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북한 지하교회 신자들이 보낸 편지 : 월간조선

[편집자 注] 月刊朝鮮은 2008년 11월호에서 북한 지하교회 교인들의 실상을 현장 취재해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북한 지하교인들이 쓴 편지들을 입수할 수 있었다. 편지를 쓴 이들은 북한-중국 접경지역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은 후 다시 북한으로 투입된 사람들이다. 편지를 쓴 사람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인명과 지명은 익명 또는 가명으로 대신했다.

김철혁(가명·33)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3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던 북한의 한 지하교회 교인이 중국으로 탈북하여 선교사 교육을 받고, 선교를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가기 직전에 쓴 편지.

북한 지하교인이 보낸 편지.

제가 고통을 받은 것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고 해 15일간 허리를 90도 구부리고 서 있어야 했던 것입니다. 밥 먹을 때도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먹어야 하였습니다.

잠을 재워주지 않아 졸려서 넘어지면 수쇠(수갑)로 손을 채워 철창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또한 쇠몽둥이로 너무 때려 골이 터져 피가 나오는데도 매질은 계속되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담요를 씌워놓고 같은 감방에서 생활하는 수감자들이 모두 붙어 때리게 해 이빨이 다 부러졌습니다. 또 사람들을 시켜 공중으로 들었다가는 탁 놓아 땅에 떨어지게 하는 것을 10번 이상 하니 갈비뼈 3개가 부러졌습니다.

난로에 불을 지펴 난로가 빨갛게 달궈지면 그 곁에 꽁꽁 묶어 놓고 3시간을 있게 했습니다. 또 도끼대로 마구 때려 팔이 부러져 3달 동안 팔을 쓰지 못했습니다. 변소 청소를 시키는데 걸레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맨손으로 대변통을 닦게 하였습니다. 곡식밭에 인분을 주는 것도 그릇으로 주지 못하게 하고 손으로 주게 하였습니다.

겨울에는 옷을 몽땅 벗겨 눈밭을 기게 하고, 바가지로 찬물을 떠서 몸에 끼얹어 1시간 동안 밖에 세워놓아 온 몸이 동상에 걸렸습니다. 또 전기곤봉으로 전기를 투입, 감전시켜 정신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톱을 주지 않고 도끼로 직경이 60cm 이상 되는 나무를 하루에 15개씩 찍어야 했습니다.

하루에 1200평(약 4000m²)씩 밭의 김을 매게 했는데, 작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밥을 주지 않고 몽둥이로 때리고, 황소도 끌기 힘든 통나무를 끌도록 강요했습니다. 학습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하며 한겨울에 옷을 몽땅 벗기고 팬티만 입혀 불도 때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에 10일간 앉아 있게 해서 손발이 모두 얼고 깊은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한 끼에 통강냉이를 삶은 것 120g씩 주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 돼지와 개 먹이를 먹었습니다. 어떤 때는 쇠똥에 박혀 있는 강냉이를 주워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하나님 계시는 하늘을 향해 눕지 못하고, ‘하나님’이란 말을 못하게 한 것입니다.

리상수(가명·45)

2008년 10월 13일 북한 지하교인의 이야기를 다룬 <붉은 예수쟁이>란 책 표지에 적어서 보낸 북한 지하교회 교인의 편지. <붉은 예수쟁이>는 현재 약 300권이 북한 내부에 비밀리에 전달됐다.

북한을 위하여 기도하시는 한국에 계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북한의 지하교회에 있는 형제입니다. 성령 안에서 만남은 주님의 뜻 안에서 만나는 것이니 정말 감사 드립니다.

지금 북한 지하교회에서는 어렵고 힘들지만 주님의 지상명령을 완수해 나가는 길에서 서로 협력하여 서로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할 것입니다. 저희 지하교회에서도 한국에 있는 성도 자매님들을 위하여 많은 기도를 할 겁니다. 믿음 안에서 승리합시다.

전옥희(가명·25)

여성 지하교인이 감옥에 갇힌 오빠에게 비밀리에 보낸 편지.

한 북한 지하교인이 탈북하며 가지고 나온 오래된 성경.

보고 싶은 오빠를 생각하며.

오빠, 감옥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내가 아이들을 대표해서 오빠에게 편지를 씁니다. 오빠가 감옥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 형제들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찌하여 안전원들이 오빠를 감옥에다 가두고 고문하고 밥도 안 줄 수 있습니까.

내가 철이 어머니에게 ○○로 가서 (민원을) 제기하라고 했습니다. 철이 어머니가 그대로 하니까 ○○의 간부들이 “오빠는 부모 없는 아이들을 기르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곧 내보내겠다”고 했대요.

오늘은 쌀이 없어서 저녁에 밭에서 농장원들이 무를 솎아가다 흘린 것을 주워서 오빠가 가면서 정 먹을 것이 떨어지면 먹으라며 둔 비상용 강냉이 가루 한 식기를 넣고 죽을 쒀 먹었습니다. 밥을 먹은 후 우리들은 오빠가 시킨 대로 밤 11시에 불을 죽이고 하나님 아버지께 도와달라고 빌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 간부가 철이 아주머니를 찾아와 밀쌀 한 배낭을 주면서 오빠 올 때까지 먹으라고 했습니다. 정말 하나님이 우리들의 기도를 받으시고 쌀을 보내 주셨습니다. 우리들은 너무 좋아 모두 하나님을 더 잘 믿자고 결의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제일 어린 민선이가 “하나님 아버지 고맙습니다”라고 좋아서 소리를 치길래 한 대 때렸습니다. 내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어째서 우리 조선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처럼 마음 놓고 하나님을 못 믿을까요.

오빠는 감옥에서 우리 걱정 하지 말고 굳세게 살아가세요. 하나님께 우리처럼 도와달라고 몰래 기도하세요. 하나님 아버지가 오빠를 꼭 도와줍니다. 오빠, 내가 성경에 있는 하나님 아버지의 영생의 말씀을 적어 보냅니다. 이걸 보고 힘을 내세요.

“하나님 아버지는 세상 끝난 날까지 나와 항상 함께 계신다.”

감옥에서도 하나님은 함께하십니다. 오빠, 쌀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나오세요. 철이 아주머니가 ○○에 편지 넣었습니다. 오빠 먹을 것은 3개밖에 못 보냅니다. 욕하지 마세요. 오빠 우리 걱정 하지 말고 꼭 먹을 것을 가지고 쌀이 떨어지기 전에 와서 철이 오빠에게 인사하세요. 바쁜데 나무도 패 주고 비 새는 것도 막아 줬어요.

오빠, 감옥에서 하나님 아버지를 더 굳게 믿으세요. 안녕히 만날 날까지. (몰래 보세요)

2004년 8월 10일 ○○ 씀 (○○에서)

리철인(가명·32)

중국에서 기독교를 접한 탈북자가 對北(대북) 선교를 위해 再入北(재입북) 하기 전 남한 기독교인들에게 쓴 편지.

탈북한 북한 지하교인이 중국 내의 한 안전가옥에서 색바랜 중국어 성경을 읽고 있다.

두만강 건너 이국 땅에 와서 정말 고마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분들이 모두 다 하나님의 복을 받고 하나님 말씀이 가슴에 꽉 차 있는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선생님(탈북자들은 선교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편집자 주)의 지도를 받아 하나님을 알게 되고 성경 공부를 하니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새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선생님들, 나는 자식들이 안전부에서 악행을 당하고 있지만 하나님께 모두 맡기고 도와주실 것을 믿기 때문에 두렵지 않습니다. 설사 죽는다 해도 하나님의 말씀을 가슴에 안고 죽으면 영광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지켜보시기에 두만강도 무섭지 않습니다. 나는 여기에 와서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으니 별나라에 온 것 같습니다. 이 사실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에 내 마음도 하나님 곁에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조국으로 돌아갈 때 하나님께 기도하고 또 하여 두만강을 건너가겠습니다.

북조선 부모 형제들이 당하고 있는 상황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선생님들이 가르치신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것을 맹세합니다. 나는 지난 시기 눈물 없이 못 보는 일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없어 자식들을 강 건너 여기(중국)에다 두고 눈물로 세월을 보냈지만, 오늘은 다시 세상에 태어나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지난 시기 이 생활을 참고 이기면서 하나님을 믿고 열심히 기도해 조국 통일 그날에 남녘 형제들을 만납시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리○○ 드림.

권철한(가명·28)

한 북한 지하교인이 남한의 한 대북 선교단체 소식지 편집국으로 보낸 편지.

중국으로 탈북한 중년의 지하교인이 안전가옥 근처의 숲에서 성경책을 읽고 있다.

존경하는 편집부 선생님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존경하는 편집부 선생님들께서 나를 비롯한 모든 북한의 성도들이 볼 수 있고 리해(이해)하기 쉽게 편찬한 성경 교과서를 사장님(선교사)에게서 반갑게 받아 보았습니다.

저는 몇 년 동안 성경 학습을 하면서 성경에 쓰여진 내용, 즉 하나님의 말씀을 요절마다 구절마다 완전히 리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선생님(선교사)들께서 많은 로고(노고)와 심혈과 수고로 하나님을 잘 모르던 우리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하나님을 모르고 사는 북한의 양떼 같은 백성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말로 어떻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하겠는지, 더 좋은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 또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이 성경책이 몇 년만 빨리 나왔어도 북한의 성도들에게 복음이 빨리 와 닿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북한의 성도들에 하나님의 사랑과 죄, 구원의 력사(역사), 은혜가 얼마나 생동하게 쓰여져 있는지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니 편집원 선생님들 북한 백성들에게 이 성경 교과서가 복음을 위한 사업에 쓰이려고 하니 교과서를 많이 우리 사장님에게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부 선생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안녕히 계십시오. 성도 ○○ 올림.

김에스더(가명·29)

북한 지하교회 리더로 일하고 있는 한 여성이 북한과 중국에서 각각 쓴 2통의 편지.

[1] 헤어진 지도 다섯 달이 되어 옵니다. 주일날이 되면 더 생각이 간절합니다. ○철이, ○혁이, ○숙이… 가족들 하나하나 얼굴 모습들을 그려 봅니다.

한 眷屬(권속)들이 모여 함께 지내던 그 나날들의 얼마나 좋았던지…. 받은 은혜가 너무도 크기에 떠날 용단을 내리게 되었고, 지금은 북한 땅에서 보고 싶은 모습들을 그리면서 筆(필)을 들게 되었습니다.

이 길은 처음부터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시작됐고, 주님은 제가 어려울 때마다 이길 힘을 주십니다. 너무 많이 걸어다녀서 발톱 열 개가 다 빠졌습니다. 하지만 내가 당하는 고난이 이 민족이 당하는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난 속에서 내 사명이 더 굳어지고 해야 할 일들이 보입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복이 있다고 합니다. 주는 기쁨이 받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현실 속에서 체험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 측은히 생각하겠지만, 또 동정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저 에스더는 바울의 고백을 합니다.

“비록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하고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이것이 신앙인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 것 같습니다. 남편님이 늘 걱정이지만 주위에 동역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시름이 놓입니다.

힘이 되는 남편의 편지와 누님의 편지도 받았습니다. 식솔들의 소식을 듣고 보니 더 만나보고 싶습니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신약성경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인물)와 같이 선교에 동참하는 도구가 되어 이 민족을 구원하는 등불 선교사 부부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식솔들의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인편이 되어 간단히 소식을 전합니다. 제가 무사히 지내고 있다는 것을 필로 알려 드립니다. 주님의 능력으로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스더 올림.

[2] 김 선생님과 사모님께 드립니다.

주님의 귀하신 은혜로 김 선생님과의 만남이 있었고 기도 과정에 저에게 주시는 말씀을 받고 알려주신 사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필로 적습니다.

사모님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기다리기에 지쳐 제가 먼저 왔습니다. 저한테는 기다리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주님의 오실 날을 기다리면서 이 땅에서 기도해 주고 섬기고 계시는 분들의 그리움 속에서 또 언제면 무사히 지내다가 만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로마서 8장 35절)

“그런즉 원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달음박질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오직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음이니라.”(로마서 9장 16절)

이전에 받은 말씀인데 사모님이 알려 주셔서 다시 묵상합니다. 마음이 약할 때에 능력의 말씀으로 바로잡아 주시도록 기도의 동역자들이 있음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뒤에서 기도해 주는 사모님이 있기에 김 선생님이 중국 선교를 할 수 있어 부럽습니다. ○○가 떠난 뒤에 김 선생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수척해진 모습을 보면서 민족의 복음 때문에 아파하는 마음이 저를 더 급하게 했습니다.

북한에서 살던 때 여러 민족을 위해서 기도하며 울부짖는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영으로 듣고 또 보았습니다. 제가 북한에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을 주신 것도 주님이 주신 것이요, 순종만이 주님과 동행하는 삶임을 알기에, 주위에서 저를 동정해 주는 마음들이 오히려 무겁고 괴로웠습니다.

잠깐 미혹되어 입북 날짜가 연기되고 평안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주님이 주신 평안이 회복되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맡은 사명만 생각하면서 가렵니다. 북한 선교에 동참하고 계시는 김 선생님 가족과 뒤에서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고 섬기고 계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주님의 이름으로 감사를 보냅니다. 10월 5일 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