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東馥 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전 국회의원
⊙ 1937년 서울 출생.
⊙ 경기고 졸업, 서울대 정치학과 중퇴, 미 인디애나대 신문학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중앙정보부ㆍ국가안전기획부ㆍ국토통일원 남북회담 사무국장 역임,
15대 국회의원.
⊙ 現 명지대 법정대학 초빙교수.
⊙ 1937년 서울 출생.
⊙ 경기고 졸업, 서울대 정치학과 중퇴, 미 인디애나대 신문학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중앙정보부ㆍ국가안전기획부ㆍ국토통일원 남북회담 사무국장 역임,
15대 국회의원.
⊙ 現 명지대 법정대학 초빙교수.
1990년 10월 초의 어느 날 필자는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이 자신을 소개했다. 이름은 林東源(임동원), 직책은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장으로, 그때 막 시작되어 서울에서 1차 회담을 마친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표 7명 중의 하나였다.
그는 점심식사 회동을 희망했다. 그래서 서울 강남 반포의 팔래스호텔 일식집에서 그를 만났다. 초면이었다. 그가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남북고위급회담의 남측 대표단에는 수석대표인 姜英勳(강영훈) 국무총리 외에 洪性澈(홍성철) 통일원장관, 鄭鎬根(정호근) 합참의장, 金宗輝(김종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李鎭卨(이진설) 경제기획원 차관, 李秉龍(이병용)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보좌관 및 임동원이 참가하고 있었다.
1990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1차 회담 기간 중 남측 대표단의 대변인은 홍성철이었다. 그러나 홍성철의 대변인 역할이 시원치 않아서 비판을 받게 됐다. 盧泰愚(노태우) 대통령은 1차 회담이 끝난 직후 통일원 몫의 회담 대표를 홍성철로부터 宋漢虎(송한호) 차관으로 바꾸고 남측 대표단 대변인을 임동원으로 바꿨다.
필자와 마주 앉은 임동원은 갑자기 떠맡은 대변인 역할이 부담스럽다면서 필자의 조언을 구했다. 필자는 1970년대 초 남북조절위원회 대변인 직을 비교적 잘 수행했다는 세간의 평을 듣고 있었다. 그의 회담 대변인 임무 수행에 대해 필자는 한 가지 조언을 했다. 특히 북측 기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을 전해 주었다.
즉 북한에서 신문ㆍ통신ㆍ방송의 기사는 기자가 쓰는 것이 아니라 조선노동당 문화부에서 매체별로 특성에 맞게 작성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개별 매체들은 단순한 인쇄소에 불과하다는 것, 그 때문에 북측 기자들은 회담을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ㆍ선전ㆍ공작 임무를 수행하면서, 특히 남측 대표단 대변인을 골탕 먹이는데 주력한다는 것 등이었다. 필자는 그에게 “북측 기자들을 기자로 상대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헤어졌다.
당시 필자는 1990년 5월 말로 임기가 끝난 13대 국회 金在淳(김재순) 의장의 비서실장 직에서 물러난 뒤 1991년 1월 1일부로 발족되는 민족통일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엉뚱한 변수가 생겼다. 당시 노태우 정부에서 대북정책과 남북대화를 주도하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徐東權(서동권) 부장이 대통령에게 건의하여 안기부 소속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였던 이병용을 민족통일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보내고, 그의 후임으로 필자를 안기부장 특보로 임명(1991년 1월 1일자)해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내세웠다.
남북회담 전략까지 총괄
이 동안 남북고위급회담은 2차(1990. 10.16~19, 평양)·3차(1990.12.11~14, 서울) 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임동원은 이 두 회담 때 대변인을 맡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필자를 회담 대표로 임명하면서 남측 대변인 역할까지 맡겼다.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로서 필자의 회담 참가는 4차 회담부터였다. 3차 서울 회담에서 남북은 4차평양회담 날짜를 1991년 2월 25~28일로 합의했다.
그런데 회담 날짜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북측은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회담개최 중단을 남측에 통보했다. 4차 회담은 그로부터 10개월 후인 1991년 10월 22~25일 평양에서 속개된다.
4차 회담부터 남측 대표단에서 대변인일 뿐 아니라 회담 전략을 총괄하고 회담 대표단을 통제하는 것이 필자의 몫이 됐다. 4차 회담에서 남측은 당초 기대하지 못했던 진전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남북 쌍방은 향후 남북관계를 규제할 기본문건을 단일 문건으로 통합해 그 명칭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약칭 남북기본합의서)로 하고 그 안에 ①화해 ②불가침 ③교류ㆍ협력 등 3개의 ‘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가 징검다리가 되어 남북 쌍방은 5차 회담(1991.12.11~13, 서울)에서 이 ‘칸’들을 채워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을 타결하게 된다.
4차 회담을 계기로 필자의 입장에 변화가 발생했다.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해 서동권 부장이 필자를 전적으로 신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1년 12월 하순의 어느 날 서울 궁정동 安家(안가)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하는 연회가 열렸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기타로 伴奏(반주)하면서 직업 가수 뺨치는 솜씨로 그의 愛唱曲(애창곡) ‘베사메 무초’를 흥겹게 부르는 분위기 속에서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서동권이 옆 자리의 필자에게 말했다.
“나는 그동안 당신을 정치인으로 생각하고 상대했는데 이번 회담을 치르면서 재평가하게 됐다. 이제부터 남북대화 문제는 당신에게 일임할 터이니 책임지고 소신껏 추진해 보라. 대통령도 당신을 신뢰한다.”
6차 회담(1992.2.18~21, 평양)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회담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필자를 서동권이 전화로 찾았다. “대통령이 당신을 통일원 차관으로 임명하려 하고 있다”면서 “당신이 가겠다고 해도 나는 놓아주지 않을 것인데, 그래도 당신 자신의 의사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徐東權 부탁으로 林東源 천거
필자도 안기부에서 통일원으로 옮겨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서동권은 “그렇다면 당신이 30분 안에 다른 사람을 천거하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필자는 마침 옆에 있던 鄭時成(정시성ㆍ통일원 남북회담사무국장)에게 서동권과의 통화 내용을 알려주고 함께 ‘사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때 필자의 뇌리에 임동원의 이름이 떠올랐다. 정시성도 이견이 없었다. 필자는 서동권에게 전화를 걸고 임동원을 천거했다.
임동원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아 임동원은 통일원 차관이 되었고, 자동으로 대표단에 잔류했다. 필자와 임동원 사이의 오랜, 그리고 끈질긴 惡緣(악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임동원이 최근 회고록을 냈다. 제목이 <피스 메이커―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20년> (삼화인쇄, 2008), 742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싫었다. 그와의 惡緣(악연)을 되씹는 것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문제의 임동원 회고록을 읽어보라는 권유가 계속됐다. 내용 가운데 필자에 관한 대목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필자는 이 책을 한 권 사서 읽어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본 소감은 충격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이 책에서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라는 1인칭 주어를 사용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회고록에서 그는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에 참가했을 때로부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의 요직을 전전하면서 대북정책에 관해, 그리고 金大中(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기간 중 그가 관여했던 모든 일의 ‘중심 인물’로 스스로를 묘사하고 있었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誇大妄想(과대망상), 自尊妄大(자존망대)였다. 특히 문제의 ‘훈령사건’이 일어난 1990년대 초의 남북고위급회담 기간 중 그의 역할에 관한 기술은 자존망대의 극치였다. 이 기간 중 그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물론 남북고위급회담 추진의 ‘중심 인물’이 아니었다. 우선 이 시기 남측의 대북정책과 남북대화의 ‘운전석’은 안기부였다. 통일부와 외무부의 자리는 ‘조수석’이었다.
임동원에 대한 의혹 꼬리 물어
처음에는 외교안보연구원장으로, 뒤에는 통일원 차관으로 대표단에 참가했던 임동원의 역할은 助役(조역)과 助演(조연)에 불과했다. 적어도 필자가 회담에 참가했던 1991년 1월 1일부터 1993년 11월까지의 기간 중 남북고위급회담의 ‘主役(주역)’은 안기부를 대표한 필자였다. 필자는 회담대표ㆍ대변인ㆍ회담전략 총괄ㆍ수석대표 보좌라는 네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회고록에서 임동원은 북측 대표 崔宇鎭(최우진)을 상대역으로 “회담을 주도했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에서 최우진은 ‘중심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수행한 역할은 주로 임동원을 사이에 두고, 그를 통해 남측 대표단에 대한 ‘저격수’의 역할이었다. 최우진은 임동원을 통해 끊임없는 逆(역)정보로 남측 대표단을 교란시켰다.
심지어, 남측 대표단 내부에서는 임동원이 최우진을 통해 그의 생각을 북측 입장에 반영시켜 남측에 逆(역)제의하게 함으로써 관철시키려 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의혹마저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이 때문에 남측 대표단에서는 임동원의 신뢰성에 대해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남북고위급회담의 3개 분과위원회 남측 공동위원장 인선 때 그의 신분이 통일원 차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의 중심 영역인 정치나 군사 분과위원회가 아니라 邊方(변방) 영역인 교류ㆍ협력 분과위원회가 그의 차지가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 때문에 대표단 전략회의에서 그가 내놓는 의견은 거의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그의 불평불만이 쌓여서 1992년 8월 8차 회담에서 일어난 ‘훈령 사건’의 원인이 됐다. 뒷날 그가 김대중 정권에 참가한 뒤 대북정책의 영역에서 보여준 행보는 그때 그에 대한 의혹이 사실무근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임동원 회고록의 전체 흐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자신이 소속한 ‘남측’이 아니라 상대인 ‘북측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면서 남측 입장을 헐뜯고 북측 입장을 정당화시키고 합리화시키는데 충실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남북고위급회담에 관해서는 최우진의 입을,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관해서는 金正日(김정일)의 입을 빌리는 형식을 취한 그의 일관된 논지는 金日成(김일성)과 김정일의 북한이 시종일관 남북관계와 美北(미북) 관계를 개선하려 했고, 이를 위해 남북대화를 성사시키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거부세력’과 조지 부시 대통령 등 미국 ‘네오콘’(미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세력)들의 방해 때문에 남북대화가 교착되고 경직됐다는 것이었다. 그에 의하면, 남쪽 거부세력의 ‘중심인물’이 필자였다.
그는 문제의 회고록에서 없었던 사실을 지어내고 또 있었던 사실도 왜곡ㆍ변질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것이다. 임동원은 이미 남북고위급회담 때부터 소위 남북정상회담에 신들려 있는 사람이었다는 흔적이 회고록 곳곳에서 배어난다.
사실왜곡, 없었던 사실 지어내
그는 ‘(1990년) 10월 초 서동권 안기부장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하고 11월 초에는 북측에서 노동당 대남사업담당 비서 尹基福(윤기복)이 서울을 방문하여 각각 상대방 정상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협의했으나 실패했다. 우리 정부는 처음부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뒤이은 비밀접촉을 통해 “고위급회담에서 채택될 남북합의문서에 양 정상이 만나 직접 서명하고 관계개선을 촉진시킬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쓰고 있다(200~201쪽).
이 주장은 대부분 사실과 크게 다르다. 서동권이 1990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ㆍ김정일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남북정상회담(북측 표현은 북남 최고당국자 회담)을 거론한 것은 북측이지 남측이 아니었다. ‘이해 11월 초 북측의 윤기복이 서울을 방문했다’는 임동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때 윤기복은 서울에 오지 않았다.
‘남북고위급회담 기간 중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다’는 임동원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필자가 이 같은 증언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그 무렵 남북간에는 정상회담을 미끼로 하는 자ㆍ타천 ‘거간꾼’들이 속출했다. 金宇中(김우중) 대우 회장(당시)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들이 평양을 다녀와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북측과의 대화 내용을 보고하면 노 대통령은 어김없이 그들을 서동권에게 보냈고, 그 실무적 뒤치다꺼리는 필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추진(?)한 정상회담은 진전이 불가능했다. 북측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회담에 앞서 북측이 제시하는 ‘통일원칙’과 ‘통일방법’을 담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류의 ‘합의문건’에 사전 합의할 것을 끈덕지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윤기복이 비밀리에 서울에 온 것은 1992년 4월 초였다. 이때 그는 임동원의 주장처럼 ‘김일성의 메시지’를 지참하지 않았다. 안기부장 李相淵(이상연)과 필자가 그를 영접해 서울에 온 목적을 물었다. 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금년에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의 꺾어진 생신(끝자리 수가 0과 5로 끝나는 해의 생일) 잔치를 차리는데 이때 노태우 대통령이 평양으로 와서 연회석 主卓(주탁)에 앉아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김일성의 80회 생일잔치 賀客(하객)이 되라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얘기는 아예 없었다. 그가 고작 한 말은 “노 대통령이 오시면 相逢(상봉)도 예견된다”는 것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상연과 필자의 건의에 따라 삼청동 안가에서 그에게 저녁을 대접하면서 先約(선약)과 시일 촉박을 이유로 완곡하게 평양행을 謝絶(사절)했다.
회고록에서 임동원은 이때 ‘성사될 수 있었던’ 정상회담이 실현되지 않은 탓을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주도해 왔던 우리 정부의 협상사령탑에서 웬일인지 갑자기 대북 불신론을 제기하며 지연전술을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200쪽). 그는 있지도 않았던 정상회담 무산의 책임을 또다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선 안기부장(이상연)과 그 측근들(필자 등)’에게 떠넘긴 것이다.
‘訓令事件’이라는 소설 쓰기
임동원 회고록은 상당한 지면을 8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의 ‘훈령사건’을 기술하는 데 할애해 필자를 비방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회고록 기술 내용의 압권은 여기에 인용(?)하고 있는 1993년 12월 21일자 감사원의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시의 훈령조작 의혹 감사결과’ 내용이다.
회고록은 감사원 감사결과의 내용이 ▲청훈 전문은 이동복의 지시로 안기부장 이외의 수신자들에게는 전달하지 않고 묵살되었고(청훈 차단) ▲이동복이 평양에서 가짜 훈령을 조작했으며(훈령 조작) ▲신속한 회신이 요구되는 청훈을 보고받고도 안기부장은 이유 없이 지연 처리했으며(처리 지연) ▲진짜 훈령을 접수한 이동복은 고의로 회담이 모두 종료된 시각에 평양의 총리에게 지연보고 했다는 것(훈령 묵살)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296쪽).
회고록에 의하면 감사결과는 또 ‘이동복이 3급 비밀 내용이 그대로 인용된 해명서를 국회의원 등에게 제공, 불법 유출되어 공개됐다(비밀 유출)’고 기술하고 있다(같은 쪽).
우선 놀라운 사실이 있다. 회고록이 인용하고 있는 감사원 감사결과 내용이 실제 감사결과의 내용을 터무니없이 왜곡ㆍ변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3년 12월 21일자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같은 해 11월 23일부터 12월 11일까지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내용을 담고 있다. 14쪽의 이 문서는 ‘감사 내용’을 ①훈령조작 ②청훈 지연처리 ③훈령 지연 보고 ④훈령조작 사실 은폐 ⑤지휘보고체계 미확립 ⑥국가기밀 유출 경위 등 6개 항목별로 ‘배경’과 ‘문제점’으로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조치’라는 제목 아래 감사 결론을 담고 있다.
결론에 해당하는 ‘조치’에서 감사원은 통일원과 안기부에 대해 3개 항목의 개선조치를 통보했다고 기술했다. ①회담지휘체계의 확립 ②회담상황실 운영체제 개선 ③허위전문 작성ㆍ보안업무 규정 미준수ㆍ청훈 전문 처리지연 관련자 2명에 대한 인사조치 등이었다.
감사원 감사결과의 내용은 필자와 임동원 사이에서 철저한 兩非論(양비론)을 취하고 있었다. 예컨대 국가기밀유출 문제에 관해 임동원 회고록은 ‘이때 이동복 특보는 훈령 조작ㆍ묵살 사건은 왜곡된 것이라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내용으로 교묘하게 조작된 해명서를 국회 통일외무위원회 의원들에게 배포했는데 이로써 서울-평양을 오간 7개의 비밀전문이 대중들에게 노출되어버리고 사건 내용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말았다’고 기술하고 있다(295쪽).
이 주장은 중대한 사실 왜곡이다. 우선 필자는 국회 통일외무위원회 의원들에게 해명서를 배포한 사실이 없다.
감사원 감사결과의 해당 부분 내용도 그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감사원 감사결과는 ‘국가기밀의 취급 소홀 등 보안의식 결여’를 이유로 임동원과 필자를 다같이 질책하고 있었다.
‘임동원 차관은 3급 비밀로 되어 있는 전문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비밀로 분류하여 수발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7부나 임의로 복사한 후 이 3급 비밀자료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비서관 및 남북대화사무국에 보안조치 없이 제공’한 반면 ‘이동복 특보는 3급 비밀의 내용이 그대로 인용된 보고서를 국회의원 등에 해명자료로 제공했다’면서 그 결과로 ‘국가기밀이 제3자에게 불법 유출되어 공개되는 등 사회물의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임동원은 회고록에서 ‘李仁模(이인모) 건에 관하여 3개의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으면 협의에 응하지 말 것’이라는 훈령을 필자가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훈령사건’은 다르다. 8차 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단이 서울에서 가지고 간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와 이산가족 문제에 관한 훈령을 임동원이 대표단 차원에서 아무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변질시키려 시도하는 것을, 대표단 차원에서 수석대표 鄭元植(정원식)의 지시에 따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이인모 건에 관하여 3개의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으면 협의에 응하지 말라’는 전문은 서울에서 온 것이 아니라 평양상황실에서 작성된 것이 맞다. 그러나 이 전문이 등장한 것은 정원식의 지시에 따라 임동원에 의한 ‘훈령변질’ 시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먼저 남측 대표단이 서울로부터 ‘훈령’으로 지침한 본래의 협상지침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본래의 훈령은 우선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 및 예술단 서울ㆍ평양 교환방문의 무조건 실시라는 남북간 기존 합의를 무조건 이행하라’는 요구를 절대화하고 있었다. 이 ‘절대적 조건’이 충족되면 그 다음에 이인모 송환 문제를 협상하되 이 경우에는 ①이산가족 고향방문단 교환 정례화 ②상설 판문점 이산가족 면회소 및 우편물 교환소 운영 ③납북어선 동진27호 선원 12명 송환 등 세 가지 조건과 교환하여 협상하라는 것이었다.
9월 15일 남측 대표단의 평양 도착 직후 있었던 대표 접촉에서 북측은 이인모 송환의 대가로 남측이 제시한 이 조건들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한 협상은 이미 결렬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9월 16일 대표단 조찬 모임에서 정원식은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논의하지 말고 회담의 주제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8차 회담의 주제는 남북기본합의서의 3개 부속합의서들과 남북화해공동위원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 및 核(핵)통제공동위원회에서의 ‘核사찰 규정’을 타결하는 것이었다. 임동원은 이 같은 수석대표의 지시를 무시하고 최우진ㆍ金正宇(김정우) 등 북측 대표를 상대로 이인모 문제를 가지고 끈덕지게 논의를 계속한 끝에 문제의 훈령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앞뒤 안 맞는 주장
그가 평양 도착 다음날인 9월 16일 밤 11시30분 서울로 청훈한 내용은 “남측이 이인모를 송환하고 북측은 판문점 면회소 설치 및 이산가족 문제 협의를 위한 적십자회담 개시에 합의하겠다”는 것이었다.
회고록에서 그는 평양방문 첫날 밤인 15일 밤 남북교류협력분과위원장 회의에서 그 같은 합의가 이루어져서 이를 정원식에게 보고하고 문제의 청훈 전문을 서울로 보내달라고 상황실에 의뢰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임동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남측 대표단 평양방문 첫날인 9월 15일 밤에는 남북교류협력분과위원장 회의가 없었다.
이날은 남측 대표단의 평양도착 직후 있었던 쌍방 대표접촉에서 이인모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이 접촉에서 북측은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ㆍ예술단 서울ㆍ평양 교환방문 문제는 원래 우리가 먼저 제기했던 것이니까 해결하자는 입장”이라면서도 느닷없이 이인모의 무조건 송환과 北核(북핵)에 대한 사찰요구 포기라는 2개의 전제조건을 새로 내놓았다.
당연히 쌍방간에는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로써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ㆍ예술단의 서울ㆍ평양 교환방문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이인모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협상은 있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임동원은 회담이 모두 끝나고 남측 대표단이 평양을 떠나 귀로에 오르는 날인 18일 아침 남측 대표단 조찬 자리에서 그날 새벽 2시 북측 대표 김정우가 그의 침실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판문점 면회소를 연내에 설치ㆍ운영하며 이산가족 노부모 상봉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적십자실무회담을 즉각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이러한 합의 내용을 아침에 공동 발표하자”고 김정우가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원식은 “회담이 끝났으니까 그 문제는 서울에 돌아가서 논의하자”고 마무리를 하려 했다. 그러나 필자는 임동원의 주장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환송 나온 북측 대표단장 延亨默(연형묵)에게 판문점에서 대표접촉을 갖게 해달라고 요청, 즉석에서 그의 동의를 받아냈다.
이렇게 하여 10월 1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판문점에서 ‘대표접촉’(남측 임동원ㆍ이동복, 북측 안병수ㆍ김정우)이 열렸다. 이 판문점 접촉에 참가한 북측 대표들은 임동원이 주장한 합의 내용들을 대부분 부인했다.
임동원, 자신의 실수 인정
임동원이 “7차 회담 때 약속한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과 (예술단) 문제는 날짜를 바꿔서 이행하고, 이인모는 돌려보내며 이산가족(고향방문)은 명년부터 1년에 두 세 번 정례화하고 판문점 면회소는 금년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동진호 문제는 의견이 상반되었던 것이 아니냐”고 북측의 동의를 구하자, 북측의 안병수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면서 “우리 입장은 (판문점) 면회소를 설치하여 연내에 1차 면회를 실시하고 동시에 이인모를 돌려받자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정우는 “우리는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예술단 교환 방문)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대안으로 면회소를 제시한 것이고 이산가족 고향방문 정례화 문제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렇게 되자, 임동원은 자신의 ‘착각’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동원이 “(북측의 입장은) 7차 회담 때 합의한 것은 약속을 지킨다, 그것에 플러스해서 면회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했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하면 내 해석하고는 다르다”고 ‘착각’을 자인한 것이다.
회고록에서 임동원은 8차 고위급회담 마지막 날인 17일 ‘서울로부터 “2개 조건으로 합의하라”는 ‘진짜 훈령’이 있었다’면서 이 훈령을 필자가 묵살하고 지연 처리했기 때문에 ‘이인모와 이산가족 문제에 관하여 가능했던 협상을 타결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2개 조건으로 합의하라’는 진짜 훈령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8차 고위급회담 사흘째인 9월 17일 오후 서울로부터 평양으로 시달된 새 훈령의 내용은 임동원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었다. 새 훈령은 남측 대표단에게 이인모 송환 문제에 관해 우선 “세 가지 사업이 관철되는 조건으로 교섭할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세 가지 사업이란 ①이산가족 고향방문단 사업을 정례화해 설날, 8·15, 추석 등 年(연) 3회에 걸쳐 회당 300~400명 규모로 실시하라는 것 ②판문점에 이산가족 면회소 및 우편물 교환소를 쌍방 합의 후 1개월 이내에 설치하여 이산가족 면회는 월 1회 100명씩, 그리고 우편물 교환은 주 1회씩 실시하라는 것 ③납북어선 동진27호 선원 12명을 합의 후 15일 이내에 이인모와 동시 교환하라는 것 등이었다.
이 훈령은 세 가지 사업의 관철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한 ‘양자택일’의 ‘최종 협상선’을 제시했지만 이 양자택일은 임동원이 주장하는 ‘2개 조건’이 아니었다. 훈령이 제시한 양자택일은 세 가지 사업 중 “①항+②항 또는 ①항+③항의 ‘조합’으로 협상하되 최종적으로는 ①항+③항의 ‘조합’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것이었다. 북측은 남측의 이 같은 조건을 이미 거부하고 있었다.
있지도 않았던 훈령을 묵살?
남측 수석대표 정원식도 다음해에 실시된 감사원 감사 석상에서 감사관들에게 “(새 훈령을 가지고 협상했더라도) 이산가족 문제는 성사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감사결과가 기록하고 있다.
필자가 문제의 소위 ‘2개 조건으로 협상하라’는 내용의 있지도 않았던 훈령을 묵살하고 지연 처리했다는 임동원의 주장은 당연히 사실무근이었다. 근본적으로 그 같은 ‘훈령’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주장과는 내용이 전혀 다른 새 훈령이 9월 17일 서울상황실로부터 평양상황실로 발송된 시각은 오후 4시30분이었고 암호해독을 거쳐 필자에게 그 내용이 전달된 것은 오후 5시 이후였다.
그때 필자는 이날 오후 4시가 되어서 겨우 열린 8차 고위급회담 마지막 날 회담에 참석하고 있었다. 회담에서는 이날 겨우 타결된 3개 부속합의서들과 남북화해공동위원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해 발효시키는 절차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더구나, 앞에서 검토된 것처럼 이미 회담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도착했을 뿐 아니라 북측의 거부가 분명한 문제의 새 훈령을 가지고 북측과 협상을 전개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었다. 필자가 이 훈령을 구두로 정원식에게 보고한 것은 오후 7시경 만찬 석상에서였고 훈령 전문을 정원식에게 보고한 것은 밤 11시경 숙소인 百花苑(백화원)에 귀환한 뒤였다.
정원식의 반응은 “이제 이번 회담은 끝났으니까 그 문제는 서울에 돌아가서 논의하자”면서 “그 내용은 내일(18일) 조찬 모임 때 당신이 대표들에게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 새 훈령 내용은 대표단이 평양을 떠나는 날인 18일 조찬 모임 때 필자가 대표들에게 설명하게 됐다. 묵살은 물론 지연 처리도 없었다.
임동원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8차 회담 때 이인모와 이산가족 문제의 협상책임자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인모 문제에 관한 한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8차 회담 후 소위 ‘훈령사건’이 불거지자 그의 직속상관인 崔永喆(최영철ㆍ통일부총리)은 “이인모 문제는 안기부 소관으로 통일원은 손대지 말라고 거듭 지시했는데 임동원이 왜 그 문제에 그렇게 집착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하고 있었다.
林東源의 ‘평화’는 어떤 평화인가
임동원 회고록 <피스 메이커>의 중심 메시지는 임동원이 자신을 평화 만들기(Peace Maker)의 전도사로 분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는 매우 기만적인 용어다. 평화는 평화 나름이다. 예컨대 북한이 말하는 평화와 우리가 말하는 평화가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의 여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한반도가 북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의하여 항시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허구적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은 이 같은 倒錯(도착)된 평화관에 입각하여 그동안 북한이 자행한 모든 평화에 반하는 행위들을 정당화ㆍ합리화시켜 왔다. 북한은 그 같은 논리에 입각하여 6·25 전쟁 도발을 합리화시켰고, 심지어 지금 국제적 현안이 되어 있는 핵은 물론 화학ㆍ생물 무기와 미사일 등 국제적으로 금지된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정당화시키려 시도해 왔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파기다. 이른바 ‘조선반도 평화체제’라는 명칭으로 북한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①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성격 변경 ②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폐기 ③‘작전계획-5027’의 폐기를 포함해 한미 연합작전체제의 해체 ④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지 ⑤주한유엔군사령부의 해체 등이다.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방패를 일거에 제거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을 버리고 그 대신 북한과의 ‘민족공조’를 택할 것을 요구한다.
임동원의 평화관에 내재된 또 하나의 毒素(독소)가 6·15 남북공동선언에 담겨있다. 1항의 ‘통일원칙’에 관한 기술에 등장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2000년의 6ㆍ15 선언 이후 김대중ㆍ노무현이 이끈 두 친북ㆍ좌파 정권이 끈덕지게 추구해 온 대북정책은 대북 퍼주기를 통한 ‘북한의 변화’였다. 이에 관하여 남쪽의 친북 좌파 세력들은 그동안 10조원에 가까운 돈을 북한에 퍼 준 결과 남북간에는 연간 10만명의 인적 왕래와 10억 달러 수준의 무역이 이루어지고 도합 1만3000여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상이 또 있다. 그것은 그동안 좌파 정부들이 자랑해 마지않았던 남북 인적 교류의 허구성이다. 6·15와 8·15를 계기로 하고 민족을 명분으로 해 작년까지 진행돼 온 각종 ‘축전’ 행사는 물론이고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대부분의 남북간의 ‘인적 교류’는 예외 없이 남한사회의 주류 세력인 보수 우파는 배제된 가운데 친북 좌파들만의 잔치판이 되어 ‘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북의 주문대로 남이 길들여지는’ 통일전선전술 운용의 공간으로 구실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최근 남쪽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좌파 정부가 물러나고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보수ㆍ우파 정부가 10년만의 捲土重來(권토중래)를 이룩하자 북한은 금강산에서 남쪽 관광객을 총격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켜 남쪽의 새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이 임동원이 그의 회고록에서 말하는 ‘평화 만들기’다. ‘임동원의 회고록은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대중과 김정일의 입을 빌려 북한판 평화관을 해설하고 옹호하는데 거의 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북한식 평화觀의 전도사?
이 같은 그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의 총리였던 네빌 챔벌린이다. 그는 1938년 9월 독일 뮤니히에서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뮤니히 밀약’을 체결하고 런던으로 돌아와 탑승기에서 내리면서 이것을 한 손에 높이 들고 “우리 시대의 명예로운 평화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고 외쳤고 윈스턴 처칠과 안토니 이든 같은 몇몇 선각자들을 제외한 전 영국 국민들이 교회 종을 울리면서 이 엉터리 ‘평화’를 환호했다.
그러나 이 가짜 평화의 수명은 고작 1년이었다. 1939년 9월 히틀러는 베어마하트의 전차군단으로 폴란드를 유린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임동원 회고록을 읽고 필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의문은 그가 만들고자 하는 평화는 어떤 평화이고, 또 누구를 위한 평화냐는 의문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은 아무래도 그가 만들겠다는 평화는 북한의 독재자와 독재정권을 위한 평화이지 결코 북한의 억압 받고 핍박 받는 동포를 위한 평화가 아닌 것은 물론, 지난 63년 동안 북한의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48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평화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점심식사 회동을 희망했다. 그래서 서울 강남 반포의 팔래스호텔 일식집에서 그를 만났다. 초면이었다. 그가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남북고위급회담의 남측 대표단에는 수석대표인 姜英勳(강영훈) 국무총리 외에 洪性澈(홍성철) 통일원장관, 鄭鎬根(정호근) 합참의장, 金宗輝(김종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李鎭卨(이진설) 경제기획원 차관, 李秉龍(이병용)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보좌관 및 임동원이 참가하고 있었다.
1990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1차 회담 기간 중 남측 대표단의 대변인은 홍성철이었다. 그러나 홍성철의 대변인 역할이 시원치 않아서 비판을 받게 됐다. 盧泰愚(노태우) 대통령은 1차 회담이 끝난 직후 통일원 몫의 회담 대표를 홍성철로부터 宋漢虎(송한호) 차관으로 바꾸고 남측 대표단 대변인을 임동원으로 바꿨다.
필자와 마주 앉은 임동원은 갑자기 떠맡은 대변인 역할이 부담스럽다면서 필자의 조언을 구했다. 필자는 1970년대 초 남북조절위원회 대변인 직을 비교적 잘 수행했다는 세간의 평을 듣고 있었다. 그의 회담 대변인 임무 수행에 대해 필자는 한 가지 조언을 했다. 특히 북측 기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을 전해 주었다. 즉 북한에서 신문ㆍ통신ㆍ방송의 기사는 기자가 쓰는 것이 아니라 조선노동당 문화부에서 매체별로 특성에 맞게 작성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개별 매체들은 단순한 인쇄소에 불과하다는 것, 그 때문에 북측 기자들은 회담을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ㆍ선전ㆍ공작 임무를 수행하면서, 특히 남측 대표단 대변인을 골탕 먹이는데 주력한다는 것 등이었다. 필자는 그에게 “북측 기자들을 기자로 상대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헤어졌다.
당시 필자는 1990년 5월 말로 임기가 끝난 13대 국회 金在淳(김재순) 의장의 비서실장 직에서 물러난 뒤 1991년 1월 1일부로 발족되는 민족통일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엉뚱한 변수가 생겼다. 당시 노태우 정부에서 대북정책과 남북대화를 주도하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徐東權(서동권) 부장이 대통령에게 건의하여 안기부 소속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였던 이병용을 민족통일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보내고, 그의 후임으로 필자를 안기부장 특보로 임명(1991년 1월 1일자)해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내세웠다.
남북회담 전략까지 총괄
이 동안 남북고위급회담은 2차(1990. 10.16~19, 평양)·3차(1990.12.11~14, 서울) 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임동원은 이 두 회담 때 대변인을 맡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필자를 회담 대표로 임명하면서 남측 대변인 역할까지 맡겼다.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로서 필자의 회담 참가는 4차 회담부터였다. 3차 서울 회담에서 남북은 4차평양회담 날짜를 1991년 2월 25~28일로 합의했다.
그런데 회담 날짜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북측은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회담개최 중단을 남측에 통보했다. 4차 회담은 그로부터 10개월 후인 1991년 10월 22~25일 평양에서 속개된다.
4차 회담부터 남측 대표단에서 대변인일 뿐 아니라 회담 전략을 총괄하고 회담 대표단을 통제하는 것이 필자의 몫이 됐다. 4차 회담에서 남측은 당초 기대하지 못했던 진전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남북 쌍방은 향후 남북관계를 규제할 기본문건을 단일 문건으로 통합해 그 명칭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약칭 남북기본합의서)로 하고 그 안에 ①화해 ②불가침 ③교류ㆍ협력 등 3개의 ‘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가 징검다리가 되어 남북 쌍방은 5차 회담(1991.12.11~13, 서울)에서 이 ‘칸’들을 채워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을 타결하게 된다.
4차 회담을 계기로 필자의 입장에 변화가 발생했다.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해 서동권 부장이 필자를 전적으로 신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1년 12월 하순의 어느 날 서울 궁정동 安家(안가)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하는 연회가 열렸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기타로 伴奏(반주)하면서 직업 가수 뺨치는 솜씨로 그의 愛唱曲(애창곡) ‘베사메 무초’를 흥겹게 부르는 분위기 속에서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서동권이 옆 자리의 필자에게 말했다.
“나는 그동안 당신을 정치인으로 생각하고 상대했는데 이번 회담을 치르면서 재평가하게 됐다. 이제부터 남북대화 문제는 당신에게 일임할 터이니 책임지고 소신껏 추진해 보라. 대통령도 당신을 신뢰한다.”
6차 회담(1992.2.18~21, 평양)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회담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필자를 서동권이 전화로 찾았다. “대통령이 당신을 통일원 차관으로 임명하려 하고 있다”면서 “당신이 가겠다고 해도 나는 놓아주지 않을 것인데, 그래도 당신 자신의 의사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徐東權 부탁으로 林東源 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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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6월 17일 6·15 기념행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오른쪽)이 평양 대동강 영빈관에서 김정일과 건배를 하고 있다. |
임동원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아 임동원은 통일원 차관이 되었고, 자동으로 대표단에 잔류했다. 필자와 임동원 사이의 오랜, 그리고 끈질긴 惡緣(악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임동원이 최근 회고록을 냈다. 제목이 <피스 메이커―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20년> (삼화인쇄, 2008), 742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싫었다. 그와의 惡緣(악연)을 되씹는 것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문제의 임동원 회고록을 읽어보라는 권유가 계속됐다. 내용 가운데 필자에 관한 대목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필자는 이 책을 한 권 사서 읽어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본 소감은 충격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이 책에서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라는 1인칭 주어를 사용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회고록에서 그는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에 참가했을 때로부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의 요직을 전전하면서 대북정책에 관해, 그리고 金大中(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기간 중 그가 관여했던 모든 일의 ‘중심 인물’로 스스로를 묘사하고 있었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誇大妄想(과대망상), 自尊妄大(자존망대)였다. 특히 문제의 ‘훈령사건’이 일어난 1990년대 초의 남북고위급회담 기간 중 그의 역할에 관한 기술은 자존망대의 극치였다. 이 기간 중 그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물론 남북고위급회담 추진의 ‘중심 인물’이 아니었다. 우선 이 시기 남측의 대북정책과 남북대화의 ‘운전석’은 안기부였다. 통일부와 외무부의 자리는 ‘조수석’이었다.
임동원에 대한 의혹 꼬리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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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10월 비밀리에 방북한 서동권 당시 안기부장(왼쪽)이 김일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일(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
회고록에서 임동원은 북측 대표 崔宇鎭(최우진)을 상대역으로 “회담을 주도했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에서 최우진은 ‘중심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수행한 역할은 주로 임동원을 사이에 두고, 그를 통해 남측 대표단에 대한 ‘저격수’의 역할이었다. 최우진은 임동원을 통해 끊임없는 逆(역)정보로 남측 대표단을 교란시켰다.
심지어, 남측 대표단 내부에서는 임동원이 최우진을 통해 그의 생각을 북측 입장에 반영시켜 남측에 逆(역)제의하게 함으로써 관철시키려 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의혹마저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이 때문에 남측 대표단에서는 임동원의 신뢰성에 대해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남북고위급회담의 3개 분과위원회 남측 공동위원장 인선 때 그의 신분이 통일원 차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의 중심 영역인 정치나 군사 분과위원회가 아니라 邊方(변방) 영역인 교류ㆍ협력 분과위원회가 그의 차지가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 때문에 대표단 전략회의에서 그가 내놓는 의견은 거의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그의 불평불만이 쌓여서 1992년 8월 8차 회담에서 일어난 ‘훈령 사건’의 원인이 됐다. 뒷날 그가 김대중 정권에 참가한 뒤 대북정책의 영역에서 보여준 행보는 그때 그에 대한 의혹이 사실무근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임동원 회고록의 전체 흐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자신이 소속한 ‘남측’이 아니라 상대인 ‘북측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면서 남측 입장을 헐뜯고 북측 입장을 정당화시키고 합리화시키는데 충실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남북고위급회담에 관해서는 최우진의 입을,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관해서는 金正日(김정일)의 입을 빌리는 형식을 취한 그의 일관된 논지는 金日成(김일성)과 김정일의 북한이 시종일관 남북관계와 美北(미북) 관계를 개선하려 했고, 이를 위해 남북대화를 성사시키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거부세력’과 조지 부시 대통령 등 미국 ‘네오콘’(미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세력)들의 방해 때문에 남북대화가 교착되고 경직됐다는 것이었다. 그에 의하면, 남쪽 거부세력의 ‘중심인물’이 필자였다.
그는 문제의 회고록에서 없었던 사실을 지어내고 또 있었던 사실도 왜곡ㆍ변질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것이다. 임동원은 이미 남북고위급회담 때부터 소위 남북정상회담에 신들려 있는 사람이었다는 흔적이 회고록 곳곳에서 배어난다.
사실왜곡, 없었던 사실 지어내
그는 ‘(1990년) 10월 초 서동권 안기부장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하고 11월 초에는 북측에서 노동당 대남사업담당 비서 尹基福(윤기복)이 서울을 방문하여 각각 상대방 정상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협의했으나 실패했다. 우리 정부는 처음부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뒤이은 비밀접촉을 통해 “고위급회담에서 채택될 남북합의문서에 양 정상이 만나 직접 서명하고 관계개선을 촉진시킬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쓰고 있다(200~201쪽).
이 주장은 대부분 사실과 크게 다르다. 서동권이 1990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ㆍ김정일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남북정상회담(북측 표현은 북남 최고당국자 회담)을 거론한 것은 북측이지 남측이 아니었다. ‘이해 11월 초 북측의 윤기복이 서울을 방문했다’는 임동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때 윤기복은 서울에 오지 않았다.
‘남북고위급회담 기간 중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다’는 임동원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필자가 이 같은 증언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그 무렵 남북간에는 정상회담을 미끼로 하는 자ㆍ타천 ‘거간꾼’들이 속출했다. 金宇中(김우중) 대우 회장(당시)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들이 평양을 다녀와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북측과의 대화 내용을 보고하면 노 대통령은 어김없이 그들을 서동권에게 보냈고, 그 실무적 뒤치다꺼리는 필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추진(?)한 정상회담은 진전이 불가능했다. 북측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회담에 앞서 북측이 제시하는 ‘통일원칙’과 ‘통일방법’을 담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류의 ‘합의문건’에 사전 합의할 것을 끈덕지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윤기복이 비밀리에 서울에 온 것은 1992년 4월 초였다. 이때 그는 임동원의 주장처럼 ‘김일성의 메시지’를 지참하지 않았다. 안기부장 李相淵(이상연)과 필자가 그를 영접해 서울에 온 목적을 물었다. 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금년에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의 꺾어진 생신(끝자리 수가 0과 5로 끝나는 해의 생일) 잔치를 차리는데 이때 노태우 대통령이 평양으로 와서 연회석 主卓(주탁)에 앉아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김일성의 80회 생일잔치 賀客(하객)이 되라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얘기는 아예 없었다. 그가 고작 한 말은 “노 대통령이 오시면 相逢(상봉)도 예견된다”는 것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상연과 필자의 건의에 따라 삼청동 안가에서 그에게 저녁을 대접하면서 先約(선약)과 시일 촉박을 이유로 완곡하게 평양행을 謝絶(사절)했다.
회고록에서 임동원은 이때 ‘성사될 수 있었던’ 정상회담이 실현되지 않은 탓을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주도해 왔던 우리 정부의 협상사령탑에서 웬일인지 갑자기 대북 불신론을 제기하며 지연전술을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200쪽). 그는 있지도 않았던 정상회담 무산의 책임을 또다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선 안기부장(이상연)과 그 측근들(필자 등)’에게 떠넘긴 것이다.
‘訓令事件’이라는 소설 쓰기
임동원 회고록은 상당한 지면을 8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의 ‘훈령사건’을 기술하는 데 할애해 필자를 비방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회고록 기술 내용의 압권은 여기에 인용(?)하고 있는 1993년 12월 21일자 감사원의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시의 훈령조작 의혹 감사결과’ 내용이다.
회고록은 감사원 감사결과의 내용이 ▲청훈 전문은 이동복의 지시로 안기부장 이외의 수신자들에게는 전달하지 않고 묵살되었고(청훈 차단) ▲이동복이 평양에서 가짜 훈령을 조작했으며(훈령 조작) ▲신속한 회신이 요구되는 청훈을 보고받고도 안기부장은 이유 없이 지연 처리했으며(처리 지연) ▲진짜 훈령을 접수한 이동복은 고의로 회담이 모두 종료된 시각에 평양의 총리에게 지연보고 했다는 것(훈령 묵살)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296쪽).
회고록에 의하면 감사결과는 또 ‘이동복이 3급 비밀 내용이 그대로 인용된 해명서를 국회의원 등에게 제공, 불법 유출되어 공개됐다(비밀 유출)’고 기술하고 있다(같은 쪽).
우선 놀라운 사실이 있다. 회고록이 인용하고 있는 감사원 감사결과 내용이 실제 감사결과의 내용을 터무니없이 왜곡ㆍ변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3년 12월 21일자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같은 해 11월 23일부터 12월 11일까지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내용을 담고 있다. 14쪽의 이 문서는 ‘감사 내용’을 ①훈령조작 ②청훈 지연처리 ③훈령 지연 보고 ④훈령조작 사실 은폐 ⑤지휘보고체계 미확립 ⑥국가기밀 유출 경위 등 6개 항목별로 ‘배경’과 ‘문제점’으로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조치’라는 제목 아래 감사 결론을 담고 있다.
결론에 해당하는 ‘조치’에서 감사원은 통일원과 안기부에 대해 3개 항목의 개선조치를 통보했다고 기술했다. ①회담지휘체계의 확립 ②회담상황실 운영체제 개선 ③허위전문 작성ㆍ보안업무 규정 미준수ㆍ청훈 전문 처리지연 관련자 2명에 대한 인사조치 등이었다.
감사원 감사결과의 내용은 필자와 임동원 사이에서 철저한 兩非論(양비론)을 취하고 있었다. 예컨대 국가기밀유출 문제에 관해 임동원 회고록은 ‘이때 이동복 특보는 훈령 조작ㆍ묵살 사건은 왜곡된 것이라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내용으로 교묘하게 조작된 해명서를 국회 통일외무위원회 의원들에게 배포했는데 이로써 서울-평양을 오간 7개의 비밀전문이 대중들에게 노출되어버리고 사건 내용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말았다’고 기술하고 있다(295쪽).
이 주장은 중대한 사실 왜곡이다. 우선 필자는 국회 통일외무위원회 의원들에게 해명서를 배포한 사실이 없다.
감사원 감사결과의 해당 부분 내용도 그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감사원 감사결과는 ‘국가기밀의 취급 소홀 등 보안의식 결여’를 이유로 임동원과 필자를 다같이 질책하고 있었다.
‘임동원 차관은 3급 비밀로 되어 있는 전문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비밀로 분류하여 수발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7부나 임의로 복사한 후 이 3급 비밀자료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비서관 및 남북대화사무국에 보안조치 없이 제공’한 반면 ‘이동복 특보는 3급 비밀의 내용이 그대로 인용된 보고서를 국회의원 등에 해명자료로 제공했다’면서 그 결과로 ‘국가기밀이 제3자에게 불법 유출되어 공개되는 등 사회물의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임동원은 회고록에서 ‘李仁模(이인모) 건에 관하여 3개의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으면 협의에 응하지 말 것’이라는 훈령을 필자가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훈령사건’은 다르다. 8차 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단이 서울에서 가지고 간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와 이산가족 문제에 관한 훈령을 임동원이 대표단 차원에서 아무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변질시키려 시도하는 것을, 대표단 차원에서 수석대표 鄭元植(정원식)의 지시에 따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이인모 건에 관하여 3개의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으면 협의에 응하지 말라’는 전문은 서울에서 온 것이 아니라 평양상황실에서 작성된 것이 맞다. 그러나 이 전문이 등장한 것은 정원식의 지시에 따라 임동원에 의한 ‘훈령변질’ 시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먼저 남측 대표단이 서울로부터 ‘훈령’으로 지침한 본래의 협상지침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본래의 훈령은 우선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 및 예술단 서울ㆍ평양 교환방문의 무조건 실시라는 남북간 기존 합의를 무조건 이행하라’는 요구를 절대화하고 있었다. 이 ‘절대적 조건’이 충족되면 그 다음에 이인모 송환 문제를 협상하되 이 경우에는 ①이산가족 고향방문단 교환 정례화 ②상설 판문점 이산가족 면회소 및 우편물 교환소 운영 ③납북어선 동진27호 선원 12명 송환 등 세 가지 조건과 교환하여 협상하라는 것이었다.
9월 15일 남측 대표단의 평양 도착 직후 있었던 대표 접촉에서 북측은 이인모 송환의 대가로 남측이 제시한 이 조건들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한 협상은 이미 결렬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9월 16일 대표단 조찬 모임에서 정원식은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논의하지 말고 회담의 주제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8차 회담의 주제는 남북기본합의서의 3개 부속합의서들과 남북화해공동위원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 및 核(핵)통제공동위원회에서의 ‘核사찰 규정’을 타결하는 것이었다. 임동원은 이 같은 수석대표의 지시를 무시하고 최우진ㆍ金正宇(김정우) 등 북측 대표를 상대로 이인모 문제를 가지고 끈덕지게 논의를 계속한 끝에 문제의 훈령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앞뒤 안 맞는 주장
그가 평양 도착 다음날인 9월 16일 밤 11시30분 서울로 청훈한 내용은 “남측이 이인모를 송환하고 북측은 판문점 면회소 설치 및 이산가족 문제 협의를 위한 적십자회담 개시에 합의하겠다”는 것이었다.
회고록에서 그는 평양방문 첫날 밤인 15일 밤 남북교류협력분과위원장 회의에서 그 같은 합의가 이루어져서 이를 정원식에게 보고하고 문제의 청훈 전문을 서울로 보내달라고 상황실에 의뢰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임동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남측 대표단 평양방문 첫날인 9월 15일 밤에는 남북교류협력분과위원장 회의가 없었다.
이날은 남측 대표단의 평양도착 직후 있었던 쌍방 대표접촉에서 이인모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이 접촉에서 북측은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ㆍ예술단 서울ㆍ평양 교환방문 문제는 원래 우리가 먼저 제기했던 것이니까 해결하자는 입장”이라면서도 느닷없이 이인모의 무조건 송환과 北核(북핵)에 대한 사찰요구 포기라는 2개의 전제조건을 새로 내놓았다.
당연히 쌍방간에는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로써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ㆍ예술단의 서울ㆍ평양 교환방문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이인모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협상은 있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임동원은 회담이 모두 끝나고 남측 대표단이 평양을 떠나 귀로에 오르는 날인 18일 아침 남측 대표단 조찬 자리에서 그날 새벽 2시 북측 대표 김정우가 그의 침실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판문점 면회소를 연내에 설치ㆍ운영하며 이산가족 노부모 상봉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적십자실무회담을 즉각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이러한 합의 내용을 아침에 공동 발표하자”고 김정우가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원식은 “회담이 끝났으니까 그 문제는 서울에 돌아가서 논의하자”고 마무리를 하려 했다. 그러나 필자는 임동원의 주장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환송 나온 북측 대표단장 延亨默(연형묵)에게 판문점에서 대표접촉을 갖게 해달라고 요청, 즉석에서 그의 동의를 받아냈다.
이렇게 하여 10월 1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판문점에서 ‘대표접촉’(남측 임동원ㆍ이동복, 북측 안병수ㆍ김정우)이 열렸다. 이 판문점 접촉에 참가한 북측 대표들은 임동원이 주장한 합의 내용들을 대부분 부인했다.
임동원, 자신의 실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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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9월16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첫날 회의가 열렸다. |
김정우는 “우리는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예술단 교환 방문)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대안으로 면회소를 제시한 것이고 이산가족 고향방문 정례화 문제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렇게 되자, 임동원은 자신의 ‘착각’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동원이 “(북측의 입장은) 7차 회담 때 합의한 것은 약속을 지킨다, 그것에 플러스해서 면회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했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하면 내 해석하고는 다르다”고 ‘착각’을 자인한 것이다.
회고록에서 임동원은 8차 고위급회담 마지막 날인 17일 ‘서울로부터 “2개 조건으로 합의하라”는 ‘진짜 훈령’이 있었다’면서 이 훈령을 필자가 묵살하고 지연 처리했기 때문에 ‘이인모와 이산가족 문제에 관하여 가능했던 협상을 타결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2개 조건으로 합의하라’는 진짜 훈령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8차 고위급회담 사흘째인 9월 17일 오후 서울로부터 평양으로 시달된 새 훈령의 내용은 임동원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었다. 새 훈령은 남측 대표단에게 이인모 송환 문제에 관해 우선 “세 가지 사업이 관철되는 조건으로 교섭할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세 가지 사업이란 ①이산가족 고향방문단 사업을 정례화해 설날, 8·15, 추석 등 年(연) 3회에 걸쳐 회당 300~400명 규모로 실시하라는 것 ②판문점에 이산가족 면회소 및 우편물 교환소를 쌍방 합의 후 1개월 이내에 설치하여 이산가족 면회는 월 1회 100명씩, 그리고 우편물 교환은 주 1회씩 실시하라는 것 ③납북어선 동진27호 선원 12명을 합의 후 15일 이내에 이인모와 동시 교환하라는 것 등이었다.
이 훈령은 세 가지 사업의 관철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한 ‘양자택일’의 ‘최종 협상선’을 제시했지만 이 양자택일은 임동원이 주장하는 ‘2개 조건’이 아니었다. 훈령이 제시한 양자택일은 세 가지 사업 중 “①항+②항 또는 ①항+③항의 ‘조합’으로 협상하되 최종적으로는 ①항+③항의 ‘조합’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것이었다. 북측은 남측의 이 같은 조건을 이미 거부하고 있었다.
있지도 않았던 훈령을 묵살?
남측 수석대표 정원식도 다음해에 실시된 감사원 감사 석상에서 감사관들에게 “(새 훈령을 가지고 협상했더라도) 이산가족 문제는 성사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감사결과가 기록하고 있다.
필자가 문제의 소위 ‘2개 조건으로 협상하라’는 내용의 있지도 않았던 훈령을 묵살하고 지연 처리했다는 임동원의 주장은 당연히 사실무근이었다. 근본적으로 그 같은 ‘훈령’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주장과는 내용이 전혀 다른 새 훈령이 9월 17일 서울상황실로부터 평양상황실로 발송된 시각은 오후 4시30분이었고 암호해독을 거쳐 필자에게 그 내용이 전달된 것은 오후 5시 이후였다.
그때 필자는 이날 오후 4시가 되어서 겨우 열린 8차 고위급회담 마지막 날 회담에 참석하고 있었다. 회담에서는 이날 겨우 타결된 3개 부속합의서들과 남북화해공동위원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해 발효시키는 절차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더구나, 앞에서 검토된 것처럼 이미 회담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도착했을 뿐 아니라 북측의 거부가 분명한 문제의 새 훈령을 가지고 북측과 협상을 전개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었다. 필자가 이 훈령을 구두로 정원식에게 보고한 것은 오후 7시경 만찬 석상에서였고 훈령 전문을 정원식에게 보고한 것은 밤 11시경 숙소인 百花苑(백화원)에 귀환한 뒤였다.
정원식의 반응은 “이제 이번 회담은 끝났으니까 그 문제는 서울에 돌아가서 논의하자”면서 “그 내용은 내일(18일) 조찬 모임 때 당신이 대표들에게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 새 훈령 내용은 대표단이 평양을 떠나는 날인 18일 조찬 모임 때 필자가 대표들에게 설명하게 됐다. 묵살은 물론 지연 처리도 없었다.
임동원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8차 회담 때 이인모와 이산가족 문제의 협상책임자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인모 문제에 관한 한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8차 회담 후 소위 ‘훈령사건’이 불거지자 그의 직속상관인 崔永喆(최영철ㆍ통일부총리)은 “이인모 문제는 안기부 소관으로 통일원은 손대지 말라고 거듭 지시했는데 임동원이 왜 그 문제에 그렇게 집착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하고 있었다.
林東源의 ‘평화’는 어떤 평화인가
임동원 회고록 <피스 메이커>의 중심 메시지는 임동원이 자신을 평화 만들기(Peace Maker)의 전도사로 분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는 매우 기만적인 용어다. 평화는 평화 나름이다. 예컨대 북한이 말하는 평화와 우리가 말하는 평화가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의 여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한반도가 북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의하여 항시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허구적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은 이 같은 倒錯(도착)된 평화관에 입각하여 그동안 북한이 자행한 모든 평화에 반하는 행위들을 정당화ㆍ합리화시켜 왔다. 북한은 그 같은 논리에 입각하여 6·25 전쟁 도발을 합리화시켰고, 심지어 지금 국제적 현안이 되어 있는 핵은 물론 화학ㆍ생물 무기와 미사일 등 국제적으로 금지된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정당화시키려 시도해 왔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파기다. 이른바 ‘조선반도 평화체제’라는 명칭으로 북한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①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성격 변경 ②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폐기 ③‘작전계획-5027’의 폐기를 포함해 한미 연합작전체제의 해체 ④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지 ⑤주한유엔군사령부의 해체 등이다.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방패를 일거에 제거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을 버리고 그 대신 북한과의 ‘민족공조’를 택할 것을 요구한다.
임동원의 평화관에 내재된 또 하나의 毒素(독소)가 6·15 남북공동선언에 담겨있다. 1항의 ‘통일원칙’에 관한 기술에 등장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2000년의 6ㆍ15 선언 이후 김대중ㆍ노무현이 이끈 두 친북ㆍ좌파 정권이 끈덕지게 추구해 온 대북정책은 대북 퍼주기를 통한 ‘북한의 변화’였다. 이에 관하여 남쪽의 친북 좌파 세력들은 그동안 10조원에 가까운 돈을 북한에 퍼 준 결과 남북간에는 연간 10만명의 인적 왕래와 10억 달러 수준의 무역이 이루어지고 도합 1만3000여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상이 또 있다. 그것은 그동안 좌파 정부들이 자랑해 마지않았던 남북 인적 교류의 허구성이다. 6·15와 8·15를 계기로 하고 민족을 명분으로 해 작년까지 진행돼 온 각종 ‘축전’ 행사는 물론이고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대부분의 남북간의 ‘인적 교류’는 예외 없이 남한사회의 주류 세력인 보수 우파는 배제된 가운데 친북 좌파들만의 잔치판이 되어 ‘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북의 주문대로 남이 길들여지는’ 통일전선전술 운용의 공간으로 구실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최근 남쪽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좌파 정부가 물러나고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보수ㆍ우파 정부가 10년만의 捲土重來(권토중래)를 이룩하자 북한은 금강산에서 남쪽 관광객을 총격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켜 남쪽의 새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이 임동원이 그의 회고록에서 말하는 ‘평화 만들기’다. ‘임동원의 회고록은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대중과 김정일의 입을 빌려 북한판 평화관을 해설하고 옹호하는데 거의 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북한식 평화觀의 전도사?
이 같은 그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의 총리였던 네빌 챔벌린이다. 그는 1938년 9월 독일 뮤니히에서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뮤니히 밀약’을 체결하고 런던으로 돌아와 탑승기에서 내리면서 이것을 한 손에 높이 들고 “우리 시대의 명예로운 평화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고 외쳤고 윈스턴 처칠과 안토니 이든 같은 몇몇 선각자들을 제외한 전 영국 국민들이 교회 종을 울리면서 이 엉터리 ‘평화’를 환호했다.
그러나 이 가짜 평화의 수명은 고작 1년이었다. 1939년 9월 히틀러는 베어마하트의 전차군단으로 폴란드를 유린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임동원 회고록을 읽고 필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의문은 그가 만들고자 하는 평화는 어떤 평화이고, 또 누구를 위한 평화냐는 의문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은 아무래도 그가 만들겠다는 평화는 북한의 독재자와 독재정권을 위한 평화이지 결코 북한의 억압 받고 핍박 받는 동포를 위한 평화가 아닌 것은 물론, 지난 63년 동안 북한의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48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평화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