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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이재명과 윤석열의 외교·안보 공약

문재인과 별 차이 없는 이재명… 구호는 선명한데 ‘원론’적인 윤석열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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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종전선언 반대는 반역” 對 윤석열 “先 핵 폐기 後 검토”
⊙ 李의 “비핵화 합의 위반 시 제재 복원”은 ‘중·러’ 탓에 쉽지 않아
⊙ 尹, “강력한 대북제재는 효과적인 북한 비핵화 방안”… 제재 구멍 메울 해법은?
⊙ 李, 경제력 우위 내세워 ‘전작권 전환’ 주장… 核 앞에 돈이 무슨 소용?
⊙ ▲킬 체인 ▲KAMD ▲대량 응징 보복 등 ‘3축 체계’ 조기 구축·강화에는 이견 없어
⊙ 尹은 ▲수도권 2000만 주민 방어 위한 사드 추가 배치 ▲한국형 아이언돔 조기 전력화
⊙ 李는 ▲장거리 요격미사일 조기 개발 ▲정찰위성 통한 24시간 대북 감시체계 구축
⊙ 李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는 한미동맹 균열·파기 초래할 가능성 있어
⊙ ▲혈맹 ▲자유민주 가치 강조한 尹… “對中 관계는 ‘상호 존중’ 전제돼야”
사진=뉴시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은 ‘공수표’ 같은 각종 ‘공약(公約)’을 남발한다. 선거가 끝난 뒤, 그 많은 공약 대다수는 ‘헛된 약속[空約]’이 된다. 지금껏 숱한 선거를 치르면서, 이 같은 ‘악순환’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국민은 정치인의 공약을 불신하고, 비중 있게 취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각 후보자의 현실 인식, 정세 판단, 미래 전망 능력을 살필 수 있는 주요 지표가 ‘공약’이므로 경시할 수만은 없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현재, 여야 후보는 전국 각지를 돌며 국민 앞에 각종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각 후보와 당 선대위에서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후보자 또는 그 일가 관련 의혹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까닭에 우리 국민은 그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유권자로서 그들의 공약 내용을 확인하고, 그 편익·손실을 따지고, 실현 가능성을 예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월간조선》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李在明), 국민의힘의 윤석열(尹錫悅) 대통령 후보가 각종 현안에 대해 밝힌 찬반 입장 또는 정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 후보 이름으로 게시한 외교·안보 공약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국가 존망, 국민 개개인의 생명·재산과 직결된 문제인 ‘국가 안전보장’ 관련 공약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치열한 논쟁을 진행해야 할 분야이지만, 지금 대선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행 ‘공직선거법’은 “언론기관의 후보자 정책·공약에 관한 비교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제108조의 3)”고 규정한다. 단, 각 후보자를 서열화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 이에 따라 《월간조선》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해당 조항 관련 질의응답 과정을 거쳐, 두 후보자가 내놓은 외교·안보 관련 공약을 개별적 분석한 후 그 미비점을 지적하기로 했다.
 
 
  문재인의 외교·안보 정책 계승한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또는 국정과제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사진=뉴시스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은 문재인(文在寅) 정권이 지난 5년 동안 추진한 각종 정책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문재인 지지층’ 일각에서는 현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호평’하겠지만, 상당수 국민은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의미한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가장 시급한 현안인 북핵 문제만 봐도 그렇다. 문재인 정권은 ‘돌림노래’ 식으로 “김정은은 분명하고 명백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 “김정은은 핵을 버리는 대신 경제 발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더 잘살게 하겠다는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왔다”고 요란스럽게 선전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현재 북한은 핵무장을 강화했다. 투발 수단도 다양화했다. 각종 도발을 지속적으로 자행하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실제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게 바로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의 ‘성적표’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현재까지 이 같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롯해 각종 외교·안보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 정권과 대비되는 각종 구호를 내걸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 ▲남북 관계 정상화와 공동번영 추진 ▲한미(韓美)동맹 재건과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상호존중 기반한 한·중 관계’ 구현 등 ‘20대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고, 여러 현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다. 선명성을 강조하며 후보자 정체성에 대해 의심하던 국민의힘 지지층과 ‘반(反)문재인 진영’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정권 심판’ ‘정권 교체’를 역설하는 입장인 점을 감안했을 때 윤 후보는 원론적 주장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정권 재창출’을 외치는 경쟁자보다 더 구체적인 외교·안보 공약의 ▲목표 ▲기대효과 ▲세부 실천방안 등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이 ‘돌림노래’ 식으로 되풀이한 ‘종전선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관과 그에 따른 각종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정을 건너뛰고, ‘돌림노래’처럼 4년 동안 국제사회에 ‘북한 비핵화의 마중물’이란 식으로 반복해 주장했던 ‘종전(終戰)선언’에 찬성했다.
 
  문 대통령이 지금껏 국민과 국제사회를 향해 ‘핵 폐기’ 의사가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북한의 김정은은 “핵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일이 없다. 자발적으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 역시 사실상 없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얘기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지만, 북한 독재 정권은 CVID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발작증’을 보이면서 “강도적 요구”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라고 반발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 ‘한반도 중재자’에 이어 ‘종전선언 전도사’나 된 것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종전선언’을 얘기했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며 “설령 (대북)제재를 완화해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문 대통령의 바람일 뿐이다.
 
  군사·안보 관련 전문가들이 누차 지적했다시피 종전선언은 언제든 번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의 종전선언은 한반도 정세에 예측 불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6·25전쟁을 끝내면,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되며 주한미군 철수론이 고조될 것이다. 이후 북한이 남침한다고 해도 국제사회가 이전처럼 개입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남침 규탄과 대북제재, 유엔군 파병에 관한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중 ‘친북(親北)’인 중국과 러시아 중 한 곳만 ‘반대표’를 던져도 무산될 수밖에 없다. 즉 문 대통령 주장처럼 ‘종전선언’은 상징적이고, 언제든 번복할 수 있는 가벼운 조치가 아니라 우리 안보에 치명타를 자초할 악수(惡手)가 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李, “종전선언은 평화 정착 위한 역사적 발걸음”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종전선언’ 추진에 반대한다. 또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핵 사찰을 수용하고 이를 진행한 다음에 가서야 대북제재 일부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반대한다. 문 대통령이 전 세계에 선전하고 다닌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 12일,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해버리면 정전 관리체제인 유엔사가 무력화되기 쉽고, 유엔사가 관리하는 일본 후방기지 역시 마찬가지라 비상상황 발생 시 대한민국의 안보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나 병력 감축 여론으로 갈 수 있다”며 “지금 상태에서는 이것이 국제사회나 우리 남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역적으로 진전돼서 광범위한 경제협력 관계가 수립된다면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이 얼마든 함께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인 2021년 9월 23일, “획기적인 남북 관계 발전의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은 남북한 당사자를 포함하고 정전협정의 대상국이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가장 현실성 있는 역사적 발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협력의 새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종전선언이 실행되면 한반도 리스크는 사라지고, 남북 간 협력의 시너지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종전선언으로 시작해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지는 평화 프로세스는 정권 임기와 관계없이 지속해야 하며, 다음 정부에서도 당연히 이어져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대북관과 똑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또 같은 해 11월 25일, “어떤 정치적 이유를 들어서라도 종전선언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2월 9일에는 ‘성급한 종전선언 반대’ 입장을 밝힌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겨냥해 “일본이 그런 태도를 취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인이 종전을 위해서 노력하진 못할망정 종전 협정, 정전의 종결을 반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친일파 해도 좋으나 그 친일의 결과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국익을 해친다면 그건 반역행위”라고 말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일”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경제가 평화를, 평화가 경제를 서로 지원하는 선순환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의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李 “대북제재 완화, 개성공단 재개”

 
이재명 후보는 ‘북한 비핵화’ 방안으로 소위 ‘조건부 제재 완화와 단계적 합의 이행’을 제안했다. 제1·2차 북핵 위기 당시 국제사회는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했으나, 매번 북한의 ‘사기극’에 의해 파탄 나고 말았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위 ‘한반도 운전자론’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고, 운명 역시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는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 한미동맹보다 소위 ‘남북 공조’를 강조하는 취지로 오해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면서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분명하고 명백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주장했다. 그 결과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 이른바 ‘제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2019년 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회담’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확인된 사실은 문재인 정권이 주장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애초에 없었다는 점뿐이었다. 또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2019년 4월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게 아니라 제정신을 가지고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고로, 문 대통령이 ‘운전자’ ‘중재자’를 자처하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보증’한 데서 비롯된 비핵화 협상 기간에 북한은 핵을 은폐하면서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요격이 어려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 초대형 방사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차례로 확보했다.
 
  이 같은 ‘문재인식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인 2021년 8월 22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계승해 더 주체적인 중재자·해결사 역할을 하겠다”며 이른바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일거에 일괄 타결하는 ‘빅딜’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작다”며 “비핵화 합의와 이행을 단계적으로 동시에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 백)와 단계적 동시행동 방안을 구체화해 북한과 미국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북이 이미 합의했지만, 제재 대상으로 묶여 있는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의 이행을 위해 유엔에 포괄적·상시적 제재 면제를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이 후보의 ‘북핵 접근법’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권이 ‘굿 이너프 딜(적당히 좋은 거래)’ 운운하며 ‘낮은 단계의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주장한 것과 같다. 또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 철도 연결 역시 문재인 정권의 대북 지원책과 일치한다.
 
 
  매번 북한의 ‘사기극’으로 끝난 ‘비핵화 협상’
 
2020년 6월 16일, 북한이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처참한 모습은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져내린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장한 ‘북한의 합의 위반 시 제재 복원 또는 재부과’를 전제한 ‘북한 비핵화’의 경우 실질적인 북핵 폐기까지 가는 과정이 수월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먼저 ‘비핵화 합의’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제사회가 얘기하는 ‘CVID’와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의 소위 ‘조선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 ▲미국 핵우산 제거 ▲한미동맹 해체 ▲남한 핵 역량 제거 등의 선행을 주장하는 ‘용어 기만술’에 불과하다.
 
  ‘합의 위반’을 판단하는 주체 역시 불분명하다. 결국 ‘조건부 제재 완화와 단계적 동시행동’은 이른바 ‘미·북 제네바 합의(1994년)’와 ‘9·19 공동성명(2005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제1차 북핵 위기(1992~1994년) 당시 ‘제네바 합의’에 따라 당시 한·미·일은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를 만들어 북한에 핵 동결 대가로 1000MW급 경수로 원전 2기를 건설해주기로 했다(함경남도 신포시). 미국은 원전 완공 때까지 매년 중유 6만 톤을 북한에 지원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계속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2002년에 뒤늦게 이 사실을 포착해 북한의 자백을 받고, 대북 지원을 중단했다. 제2차 북핵 위기(2002~)다. 당시 북한은 사태 해결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중단 ▲북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승인과 평화조약 체결 ▲경제제재 해제와 무기 수출 포기에 따른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다.
 
  ‘제2차 북핵 위기’는 한·미·일·중·러, 5개국과 북한이 소위 ‘6자회담’을 진행한 끝에 이른바 ‘9·19 공동성명(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대북 핵 공격 금지, 미·북 신뢰 구축 등)’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2006년 10월 북한은 ‘제1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이를 파기했다. 결국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은 핵실험 능력을 키우는 동안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북한의 ‘사기극’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제네바 합의’ ‘9·19 공동성명’처럼 실패 안 하려면?

 
  이런 전력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단계적 비핵화’를 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북한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에서 2016년과 2017년에 부과된 대북제재 결의 5건 해제를 요구하며 ‘영변 핵시설 폐쇄’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만일 미국이 소위 ‘단계적 비핵화(대화 재개→ 화해 분위기 조성 → 핵 동결 → 핵 사찰과 폐기)’를 수용할 경우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다시 이 ‘카드’를 내밀고 그 대가로 북한 경제를 옥죄는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할 텐데, ‘영변 원자로 폐쇄’는 ‘핵 폐기’와는 전혀 무관한 조치다. ‘핵 동결’도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 원료 비중을 보면 영변 원자로에서 재처리한 플루토늄이 아닌, 고농축 우라늄이 압도적이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의 분석에 따르면 영변의 원자로 가동과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량은 1년에 핵무기 1~2개를 만들 정도에 불과한 7~8kg이다. 고농축 우라늄의 경우에는 각종 시설에서 연간 핵무기 6개를 만들 수 있는 150~160kg을 생산한다. 영변 원자로를 없앤다고 해서 북한의 핵 활동이 중단되는 게 아니란 얘기다. 한마디로 ‘단계적 비핵화’를 할 경우 북한은 상징적 의미만 있는 영변 원자로를 앞세워 대북제재 해제란 막대한 이득을 취한 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라고 할 수 있는 ‘핵 사찰과 핵 폐기’는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 가서 미국이 ‘합의 위반’이라고 결론 내린 끝에 ‘제재 재부과’를 주장한다고 해도,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임이사국 중 북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경우 ‘제재 결의안’이 기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면, 이 후보는 국민 앞에 문재인 정권이 숱하게 외친 ‘단계적 비핵화’만 얘기할 게 아니라 ▲대북제재 완화 후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 압박 방안 ▲‘대북제재 복원’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가능성 차단법 ▲소위 ‘단계적 비핵화’ 실패 시 대안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이 추진했지만, ‘북한 비핵화’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만큼 차별화된 ‘이재명식 난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최근까지 “이 땅에서 수백만 명의 국민이 죽고 다치며 우리의 성취물이 잿더미가 된 위에 이기는 전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지난할지언정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북핵 문제를 풀겠다(2월 3일)”는 주장만 할 뿐, 세부 방안을 얘기하지 않았다.
 
 
  尹, “IAEA 사찰 받아야 제재 완화·지원 가능”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제사회의 CVID와 같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한다. ‘대북제재’를 ‘북한 비핵화’의 유효한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2월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폐기’ 압박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릴지는 몰라도 상당히 효과적인 방안”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실제 할 것인지 가능성을 떠나 강력한 경제제재를 해서 ‘핵을 갖게 되면 결국 경제는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이나 기관에 대한 제재)으로 북한 체제 내부는 매우 불안하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는 대북제재 완화 시점과 관련해서는 “막연하게 ‘북한이 비핵화할 테니 풀자’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이고, 씨도 먹히지 않는다”며 “북한이 사찰을 수용하고 IAEA 사찰단이 (북한 핵시설에) 들어가 (검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그에 맞는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유엔 안보리에서 경제제재 완화에 제한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 번에 가서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북한이 사찰을 받겠다고 하면 몇 개 시설을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해 감춰놓은 것을 찾기도 하고, 지난한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북한이 장기간에 걸쳐 보유·가동하는 모든 핵 생산 시설과 각종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사찰을 받고, 이를 모두 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돌입한다고 할 때 가서야 ‘제한적인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윤 후보는 대북지원 시점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 사찰 수용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IAEA 사찰단이 북한 지역에 들어가 사찰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나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과 우리 정부 주도로 북한에 대한 산업개발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시행 5년 지나도 북한이 ‘건재’한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핵 포기 의지’를 우리 국민과 전 세계에 홍보하고 다니는 동안 북한 독재정권은 핵무장을 강화하고, 각종 미사일을 개발해 현재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가 2016년과 2017년에 결의한 대북제재 5건(2270호, 2321호, 2371호, 2375호, 2397호)에 의해 차단된 북한 외화 수입의 규모를 약 15억 달러가량인 것으로 추산한다. 제재 시행 전, 북한이 한 해에 벌어들인 외화 수입 규모가 40억~50억 달러(추산치)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북한의 외화 수입은 대북제재에 의해 30~40% 감소했다고 할 수 있다. 안보리는 또 각종 생산시설과 운송수단 가동에 필요한 원유와 정제유 수입량을 제한(원유는 400만 배럴, 정제유는 50만 배럴)했다. 이 같은 제재가 지속되자 북한의 경제는 붕괴 직전에 다다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연도별 ‘북한 대외무역 동향’에 따르면 본격적인 대북제재 시행 이전인 2015년 당시 62억5182만 달러였던 북한의 무역액(수출 26억9653만 달러/수입 35억5579만 달러)은 2020년에 8억6000만 달러(수출 8930만 달러/수입 7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북한의 수출은 2015년 대비 96.7%, 수입은 78.35% 감소했다. 무역 규모도 1/7 규모로 축소됐다. 무역 적자도 ▲2016년 8억9000만 달러 ▲2017년 20억1000만 달러 ▲2018년 23억6000만 달러 ▲2019년 26억9000만 달러 ▲2020년 6억8000만 달러 등 매년 누적돼 86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2016년 당시 국내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외화보유액을 50억 달러 안팎으로 보았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외화보유액을 30억~7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어떤 수치를 적용하더라도 북한은 이미 외환보유고를 웃도는 수준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북한 독재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 대북제재 압박에 굴하지 않고, 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현실은 바로 ‘대북제재’에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 ‘구멍’은 바로 중국이다.
 
  미국 국무부는 2020년,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북한 노동자 최소 2만 명을 계속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9년에만 총 555회에 걸쳐 북한에서 중국으로 석탄 등 금수 물품을 운반하는 선박을 목격했고, 중·북 접경 지역에서 상당한 규모의 불법 미신고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 당국은 불법적인 수입을 막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 중국의 묵인 아래 노골적인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북제재 구멍’ 메울 해법 제시 안 한 尹
 
  중국은 또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대북제재에 반대하며 북한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1월,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제재 결의를 시도하자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지속적인 대북제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대립과 긴장만 부추긴다”며 이에 제동을 걸었다. 러시아도 ‘보류’를 요청해 추가 제재 결의는 6개월 뒤에 재논의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북한은 세계 각지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범죄 수익을 올리고 있다. 1월 13일, 미국의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해킹을 통해 4억 달러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탈취했다.
 

  이런 대북제재의 ‘구멍’을 고려하면, 윤석열 후보의 ‘대북제재’ 관련 입장은 상황 변화를 유도하는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 변화를 얘기하려면, 원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중국 선박의 공해상 불법 환적 ▲대북 밀수 선박에 대한 중국 당국의 영해 진입과 항만 이용 허용 ▲중·북 사이의 석탄 밀수 등 불법 거래와 같은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근절하고, 북한의 범죄 수익을 차단하는 ‘해법’을 함께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북핵의 ‘제1 피해자’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까.
 
 
  ‘국가’ 아닌 북한과의 ‘합의’를 ‘조약’ 취급하는 李
 
북한 김정은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한 영변 핵 시설 폐쇄를 조건으로 대북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이 밖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남북 합의 국회 비준 추진 ▲이산가족 상봉, 고향 방문 추진을 언급했다. 남북 합의 국회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뒤에는 국정과제로 추진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남북 합의’에는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방식을 용인하는 듯한 ‘김대중-김정일 선언(2000년 6월 5일)’과 대규모 대북 지원을 약속한 ‘노무현-김정일 선언(2007년 10월 4일)’이 포함된다. 김·노 전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당시 북한 김정일과 해당 합의를 발표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이에 대한 국회 비준을 추진한다면, 남남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남북 사이의 합의는 그 성격상 국회 비준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애초에 이를 추진하는 것은 ‘헌법’에 들어맞지 않는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우리 영토 북반부를 불법 점유하고 정부를 참칭하는 북한 독재 정권은 대한민국과 동등한 ‘국가’가 아니라 ‘반(反)국가단체’다.
 
  ‘헌법’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가 아니므로, ‘국제법 주체 간에 국제법률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명시적 합의’인 ‘조약’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과의 합의 역시 ‘조약’이 될 수 없으므로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가 필요치 않다. 그럼에도 남북 합의를 ‘조약’의 성격으로 규정해 법제화한다면, 이는 ‘영구 분단’을 자초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일본, 중국과 통일할 필요가 없듯이 ‘외국’인 북한과도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북한과의 ‘합의’를 ‘국가 간 조약’으로 간주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대선 공약·국정과제로 내걸었다가 소위 ‘문재인-김정은’의 이른바 ‘평양 선언(2018년 9월 19일)’과 관련해서 주요 조약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도록 정한 ‘헌법’ 제60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제기되자, ‘문재인 청와대’는 이전과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조약은 문서에 의한 국가 간 합의인데,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므로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니다”란 취지로 주장했다. 즉 ‘헌법’을 봐도 그렇고, 5년 전에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문재인 청와대’의 설명을 고려했을 때도 ‘남북 합의 국회 비준’은 애초부터 추진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이 외치는 ‘전작권 환수’ 주장의 타당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12월 30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 “이제는 병사 숫자로 전쟁하는 시대가 아니고 첨단무기와 장비로 전쟁하는 시대”라며 “미국에 맡기지 않으면 자체 방위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나!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군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는데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또 이 후보는 “세계에서 독립 주권국가가 군사작전권을 다른 나라에 맡긴 예가 없지 않으냐”며 “주권의 핵심 요소 중에서 핵심이 군사주권, 그중에서 작전권 아니겠느냐. 이걸 맡겨뒀다는 것도 상식 밖의 일이고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의 1년 국민 총생산보다 우리의 1년 국방비 지출액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전작권은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환수해야 한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미 합의된 절차에 의해서 검증을 빨리 끝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했던 주장과 같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8월, “우리 국군은 6·25전쟁을 거친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능히 나라를 지킬 만한 규모를 갖추고 있는데도 아직 독자적인 작전 수행의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전작권 환수’를 주장했다. 또 그는 3년 뒤인 2006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이른바 특유의 사투리를 써가며 전작권 관련 즉흥 연설을 하며 전·현직 국군 지도부를 조롱했다.
 
  “우리가 북한의 국방비의 여러 배를 쓰고 있습니다, 두 자릿수 아닙니까? 열 배도 훨씬 넘네요. (중략)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70년대는 어떻게 견뎌왔으며,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느냐? (중략) 미국한테 매달려가지고 바짓가랑이 매달려가지고 응딩이…. 미국 응딩이 뒤에서 숨어가지고 ‘형님, 형님, 형님 빽만 믿겠다’는 게 자주 국가의 국민들의 안보 의식일 수가 있겠습니까? (중략)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 했노, 이기야! 나도 군대 갔다 왔고, 예비군 훈련까지 다 받았는데, 심심하면 사람한테 세금 내라 하고, 불러다가 뺑뺑이 돌리고 훈련시키고 했는데, 거 위에 사람들은 뭐 했어! 작전통제권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한 개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맨들어 놔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꺼드럭거리고 말았다는 얘기입니까?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모여가지고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영국, 독일은 자존심 없어 미군에 전작권 맡기나?”
 
  노무현 전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전작권 환수’라고 표현한다. 이는 미국이 부당하게 우리의 군사주권을 침탈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다.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독단적으로 결정해 우리 군을 지휘할 수 없다. 방어 준비 태세(데프콘) 수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없는 현재 4단계에서 군사 개입 가능성이 예상될 때 한미 양국 대통령이 협의·합의한 후 데프콘을 3단계로 격상하고 나서야 우리 군의 전작권을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행사할 수 있다.
 
  “세계에서 독립 주권국가가 군사작전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고 있는 예가 없지 않으냐”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내 대표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20일에 내놓은 〈흔들리는 한미동맹과 우리의 안보〉란 보고서의 관련 대목을 인용한다.
 
  〈유럽의 경우,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자존심이 없어서 자신들의 군대를 미군 장성인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사령관의 전시작전통제권하에 두는 것이 아니다. 30개 NATO 회원국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평시에는 자국군을 직접 통제하지만 유사시에는 미국의 장군인 NATO 사령관이 NATO에 편성된 회원국들의 군대에 대해 전작권을 행사한다. 미국 장군이 NATO군에 대해 전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미국의 유럽국가에 대한 안보공약 이행을 보증하는 확실한 장치이기 때문에 NATO 회원국 누구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전작권을 주권의 문제로 간주하였다면,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고 집단안보 시대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 생각이다.〉
 
 
  核 가진 북한과 재래식 전력 비교는 무의미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를 논거로 삼아 ‘전작권 전환’을 얘기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약 100기(추정)에 달하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상대로 재래식 전력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핵무기 앞에서 기존 재래식 전력은 무용지물이다. 북한은 약 100기에 달하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 이론적으로 남한은 북한에 대적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경제력과 국방예산 규모 격차, 민족 자존심 등을 운운하며 ‘전작권 전환’을 주장한다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전작권 전환은 우리 군이 자존심이 없어서, 미국이 전작권을 주지 않아서 이뤄지지 않는 게 아니다. 우리 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핵심능력, 북핵과 미사일 공격에 초기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앞서 “첨단무기와 장비로 전쟁하는 시대”라고 했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 군은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공격에 대응하는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대량 응징 보복)’ 중 ‘킬 체인’은 아직 미완이다. 감시·정찰자산과 타격·요격 체계를 완비하지도 못했고, 도발 징후 포착부터 타격까지 30분 안에 진행하는 유기적인 연동 시스템도 구축 과정에 있다. 이마저도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고체 연료 미사일을 쏘거나, 액체 연료를 밀폐용기에 넣었다가 도발 직전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할 경우 기존 킬 체인 구상으로는 이를 발견하고 때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므로 대대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감시 체계, 통합 지휘·통제·관리 체계, 타격·요격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우리 군은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감시정찰자산이 부족하다. 미군의 정보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란 얘기다. 2023년부터 정찰위성 4기를 쏴 올릴 계획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조2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군 정찰위성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해당 위성의 주파수 대역은 북한의 전파 방해 가능 범위에 속한다. 북한이 전파 교란을 할 경우 위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촬영하지 못하거나, 영상 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선제 공격할 경우 동시 다발적인 정밀 타격으로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군 지휘부를 제거하고, 그들의 은거지와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대량 응징 보복’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 군이 각종 표적을 겨냥해 탄도·순항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 야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북한의 대남(對南) 도발을 억지하는 힘은 한미연합 전력이다. 유사시 일본 오키나와, 미국 괌에 배치된 미군의 ▲항공모함전단 ▲핵잠수함 ▲B-52 폭격기 ▲B-2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자산이 즉시 전개된다. 미국 본토에서는 증원군이 급파된다.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의 핵 공격을 억지한다.
 
 
  한국군 장성이 ‘미군 전략자산’ 통제할 수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월 3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조치로 강력한 억제력과 대응 능력을 확보하겠다. 고위력 탄도미사일, 항공 기반 정밀타격 능력 등 강력한 대량 응징 보복 능력을 갖춰 핵무기 사용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이 후보가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과 보복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 “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대원칙”이라고 하면서도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우리가 한미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정찰 경계 능력과 미사일 대응 능력, 안보환경이 어느 정도 갖춰질 때 이뤄지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 밖에 소위 ‘3축 체계’ 조기 구축·강화에 대해서는 후보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다만,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중 사드 추가 배치의 경우에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수도권 2000만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형 아이언돔(Iron Dome)’ 조기 배치를 언급했다.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의 이동식 방공 시스템이다. 4~70km 거리에서 발사된 단거리 로켓, 각종 포탄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다. 휴전선 이북에서 수도권을 향해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응할 목적으로 개발될 예정인 ‘한국형 아이언돔’은 현재 계획상 2035년에 배치될 전망이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국의 반발 등을 내세워 반대하며 “사드에 버금가는 장거리 요격미사일(요격 고도 40~100km, 사거리 150~300km)을 조기 개발하고, 정찰위성 등을 확보하여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고 24시간 감시대응 체계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줄타기 외교’는 한미동맹 균열 초래 위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 부적합한 논거를 들며 전·현직 군 지휘부를 조롱하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호통을 쳤다. 사진=조선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강조한다. 사안에 따라 ‘국익’을 기준으로 주체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이 후보는 “미국은 유일한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가 없다. 미·중이 우리와의 협력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유능한 외교”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는 좋게 얘기하면 ‘균형외교’, 나쁘게 말하면 ‘줄타기 외교’라고 할 수 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세계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소위 ‘하드파워(군사력, 경제력)’와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를 갖추지 못한 국가의 이른바 ‘균형외교’는 실력은 없으면서 허세만 부리는 것과 같다. 이는 국제적 조롱과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신(新)냉전 체제에서 한미동맹의 당사국인 우리가 사안에 따라 모호함을 유지하며 동맹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거나, 중국에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이는 필연적으로 한미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결국 한미동맹을 파기할 수도 있다. 과연 미국과 함께하지 않는 한국이 중국에 제 목소리를 내고, 국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을까.
 
  경제적 측면에서 봐도 한미동맹이 파기될 경우 대한민국은 중국의 무역 보복 등으로 인한 손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미국과 일본 자본이 빠져나가고, 자본시장은 무너지고, 기업들은 줄도산하게 된다.
 
 
  尹, “혈맹·우방과 협력해 자유민주국 역할 할 것”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혈맹인 미국, 자유 진영 우방(友邦)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중국과는 ‘상호 존중’ 전제 아래 경제 같은 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1월 24일,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입장을 함께 밝혔다. 당시 그는 “한미 양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에 맞서 함께 싸우며 피를 흘린 혈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에서 무너져 내린 한미동맹을 재건하겠다”면서 군사동맹 강화를 위한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전략 자산 전개 및 정례적 연습 강화 ▲한·미 간 전구급 연합 연습(CPX) ▲야외기동훈련(FTX) 정상 시행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 정상화 등을 약속했다.
 
  윤 후보가 언급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서 아산정책연구원은 상기한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제대로 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못했고, 그나마 실시한 연합훈련은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수시로 연합훈련의 정상화를 원했지만 한국 정부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주한미군은 연대급 이상의 훈련을 한국 내에서 실시할 수 없게 되자, 알래스카, 하와이 등 미국 본토에서 훈련을 실시하였는데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않은 군대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버웰 벨 전 연합사 사령관은 “북한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고, 필요하다면 격퇴하기 위한 동맹의 군사 준비 태세를 북한과의 단기적인 관계 개선에 사용하는 ‘정치적 도구’로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였다.〉
 
  윤 후보는 또 “▲자유 ▲민주 ▲시장경제 ▲법치 ▲인권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면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고, 선도적인 자유민주국가의 역할을 다하면서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하고 주도해 작년 12월에 열린 다자 정상회담이다. 첫 회담의 경우 코로나19 탓에 화상 회담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 110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배제됐다.
 
  윤 후보는 “아태 지역의 자유민주국가들과 협력해 자유롭고 개방된 역내 질서를 함께 구축해나가겠다”면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고 역내 다자협력이 활성화되도록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자유민주국가들은 대만해협 등 남중국해에서 공해상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방해하는 중국에 대응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어서 윤 후보는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협력체인 ‘쿼드’ 산하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실무위원회에 참여해 역내 관련국들과 공동이익을 확대하는 열린 협력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쿼드는 중국의 군사·경제 블록화 전략인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이 주도해 만든 아태 지역 4개국의 안보 협의체다.
 
  이처럼 윤 후보는 한미동맹과 자유 진영 우방과의 ‘가치 동맹’을 강조한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군사·안보적 관계는 일축한 뒤 “기본적으로 상호 존중이라는 기반 아래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의 공동 이익을 위한 협력 및 국제적 협력은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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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ck    (2022-02-20) 찬성 : 0   반대 : 0
군 자원제 하겠다는 이재명씨 최저임금 받으려 군입대하는 사람 있을까요? 국방의 의무를 돈으로 대체 가능한가요? 아무 공약이나 마구 질러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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