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 탈북자의 충격증언: “북한은 러시아 경수로 플루토늄을 밀수입”
⊙ 金大中이 對北 송금한 4억5000만 달러 중 3억 달러 이상이 핵무기 개발, 군사력 증강에 쓰여
⊙ 대북송금 특검 수사기록에 의하면 金大中은 林東源 국정원장에게 “실정법에 어긋나더라도
대북 송금을 하라”고 지시
⊙ 盧武鉉, 2005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韓美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비자금을 관리하는 BDA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 해제 요청
⊙ 金大中이 對北 송금한 4억5000만 달러 중 3억 달러 이상이 핵무기 개발, 군사력 증강에 쓰여
⊙ 대북송금 특검 수사기록에 의하면 金大中은 林東源 국정원장에게 “실정법에 어긋나더라도
대북 송금을 하라”고 지시
⊙ 盧武鉉, 2005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韓美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비자금을 관리하는 BDA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 해제 요청
북한의 지난 5월 말 두 번째 核(핵)실험은 2006년 10월의 제1차 핵실험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다. 제1차 핵실험에서 나온 폭발력은 미국 핵 전문가들에 의해 400t(TNT 환산)으로 추정됐다.
핵폭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은 TNT 기준으로 1만t 정도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핵폭탄 설계의 문제로 일어난 未熟(미숙) 폭발(불완전 폭발)이라고 단정, 북한이 아직은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등 관련당사국들은 추가 핵실험을 막으면 핵기술의 발전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보고 그 방향으로 치중했다.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정권을 빼주면서까지 양보를 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중국도 주변국들에 대하여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기술은 實戰(실전)배치할 정도가 못 된다. 너무 과잉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해 왔다.
이번의 두 번째 핵실험에서 나타난 폭발력에 대해서는 미국 등 주변국 전문가들이 분석 중이다. 지하핵실험으로 인한 震度(진도)가 첫 번 실험 때보다 매우 강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폭발력은 TNT 환산 4000t에서 2만t까지로 폭넓게 추정된다. 어쨌든 북한정권이 지난 3년간 핵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이제는 원자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1945년 7월 말 미국은 뉴멕시코 사막에서 地上(지상)핵실험을 성공시켰다. 당시 폭발력이 1만5000t 정도였다. 미군이 핵폭탄을 조립하여 함정에 싣고 사이판 옆에 있는 티니안 기지로 옮겨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하는 데는 보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북한군은 이미 핵폭탄을 만들어 실전배치해 놓았다고 봐야 한다.
아직 핵폭탄을 1t 이하로 소형화하지 못하여 미사일엔 실을 수 없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구경꾼의 관전평과 같은 한가한 낙관론이다.
무거운 핵폭탄은 폭격기로 운반할 수 있고, 배에 싣고 부산항이나 고리 원자력발전소 근방에 와서 폭파시킬 수도 있다. 2005년부터 盧武鉉(노무현) 정권은 제주~남해안 사이의 해협을 북한 선박에 열어 주어 멋대로 지나다니게 하고 있다. 우리 海警(해경)이 “무슨 물자를 싣고 가느냐”고 물어도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
상선으로 위장한 군함에 핵폭탄을 싣고 부산항이나 고리 원자력 기지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막을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국가 지도부가 남북한 좌익의 눈치를 보면서 自衛(자위)조치를 취할 의지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은 지구상에서 가장 非(비)이성적인 집단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은 핵무기를 가져도 되지만 북한이 가져선 안되는 이유가 있다. 형사는 권총을 가져야 하지만 살인강도나 정신이상자가 가져선 안되는 이유와 같다.
오늘 밤이라도 金正日(김정일)이 발작하여 남한에 대한 핵공격을 명령할 때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북한 안에 있는가? 한국인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을 머리 위에 이고 살고 있는 셈이다.
主敵(주적)이 핵무장을 하고 우리는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현재의 남북한 대결상황은 비대칭형 戰略(전략)상황이다. 임진왜란 때처럼 倭軍(왜군)은 조총을, 조선군은 활을 가진 상황이다. 국방장관이 말했듯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 비대칭형이 해소되고 대칭적 전략이 먹혀 든다.
제대로 된 主權(주권)국가라면 이런 상황에선 두 가지 선택을 한다. 이스라엘처럼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하든지, 국가생존 차원에서 自衛的(자위적)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주적이 핵무장을 했는데도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 체제의 운명을 걸고 전쟁을 결심해 본 적이 없는 국가 지도부이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경제와 외교의 절대적 劣勢(열세)를 딛고 한국을 상대로 유리한 게임을 이끌어가는 이유는 그곳의 지도부가 체제의 운명을 걸고, 목숨을 걸고 덤벼들기 때문이다.
자위적 핵무장론 등장
북한의 핵에 대해 한국도 핵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지금 국가지도부는 한국의 핵이 아닌 미국의 핵에 기대는 방법을 선택했다. 즉 핵우산 개념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미국은 북한을 핵공격한다는 공식이다.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문제는 남북한의 복잡한 상황에서는, 그런 정면공격이 아닌 변칙적인 핵위협에 대해 미국의 핵우산은 별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해상에서 북한이 먼저 도발한 다음 한국군이 보복하려고 할 때 “그렇게 하면 우리는 핵무기로 대응하겠다”고 협박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군이 全面(전면) 기습으로 서울을 포위한 후 ‘現(현)위치 휴전’을 제의하면서 “불응하면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를 틈타 남한의 左翼(좌익)들이 위선적 평화론을 앞세워 “휴전하자”고 들고 일어날 때 과연 국가지도부가 決死(결사)항전의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이런 경우에도 미국의 핵우산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것인가?
유엔 대사 출신인 朴槿(박근)씨 같은 분들은 “우리도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합법적으로 탈퇴하여 자위적 핵무장을 하겠다고 선언해야 중국이 북한의 목을 비틀어 핵을 포기시킬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왔다. 제2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이나 安保(안보)단체에서 자위적 핵무장론이 나오고 있는 점이 달라진 모습이다.
북한의 핵능력과 관련하여 중요변수가 하나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플루토늄의 量(양)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공개된 시설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약 40kg, 즉 핵폭탄을 열 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가졌다고 본다.
문제는 소련이 무너지면서 핵물질 관리가 엉망이 되었을 때 북한이 플루토늄이나 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밀수입했느냐가 焦眉(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필자는 수년 전 한국으로 온 북한 과학자를 만났다. 이분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의 先任(선임) 과학자로서 핵 및 미사일 개발에 간접적으로 관계한 사람이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마다 이분(일단 A씨라고 한다)의 의견을 구했는데, 그때마다 그는 상당히 정확한 전망과 분석을 내렸다.
러시아 플루토늄 밀수
A씨는 최근 필자에게 북한의 러시아 핵물질 밀수에 대해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그 요지는 이렇다.
<1997년 무렵 군수공업부 산하 고위 과학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영변에서 핵개발에 종사하고 있던 과학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내가 들었다.
“러시아의 경수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들여왔다. 수많은 캡슐에 넣어 운반하느라 애를 먹었다. 純度(순도)가 낮아 이를 핵무기 제조에 직접 사용할 순 없으나, 무엇인가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양인지는 듣지 못했다. 나는 1차 핵실험에서 폭발력이 매우 낮은 원인이 순도가 낮은 이 러시아 밀수 플루토늄을 썼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 핵폭탄을 만들려면 핵실험을 여러 번 해야 하는데, 무기급 플루토늄은 아끼고 순도가 낮은 플루토늄을 먼저 써서 실험을 했으므로 제대로 터지지 않은 것이 아닐까?>
영변의 흑연로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드는 소형 원자로다. 러시아는 발전용 원자로를 무기급 플루토늄 제조용으로 겸용했다고 한다. 輕水爐(경수로)보다는 흑연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게 순도 높은 플루토늄을 만들어 내는 데 유리하다. A씨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은 흑연로 플루토늄은 구하지 못하고 순도가 낮은 경수로 플루토늄을 밀수입했다는 뜻이다.
한국의 권위 있는 핵물리학자에게 물었다. 그는 이런 견해를 밝혔다.
<순도가 낮은 경수로 플루토늄을 가지고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매우 큰 폭탄이 된다는 점이다. 경수로 플루토늄을 여러 번 가공하여 순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북한이 그런 능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소련이 붕괴될 때 핵물질 관리가 느슨해져 북한이나 테러집단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소량을 밀수하려다가 적발된 건수가 200건 이상이다. 농축 우라늄 밀수 시도도 있었다.>
小型化에 시간 걸릴 것
A씨는 러시아의 플루토늄을 밀수한 부서를, 북한노동당 군수공업부 산하 제2경제위원회 소속 대외경제총국이라고 지목했다. A씨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이런 秘話(비화)를 털어놓았다.
<북한의 핵개발은 黨的(당적) 요구에 복무해야 하므로 과학적인 절차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노동당은 핵폭탄을 소형화하라고 독촉하니 그럴 실력이 없어도 과장보고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 1차 핵실험에서 폭발력이 매우 낮게 나오니 북한정권은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선전에 써 먹고 있다. 사실상 실패한 실험인데 이를 선전에서 역이용했다. 일부 미국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 북한이 핵폭탄의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이번 실험은 성공작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1t 이하로 핵탄두를 작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북한은 플루토늄 폭탄 이외에 파키스탄 칸 박사의 도움을 받아 농축우라늄 폭탄을 만드는 길을 새로 뚫었다. 정무원 산하 원자력총국이 이 일을 맡았다. 원심분리 방식으로 농축을 해야 하는데, 아직 원심분리기를 만들지 못했다. 분당 1만7000번 이상 회전하는 고속 모터, 고압 알루미늄관이 필요한데 아직 자체 제작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 독일, 덴마크에서 器材(기재)를 샘플로 도입하여 연구하고, 자체적으로 대량 제작하려고 애를 쓴다. 일본 기술이 없으면 북한의 핵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싱가포르 등지를 통해 일본의 정밀 기자재를 많이 수입했다. 한국군이 쓰는 군 통신기기도 싱가포르를 경유해 수입한 적이 있다. 대형 트럭을 수입해 가서 분해, 핵개발에 쓰이는 부품을 얻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가입, 활동하고 있는 데 대하여 그 결과를 懷疑的(회의적)으로 보았다. “북한은 중국선박을 이용해 물자를 반입하거나 반출하므로 중국이 협조해 주지 않는 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지금 김정일 정권 안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권력을 승계한 1994년 이후 북한은 제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정권 내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 베트남, 쿠바도 개방하여 경제발전에 성공했지 않은가. 그래도 공산당이 계속 집권하고 있지 않은가. 왜 우리는 못한단 말인가’라고 합니다.
이게 김정일에겐 큰 압력이지요. 김정일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가면 수령 지배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개혁 개방으로 우상숭배의 허구성이 폭로되면 정권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내부로부터 압력을 받으니 김정일은 외부에서 긴장을 조성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고, 어쨌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집념이 더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기름을 붓듯이 군부에선 ‘전쟁하자’는 이야기를 해댑니다. ‘전쟁하자’고 부추기는 사람은 속으로는 져도 좋고 이기면 더 좋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면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고, 이기면 남조선이 우리 차지가 된다는 것이죠. 이런 압박이 김정일로 하여금 이상한 형태의 도발을 감행하게 할지 모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한 그 순간에, 군인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NLL을 감시하고 있는 그 순간에, 경찰이 노숙자처럼 거리에서 먹고 자면서 불법시위를 막고 있는 그 순간에, 복면한 수천 명의 무장폭도들이 都心(도심)을 점거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주적과 상대하는 국군의 등에 匕首(비수)를 꽂는 세력이 너무 강성하니 주적의 핵개발을 도운 사람들을 찾아내 斷罪(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역사를 바꾼 간첩
1945년 7월 21일, 항복한 독일의 古都(고도) 포츠담에서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과 함께 회담을 하고 있던 트루먼 미국 대통령 앞으로 기다리던 보고서가 들어왔다. 原爆(원폭)개발 맨해튼 프로젝트 지휘관 글로브 장군이 보낸 電文(전문)이었다.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있었던 핵실험에 대한 보고였다.
트루먼 대통령은 사흘 뒤 이 정보를 스탈린에게 알려주었다. 그는 지나가는 말처럼 “매우 파괴력이 강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스탈린은 “일본에 대해 그 폭탄을 썼으면 좋겠다”라고만 했고, 新(신)무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주문을 하지 않았다. 미국 측은 차분한 스탈린의 반응을 보고는 이 사람이 핵폭탄의 역사적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誤判(오판)이었다. 스탈린은 뉴멕시코의 핵개발 연구소에서 일하는 스파이를 통해 핵개발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날 스탈린은 애써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역사를 바꾼 핵 스파이는 클라우스 푹스라는 영국 과학자였다.
그는 1911년 독일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라이프치히 대학의 신학 교수였다. 그는 킬 대학에 다닐 때 독일공산당에 가입했다. 적의 핵개발을 돕는 것과 같은 어머어마한 간첩질은 이념적 소신을 가진 자가 자진하여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푹스도, 뒤에 설명하는 로젠버그 부부도 그러했다. 한국도 그럴지 모른다.
푹스는 나치가 집권하자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 量子力學(양자역학)을 전공하여 에든버러대학 교수가 됐다. 그는 1942년부터 영국의 원폭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이때 이미 푹스는 소련군 정보총국(GRU)과 접선하고 있었다. 푹스를 소련 스파이 조직에 소개시켜 준 사람도 독일 공산당원이었다.
미국의 핵물질 생산량 통계 소련에 제공
푹스는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했으니 소련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943년 푹스는 미국에 건너가 미국의 원폭개발계획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플루토늄 폭탄의 핵심 기술인 內爆(내폭)장치 개발에 종사하면서 정보를 소련의 첩보기관에 제공했다.
푹스는 미국이 원폭에 이어 수소폭탄 개발에 착수하자 수소폭탄의 이론적 개념을 적어 소련 측에 건네주었다. 戰後(전후) 그가 제공한 정보 중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핵물질 생산량에 대한 통계였다.
당시 미국은 한 달에 100kg의 우라늄과 2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었다. 소련은 이 정도의 생산량을 가지고는 1950년을 前後(전후)한 시점에서 미국이 핵무장한 소련을 상대로 핵전쟁을 일으킬 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소련은 1949년에 핵실험 성공).
이런 판단이 한국전쟁에도 영향을 끼쳤다. 스탈린은 미군이 한국전에서 핵무기를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金日成(김일성)을 지원하는 모험을 했다는 이야기다.
로젠버그 간첩사건
영국 방첩기관은 1950년 푹스를 신문하여 범행을 자백받았다. 푹스는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9년을 복역한 뒤 풀려나 東獨(동독)으로 건너갔다. 여기서 그는 중국의 물리학자들에게 원폭기술을 가르쳐 1964년에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하도록 도왔다. 그는 동독에서 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되고 원자력기술연구소 책임자로 근무하는 등 좋은 대접을 받다가 동독이 붕괴되기 한 해 전 사망했다.
푹스를 신문한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은 그가 해리 골드라는 미국 간첩을 통해 소련 측에 정보를 제공했음을 알아내고 골드를 체포했다. 골드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로스앨러모스 원폭연구소에서 기계 기술자로 일하던 그린글라스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그린글라스는 자신의 형부인 율리우스 로젠버그가 누나를 통해 자신을 포섭했다는 진술을 했다. FBI는 핵간첩망을 체포했다.
율리우스 로젠버그는 유대인으로서 미국청년공산연맹원이었다. 공산당원인 부인을 만난 것은 이 연맹 활동을 할 때였다. 1942년, 로젠버그는 미국 공산당 간부를 통해 소련의 KGB요원 세메노프에게 소개됐다. 로젠버그는 미국 통신부대의 레이더 기술자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세메노프는 로젠버그에게 부탁하여 더 많은 무기관련 기술자들을 간첩으로 포섭하도록 했다. 로젠버그에게 로스앨러모스에 근무하는 처남을 포섭하도록 시킨 것도 세메노프였다.
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일과 미국의 공산당원들이 소련을 위해 핵 스파이 역할을 자진하여 수행했다. 1941~45년까지는 미국과 소련이 연합군이었으므로 소련을 돕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덜했다.
1951년 4월 한국전이 한창일 때 로젠버그 부부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어빙 카우프만 판사는 준엄하게 논고했다. 그 요지는 이러했다.
“나는 피고인들의 범죄가 살인보다 더 악질이라고 간주한다. 당신들은 러시아가 과학자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1년 먼저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침략전쟁을 벌여 5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생겼고, 100만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이 피고인들의 반역으로 피해를 볼지 모른다. 피고인들의 반역은 역사의 흐름을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꿔 놓았다. 우리가 핵무기 공격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는 것이 피고인들의 반역에 대한 증거다.”
로젠버그 부부는 1953년 6월 19일에 전기의자에서 사형 집행됐다. 부인은 즉시 죽지 않아 의사들이 추가로 感電(감전)시켜야 했다.
로젠버그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공산권 붕괴 이후 그를 관리했던 소련 요원의 증언, 소련 암호문 해독자료의 공개에 의해 종지부를 찍었다. 흐루시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도 死後(사후) 공개된 자신의 회고담에서 스탈린으로부터 로젠버그가 소련의 원폭 개발을 앞당겨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적었다.
군사비 轉用 가능성 알고 송금
敵(적)의 핵개발을 돕는 방법은 돈, 정보, 기술이다. 그런 정보 중엔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한국 정부는 국제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된다.
2003년 6월 11일 이른바 對北(대북) 불법송금사건 특검 사무소에 前(전) 국정원 제3차장(對北담당) 김보현씨가 참고인으로 출두했다. 박광빈 특별검사보는 제1차 평양회담의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그에게 “(북한정권에) 돈을 직접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있지 않은가요”라고 물었다. 김씨는 이렇게 진술했다. 수사기록을 인용한다.
“돈을 직접 주는 것은 첫째 국민적 비판여론을 감내하기 어렵고, 둘째 혹시 북측이 군사비로 轉用(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1억 달러 정도를 주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서 해빙무드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진술은 앞으로 法的(법적) 쟁점이 될지 모른다. 金大中(김대중) 정권이 현대그룹을 앞세우고 國情院(국정원)을 시켜서 해외의 김정일 비자금 계좌로 보내준 최소 4억5000만 달러가 군사비로 전용될 가능성을 당시 실무자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범죄구성에서 필수적 조건인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다.
김대중 측이 보낸 4억5000만 달러는 미국 정보기관이 핵과 미사일 관련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으로 보는 대성은행 계좌 등으로 들어갔다. 대북 불법송금 사건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조달한 2억 달러는 2000년 6월 9일 북한 김정일의 서기실(39호실)이 관리하는 대성은행의 계좌(중국은행 마카오 지점에 개설되어 있었음)로 송금되고,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이 조성한 2억5000만 달러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김정일의 비밀계좌로 송금됐다.
현대상선이 조성한 2억 달러 가운데 국정원 직원 김○○의 명의로 중국은행 마카오 지점, 계좌주 ‘DAESUNG BANK’로 송금한 4500만 달러가 실제 계좌주인 ‘DAESUNG BANK-2’와 일치하지 않아 송금 처리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수사기록에 의하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林東源(임동원) 국정원장으로부터 대북송금의 실정법상 문제점을 보고받고, “정부가 떳떳하게 해야 하는데… 실정법에 어긋나더라도” 대북송금을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송금이 법에 어긋나고 적을 도울 수 있다는 인식하에서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의 성채기, 박주현, 백재옥, 권오봉 연구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8월에 발표한 논문 ‘북한 경제위기 10년과 군비증강 능력’도 금강산 관광 代價(대가)로 지급되는 달러가 군사비나 對南(대남)공작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런 주장이 정부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증거력이 커진다.
연구자들은 이 논문에서 금강산 관광 대가로 현대 측이 제공하는 달러는 김정일이 직접 관리하는 ‘궁정경제’의 관할로 들어가 군사비나 대남공작비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꼭 필요로 하는 국가전략적 사업이 발생하는 유사시기에는 이 자금이 군사적 목적으로 투입될 중요한 자금원임에는 틀림없다고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자들은 이어서 김정일이 매년 6000만~7000만 달러의 비자금을 축적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관리되는 규모는 20억~4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말 북한이 두 번째 핵실험을 한 직후 미국 정부는 북한정권의 돈줄을 봉쇄하기 위해 북한의 두 은행-조선무역은행과 대성은행에 대해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유엔결의안을 준비했다가 중국이 “너무 과격하다”면서 반발하여 철회하는 대신 일본 한국 등 우방국들과 연계하여 금융제재를 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정부가 두 은행을 찍은 이유는 핵과 미사일 자금을 관리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보낸 거액의 달러가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으로 들어갔으니, 이런 돈이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1998~2007년 사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거액의 달러를 북한정권에 지급할 때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 드러난 시절이었다.
100억 달러의 금품 北에 퍼줘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핵개발 비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알고도 두 정권이 보내준 달러는 약 30억 달러라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 5월 초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집계한 통계다.
朝鮮日報 보도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국 측이 북한정권에 준 현금만 29억 달러(3조6000억원·환율 1240원 적용), 현금과 현물을 더한 대북지원·經協(경협)의 총 규모는 69억5950만 달러(8조6800억원)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규모는 같은 기간 중국의 대북지원액 19억 달러의 3.7배, 북한의 전체 수출액 77억 달러의 90%에 해당한다.
필자는 공개적으로 좌파정권이 10년간 북한정권에 100억 달러의 金品(금품)을 퍼주었다고 비판해 왔었다. 이번 정부 통계는 이 주장이 정확했음을 뒷받침한다. 밝혀진 70억 달러(금품)는 공식적인 것이고 비공식적으로 북으로 들어간 액수까지 치면 100억 달러說(설)은 사실에 근접한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그동안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개발하는 데 5억~6억 달러,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8억~9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한에서 넘어간 현금이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등을 개발하는 데 쓰였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정일 정권이 남한으로부터 들어온 30억 달러를 식량구입에 썼더라면 북한에선 한 사람도 굶주리지 않을 수 있었다. 大飢饉(대기근) 기간에 북한정권이 매년 3억 달러만 써 옥수수 200만t씩을 수입했더라면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작년 국정원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던 금융인 출신 탈북자 金光進(김광진)씨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받은 석사 논문 ‘북한 외화관리시스템의 변화 연구’에서 중요한 증언을 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노동당 조직지도부(張成澤)에 1억 달러의 현금이 할당됐으며, 이는 김정일의 6월 11일 ‘말씀’에 따라 당 조직지도부 행정부문 소속 은행인 동북아시아은행에서 혁명자금으로 관리됐다. 혁명자금 이용에 대한 보고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김정일에게 이루어졌으며 자금관리는 ‘611계좌’를 통해 내가 단독으로 맡아 했다.>
김대중이 송금한 돈 중 3억 달러 핵무기 개발에 사용
金(김)씨는 필자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부연설명을 했다.
“이 1억 달러는 2000년 6월 11일 중국은행(Bank of China) 마카오 지점에서 동북아은행의 싱가포르 계좌로 송금됐습니다.”
이 증언은 2003년 대북 불법송금 사건 수사로 밝혀진 사실과 부합된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월 9~12일 사이 현대그룹을 통해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으로 보낼 때 현대상선이 조달한 2억 달러는 중국은행 마카오 지점에 개설된 ‘DAESUNG BANK-2’ 명의의 계좌로 송금됐다.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산하 대성총국의 마카오 지점인 조광무역상사 총지배인은 入金(입금)상황을 평양의 중앙당 서기실로 보고했고, 그 전화를 한국의 정보기관에서 감청했다.
김정일은 남한에서 들어온 4억5000만 달러 중 1억 달러를 동북아은행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김광진씨는 “북한 측은 (김대중 측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혁명자금으로 분류하여 黨(당)과 軍(군)에 나눠주었다”고 말했다.
동북아은행을 통해 관리된 1억 달러는 김정일의 妹弟(매제)인 장성택 당시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행정담당 부부장이 집행을 감독했는데, 대동강맥주공장 건설과 평양시내 닭 공장(양계장) 현대화에 쓰였다고 한다. 나머지 자금에 대해 김광진씨는 “우리 은행 총재한테서 ‘큰 거 두 개(2억 달러)는 창광 쪽으로 갔다, 한 개(1억 달러) 정도는 군 쪽에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창광은행은 북한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생산에 쓰이는 돈을 관리한다. 군으로 들어간 돈은 장비 및 시설 관리에 주로 쓰였을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노무현 정권 때 입국했던 김씨는 이런 증언을 국정원 신문관에게도 했다고 한다.
김광진씨는 “나는 611 자금이 김대중 정권이 보낸 것인지는 몰랐다. 한국에 와서 대북송금사건 기록을 읽어보고는 거기에서 나온 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전에 1억 달러가 한꺼번에 들어온 예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4억5000만 달러의 용처를 추정해 본다면 북한동포의 생활 향상에는 1억 달러가 쓰이고 나머지 3억 달러 이상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핵무기 개발이나 군사력 증강에 쓰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노무현은 왜 BDA를 비호했나?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단천은행 등 북한의 세 기업에 대해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세 기업은 유엔 안보리가 미사일 발사 시험 이후 제재대상으로 선정한 회사인데, 우리 정부가 실천에 옮긴 것이다.
핵 및 미사일 개발, 그리고 군사력 증강에 이용되는 이 세 회사와 거래하는 한국의 기업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북한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정권의 돈줄 차단에 한국정부가 참여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뉴욕타임스도 이 기사를 중요하게 취급했다.
이 단천은행은 김광진씨가 말한 창광은행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단천은행은 핵과 미사일 개발, 그중에서도 특히 미사일 수출에 관련된 일을 주로 한다고 한다.
김대중 정권이 현대그룹과 국정원을 시켜서 보낸 4억5000만 달러가, 미국과 유엔이 핵 및 미사일 개발 관련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판단한 대성은행 및 단천은행 등으로 들어갔다는 수사결과와 주장이 확보됐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駐韓(주한) 미국 대사는 최근 미국에서 “2005년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은 사상 最惡(최악)의 한미 정상회담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주한 대사로 在任(재임)할 당시의 비화를 일부 공개했다.
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5년 11월 경주에서 있었던 정상회담에서 한 시간 넘게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과 관련해 ‘논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김정일의 비자금이 관리되고 있는 이 은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간접적인 금융 제재조치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달러를 위조하는 북한을 응징할 권리가 있다. 한국 같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짜증을 냈다고 한다.
분쟁지역에 대한 무기 수출 부문에 종사했던 한 고위 탈북자는 방코델타은행(BDA)을 여러 번 이용한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BDA는 북한정권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은행이었습니다. 북한 돈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주는가 하면 계좌도 열어주고 신용장도 개설해 주었습니다. 무기수출, 마약밀매, 위조달러 유통 등 불법 사업의 창구였지요. 물론 합법적 무역에도 써 먹었습니다만, 북한이 하는 일 중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부터가 불법인지 알 수가 없어요.”
핵개발하는 북한 앞에서 연합사 해체
이 탈북자는 BDA에 계좌를 갖고 있는 북한의 기업과 은행들의 명단을 줄줄 외웠다.
1. 대성총국(김정일 비자금 관리 39호실 산하 은행. 공산품 취급)
2. 대흥총국(39호실 산하 은행. 농산품 취급)
3. 단천무역(군수공업부문. 무기수출 전문)
4. 오륜무역회사(당 체육지도위원회 소속의 무역회사)
5. 조광무역(대성총국 마카오 지점)
6. 대성은행
7. 고려은행
8. 합영은행(주로 재일교포의 송금을 받아 관리하는 은행)
9. 조선무역은행
이 명단에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련된 조선무역은행, 단천무역, 대성총국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비호하려고 했던 BDA는 매우 ‘위험한 은행’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실효적인 대응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 사업도, 북한방문도, 무역도 제한하지 않았다.
김대중 시절 대북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작년에 나온 <피스메이커>라는 회고록에서 도저히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볼 수 없는 언어를 구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을 ‘惡(악)의 축’이요 ‘선제핵공격’의 대상이라며 위협하고, 핵의혹을 조작해 제네바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미국은 국제기구까지 동원해 북측을 압박하고, 쌍무회담을 기피하며 북한이 핵문제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워싱턴의 네오콘들의 방해책동에 맞서 우리 민족은 힘을 합쳐 지뢰를 제거하고 ‘평화회랑’ 건설을 위해 매진했던 일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북한은 흡수통일과 북침의 공포증에 시달리며 생존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2000년)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후 9월 초 우리 정부는 화해의 상징으로, 북한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비전향장기수 63명 전원을 판문점을 통해 무조건 송환했다. 분단피해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성숙한 자세를 과시한 것이다.
당연히 냉전수구세력의 송환반대와 방해가 극심했는데, 이들은 “가치관의 혼란 우려” “북측의 체제선전에 이용당할 우려” 등을 들먹이며 “탈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송환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7년 전 이인모 노인을 비롯한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반대할 때 들고 나온 논리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군포로의 송환을 요구하는 애국자들을 ‘냉전수구세력’이라고 부르는 인물은 한반도에서 김정일 세력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마당에 미국이 핵의혹을 조작했다고 뒤집어 씌우는 사람도 남북한에선 從北(종북)주의자뿐일 것이다. 이런 집권세력이 김정일의 핵개발을 방조했거나 적극 지원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한국판 로젠버그는 누구인가?
북한의 핵무장 성공은 한국의 국가적 실패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가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 청문회, 감사, 조사, 수사는 다시는 이런 실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누가 북핵 개발을 도왔는가’라는 보고서를 국민들에게 내놓을 의무가 있다.⊙
핵폭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은 TNT 기준으로 1만t 정도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핵폭탄 설계의 문제로 일어난 未熟(미숙) 폭발(불완전 폭발)이라고 단정, 북한이 아직은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등 관련당사국들은 추가 핵실험을 막으면 핵기술의 발전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보고 그 방향으로 치중했다.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정권을 빼주면서까지 양보를 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중국도 주변국들에 대하여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기술은 實戰(실전)배치할 정도가 못 된다. 너무 과잉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해 왔다.
이번의 두 번째 핵실험에서 나타난 폭발력에 대해서는 미국 등 주변국 전문가들이 분석 중이다. 지하핵실험으로 인한 震度(진도)가 첫 번 실험 때보다 매우 강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폭발력은 TNT 환산 4000t에서 2만t까지로 폭넓게 추정된다. 어쨌든 북한정권이 지난 3년간 핵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이제는 원자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1945년 7월 말 미국은 뉴멕시코 사막에서 地上(지상)핵실험을 성공시켰다. 당시 폭발력이 1만5000t 정도였다. 미군이 핵폭탄을 조립하여 함정에 싣고 사이판 옆에 있는 티니안 기지로 옮겨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하는 데는 보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북한군은 이미 핵폭탄을 만들어 실전배치해 놓았다고 봐야 한다.
아직 핵폭탄을 1t 이하로 소형화하지 못하여 미사일엔 실을 수 없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구경꾼의 관전평과 같은 한가한 낙관론이다.
무거운 핵폭탄은 폭격기로 운반할 수 있고, 배에 싣고 부산항이나 고리 원자력발전소 근방에 와서 폭파시킬 수도 있다. 2005년부터 盧武鉉(노무현) 정권은 제주~남해안 사이의 해협을 북한 선박에 열어 주어 멋대로 지나다니게 하고 있다. 우리 海警(해경)이 “무슨 물자를 싣고 가느냐”고 물어도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
상선으로 위장한 군함에 핵폭탄을 싣고 부산항이나 고리 원자력 기지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막을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국가 지도부가 남북한 좌익의 눈치를 보면서 自衛(자위)조치를 취할 의지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은 지구상에서 가장 非(비)이성적인 집단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은 핵무기를 가져도 되지만 북한이 가져선 안되는 이유가 있다. 형사는 권총을 가져야 하지만 살인강도나 정신이상자가 가져선 안되는 이유와 같다.
오늘 밤이라도 金正日(김정일)이 발작하여 남한에 대한 핵공격을 명령할 때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북한 안에 있는가? 한국인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을 머리 위에 이고 살고 있는 셈이다.
主敵(주적)이 핵무장을 하고 우리는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현재의 남북한 대결상황은 비대칭형 戰略(전략)상황이다. 임진왜란 때처럼 倭軍(왜군)은 조총을, 조선군은 활을 가진 상황이다. 국방장관이 말했듯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 비대칭형이 해소되고 대칭적 전략이 먹혀 든다.
제대로 된 主權(주권)국가라면 이런 상황에선 두 가지 선택을 한다. 이스라엘처럼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하든지, 국가생존 차원에서 自衛的(자위적)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주적이 핵무장을 했는데도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 체제의 운명을 걸고 전쟁을 결심해 본 적이 없는 국가 지도부이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경제와 외교의 절대적 劣勢(열세)를 딛고 한국을 상대로 유리한 게임을 이끌어가는 이유는 그곳의 지도부가 체제의 운명을 걸고, 목숨을 걸고 덤벼들기 때문이다.
자위적 핵무장론 등장
북한의 핵에 대해 한국도 핵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지금 국가지도부는 한국의 핵이 아닌 미국의 핵에 기대는 방법을 선택했다. 즉 핵우산 개념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미국은 북한을 핵공격한다는 공식이다.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문제는 남북한의 복잡한 상황에서는, 그런 정면공격이 아닌 변칙적인 핵위협에 대해 미국의 핵우산은 별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해상에서 북한이 먼저 도발한 다음 한국군이 보복하려고 할 때 “그렇게 하면 우리는 핵무기로 대응하겠다”고 협박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군이 全面(전면) 기습으로 서울을 포위한 후 ‘現(현)위치 휴전’을 제의하면서 “불응하면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를 틈타 남한의 左翼(좌익)들이 위선적 평화론을 앞세워 “휴전하자”고 들고 일어날 때 과연 국가지도부가 決死(결사)항전의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이런 경우에도 미국의 핵우산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것인가?
유엔 대사 출신인 朴槿(박근)씨 같은 분들은 “우리도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합법적으로 탈퇴하여 자위적 핵무장을 하겠다고 선언해야 중국이 북한의 목을 비틀어 핵을 포기시킬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왔다. 제2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이나 安保(안보)단체에서 자위적 핵무장론이 나오고 있는 점이 달라진 모습이다.
북한의 핵능력과 관련하여 중요변수가 하나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플루토늄의 量(양)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공개된 시설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약 40kg, 즉 핵폭탄을 열 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가졌다고 본다.
문제는 소련이 무너지면서 핵물질 관리가 엉망이 되었을 때 북한이 플루토늄이나 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밀수입했느냐가 焦眉(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필자는 수년 전 한국으로 온 북한 과학자를 만났다. 이분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의 先任(선임) 과학자로서 핵 및 미사일 개발에 간접적으로 관계한 사람이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마다 이분(일단 A씨라고 한다)의 의견을 구했는데, 그때마다 그는 상당히 정확한 전망과 분석을 내렸다.
러시아 플루토늄 밀수
A씨는 최근 필자에게 북한의 러시아 핵물질 밀수에 대해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그 요지는 이렇다.
<1997년 무렵 군수공업부 산하 고위 과학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영변에서 핵개발에 종사하고 있던 과학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내가 들었다.
“러시아의 경수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들여왔다. 수많은 캡슐에 넣어 운반하느라 애를 먹었다. 純度(순도)가 낮아 이를 핵무기 제조에 직접 사용할 순 없으나, 무엇인가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양인지는 듣지 못했다. 나는 1차 핵실험에서 폭발력이 매우 낮은 원인이 순도가 낮은 이 러시아 밀수 플루토늄을 썼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 핵폭탄을 만들려면 핵실험을 여러 번 해야 하는데, 무기급 플루토늄은 아끼고 순도가 낮은 플루토늄을 먼저 써서 실험을 했으므로 제대로 터지지 않은 것이 아닐까?>
영변의 흑연로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드는 소형 원자로다. 러시아는 발전용 원자로를 무기급 플루토늄 제조용으로 겸용했다고 한다. 輕水爐(경수로)보다는 흑연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게 순도 높은 플루토늄을 만들어 내는 데 유리하다. A씨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은 흑연로 플루토늄은 구하지 못하고 순도가 낮은 경수로 플루토늄을 밀수입했다는 뜻이다.
한국의 권위 있는 핵물리학자에게 물었다. 그는 이런 견해를 밝혔다.
<순도가 낮은 경수로 플루토늄을 가지고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매우 큰 폭탄이 된다는 점이다. 경수로 플루토늄을 여러 번 가공하여 순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북한이 그런 능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소련이 붕괴될 때 핵물질 관리가 느슨해져 북한이나 테러집단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소량을 밀수하려다가 적발된 건수가 200건 이상이다. 농축 우라늄 밀수 시도도 있었다.>
小型化에 시간 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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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5일 김정일이 대포동2호 발사 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일의 왼쪽은 전병호 당 군수공업담당 비서이며 오른쪽은 로켓 개발 총책임자로 알려진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다. |
<북한의 핵개발은 黨的(당적) 요구에 복무해야 하므로 과학적인 절차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노동당은 핵폭탄을 소형화하라고 독촉하니 그럴 실력이 없어도 과장보고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 1차 핵실험에서 폭발력이 매우 낮게 나오니 북한정권은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선전에 써 먹고 있다. 사실상 실패한 실험인데 이를 선전에서 역이용했다. 일부 미국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 북한이 핵폭탄의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이번 실험은 성공작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1t 이하로 핵탄두를 작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북한은 플루토늄 폭탄 이외에 파키스탄 칸 박사의 도움을 받아 농축우라늄 폭탄을 만드는 길을 새로 뚫었다. 정무원 산하 원자력총국이 이 일을 맡았다. 원심분리 방식으로 농축을 해야 하는데, 아직 원심분리기를 만들지 못했다. 분당 1만7000번 이상 회전하는 고속 모터, 고압 알루미늄관이 필요한데 아직 자체 제작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 독일, 덴마크에서 器材(기재)를 샘플로 도입하여 연구하고, 자체적으로 대량 제작하려고 애를 쓴다. 일본 기술이 없으면 북한의 핵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싱가포르 등지를 통해 일본의 정밀 기자재를 많이 수입했다. 한국군이 쓰는 군 통신기기도 싱가포르를 경유해 수입한 적이 있다. 대형 트럭을 수입해 가서 분해, 핵개발에 쓰이는 부품을 얻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가입, 활동하고 있는 데 대하여 그 결과를 懷疑的(회의적)으로 보았다. “북한은 중국선박을 이용해 물자를 반입하거나 반출하므로 중국이 협조해 주지 않는 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지금 김정일 정권 안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권력을 승계한 1994년 이후 북한은 제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정권 내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 베트남, 쿠바도 개방하여 경제발전에 성공했지 않은가. 그래도 공산당이 계속 집권하고 있지 않은가. 왜 우리는 못한단 말인가’라고 합니다.
이게 김정일에겐 큰 압력이지요. 김정일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가면 수령 지배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개혁 개방으로 우상숭배의 허구성이 폭로되면 정권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내부로부터 압력을 받으니 김정일은 외부에서 긴장을 조성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고, 어쨌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집념이 더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기름을 붓듯이 군부에선 ‘전쟁하자’는 이야기를 해댑니다. ‘전쟁하자’고 부추기는 사람은 속으로는 져도 좋고 이기면 더 좋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면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고, 이기면 남조선이 우리 차지가 된다는 것이죠. 이런 압박이 김정일로 하여금 이상한 형태의 도발을 감행하게 할지 모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한 그 순간에, 군인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NLL을 감시하고 있는 그 순간에, 경찰이 노숙자처럼 거리에서 먹고 자면서 불법시위를 막고 있는 그 순간에, 복면한 수천 명의 무장폭도들이 都心(도심)을 점거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주적과 상대하는 국군의 등에 匕首(비수)를 꽂는 세력이 너무 강성하니 주적의 핵개발을 도운 사람들을 찾아내 斷罪(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역사를 바꾼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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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폭정보를 소련에 넘긴 과학자 클라우스 푹스. |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있었던 핵실험에 대한 보고였다.
트루먼 대통령은 사흘 뒤 이 정보를 스탈린에게 알려주었다. 그는 지나가는 말처럼 “매우 파괴력이 강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스탈린은 “일본에 대해 그 폭탄을 썼으면 좋겠다”라고만 했고, 新(신)무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주문을 하지 않았다. 미국 측은 차분한 스탈린의 반응을 보고는 이 사람이 핵폭탄의 역사적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誤判(오판)이었다. 스탈린은 뉴멕시코의 핵개발 연구소에서 일하는 스파이를 통해 핵개발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날 스탈린은 애써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역사를 바꾼 핵 스파이는 클라우스 푹스라는 영국 과학자였다.
그는 1911년 독일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라이프치히 대학의 신학 교수였다. 그는 킬 대학에 다닐 때 독일공산당에 가입했다. 적의 핵개발을 돕는 것과 같은 어머어마한 간첩질은 이념적 소신을 가진 자가 자진하여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푹스도, 뒤에 설명하는 로젠버그 부부도 그러했다. 한국도 그럴지 모른다.
푹스는 나치가 집권하자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 量子力學(양자역학)을 전공하여 에든버러대학 교수가 됐다. 그는 1942년부터 영국의 원폭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이때 이미 푹스는 소련군 정보총국(GRU)과 접선하고 있었다. 푹스를 소련 스파이 조직에 소개시켜 준 사람도 독일 공산당원이었다.
미국의 핵물질 생산량 통계 소련에 제공
푹스는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했으니 소련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943년 푹스는 미국에 건너가 미국의 원폭개발계획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플루토늄 폭탄의 핵심 기술인 內爆(내폭)장치 개발에 종사하면서 정보를 소련의 첩보기관에 제공했다.
푹스는 미국이 원폭에 이어 수소폭탄 개발에 착수하자 수소폭탄의 이론적 개념을 적어 소련 측에 건네주었다. 戰後(전후) 그가 제공한 정보 중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핵물질 생산량에 대한 통계였다.
당시 미국은 한 달에 100kg의 우라늄과 2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었다. 소련은 이 정도의 생산량을 가지고는 1950년을 前後(전후)한 시점에서 미국이 핵무장한 소련을 상대로 핵전쟁을 일으킬 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소련은 1949년에 핵실험 성공).
이런 판단이 한국전쟁에도 영향을 끼쳤다. 스탈린은 미군이 한국전에서 핵무기를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金日成(김일성)을 지원하는 모험을 했다는 이야기다.
로젠버그 간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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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에 원폭 관련 비밀을 넘긴 간첩 로젠버그 부부. |
푹스를 신문한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은 그가 해리 골드라는 미국 간첩을 통해 소련 측에 정보를 제공했음을 알아내고 골드를 체포했다. 골드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로스앨러모스 원폭연구소에서 기계 기술자로 일하던 그린글라스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그린글라스는 자신의 형부인 율리우스 로젠버그가 누나를 통해 자신을 포섭했다는 진술을 했다. FBI는 핵간첩망을 체포했다.
율리우스 로젠버그는 유대인으로서 미국청년공산연맹원이었다. 공산당원인 부인을 만난 것은 이 연맹 활동을 할 때였다. 1942년, 로젠버그는 미국 공산당 간부를 통해 소련의 KGB요원 세메노프에게 소개됐다. 로젠버그는 미국 통신부대의 레이더 기술자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세메노프는 로젠버그에게 부탁하여 더 많은 무기관련 기술자들을 간첩으로 포섭하도록 했다. 로젠버그에게 로스앨러모스에 근무하는 처남을 포섭하도록 시킨 것도 세메노프였다.
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일과 미국의 공산당원들이 소련을 위해 핵 스파이 역할을 자진하여 수행했다. 1941~45년까지는 미국과 소련이 연합군이었으므로 소련을 돕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덜했다.
1951년 4월 한국전이 한창일 때 로젠버그 부부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어빙 카우프만 판사는 준엄하게 논고했다. 그 요지는 이러했다.
“나는 피고인들의 범죄가 살인보다 더 악질이라고 간주한다. 당신들은 러시아가 과학자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1년 먼저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침략전쟁을 벌여 5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생겼고, 100만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이 피고인들의 반역으로 피해를 볼지 모른다. 피고인들의 반역은 역사의 흐름을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꿔 놓았다. 우리가 핵무기 공격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는 것이 피고인들의 반역에 대한 증거다.”
로젠버그 부부는 1953년 6월 19일에 전기의자에서 사형 집행됐다. 부인은 즉시 죽지 않아 의사들이 추가로 感電(감전)시켜야 했다.
로젠버그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공산권 붕괴 이후 그를 관리했던 소련 요원의 증언, 소련 암호문 해독자료의 공개에 의해 종지부를 찍었다. 흐루시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도 死後(사후) 공개된 자신의 회고담에서 스탈린으로부터 로젠버그가 소련의 원폭 개발을 앞당겨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적었다.
군사비 轉用 가능성 알고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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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2005년 6월 17일 김정일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2003년 6월 11일 이른바 對北(대북) 불법송금사건 특검 사무소에 前(전) 국정원 제3차장(對北담당) 김보현씨가 참고인으로 출두했다. 박광빈 특별검사보는 제1차 평양회담의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그에게 “(북한정권에) 돈을 직접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있지 않은가요”라고 물었다. 김씨는 이렇게 진술했다. 수사기록을 인용한다.
“돈을 직접 주는 것은 첫째 국민적 비판여론을 감내하기 어렵고, 둘째 혹시 북측이 군사비로 轉用(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1억 달러 정도를 주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서 해빙무드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진술은 앞으로 法的(법적) 쟁점이 될지 모른다. 金大中(김대중) 정권이 현대그룹을 앞세우고 國情院(국정원)을 시켜서 해외의 김정일 비자금 계좌로 보내준 최소 4억5000만 달러가 군사비로 전용될 가능성을 당시 실무자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범죄구성에서 필수적 조건인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다.
김대중 측이 보낸 4억5000만 달러는 미국 정보기관이 핵과 미사일 관련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으로 보는 대성은행 계좌 등으로 들어갔다. 대북 불법송금 사건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조달한 2억 달러는 2000년 6월 9일 북한 김정일의 서기실(39호실)이 관리하는 대성은행의 계좌(중국은행 마카오 지점에 개설되어 있었음)로 송금되고,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이 조성한 2억5000만 달러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김정일의 비밀계좌로 송금됐다.
현대상선이 조성한 2억 달러 가운데 국정원 직원 김○○의 명의로 중국은행 마카오 지점, 계좌주 ‘DAESUNG BANK’로 송금한 4500만 달러가 실제 계좌주인 ‘DAESUNG BANK-2’와 일치하지 않아 송금 처리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수사기록에 의하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林東源(임동원) 국정원장으로부터 대북송금의 실정법상 문제점을 보고받고, “정부가 떳떳하게 해야 하는데… 실정법에 어긋나더라도” 대북송금을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송금이 법에 어긋나고 적을 도울 수 있다는 인식하에서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의 성채기, 박주현, 백재옥, 권오봉 연구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8월에 발표한 논문 ‘북한 경제위기 10년과 군비증강 능력’도 금강산 관광 代價(대가)로 지급되는 달러가 군사비나 對南(대남)공작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런 주장이 정부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증거력이 커진다.
연구자들은 이 논문에서 금강산 관광 대가로 현대 측이 제공하는 달러는 김정일이 직접 관리하는 ‘궁정경제’의 관할로 들어가 군사비나 대남공작비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꼭 필요로 하는 국가전략적 사업이 발생하는 유사시기에는 이 자금이 군사적 목적으로 투입될 중요한 자금원임에는 틀림없다고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자들은 이어서 김정일이 매년 6000만~7000만 달러의 비자금을 축적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관리되는 규모는 20억~4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말 북한이 두 번째 핵실험을 한 직후 미국 정부는 북한정권의 돈줄을 봉쇄하기 위해 북한의 두 은행-조선무역은행과 대성은행에 대해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유엔결의안을 준비했다가 중국이 “너무 과격하다”면서 반발하여 철회하는 대신 일본 한국 등 우방국들과 연계하여 금융제재를 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정부가 두 은행을 찍은 이유는 핵과 미사일 자금을 관리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보낸 거액의 달러가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으로 들어갔으니, 이런 돈이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1998~2007년 사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거액의 달러를 북한정권에 지급할 때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 드러난 시절이었다.
100억 달러의 금품 北에 퍼줘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핵개발 비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알고도 두 정권이 보내준 달러는 약 30억 달러라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 5월 초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집계한 통계다.
朝鮮日報 보도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국 측이 북한정권에 준 현금만 29억 달러(3조6000억원·환율 1240원 적용), 현금과 현물을 더한 대북지원·經協(경협)의 총 규모는 69억5950만 달러(8조6800억원)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규모는 같은 기간 중국의 대북지원액 19억 달러의 3.7배, 북한의 전체 수출액 77억 달러의 90%에 해당한다.
필자는 공개적으로 좌파정권이 10년간 북한정권에 100억 달러의 金品(금품)을 퍼주었다고 비판해 왔었다. 이번 정부 통계는 이 주장이 정확했음을 뒷받침한다. 밝혀진 70억 달러(금품)는 공식적인 것이고 비공식적으로 북으로 들어간 액수까지 치면 100억 달러說(설)은 사실에 근접한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그동안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개발하는 데 5억~6억 달러,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8억~9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한에서 넘어간 현금이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등을 개발하는 데 쓰였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정일 정권이 남한으로부터 들어온 30억 달러를 식량구입에 썼더라면 북한에선 한 사람도 굶주리지 않을 수 있었다. 大飢饉(대기근) 기간에 북한정권이 매년 3억 달러만 써 옥수수 200만t씩을 수입했더라면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작년 국정원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던 금융인 출신 탈북자 金光進(김광진)씨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받은 석사 논문 ‘북한 외화관리시스템의 변화 연구’에서 중요한 증언을 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노동당 조직지도부(張成澤)에 1억 달러의 현금이 할당됐으며, 이는 김정일의 6월 11일 ‘말씀’에 따라 당 조직지도부 행정부문 소속 은행인 동북아시아은행에서 혁명자금으로 관리됐다. 혁명자금 이용에 대한 보고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김정일에게 이루어졌으며 자금관리는 ‘611계좌’를 통해 내가 단독으로 맡아 했다.>
김대중이 송금한 돈 중 3억 달러 핵무기 개발에 사용
金(김)씨는 필자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부연설명을 했다.
“이 1억 달러는 2000년 6월 11일 중국은행(Bank of China) 마카오 지점에서 동북아은행의 싱가포르 계좌로 송금됐습니다.”
이 증언은 2003년 대북 불법송금 사건 수사로 밝혀진 사실과 부합된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월 9~12일 사이 현대그룹을 통해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으로 보낼 때 현대상선이 조달한 2억 달러는 중국은행 마카오 지점에 개설된 ‘DAESUNG BANK-2’ 명의의 계좌로 송금됐다.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산하 대성총국의 마카오 지점인 조광무역상사 총지배인은 入金(입금)상황을 평양의 중앙당 서기실로 보고했고, 그 전화를 한국의 정보기관에서 감청했다.
김정일은 남한에서 들어온 4억5000만 달러 중 1억 달러를 동북아은행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김광진씨는 “북한 측은 (김대중 측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혁명자금으로 분류하여 黨(당)과 軍(군)에 나눠주었다”고 말했다.
동북아은행을 통해 관리된 1억 달러는 김정일의 妹弟(매제)인 장성택 당시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행정담당 부부장이 집행을 감독했는데, 대동강맥주공장 건설과 평양시내 닭 공장(양계장) 현대화에 쓰였다고 한다. 나머지 자금에 대해 김광진씨는 “우리 은행 총재한테서 ‘큰 거 두 개(2억 달러)는 창광 쪽으로 갔다, 한 개(1억 달러) 정도는 군 쪽에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창광은행은 북한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생산에 쓰이는 돈을 관리한다. 군으로 들어간 돈은 장비 및 시설 관리에 주로 쓰였을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노무현 정권 때 입국했던 김씨는 이런 증언을 국정원 신문관에게도 했다고 한다.
김광진씨는 “나는 611 자금이 김대중 정권이 보낸 것인지는 몰랐다. 한국에 와서 대북송금사건 기록을 읽어보고는 거기에서 나온 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전에 1억 달러가 한꺼번에 들어온 예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4억5000만 달러의 용처를 추정해 본다면 북한동포의 생활 향상에는 1억 달러가 쓰이고 나머지 3억 달러 이상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핵무기 개발이나 군사력 증강에 쓰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노무현은 왜 BDA를 비호했나?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단천은행 등 북한의 세 기업에 대해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세 기업은 유엔 안보리가 미사일 발사 시험 이후 제재대상으로 선정한 회사인데, 우리 정부가 실천에 옮긴 것이다.
핵 및 미사일 개발, 그리고 군사력 증강에 이용되는 이 세 회사와 거래하는 한국의 기업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북한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정권의 돈줄 차단에 한국정부가 참여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뉴욕타임스도 이 기사를 중요하게 취급했다.
이 단천은행은 김광진씨가 말한 창광은행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단천은행은 핵과 미사일 개발, 그중에서도 특히 미사일 수출에 관련된 일을 주로 한다고 한다.
김대중 정권이 현대그룹과 국정원을 시켜서 보낸 4억5000만 달러가, 미국과 유엔이 핵 및 미사일 개발 관련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판단한 대성은행 및 단천은행 등으로 들어갔다는 수사결과와 주장이 확보됐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駐韓(주한) 미국 대사는 최근 미국에서 “2005년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은 사상 最惡(최악)의 한미 정상회담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주한 대사로 在任(재임)할 당시의 비화를 일부 공개했다.
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5년 11월 경주에서 있었던 정상회담에서 한 시간 넘게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과 관련해 ‘논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김정일의 비자금이 관리되고 있는 이 은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간접적인 금융 제재조치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달러를 위조하는 북한을 응징할 권리가 있다. 한국 같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짜증을 냈다고 한다.
분쟁지역에 대한 무기 수출 부문에 종사했던 한 고위 탈북자는 방코델타은행(BDA)을 여러 번 이용한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BDA는 북한정권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은행이었습니다. 북한 돈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주는가 하면 계좌도 열어주고 신용장도 개설해 주었습니다. 무기수출, 마약밀매, 위조달러 유통 등 불법 사업의 창구였지요. 물론 합법적 무역에도 써 먹었습니다만, 북한이 하는 일 중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부터가 불법인지 알 수가 없어요.”
핵개발하는 북한 앞에서 연합사 해체
이 탈북자는 BDA에 계좌를 갖고 있는 북한의 기업과 은행들의 명단을 줄줄 외웠다.
1. 대성총국(김정일 비자금 관리 39호실 산하 은행. 공산품 취급)
2. 대흥총국(39호실 산하 은행. 농산품 취급)
3. 단천무역(군수공업부문. 무기수출 전문)
4. 오륜무역회사(당 체육지도위원회 소속의 무역회사)
5. 조광무역(대성총국 마카오 지점)
6. 대성은행
7. 고려은행
8. 합영은행(주로 재일교포의 송금을 받아 관리하는 은행)
9. 조선무역은행
이 명단에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련된 조선무역은행, 단천무역, 대성총국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비호하려고 했던 BDA는 매우 ‘위험한 은행’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실효적인 대응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 사업도, 북한방문도, 무역도 제한하지 않았다.
김대중 시절 대북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작년에 나온 <피스메이커>라는 회고록에서 도저히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볼 수 없는 언어를 구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을 ‘惡(악)의 축’이요 ‘선제핵공격’의 대상이라며 위협하고, 핵의혹을 조작해 제네바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미국은 국제기구까지 동원해 북측을 압박하고, 쌍무회담을 기피하며 북한이 핵문제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워싱턴의 네오콘들의 방해책동에 맞서 우리 민족은 힘을 합쳐 지뢰를 제거하고 ‘평화회랑’ 건설을 위해 매진했던 일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북한은 흡수통일과 북침의 공포증에 시달리며 생존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2000년)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후 9월 초 우리 정부는 화해의 상징으로, 북한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비전향장기수 63명 전원을 판문점을 통해 무조건 송환했다. 분단피해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성숙한 자세를 과시한 것이다.
당연히 냉전수구세력의 송환반대와 방해가 극심했는데, 이들은 “가치관의 혼란 우려” “북측의 체제선전에 이용당할 우려” 등을 들먹이며 “탈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송환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7년 전 이인모 노인을 비롯한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반대할 때 들고 나온 논리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군포로의 송환을 요구하는 애국자들을 ‘냉전수구세력’이라고 부르는 인물은 한반도에서 김정일 세력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마당에 미국이 핵의혹을 조작했다고 뒤집어 씌우는 사람도 남북한에선 從北(종북)주의자뿐일 것이다. 이런 집권세력이 김정일의 핵개발을 방조했거나 적극 지원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한국판 로젠버그는 누구인가?
북한의 핵무장 성공은 한국의 국가적 실패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가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 청문회, 감사, 조사, 수사는 다시는 이런 실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누가 북핵 개발을 도왔는가’라는 보고서를 국민들에게 내놓을 의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