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치-반복·은폐-통합·합법화 단계 거쳐 자금세탁
⊙ 국제 불법 자금세탁 세력, 교통의 중심, 다문화사회화된 한국 노려
⊙ 북한, 불법 무기거래·마약·위조달러 제조·위조담배 수출로 번돈 불법세탁
金濟理
⊙ 1944년 서울 출생.
⊙ 경복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영학 석사.
⊙ 연세대 강사 역임. 美 Temple대 박사과정 수료.
⊙ 現 경영컨설턴트·공인회계사(韓·美)·칼럼니스트·대한상공회의소 초빙연구원.
⊙ 저서: <한국 경제를 만든 12사람들>(近刊) <靑瓦臺는 妙한 곳이다>.
⊙ 국제 불법 자금세탁 세력, 교통의 중심, 다문화사회화된 한국 노려
⊙ 북한, 불법 무기거래·마약·위조달러 제조·위조담배 수출로 번돈 불법세탁
金濟理
⊙ 1944년 서울 출생.⊙ 경복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영학 석사.
⊙ 연세대 강사 역임. 美 Temple대 박사과정 수료.
⊙ 現 경영컨설턴트·공인회계사(韓·美)·칼럼니스트·대한상공회의소 초빙연구원.
⊙ 저서: <한국 경제를 만든 12사람들>(近刊) <靑瓦臺는 妙한 곳이다>.
- 북한은 정교하게 제작된 수퍼노트와 진짜 달러화를 섞어 쓰는 방법으로 자금을 세탁해 왔다.
최근 세계 각국은 유엔·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과 함께 국제금융질서를 어지럽히고 경제흐름을 왜곡하는 각종 불법자금세탁(Money Laundering)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오늘날 자금세탁이 특히 문제되는 것은 자금세탁이 한 국가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인터넷, 무역거래, 지하금융 조직망 등을 이용해 국제화·세계화되면서 국제금융질서를 교란시킬 뿐 아니라 테러조직과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국제사이버범죄단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7000만 달러를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미(美) 연방수사국(FBI) 발표에 의하면 이들은 은행고객의 비밀번호를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를 통해 알아낸 다음 미국·영국·네덜란드·우크라이나 등에서 예금을 인출했다. 이들은 컴퓨터 바이러스 제작자, 은행에서 온라인으로 예금을 훔치는 행동책, 훔친 자금을 세탁하고 송금(送金)하는 송금책 등으로 전문화·세분화된 조직범죄단이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도 지하경제 규모 줄지 않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연간 입국자 수가 800만명이 넘고 미국 일본 중국으로 접근이 쉬운 반면, 부패지수(指數)가 높고 관련 법제가 미비하여 국제 불법자금세탁 세력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마약밀매, 위조달러 제조, 불법무기 수출거래, 테러활동 지원 등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 돈을 불법세탁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국내적으로도 한국에서는 과거 불공정한 과세(課稅)와 거기서 비롯된 탈세(脫稅), 부패한 정치관행 등으로 인해 지하경제가 형성됐다. 이들의 범죄수익(Proceeds of Crime)으로 조성된 검은 돈과 비자금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현대자동차, 삼성, 한화, 태광그룹 등이 각종 비자금 관련 의혹으로 수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았다.
지하경제와 자금세탁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10여 년 전 조세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국민총생산(GNP)의 10% 안팎으로 추정했다. 조세연구원은 GNP 대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1970년대에는 13~15%, 1980년대에는 8~9%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1994년에는 GNP의 10% 수준인 26조원 규모로 봤는데, 1993년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됐음에도 지하경제의 규모가 여전히 줄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UN) 보고서는 마약생산량을 바탕으로 추정하여 전(全)세계 마약거래 규모가 3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iancial Times)는 1994년 지하경제 규모를 전세계 국민총생산의 2%에 해당하는 5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근래에는 금융정보의 사각(死角)지대인 역외(域外)펀드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연간 1조 달러가 돈세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820억 달러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불법자금세탁 과정은
1930년대부터 마피아 등 조직범죄 단체들을 추적해 온 미 FBI와 관세청은 다양한 사례들을 정리해 불법자금세탁 과정을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정리했다. 실제로는 이 3단계 가운데 일부가 생략되거나, 여러 단계가 동시에 혹은 순서가 뒤바뀌어서 발생하기도 한다.
1단계- 배치단계(Placement)
불법자금세탁의 출발점은 범죄행위로 얻은 불법재산을 양성화(陽性化)하기 위해, 취급하기 쉽고 덜 의심스러운 형태로 변형시키며,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도록 그 소재를 이동시키면서 금융기관에 유입시키는 단계이다. 여기서 방대한 현금이 노출되기 시작하므로 자금세탁을 감시하는 기관들은 여기에 수사력과 감시활동을 집중하고 있다.
보통 이 단계에서는 현금을 자기앞수표, 고액권, 지급지시서(Money Order), 여행자수표 등 부피가 작고 가벼운 지급수단으로 바꿔치기한다. 이러한 지급수단은 취급이 간편하고, 금융기관에 예치할 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쪼개기 방식을 통해 거액을 소액자금으로 만드는 분산거래가 널리 활용된다.
2단계- 반복·은폐 단계(Layering)
불법자금의 출처와 실소유자를 숨기기 위해 여러 가지 복잡한 금융거래 단계를 거쳐 정상적인 금융거래와 비슷하게 만들어 자금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단계이다.
자금출처와 소유자에 대한 허위서류 작성 제출, 입출금의 반복 등을 통한 정상고객으로 위장, 귀금속·예술품 구입 후 매각 등의 방법이 쓰인다. 최근에는 전자 자금이체(移替)로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많이 쓴다. 금융망이 허술한 역외국가인 카리브해 연안국가들이 주로 동원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갤러리와 화상(畵商)들이 거액의 미술품거래를 통해 기업과 고객의 비자금거래에 개입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오늘날 금융거래가 국제화되면서 이 반복단계는 배치단계보다 더 규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3단계- 통합·합법화 단계(Intergration)
자금세탁의 마무리 단계로 여러 차례의 반복단계를 거쳐 출처 추적이 불가능하게 된 불법자금을 정상적인 사업을 통해 형성된 합법 재산과 통합시키는 단계이다. 범죄활동으로 만들어진 불법자금을 허위로 양성화시켜 합법적인 자금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합법적인 회사의 예금계좌에 불법자금을 예치해 자금을 물타기 하기, 위장수출 대금 처리, 위장회사를 통한 부동산 매입과 처분하는 등이 흔한 수법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금의 합법성·불법성의 구분이 대단히 어렵다.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고 조세피난처 국가들을 거치면서 이 과정은 날로 고도화되는 추세다.
국제적으로 주로 이용되는 자금세탁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소액분할 및 분산거래 방법
2. 제3자의 이름을 사용하는 방법
3. 합법적 사업체를 이용하는 방법
4. 위장기업을 이용하는 방법
5. 무역거래를 이용하는 방법
6. 대체송금 방식을 사용하는 방법
7. 불법 범죄수익의 형태를 바꾸는 방법
8. 도박장·경마장을 이용하는 방법
9.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방법
‘금융허브’ 한국의 裏面
한국에서는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 1994년 전직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 사건 등을 거치면서 자금세탁 방지제도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01년에는 금융정보분석원이 설립되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2007년에는 ‘특정 금융거래 보고법’을 개정, 외국환거래뿐 아니라 원화거래를 이용한 탈세활동도 규제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에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적 협력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기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중대 범죄로는 범죄단체 조직 및 폭력단체 가담, 테러자금 지원을 포함한 테러행위, 인신매매 및 불법 밀입국, 아동 성(性)매매 등 각종 성매매, 불법무기 밀매, 장물(臟物) 등의 불법매매, 마약·향정신성 의약품의 불법매매, 부패 및 뇌물수수, 사기, 화폐위조, 상품복제 및 저작권침해, 환경범죄, 살인 및 중상해, 납치·불법감금 및 인질, 해적, 내부자 거래 및 시장조작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지금 국제 불법자금세탁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한국의 인천공항은 교통의 허브(Hub)로 세계 67개 항공사가 취항(就航), 전 세계 172개 도시와 연결되고 연간 방문객이 800만명에 달한다.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타이베이(臺北) 도쿄(東京) 마닐라 홍콩 마카오 등은 서울에서 3~5시간 거리이고, 미국 유럽행 직항(直航)노선도 많다. 또 한국이 금융허브를 지향하면서 전세계 금융네트워크와도 잘 연결되어 있다.
한국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작년 말 현재 120만명에 이르는 다문화(多文化)사회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이슬람권 인구만도 5만명에 달한다. 외국인 공동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필리핀 근로자들이 몰려 사는 서울 혜화동, 몽골인들이 몰려 있는 서울 광희동, 러시아인들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이나 부산 광복동, 이슬람권 국가 출신들이 몰리는 서울 이태원지역 등에서는 은행들이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국제 불법자금세탁 조직들에게 좋은 활동여건을 제공해 준다.
불법도박이나 온라인게임, 환(換)치기, 환투기 등도 자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다.
연간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도박에 쓰는 돈이 10억 달러나 된다. 우리나라의 불법 온라인도박 시장 규모는 32조원에 달한다. 스포츠도박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전자상거래나 고액권(5만원권) 중심의 현금거래를 한다.
중국동포(조선족)가 낀 조직이 무역업체를 이용해 10억 달러를 환치기하거나 중국 게임머니를 국내에서 4000만 달러나 환치기한 사례도 있다. 달러가 폭등하자 5억 달러 이상 환투기한 사람이 90여 명이나 적발되기도 했다. 1억 달러 이상 사재기를 한 경우도 있고, 50억원이 넘는 금괴(金塊)을 일본으로 밀수출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조사·발표하는 반부패인식지수(Index)를 보면 한국은 세계 39위를 차지한다. 이는 부탄·오만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부정부패도 불법자금세탁의 토양이 되고 있다.
칠레 피노체트, 현찰거래도 자금세탁
테러, 불법 무기거래, 마약, 위조달러 등과 관련해 불법자금세탁 세력의 활동이 국제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국제적 공조(共助)도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유엔은 제3세계 국가의 독재자들이 국제기구가 제공한 개발차관을 횡령해 해외로 빼돌리는 것을 감시, 회수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제3세계의 많은 독재자들은 국제기구가 제공한 개발차관을 유럽·미국 등지로 빼돌려 호화주택·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는 10여 개의 이름으로 미국 영국 유럽 등지에서 여러 개의 은행계좌를 만든 후 현찰거래를 통해 자금세탁을 했다. 미국의 씨티(Citi)은행, 워싱턴에서 제일 오래된 릭스(Riggs)은행 등이 여기에 가담했다. 이 은행들은 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 거액의 벌과금(罰科金)처분을 받았다. 릭스은행은 PNC은행에 인수되어 문을 닫았다.
과거 독재자나 범죄자들의 금고 노릇을 하던 스위스은행은 국제적인 압력에 굴복해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일가가 예치한 6억8400만 달러를 필리핀 정부에 돌려줬다. 나이지리아, 페루, 아이티 독재자들의 예금도 동결되어 조사받고 있다. 유명한 조세(租稅)피난처들인 리히텐슈타인·스위스의 은행들은 국제적 압력과 여론에 굴복해 비밀계좌와 고객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최근 우리나라 국세청도 역외(域外)탈세추적센터를 설립, 국제공조를 통한 해외 재산도피와 탈세추적에 적극 나서면서 1조원 정도의 세금을 더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근래에는 전자 금융거래를 이용한 7000억 달러 사기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금융전산망 해킹 등 대형 금융사건이 국경을 넘어 광역화·대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질서 확립과 거래안전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北, 평양에선 위조달러 안 쓰고 해외로 유통시켜
북한은 자금세탁과 관련해서는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조직범죄 단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많은 불법 무기거래, 마약, 위조달러 제조, 위조담배 수출 등을 자행하고 있다.
2008년 11월 부산에서는 미화 100달러짜리 ‘수퍼노트’(아주 정교하게 제작된 위조지폐) 9904장을 유통시키려 한 일당 4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위조지폐 감식기도 통과할 정도의 진짜 같은 가짜 달러를 중국에서 반입했다. 이 위조지폐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탈북(脫北) 북한외교관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은 1980년대 초 인쇄기술이 뛰어난 동독(東獨)에서 액면가의 20~30% 정도 가격으로 위조달러를 구입, 해외 북한공관과 거래처에서 진짜 달러와 섞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북한은 동독이 망한 후 동독의 기술과 정교한 원판(原版)을 구입해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위조달러 유통에 나섰다. 북한은 이 위조달러를 액면가의 50% 수준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무역거래 시 진짜 달러와 섞어서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관·무역기관 등에 위조달러 판매량을 할당해 김정일에게 바칠 ‘충성자금’을 조성하도록 독려하기도 한다고 한다.
북한산 수퍼노트에 충격을 받은 미국정부는 2007년 60년 만에 처음으로 정밀 첨단소재를 도입한 새로운 도안의 100달러짜리 지폐를 발행했다. 2008년 유통을 예정으로 이 신권이 나오자 북한은 재고(在庫)정리 차원에서 자신들이 만든 수퍼노트를 중국 국경지역에서 대량으로 뿌렸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100달러짜리 지폐는 65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2006~2008년 평양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존 에버라드(John Everard)는 “북한 당국의 느슨한 감시를 받고 있는 평양시민들의 비공식적인 시장에서 외환거래는 주로 중국화폐와 달러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는 위조달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는 북한 화폐개혁 전의 얘기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2009년 북한의 GDP를 278억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IMF는 ‘미확인 정보’라는 단서를 달고 210억 달러(세계 102위) 정도로 발표했고, 세계은행은 ‘발표 불능’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의 무역거래는 지난 30년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최근 12년 동안 무역수지 적자가 109억9200만 달러나 된다.
이 금액은 북한의 2009년 한 해 GDP의 50%나 되는 규모다. 이는 북한의 경제실정에 비추어 보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작년 KOTRA는 북한의 1990~ 2009년간 무역적자가 157억7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경제가 계속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다. 이는 그들이 불법자금 조달로 무역수지 적자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김대중정부 시절 현금으로 지원한 6억 달러, 금강산·개성공단 수입금 등을 고려한다 해도 북한의 불법자금 규모와 사업활동은 대단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금융제재 속에서도 위조달러, 마약거래, 무기판매, 해외노동자(러시아 벌목공, 중동 건설노동자 등) 임금송금 등 다양한 경로로 확보한 달러를 갖고서 중국의 도움 아래 연명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우호가격(국제가격보다 저렴한 실비)을 적용한 수출, 무상(無償)지원, 변경(邊境)무역 장려, 그리고 북한이 국제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금융편익 제공 등의 방법으로 북한을 돕고 있다. KOTRA에 의하면 북한의 대(對)중국 무역의존도는 7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자금세탁이 특히 문제되는 것은 자금세탁이 한 국가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인터넷, 무역거래, 지하금융 조직망 등을 이용해 국제화·세계화되면서 국제금융질서를 교란시킬 뿐 아니라 테러조직과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국제사이버범죄단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7000만 달러를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미(美) 연방수사국(FBI) 발표에 의하면 이들은 은행고객의 비밀번호를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를 통해 알아낸 다음 미국·영국·네덜란드·우크라이나 등에서 예금을 인출했다. 이들은 컴퓨터 바이러스 제작자, 은행에서 온라인으로 예금을 훔치는 행동책, 훔친 자금을 세탁하고 송금(送金)하는 송금책 등으로 전문화·세분화된 조직범죄단이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도 지하경제 규모 줄지 않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연간 입국자 수가 800만명이 넘고 미국 일본 중국으로 접근이 쉬운 반면, 부패지수(指數)가 높고 관련 법제가 미비하여 국제 불법자금세탁 세력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마약밀매, 위조달러 제조, 불법무기 수출거래, 테러활동 지원 등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 돈을 불법세탁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국내적으로도 한국에서는 과거 불공정한 과세(課稅)와 거기서 비롯된 탈세(脫稅), 부패한 정치관행 등으로 인해 지하경제가 형성됐다. 이들의 범죄수익(Proceeds of Crime)으로 조성된 검은 돈과 비자금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현대자동차, 삼성, 한화, 태광그룹 등이 각종 비자금 관련 의혹으로 수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았다.
지하경제와 자금세탁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10여 년 전 조세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국민총생산(GNP)의 10% 안팎으로 추정했다. 조세연구원은 GNP 대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1970년대에는 13~15%, 1980년대에는 8~9%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1994년에는 GNP의 10% 수준인 26조원 규모로 봤는데, 1993년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됐음에도 지하경제의 규모가 여전히 줄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UN) 보고서는 마약생산량을 바탕으로 추정하여 전(全)세계 마약거래 규모가 3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iancial Times)는 1994년 지하경제 규모를 전세계 국민총생산의 2%에 해당하는 5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근래에는 금융정보의 사각(死角)지대인 역외(域外)펀드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연간 1조 달러가 돈세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820억 달러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불법자금세탁 과정은
1930년대부터 마피아 등 조직범죄 단체들을 추적해 온 미 FBI와 관세청은 다양한 사례들을 정리해 불법자금세탁 과정을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정리했다. 실제로는 이 3단계 가운데 일부가 생략되거나, 여러 단계가 동시에 혹은 순서가 뒤바뀌어서 발생하기도 한다.
1단계- 배치단계(Placement)
불법자금세탁의 출발점은 범죄행위로 얻은 불법재산을 양성화(陽性化)하기 위해, 취급하기 쉽고 덜 의심스러운 형태로 변형시키며,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도록 그 소재를 이동시키면서 금융기관에 유입시키는 단계이다. 여기서 방대한 현금이 노출되기 시작하므로 자금세탁을 감시하는 기관들은 여기에 수사력과 감시활동을 집중하고 있다.
보통 이 단계에서는 현금을 자기앞수표, 고액권, 지급지시서(Money Order), 여행자수표 등 부피가 작고 가벼운 지급수단으로 바꿔치기한다. 이러한 지급수단은 취급이 간편하고, 금융기관에 예치할 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쪼개기 방식을 통해 거액을 소액자금으로 만드는 분산거래가 널리 활용된다.
2단계- 반복·은폐 단계(Lay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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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군표 전(前) 국세청장이 뇌물로 받은 그림 <학동마을>. 화상(畵商)을 통한 자금세탁은 널리 이용되는 방법 중 하나다. |
자금출처와 소유자에 대한 허위서류 작성 제출, 입출금의 반복 등을 통한 정상고객으로 위장, 귀금속·예술품 구입 후 매각 등의 방법이 쓰인다. 최근에는 전자 자금이체(移替)로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많이 쓴다. 금융망이 허술한 역외국가인 카리브해 연안국가들이 주로 동원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갤러리와 화상(畵商)들이 거액의 미술품거래를 통해 기업과 고객의 비자금거래에 개입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오늘날 금융거래가 국제화되면서 이 반복단계는 배치단계보다 더 규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3단계- 통합·합법화 단계(Intergration)
자금세탁의 마무리 단계로 여러 차례의 반복단계를 거쳐 출처 추적이 불가능하게 된 불법자금을 정상적인 사업을 통해 형성된 합법 재산과 통합시키는 단계이다. 범죄활동으로 만들어진 불법자금을 허위로 양성화시켜 합법적인 자금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합법적인 회사의 예금계좌에 불법자금을 예치해 자금을 물타기 하기, 위장수출 대금 처리, 위장회사를 통한 부동산 매입과 처분하는 등이 흔한 수법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금의 합법성·불법성의 구분이 대단히 어렵다.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고 조세피난처 국가들을 거치면서 이 과정은 날로 고도화되는 추세다.
국제적으로 주로 이용되는 자금세탁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소액분할 및 분산거래 방법
2. 제3자의 이름을 사용하는 방법
3. 합법적 사업체를 이용하는 방법
4. 위장기업을 이용하는 방법
5. 무역거래를 이용하는 방법
6. 대체송금 방식을 사용하는 방법
7. 불법 범죄수익의 형태를 바꾸는 방법
8. 도박장·경마장을 이용하는 방법
9.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방법
‘금융허브’ 한국의 裏面
한국에서는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 1994년 전직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 사건 등을 거치면서 자금세탁 방지제도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01년에는 금융정보분석원이 설립되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2007년에는 ‘특정 금융거래 보고법’을 개정, 외국환거래뿐 아니라 원화거래를 이용한 탈세활동도 규제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에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적 협력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기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중대 범죄로는 범죄단체 조직 및 폭력단체 가담, 테러자금 지원을 포함한 테러행위, 인신매매 및 불법 밀입국, 아동 성(性)매매 등 각종 성매매, 불법무기 밀매, 장물(臟物) 등의 불법매매, 마약·향정신성 의약품의 불법매매, 부패 및 뇌물수수, 사기, 화폐위조, 상품복제 및 저작권침해, 환경범죄, 살인 및 중상해, 납치·불법감금 및 인질, 해적, 내부자 거래 및 시장조작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지금 국제 불법자금세탁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한국의 인천공항은 교통의 허브(Hub)로 세계 67개 항공사가 취항(就航), 전 세계 172개 도시와 연결되고 연간 방문객이 800만명에 달한다.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타이베이(臺北) 도쿄(東京) 마닐라 홍콩 마카오 등은 서울에서 3~5시간 거리이고, 미국 유럽행 직항(直航)노선도 많다. 또 한국이 금융허브를 지향하면서 전세계 금융네트워크와도 잘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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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주변의 각종 불법자금세탁 현황. |
이러한 환경은 국제 불법자금세탁 조직들에게 좋은 활동여건을 제공해 준다.
불법도박이나 온라인게임, 환(換)치기, 환투기 등도 자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다.
연간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도박에 쓰는 돈이 10억 달러나 된다. 우리나라의 불법 온라인도박 시장 규모는 32조원에 달한다. 스포츠도박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전자상거래나 고액권(5만원권) 중심의 현금거래를 한다.
중국동포(조선족)가 낀 조직이 무역업체를 이용해 10억 달러를 환치기하거나 중국 게임머니를 국내에서 4000만 달러나 환치기한 사례도 있다. 달러가 폭등하자 5억 달러 이상 환투기한 사람이 90여 명이나 적발되기도 했다. 1억 달러 이상 사재기를 한 경우도 있고, 50억원이 넘는 금괴(金塊)을 일본으로 밀수출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조사·발표하는 반부패인식지수(Index)를 보면 한국은 세계 39위를 차지한다. 이는 부탄·오만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부정부패도 불법자금세탁의 토양이 되고 있다.
칠레 피노체트, 현찰거래도 자금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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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등에 형성된 외국인 타운이 국제 불법자금세탁 조직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
테러, 불법 무기거래, 마약, 위조달러 등과 관련해 불법자금세탁 세력의 활동이 국제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국제적 공조(共助)도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유엔은 제3세계 국가의 독재자들이 국제기구가 제공한 개발차관을 횡령해 해외로 빼돌리는 것을 감시, 회수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제3세계의 많은 독재자들은 국제기구가 제공한 개발차관을 유럽·미국 등지로 빼돌려 호화주택·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는 10여 개의 이름으로 미국 영국 유럽 등지에서 여러 개의 은행계좌를 만든 후 현찰거래를 통해 자금세탁을 했다. 미국의 씨티(Citi)은행, 워싱턴에서 제일 오래된 릭스(Riggs)은행 등이 여기에 가담했다. 이 은행들은 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 거액의 벌과금(罰科金)처분을 받았다. 릭스은행은 PNC은행에 인수되어 문을 닫았다.
과거 독재자나 범죄자들의 금고 노릇을 하던 스위스은행은 국제적인 압력에 굴복해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일가가 예치한 6억8400만 달러를 필리핀 정부에 돌려줬다. 나이지리아, 페루, 아이티 독재자들의 예금도 동결되어 조사받고 있다. 유명한 조세(租稅)피난처들인 리히텐슈타인·스위스의 은행들은 국제적 압력과 여론에 굴복해 비밀계좌와 고객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최근 우리나라 국세청도 역외(域外)탈세추적센터를 설립, 국제공조를 통한 해외 재산도피와 탈세추적에 적극 나서면서 1조원 정도의 세금을 더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근래에는 전자 금융거래를 이용한 7000억 달러 사기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금융전산망 해킹 등 대형 금융사건이 국경을 넘어 광역화·대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질서 확립과 거래안전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北, 평양에선 위조달러 안 쓰고 해외로 유통시켜
북한은 자금세탁과 관련해서는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조직범죄 단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많은 불법 무기거래, 마약, 위조달러 제조, 위조담배 수출 등을 자행하고 있다.
2008년 11월 부산에서는 미화 100달러짜리 ‘수퍼노트’(아주 정교하게 제작된 위조지폐) 9904장을 유통시키려 한 일당 4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위조지폐 감식기도 통과할 정도의 진짜 같은 가짜 달러를 중국에서 반입했다. 이 위조지폐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탈북(脫北) 북한외교관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은 1980년대 초 인쇄기술이 뛰어난 동독(東獨)에서 액면가의 20~30% 정도 가격으로 위조달러를 구입, 해외 북한공관과 거래처에서 진짜 달러와 섞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북한은 동독이 망한 후 동독의 기술과 정교한 원판(原版)을 구입해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위조달러 유통에 나섰다. 북한은 이 위조달러를 액면가의 50% 수준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무역거래 시 진짜 달러와 섞어서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관·무역기관 등에 위조달러 판매량을 할당해 김정일에게 바칠 ‘충성자금’을 조성하도록 독려하기도 한다고 한다.
북한산 수퍼노트에 충격을 받은 미국정부는 2007년 60년 만에 처음으로 정밀 첨단소재를 도입한 새로운 도안의 100달러짜리 지폐를 발행했다. 2008년 유통을 예정으로 이 신권이 나오자 북한은 재고(在庫)정리 차원에서 자신들이 만든 수퍼노트를 중국 국경지역에서 대량으로 뿌렸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100달러짜리 지폐는 65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2006~2008년 평양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존 에버라드(John Everard)는 “북한 당국의 느슨한 감시를 받고 있는 평양시민들의 비공식적인 시장에서 외환거래는 주로 중국화폐와 달러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는 위조달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는 북한 화폐개혁 전의 얘기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2009년 북한의 GDP를 278억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IMF는 ‘미확인 정보’라는 단서를 달고 210억 달러(세계 102위) 정도로 발표했고, 세계은행은 ‘발표 불능’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의 무역거래는 지난 30년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최근 12년 동안 무역수지 적자가 109억9200만 달러나 된다.
이 금액은 북한의 2009년 한 해 GDP의 50%나 되는 규모다. 이는 북한의 경제실정에 비추어 보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작년 KOTRA는 북한의 1990~ 2009년간 무역적자가 157억7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경제가 계속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다. 이는 그들이 불법자금 조달로 무역수지 적자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김대중정부 시절 현금으로 지원한 6억 달러, 금강산·개성공단 수입금 등을 고려한다 해도 북한의 불법자금 규모와 사업활동은 대단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금융제재 속에서도 위조달러, 마약거래, 무기판매, 해외노동자(러시아 벌목공, 중동 건설노동자 등) 임금송금 등 다양한 경로로 확보한 달러를 갖고서 중국의 도움 아래 연명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우호가격(국제가격보다 저렴한 실비)을 적용한 수출, 무상(無償)지원, 변경(邊境)무역 장려, 그리고 북한이 국제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금융편익 제공 등의 방법으로 북한을 돕고 있다. KOTRA에 의하면 북한의 대(對)중국 무역의존도는 7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