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신간은 ▲정계 복귀 ▲차기 대선 출마 의사 밝히는 ‘선언’
⊙ “피 말리듯 긴장하고, 집중하며” 썼다는데 관심 못 받는 ‘이낙연의 생각’
⊙ ‘정치·사회 부문 135위’… 출간 50일 지났는데도 1쇄 판매 중?
⊙ ‘통상국가’ 강조했는데 ‘무역적자’ 통계치 틀리고, 분석도 안 맞아
⊙ 중국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의 ‘對中 상호주의 외교’ 비판
⊙ “北, ‘중·소’를 한국에 열어줘… 韓은 대북 냉전적 사고 견지”
⊙ ‘굿 이너프 딜’ 내세우며 김정은 옹호한 문재인과 같은 ‘북핵 해법’ 제시
⊙ “영변 핵시설은 북핵 능력 90% 차지” 주장… 美 전문가는 “최대 50%”
⊙ 충격적인 이낙연의 ‘북한 비핵화’ 전 ‘美·北 수교’ 주장
⊙ “피 말리듯 긴장하고, 집중하며” 썼다는데 관심 못 받는 ‘이낙연의 생각’
⊙ ‘정치·사회 부문 135위’… 출간 50일 지났는데도 1쇄 판매 중?
⊙ ‘통상국가’ 강조했는데 ‘무역적자’ 통계치 틀리고, 분석도 안 맞아
⊙ 중국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의 ‘對中 상호주의 외교’ 비판
⊙ “北, ‘중·소’를 한국에 열어줘… 韓은 대북 냉전적 사고 견지”
⊙ ‘굿 이너프 딜’ 내세우며 김정은 옹호한 문재인과 같은 ‘북핵 해법’ 제시
⊙ “영변 핵시설은 북핵 능력 90% 차지” 주장… 美 전문가는 “최대 50%”
⊙ 충격적인 이낙연의 ‘북한 비핵화’ 전 ‘美·北 수교’ 주장
- 사진=뉴시스
이낙연(李洛淵)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6월 24일 귀국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참패한 뒤 도미(渡美)해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1년 동안 ‘유학’했다. 두 차례 선거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휘청거리고, 당대표와 관련된 각종 범죄 의혹이 제기돼 국민적 불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미국 생활을 고집했다. 정치권에서 “이재명(李在明)은 사퇴하고, 이낙연이 당을 맡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재명 대안’으로 치켜세웠지만, 이 전 대표는 움직이지 않았다. 윤석열(尹錫悅) 정부 비판성 주장을 종종 사회적 관계망에 게시한 걸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정치와 거리를 뒀다.
그런 그가 귀국 전 책을 냈다. 미국 유학 기간 공부한 내용과 자신의 외교 경험을 담아 5월 8일,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출간했다.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강의 관계 분석, 정세 진단과 함께 ‘연성강국 신외교’라는 외교 기조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많지 않다. 한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문재인 정권 시절 집권당 대표, 지금은 일각에서 ‘원내 제1당’ 대표의 ‘대안’으로 꼽는 정치인이 쓴 책인데도 그렇다.
출간 후 50일 지났는데 ‘1쇄’ 판매 중?
7월 10일 현재 ‘네이버 도서’ 정보에 따르면 그의 책 표지 그림 위에는 ‘베스트셀러’란 표시가 있지만, 순위는 ‘정치·사회 부문 135위’다. 책 판매고도 기대보다는 저조한 듯하다. 인쇄·발행 상황을 보면 그런 추정도 가능하다. 6월 28일 구매한 이 전 대표 책 뒷부분의 ‘판권’ 면에 ‘1판 1쇄 발행 5월 8일’이라고 명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책이 출간된 지 50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 ‘1쇄’가 다 나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출판사가 1쇄를 얼마나 찍었느냐에 따라 얘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낙연’이란 이름값과 어울린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으로 잠시 일하다가 낙마한 조국씨가 낸 《조국의 시간》(2021)이 출간 한 달 만에 30만 부 이상 팔려 33쇄를 찍은 상황과 대조된다.
《대한민국 생존전략》에서 이 전 대표는 “내 꿈은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이 전 대표가 2021년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때 핵심 구호였다. 그는 또 “대한민국이 평화 번영의 모범국가로 발전하고 인류가 함께 발전의 과실을 향유하도록 돕게 하는 것이 나의 먼 꿈”이라며 “그런 꿈의 나라로 가기 위해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함께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이 책은 이 전 대표의 ‘정치 복귀 선언문’이자 ‘차기 대선 출마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이재명 대안’으로 ‘이낙연’을 기다리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게 이 책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이 아닌 ‘이낙연’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왔다면 그를 찍었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에게도 유의미한 책이다. ‘이낙연’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는 데도 유용하다. ‘이재명의 개딸’과 같은 극성 지지층이 없는 그는 당분간 당 외곽에서 ‘윤석열 정부 비판’을 주로 하며 활동 반경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소위 ‘북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대통령의 고유 영역인 외교·안보 사안을 언급하며 ‘윤석열의 맞상대는 이낙연’이란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의 ‘여론몰이’를 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월간조선》은 관심받지 못하는 ‘이낙연 저(著) 《대한민국 생존전략》’의 내용을 분석했다.
참고로 먼저 정리하면, 책에 기술된 ‘이낙연의 생각’을 종합할 경우 그가 바라는 나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2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기본 무역 통계치도 틀린 ‘꼼꼼 낙연’
이낙연 전 대표가 쓴 《대한민국 생존전략》의 분량은 총 303쪽이다. 책은 ▲들어가며 ▲제1장 대한민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제2장 끝없는 북핵위기, 평화를 위한 결단 ▲제3장 미중경쟁 격화시대, 번영을 위한 선택 ▲제4장 나의 외교 경험과 한국 외교의 길 ▲제5장 ‘연성강국’을 위한 ‘신외교’ 구상 ▲부록: 대학 강연 원고 순으로 구성됐다. 이 전 대표는 이 책 서문에서 “책 쓰기는 고된 작업”이라고 하면서도 “나는 그 일에 피를 말리듯 긴장했지만, 집중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자평했다. 이어 “책 30여 권을 읽고, 많은 발표와 기고문을 살피며 지식과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책을 보면 과연 그 같은 ‘수고’ 끝에 나온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보인다. 먼저 이 전 대표를 평가할 때 흔히 등장하는 ‘기자 출신’ ‘사실 중시’ ‘꼼꼼 낙연’이란 수식어와 거리가 먼 대목부터 살핀다.
이 전 대표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은 통상국가”라고 운을 떼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60~80%나 된다. 세계의 그 어떤 나라에도 적대감을 심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중 관계가 틀어지면서 우리가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다음은 관련 대목이다.
〈탈냉전 시대에 중국은 한국에 최대 무역흑자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한국에 최대 무역적자를 안겨주는 국가가 됐다. 2023년 3월 한국은 1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한국은 역사상 최악인 425억 달러 무역적자를 냈다. 그 최대 원인은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였다. 중국의 그림자는 짙고 무겁다.(23~24쪽)〉
이 전 대표 주장 중엔 틀린 부분이 많다. 일단 2022년 우리 무역적자는 이 전 대표가 주장한 ‘425억 달러’가 아니라 478억 달러다. 또 ‘사상 최악 무역적자’란 표현도 사실과 다르다. 2022년 무역적자 478억 달러는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1조6652억 달러의 2.9% 수준이지만, 이 전 대표 주장처럼 ‘사상 최악’은 아니다. 1996년 실질 무역적자가 더 심했기 때문이다. 1996년 무역적자는 그해 GDP 6102억 달러의 3.4%에 해당하는 206억 달러였다.
2022년 무역적자 최대 원인이 ‘대중 무역적자’라는 이 전 대표 기술도 틀렸다. 이 전 대표 주장과 달리 2022년에 우리는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 수출·수입은 각각 1557억8900만 달러, 1545억7600만 달러다. 무역수지는 ‘+12억1300만 달러’이므로 ‘대중 무역적자’를 냈다는 이 전 대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김정은, 백성 생활 중시하는 지도자”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책의 41쪽에서 자신이 몸담았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호평했다.
〈누구는 남북관계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했다. 그럴까. 이 겨울 뒤에는 봄이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결과적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나름의 진전도 이루었다. 재임 5년 사이에 남북 정상이 세 차례 회담했다.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두 차례 사용했다.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연설했다. 남북 정상 내외가 백두산 정상에 함께 올랐다. 재임 5년 동안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한 번도 없었다. 남북한 정상은 문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친서를 교환했다. 그 모든 것이 과거에 없던, 역사의 진전이었다.〉
이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우리 국민에게 선전할 때 ‘한반도의 봄’을 운운했던 이다. 문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 세금으로 전 세계를 다니며 ‘핵 포기’ 의사를 밝힌 일이 없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며 사실상 ‘보증’을 서고 다닐 때, 이 전 대표는 김정은을 향해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출현하신 것 아닌가”라고 칭송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북한 주민을 향해 ‘전(前) 근대 시기 피지배계층’이란 뜻을 내포한 ‘백성’이라고 표현하고, 각종 수탈과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김정은을 ‘성군’이라고 평가하는 듯한 그의 발언은 논란을 일으켰다. ‘반국가단체 수괴’에게 ‘지도자’ 운운하며 “~하신”이란 식으로 존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이력을 가진, 이낙연 전 대표는 소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문재인-김정은 회담’의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틀어 단 한 줄도 기술하지 않았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문재인 5년’ 동안 남북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5년’ 동안 북한이 걸핏하면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2020년 6월)하고,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마저 훼손하는 만행을 저지른 사실을 기억하는 우리 국민에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은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을 듯하다.
北, 文 방북 직후 美에 ‘文 배제’ 요구
이낙연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관계를 두고 마치 대단한 사이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문재인 5년’ 동안 북한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모욕성 말 폭탄을 투하했다. 김정은과 네 차례 만난 뒤에도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2019년 8월 15일)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2019년 8월 15일)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완벽하게 바보스러워(2020년 3월 3일) ▲평양에 와서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2020년 6월 13일)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는 그 꼴불견(2020년 6월 16일) ▲태생적인 바보(2021년 3월 16일) 등의 막말을 쏟아부었다.
또 김정은은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문재인 배제’를 요구했다. 2018년 9월 21일, 그는 트럼프에게 “저는 앞으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하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문재인 배제 요구’를 한 시점은 2018년 9월, 문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나서 복귀한 다음 날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며 온갖 찬사를 늘어놨지만,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문재인 아웃”을 촉구한 셈이다.
文의 ‘적폐 청산’은 可… 尹의 ‘정상화’는 不可?
이낙연 전 대표는 해당 책 41~42쪽에서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 정책을 거칠게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관련 기술이다.
〈나는 2002년 말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을 아름답게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했다. 나도 노무현 당선인 대변인으로서 수행했다. 그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주요 국가의 정상회담 경험을 노무현 당선인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참으로 이상적인 정부 이양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선례가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후임자가 원치 않았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이후 전임 정부의 주요 대내외 정책을 거칠게 뒤집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이 정권 교체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문재인 정권의 정책 입안·집행 과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소위 ‘민주화’ 이후 35년 만에 ‘10년 주기 정권 교체론’을 깨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정권의 정책들은 계승에 앞서 검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은 ‘비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집권 이전부터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정부 출범 뒤에는 대대적인 ‘적폐 몰이’를 했던 정권에서 총리직을 맡았던 이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비판도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그의 ‘1호 공약’이 ‘이명박·박근혜(李明博·朴槿惠) 9년 집권 적폐 청산’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온 나라는 ‘적폐 몰이 광풍’에 휩싸였다. 법적 공식 권한이 없는 대통령 비서실장(임종석)이 “적폐 청산 부처별 전담반 구성 현황과 운용 계획을 회신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각 부처는 조직적으로 전임 정부 시절을 ‘적폐’로 규정한 뒤 ‘청산’ 작업에 착수했다. 각 부처에 신설된 ‘적폐청산위원회’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들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했다. 범정부적 적폐 몰이는 전임 정부 인사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 기소로 이어졌다.
文 때는 ‘이상 無’… 현재는 ‘큰 고장’
이낙연 전 대표는 또 《대한민국 생존전략》 42쪽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북한 도발 원인이란 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주장을 했다.
〈북한의 핵 정책은 경제가 아니라 이제 체제에 연동됐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는 경시했다. 한국의 제안을 북한은 즉각 일축했다. 남북한은 초강경 무력시위로 ‘강 대 강’ 대결을 계속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전쟁 얘기를 너무 함부로 했다. 그것도 남북한 정상이 거칠게 주고받았다. 북한이 2022년 말에 무인기를 서울 상공에 띄웠다. 2023년 벽두에는 동해로 미사일을 또 쏘았다. 남북한 정상은 핵무기까지 거론했다. 2023년에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한 북한에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윤 대통령이 직접 말했다. 그러잖아도 북한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끊긴 지 오래다. 그런 터에 북한을 또 자극한 것이다.〉
이 전 대표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가 총리로 일했던 문재인 정권 때는 북한의 각종 도발이 없어야 한다. 무인기도 띄우지 않고, 미사일도 쏘지 않았어야 하지만, 북한은 ‘문재인 5년’ 동안 미사일을 발사하고, 방사포를 쏘고,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까지 무인기를 날렸다. 6차 핵실험도 강행했다. ‘강 대 강 대결’을 하지 않고, 북한을 거칠게 ‘자극’하지도 않은, 문재인 정권 시절에 북한은 왜 각종 도발을 했을까.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책 43쪽에서 윤석열 대통령 외교·안보 참모들의 사퇴를 언급하면서 마치 현 정부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외교 불안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외교행사에 앞서 대통령 안보실 책임자들이 잇달아 사퇴한 데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2023년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전비서관이 사퇴했다.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외교비서관과 안보실장이 잇달아 사퇴했다. 사퇴의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무에 관한 의견 차이 또는 권력과 관련된 알력이 안보실 내부, 안보실과 외교부 사이, 아니면 대통령이나 그 주변과 당사자 사이에, 그것도 심각하게 여러 차례 있었다는 추론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 가운데 무엇이 이유였건, 중대한 문제다. 가장 중요한 외교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메커니즘에 큰 고장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참모들의 사퇴 이유가 공개되지 않은 걸 문제 삼지만, 전임 정부들에서도 대통령 참모들의 사퇴 이유는 지금껏 명확하게 밝힌 일이 없다. 비위 의혹이 드러나 경질되지 않는 한 그랬으므로 특기할 일이 아니다.
만일 이 전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국가안보실 2차장(김현종)과 평화기획비서관(최종건)이 ‘노선 투쟁’ ‘주도권 다툼’을 벌여 사퇴 소동을 벌인 ‘문재인 청와대’ 역시 메커니즘에 큰 고장이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국가의 기본인 안보와 관련해서 대통령 참모들이 주도권을 놓고 싸우다가 그 갈등상이 언론에 보도까지 됐을 때 당시 총리였던 이 전 대표는 대체 뭘 하고 있었나.
상충하는 북핵 개발 원인 설명
이낙연 전 대표는 책 56쪽에서 ‘북핵 원인’은 북한에 불리한 국제정세 변화 때문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이는 북핵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체제 보장을 위해 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대목이다.
〈1991년 남북한은 유엔에 함께 가입했고,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한국이 중국, 소련과 수교했듯이,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북한은 협력 상대 중국·소련을 한국에 열어주었음에도, 미국·일본을 협력상대로 얻지는 못했다. 한국은 북한의 미·일 수교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뒤에서 견제했다. (중략) 미국은 탈냉전 시대를 열었고, 한국은 탈냉전의 수혜자가 됐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냉전의 사고를 견지했다. (중략) 1993년 팀 스피릿 도중에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그것이 1차 북핵위기의 시작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의 생존불안과 안보피해의식이 핵개발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부터 핵개발을 준비했기 때문에 상술한 이 전 대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박도 필요하지 않다. 저자 스스로 ‘자승자박’과 같은 기술을 이어서 했기 때문이다.
〈1차 북핵위기는 1993년에 시작됐다. 그러나 북한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핵무장을 준비했다. (중략)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소련이 발을 뺐다. 그것을 목도한 북한은 자주국방과 주체사상을 내놓으며, 핵 연구단지를 영변에 조성했다. 1963년에는 소련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1967년 가동에 들어갔다. 1976년에는 이집트로부터 스커드미사일을 도입했다. 1984년에는 자체 개발한 스커드미사일의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은 1985년 소련의 요구로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다. 그것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소련으로부터 핵개발을 포함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제2차 북핵위기’는 미국 책임?
이낙연 전 대표는 ‘제네바 합의’ 파기와 ‘제2차 북핵위기(2002년~)’의 원인이 미국에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는 주장도 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도 1994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승리하면서부터 지연되기 시작했다. 곡절을 겪으면서도 미국의 중유 공급이 이어지다가 2002년 12월 중단됐다. 그렇게 쉽게 무너질 거면, 왜 그렇게 거창한 제네바 합의를 이루었던가. (중략) 2002년 10월 3~5일 미국 국무부 아태 차관보 제임스 켈리의 평양 방문으로 2차 북한 핵위기가 시작됐다. 켈리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비밀 프로그램을 가동함으로써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CIA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시설에 필요한 물질을 다량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켈리보다 1개월 뒤에 평양을 방문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와 언론인 돈 오버도퍼는 켈리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하며 북한이 새로운 평화협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고 규정하며, 북한에 대한 향후의 중유 공급을 전면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동결을 해제하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제거하고, IAEA 사찰단을 추방했으며, NPT에서 최종 탈퇴했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 따른 플루토늄 프로그램 봉인을 해제했다. 2차 북핵위기가 격렬하게 전개됐다.(60~62쪽)〉
이낙연 전 대표는 2019년 2월 당시 ‘미·북 하노이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제안을 수용했다면 북핵 문제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北 대변인’ 조롱 들은 文과 같은 북핵 인식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앞에서 북한이 비밀리에 가동하는 모든 핵시설을 짚어가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요구했다.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포기도 제시하면서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 북한 경제를 옥죄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해제와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빅딜(큰 거래)’을 제안했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영변 원자로 폐기’만 내세우면서 ‘대북 제재 해제’를 요청했다. 이른바 ‘스몰 딜(작은 거래)’이다.
북한은 이미 영변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비밀리에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영변 원자로’는 큰 의미가 없다.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를 계속 만들 수 있으므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원자로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은 ‘단계적 비핵화’ 전술에 따라 무의미한 ‘영변 원자로 폐기’만 앞세우며 대북 제재가 해제되기를 노렸다.
만일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의 ‘기만술’에 휘말렸더라면, 북핵과 관련해서 북한을 압박할 명분과 수단을 잃었을 것이다. 이미 핵과 미사일을 가진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자초할 핵·미사일 실험을 더는 할 필요가 없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자극할 소위 ‘금지선(레드라인)’은 넘지 않으면서, ‘단계적 비핵화’엔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대북 제재가 시행돼도 포기하지 않은 핵을 대북 제재가 풀린 상황에서 김정은이 폐기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김정은이 이전과 같은 무력 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북한을 압박할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에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영변 핵시설 폐기’와 ‘부분적인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 딜’ 또는 ‘굿 이너프 딜(적당히 괜찮은 거래)’을 제안했다. 미국은 ‘문재인 중재안’을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하노이 회담’과 관련해서 자신의 책에 문 전 대통령과 유사한 생각을 밝혔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 능력의 90%를 차지하는 곳이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여 5개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영변 핵시설을 해체했더라면, 북한 핵 문제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하기보다 오히려 깨려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노이 회담 날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에게 매우 불리한 청문회가 열렸었다. 협상 결렬로 청문회 뉴스를 덮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71쪽)〉
‘영변 원자로’가 북한 핵능력의 90%라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은 근거가 불분명하다. 실제로 그렇다고 한다면, 하노이 회담 석상에서 김정은이 미국의 ‘모든 핵시설 폐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영변 핵시설이 전체 북핵 프로그램의 70~80%에 해당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과장됐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의 분석을 종합했을 때 영변의 비중은 최대 50% 수준이며 가장 중요한 시설로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영변 원자로를 없앴다고 해도, 이 전 대표의 주장처럼 북핵위기가 반전됐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영변 원자로가 없다고 해도 북한은 비밀리에 가동하는 다른 핵시설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이미 확보한 핵무기도 100기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영변 원자로 폐기’는 북핵위기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끼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서 IAEA 사무차장을 역임한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물질을 생산하는 곳으로 실제 무기 제조는 다른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고 해도 북한은 핵 역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이 비판했던 ‘동북아 균형자론’ 주장
이낙연 전 대표는 책 101쪽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에 매몰되지 말자”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및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고착해버리면, 한반도는 전면적인 긴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남북대화를 통해 긴장을 낮추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에 대한 지렛대를 가져야 한다. 남북대화가 그 출발이다. 한국은 또한 중국과도 건설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는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기를 바란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한다면, 그것은 미중 전략 경쟁의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반도 긴장도 완화될 것이다.〉
그야말로 원론적이며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뜬구름 잡는 소리’란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다. 국제사회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 진영이 갈릴 경우, 더구나 그 한쪽 진영을 주도하는 나라가 우리와 혈맹인 미국이라면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도 이런 이유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 당시 이와 관련해서 가장 신랄한 비판을 가한 이가 바로 ‘국회의원 이낙연’이다.
2005년 2월, 노 전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균형자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가 미국 위주 또는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돼 반발에 부딪혔다. 이와 관련해서 이 전 대표는 2005년 4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비판했다.
“정부는 균형자 역할을 한미동맹을 토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주변 국가들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탈미 자주화 노선이 아닐까 의심하는 듯합니다. (중략) 일본은 한미 균열과 한국의 대중국 경사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 구상이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의심케 하는 것은 아닌가 이것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한국이 국방력으로 균형자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군비 강화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칫 주변 국가들의 불필요한 견제만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 (중략) 균형자 구상이 의미를 가지려면 주변 열강들이 용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략)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주었으면 합니다. 대외 관계의 손상은 쉽지만, 그것을 복원하려면 많은 정성과 긴 기간이 필요합니다.”
충격적인 ‘북핵 폐기 전 미북 수교’ 주장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책에 ▲평화를 위한 다섯 가지 제언 ▲번영을 위한 다섯 가지 제언 ▲외교를 위한 다섯 가지 제언 ▲연성강국을 위한 신외교 구상 등을 기술했다. 그 내용을 보면 추상적이고 원론적이라서 소개와 비판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 단, 가장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미북 수교’만 언급한다. 이 전 대표는 이 책 249쪽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에서 유일한 카드로 내밀었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미북 수교 ▲대북 제재 부분 해제 등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국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철도·도로 연결, 인도 지원 등으로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을 가진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수교할 경우 우리 안보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6·25전쟁을 끝내고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들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의미를 가진 ‘평화협정’을 맺을 경우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된다. 이후 한반도 유사시 6·25 참전국의 참여는 불가하다. ‘평화협정’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참전 가능한 미군의 개입을 막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눈엣가시인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유용한 논거로 악용될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1973년 1월 자유 월남과 미국, 월맹과 베트콩은 파리에서 평화협정을 맺었다. 협정 준수를 담보하기 위해 영국·소련·프랑스·중국·캐나다·이란·헝가리·폴란드가 서명했다. 당시 자유월남은 월맹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월등했지만, 미국은 방위조약까지 체결하며 월맹 또는 베트콩 도발 시 군사력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평화협정 체결 2년 후 월맹은 월남을 침공했다. 월남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방위조약을 맺은 미국, 평화협정에 서명한 8개국 중 월맹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응한 곳은 없었다.
北의 평화협정 요구 ‘속셈’은?
이를 본 북한 독재 정권은 그때부터 미국에 줄기차게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윤정원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도 2017년에 낸 논문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에 관한 미·중의 전략적 입장과 한국의 대응 방향〉에서 “그동안 북한이 미북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가운데 자신이 성취하려고 하는 전략적 목표는 한미동맹 해체 내지 약화,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철폐, 유엔사령부 해체 등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북한의 미북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한반도 안보정세 논의의 축을 미국과 북한으로 설정함으로써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정전협정을 미북 평화협정으로 대체함으로써 미북 관계를 개선해 한미 간의 정책 공조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빌미로 미북 적대 관계 청산을 요구하며 궁극적으로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미북 평화협정 체결로 인해 북한 비핵화가 확실히 달성되고 나아가 한반도에 남북한 간의 실질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좋겠지만 이러한 기대가 손쉽게 충족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북한이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를 주장함으로써, 비록 미북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비핵화가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미북 평화협정 체결 이후 이를 근거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폐지,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철폐 나아가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며 북한 비핵화를 계속 지연시킬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다.〉⊙
그런 그가 귀국 전 책을 냈다. 미국 유학 기간 공부한 내용과 자신의 외교 경험을 담아 5월 8일,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출간했다.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강의 관계 분석, 정세 진단과 함께 ‘연성강국 신외교’라는 외교 기조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많지 않다. 한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문재인 정권 시절 집권당 대표, 지금은 일각에서 ‘원내 제1당’ 대표의 ‘대안’으로 꼽는 정치인이 쓴 책인데도 그렇다.
출간 후 50일 지났는데 ‘1쇄’ 판매 중?
7월 10일 현재 ‘네이버 도서’ 정보에 따르면 그의 책 표지 그림 위에는 ‘베스트셀러’란 표시가 있지만, 순위는 ‘정치·사회 부문 135위’다. 책 판매고도 기대보다는 저조한 듯하다. 인쇄·발행 상황을 보면 그런 추정도 가능하다. 6월 28일 구매한 이 전 대표 책 뒷부분의 ‘판권’ 면에 ‘1판 1쇄 발행 5월 8일’이라고 명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책이 출간된 지 50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 ‘1쇄’가 다 나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출판사가 1쇄를 얼마나 찍었느냐에 따라 얘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낙연’이란 이름값과 어울린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으로 잠시 일하다가 낙마한 조국씨가 낸 《조국의 시간》(2021)이 출간 한 달 만에 30만 부 이상 팔려 33쇄를 찍은 상황과 대조된다.
《대한민국 생존전략》에서 이 전 대표는 “내 꿈은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이 전 대표가 2021년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때 핵심 구호였다. 그는 또 “대한민국이 평화 번영의 모범국가로 발전하고 인류가 함께 발전의 과실을 향유하도록 돕게 하는 것이 나의 먼 꿈”이라며 “그런 꿈의 나라로 가기 위해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함께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이 책은 이 전 대표의 ‘정치 복귀 선언문’이자 ‘차기 대선 출마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이재명 대안’으로 ‘이낙연’을 기다리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게 이 책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이 아닌 ‘이낙연’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왔다면 그를 찍었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에게도 유의미한 책이다. ‘이낙연’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는 데도 유용하다. ‘이재명의 개딸’과 같은 극성 지지층이 없는 그는 당분간 당 외곽에서 ‘윤석열 정부 비판’을 주로 하며 활동 반경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소위 ‘북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대통령의 고유 영역인 외교·안보 사안을 언급하며 ‘윤석열의 맞상대는 이낙연’이란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의 ‘여론몰이’를 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월간조선》은 관심받지 못하는 ‘이낙연 저(著) 《대한민국 생존전략》’의 내용을 분석했다.
참고로 먼저 정리하면, 책에 기술된 ‘이낙연의 생각’을 종합할 경우 그가 바라는 나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2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기본 무역 통계치도 틀린 ‘꼼꼼 낙연’
이낙연 전 대표가 쓴 《대한민국 생존전략》의 분량은 총 303쪽이다. 책은 ▲들어가며 ▲제1장 대한민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제2장 끝없는 북핵위기, 평화를 위한 결단 ▲제3장 미중경쟁 격화시대, 번영을 위한 선택 ▲제4장 나의 외교 경험과 한국 외교의 길 ▲제5장 ‘연성강국’을 위한 ‘신외교’ 구상 ▲부록: 대학 강연 원고 순으로 구성됐다. 이 전 대표는 이 책 서문에서 “책 쓰기는 고된 작업”이라고 하면서도 “나는 그 일에 피를 말리듯 긴장했지만, 집중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자평했다. 이어 “책 30여 권을 읽고, 많은 발표와 기고문을 살피며 지식과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책을 보면 과연 그 같은 ‘수고’ 끝에 나온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보인다. 먼저 이 전 대표를 평가할 때 흔히 등장하는 ‘기자 출신’ ‘사실 중시’ ‘꼼꼼 낙연’이란 수식어와 거리가 먼 대목부터 살핀다.
이 전 대표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은 통상국가”라고 운을 떼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60~80%나 된다. 세계의 그 어떤 나라에도 적대감을 심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중 관계가 틀어지면서 우리가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다음은 관련 대목이다.
〈탈냉전 시대에 중국은 한국에 최대 무역흑자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한국에 최대 무역적자를 안겨주는 국가가 됐다. 2023년 3월 한국은 1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한국은 역사상 최악인 425억 달러 무역적자를 냈다. 그 최대 원인은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였다. 중국의 그림자는 짙고 무겁다.(23~24쪽)〉
이 전 대표 주장 중엔 틀린 부분이 많다. 일단 2022년 우리 무역적자는 이 전 대표가 주장한 ‘425억 달러’가 아니라 478억 달러다. 또 ‘사상 최악 무역적자’란 표현도 사실과 다르다. 2022년 무역적자 478억 달러는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1조6652억 달러의 2.9% 수준이지만, 이 전 대표 주장처럼 ‘사상 최악’은 아니다. 1996년 실질 무역적자가 더 심했기 때문이다. 1996년 무역적자는 그해 GDP 6102억 달러의 3.4%에 해당하는 206억 달러였다.
2022년 무역적자 최대 원인이 ‘대중 무역적자’라는 이 전 대표 기술도 틀렸다. 이 전 대표 주장과 달리 2022년에 우리는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 수출·수입은 각각 1557억8900만 달러, 1545억7600만 달러다. 무역수지는 ‘+12억1300만 달러’이므로 ‘대중 무역적자’를 냈다는 이 전 대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김정은, 백성 생활 중시하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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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1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과 건배하고 있다. 같은 해, 다른 자리에서 그는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출현하신 것 아닌가”라고 김정은을 칭송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
〈누구는 남북관계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했다. 그럴까. 이 겨울 뒤에는 봄이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결과적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나름의 진전도 이루었다. 재임 5년 사이에 남북 정상이 세 차례 회담했다.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두 차례 사용했다.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연설했다. 남북 정상 내외가 백두산 정상에 함께 올랐다. 재임 5년 동안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한 번도 없었다. 남북한 정상은 문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친서를 교환했다. 그 모든 것이 과거에 없던, 역사의 진전이었다.〉
이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우리 국민에게 선전할 때 ‘한반도의 봄’을 운운했던 이다. 문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 세금으로 전 세계를 다니며 ‘핵 포기’ 의사를 밝힌 일이 없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며 사실상 ‘보증’을 서고 다닐 때, 이 전 대표는 김정은을 향해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출현하신 것 아닌가”라고 칭송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북한 주민을 향해 ‘전(前) 근대 시기 피지배계층’이란 뜻을 내포한 ‘백성’이라고 표현하고, 각종 수탈과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김정은을 ‘성군’이라고 평가하는 듯한 그의 발언은 논란을 일으켰다. ‘반국가단체 수괴’에게 ‘지도자’ 운운하며 “~하신”이란 식으로 존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이력을 가진, 이낙연 전 대표는 소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문재인-김정은 회담’의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틀어 단 한 줄도 기술하지 않았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문재인 5년’ 동안 남북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5년’ 동안 북한이 걸핏하면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2020년 6월)하고,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마저 훼손하는 만행을 저지른 사실을 기억하는 우리 국민에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은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을 듯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관계를 두고 마치 대단한 사이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문재인 5년’ 동안 북한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모욕성 말 폭탄을 투하했다. 김정은과 네 차례 만난 뒤에도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2019년 8월 15일)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2019년 8월 15일)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완벽하게 바보스러워(2020년 3월 3일) ▲평양에 와서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2020년 6월 13일)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는 그 꼴불견(2020년 6월 16일) ▲태생적인 바보(2021년 3월 16일) 등의 막말을 쏟아부었다.
또 김정은은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문재인 배제’를 요구했다. 2018년 9월 21일, 그는 트럼프에게 “저는 앞으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하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문재인 배제 요구’를 한 시점은 2018년 9월, 문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나서 복귀한 다음 날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며 온갖 찬사를 늘어놨지만,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문재인 아웃”을 촉구한 셈이다.
文의 ‘적폐 청산’은 可… 尹의 ‘정상화’는 不可?
이낙연 전 대표는 해당 책 41~42쪽에서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 정책을 거칠게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관련 기술이다.
〈나는 2002년 말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을 아름답게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했다. 나도 노무현 당선인 대변인으로서 수행했다. 그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주요 국가의 정상회담 경험을 노무현 당선인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참으로 이상적인 정부 이양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선례가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후임자가 원치 않았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이후 전임 정부의 주요 대내외 정책을 거칠게 뒤집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이 정권 교체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문재인 정권의 정책 입안·집행 과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소위 ‘민주화’ 이후 35년 만에 ‘10년 주기 정권 교체론’을 깨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정권의 정책들은 계승에 앞서 검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은 ‘비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집권 이전부터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정부 출범 뒤에는 대대적인 ‘적폐 몰이’를 했던 정권에서 총리직을 맡았던 이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비판도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그의 ‘1호 공약’이 ‘이명박·박근혜(李明博·朴槿惠) 9년 집권 적폐 청산’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온 나라는 ‘적폐 몰이 광풍’에 휩싸였다. 법적 공식 권한이 없는 대통령 비서실장(임종석)이 “적폐 청산 부처별 전담반 구성 현황과 운용 계획을 회신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각 부처는 조직적으로 전임 정부 시절을 ‘적폐’로 규정한 뒤 ‘청산’ 작업에 착수했다. 각 부처에 신설된 ‘적폐청산위원회’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들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했다. 범정부적 적폐 몰이는 전임 정부 인사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 기소로 이어졌다.
이낙연 전 대표는 또 《대한민국 생존전략》 42쪽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북한 도발 원인이란 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주장을 했다.
〈북한의 핵 정책은 경제가 아니라 이제 체제에 연동됐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는 경시했다. 한국의 제안을 북한은 즉각 일축했다. 남북한은 초강경 무력시위로 ‘강 대 강’ 대결을 계속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전쟁 얘기를 너무 함부로 했다. 그것도 남북한 정상이 거칠게 주고받았다. 북한이 2022년 말에 무인기를 서울 상공에 띄웠다. 2023년 벽두에는 동해로 미사일을 또 쏘았다. 남북한 정상은 핵무기까지 거론했다. 2023년에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한 북한에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윤 대통령이 직접 말했다. 그러잖아도 북한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끊긴 지 오래다. 그런 터에 북한을 또 자극한 것이다.〉
이 전 대표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가 총리로 일했던 문재인 정권 때는 북한의 각종 도발이 없어야 한다. 무인기도 띄우지 않고, 미사일도 쏘지 않았어야 하지만, 북한은 ‘문재인 5년’ 동안 미사일을 발사하고, 방사포를 쏘고,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까지 무인기를 날렸다. 6차 핵실험도 강행했다. ‘강 대 강 대결’을 하지 않고, 북한을 거칠게 ‘자극’하지도 않은, 문재인 정권 시절에 북한은 왜 각종 도발을 했을까.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책 43쪽에서 윤석열 대통령 외교·안보 참모들의 사퇴를 언급하면서 마치 현 정부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외교 불안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외교행사에 앞서 대통령 안보실 책임자들이 잇달아 사퇴한 데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2023년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전비서관이 사퇴했다.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외교비서관과 안보실장이 잇달아 사퇴했다. 사퇴의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무에 관한 의견 차이 또는 권력과 관련된 알력이 안보실 내부, 안보실과 외교부 사이, 아니면 대통령이나 그 주변과 당사자 사이에, 그것도 심각하게 여러 차례 있었다는 추론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 가운데 무엇이 이유였건, 중대한 문제다. 가장 중요한 외교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메커니즘에 큰 고장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참모들의 사퇴 이유가 공개되지 않은 걸 문제 삼지만, 전임 정부들에서도 대통령 참모들의 사퇴 이유는 지금껏 명확하게 밝힌 일이 없다. 비위 의혹이 드러나 경질되지 않는 한 그랬으므로 특기할 일이 아니다.
만일 이 전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국가안보실 2차장(김현종)과 평화기획비서관(최종건)이 ‘노선 투쟁’ ‘주도권 다툼’을 벌여 사퇴 소동을 벌인 ‘문재인 청와대’ 역시 메커니즘에 큰 고장이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국가의 기본인 안보와 관련해서 대통령 참모들이 주도권을 놓고 싸우다가 그 갈등상이 언론에 보도까지 됐을 때 당시 총리였던 이 전 대표는 대체 뭘 하고 있었나.
상충하는 북핵 개발 원인 설명
이낙연 전 대표는 책 56쪽에서 ‘북핵 원인’은 북한에 불리한 국제정세 변화 때문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이는 북핵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체제 보장을 위해 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대목이다.
〈1991년 남북한은 유엔에 함께 가입했고,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한국이 중국, 소련과 수교했듯이,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북한은 협력 상대 중국·소련을 한국에 열어주었음에도, 미국·일본을 협력상대로 얻지는 못했다. 한국은 북한의 미·일 수교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뒤에서 견제했다. (중략) 미국은 탈냉전 시대를 열었고, 한국은 탈냉전의 수혜자가 됐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냉전의 사고를 견지했다. (중략) 1993년 팀 스피릿 도중에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그것이 1차 북핵위기의 시작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의 생존불안과 안보피해의식이 핵개발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부터 핵개발을 준비했기 때문에 상술한 이 전 대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박도 필요하지 않다. 저자 스스로 ‘자승자박’과 같은 기술을 이어서 했기 때문이다.
〈1차 북핵위기는 1993년에 시작됐다. 그러나 북한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핵무장을 준비했다. (중략)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소련이 발을 뺐다. 그것을 목도한 북한은 자주국방과 주체사상을 내놓으며, 핵 연구단지를 영변에 조성했다. 1963년에는 소련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1967년 가동에 들어갔다. 1976년에는 이집트로부터 스커드미사일을 도입했다. 1984년에는 자체 개발한 스커드미사일의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은 1985년 소련의 요구로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다. 그것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소련으로부터 핵개발을 포함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제2차 북핵위기’는 미국 책임?
이낙연 전 대표는 ‘제네바 합의’ 파기와 ‘제2차 북핵위기(2002년~)’의 원인이 미국에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는 주장도 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도 1994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승리하면서부터 지연되기 시작했다. 곡절을 겪으면서도 미국의 중유 공급이 이어지다가 2002년 12월 중단됐다. 그렇게 쉽게 무너질 거면, 왜 그렇게 거창한 제네바 합의를 이루었던가. (중략) 2002년 10월 3~5일 미국 국무부 아태 차관보 제임스 켈리의 평양 방문으로 2차 북한 핵위기가 시작됐다. 켈리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비밀 프로그램을 가동함으로써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CIA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시설에 필요한 물질을 다량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켈리보다 1개월 뒤에 평양을 방문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와 언론인 돈 오버도퍼는 켈리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하며 북한이 새로운 평화협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고 규정하며, 북한에 대한 향후의 중유 공급을 전면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동결을 해제하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제거하고, IAEA 사찰단을 추방했으며, NPT에서 최종 탈퇴했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 따른 플루토늄 프로그램 봉인을 해제했다. 2차 북핵위기가 격렬하게 전개됐다.(60~62쪽)〉
이낙연 전 대표는 2019년 2월 당시 ‘미·북 하노이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제안을 수용했다면 북핵 문제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北 대변인’ 조롱 들은 文과 같은 북핵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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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소위 ‘미북 정상회담’은 결렬됐다. 미국은 모든 핵시설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CVID’를 요구하며 ‘경제 지원’을 제시했다. ‘비핵화 의지’가 애초에 없었던 김정은은 이를 거부했다. 사진=뉴시스 |
북한은 이미 영변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비밀리에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영변 원자로’는 큰 의미가 없다.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를 계속 만들 수 있으므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원자로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은 ‘단계적 비핵화’ 전술에 따라 무의미한 ‘영변 원자로 폐기’만 앞세우며 대북 제재가 해제되기를 노렸다.
만일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의 ‘기만술’에 휘말렸더라면, 북핵과 관련해서 북한을 압박할 명분과 수단을 잃었을 것이다. 이미 핵과 미사일을 가진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자초할 핵·미사일 실험을 더는 할 필요가 없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자극할 소위 ‘금지선(레드라인)’은 넘지 않으면서, ‘단계적 비핵화’엔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대북 제재가 시행돼도 포기하지 않은 핵을 대북 제재가 풀린 상황에서 김정은이 폐기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김정은이 이전과 같은 무력 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북한을 압박할 명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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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의 ‘협상 카드’로 내걸었던 영변 핵시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이낙연 전 대표 같은 인사들은 ‘영변 핵시설’만 해체돼도 사실상 ‘비핵화’ 수순으로 접어든 것이란 식으로 주장한다. 사진=뉴시스 |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 능력의 90%를 차지하는 곳이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여 5개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영변 핵시설을 해체했더라면, 북한 핵 문제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하기보다 오히려 깨려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노이 회담 날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에게 매우 불리한 청문회가 열렸었다. 협상 결렬로 청문회 뉴스를 덮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71쪽)〉
‘영변 원자로’가 북한 핵능력의 90%라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은 근거가 불분명하다. 실제로 그렇다고 한다면, 하노이 회담 석상에서 김정은이 미국의 ‘모든 핵시설 폐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영변 핵시설이 전체 북핵 프로그램의 70~80%에 해당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과장됐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의 분석을 종합했을 때 영변의 비중은 최대 50% 수준이며 가장 중요한 시설로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영변 원자로를 없앴다고 해도, 이 전 대표의 주장처럼 북핵위기가 반전됐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영변 원자로가 없다고 해도 북한은 비밀리에 가동하는 다른 핵시설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이미 확보한 핵무기도 100기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영변 원자로 폐기’는 북핵위기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끼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서 IAEA 사무차장을 역임한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물질을 생산하는 곳으로 실제 무기 제조는 다른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고 해도 북한은 핵 역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이 비판했던 ‘동북아 균형자론’ 주장
이낙연 전 대표는 책 101쪽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에 매몰되지 말자”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및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고착해버리면, 한반도는 전면적인 긴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남북대화를 통해 긴장을 낮추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에 대한 지렛대를 가져야 한다. 남북대화가 그 출발이다. 한국은 또한 중국과도 건설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는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기를 바란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한다면, 그것은 미중 전략 경쟁의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반도 긴장도 완화될 것이다.〉
그야말로 원론적이며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뜬구름 잡는 소리’란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다. 국제사회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 진영이 갈릴 경우, 더구나 그 한쪽 진영을 주도하는 나라가 우리와 혈맹인 미국이라면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도 이런 이유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 당시 이와 관련해서 가장 신랄한 비판을 가한 이가 바로 ‘국회의원 이낙연’이다.
2005년 2월, 노 전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균형자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가 미국 위주 또는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돼 반발에 부딪혔다. 이와 관련해서 이 전 대표는 2005년 4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비판했다.
“정부는 균형자 역할을 한미동맹을 토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주변 국가들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탈미 자주화 노선이 아닐까 의심하는 듯합니다. (중략) 일본은 한미 균열과 한국의 대중국 경사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 구상이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의심케 하는 것은 아닌가 이것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한국이 국방력으로 균형자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군비 강화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칫 주변 국가들의 불필요한 견제만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 (중략) 균형자 구상이 의미를 가지려면 주변 열강들이 용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략)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주었으면 합니다. 대외 관계의 손상은 쉽지만, 그것을 복원하려면 많은 정성과 긴 기간이 필요합니다.”
충격적인 ‘북핵 폐기 전 미북 수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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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앞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상태에서 미북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폐지, 미국의 핵우산 철폐, 한미동맹 해체, 북한 비핵화 지연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뉴시스 |
핵을 가진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수교할 경우 우리 안보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6·25전쟁을 끝내고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들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의미를 가진 ‘평화협정’을 맺을 경우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된다. 이후 한반도 유사시 6·25 참전국의 참여는 불가하다. ‘평화협정’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참전 가능한 미군의 개입을 막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눈엣가시인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유용한 논거로 악용될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1973년 1월 자유 월남과 미국, 월맹과 베트콩은 파리에서 평화협정을 맺었다. 협정 준수를 담보하기 위해 영국·소련·프랑스·중국·캐나다·이란·헝가리·폴란드가 서명했다. 당시 자유월남은 월맹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월등했지만, 미국은 방위조약까지 체결하며 월맹 또는 베트콩 도발 시 군사력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평화협정 체결 2년 후 월맹은 월남을 침공했다. 월남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방위조약을 맺은 미국, 평화협정에 서명한 8개국 중 월맹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응한 곳은 없었다.
北의 평화협정 요구 ‘속셈’은?
이를 본 북한 독재 정권은 그때부터 미국에 줄기차게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윤정원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도 2017년에 낸 논문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에 관한 미·중의 전략적 입장과 한국의 대응 방향〉에서 “그동안 북한이 미북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가운데 자신이 성취하려고 하는 전략적 목표는 한미동맹 해체 내지 약화,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철폐, 유엔사령부 해체 등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북한의 미북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한반도 안보정세 논의의 축을 미국과 북한으로 설정함으로써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정전협정을 미북 평화협정으로 대체함으로써 미북 관계를 개선해 한미 간의 정책 공조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빌미로 미북 적대 관계 청산을 요구하며 궁극적으로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미북 평화협정 체결로 인해 북한 비핵화가 확실히 달성되고 나아가 한반도에 남북한 간의 실질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좋겠지만 이러한 기대가 손쉽게 충족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북한이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를 주장함으로써, 비록 미북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비핵화가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미북 평화협정 체결 이후 이를 근거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폐지,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철폐 나아가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며 북한 비핵화를 계속 지연시킬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