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NATO) 동맹국이 美軍이 지휘하는 현 체제 수용하는 건 국가 생존 때문
⊙ ‘안보 현실’보다는 ‘감성’에 호소한 전작권 전환
⊙ 北, 韓美軍이 한 덩어리 돼 싸우는 현 체제 더 두려워해
⊙ 국방부는 왜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가야 하는지 설명 내놓아야
金泰宇
1950년 출생.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美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국방선진화추진위원, 통일연구원장 역임. 現 건양대 군사학과 대우교수
⊙ ‘안보 현실’보다는 ‘감성’에 호소한 전작권 전환
⊙ 北, 韓美軍이 한 덩어리 돼 싸우는 현 체제 더 두려워해
⊙ 국방부는 왜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가야 하는지 설명 내놓아야
金泰宇
1950년 출생.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美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국방선진화추진위원, 통일연구원장 역임. 現 건양대 군사학과 대우교수
- 2018년 11월 1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연합방위지침’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은 전쟁 발발 시 한미연합군의 작전을 지휘하는 권한으로 현재는 미군이 행사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전작권 실행 부대인 한미연합사(CFC)의 사령관이 미군 4성 장군이고 부사령관이 한국군 4성 장군이므로 ‘미군 주도하의 공동행사’ 체제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 분리·전환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즉, 전쟁 발발 시 한국과 미국이 각국의 군대에 대해 전작권을 분리, 행사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전작권 조기전환’ 재점화한 文 정부
전작권 분리는 노무현 정부 때 2012년부터 시행하기로 한미 간에 합의했었지만, 이명박 정부 동안의 치열한 찬반(贊反) 논쟁을 거쳐 박근혜 정부 동안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미가 합의했던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다시 이 문제를 재점화하고 있다.
‘전작권 조기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2018년 5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은 ‘2023년 전작권 전환’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2018년 10월 31일 제50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매티스 미(美)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고 현 연합사를 한국군 4성 장성이 사령관을, 그리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12월 5일 전군(全軍)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정경두 장관은 전작권 전환 준비를 서두를 것을 주문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미군의 작전을 통제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조기전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전작권이 분리된 상태에서 한국군이 미군의 작전을 주도하면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었다. 전작권 전환은 다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전작권 문제를 ‘안보현실’ 차원이 아닌 일종의 ‘이념적 지향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다 현실성이 부족한 감성적 이유들을 내세우면서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군이 미군의 작전까지 통제해야 한다”는 정경두 장관의 발언은 듣기에는 통쾌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현실성이 부족한 선전논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이 한국군의 전작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이후 동맹정책에 대한 상업주의적 접근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에 있어서도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의 대상이다. 한국이 전환을 요구하기만 하면 유의미한 찬반 논의를 거칠 겨를도 없이 속전속결로 결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감성에 호소하는 전작권 조기전환론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조기 분리 방침을 발표하자, 당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처음에 반대했으나 한국 정부의 의지가 강경함을 알고는 “내일이라도 가지고 가라”며 화를 냈다. 결국 2007년 2월 24일 김장수 국방장관과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 간의 회담에서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부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었다.
이후 한국에서는 전작권 전환과 그에 따른 연합사 해체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이 전개되었고, 2010년 1000만명의 서명이 양국 정부에 전달되었다. 이에 이명박-오바마 정부는 전환 시점을 2015년 말로 미루었고,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여건이 성숙할 때 전환’에 합의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무기 연기되었다.
노무현 정부 동안 개진되었던 조기전환론의 최대 특징은 ‘안보현실’보다는 감성에 호소했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그런 뜻을 여과없이 내비쳤다. 그해 12월 21일 제50차 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미국 바짓가랑이에 매달려서 형님 빽만 믿겠다. … 이게 자주국 국민의 안보의식일 수 있나” “열 배도 넘는 국방비를 쓰면서… 떡 사먹었느냐… 그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옛날 국방장관들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미국이 군대를 뺀다고 하면 까무러치는 판인데, 어떻게 미국과 대등한 대화를 할 수 있나”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젊은이들이 열광했고, 인터넷 공간은 ‘국가 자존심’ ‘군사주권’ ‘자주적 군사외교’ 등을 위해 전작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주장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文 정부 들어 새롭게 등장한 논리
조기전환론에는 감성적이지만 만만치 않은 설득력을 발휘한 대목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전작권을 행사해야 국가 자존심이 살고 군사주권을 가진 나라로 인정받기 때문에 독자적인 대북 군축회담이나 대중(對中) 군사외교가 가능하다” “전작권 행사는 스스로 조국 강토를 지켜내겠다는 결기이자 의지이다” 등의 주장에 젊은이들이 열광한 것에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 “전작권을 분리해야 한국군이 의타심을 버리고 스스로 전쟁수행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감성적 설득력을 넘어 이성적으로도 한국군이 따갑게 들어야 할 교훈으로 들렸다.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작권 전환 문제가 재부상하면서 조기전환론을 뒷받침하는 추가적인 논리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2017년 9월 7일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동주최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남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육사 33기)는 기존의 조기전환론에 더하여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북한의 핵군사력에 대한 독자적 선제타격이 가능해진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북한 도발을 능동적·자율적으로 응징·보복할 수 있어 북한은 전작권을 가진 한국군을 더 두려워한다”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한반도 유사시 중국에게 군사개입 명분을 주지 않는다” 등의 주장들을 개진했다. 즉, 한국이 독자 전작권을 가져야 한국군이 대북 억제를 위해 추진해 온 ‘3축 체제’ 즉 선제타격(kill-chain), 방어(KAMD), 응징보복(KMPR) 등 세 분야에서 독자적인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는 체제가 힘을 받는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통일의 기회가 오더라도 미군이 중국 접경지대까지 진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으면 중국군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논리 위에서 정 교수는 3축 체제 조기구축 등을 통한 자주국방 역량 강화, 평화체제 대화 등을 통한 안보환경 개선, 국내외 공감대 형성, 한미연합사를 대체하는 미래사령부(한국 합참의장이 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사령관) 창설 등의 수순으로 전작권을 조기에 전환하자고 제안했었다.
‘이성적 설득력’이 ‘감성적 설득력’ 압도
그럼에도, 조기전환 반대론이 가지는 ‘이성적 설득력’이 조기전환론의 ‘감성적 설득력’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전작권 체제는 양국 정상이 전시(戰時) 상태임을 확인하는 ‘연합상황’을 합의·선포해야만 작동되는 것이어서 미국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현 전작권 체제와 분리된 체제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 전면전쟁 발발을 억제하는 데 유리한가,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참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가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들을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것들이 전작권의 조기 분리가 가져올 ‘한국군의 자주성 확대’나 ‘국가 자존심 고양(高揚)’보다 더 중요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은 한·미군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싸우는 현 체제를 더 두려워하고, 미국이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현 연합사 체제하에서 전쟁 발발 시 미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미군의 우수한 전투력과 정보력을 공유하면서 싸우는 현 체제하에서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더 높다.
반면, 전작권이 분리되고 연합사가 없는 상태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의 개입 의지는 약화되고, ‘작계 5027’을 포함한 연합작계들은 백지화되기 쉬우며, 현 연합사가 수행하게 되어 있는 신속억제방안(FDO), 전투력증강(FMP), 시차별부대전개(TPFDD) 등 증원계획들도 혼란 속에 빠질 것이다. 유엔사는 소멸되거나 기능이 모호해질 것이며, 유사시 주일(駐日) 유엔사 후방기지들을 사용하는 문제도 불확실해질 것이다.
단일 지휘체계가 이원화 체계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일체화된 작전(synchronized operation)이 어려워지고, 임무 배분, 상충의견 조율, 지원-피(被)지원 책임규명 등에 애로가 발생하고 오폭(誤爆)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며, 작전실패에 대한 책임규명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한국은 더 많은 국방예산을 써야 하고 한국경제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전작권이 분리되어야 대북(對北) 및 대중(對中) 독자 군사외교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현실과 맞지 않다. 북한이 한국군을 ‘괴뢰’로 부르면서 전작권이 분리되어야 상대해 줄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미국을 한반도로부터 이탈시키고자 하는 오랜 대남(對南)전략이다. 실제로는 한·미군이 일체화되어 있는 현 체제를 더욱 두렵게 생각한다. 중국이 강력한 동맹을 가진 한국과 ‘외톨이 한국’ 중 어느 쪽을 더 대우할 것인지도 자명하다. 전작권이 분리되어야 중국에 군사개입 명분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말해, 유사시 중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더욱 강력한 의지로 중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것뿐이다.
혼란스럽기만 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기능
제5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가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그리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한 부분은 현 연합사의 해체를 아쉬워하는 국민을 의식한 보완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혼란스럽다.
우선, 국방부가 말하는 것처럼 전작권이 분리되어도 미래연합군사령부 체제하에서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겠다면 왜 굳이 전작권 전환을 시도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연합사 체제는 다른 동맹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것으로서 한·미군을 단일지휘 체제하의 한 부대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전쟁억제를 위한 직접적인 책임을 공유하며 동맹조약에 ‘자동개입’ 조항이 부재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왜 이 체제를 허물어야 하는지 정부와 국방부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정경두 장관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한 몸’인 연합사를 버리고 ‘2인3각 체제’인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혼란은 그뿐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에 자국군(自國軍)을 파병할 것인지도 따져 봐야 한다. 최강국인 미국은 타국군 지휘관 밑으로 자국 군대를 파견하여 전쟁을 수행한 적이 없다. 한국이라면 동티모르 같은 작은 나라가 자국군 장성이 지휘하는 부대로 파병해 달라고 요구하면 군대를 보낼 것인가?
북한이 전작권을 따로 가진 한국군을 더 두렵게 생각한다는 주장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정경영 교수는 “미군이 운전석에 앉은 작전권 체제 때문에 2010년 북한이 자행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시 한국군이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연합상황이 선포되기 이전까지 한국군의 작전권은 한국이 행사하는 것이며, 강력대응을 하지 않은 남북관계와 확전 위험성을 고려하여 군 통수권자가 대응을 결심하지 못했을 뿐이다. 정 교수가 이런 논리를 펴는 것은 원래의 조기전환론에다 군 출신이 가지는 기본적인 안보 마인드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전작권 조기환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고의성이 짙은 북한의 도발이 발생해도 “증거가 없다” “우발적 사건이다” 등의 논리로 도발을 축소하고 북한을 두둔하는 소위 ‘평화론자’ 즉 북한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다. 도발 징후에 선제타격을 가하거나 도발에 강력히 응징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북한이 전작권을 가진 한국군을 더 두려워한다”는 주장은 궤변이 되고 만다.
조기전환론에도 새겨들을 대목 있어
그럼에도 조기전환론에는 군과 국민 모두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교훈이 있다.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으면 한국군이 의타심을 버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미군의 일방적 철수 등 안보 공백에 대비하여 독자 전쟁능력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정경영 교수의 지적은 사실 틀리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이 군대 뺀다고 하면 다 까무러치는 판인데, 어떻게 미국과 대등한 대화를 할 수 있나”라고 노무현 대통령의 외침이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킨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이 북한보다 월등하게 많은 국방비를 쓰기 시작한 것이 수십 년 전의 일인데, 여전히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는 것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지적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런 지적들마저도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하는 구석들이 있다. 우선, 한국군이 의타심을 버리지 않는다는 지적은 맞을 수 있지만, 이는 ‘우리’의 문제이다.
한국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뜻에 따라 전작권이 언제든지 분리될 수 있는데도 한국군이 전작권 체제에 안주하여 독자적인 전쟁능력 함양을 게을리했다면, 이는 한국군의 문제이자 정부와 국민의 문제이지 그동안 효과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 온 전작권 체제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남북한 국방비 단순 비교는 위험
그렇다면 “전작권을 분리하지 않는 한 한국군이 의타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조기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전작권 분리를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전작권이 언제든 분리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한국군은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배양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국방비 규모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이해해야 하는 구석들이 많다. 2013년 국방부 정보본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당시 C 정보본부장에게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이기나”라고 묻고 “북한의 국방비는 1조원이고 우리의 국방비는 33조원인데 그래도 진다는 것이냐”고 따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무지(無知)에서 나온 질문들이다. 통계상으로만 본다면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의 수십 배가 넘고 이런 비율은 한국의 국방비가 43조원 규모인 2018년에도 마찬가지이다. 간헐적으로 발표하는 북한의 통계를 그대로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으며, 비교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5% 내외를 국방비로 쓰는 데 비해 북한은 20% 내외를 군사비로 사용한다. 때문에 한국의 GDP가 북한의 40배라고 해서 군사비도 40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4~5배 정도일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구매력지수(PPP)를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좁혀진다.
즉, 같은 돈을 가지고 남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을 비교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공군기지를 건설한다고 할 때 한국에서는 토지 매입, 입찰 및 시공사 선정, 민원 해결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경우 토지 매입비가 들어갈 리 없고 민원이 발생하지도 않으며 군대를 건설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훨씬 적은 돈으로 비행장을 건설할 수 있다.
北 군사비 규모, 만만치 않아
게다가 한국의 국방비에는 고정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 2018년도 국방예산 43조1000억원 중에 방위력개선비는 31.3%인 13.5조원이고 나머지는 고정비인 인건비와 운영비이다. 인건비 개념이 없는 북한의 경우 전체 군사예산 중에서 무력증강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의 비중은 한국에 비해 훨씬 더 높다.
여기에다가 전시경제와 평시경제의 차이까지 대입하면 국방비 격차는 더욱 작아진다. 북한의 경우 많은 군사시설들과 핵심 산업시설들이 지하화해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이 북한의 40배가 넘는 경제력을 도출하는 것은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평시경제하의 일이다.
전시경제 체제로 전환되어 무역과 물류가 통제되고 지상의 산업시설들이 공격에 노출되는 상황이 되면 한국경제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지만 많은 시설들이 지하화해 있고 폐쇄경제 체제를 고수해 온 북한의 경우에는 평시경제와 전시경제 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이렇듯 남북의 국방비를 꼼꼼히 비교해 보면 북한의 군사비 규모도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수십 배의 국방비를 쓰면서”라는 것도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국가 자존심보다는 생존이 더 중요
한국군의 전작권은 언젠가 분리될 수밖에 없고 한국이 원하지 않는 시점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분리를 통고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동맹정책에서 미국 이익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정식 요구가 있는 경우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번에 전작권 분리를 결정해 버릴 수 있다.
때문에 한국군은 현 전작권 체제하에서 독자적으로 전쟁을 기획·수행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함으로써 현 전작권 체제와 증원전력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더 이상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전작권 조기전환은 장단점이 교차하는 문제이지만, 현 전작권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전쟁 억제,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참전, 전쟁 시 승리 확률 등에서 유리하고 그것이 국방비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면, 한국이 먼저 나서서 전작권 분리를 추진할 이유는 없다.
조국 강토를 지키겠다는 결기를 보이는 것도 좋고 국가 자존심을 높이고 외교적 모양새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국가 생존이 그보다 앞선 문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토(NATO) 동맹국들이 전쟁 발발 시 미군 사령관이 나토군을 지휘하도록 되어 있는 현 체제를 수용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국가 자존심을 경시해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광장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서라도 전작권 조기 분리를 관철함으로써 ‘이념적 결기’를 보이겠다고 해서는 안 되며, 이런 움직임에 군(軍)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전작권의 조기전환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단순히 전작권 문제 하나만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정원의 대공(對共) 기능을 무력화시켰고 사실상의 기무사 해체를 통해 군의 대북 기능을 크게 축소했다. ‘탈원전(脫原電)’ 정책을 발표하면서 경제적·환경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먼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 잠재력이 되는 원자력 산업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았음은 물론 중국이 북한 이후의 핵심적인 미래위협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목도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한국군의 역량을 크게 축소하는 근시안적인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다. 현 정부는 북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조차 합의되지 않은 시점에서 연합훈련을 중단·축소하고 종전선언을 추진하고도 있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국군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점들을 강요하면서 북한의 요구들을 대폭 수용한 9·19 군사 분야 합의까지 수용했다.
전작권 현안, ‘이념적 결기’로 접근해선 안 돼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오랜 ‘숙원사업’인 전작권 전환을 서두른다면 국민이 이를 ‘이념적 결기’로 보지 않을 방도가 있겠는가? 모든 것을 떠나, 정부와 국방부는 전작권 조기전환을 재추진하기에 앞서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전작권 문제에 신중론을 주문해 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분단국인 한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고 남북상생(南北相生)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은 어떤 정부하에서도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지만, 여기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가안보를 수호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남북화해와 안보는 동행(同行)하는 것이지, 안보를 희생하면서 남북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전작권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
‘전작권 조기전환’ 재점화한 文 정부
전작권 분리는 노무현 정부 때 2012년부터 시행하기로 한미 간에 합의했었지만, 이명박 정부 동안의 치열한 찬반(贊反) 논쟁을 거쳐 박근혜 정부 동안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미가 합의했던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다시 이 문제를 재점화하고 있다.
‘전작권 조기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2018년 5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은 ‘2023년 전작권 전환’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2018년 10월 31일 제50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매티스 미(美)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고 현 연합사를 한국군 4성 장성이 사령관을, 그리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12월 5일 전군(全軍)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정경두 장관은 전작권 전환 준비를 서두를 것을 주문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미군의 작전을 통제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조기전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전작권이 분리된 상태에서 한국군이 미군의 작전을 주도하면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었다. 전작권 전환은 다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전작권 문제를 ‘안보현실’ 차원이 아닌 일종의 ‘이념적 지향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다 현실성이 부족한 감성적 이유들을 내세우면서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군이 미군의 작전까지 통제해야 한다”는 정경두 장관의 발언은 듣기에는 통쾌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현실성이 부족한 선전논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이 한국군의 전작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이후 동맹정책에 대한 상업주의적 접근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에 있어서도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의 대상이다. 한국이 전환을 요구하기만 하면 유의미한 찬반 논의를 거칠 겨를도 없이 속전속결로 결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감성에 호소하는 전작권 조기전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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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총동창회 등 10개 예비역 장교 단체 회원 70명이 2006년 8월 2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향군회관에서 노무현 정부의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조선DB |
이후 한국에서는 전작권 전환과 그에 따른 연합사 해체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이 전개되었고, 2010년 1000만명의 서명이 양국 정부에 전달되었다. 이에 이명박-오바마 정부는 전환 시점을 2015년 말로 미루었고,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여건이 성숙할 때 전환’에 합의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무기 연기되었다.
노무현 정부 동안 개진되었던 조기전환론의 최대 특징은 ‘안보현실’보다는 감성에 호소했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그런 뜻을 여과없이 내비쳤다. 그해 12월 21일 제50차 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미국 바짓가랑이에 매달려서 형님 빽만 믿겠다. … 이게 자주국 국민의 안보의식일 수 있나” “열 배도 넘는 국방비를 쓰면서… 떡 사먹었느냐… 그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옛날 국방장관들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미국이 군대를 뺀다고 하면 까무러치는 판인데, 어떻게 미국과 대등한 대화를 할 수 있나”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젊은이들이 열광했고, 인터넷 공간은 ‘국가 자존심’ ‘군사주권’ ‘자주적 군사외교’ 등을 위해 전작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주장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文 정부 들어 새롭게 등장한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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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주관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전환 가능한가’ 세미나에 참석한 정경영 교수. 사진=유튜브 캡처 |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작권 전환 문제가 재부상하면서 조기전환론을 뒷받침하는 추가적인 논리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2017년 9월 7일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동주최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남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육사 33기)는 기존의 조기전환론에 더하여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북한의 핵군사력에 대한 독자적 선제타격이 가능해진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북한 도발을 능동적·자율적으로 응징·보복할 수 있어 북한은 전작권을 가진 한국군을 더 두려워한다”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한반도 유사시 중국에게 군사개입 명분을 주지 않는다” 등의 주장들을 개진했다. 즉, 한국이 독자 전작권을 가져야 한국군이 대북 억제를 위해 추진해 온 ‘3축 체제’ 즉 선제타격(kill-chain), 방어(KAMD), 응징보복(KMPR) 등 세 분야에서 독자적인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는 체제가 힘을 받는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통일의 기회가 오더라도 미군이 중국 접경지대까지 진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으면 중국군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논리 위에서 정 교수는 3축 체제 조기구축 등을 통한 자주국방 역량 강화, 평화체제 대화 등을 통한 안보환경 개선, 국내외 공감대 형성, 한미연합사를 대체하는 미래사령부(한국 합참의장이 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사령관) 창설 등의 수순으로 전작권을 조기에 전환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럼에도, 조기전환 반대론이 가지는 ‘이성적 설득력’이 조기전환론의 ‘감성적 설득력’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전작권 체제는 양국 정상이 전시(戰時) 상태임을 확인하는 ‘연합상황’을 합의·선포해야만 작동되는 것이어서 미국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현 전작권 체제와 분리된 체제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 전면전쟁 발발을 억제하는 데 유리한가,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참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가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들을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것들이 전작권의 조기 분리가 가져올 ‘한국군의 자주성 확대’나 ‘국가 자존심 고양(高揚)’보다 더 중요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은 한·미군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싸우는 현 체제를 더 두려워하고, 미국이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현 연합사 체제하에서 전쟁 발발 시 미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미군의 우수한 전투력과 정보력을 공유하면서 싸우는 현 체제하에서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더 높다.
반면, 전작권이 분리되고 연합사가 없는 상태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의 개입 의지는 약화되고, ‘작계 5027’을 포함한 연합작계들은 백지화되기 쉬우며, 현 연합사가 수행하게 되어 있는 신속억제방안(FDO), 전투력증강(FMP), 시차별부대전개(TPFDD) 등 증원계획들도 혼란 속에 빠질 것이다. 유엔사는 소멸되거나 기능이 모호해질 것이며, 유사시 주일(駐日) 유엔사 후방기지들을 사용하는 문제도 불확실해질 것이다.
단일 지휘체계가 이원화 체계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일체화된 작전(synchronized operation)이 어려워지고, 임무 배분, 상충의견 조율, 지원-피(被)지원 책임규명 등에 애로가 발생하고 오폭(誤爆)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며, 작전실패에 대한 책임규명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한국은 더 많은 국방예산을 써야 하고 한국경제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전작권이 분리되어야 대북(對北) 및 대중(對中) 독자 군사외교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현실과 맞지 않다. 북한이 한국군을 ‘괴뢰’로 부르면서 전작권이 분리되어야 상대해 줄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미국을 한반도로부터 이탈시키고자 하는 오랜 대남(對南)전략이다. 실제로는 한·미군이 일체화되어 있는 현 체제를 더욱 두렵게 생각한다. 중국이 강력한 동맹을 가진 한국과 ‘외톨이 한국’ 중 어느 쪽을 더 대우할 것인지도 자명하다. 전작권이 분리되어야 중국에 군사개입 명분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말해, 유사시 중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더욱 강력한 의지로 중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것뿐이다.
혼란스럽기만 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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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3일 오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합참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 의장행사에서 박한기 합참의장과 경례를 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돼 한국군 주도로 연합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사진=조선DB |
우선, 국방부가 말하는 것처럼 전작권이 분리되어도 미래연합군사령부 체제하에서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겠다면 왜 굳이 전작권 전환을 시도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연합사 체제는 다른 동맹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것으로서 한·미군을 단일지휘 체제하의 한 부대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전쟁억제를 위한 직접적인 책임을 공유하며 동맹조약에 ‘자동개입’ 조항이 부재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왜 이 체제를 허물어야 하는지 정부와 국방부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정경두 장관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한 몸’인 연합사를 버리고 ‘2인3각 체제’인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혼란은 그뿐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에 자국군(自國軍)을 파병할 것인지도 따져 봐야 한다. 최강국인 미국은 타국군 지휘관 밑으로 자국 군대를 파견하여 전쟁을 수행한 적이 없다. 한국이라면 동티모르 같은 작은 나라가 자국군 장성이 지휘하는 부대로 파병해 달라고 요구하면 군대를 보낼 것인가?
북한이 전작권을 따로 가진 한국군을 더 두렵게 생각한다는 주장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정경영 교수는 “미군이 운전석에 앉은 작전권 체제 때문에 2010년 북한이 자행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시 한국군이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연합상황이 선포되기 이전까지 한국군의 작전권은 한국이 행사하는 것이며, 강력대응을 하지 않은 남북관계와 확전 위험성을 고려하여 군 통수권자가 대응을 결심하지 못했을 뿐이다. 정 교수가 이런 논리를 펴는 것은 원래의 조기전환론에다 군 출신이 가지는 기본적인 안보 마인드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전작권 조기환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고의성이 짙은 북한의 도발이 발생해도 “증거가 없다” “우발적 사건이다” 등의 논리로 도발을 축소하고 북한을 두둔하는 소위 ‘평화론자’ 즉 북한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다. 도발 징후에 선제타격을 가하거나 도발에 강력히 응징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북한이 전작권을 가진 한국군을 더 두려워한다”는 주장은 궤변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조기전환론에는 군과 국민 모두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교훈이 있다.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으면 한국군이 의타심을 버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미군의 일방적 철수 등 안보 공백에 대비하여 독자 전쟁능력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정경영 교수의 지적은 사실 틀리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이 군대 뺀다고 하면 다 까무러치는 판인데, 어떻게 미국과 대등한 대화를 할 수 있나”라고 노무현 대통령의 외침이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킨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이 북한보다 월등하게 많은 국방비를 쓰기 시작한 것이 수십 년 전의 일인데, 여전히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는 것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지적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런 지적들마저도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하는 구석들이 있다. 우선, 한국군이 의타심을 버리지 않는다는 지적은 맞을 수 있지만, 이는 ‘우리’의 문제이다.
한국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뜻에 따라 전작권이 언제든지 분리될 수 있는데도 한국군이 전작권 체제에 안주하여 독자적인 전쟁능력 함양을 게을리했다면, 이는 한국군의 문제이자 정부와 국민의 문제이지 그동안 효과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 온 전작권 체제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남북한 국방비 단순 비교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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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사비를 우리의 국방예산과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율로 계산하면 오히려 격차가 줄어든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비와 우리의 국방예산을 단순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은 2018년 9월 18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의장대를 사열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
국방비 규모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이해해야 하는 구석들이 많다. 2013년 국방부 정보본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당시 C 정보본부장에게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이기나”라고 묻고 “북한의 국방비는 1조원이고 우리의 국방비는 33조원인데 그래도 진다는 것이냐”고 따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무지(無知)에서 나온 질문들이다. 통계상으로만 본다면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의 수십 배가 넘고 이런 비율은 한국의 국방비가 43조원 규모인 2018년에도 마찬가지이다. 간헐적으로 발표하는 북한의 통계를 그대로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으며, 비교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5% 내외를 국방비로 쓰는 데 비해 북한은 20% 내외를 군사비로 사용한다. 때문에 한국의 GDP가 북한의 40배라고 해서 군사비도 40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4~5배 정도일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구매력지수(PPP)를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좁혀진다.
즉, 같은 돈을 가지고 남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을 비교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공군기지를 건설한다고 할 때 한국에서는 토지 매입, 입찰 및 시공사 선정, 민원 해결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경우 토지 매입비가 들어갈 리 없고 민원이 발생하지도 않으며 군대를 건설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훨씬 적은 돈으로 비행장을 건설할 수 있다.
北 군사비 규모, 만만치 않아
게다가 한국의 국방비에는 고정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 2018년도 국방예산 43조1000억원 중에 방위력개선비는 31.3%인 13.5조원이고 나머지는 고정비인 인건비와 운영비이다. 인건비 개념이 없는 북한의 경우 전체 군사예산 중에서 무력증강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의 비중은 한국에 비해 훨씬 더 높다.
여기에다가 전시경제와 평시경제의 차이까지 대입하면 국방비 격차는 더욱 작아진다. 북한의 경우 많은 군사시설들과 핵심 산업시설들이 지하화해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이 북한의 40배가 넘는 경제력을 도출하는 것은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평시경제하의 일이다.
전시경제 체제로 전환되어 무역과 물류가 통제되고 지상의 산업시설들이 공격에 노출되는 상황이 되면 한국경제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지만 많은 시설들이 지하화해 있고 폐쇄경제 체제를 고수해 온 북한의 경우에는 평시경제와 전시경제 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이렇듯 남북의 국방비를 꼼꼼히 비교해 보면 북한의 군사비 규모도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수십 배의 국방비를 쓰면서”라는 것도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국가 자존심보다는 생존이 더 중요
한국군의 전작권은 언젠가 분리될 수밖에 없고 한국이 원하지 않는 시점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분리를 통고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동맹정책에서 미국 이익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정식 요구가 있는 경우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번에 전작권 분리를 결정해 버릴 수 있다.
때문에 한국군은 현 전작권 체제하에서 독자적으로 전쟁을 기획·수행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함으로써 현 전작권 체제와 증원전력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더 이상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전작권 조기전환은 장단점이 교차하는 문제이지만, 현 전작권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전쟁 억제,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참전, 전쟁 시 승리 확률 등에서 유리하고 그것이 국방비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면, 한국이 먼저 나서서 전작권 분리를 추진할 이유는 없다.
조국 강토를 지키겠다는 결기를 보이는 것도 좋고 국가 자존심을 높이고 외교적 모양새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국가 생존이 그보다 앞선 문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토(NATO) 동맹국들이 전쟁 발발 시 미군 사령관이 나토군을 지휘하도록 되어 있는 현 체제를 수용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국가 자존심을 경시해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광장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서라도 전작권 조기 분리를 관철함으로써 ‘이념적 결기’를 보이겠다고 해서는 안 되며, 이런 움직임에 군(軍)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전작권의 조기전환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단순히 전작권 문제 하나만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정원의 대공(對共) 기능을 무력화시켰고 사실상의 기무사 해체를 통해 군의 대북 기능을 크게 축소했다. ‘탈원전(脫原電)’ 정책을 발표하면서 경제적·환경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먼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 잠재력이 되는 원자력 산업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았음은 물론 중국이 북한 이후의 핵심적인 미래위협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목도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한국군의 역량을 크게 축소하는 근시안적인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다. 현 정부는 북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조차 합의되지 않은 시점에서 연합훈련을 중단·축소하고 종전선언을 추진하고도 있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국군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점들을 강요하면서 북한의 요구들을 대폭 수용한 9·19 군사 분야 합의까지 수용했다.
전작권 현안, ‘이념적 결기’로 접근해선 안 돼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오랜 ‘숙원사업’인 전작권 전환을 서두른다면 국민이 이를 ‘이념적 결기’로 보지 않을 방도가 있겠는가? 모든 것을 떠나, 정부와 국방부는 전작권 조기전환을 재추진하기에 앞서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전작권 문제에 신중론을 주문해 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분단국인 한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고 남북상생(南北相生)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은 어떤 정부하에서도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지만, 여기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가안보를 수호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남북화해와 안보는 동행(同行)하는 것이지, 안보를 희생하면서 남북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전작권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