 정부 당국자는 “신포 경수로는 부지 정리공사와 원자로를 감싸는 외벽 공사를 일부 진행하다가 중단됐다”며 “경수로의 핵심 부품이나 기술은 전혀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KEDO는 지난 1994년 영변 흑연감속로 핵시설 동결과 경수로 건설을 맞바꾼 미·북 제네바 합의에 따라 출범한 국제기구로, 1997년 경수로 터파기 공사를 시작했으나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모든 공사를 중단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현재 북한의 경수로는) 양적으로 조금씩 공사가 진전되는 것이며 질적으로 새로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핵심인 원자로를 완공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 카드 업적 쌓기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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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공사가 중단된 함남 신포 경수로 공사 현장의 모습. |
과거 북한은 고비 때마다 핵과 관련된 카드로 위기를 돌파한 전력이 많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풀어냈고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통해 김정일 건강 이상과 김정은 후계 내정으로 이완 조짐을 보이던 내부를 단속했다. 김정은도 김정일에 이어 ‘핵 카드’로 업적 쌓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작년 9월 김정은 후계를 공식화한 직후 일성(一聲)으로 유엔에서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할 것”(박길연 외무성 부상)이라고 했었다.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 중이라는 주장도 실제 완공 능력과 별개로 ‘핵 강국’임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다. 특히 경수로의 핵연료를 만드는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핵폭탄 제조의 핵심 시설이다. 원심분리기로 우라늄을 저농축하면 경수로 발전소의 핵연료가 되지만 고농축하면 곧바로 핵폭탄의 원료가 된다.
현재 북한은 원심분리기 2000여 대를 보유 중인데, 연간 우라늄탄 1~2개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핵무기의 종류는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으로 나뉜다. 그동안 북한은 흑연감속로에서 나온 폐 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플루토늄탄은 3~4차례의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하고 재처리시설 등 대규모 시설을 갖춰야 한다. 반면 우라늄탄은 그럴 필요가 없다. 원심분리기 1000대가 있으면 연간 우라늄탄 1개 분량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데 필요한 공간은 900㎡(300평)만 있으면 된다. 동굴 등에 은닉하기도 쉽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은 우라늄탄이었으며,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탄두는 플루토늄탄이었다.
영변 지역의 방사선 오염 극심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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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6월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한 후 영변 흑연감속로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
물론 북한이 불완전한 기술로 무리하게 경수로 원자로를 만들어 가동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처럼 방사능 물질 유출 등의 ‘핵 재앙’이 한반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말 미국 스탠퍼드대 세미나에서 “북한 영변 지역에 진행 중인 경수로 공사는 모든 이웃국가에 심각한 안전상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보다 (영변 경수로와 관련된) 핵 안전문제가 더 긴급한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는 대규모 방사능 오염을 퍼뜨릴 만한 시설은 없다. 영변 흑연감속로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 이후 “고철에 가깝다”(안보부서 당국자)는 평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같은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원자로 안에 들어 있던 폐연료봉 8000여 개도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재처리 과정을 이미 거쳤다”며 “영변 원자로에서 방사선이 유출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영변 핵 단지의 방사선 오염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에는 흑연감속로 외에도 길이 180m, 폭 20m, 높이 6층 규모의 재처리 시설과 핵연료 공장 등이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고준위 핵폐기물 등을 대충 처리했기 때문에 영변 지역의 오염 수준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86년부터 20년 넘게 이 시설들을 가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