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勝俊의 중국 바로 보기] 中國, 북한 후계인물은 관심 밖… 중국의 영향력 유지에만 관심 : 월간조선

1989년 11월 5일, 조선노동당 총비서 김일성(金日成)이 탄 전용열차가 베이징(北京)역에 도착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공산당 제13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3기 5중전회)가 열리기 나흘 전이었다.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덩샤오핑(鄧小平)은 이 회의에서 중국 권력의 핵(核)인 군사위 주석직을 장쩌민(江澤民) 당(黨)총서기에게 넘겨줄 계획이었다. 장쩌민은 그해 6월 천안문 사태의 수습 과정에서 상하이(上海)시 당위원회 서기에서 당중앙 총서기로 발탁됐고, 이 회의를 통해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덩샤오핑으로부터 넘겨받음으로써 중국 실권자의 자리에 오를 참이었다.

13기 5중전회를 나흘 앞두고 이뤄진 김일성의 방문을 나중에 중국 외교부는 ‘비공식 방문’으로 기록했다. 베이징역 플랫폼에는 당시 85세의 중국 막후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덩샤오핑이 직접 역으로 나와 김일성을 마중하는 것은 이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덩샤오핑이 역(驛)으로 나온 것은 나흘 뒤면 중국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장쩌민을 김일성에게 소개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덩샤오핑은 장쩌민과 함께 열차에 올랐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덩샤오핑은 김일성에게 장쩌민을 소개했다. “앞으로 장쩌민 동지와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이상은 중국외교부의 공식 간행물 출판사인 <세계지식출판사>가 2006년에 발간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외국방문 기록 <더 아름다운 세계를 위하여; 장쩌민 외국방문 실록>의 일부다. <세계지식출판사>가 펴내는 간행물의 성격상 이상의 내용은 장쩌민의 구술과 외교부의 기록이 바탕이 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 실록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제2세대 지도자인 덩샤오핑은 제3세대 지도자인 장쩌민으로 권력을 승계해 주면서 장쩌민을 북한 김일성에게 미리 소개해 주는 절차를 밟았다.

후계자를 서로 소개하는 관례 생겨

장쩌민은 덩샤오핑으로부터 김일성을 소개받고 중국의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뒤 4개월 만인 1990년 3월 14일 평양 방문에 나섰다. 순안공항에는 김일성과 함께 김정일(金正日)이 영접을 나왔다. 그때 김일성은 자신의 후계자인 김정일을 장쩌민에게 소개했다.

4개월 전 덩샤오핑이 자신의 후계자를 김일성에게 소개해 준 데 대한 응답으로 김일성은 김정일을 중국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장쩌민에게 소개해 주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중국의 제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은 1976년 병(病)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 사이에 지도자 교체를 전후해서 후계자를 서로 소개해 주는 관례가 덩샤오핑 때부터 생긴 셈이다.

덩샤오핑이 장쩌민의 다음 후계자로 미리 지명한 후진타오(胡錦濤) 현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는 1992년 10월 제14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권력 서열 5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후진타오가 장쩌민의 후임자로 지명된다는 사실은 중국 안팎에서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불과 50세의 나이에 최연소 정치국 상무위원의 자리에 오른 후진타오는 그로부터 9개월 뒤인 1993년 7월 26일 평양 방문에 나섰다. 중국의 당정(黨政)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후진타오의 중요한 여행 목적 중의 하나는 북한 지도부와 상견례(相見禮)를 갖는 것이었다.

2012년 중국의 당·정·군(黨政軍)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로 예약되어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역시 후진타오의 후임자로 내정된 다음, 김정일과 인사하는 과정을 밟았다. 장쩌민의 추천에 의해 후진타오의 다음 중국 최고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은 2007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7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의 자리에 오른 이듬해인 2008년 6월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일과 상견례를 가졌다.

“김정은, 후진타오 만났다”(조선일보)

중국과 북한은 이렇게 해서 1989년부터 최고 지도자로 내정된 인물을 상호 최고 권력자에게 소개하거나 서로 상견례를 갖는 의전(儀典) 관례를 만들어 왔다.

이 의전 관례에 따른다면 지난 8월 26일부터 5일간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을 방문한 김정일이 9월 9일의 조선노동당 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해서 후진타오에게 소개하고, 김정은이 2012년 제18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될 예정인 시진핑과 만나는 기회를 만들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장 취재가 가능했던 중국과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김정일의 북한이 2010년 9월의 조선노동당 당대표자 대회에서 사실상 ‘김정은의 북한’으로 이어가기 위한 준비 절차를 밟는다는 사실 역시 8월 27일 창춘 난후(南湖)빈관에서 이뤄진 김정일·후진타오 회동에서 통보가 이뤄졌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9월 7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외신기자들은 장위(姜瑜) 대변인을 상대로 질문을 던졌으나, 장위 대변인은 “중국은 남의 나라 내정(內政)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짤막하게 대답했고, 해당 질문과 답변은 중국 외교부 뉴스 브리핑 기록 사이트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내 대북(對北)무역업자 등 복수(複數)의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김정일의 방중(訪中)에 김정은도 동행했으며, 김정일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김정은을 소개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9월13일).

“김정일을 중심으로…” 弔電 보내 후계구도 지지

1992년 11월,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왼쪽)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오른쪽)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일성이 사망 5년 전인 1989년 11월에 덩샤오핑으로부터 후임 장쩌민을 소개받은 사실에서 유추해 보면 1983년 41세의 김정일이 조선노동당 서기 자격으로 그해 6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 동안 했던 중국 여행은 김정일이 덩샤오핑에게 인사하기 위한 여행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부분은 중국 외교부의 간행물에 김정일이 중국 지도부에 인사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 아직 발견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추가 확인이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개연성은 크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 이동에 대해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지도자들이 미리 동의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는 점은 1994년의 김일성 사망 이후에 보여준 중국 지도자들의 김정일 지지 행동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돌연 사망하자, 중국의 막후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 장쩌민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은 일제히 조전(弔電)을 평양으로 보냈다. 덩샤오핑은 김일성 사망 바로 다음 날 조전을 보내 최고의 애도를 표했다.

덩샤오핑이 평양으로 보낸 조전의 내용은 “조선 인민들은 위대한 수령(首領)을 잃었고, 본인은 가장 친밀한 전우이자 동지를 잃었다. 조선 인민들은 김일성 동지의 유지를 계승하고, 김정일 동지를 지도자로 하는 조선노동당 주위로 단결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발전을 도모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막후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이 조전을 보내자,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리펑(李鵬) 총리, 차오스(喬石)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도 공동 명의로 같은 내용의 조전을 보내 최고의 애도를 표했다. 중국의 당과 행정부,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인 전인대(全人代)가 일제히 김일성 사망 이후에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단결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평양에 보낸 것이다.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은 당에서는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었고, 군에서는 국방위원회 위원장 겸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계급은 원수(元帥)였다. 당과 정부에서는 최고위의 자리를 갖고 있지 않았고, 군에서만 국방위원장 자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3년 뒤인 1997년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의 자리에 올랐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관계자들은 “김정일이 1974년 32세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으로 선출되었을 때, 이미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중국 지도자들이 ‘김정일을 중심으로 조선 인민들은 단결하라’고 조전을 보낸 것이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김일성 사망 당시 52세의 나이로, 북한 원로들의 입김에 따라서는 입지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던 김정일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이 일제히 “김정일을 중심으로 단결하라”라고 북한에 조전을 보낸 것은 명백한 내정 간섭이요, 김정일 정권의 탄생을 중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보아야 자연스럽다. 당시 김정일이 김일성의 권력을 승계하는 데 반대의사를 가진 인물이나 그룹이 혹시 있었다고 하더라도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보낸 조전 내용에 강력하게 표현된 “김정일을 중심으로…”라는 구절을 보고 ‘안티 김정일’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후룬벨일보>, “김정은을 중국지도자에게 소개하려 한 것”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 8월 30일 김정일이 지린성과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방문을 마치고 옌볜(延邊)을 거쳐 투먼(圖們)의 중조(中朝)국경을 통해 함경북도 남양군으로 귀환한 뒤에야 8월 27일 김정일-후진타오 회담이 진행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김정일이 중국을 향해 국경을 넘은 다음 날인 27일 “외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이라고 김정일 방중을 인용 보도했다가 이후 전문을 삭제하기도 했다. 중국의 인터넷은 “한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이라는 등의 구절을 전제로 한 홍콩 매체들의 보도를 이용해서 김정일의 방문사실을 전했다.

<신화통신>이 김정일-후진타오 회담을 공식 보도하기 이전에 중국 당국의 시각을 반영한 해설성 기사는 8월 28일 창춘시 인근의 네이멍구 후룬벨시당 기관지인 <후룬벨일보>(呼倫貝爾日報)가 게재한 “김정일은 왜 재차 중국을 비밀방문했나”가 유일한 것이었다. <후룬벨일보>의 김정일 방문에 대한 분석은 이런 것이었다.

“많은 분석가들은 김정일의 이번 지린성 방문은 9월의 조선노동당 대표대회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대회는 김정은의 권력승계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며, 김정일의 희망은 대회를 앞둔 중국 방문을 통해 김정은을 중국 지도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중략)…조선(북한)이 지금 김정일의 후계문제를 둘러싸고 혼란을 겪고 있는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도 한반도의 혼란이 위기로 연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북한의 혼란이 과거 동서독의 통일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통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 이웃 국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은 미래의 일이겠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그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만약 김정일이 통제력을 잃고 무너진다면 중국에 대한 충격일 것이 분명하며, 한국 경제에도 하나의 악몽이 될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일본이 자신들의 영토에 미국의 군사기지 건립을 허가한 이유는 한반도에 대해 현상유지를 하기 위한 생각에서였다. 만약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미국이 한반도에 계속해서 주둔할지, 일본의 미군기지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북한의 정권 승계자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북한의 내정에 속한 문제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서는 불안을 느끼는 국가에는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며, 북한의 권력교체 후에 각국이 성의를 다해 지지하고, 상대적으로 온화한 정부가 건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 후계인물은 관심없어

김정일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한 지린성 창춘시 인근의 네이멍구 <후룬벨일보>가 유일하게 게재한 김정일의 방중(訪中)에 대한 8월 28일 논평은 중국 내 매체 통제가 일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바람에 게재된 논평일 가능성이 크다. 비록 지방신문의 논평이기는 하나 후룬벨시 당위원회 기관지인 <후룬벨일보>의 논평은 그 내용으로 보아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시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앞의 <후룬벨일보> 논평이 적시한 것처럼, 북한의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은 북한의 지도자가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누가 북한의 지도자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국엔 북한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세습 권력교체가 사회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감을 표현하는 일은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로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동에 관해 미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연구원은 지난 4월 〈새로운 지도자, 오래된 위험: 북한 권력교체가 미국에 주는 의미(New Leaders, Old Dangers: What North Korean Succession Means for the U.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클링너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교체에 관해 성공적일 경우, 불안해질 경우, 실패할 경우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전망했다.

이 가운데 성공적인 권력교체란 ‘권력교체 계획이 북한 권력층과 정부 내에 잘 전파되고 김정일이 죽기 전에 일정 기간 권력교체를 관리할 수 있을 경우, 북한의 권력교체가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는 경우’를 말한 것이다.

김정일이 건강은 나쁘지만 기능은 발휘할 수 있을 경우, 김정일은 자신의 후계자가 충분한 입지를 확보할 때까지 경쟁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을 것이며, 계속해서 북한주민들을 억압하고, 외부에 위협적이며, 핵무기를 유지하는 강경 외교노선을 계속 견지하는 정권이 유지된다는 말이다.

성공적인 권력교체가 이뤄질 경우, 북한은 핵무기와 화생방 무기, 재래식 무기 등을 계속 보유하게 될 것이며, 이 지역의 안보는 현재의 불안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될 것으로 클링너는 전망했다.

가장 위험한 인물 張成澤

2009년 4월 국방위원에 임명됐던 장성택은 북한 후계구도에 차질이 생길 경우, 김정은의 권력승계에 도전할 권력 엘리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보도한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방문 당시의 모습. 원 안의 인물이 장성택이다.

클링너는 북한이 권력승계 후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런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복사판의 복사판, 즉 재복사판일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보장받았던 권력공고화 기간을 거치지 못했다. 김일성은 죽기 몇 년 전에 공안조직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김정일에게 물려주었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최후의 몇 년 동안 사실상 북한을 운영하고 있었다.

김정은은 아직 20대이며 공식 직위에 대한 경험도 없고, 이렇다할 업적도 없다. 김정은은 아직 국가를 운영할 정통성도 권력기반도 갖고 있지 못하다. 김정은은 김정일에 비해 권력기반도 취약하며, 인맥을 구축할 시간도 없었다. 북한의 권력 엘리트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김정은의 능력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북한 권력 엘리트들은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 때문에 빚어질 불안정에 대처하기 위해 외부의 위협을 이용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할 것이다.

이들은 김정은의 단점을 자신들이 김정은의 승계에 반대하는 구실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권력 엘리트들은 김정은의 통치에 반기를 들거나, 권력을 탈취, 또는 김정은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가장 위험한 인물은 장성택(張成澤)이 될 것이다. 장성택은 2010년 5월과 8월의 연이은 김정일 중국 방문에 모두 동행했다.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은 2009년 국방위원회 정위원으로 선출되어 공안조직과 경찰, 사법조직을 장악했다. 장성택은 김정은에 대해 지지자도 될 수 있고, 섭정(攝政)을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도전자가 될 수도 있다.

비록 초기의 권력교체에서 성공적이었다 하더라도 북한 권력 엘리트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권력교체가 이루어진 후 김정일이 사망할 때까지는 반대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지도부는 정권의 단합과 국내 안정, 대외적인 영향력 유지 등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초기의 권력교체 성공이 권력투쟁과 리더십 공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권력승계에 대한 도전은 권력 엘리트 내의 다른 인물에 의해 시도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주민 궐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주민들은 순치(馴致)되어 있고, 정부의 감시가 만연해 있으며, 공안조직의 감시는 야만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동유럽 공산국가들과는 달리 북한에는 대체 권력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 조직화된 반대당도 없고, 반체제 활동도 없다. 폴란드의 레흐 바웬사나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도 없다. 북한에는 민주주의를 했던 역사도 없고, 김씨 독재를 대체할 체제도 없다.

중국, 가장 강력한 권력승계 要素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권력승계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고, 권력승계 실패와 함께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 권력승계의 실패로 경쟁자들이 제각각 군부(軍部)에 대한 지지를 요구해서 무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충격이 심각해질 상황은 권력 공백이 생기거나, 무장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북한 내의 불안정이 중국이나 한국의 개입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 문제가 주목을 받을 것이다. 북한의 주변국들은 북한 내부의 불안정이 ‘외부 폭발(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공격)’이나 ‘내부 폭발(정권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클링너 연구원이 빠뜨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국이라는 요소였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북한 권력승계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점을 따져보지 않은 점이 클링너 보고서의 중요한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덩샤오핑이 자신의 후계자 장쩌민을 김일성에게 소개하는 과정, 나중에 김일성이 사망하고 김정일이 권력승계를 위한 권력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중국 지도자들이 한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 권력승계의 성공과 실패를 예측한 점은 중요한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중국이라는 가장 강력한 외부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이라는 요소를 고려한다면, 덩샤오핑 시대 이후 중국과 북한 사이에 관례화된 권력승계에 서로 버팀목이 되는 감추어진 전통을 고려한다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교체는 중국의 도움으로 성공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패의 가능성을 따지는 것보다는 중국의 도움으로 권력교체에 성공하는 경우를 상정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필자가 지난 9월 9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주최로 열린 ‘김정은 3대 세습 전망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임을 밝혀둡니다.-필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