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악화되는 한반도 안보지수 : 월간조선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국내 거시경제 변화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안보는 생존과 직결된다. 상호의존성이 커진 글로벌 경제 체제하에서 안보는 곧 경제문제와 직결된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S&P, 무디스 등은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평가하는 주요지표 중 하나로 한반도의 안보를 주목한다.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라고 부르는 이유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결국, 한반도의 안보는 우리와 다음 세대의 생존과 발전의 주요 변수가 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11월 한반도 안보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한반도 안보지수(KPSI, Korean Peninsula Security Index)’를 개발했다. 한반도 안보지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 40여 명을 대상으로 한반도 경제안보상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분기별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계량화해 지수(Index)로 나타낸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 경제안보상황의 변화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6개국 간 관계의 전망을 알 수 있으며, 동일한 사안에 대한 6개국 간의 인식 차를 확인할 수 있다.

조사는 6자 회담 당사자국 6개국을 변수로 하고, 각 변수를 구성하는 세부항목을 설문조사해 그 결과를 정량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지수는 50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호전, 그 이하는 악화, 50은 변화 없음을 의미하고 현재지수와 예측지수로 구분된다. 한반도 안보지수 조사는 지난 2008년 3분기 당시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해 조사의 신뢰성을 입증했다.

2008년 11월(4분기)에 실시된 한반도 안보지수 조사는 2008년 미국 대선 직후 실시됐기 때문에 6자 회담 관련국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새 미국 정부의 對(대)한반도 정책과 이에 맞춰 주요국들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4분기에 실시한 한반도 안보지수의 ‘종합현재지수’는 前(전) 분기 대비 0.54포인트 하락한 45.84를 기록했다. 종합현재지수는 2007년 4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하락해서 지난 3분기부터는 50선을 밑돌고 있는 중이다.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2009년 1분기를 예측하는 종합예측지수도 47.40으로 낙관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2008년 4분기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설문대상 국내외 전문가들이 2006년 10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 실험을 했던 당시(종합현재지수: 40.64)와 현재를 유사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으로 세계 각국이 對(대)북한 경제제재에 나섰고, 북한은 경제난이 심화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외 강경기조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번 2008년 4분기에는 이 같은 사건도 없었고 군사적 마찰 등 물리적인 충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하락했는데, 그 이유는 6개국 변수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변수가 40점대로 평가된 가운데 중국 변수(50.96)는 지난 3년간의 평가결과 중 가장 낮았던 결과(49.58)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변수(50.96)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변수(48.88) 역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40점대로 하락했다.

한국의 對外관계 전망은 비관적

한국과 관련된 변수는 대부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정세’는 40.13, ‘한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성’은 41.03, ‘한국 경제적 안정성’은 32.69로 계속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관계’와 관련된 제반 설문항목들이 매우 비관적으로 평가됐다. ‘남북한 당국자 간 관계(29.81)’와 ‘남북관계(31.41)’는 지난 분기와 마찬가지로 매우 비관적으로 평가돼 남북한 당국자 간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남북 교류와 경제협력 추세(33.55)’와 ‘남북 군사적 긴장 정도(37.82)’도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일 관계(44.55)’와 ‘한중 관계(49.04)’도 크게 악화되진 않아도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미 관계는 다소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한미 관계(54.49)’와 ‘미국 핵심 리더들의 對(대)한국 인식(50.00)’으로 안정돼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미국 방문 이후 최고조에 올랐던 한미 관계가 이후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소강됐다가 현재 안정적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잘 나타낸다. ‘한미 군사동맹 안정성(52.56)’ 역시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안정성에 대해 “한국사회는 글로벌 체제를 경험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에 커다란 인식 차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하나의 사안을 두고 전자 집단은 글로벌 체제를 준거로 상대가 어련히 이해한다고 판단하는 반면, 후자 집단은 그렇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갈등의 폭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덧붙여 “과거와는 달리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을 국가정책에 대한 이견만 갖고 정권퇴진을 요구하며 폭력적인 시위를 벌이는 것은 아무리 정당한 요구를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내부 안정성 악화, 대외 관계는 개선

남북 교류와 경제협력 추세는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남북경협의 상징과도 같은 개성공단은 현재 대부분 기업의 업무가 중단된 상태다.

북한 관련 지수는 ‘내부적으로는 악화, 외부적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북한 체제 내부 안정성(38.46)’과 ‘북한 정치사회적 안정성(39.74)’이 매우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북한 경제적 안정성(44.87)’과 ‘북한 군사적 안정성(47.44)’도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등 내부적으로는 상황이 좋지 않다. 이 같은 지수 악화는 김정일 신변 이상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신변 이상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적 안정성이 40에 가까운 지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데, 이는 김정일 有故(유고)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북한 체제의 특성상 급변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내부적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對(대)미국 관련 지수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미북 관계 진전 정도(57.37)’와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53.21)’이 호전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조치 강화 가능성(60.26: 이 항목은 점수가 높을수록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임)’도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 간에 당분간 큰 마찰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44.23)’은 여전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北核(북핵)을 ‘주어진 상황(given situation)’으로 두고 미·북 간 밀월관계가 당분간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2009년 1분기를 예측하는 ‘종합예측지수’도 종합현재지수 평가 결과와 같은 이유로 47.40을 기록했다. 급격한 변화는 없겠지만 다소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예측지수에서는 중국 변수의 강세가 주목된다. 중국 변수는 2006년 북한의 핵 실험 직후 실시된 조사 당시, 종합지수가 급락(40.64)한 가운데 유일하게 50선을 상회해 지수하락을 저지하는 등 줄곧 한반도 경제안보에 가장 긍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50.96(2008. 4분기)→51.15(2009. 1분기)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2008년 내로 베이징올림픽, 제11기 全人大(전인대), ASEM, 중국공산당 제17기 2중전회, 중국 개혁개방 30주년 행사가 있으며, 2009년 건국 60주년, 2010년 상하이(上海) 엑스포, 광저우(廣州) 아시안 게임 등 3년간 이어지는 ‘大中華(대중화) 3년 축제’가 계획돼 있다. 이를 계기로 지난 반세기의 경제, 사회적 침체를 극복하는 堀起(굴기)를 꾀하고자 하고 있다.

또 현재 미국發(발) 국제 금융위기는 중국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EU가 “IMF의 지분율(미국이 가장 많은 16.77%, 독일이 5.88%,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4.86%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은 3.66%에 그침)을 신흥국(중국)에 양보하겠다”는 발언도 서방 對(대) 중국 간 거대한 거래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난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냉각됐던 한미동맹을 복원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지나칠 경우 과거 정부 당시 가깝게 맺어놓은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안보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해야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향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확대를 공언한바, 결국 이를 어떻게 실천으로 옮기고, 그로 인한 영향에 따라 향후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02년 16차 중국공산당 대표대회에서 외교정책을 수정하면서 지금부터 20년간 중국에서 전략적으로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으며, 이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세계 및 지역의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확신했다. 당시 중국은 “국가적 큰 이득을 위해 3가지 따라잡아야 할 대상(강대국: 세계 구도 결정자이며 따라잡아야 할 대상, 주변국: 만약 안정이 안 되면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대상, 개발도상국: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깝게 지내야 할 대상)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향후 대외정책의 기조가 될 전망이다.

국제정세에 따른 정책적 판단이 중요

계속되는 김정일 유고설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의 안정성은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김정일 유고 시에도 북한 체제의 특성상 급변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을 통해 파악한 결과, 북한 당국은 이명박 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취하지 않는 이상 기존의 경협은 유지, 축소하고 남한과의 직접적 접촉을 자제하는 것이 공식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제재에서 해제되고 국제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대세라는 판단하에 한국정부가 결국 10·4선언을 인정하는 등의 정책적 선회를 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경색국면은 역설적으로 위기가 가장 고조된 상황에서 돌파의 계기가 발견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낳게 한다.

국제사회는 自國(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제·정치·군사 등 제 분야에서의 협력과 견제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로 인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국가들이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현실을 지나치게 가치판단의 잣대로 접근하는 것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나아가 이런 국제관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자국의 전략적 위치를 정한 뒤,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방법이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