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오와함(BB-61)의 소유권자인 함정역사기념재단 태평양지부(HSMPS),
아이오와함의 한국 展示에 긍정적 의견 밝혀
⊙ 美 해군, 6·25 때 261척의 전투함정 파견. 이 중 현존하는 함정은 14척에 불과,
나머지는 모두 퇴역 후 해체돼 고철로 팔려
⊙ 한국전 참전했던 구축함 올렉(DD-886)의 한국 기증 의사도 밝혀
아이오와함의 한국 展示에 긍정적 의견 밝혀
⊙ 美 해군, 6·25 때 261척의 전투함정 파견. 이 중 현존하는 함정은 14척에 불과,
나머지는 모두 퇴역 후 해체돼 고철로 팔려
⊙ 한국전 참전했던 구축함 올렉(DD-886)의 한국 기증 의사도 밝혀
- 전함 아이오와의 모습. 현재 미 해군 예비역에서 제외되어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수이선만에 정박하고 있다.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갖가지 기념행사가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6·25에 참전했던 미국의 전함(戰艦) 아이오와함(USS Iowa, BB-61)과 구축함 올렉(USS Orleck, DD-886)을 한국에 들여와 6·25 해전(海戰) 기념관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상해 임시정부 주석을 지냈던 김구(金九) 선생의 장손 김진(金振) 회장이다. 그는 자라나는 세대의 30%가 6·25가 뭔지도 모르고, 30%는 6·25를 북침으로 믿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6·25전쟁 바로 알리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지난 2005년 말 트리니티 E&S(Edutainment & Service)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6·25 관련 다큐 드라마 제작을 위해 해전사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6·25 당시 육상 전투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지만 해상 전투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전 당시 우리나라의 해군력은 초계함과 경비정 정도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전은 미국을 비롯 영국,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콜롬비아, 뉴질랜드, 프랑스, 태국 등 9개국에서 참전한 유엔군 함정이 주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미(美) 해군 측의 협조하에 6·25에 참전했던 미 해군 전투함정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미 해군 전사(戰史)에 의하면 6·25가 발발하던 날 극동 지역의 미 해군은 일본 근해에 배치되어 있던 순양함 1척, 상륙함 5척, 구축함 4척, 그리고 소해정 6척이 전부였다고 한다.
6·25 남침이 이뤄지자 미 해군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미 해군 전사(戰史) 자료에 의하면 서울이 함락된 1950년 6월 28일 서젠 키스레이호(號)와 카디날 오코넬호가 105mm 박격포탄 10만5000발, 81mm 박격포탄 26만5000발, 60mm포탄 8만9000발, 총탄 248만 발을 싣고 부산항에 입항했다. 또 가고시마 항구에 정박해 있던 미 해군 순양함 주네우함이 1950년 6월 28일 새벽 동해로 급파됐다. 다음 날인 6월 29일 주네우함은 강원도 옥계 부근에서 한국전 최초로 적군 병력에 5인치 함포탄 459발을 퍼부어 27명을 살상했다.
美 해군, 6·25 때 261척의 전투함정 파견
한국전에서 유엔군이 참여한 최초의 해상전은 7월 2일 벌어졌다. 미 순양함 주네우함이 주문진 근처에서 4척의 북한 어뢰정을 발견, 함포 사격으로 두 척을 격침시켰다. 이틀 후인 7월 4일에는 다음과 같은 무선방송이 태평양에 있는 모든 함정에 전파됐다.
“미국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북한 침략자들을 몰아내 한국에서 평화를 다시 찾기 위한 유엔의 지원요청에 따르기 위해 한국 해안 봉쇄를 명령했다.”
구체적인 봉쇄구역은 서해안에서는 북위 39도 35분, 동해안은 북위 41도 51분 아래의 소련과 중공의 영해가 포함되지 않는 구역이었다. 이후 미군은 한국 해역에 아이오와 등 네 척의 전함을 비롯하여 요크타운(CV-10), 와스프(CV-18), 코럴 시(CV-43), 호넷(CVA-12) 등 36척의 항공모함, 순양함 13척, 구축함 120척, LST 등 261척을 파견해 한반도 해역의 해양통제권을 완전 장악하고 500마일에 이르는 북한 해안을 완전히 제압했다.
영국 해군도 순양함 밸파스트·자마이카, 구축함 코샥·콘소트, 프리깃함 블랙 스완·아라크리티·하트함을 한반도 해역에 급파했다. 호주 해군도 프리깃함 솔 헤븐호를 투입했다.
미 해군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 함정들은 동서남해의 제해권(制海權) 장악, 육상전투 지원, 병참지원 임무 등을 통해 북한과 중공군의 바다를 통한 세력 전개를 차단했다.
김 회장은 6·25 해전사를 기념하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함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맥아더 장군이 탑승하여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지휘함(기함) 마운틴 매킨리호(USS Mt Mckinley, AGC-7)의 행방을 추적했다. 그러나 마운틴 매킨리호는 이미 20년 전에 해체되어 고철로 매각됐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마운틴 매킨리호뿐만 아니라 6·25에 참전했던 미 해군의 전투함정들은 극히 일부가 박물관이나 기념관으로 개조되어 형체를 보존하고 있을 뿐 대부분이 해체되어 형체조차 찾을 길이 없었다.
이러던 차에 김 회장은 텍사스주(州)의 오렌지라는 항구도시에 6·25에 참전했던 기어링급(해군 함정의 경우 한 함정의 형태를 설계하여 동형의 군함을 여러 척 만든다. 이 경우 첫 번째 함정의 이름을 따서 ○○급이라고 명칭을 붙인다-편집자 주) 구축함 올렉함(DD-886)이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 회장은 텍사스로 날아가 올렉함의 관리를 맡고 있는 사우스이스트 텍사스 전쟁기념 및 헤리티지 재단(South east Texas war memorial and heritage foundation)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올렉함의 ‘기차 파괴작전’
오렌지시(市)는 강가에 위치해 있다. 올렉함은 2차대전 막바지에 이 도시에 위치한 텍사스 연합철강회사에서 건조되어 1945년 5월 12일 진수됐다.
올렉함은 미 해군 소속으로 태평양전쟁, 한국전, 베트남전, 걸프전에 참전했다. 올렉함의 6·25 참전 기록에 의하면 이 전투함은 1951년 5월에 한국 해역에 파견돼 항모 호위부대 역할을 했고 1951년 5월 11일에는 동부해안 전선에서 적에게 포격을 가해 140여 명의 적을 사상시키고 전멸 직전의 한국군을 구출하는 전과를 기록했다. 1951년 9월 20일에는 원산에서 5인치포로 포격을 가해 탄약을 운반하던 적 차량을 폭파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말콤 카글과 프랭크 맨슨 공저(共著)의 <한국전쟁 해전사>에 의하면 1952년 7월 동해 북부지역(원산-나진 해역) 봉쇄작전에 참가한 유엔군 해군은 ‘기차 파괴자’라는 작전을 실시한 바 있다. 이는 해안봉쇄를 하던 함정들이 함포사격으로 해안을 달리는 적의 보급 기차를 파괴하는 작전이었다. 해당 함정이 적의 보급용 기차를 파괴할 경우 ‘기차 파괴클럽 증서’를 수여하기도 했는데, 이 기차 파괴클럽의 첫 회원이 올렉함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한국전쟁 해전사>에 실린 올렉함 함장 이야테스 중령의 기록이다.
<1952년 7월 5일 내가 지휘하는 올렉 구축함은 양도에서 청진까지의 북쪽해역에 대한 초계를 맡았다. 우리는 포 6문을 이용하여 청진의 몇 개 군사표적에 대하여 일제사격을 한 후 청진에서 남쪽으로 13마일 떨어진 산 중턱에 있다는 적 포대를 공격하기 위해 그리로 갔다. (중략)
7월 15일 새벽 1시에 당직사관이었던 크레팍 대위는 북쪽에서 다가오는 기차 소리를 들었다. 그는 조명탄을 발사하고 동시에 북쪽 터널을 향해 5인치포를 발사했다. 우리는 마지막 기차 차량을 명중시켰다. 차량이 넘어져 선로를 막았다. 우리는 밤을 이용하여 정지해 있는 기차 차량을 천천히 파괴했다. 야전 무기를 가득 실은 5개의 무개차와 탱크를 실은 한 개의 차량, 폭약을 실은 9개의 화차들을 포격할 때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성공적인 결과로 우리는 8군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과 클라크 제독으로부터 축하 전보를 받았다. 우리의 성공은 다른 구축함들의 유사한 성공들로 이어져 ‘기차 파괴자 클럽’이 창설되었다.>
올렉함의 기차 파괴 공격 이후 18척의 유엔군 함정이 모두 28대의 기차를 파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던 올렉호는 미 해군 7함대 소속으로 항모 호위, 통킹만 봉쇄 등 숱한 작전에 참가해 ‘회색 유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1965년 6월 7일에는 제미니4호의 우주선 캡슐 회수작전에도 참여했다.
올렉함, 현역 은퇴 후 터키 해군에 매각돼
1982년 현역에서 은퇴한 올렉함은 그해 터키 정부에 판매되어 TCG 유세테페호(TCG Yucetepe, D-345)로 개명된 후 지중해와 흑해, 보스포러스 해협 방어에 사용됐다. 터키 해군은 이 함정을 1998년까지 사용하다가 퇴역시켰다. 2000년 8월 12일 올렉함은 다시 미국에 반환되어 이 배가 탄생했던 텍사스 오렌지시로 돌아와 기념관으로 개조됐다. 현지에서 올렉함을 둘러본 김 회장의 말이다.
“올렉함은 5인치 함포와 40mm포, 수십 발의 어뢰와 함포탄, 레이더와 통신장비 등이 탑재되어 있는 등 과거 5대양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작전을 하던 화려했던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함내의 일부 공간을 기념관으로 꾸며 배의 역사와 승조원들의 사진, 그들이 입던 제복과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올렉함 기념재단 관계자들은 이 함정의 현존가치를 4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나 올렉함은 2005년 9월 허리케인 리타가 텍사스 해안을 강타했을 때 큰 손상을 입었다. 또 오랜 세월 동안 유지 보수를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던 탓인지 곳곳에 녹이 슬고, 함내는 정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올렉함 기념재단 관계자들과 접촉하여 “올렉함의 역사적 가치를 위해서는 6·25가 벌어진 한국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설득했다. 오랜 기간 설득 끝에 재단 관계자들은 “6·25를 기념하기 위한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할 경우 김 회장이 운영하는 트리니티 E&S에 기증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의 합의각서(MOA)에 서명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올렉함이 엔진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한국에 가져오려면 파나마운하와 태평양을 거치는 수만 마일을 예인해야 한다. 올렉함 기념재단 측에서는 예인비로 200만 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함정을 기념관으로 개조하려면 외관을 단장하고 함 내부의 일부를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기어링급 구축함이 이미 한국 해군에 도입되어 현역으로 활동하다 퇴역하여 전북함(DD-916)은 강릉에, 전주함(DD-925)은 삽교에서 해상 박물관으로 전시 중이라서 차별화가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기어링급 구축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된 구축함으로 모두 101척이 건조됐다. 이 함정들은 2차대전 후 미 해군 현역 전투함에서 은퇴한 후 여러 동맹국에 공여됐다. 우리나라 해군도 1972년에 셔벌리어호(Chevalier:DD-805)를 도입하여 충북함(DD-915)으로 명명한 이래 모두 7척을 도입하여 2001년 2월까지 운용했다. 기어링급 구축함은 대만에도 12척이 제공되어 대만에서는 차오양급 구축함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때문에 아무리 6·25 참전 전투함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 김 회장은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구축함보다 상징적 효과가 훨씬 큰 전함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전에 참전한 戰艦 아이오와
6·25가 발발하자 미 해군은 아이오와함(BB-61)을 비롯하여 뉴저지(BB-62), 미주리(BB-63), 위스콘신(BB-64) 등 네 척의 전함을 한반도 해역에 배치했다. 이 중에서 뉴저지와 미주리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뉴저지와 하와이에 전시 중이고 아이오와와 위스콘신함은 예비역으로 편입되어 있었다. 최근 들어 미 정부는 아이오와함을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박물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예비역에서 해제한 후 함정역사기념재단 태평양지부(Historic Ships Memorial at Pacific Square:HSMPS)에 관리를 넘겼다. 이 소식을 접한 김 회장은 함정역사기념재단 관계자와 접촉을 시작했다.
1942년 8월 27일 진수된 전함 아이오와는 2차대전 당시 카이로 회담과 테헤란 회담이 열렸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탑승하고 회담장소로 항해한 경력 때문에 ‘대통령함’으로 불렸다. 이 전함은 일본과 벌인 태평양전쟁의 각종 전투에 참전했고, 일본이 항복한 직후인 1945년 8월 27일 자매함인 전함 미주리와 함께 일본 사가비만(灣)에 입항하여 요코스카 해군기지의 항복과 해체를 관리했다.
아이오와함은 1952년 4월부터 한국전에 참전했다. 아이오와함의 전사(戰史)에는 1952년 4월 8일, 북한군 보급라인 파괴를 위해 함포사격을 실시했으며, 4월 13일 한국군 1군단을 지원하기 위한 함포사격을 하여 100여 명의 적을 살상하고 포 6문 등을 파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4월 14일에는 원산 봉쇄작전 당시 원산에 함포사격을 했으며, 4월 25일에는 청진 공업지역과 철도시설을 포격했다. 9월 23일에는 유엔군 사령관인 클라크 장군이 아이오와함에 승선하여 함포사격으로 북한군의 탄약창고를 파괴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등 다양한 작전에 참여했다.
이후 아이오와함은 현역에서 은퇴하여 미 해군 예비함대(United States Navy reserve fleets)에 소속됐다. 그러나 대서양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소련 해군에 맞서기 위해 1984년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1987년 이란-이라크 전 당시에는 걸프만에 파견되어 쿠웨이트 선박의 엄호를 맡았다.
1989년 4월 19일 아이오와함의 주포탑에서 강력한 폭발사고가 발생, 47명의 승조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가 자살폭탄공격이 아닌가 하는 여론이 일면서 여러 차례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이 와중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해양에서의 위협이 현저히 줄자 미국 정부는 1990년 10월 26일 아이오와함을 예비역으로 퇴역시켰다.
2006년 5월 미 해군 참모총장은 아이오와함의 ‘해군함대명부 완전예편’에 대한 승인을 해 공식적으로 함이 박물관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아이오와함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수이선만에 정박하고 있다.
떠다니는 거대한 海上 포대
전함 아이오와는 구축함 올렉호와는 차원이 다른 어마어마한 거함(巨艦)이다. 길이가 271m에 폭이 33m, 기준 배수량은 4만8110t으로 올렉호의 20배가 넘는다. 승조원은 1921명. 무장으로는 사정거리 37km의 16인치 주포 9문, 5인치 함포 20문, 40mm 함포 60문, 20mm 함포 60문이 탑재되어 있어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포대를 연상케 한다.
아이오와함은 함정 현대화 프로그램에 의해 개조공사를 하여 첨단무기를 탑재하게 됐으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8기, 하푼 대함미사일 4기, 그리고 4기의 근접방어체계(CIWS)를 탑재하고 있다. 이 함정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함체의 폭이 좁고 길이가 긴 것이 특징.
김진 회장은 함정역사기념재단과 접촉하여 한국 도입 교섭을 시작했다. 재단 측에서는 “한국에 아이오와함이 전시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스러운 일”이라면서 김진 회장 일행을 샌프란시스코로 초청했고, 재단 관계자들이 한국 방문을 준비 중에 있다.
김진 회장은 “여러 가지 난관이 많겠지만 교섭에 성공하여 아이오와함이 한국으로 오는 것이 결정되면 인천이나 경기도 등 지자체와 협의하여 6·25 당시 한국 해역에서 벌어졌던 해전의 전모를 밝히는 기념공원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6·25 개전과 더불어 바다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6·25 첫날 한국 해군의 유일한 전투함이었던 백두산함은 600여 명의 특수부대원을 싣고 부산으로 침투하던 적선을 발견, 치열한 포격전 끝에 격침시켜 부산항을 사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백두산함이 북한 선박을 격침시키지 못했다면 북한 특수부대가 부산을 점령함으로써 6월 28일부터 시작된 유엔군 병력과 군수물자의 한반도 상륙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백두산함의 활약으로 특수부대원을 실은 적함을 격침시킨 이후 부산항을 통해 막대한 군수물자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7월 1일에는 미군 스미스 부대 440명이 부산항에 도착했으며, 7월 2일에는 미군 34연대, 7월 3일에는 미군 21포병 부대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한국전쟁 중에 우방 16개국으로부터 연병력 100만명과 수많은 군수물자가 부산항을 통해서 한국에 왔다.
한국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1950년 7월 18일 미 제1기갑사단이 포항에 상륙했고, 이들은 일주일 후 낙동강 전선에 투입돼 성공적으로 적을 물리쳤다. 말콤 카글과 프랭크 맨슨 공저의 <한국전쟁 해전사>에 의하면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것은 제1기갑사단의 포항 상륙, 미 77기동함대의 해군과 해병 항공기의 근접지원, 96기동전단에 의한 함포공격 덕분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운명이 걸린 최후의 보루를 해양세력이 지켜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국을 구한 유엔군 해군세력
6·25 당시 미 극동해군 사령관이었던 터너 조이 제독은 낙동강 전선 사수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해군이 없었다면 부산지역을 지킬 수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멋없는 역할이었지만 병력과 전쟁물자를 싣고 한국으로 갔던 배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다음으로는 미8군을 지원했던 함포지원과 항모 항공기에 의한 근접전투지원, 그리고 미 제1기갑사단의 적시 포항 상륙이었다. 이런 작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우리 항모들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맥아더 장군도 6·25 당시 해전에 대해 이런 발언을 했다.
“한국과 같은 반도국가에서 전쟁을 할 때 해군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오직 해군만이 바다로 오는 적을 막을 수 있고 상륙작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부산까지 밀렸더라도 해군이 우리의 보급로를 열어주고 해군의 화력 아래서 상륙거점을 끝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 전사(戰史)에는 1950년 6월 25일부터 1952년 5월까지 한미(韓美) 해군과 해병대가 사용한 탄약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소비한 것보다 많다는 기록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서해 대청도 서남방 26마일 해저에는 6·25전쟁 당시 미 해군 구축함 렌쇼함(DD-499)에 의해 격침된 미확인 수중물체가 존재하고 있다. <월간조선(月刊朝鮮)> 2008년 5월호 보도에 의하면 국방과학연구소의 조사 결과 문제의 수중물체는 소련의 MV급 잠수함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군 구축함 렌쇼는 1951년 7월 28일 오후 7시13분부터 10시55분까지 세 시간여에 걸쳐 괴잠수함에 폭뢰공격을 가했고, 괴잠수함은 수심 80m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잠수함이 격침된 해역에서는 폭 500m, 길이 7~8km의 거대한 기름띠가 발견됐다고 한다. 당시 이 배의 승조원이었던 메켈플레시 씨(氏)를 통해 이 사실을 입수한 우리 해군은 극비리에 인양계획을 추진했으나 기술부족과 국제법 때문에 인양을 포기했다. 국제법에 의하면 이 배를 인양할 경우 소련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 수중물체는 한국전쟁에 소련군이 참전했다는 결정적인 물증이 될 수 있으므로 6·25 60주년을 맞아 적극 인양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942년 건조된 미 해군 구축함 렌쇼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에서 활약하다가 1945년 필리핀 민다나오 인근 해상에서 일본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아 19명의 승무원이 사망했고, 선체는 크게 파손됐다. 1950년 6월 렌쇼함은 성능개선작업을 거친 후 1951년 5월부터 11월까지, 1952년 11월부터 1953년 6월까지 한국전에 참전했다.
철수작전도 해군이 주인공
유엔군의 해군은 전황을 극적으로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켰고, 중공군 개입으로 인한 후퇴 또는 철수작전 때도 주된 역할을 했다.
미군 전사(戰史)에 의하면 유엔군 함정들은 1950년 12월 7일부터 1951년 1월 5일까지 인천에서 군인 6만8913명, 차량 1404대, 장비 6만2144t을 후방으로 철수시켰고, 원산에서는 군인 3834명, 민간인 7009명, 차량 1146대, 화물 1만13t을 철수시켰다.
철수작전의 백미는 흥남철수였다. 미군 측 기록에 의하면 유엔군 함정들은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에 성공한 미 해병 1사단, 한국군 연대, 7사단, 3사단 병력 등 10만5000명의 군인과 피란민 9만1000명 등 총 20만명, 그리고 차량 1만7500대, 화물 35만t 등 막대한 장비를 온전히 철수시켰다. 당시 LST 한 척에 8400명의 피란민을 탑승시킨 기록도 남아 있다. 이는 2차대전 당시 영불(英佛) 연합군이 덩케르크에서 철수한 것보다 더 대규모의 철수작전으로 기록되어 있다.
철수작전이 진행되던 1950년 12월 7일부터 24일까지 유엔군 함정들은 흥남에서 분전 중인 유엔군을 지원하기 위해 16인치 포탄 162발, 8인치 포탄 2932발, 5인치 포탄 1만8637발, 3인치 71발, 40mm 185발, 로켓 1462발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는 인천상륙 당시보다 1만3600발이나 더 많은 양이다.
또 1953년 전쟁의 마지막 두 달 동안 동해 쪽에서 작전 중이던 유엔군 함정들은 5인치 1만3000발, 8인치 2800발, 6인치 700발, 16인치 1700발을 적에게 퍼부었다. <한국전쟁 해전사>에 의하면 군사분계선이 동해안에서 다른 전선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 그어진 이유는 유엔군 해군의 함포 지원 덕분이었다고 한다.
아이오와함 도입 통해 6·25 海戰史 재조명해야
우리나라 해군이 6·25 당시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양영조(梁寧祚)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6·25 때 우리 해·공군세력은 미미했기 때문에 6·25 해전사는 곧 유엔군 해전사나 다름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유물들은 소중히 보존하면서도 6·25 때의 기념물이나 무기 등은 거의 폐기처분하고 없애버렸어요. 우리 국군이 인민군으로부터 노획한 소련제 T-34전차도 거의 다 폐기처분해버렸고, 6·25의 역사를 바꾼 백두산함의 경우 폐선한 후 마스트와 함포만 떼어다 해군사관학교 교정에 전시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관리가 안돼 거의 망가지다시피 한 것을 수리 보수해 놓았습니다. 이 배를 잘 보존했다가 6·25 해전기념관으로 사용했다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었을 겁니다. 전함 아이오와를 한국에 들여와 6·25 해상전 기념관으로 꾸미는 것은 후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춘근(李春根) 박사(한국해양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는 “만약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아이오와 전함을 한국에 제공하여 6·25 해전사 기념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이는 한미 동맹의 상징적 기념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 회장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아이오와 전함이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사회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상해 임시정부 주석을 지냈던 김구(金九) 선생의 장손 김진(金振) 회장이다. 그는 자라나는 세대의 30%가 6·25가 뭔지도 모르고, 30%는 6·25를 북침으로 믿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6·25전쟁 바로 알리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지난 2005년 말 트리니티 E&S(Edutainment & Service)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6·25 관련 다큐 드라마 제작을 위해 해전사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6·25 당시 육상 전투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지만 해상 전투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전 당시 우리나라의 해군력은 초계함과 경비정 정도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전은 미국을 비롯 영국,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콜롬비아, 뉴질랜드, 프랑스, 태국 등 9개국에서 참전한 유엔군 함정이 주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미(美) 해군 측의 협조하에 6·25에 참전했던 미 해군 전투함정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미 해군 전사(戰史)에 의하면 6·25가 발발하던 날 극동 지역의 미 해군은 일본 근해에 배치되어 있던 순양함 1척, 상륙함 5척, 구축함 4척, 그리고 소해정 6척이 전부였다고 한다.
6·25 남침이 이뤄지자 미 해군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미 해군 전사(戰史) 자료에 의하면 서울이 함락된 1950년 6월 28일 서젠 키스레이호(號)와 카디날 오코넬호가 105mm 박격포탄 10만5000발, 81mm 박격포탄 26만5000발, 60mm포탄 8만9000발, 총탄 248만 발을 싣고 부산항에 입항했다. 또 가고시마 항구에 정박해 있던 미 해군 순양함 주네우함이 1950년 6월 28일 새벽 동해로 급파됐다. 다음 날인 6월 29일 주네우함은 강원도 옥계 부근에서 한국전 최초로 적군 병력에 5인치 함포탄 459발을 퍼부어 27명을 살상했다.
美 해군, 6·25 때 261척의 전투함정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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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 선생의 장손 김진 회장. 5년 전부터 미국 측과 접촉하여 6ㆍ25 때 참전했던 군함을 한국에 도입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
“미국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북한 침략자들을 몰아내 한국에서 평화를 다시 찾기 위한 유엔의 지원요청에 따르기 위해 한국 해안 봉쇄를 명령했다.”
구체적인 봉쇄구역은 서해안에서는 북위 39도 35분, 동해안은 북위 41도 51분 아래의 소련과 중공의 영해가 포함되지 않는 구역이었다. 이후 미군은 한국 해역에 아이오와 등 네 척의 전함을 비롯하여 요크타운(CV-10), 와스프(CV-18), 코럴 시(CV-43), 호넷(CVA-12) 등 36척의 항공모함, 순양함 13척, 구축함 120척, LST 등 261척을 파견해 한반도 해역의 해양통제권을 완전 장악하고 500마일에 이르는 북한 해안을 완전히 제압했다.
영국 해군도 순양함 밸파스트·자마이카, 구축함 코샥·콘소트, 프리깃함 블랙 스완·아라크리티·하트함을 한반도 해역에 급파했다. 호주 해군도 프리깃함 솔 헤븐호를 투입했다.
미 해군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 함정들은 동서남해의 제해권(制海權) 장악, 육상전투 지원, 병참지원 임무 등을 통해 북한과 중공군의 바다를 통한 세력 전개를 차단했다.
김 회장은 6·25 해전사를 기념하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함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맥아더 장군이 탑승하여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지휘함(기함) 마운틴 매킨리호(USS Mt Mckinley, AGC-7)의 행방을 추적했다. 그러나 마운틴 매킨리호는 이미 20년 전에 해체되어 고철로 매각됐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마운틴 매킨리호뿐만 아니라 6·25에 참전했던 미 해군의 전투함정들은 극히 일부가 박물관이나 기념관으로 개조되어 형체를 보존하고 있을 뿐 대부분이 해체되어 형체조차 찾을 길이 없었다.
이러던 차에 김 회장은 텍사스주(州)의 오렌지라는 항구도시에 6·25에 참전했던 기어링급(해군 함정의 경우 한 함정의 형태를 설계하여 동형의 군함을 여러 척 만든다. 이 경우 첫 번째 함정의 이름을 따서 ○○급이라고 명칭을 붙인다-편집자 주) 구축함 올렉함(DD-886)이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 회장은 텍사스로 날아가 올렉함의 관리를 맡고 있는 사우스이스트 텍사스 전쟁기념 및 헤리티지 재단(South east Texas war memorial and heritage foundation)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올렉함의 ‘기차 파괴작전’
오렌지시(市)는 강가에 위치해 있다. 올렉함은 2차대전 막바지에 이 도시에 위치한 텍사스 연합철강회사에서 건조되어 1945년 5월 12일 진수됐다. 올렉함은 미 해군 소속으로 태평양전쟁, 한국전, 베트남전, 걸프전에 참전했다. 올렉함의 6·25 참전 기록에 의하면 이 전투함은 1951년 5월에 한국 해역에 파견돼 항모 호위부대 역할을 했고 1951년 5월 11일에는 동부해안 전선에서 적에게 포격을 가해 140여 명의 적을 사상시키고 전멸 직전의 한국군을 구출하는 전과를 기록했다. 1951년 9월 20일에는 원산에서 5인치포로 포격을 가해 탄약을 운반하던 적 차량을 폭파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말콤 카글과 프랭크 맨슨 공저(共著)의 <한국전쟁 해전사>에 의하면 1952년 7월 동해 북부지역(원산-나진 해역) 봉쇄작전에 참가한 유엔군 해군은 ‘기차 파괴자’라는 작전을 실시한 바 있다. 이는 해안봉쇄를 하던 함정들이 함포사격으로 해안을 달리는 적의 보급 기차를 파괴하는 작전이었다. 해당 함정이 적의 보급용 기차를 파괴할 경우 ‘기차 파괴클럽 증서’를 수여하기도 했는데, 이 기차 파괴클럽의 첫 회원이 올렉함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한국전쟁 해전사>에 실린 올렉함 함장 이야테스 중령의 기록이다.
<1952년 7월 5일 내가 지휘하는 올렉 구축함은 양도에서 청진까지의 북쪽해역에 대한 초계를 맡았다. 우리는 포 6문을 이용하여 청진의 몇 개 군사표적에 대하여 일제사격을 한 후 청진에서 남쪽으로 13마일 떨어진 산 중턱에 있다는 적 포대를 공격하기 위해 그리로 갔다. (중략)
7월 15일 새벽 1시에 당직사관이었던 크레팍 대위는 북쪽에서 다가오는 기차 소리를 들었다. 그는 조명탄을 발사하고 동시에 북쪽 터널을 향해 5인치포를 발사했다. 우리는 마지막 기차 차량을 명중시켰다. 차량이 넘어져 선로를 막았다. 우리는 밤을 이용하여 정지해 있는 기차 차량을 천천히 파괴했다. 야전 무기를 가득 실은 5개의 무개차와 탱크를 실은 한 개의 차량, 폭약을 실은 9개의 화차들을 포격할 때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성공적인 결과로 우리는 8군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과 클라크 제독으로부터 축하 전보를 받았다. 우리의 성공은 다른 구축함들의 유사한 성공들로 이어져 ‘기차 파괴자 클럽’이 창설되었다.>
올렉함의 기차 파괴 공격 이후 18척의 유엔군 함정이 모두 28대의 기차를 파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던 올렉호는 미 해군 7함대 소속으로 항모 호위, 통킹만 봉쇄 등 숱한 작전에 참가해 ‘회색 유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1965년 6월 7일에는 제미니4호의 우주선 캡슐 회수작전에도 참여했다.
올렉함, 현역 은퇴 후 터키 해군에 매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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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에 참전했던 구축함 올렉함이 텍사스주의 오렌지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 |
“올렉함은 5인치 함포와 40mm포, 수십 발의 어뢰와 함포탄, 레이더와 통신장비 등이 탑재되어 있는 등 과거 5대양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작전을 하던 화려했던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함내의 일부 공간을 기념관으로 꾸며 배의 역사와 승조원들의 사진, 그들이 입던 제복과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올렉함 기념재단 관계자들은 이 함정의 현존가치를 4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나 올렉함은 2005년 9월 허리케인 리타가 텍사스 해안을 강타했을 때 큰 손상을 입었다. 또 오랜 세월 동안 유지 보수를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던 탓인지 곳곳에 녹이 슬고, 함내는 정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올렉함 기념재단 관계자들과 접촉하여 “올렉함의 역사적 가치를 위해서는 6·25가 벌어진 한국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설득했다. 오랜 기간 설득 끝에 재단 관계자들은 “6·25를 기념하기 위한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할 경우 김 회장이 운영하는 트리니티 E&S에 기증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의 합의각서(MOA)에 서명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올렉함이 엔진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한국에 가져오려면 파나마운하와 태평양을 거치는 수만 마일을 예인해야 한다. 올렉함 기념재단 측에서는 예인비로 200만 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함정을 기념관으로 개조하려면 외관을 단장하고 함 내부의 일부를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기어링급 구축함이 이미 한국 해군에 도입되어 현역으로 활동하다 퇴역하여 전북함(DD-916)은 강릉에, 전주함(DD-925)은 삽교에서 해상 박물관으로 전시 중이라서 차별화가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기어링급 구축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된 구축함으로 모두 101척이 건조됐다. 이 함정들은 2차대전 후 미 해군 현역 전투함에서 은퇴한 후 여러 동맹국에 공여됐다. 우리나라 해군도 1972년에 셔벌리어호(Chevalier:DD-805)를 도입하여 충북함(DD-915)으로 명명한 이래 모두 7척을 도입하여 2001년 2월까지 운용했다. 기어링급 구축함은 대만에도 12척이 제공되어 대만에서는 차오양급 구축함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때문에 아무리 6·25 참전 전투함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 김 회장은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구축함보다 상징적 효과가 훨씬 큰 전함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전에 참전한 戰艦 아이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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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파괴자 클럽 증서. 6ㆍ25 당시 동해안 봉쇄를 하던 유엔군 함정들이 해안가를 달리는 적의 보급기차를 포격으로 파괴하면 이런 기차파괴자 클럽 증서를 수여했다. |
1942년 8월 27일 진수된 전함 아이오와는 2차대전 당시 카이로 회담과 테헤란 회담이 열렸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탑승하고 회담장소로 항해한 경력 때문에 ‘대통령함’으로 불렸다. 이 전함은 일본과 벌인 태평양전쟁의 각종 전투에 참전했고, 일본이 항복한 직후인 1945년 8월 27일 자매함인 전함 미주리와 함께 일본 사가비만(灣)에 입항하여 요코스카 해군기지의 항복과 해체를 관리했다.
아이오와함은 1952년 4월부터 한국전에 참전했다. 아이오와함의 전사(戰史)에는 1952년 4월 8일, 북한군 보급라인 파괴를 위해 함포사격을 실시했으며, 4월 13일 한국군 1군단을 지원하기 위한 함포사격을 하여 100여 명의 적을 살상하고 포 6문 등을 파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4월 14일에는 원산 봉쇄작전 당시 원산에 함포사격을 했으며, 4월 25일에는 청진 공업지역과 철도시설을 포격했다. 9월 23일에는 유엔군 사령관인 클라크 장군이 아이오와함에 승선하여 함포사격으로 북한군의 탄약창고를 파괴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등 다양한 작전에 참여했다.
이후 아이오와함은 현역에서 은퇴하여 미 해군 예비함대(United States Navy reserve fleets)에 소속됐다. 그러나 대서양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소련 해군에 맞서기 위해 1984년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1987년 이란-이라크 전 당시에는 걸프만에 파견되어 쿠웨이트 선박의 엄호를 맡았다.
1989년 4월 19일 아이오와함의 주포탑에서 강력한 폭발사고가 발생, 47명의 승조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가 자살폭탄공격이 아닌가 하는 여론이 일면서 여러 차례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이 와중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해양에서의 위협이 현저히 줄자 미국 정부는 1990년 10월 26일 아이오와함을 예비역으로 퇴역시켰다.
2006년 5월 미 해군 참모총장은 아이오와함의 ‘해군함대명부 완전예편’에 대한 승인을 해 공식적으로 함이 박물관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아이오와함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수이선만에 정박하고 있다.
떠다니는 거대한 海上 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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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함 아이오와의 16인치 주포 발사장면. |
아이오와함은 함정 현대화 프로그램에 의해 개조공사를 하여 첨단무기를 탑재하게 됐으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8기, 하푼 대함미사일 4기, 그리고 4기의 근접방어체계(CIWS)를 탑재하고 있다. 이 함정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함체의 폭이 좁고 길이가 긴 것이 특징.
김진 회장은 함정역사기념재단과 접촉하여 한국 도입 교섭을 시작했다. 재단 측에서는 “한국에 아이오와함이 전시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스러운 일”이라면서 김진 회장 일행을 샌프란시스코로 초청했고, 재단 관계자들이 한국 방문을 준비 중에 있다.
김진 회장은 “여러 가지 난관이 많겠지만 교섭에 성공하여 아이오와함이 한국으로 오는 것이 결정되면 인천이나 경기도 등 지자체와 협의하여 6·25 당시 한국 해역에서 벌어졌던 해전의 전모를 밝히는 기념공원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6·25 개전과 더불어 바다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6·25 첫날 한국 해군의 유일한 전투함이었던 백두산함은 600여 명의 특수부대원을 싣고 부산으로 침투하던 적선을 발견, 치열한 포격전 끝에 격침시켜 부산항을 사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백두산함이 북한 선박을 격침시키지 못했다면 북한 특수부대가 부산을 점령함으로써 6월 28일부터 시작된 유엔군 병력과 군수물자의 한반도 상륙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백두산함의 활약으로 특수부대원을 실은 적함을 격침시킨 이후 부산항을 통해 막대한 군수물자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7월 1일에는 미군 스미스 부대 440명이 부산항에 도착했으며, 7월 2일에는 미군 34연대, 7월 3일에는 미군 21포병 부대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한국전쟁 중에 우방 16개국으로부터 연병력 100만명과 수많은 군수물자가 부산항을 통해서 한국에 왔다.
한국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1950년 7월 18일 미 제1기갑사단이 포항에 상륙했고, 이들은 일주일 후 낙동강 전선에 투입돼 성공적으로 적을 물리쳤다. 말콤 카글과 프랭크 맨슨 공저의 <한국전쟁 해전사>에 의하면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것은 제1기갑사단의 포항 상륙, 미 77기동함대의 해군과 해병 항공기의 근접지원, 96기동전단에 의한 함포공격 덕분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운명이 걸린 최후의 보루를 해양세력이 지켜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국을 구한 유엔군 해군세력
6·25 당시 미 극동해군 사령관이었던 터너 조이 제독은 낙동강 전선 사수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해군이 없었다면 부산지역을 지킬 수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멋없는 역할이었지만 병력과 전쟁물자를 싣고 한국으로 갔던 배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다음으로는 미8군을 지원했던 함포지원과 항모 항공기에 의한 근접전투지원, 그리고 미 제1기갑사단의 적시 포항 상륙이었다. 이런 작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우리 항모들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맥아더 장군도 6·25 당시 해전에 대해 이런 발언을 했다.
“한국과 같은 반도국가에서 전쟁을 할 때 해군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오직 해군만이 바다로 오는 적을 막을 수 있고 상륙작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부산까지 밀렸더라도 해군이 우리의 보급로를 열어주고 해군의 화력 아래서 상륙거점을 끝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 전사(戰史)에는 1950년 6월 25일부터 1952년 5월까지 한미(韓美) 해군과 해병대가 사용한 탄약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소비한 것보다 많다는 기록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서해 대청도 서남방 26마일 해저에는 6·25전쟁 당시 미 해군 구축함 렌쇼함(DD-499)에 의해 격침된 미확인 수중물체가 존재하고 있다. <월간조선(月刊朝鮮)> 2008년 5월호 보도에 의하면 국방과학연구소의 조사 결과 문제의 수중물체는 소련의 MV급 잠수함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군 구축함 렌쇼는 1951년 7월 28일 오후 7시13분부터 10시55분까지 세 시간여에 걸쳐 괴잠수함에 폭뢰공격을 가했고, 괴잠수함은 수심 80m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잠수함이 격침된 해역에서는 폭 500m, 길이 7~8km의 거대한 기름띠가 발견됐다고 한다. 당시 이 배의 승조원이었던 메켈플레시 씨(氏)를 통해 이 사실을 입수한 우리 해군은 극비리에 인양계획을 추진했으나 기술부족과 국제법 때문에 인양을 포기했다. 국제법에 의하면 이 배를 인양할 경우 소련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 수중물체는 한국전쟁에 소련군이 참전했다는 결정적인 물증이 될 수 있으므로 6·25 60주년을 맞아 적극 인양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942년 건조된 미 해군 구축함 렌쇼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에서 활약하다가 1945년 필리핀 민다나오 인근 해상에서 일본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아 19명의 승무원이 사망했고, 선체는 크게 파손됐다. 1950년 6월 렌쇼함은 성능개선작업을 거친 후 1951년 5월부터 11월까지, 1952년 11월부터 1953년 6월까지 한국전에 참전했다.
철수작전도 해군이 주인공
유엔군의 해군은 전황을 극적으로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켰고, 중공군 개입으로 인한 후퇴 또는 철수작전 때도 주된 역할을 했다.
미군 전사(戰史)에 의하면 유엔군 함정들은 1950년 12월 7일부터 1951년 1월 5일까지 인천에서 군인 6만8913명, 차량 1404대, 장비 6만2144t을 후방으로 철수시켰고, 원산에서는 군인 3834명, 민간인 7009명, 차량 1146대, 화물 1만13t을 철수시켰다.
철수작전의 백미는 흥남철수였다. 미군 측 기록에 의하면 유엔군 함정들은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에 성공한 미 해병 1사단, 한국군 연대, 7사단, 3사단 병력 등 10만5000명의 군인과 피란민 9만1000명 등 총 20만명, 그리고 차량 1만7500대, 화물 35만t 등 막대한 장비를 온전히 철수시켰다. 당시 LST 한 척에 8400명의 피란민을 탑승시킨 기록도 남아 있다. 이는 2차대전 당시 영불(英佛) 연합군이 덩케르크에서 철수한 것보다 더 대규모의 철수작전으로 기록되어 있다.
철수작전이 진행되던 1950년 12월 7일부터 24일까지 유엔군 함정들은 흥남에서 분전 중인 유엔군을 지원하기 위해 16인치 포탄 162발, 8인치 포탄 2932발, 5인치 포탄 1만8637발, 3인치 71발, 40mm 185발, 로켓 1462발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는 인천상륙 당시보다 1만3600발이나 더 많은 양이다.
또 1953년 전쟁의 마지막 두 달 동안 동해 쪽에서 작전 중이던 유엔군 함정들은 5인치 1만3000발, 8인치 2800발, 6인치 700발, 16인치 1700발을 적에게 퍼부었다. <한국전쟁 해전사>에 의하면 군사분계선이 동해안에서 다른 전선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 그어진 이유는 유엔군 해군의 함포 지원 덕분이었다고 한다.
아이오와함 도입 통해 6·25 海戰史 재조명해야
우리나라 해군이 6·25 당시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양영조(梁寧祚)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6·25 때 우리 해·공군세력은 미미했기 때문에 6·25 해전사는 곧 유엔군 해전사나 다름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유물들은 소중히 보존하면서도 6·25 때의 기념물이나 무기 등은 거의 폐기처분하고 없애버렸어요. 우리 국군이 인민군으로부터 노획한 소련제 T-34전차도 거의 다 폐기처분해버렸고, 6·25의 역사를 바꾼 백두산함의 경우 폐선한 후 마스트와 함포만 떼어다 해군사관학교 교정에 전시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관리가 안돼 거의 망가지다시피 한 것을 수리 보수해 놓았습니다. 이 배를 잘 보존했다가 6·25 해전기념관으로 사용했다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었을 겁니다. 전함 아이오와를 한국에 들여와 6·25 해상전 기념관으로 꾸미는 것은 후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춘근(李春根) 박사(한국해양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는 “만약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아이오와 전함을 한국에 제공하여 6·25 해전사 기념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이는 한미 동맹의 상징적 기념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 회장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아이오와 전함이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사회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국 해군의 미 해군 구축함 도입 운영 略史
미 해군 구축함 중 최초로 도입된 함정은 1963년 5월에 도입한 플레처급 구축함 어벤함으로 한국 해군에서는 충무함(DD-911)으로 명명됐다. 플레처급 구축함은 5인치 단장포 5문, 40mm포 10문 등을 탑재하고 있었다. 충무함은 동서남해에서 간첩선 6척을 격침시켜 ‘간첩선 킬러’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서울함(DD-912), 부산함(DD-913)이 더 도입됐다. 이 함정들은 1989년, 91년에 모두 퇴역했다. 알렌 M 섬너급은 대구함(DD-917)과 인천함(DD-918) 등 두 척이 도입됐는데, 플레처급과 달리 5인치 2연장 함포 3문(총 6문)이 탑재되어 있었다. 7척이 도입된 기어링급은 1972년 7월 5일 처음 도입된 이래 1981년에 마지막 함정이 인도됐다. 기어링급은 알렌 M 섬너급 구축함과 거의 비슷해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