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함대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이 왜 북한 어선을 구조하겠다고 수백km 이상을 달려 일본 코앞에까지 갔을까?
⊙ 일본 초계기와 갈등까지 빚으면서 북한 어선 1척 구조해 북에 송환했다?… 말도 안 되는 사건
⊙ 日 언론, 당시 북한 선박은 단순 어선이 아니라 공작선 가능성 제기
⊙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판박이
도희윤
1967년생.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리베르타스 대표, 행복한통일로 대표, 한국자유회의 사무총장, 뉴라이트전국연합 북한인권특별위원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사무국장 역임
⊙ 일본 초계기와 갈등까지 빚으면서 북한 어선 1척 구조해 북에 송환했다?… 말도 안 되는 사건
⊙ 日 언론, 당시 북한 선박은 단순 어선이 아니라 공작선 가능성 제기
⊙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판박이
도희윤
1967년생.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리베르타스 대표, 행복한통일로 대표, 한국자유회의 사무총장, 뉴라이트전국연합 북한인권특별위원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사무국장 역임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이후, 국가권력에 의해 조장된 반일(反日)감정이 극한에 달했던 즈음의 일이다. 필자는 음료수를 사기 위해 동네 근처의 GS25 편의점을 찾았다. 참으로 놀라웠던 것은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 앞에 ‘저희는 일본 제품을 팔지 않습니다’라는 자그마한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지금까지 한일 관계의 롤러코스터를 수없이 겪었던 터이지만, ‘이건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원래 기업이라는 곳은 남극에서도 냉장고를 팔아야 하고, 국경과 이념, 인종을 떠나 어디든 교류와 상생이 기본가치여야 하는데, 하찮은(?) 하류 선동정치에 이렇게까지 휘둘리는 것을 보자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화기 관제 레이더 공방에 묻힌 북한 어선
이성이 마비된 야만의 현장에서 더는 지성은 설 곳이 없었던 2018년 12월 20일,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건을 겪게 된다.
동해의 대화퇴어장 부근에서 일본 초계기가 한국 군함으로부터 공격용 레이더를 조사(照射)당했다는 일본발(發) 뉴스가 터졌다. 보도된 내용으로 봐서는 무력(武力) 충돌까지 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으로 인식되었다. 일본 측의 격앙된 반응 속에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의외로 담담히 대응하는가 싶더니 곧장 반일(反日)감정에 불을 댕기는 공세를 시작했다. 양국 간의 치열한 진실 공방 속에 공격용 레이더 조사의 핵심 연유나, 대화퇴어장에 한국 군함과 해경 구조함이 동시에 출동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급기야 일본 측이 당시의 초계기 촬영 영상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한국 군함인 ‘광개토대왕함’과 해경 구조함 ‘삼봉호’가 가운데 작은 어선을 두고 방어막을 치듯 마주 보고 서 있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 당국이 주장한 바와 같이 조난당한 어선을 구조하는 모습이기보다는, 해상 범죄현장을 에워쌌고 해당 선박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앞뒤 퇴로를 차단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것을 발견한 일본 초계기가 근접 비행을 시도하면서 영상 촬영에 들어갔고 한국 군함에 무전을 보낸다.
“여기는 일본 해상자위대, 공격용 레이더를 작동한 목적이 무엇이냐?”
핵심적인 주요 통신 내용이 삭제되긴 했지만, 그 어디에도 한국 군함이 회신하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한국 군함인 ‘광개토대왕함’은 애써 답변을 피하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광개토대왕함’은 왜 교신에 응답하지 않았을까.
나중에 나온 국방부 내부의 전언은 다음과 같다.
“무선 상태가 양호하지 못했고 기상이 좋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아닌 해경 삼봉호에 보내는 무전이라 생각하고 응답하지 않았다.”
두 가지 가설
당시 화면에 나타난 바다 전경은 너무나 고요하고 파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그리고 국제 주파수를 바꿔가며 보내는 일본 초계기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회피이지 다른 탓을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란 지적이다.
이제 그 이유를 하나하나 찾아가 보자. 영상을 보면 앞서 설명했다시피 해군과 해경 함정이 가운데 작은 어선을 가로막고 있고, 해경 ‘삼봉호’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구명정이 뭔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사건이 있고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일본과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두 가지의 가설(假說)을 두고 논의했다. 하나는 북한 김정은의 답방에 목을 매고 있던 터에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종의 남북 간 불법거래가 공해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을 탈출한 북한 선박을 한국 군함과 해경이 나포하여 북한에 인계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불법적인 거래 혹은 나포가 아니라 일상적인 구조 작업이었다면, 굳이 일본 초계기의 무선통신에 응답을 안 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오히려 구조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당히 요청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만 하루 뒤 북한 선박과 승조원을 북송했다고 밝힌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발표문에서도 확인되었다시피,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호’ 사이에 있던 북한 선박에는 4명이 타고 있었고 그중 1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모두 남성이었다.
일부에서는 일본 측에서 먼저 이들의 배를 발견하고 구조에 나서려고 했으나, 해경 ‘삼봉호’ 외 최신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까지 출동함으로써 이들은 모두 한국 측에 인계된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그 부분은 여기에서 더는 다루지 않겠지만, 북한 선박에 승선해 있던 북한인들은 거의 초주검의 상태에 있었다. 그 후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었는지 바로 다음 날 한국 통일부 명의의 간략한 북송 발표만 있었다. 일각에서는 나포, 합동조사, 송환 등의 방식이 아닌 해상에서 곧바로 북한 측에 인계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호위사령부에 불어닥친 피의 숙청
당시 북한의 내부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해상 탈출을 감행할 정도였다면 북한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북한의 해안가는 거의 전부가 군사기지화되어 있고, 권력기관들이 각기 운용하는 외화벌이용 수산기지 외 개인 소유의 선박이 전무한 상태에서 탈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고 이들은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7년을 시작으로 북한에서는 내부 혁명 세력들에 의해 목숨을 건 저항이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때아닌 대한민국 탄핵 정국으로 말미암아 조성된 혼돈의 상황은, 북한 반체제 세력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피의 숙청이 몰아치게 된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보위부, 안전성 등에 이어 최고수뇌부의 최정예 호위부대인 호위사령부 소속 간부 90여 명이 일거에 총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호위사령관 윤정린, 정치국장 김성덕 등 최고위 지도부들이 모조리 처형되었다.
원래 호위사령부는 김정은의 신변안전과 경호를 담당하고 ‘혁명의 수도’라 칭하는 평양을 경비하는 친위대이다. 과거에는 호위총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무위원회 직속으로 김정은의 직접 지시를 받는 핵심 조직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이처럼 자신의 안위를 책임지는 조직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 것에 충격을 받고, 경호 부대 3개를 신설해 호위사령부의 권한·기능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구조적인 특성상 권력기관이 자신들의 기관 운영과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산하에 각종 기업소를 배치, 운용하고 있다. 특히 호위사령부는 자신들의 산하에 동해안 수산기지를 외화벌이용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배가 내부에서 불어닥친 숙청의 피바람을 피해 자신들의 수산기지를 통해 탈출한 호위사령부 고위 간부들의 도피용 선박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루 만에 북한으로 송환
2018년 12월 22일, 당시 한국 통일부의 조명균 장관이 “동해에서 발견한 북한 선원 3명과 시신 1구를 수습해 북측으로 송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어선 구조에 나선 우리 함정에서 ‘화기 관제 레이더’가 작동한 데 대해 일본 측이 이틀 연속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오히려 반일선동을 했다.
그에 반해 일본의 주장은 완전히 달랐다. 우선 조난당했다는 북한 선박은 단순 어선이 아니라 공작선일 가능성도 있다며, 조난 구조 신호 자체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 어선은 조난당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일본 초계기에서 바라본 것을 토대로 분석한 내용 중에, 한국 구조선이 다가가면 오히려 북한 선박이 도망가는 형국이 몇 차례 목격되었다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조난 신호 자체가 없었던 배의 위치와 정체를 한국 측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에 대해 일본은 지금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한 시민단체는, 조난당한 어선이라면서 일반 해양경찰선도 아니고 최대 규모의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까지 출동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표시하면서 해군과 해경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당시 한국의 청와대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이후 일본은 해당 사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했으며, 미국 측에 해상 초계기가 가진 모든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군사협력체제를 유지하는 삼각동맹의 전통적 가치를 훼손하고, 적국인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정부는 초계기 사건을 인도적인 구조가 아닌 군사적 문제라는 시각으로 바라봤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정부와 맺은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2019년 8월 22일 협정 종료 결정이라는 위기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 지소미아 협정은 정상 간 협의를 통해 잠정 연장이라는 애매한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원활한 운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탈북 어민 북송과 흡사
이 문제에 있어 핵심은, 당시 조난 어선이라면서 나포한 선박과 승선해 있던 북한인 3인과 시체 1구를 단 하루 만에 북한으로 송환해버렸다는 사실이다. 발견 당시 좁은 공간 안에서 사망한 사람까지 나왔고 그나마 생존해 있던 사람들도 거의 아사 직전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곧바로 북한에 인계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최근 판문점을 통해 흉악범으로 낙인찍힌 북한인 2명을 안대와 수갑을 채워 북한으로 단 며칠 만에 송환해버린 사건과 너무나 흡사한 부분이 많은 것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당시 문재인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에 의문을 품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수많은 북한 어선이 일본 해역으로 떠내려와 수습한 시신들만 수십 구에 달하는 현상을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 2018년 한 해 일본 해안가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북한 선박 추정 목선은 89척에 달했고, 그 안에 타고 있던 북한 주민들이 대부분 사망해 북한 어부 추정 시신 29구를 북한으로 송환한 사례도 있었다. 참혹한 시신 중에는 유독 여성이 많아 이들이 평범한 어부들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누가 이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을까. 백골에 가까운 지경으로 아사 직전의 북한인들을 단 하루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는 어떤 인권적 가치에서 비롯된 발상이었을까.
해군·해경의 양심선언 있어야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시절, 동해안에서 판문점에서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이제는 국민 앞에 소상히 고백할 때가 되었다.
백골이 된 시신들, 여성용 속옷들만 고스란히 남긴 채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며 죽음을 맞이했을 좁은 배 안의 북한 여성들….
그들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만약 지난 정권에서 우방과 인권의 가치를 내팽개치고 주적(主敵)인 북한과의 내통이 있었다면, 국내법을 넘어 국제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결단코 처벌케 해야 한다. 이는 야만(野蠻)을 종식하려는 문명(文明)의 준엄한 명령이다.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과 ‘광개토대왕함’ 함장, 해양경찰청 소속 ‘삼봉호 5001’ 함장과 승조원들은 당시의 사실을 하루속히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또한 국민을 속인 죄와 이웃 국가와의 안보 마찰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태롭게 한 죄로 사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해군 장병과 해양경찰들의 양심선언을 기대해본다.⊙
화기 관제 레이더 공방에 묻힌 북한 어선
이성이 마비된 야만의 현장에서 더는 지성은 설 곳이 없었던 2018년 12월 20일,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건을 겪게 된다.
동해의 대화퇴어장 부근에서 일본 초계기가 한국 군함으로부터 공격용 레이더를 조사(照射)당했다는 일본발(發) 뉴스가 터졌다. 보도된 내용으로 봐서는 무력(武力) 충돌까지 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으로 인식되었다. 일본 측의 격앙된 반응 속에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의외로 담담히 대응하는가 싶더니 곧장 반일(反日)감정에 불을 댕기는 공세를 시작했다. 양국 간의 치열한 진실 공방 속에 공격용 레이더 조사의 핵심 연유나, 대화퇴어장에 한국 군함과 해경 구조함이 동시에 출동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급기야 일본 측이 당시의 초계기 촬영 영상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한국 군함인 ‘광개토대왕함’과 해경 구조함 ‘삼봉호’가 가운데 작은 어선을 두고 방어막을 치듯 마주 보고 서 있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 당국이 주장한 바와 같이 조난당한 어선을 구조하는 모습이기보다는, 해상 범죄현장을 에워쌌고 해당 선박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앞뒤 퇴로를 차단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것을 발견한 일본 초계기가 근접 비행을 시도하면서 영상 촬영에 들어갔고 한국 군함에 무전을 보낸다.
“여기는 일본 해상자위대, 공격용 레이더를 작동한 목적이 무엇이냐?”
핵심적인 주요 통신 내용이 삭제되긴 했지만, 그 어디에도 한국 군함이 회신하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한국 군함인 ‘광개토대왕함’은 애써 답변을 피하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광개토대왕함’은 왜 교신에 응답하지 않았을까.
나중에 나온 국방부 내부의 전언은 다음과 같다.
“무선 상태가 양호하지 못했고 기상이 좋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아닌 해경 삼봉호에 보내는 무전이라 생각하고 응답하지 않았다.”
두 가지 가설
![]() |
국방부가 일본의 레이더 조준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올린 영상. 해경이 촬영한 이 영상에는 2018년 12월 20일 동해 인근에서 북한 어선 구조 활동을 벌이던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저고도로 비행 중인 일본 초계기의 모습(원)이 찍혔다. 사진=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
이제 그 이유를 하나하나 찾아가 보자. 영상을 보면 앞서 설명했다시피 해군과 해경 함정이 가운데 작은 어선을 가로막고 있고, 해경 ‘삼봉호’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구명정이 뭔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사건이 있고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일본과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두 가지의 가설(假說)을 두고 논의했다. 하나는 북한 김정은의 답방에 목을 매고 있던 터에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종의 남북 간 불법거래가 공해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을 탈출한 북한 선박을 한국 군함과 해경이 나포하여 북한에 인계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불법적인 거래 혹은 나포가 아니라 일상적인 구조 작업이었다면, 굳이 일본 초계기의 무선통신에 응답을 안 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오히려 구조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당히 요청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만 하루 뒤 북한 선박과 승조원을 북송했다고 밝힌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발표문에서도 확인되었다시피,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호’ 사이에 있던 북한 선박에는 4명이 타고 있었고 그중 1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모두 남성이었다.
일부에서는 일본 측에서 먼저 이들의 배를 발견하고 구조에 나서려고 했으나, 해경 ‘삼봉호’ 외 최신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까지 출동함으로써 이들은 모두 한국 측에 인계된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그 부분은 여기에서 더는 다루지 않겠지만, 북한 선박에 승선해 있던 북한인들은 거의 초주검의 상태에 있었다. 그 후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었는지 바로 다음 날 한국 통일부 명의의 간략한 북송 발표만 있었다. 일각에서는 나포, 합동조사, 송환 등의 방식이 아닌 해상에서 곧바로 북한 측에 인계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호위사령부에 불어닥친 피의 숙청
당시 북한의 내부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해상 탈출을 감행할 정도였다면 북한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북한의 해안가는 거의 전부가 군사기지화되어 있고, 권력기관들이 각기 운용하는 외화벌이용 수산기지 외 개인 소유의 선박이 전무한 상태에서 탈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고 이들은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7년을 시작으로 북한에서는 내부 혁명 세력들에 의해 목숨을 건 저항이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때아닌 대한민국 탄핵 정국으로 말미암아 조성된 혼돈의 상황은, 북한 반체제 세력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피의 숙청이 몰아치게 된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보위부, 안전성 등에 이어 최고수뇌부의 최정예 호위부대인 호위사령부 소속 간부 90여 명이 일거에 총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호위사령관 윤정린, 정치국장 김성덕 등 최고위 지도부들이 모조리 처형되었다.
원래 호위사령부는 김정은의 신변안전과 경호를 담당하고 ‘혁명의 수도’라 칭하는 평양을 경비하는 친위대이다. 과거에는 호위총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무위원회 직속으로 김정은의 직접 지시를 받는 핵심 조직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이처럼 자신의 안위를 책임지는 조직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 것에 충격을 받고, 경호 부대 3개를 신설해 호위사령부의 권한·기능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구조적인 특성상 권력기관이 자신들의 기관 운영과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산하에 각종 기업소를 배치, 운용하고 있다. 특히 호위사령부는 자신들의 산하에 동해안 수산기지를 외화벌이용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배가 내부에서 불어닥친 숙청의 피바람을 피해 자신들의 수산기지를 통해 탈출한 호위사령부 고위 간부들의 도피용 선박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루 만에 북한으로 송환
2018년 12월 22일, 당시 한국 통일부의 조명균 장관이 “동해에서 발견한 북한 선원 3명과 시신 1구를 수습해 북측으로 송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어선 구조에 나선 우리 함정에서 ‘화기 관제 레이더’가 작동한 데 대해 일본 측이 이틀 연속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오히려 반일선동을 했다.
그에 반해 일본의 주장은 완전히 달랐다. 우선 조난당했다는 북한 선박은 단순 어선이 아니라 공작선일 가능성도 있다며, 조난 구조 신호 자체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 어선은 조난당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일본 초계기에서 바라본 것을 토대로 분석한 내용 중에, 한국 구조선이 다가가면 오히려 북한 선박이 도망가는 형국이 몇 차례 목격되었다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조난 신호 자체가 없었던 배의 위치와 정체를 한국 측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에 대해 일본은 지금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한 시민단체는, 조난당한 어선이라면서 일반 해양경찰선도 아니고 최대 규모의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까지 출동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표시하면서 해군과 해경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당시 한국의 청와대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이후 일본은 해당 사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했으며, 미국 측에 해상 초계기가 가진 모든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군사협력체제를 유지하는 삼각동맹의 전통적 가치를 훼손하고, 적국인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정부는 초계기 사건을 인도적인 구조가 아닌 군사적 문제라는 시각으로 바라봤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정부와 맺은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2019년 8월 22일 협정 종료 결정이라는 위기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 지소미아 협정은 정상 간 협의를 통해 잠정 연장이라는 애매한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원활한 운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탈북 어민 북송과 흡사
![]() |
일본 해안가에 도착한 북한 목선과 경찰에 인계되고 있는 탑승자. 사진=조사회 제공 |
지금 이 순간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당시 문재인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에 의문을 품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수많은 북한 어선이 일본 해역으로 떠내려와 수습한 시신들만 수십 구에 달하는 현상을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 2018년 한 해 일본 해안가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북한 선박 추정 목선은 89척에 달했고, 그 안에 타고 있던 북한 주민들이 대부분 사망해 북한 어부 추정 시신 29구를 북한으로 송환한 사례도 있었다. 참혹한 시신 중에는 유독 여성이 많아 이들이 평범한 어부들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누가 이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을까. 백골에 가까운 지경으로 아사 직전의 북한인들을 단 하루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는 어떤 인권적 가치에서 비롯된 발상이었을까.
해군·해경의 양심선언 있어야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시절, 동해안에서 판문점에서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이제는 국민 앞에 소상히 고백할 때가 되었다.
백골이 된 시신들, 여성용 속옷들만 고스란히 남긴 채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며 죽음을 맞이했을 좁은 배 안의 북한 여성들….
그들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만약 지난 정권에서 우방과 인권의 가치를 내팽개치고 주적(主敵)인 북한과의 내통이 있었다면, 국내법을 넘어 국제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결단코 처벌케 해야 한다. 이는 야만(野蠻)을 종식하려는 문명(文明)의 준엄한 명령이다.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과 ‘광개토대왕함’ 함장, 해양경찰청 소속 ‘삼봉호 5001’ 함장과 승조원들은 당시의 사실을 하루속히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또한 국민을 속인 죄와 이웃 국가와의 안보 마찰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태롭게 한 죄로 사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해군 장병과 해양경찰들의 양심선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