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자수첩

평택 미군기지와 관타나모 기지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테러와의 전쟁’ 당시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을 억류, 고문했던 관타나모 해군기지는 카리브해 쿠바섬 동쪽 끝에 있다. 면적은 117.6km2, 맨해튼섬과 비슷한 면적이다.
 
  이곳에 미국 해군기지가 들어선 것은 1903년이었다. 쿠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는 걸 도운 미국이 그 대가(代價)로 할양받은 것이다. 미국-쿠바협정에 따르면, 관타나모 기지 및 인근 영해에 대한 ‘궁극적인 주권(主權)’은 쿠바에 있지만, 미군이 점유(占有)하고 있는 동안은 미국이 사법·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1959년 쿠바혁명 후 카스트로 정권은 관타나모 기지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카리브해의 요충(要衝)이자, 눈엣가시 같은 카스트로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이 기지를 내놓을 리가 없었다. 관타나모 기지는 미국의 해외기지 중 가장 오래된 기지이자 ‘적성국(敵性國)’ 내부에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기지이다.
 
  난데없이 관타나모 기지 얘기를 하는 것은 문득 ‘이러다가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가 관타나모 기지처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합사 평택 이전으로 ‘인계철선’ 사라져
 
  한미(韓美) 양국 국방장관은 6월 3일 서울 용산기지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국방부도 밝힌 것처럼 연합사 사령부를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하는 것이 연합사의 작전 효율성과 연합방위 태세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한강 이북에서 인계철선(引繼鐵線)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데 있다. 휴전 이후 북한군의 주요 예상 남침로인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에 미군부대를 집중 배치한 것은 북한군이 미군과 접전(接戰)하지 않고서는 작전을 펼 수 없도록 함으로써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과 마찬가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강 이북에 배치됐던 미(美) 지상군 중 제7사단은 1971년에 철수했다. 한국군 군단 이상의 전력(戰力)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던 미2사단은 작년 10월 평택기지로 이전했다.
 
  용산에 있던 연합사마저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하자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햇볕정책 전도사’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조차 “한미연합사 한수(漢水) 이남 이전은 한수 이북의 안보를 포기한다는 신호가 된다”며 “평택 이전은 재고(再考)돼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악몽의 시나리오
 
  이제 북한은 미군의 개입 걱정 없이 한강 이북에서 작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 북한이 기습 남침, 수도 서울을 포위하면서 한편으로는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시나리오다. 김정은은 “평택의 미군기지는 공격하지 않을 테니 가만히만 있어 달라. 그러면 미군과 미국 시민들의 안전은 보장하겠다”고 설득하는 한편 “미군이 개입하려 할 경우, 핵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이보다 더한 상상도 가능하다. 북한이 평택 미군기지의 존치(存置)를 조건으로 ‘남조선 흡수통일’을 흥정하는 경우다. 평택기지는 해외 미군기지 중 가장 최신의 설비를 갖춘 곳이자, 중국을 견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일부 전략가들이 주한미군이 절대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평택기지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김정은이 “관타나모 기지처럼 평택기지를 미국이 계속 갖고 있게 해줄 테니,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을 묵인해달라”고 한다면? 이미 일부 전략가들은 오래전부터 “미국은 친중반미(親中反美)적인 대한민국보다는 친미반중(親美反中)적인 공산 통일한국을 선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와 흡사한 사례도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의 적이었던 베트남과 협력하고 있고, 베트남은 미국 군함이 캄란 해군기지에 기항(寄港)하는 것을 기꺼이 허용하고 있다.
 
  기자는 19년 전, 지난 3월 타계한 박근 전 주(駐)유엔대사에게 그런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때 박 전 대사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한 가지 변수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선택입니다. 한국이 북한과 함께 친중(親中)정책으로 선회하거나, 한국이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미국을 배척하는 상황 아래서 티토가 그랬던 것처럼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공산독재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패권에 반대하는 정책을 편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전략적·경제적 가치로 보아 우리가 먼저 미국에 등을 돌리지 않는 한, 미국이 먼저 대한민국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조회 : 2140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908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