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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3년, 방한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말하는 러-우 전쟁과 향후 전망

“북한 용병들, 빠르게 전술 익히고 있어… 2000명 추가 파병”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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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토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내정자 알료나 헤트만추크 등 방한
⊙ “北 미사일, 실전 거치며 정확도 대폭 향상(오차 1500m→200m)”
⊙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협상안’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중대한 위협”
⊙ “러시아가 승리하면 다음 차례는 유럽”
⊙ “유럽 국가, 평화강제군 편성해 우크라이나에 파병해야”
⊙ “유럽, 돈은 많지만 방산 생산 기반 없어… 한국이 대안”
⊙ “러시아 입장에서 평화협정은 빨라도 좋고, 늦어도 좋아”(김규철 전 주러 한국대사관 국방무관)
⊙ 미어샤이머, “미군 철군하면 나토 유명무실해져”
2024년 5월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한 여성이 수많은 우크라이나 국기들을 바라보며 눈물 짓고 있다. 사진=조선DB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담을 열고, 30일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휴전하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면 3년간 이어진 전쟁이 잠시나마 멈출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광물 협정’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약 5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40분 동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미국은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강조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 간 직접 대화에 불만을 나타냈다.
 
  회담 종료 10분을 앞두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배석한 J.D. 밴스 부통령은 외교적 관례를 깨고는 두 정상의 대화에 끼어들어 “지금 우리는 당신 나라의 파괴를 멈출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방한한 우크라이나 민관대표단
 
알료나 헤트만추크 나토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내정자. 사진=조선DB
  지난 2월 24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일부에서는 2014년 4월 12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이어진 ‘돈바스 전쟁’을 ‘1차 전쟁’,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2차 전쟁’으로 구분하며, 전쟁이 11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서방에서는 2차 전쟁을 ‘대규모 침공(full-scale invasion)’이라고 표현한다.
 
  전쟁 발발 3년을 맞아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민관(民官)대표단이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나토(NATO)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로 내정된 알료나 헤트만추크(Alyona Getmanchuk, 뉴유럽센터 설립자 겸 대표), 나탈리야 부티르스카(Nataliya Butyrska, 뉴유럽센터 선임 연구위원), 미하일로 곤차르(Mykhailo Gonchar, 글로벌 연구 전략 XXI 센터 창립자 겸 회장), 레오 리트라(Leonid Litra)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단을 이끈 알료나는 우크라이나 독립 싱크탱크인 뉴유럽센터(New Europe Center)의 설립자다. 그는 27년 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준비했으나,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IMF 사태)로 인해 계획이 무산되며 한국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나탈리야 부티르스카는 한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어 교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대표단은 세종연구소,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 주요 싱크탱크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황을 공유했다. 또한 한국 측 인사들과 만나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방안 및 한국-우크라이나-유럽 국가 간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전쟁은 11년 전부터 시작”
 
  미하일로는 이번 전쟁이 11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쟁은 201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크렘린(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분열시키는 것이었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노보로시야(Novorossiya, 신러시아)’라는 개념을 만들어 크름반도처럼 러시아에 합병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회의 강한 저항으로 계획이 무산됐죠. 이후 러시아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하이브리드전 전략을 펼쳤지만 이마저도 실패했고, 결국 2022년 전면 침공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러시아가 해상 봉쇄 작전과 기반 시설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핵심 시설을 점령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특수부대와 드론을 활용해 이를 저지하면서 2023년 중반 이후 러시아 해군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미하일로는 “적이 해상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역시 해안 방어 체계, 해상 드론 운용 능력, 기뢰 및 대잠(對潛) 방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문 목적은 무엇입니까.
 
  알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째를 맞아 전쟁의 전개 상황을 한국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이란, 북한, 중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가 러시아를 돕지 않았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권위주의 국가들은 점점 더 강하게 결속하는 반면, 서방(미국과 유럽 등)은 의견 불일치를 보이며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 어떤 논의가 오갔습니까.
 
  알료나: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안보가 어떤 상호 연관성을 갖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자유 진영의 국민으로서 양국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죠. 또한 한국이 6·25 전쟁 이후 어떻게 전후 복구를 이뤘는지 배우고자 했습니다.”
 
 
  “북한군 전장 경험은 北 군사력 강화로 이어져”
 
  — 한국의 지원을 어떻게 이끌어낼 계획입니까.
 
  알료나: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상호 호혜적 관계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은 양국이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고 공통점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북한은 러시아를 어떻게 돕고 있습니까.
 
  알료나: “북한의 개입은 단순한 군수 물자 제공을 넘어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미사일 성능을 개량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초기에는 정확도가 낮았던 북한 미사일이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죠.”
 
  — 북한군도 전장에 투입됐습니다.
 
  알료나: “북한 용병들은 처음에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전투에 투입됐지만, 빠르게 전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약 2000명이 추가로 파병될 예정입니다.”
 
  레오: “북한군의 전장 경험은 결국 북한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북한은 전쟁을 통해 드론(무인기) 운용법과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어, 이는 한국에도 위협이 됩니다.”
 
  — 북한제 미사일의 성능이 개선됐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나탈리야: “초기에는 명중 오차가 500~1500m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훨씬 정밀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오차가 100~200m 수준으로 줄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알료나: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승리를 돕지는 않겠지만, 패배하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미하일로: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재정적 기반은 석유 수출입니다. 중국은 카자흐스탄이나 홍콩 등을 경유해 반도체와 첨단 기술 제품을 러시아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크름반도 점령 이후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불공정한 평화’ 절대 받아들여선 안 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김상훈 의원과 면담을 했다. 사진=김상훈 의원실
  —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알료나: “현재 군사적, 외교적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사적으로는 지속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북한군까지 전장에 투입돼 러시아의 쿠르스크 수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입니다.”
 
  나탈리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협상안’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중대한 위협이 됩니다. 이 협상안은 푸틴과 러시아에 유리한 양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 ‘불공정한 평화’를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대표단은 트럼프와 푸틴 간의 직접 협상 방식에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해 전쟁을 조기 종결하려는 기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후(戰後) 외교 구상을 고민하는 분위기였다. 대표단은 미국이 담보하는 안전 보장을 최선의 방안으로 여기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대신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협력해 우크라이나 지원과 안전 보장을 지속하길 희망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적극 개입한다는 보장은 없다. 러시아를 유럽의 주요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과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대를 파견하는 문제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레오는 위와 같은 판단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독립이 아니라 강력한 안전 보장입니다.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이 한국에 제공했던 안전 보장을 우크라이나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답을 듣게 됩니다. 한국과 같이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이) 단순히 국토를 분단하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까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유럽은 미래의 전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한다면 다음 차례는 유럽입니다. 제가 유럽의 핵심 정책 결정권자라면, 러시아를 저지하고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EU 가입을 논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안전 보장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EU에 가입하기 어려울 겁니다. 유럽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이 아니라 ‘평화강제군(Peace Enforcement Force)’을 배치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크라이나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할 핵심이 될 겁니다.”
 
 
  “유럽군은 과도기적인 선택에 불과”
 
2024년 5월 15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전사자들의 이름이 적힌 우크라이나 국기들이 꽂혀 있다. 사진=조선DB
  알료나는 “‘러시아에 과민 반응하는 건 아닐까’ ‘푸틴은 우크라이나에만 집착할 뿐 그곳에서 멈출 것이다’와 같이 러시아의 전쟁 목표를 과소평가하고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만의 문제라는 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2022년 전면 침공 초기에는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무기를 제공, 우크라이나가 붕괴를 피할 만큼은 지원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지나치게 성공해 러시아를 완전히 패배시키는 것은 원치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원이 축소되는 경향까지 있었다”고 했다.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유럽군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의 군대가 ‘평화유지군’으로 우크라이나에 파견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유럽군의 역할은 과도기적 선택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나토 가입이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목표다. 나토 가입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며, 가장 경제적인 안전 보장책”이라고 했다.
 
  레오 리트라는 “우크라이나는 늘 ‘운이 나쁘다’고 표현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러시아를 이웃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에겐 이런 구호가 있어요. ‘러시아를 다시 작게 만들자(make Russia small again).’ 독립을 되찾은 후 우리는 줄곧 운이 나빴습니다.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핵무기를 포기했지만, 그것이 우리 영토 보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독립은 유지했지만 영토 보전은 지켜지지 않았죠. 이후 우리는 민스크 협정을 통해 러시아와 186차례 협상을 했지만, 모든 휴전이 러시아에 의해 위반됐습니다. 이런 협상이 의미가 있을까요? (공습경보가 울리면) 여섯 살짜리 제 딸이 ‘이건 탄도미사일이에요? 드론이에요? 우리가 대피소로 가야 하나요?’라고 묻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했기 때문에 시작됐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터무니없다. 오히려 전쟁이 발생한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나토와 함께 평화를 찾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실전 경험 한국과 공유 가능”
 
  우크라이나는 한국과의 국방·안보 협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방한해 정부 고위 관계자와 만나고 방산 업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엄·탄핵 사태로 인해 관련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신기술을 실시간으로 시험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전 경험, 특히 드론전과 현대전 전술을 한국과 공유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군이 실전에서 현대전을 학습하며 위협을 키우는 만큼,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협력도 가속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는 대신, 유럽 국가들과 방산 협력을 증진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금은 있지만 무기 생산 기반이 부족하며,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는 한국의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을 촉진하고,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최근 유럽 의회는 방위력 개혁을 목표로 한 새로운 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여기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는 한국이 유럽 방산 협력에 나설 기회를 제공한다. 유럽 국가들은 기술 발전, 생산 속도가 느린 반면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강화되고 있어 여기에 한국이 참여해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는 한국과의 양자 협력뿐만 아니라 EU와의 삼각 협력도 추진하기를 원한다.
 
  국립외교원 전혜원 북미유럽연구부장은 “한국(언론)은 러시아를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한국은 매우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낸다. 비용과 편익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한국은 ‘정의로운 전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정의로운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쟁의 승리자로서 명확한 입장을 가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전 부장은 유럽 국가를 상대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고 안전도 보장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국가) 이익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유생역량 말살 목표”
 
2025년 1월 26일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제110여단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러시아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한국 사회가 ‘도덕의 관점’에서 이번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며 “국가 전략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은 러시아가 유리하며 전쟁이 소모전으로 진행되는 것 역시 러시아의 의도라고 말한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을 지낸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김규철 초빙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언론은 러시아의 목표가 속전속결로 키이우를 점령하는 것이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속전속결을 선호하지 않으며, 공식적으로 키이우 점령이나 친러시아 정권 수립을 목표로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 투입된 러시아군 규모를 보면, 키이우 지역에는 2만~3만 명 정도만 배치됐습니다. 이는 서울보다 큰 키이우를 점령하기에 불충분한 병력이며 혼란 유도 차원에 불과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승리할 때 발트 3국을 넘어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합니다. ‘러시아가 침략적 속성을 갖고 어디든 침략할 것’이라는 주장은 루소포비아(러시아 혐오)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러시아는 소모전을 추구하며 우크라이나의 유생역량(有生力量) 말살을 목표로 합니다. 속전속결과 반대되는 전략으로,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는 과정이죠.
 

  장기전이 된 이유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작전 환경 변화 때문입니다. 2차 대전과 달리 시가전, 대도시, 공장지대에서 전투가 진행되고, 값싼 드론이 고가의 기동장비를 무력화(無力化)하는 상황이죠. 평화 협상은 미국에 달려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평화협정이 빠르게 체결되어도 좋고, 늦게 맺어져도 좋죠.
 
  한국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도덕의 시대가 아닌 마키아벨리의 시대에서 국익에 초점을 두고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나토, 위상 추락 불가피”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을 쓴 공세적 현실주의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그는 지난 2월 28일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의제였던 ‘광물 협정’에 대해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가 손을 잡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안전 보장을 제공하도록 하는 함정을 파놓았다”고 했다.
 
  미어샤이머는 “이 광물 협정이 미국의 직접적인 안전 보장을 약속하지는 않더라도 우회적으로 안보를 보장하는 장치”라며 “협정의 제4조에 ‘핵심 자원의 공동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폴란드나 발트 3국까지 진출하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또 나토가 ‘형식’만 유지한 채 예전과는 다른 위상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전쟁이 지속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30~40%를 합병해 대러시아(Greater Russia)를 만들 겁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재앙입니다. 그럼에도 푸틴이 우크라이나 서부까지 점령하지 않는 이유는 이 지역이 강한 반러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푸틴이 발트 3국, 폴란드, 루마니아 같은 나라를 침공하려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은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에 따를 가능성이 높지만, 우크라이나를 협상에 참여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나토는 이미 균열이 발생했으며, 트럼프가 대규모 철군을 단행하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습니다. 유럽이 독자적으로 강력한 통합군을 창설하는 것도 어려우며,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면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불확실합니다.
 
  현재 유럽의 평화 계획은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고 있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미온적입니다. 젤렌스키는 선택지가 없으며, 트럼프는 러시아가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기 전에 신속한 합의를 해야 합니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불리한 협상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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