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이번에 쏜 로켓은 태평양을 향해 3800㎞까지 날아갔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북한의 군사기술이 장거리 미사일을 처음 쐈던 1998년 때보다 훨씬 발전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戰(전)에서 군사력의 質(질)은 결국 돈과 연결돼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주민을 쥐어짜고, 가짜 달러를 찍어 유포시키고, 남한을 상대로 사기를 쳐 거액의 달러를 벌어들인 끝에 얻은 성과라고 볼 수 있겠지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비용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측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그동안 26억 달러를 쓴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발사에 들어간 돈은 3억 달러(3500억원 상당) 정도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3억 달러면 쌀값이 오르기 전인 작년 여름쯤 쌀 10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이라며 “북한이 매년 겪는 식량 부족분을 해소하고도 남는 돈”이라고 전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南成旭(남성욱) 소장은 “김정일이 1998년(대포동 1호) 당시 2억~3억 달러가 들었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 이번에는 3억~5억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준 돈으로 미사일 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며칠 후 金泳三(김영삼) 前(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강력히 규탄합니다. 이것은 바로 김대중이 이북에 가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과 마찬가지로 6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북한 김정일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무현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돈을 주고 이북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돈이 전부 모여 마침내 지난 주일날 그렇게 엄청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미사일이 발사된 것입니다.”
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매우 놀랐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김정일에게 전달된 돈을 ‘6억 달러’라고 언급한 대목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부 고위급 출신 인사로부터 “2000년 정상회담 때 김정일에게 준 돈이 5억 달러가 아니라 6억 달러였다”는 얘기를 듣고 기초 취재를 하던 터였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6억 달러’ 발언은 2003년 대북송금사건 수사결과 확인된 액수를 착각해 6억 달러로 발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검팀은 당시 “북한에 송금된 돈의 액수는 총 5억 달러이며 이 중 5000만 달러는 현물로 보내졌다”며 “5억 달러 중에는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김대중 정부가 북측에 건네기로 약속한 1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취지를 알아보기 위해 金基洙(김기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6억 달러’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김 실장의 말입니다.
“구체적인 물증은 없습니다. 그러나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5억 달러 외에 추가로 간 돈이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께서 6억 달러라고 언급한 겁니다. 북으로 간 돈은 분명히 더 있습니다.”
月刊朝鮮은 대북송금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月刊朝鮮은 2002년 5월호에서 래리 닉시 미국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비밀송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기사를 접한 嚴虎聲(엄호성)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그해 정기국회에서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습니다. 한나라당의 요구로 이 사건은 2003년 特檢(특검)으로 이어져 ‘대북송금액은 5억 달러’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특검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당시 북으로 넘어간 돈의 규모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대북송금액이 지금까지 알려진 5억 달러가 아니라 ‘플러스 알파’가 합쳐져 ‘8억 달러설’ ‘10억 달러설’ ‘15억 달러설’ 등이 그것입니다.
2003년 대북송금사건에 수사검사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최근 필자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수사해 5억 달러라는 수치를 확인했다. 우리가 수사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특검팀은 1차 수사 기한이 다가오자 “수사 기간을 연장해 달라”며 청와대에 요청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2003년 6월 한나라당이 再(재)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기간을 연장해야 할 사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1억 달러는 金正日 호주머니로 들어가”
대북송금 사실이 공개되도록 단초를 제공한 래리 닉시 보고서(2002년 미국 의회조사국 한미관계보고서)는 2002년 4월 의회에 제출되기 전 한 차례 수정된 적이 있습니다. 보고서 중 송금 관련 대목은 원래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현대가 북한 측에 비밀자금을 추가로 지불해 대북지급액은 총 8억 달러에 육박한다.”
현대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보고서는 이렇게 수정됐습니다.
“주한 미군사령부와 美(미) 중앙정보국(CIA)은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관장하는 代價(대가)로 지불한 4억 달러가 넘는 돈을 북한 정권이 무기구매에 사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는 북한 측에 은밀하게 돈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현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대북송금 특검 수사기록을 보면 북측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과 협상하면서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요구한 사실이 있습니다.
“회담을 하던 중에 돌연 북한 측의 송호경이 5억 달러를 현금으로 요구했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저와 朴智元(박지원) 장관이 거의 동시에 ‘어떻게 그런 큰 돈을 줄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우겼습니다.”(金保鉉·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의 특검 수사 진술내용)
“(북한) 송호경 부위원장이 저희에게 ‘그동안 논의되던 사업권의 대가로 10억 달러를 내놔라’라고 해, 저는 ‘무슨 소리냐. 사업권의 가치를 따져보더라도 2억 달러 정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줄 수는 없다’라고 했습니다.”(故 鄭夢憲·정몽헌 회장의 진술내용)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을 종료한 후 송호경 부위원장이 제게 對北(대북)사업권에 대한 대가 10억 달러 얘기를 다시 꺼내 놓았습니다. 송 부위원장은 저희에게 7억 달러를 요구했고, 저는 ‘지금 우리도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4억 달러에 합의를 했습니다.”(정몽헌 회장의 진술)
필자는 지난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5억 달러는 공식 협상을 통해 준 돈이고 그와 별도로 김정일에게 1억 달러를 줬다. 개인 용돈으로 사용하라고 김정일 호주머니에 넣어 준 것이다. 그 돈은 2003년 자살한 정몽헌 전 현대 회장과 관련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얘기를 듣고 관련자들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정보기관 고위관료 출신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보낸 돈은 5억 달러 외에 ‘알파’가 더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습니다.”
이 인사에게 얼마의 돈이 언제, 어떻게 북한에 건네졌는지를 여러 차례 물었으나 추가답변을 피했습니다. 이 인사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입니다.
“1억 달러 밝히기 어려웠을 것”
필자는 지난해 ‘6억 달러’를 거론했던 인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6억 달러가 확실합니까.
“정상회담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출처를 밝힐 수 없지만 대단히 신뢰할 만한 인사에게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미국 CIA 한국지부장을 수시로 만나는 인물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김정일 차에 탔을 때 재정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압니다.”
―2003년 대북송금사건 때 특검팀은 “송금액은 5억 달러”라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특검팀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이상하다’ 싶었어요. 정상회담이 있던 그해 분명히 6억 달러로 들었는데 5억 달러만 나오니까요. 1억 달러는 밝히기가 어려웠나 봐요.”
―돈의 출처는 역시 현대입니까.
“현대라는 얘기도 있고, 다른 쪽에서 나온 돈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얼마 전 ‘6억 달러’를 주장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분이 말하는 데 대해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그분은 국민의 정부가 ‘북한에 600억 달러를 보냈다’고 할 사람입니다. 그분은 노무현 정권 때 나를 감옥에 보내려고 온갖 수단을 다 썼습니다. 6억 달러는 무슨 얘기인지 그분에게 물어보세요.”
―김대중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도 ‘6억 달러’를 주장합니다.
“그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2003년 대북송금사건 특검팀이 밝힌 액수가 정확한 겁니까.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려고 특검까지 한 게 아닙니까. 5억 달러는 현대가 대북사업 목적으로 보낸 겁니다.”⊙
현대戰(전)에서 군사력의 質(질)은 결국 돈과 연결돼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주민을 쥐어짜고, 가짜 달러를 찍어 유포시키고, 남한을 상대로 사기를 쳐 거액의 달러를 벌어들인 끝에 얻은 성과라고 볼 수 있겠지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비용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측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그동안 26억 달러를 쓴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발사에 들어간 돈은 3억 달러(3500억원 상당) 정도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3억 달러면 쌀값이 오르기 전인 작년 여름쯤 쌀 10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이라며 “북한이 매년 겪는 식량 부족분을 해소하고도 남는 돈”이라고 전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南成旭(남성욱) 소장은 “김정일이 1998년(대포동 1호) 당시 2억~3억 달러가 들었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 이번에는 3억~5억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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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
“김대중 정부가 준 돈으로 미사일 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며칠 후 金泳三(김영삼) 前(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강력히 규탄합니다. 이것은 바로 김대중이 이북에 가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과 마찬가지로 6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북한 김정일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무현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돈을 주고 이북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돈이 전부 모여 마침내 지난 주일날 그렇게 엄청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미사일이 발사된 것입니다.”
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매우 놀랐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김정일에게 전달된 돈을 ‘6억 달러’라고 언급한 대목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부 고위급 출신 인사로부터 “2000년 정상회담 때 김정일에게 준 돈이 5억 달러가 아니라 6억 달러였다”는 얘기를 듣고 기초 취재를 하던 터였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6억 달러’ 발언은 2003년 대북송금사건 수사결과 확인된 액수를 착각해 6억 달러로 발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검팀은 당시 “북한에 송금된 돈의 액수는 총 5억 달러이며 이 중 5000만 달러는 현물로 보내졌다”며 “5억 달러 중에는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김대중 정부가 북측에 건네기로 약속한 1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취지를 알아보기 위해 金基洙(김기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6억 달러’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김 실장의 말입니다.
“구체적인 물증은 없습니다. 그러나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5억 달러 외에 추가로 간 돈이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께서 6억 달러라고 언급한 겁니다. 북으로 간 돈은 분명히 더 있습니다.”
月刊朝鮮은 대북송금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月刊朝鮮은 2002년 5월호에서 래리 닉시 미국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비밀송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기사를 접한 嚴虎聲(엄호성)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그해 정기국회에서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습니다. 한나라당의 요구로 이 사건은 2003년 特檢(특검)으로 이어져 ‘대북송금액은 5억 달러’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특검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당시 북으로 넘어간 돈의 규모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대북송금액이 지금까지 알려진 5억 달러가 아니라 ‘플러스 알파’가 합쳐져 ‘8억 달러설’ ‘10억 달러설’ ‘15억 달러설’ 등이 그것입니다.
2003년 대북송금사건에 수사검사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최근 필자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수사해 5억 달러라는 수치를 확인했다. 우리가 수사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특검팀은 1차 수사 기한이 다가오자 “수사 기간을 연장해 달라”며 청와대에 요청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2003년 6월 한나라당이 再(재)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기간을 연장해야 할 사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1억 달러는 金正日 호주머니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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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6월 현대상선과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북측에 5억 달러를 송금했다. |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현대가 북한 측에 비밀자금을 추가로 지불해 대북지급액은 총 8억 달러에 육박한다.”
현대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보고서는 이렇게 수정됐습니다.
“주한 미군사령부와 美(미) 중앙정보국(CIA)은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관장하는 代價(대가)로 지불한 4억 달러가 넘는 돈을 북한 정권이 무기구매에 사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는 북한 측에 은밀하게 돈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현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대북송금 특검 수사기록을 보면 북측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과 협상하면서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요구한 사실이 있습니다.
“회담을 하던 중에 돌연 북한 측의 송호경이 5억 달러를 현금으로 요구했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저와 朴智元(박지원) 장관이 거의 동시에 ‘어떻게 그런 큰 돈을 줄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우겼습니다.”(金保鉉·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의 특검 수사 진술내용)
“(북한) 송호경 부위원장이 저희에게 ‘그동안 논의되던 사업권의 대가로 10억 달러를 내놔라’라고 해, 저는 ‘무슨 소리냐. 사업권의 가치를 따져보더라도 2억 달러 정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줄 수는 없다’라고 했습니다.”(故 鄭夢憲·정몽헌 회장의 진술내용)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을 종료한 후 송호경 부위원장이 제게 對北(대북)사업권에 대한 대가 10억 달러 얘기를 다시 꺼내 놓았습니다. 송 부위원장은 저희에게 7억 달러를 요구했고, 저는 ‘지금 우리도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4억 달러에 합의를 했습니다.”(정몽헌 회장의 진술)
필자는 지난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5억 달러는 공식 협상을 통해 준 돈이고 그와 별도로 김정일에게 1억 달러를 줬다. 개인 용돈으로 사용하라고 김정일 호주머니에 넣어 준 것이다. 그 돈은 2003년 자살한 정몽헌 전 현대 회장과 관련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얘기를 듣고 관련자들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정보기관 고위관료 출신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보낸 돈은 5억 달러 외에 ‘알파’가 더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습니다.”
이 인사에게 얼마의 돈이 언제, 어떻게 북한에 건네졌는지를 여러 차례 물었으나 추가답변을 피했습니다. 이 인사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입니다.
“1억 달러 밝히기 어려웠을 것”
필자는 지난해 ‘6억 달러’를 거론했던 인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6억 달러가 확실합니까.
“정상회담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출처를 밝힐 수 없지만 대단히 신뢰할 만한 인사에게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미국 CIA 한국지부장을 수시로 만나는 인물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김정일 차에 탔을 때 재정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압니다.”
―2003년 대북송금사건 때 특검팀은 “송금액은 5억 달러”라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특검팀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이상하다’ 싶었어요. 정상회담이 있던 그해 분명히 6억 달러로 들었는데 5억 달러만 나오니까요. 1억 달러는 밝히기가 어려웠나 봐요.”
―돈의 출처는 역시 현대입니까.
“현대라는 얘기도 있고, 다른 쪽에서 나온 돈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얼마 전 ‘6억 달러’를 주장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분이 말하는 데 대해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그분은 국민의 정부가 ‘북한에 600억 달러를 보냈다’고 할 사람입니다. 그분은 노무현 정권 때 나를 감옥에 보내려고 온갖 수단을 다 썼습니다. 6억 달러는 무슨 얘기인지 그분에게 물어보세요.”
―김대중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도 ‘6억 달러’를 주장합니다.
“그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2003년 대북송금사건 특검팀이 밝힌 액수가 정확한 겁니까.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려고 특검까지 한 게 아닙니까. 5억 달러는 현대가 대북사업 목적으로 보낸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