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의회, 예산·조약·입법·인사·대외원조·선전포고권 등 통해 對外정책에 결정적인 역할
⊙ 〈국방수권법 2019〉, 주한미군 2만2000명 이하 감축 금지, 북핵 및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검증 가능하게 해체, 파괴 혹은 영구히 사용 불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검증평가서 제시 요구
⊙ 화웨이·ZTE 등 중국 업체 기술 이용 금지, 공자연구소 설립한 미국 대학에 대한 국방부 자금 지원 금지, 인도·대만과의 협력 강화 등 명시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저술
⊙ 〈국방수권법 2019〉, 주한미군 2만2000명 이하 감축 금지, 북핵 및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검증 가능하게 해체, 파괴 혹은 영구히 사용 불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검증평가서 제시 요구
⊙ 화웨이·ZTE 등 중국 업체 기술 이용 금지, 공자연구소 설립한 미국 대학에 대한 국방부 자금 지원 금지, 인도·대만과의 협력 강화 등 명시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저술
- 지난 5월 19일 맥 손베리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미 의회 앞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수권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우리는 흔히 미국의 외교정책은 거의 전적으로 행정부, 특히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으로 알고 있다. 미국 의회는 대통령과 국방부·국무부 등이 결정한 국제정치적 사안들을 차후에 승인해 주거나 혹은 아주 드문 경우 이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권리를 갖고 있는 기관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대외(對外)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결정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그리고 특히 법적으로 대외정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이다. 미국이 국제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의 일이며 본격적으로 세계 문제에 개입한 사건은 1917년 미국이 세계 제1차 대전에 참전했던 일일 것이다. 1차 대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빌헬름 황제의 독일은 프랑스·영국을 격파하고 유럽 대륙의 패권국(覇權國)으로 등장했을 것이다.
미국은 애초 유럽의 전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독일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자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3년이 지난 1917년 유럽 전쟁에 개입, 독일의 유럽 장악을 막았던 것이다. 미국이 전쟁에 참전한 명분은 윌슨 대통령의 말 그대로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서(to save democracy)’였다. 독일의 유럽 패권 장악 시도를 좌절시킨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적 신념 아래 국제연맹을 창설, 국제정치에 적극 참여하고자 시도했다. 놀랍게도 미국 의회가 이를 거부하고 말았다. 결국 미국은 자신이 만든 국제연맹에 가입하기는커녕 다시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윌슨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국제기구에 가입조차 할 수 없었던 이 놀라운 사건은 미국 의회가 미국 대외정책에서 얼마나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 주는 결정적인 사례 중 하나다. 미국 의회는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게 한 적도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국방예산 급증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북한 핵(核) 문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행정부 특히 백악관의 대(對)한반도 정책에서 향후 나타날지도 모를 정책에 대해, 의미 있는 제동을 걸었다. 이에 앞서 7월 23일 미국의 상하 양원(上下兩院) 군사위원회는 2019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최종 합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13일 〈2019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 국방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돈의 쓰임을 규정하는 법이다. 현대국가의 어떤 정책도 돈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 의회는 미국 행정부가 일을 할 수 있는 원천적 요소인 돈, 즉 예산을 확정해 주는 결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 상원은 7160억 달러(약 802조원) 규모의 2019 회계연도 NDAA를 표결에 부쳐 찬성 87표, 반대 10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지난 5월 26일 이 법안을 찬성 359표, 반대 54표로 가결해 상원으로 보냈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6년 미국 국방비가 5850억 달러였고, 당시 구상되었던 장기 계획에 의하면 2019년도 미국 국방비는 591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되었었다. 아마도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2019년도 미국 국방예산은 오바마의 장기 계획에 근사(近似)한 것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예산 증가는 미국 국방정책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말 간행했던 책,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의 군사력을 다른 나라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폭 증강시킴으로써 감히 누구도 미국에 대들지 못하게 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군사력을 사용할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트럼프의 군사 및 안보에 관한 관점은 정통적인 군사전략 사상을 충실히 따르는 것으로서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손자(孫子)의 《손자병법》에 나타나는 군사사상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부 비평가들을 포함, 미국 사람들 상당수가 트럼프의 전략가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지만, 그는 손자병법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애독한, 그 자신을 ‘협상의 달인’이라고 생각하는 상당 수준의 전략가다. 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손자의 가르침과 통치자는 ‘여우의 간계와 사자의 발톱’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국방수권법 2019〉의 한반도 관련 내용
〈2019년 국방수권법〉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관련 주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미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국제문제가 북한 핵문제와 중국과의 패권 경쟁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9년 국방수권법〉은 북한을, ‘미·북(美北) 정상회담과 미·북 외교협상은 북한 비핵화(非核化)를 가능케 하는 기초를 형성하기는 했지만, 핵무기, 탄도미사일 그리고 여타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해 온 위험하고 불안정한 나라’이며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 전략에 의거, ‘한국·일본·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핵무기·생화학 무기·재래식 무기, 그리고 비재래식 무기를 혼합적으로 추구하는 나라’라고 규정한다. 미국 의회는 북한에 대한 이 같은 관점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사항을 〈2019년 국방수권법〉의 북한 관련 항목에 포함시켰다.
첫째,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의무와 확장억제에 대한 의무를 표현해야 하며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2019년도 국방수권법은,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 국가안보 이익에 배치되지 않고, 미국 동맹국들의 국가안보를 해지치 않고, 동맹국들(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과 적당하게 협의되었다고 확인해 주지 않는 한, 국방부의 예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숫자를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는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한다.
둘째, 〈2019년 국방수권법〉은 미국 국방부에 다른 부서와 협의하여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및 여타 대량파괴무기(화학 및 생물무기 포함)의 현황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만약 미국과 북한이 합의를 이루는 경우 그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검증 가능하게 해체, 파괴 혹은 영구히 사용 불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검증 평가서를 제시할 것을 지시한다.
셋째, 한반도에서 발발할 가능성이 있는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은 자신과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군 병력의 대비 태세를 확보하기 위해 미군의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넷째, (한국에서 필요한) 군사력, 군사시설, 기지, 군수 능력 및 새로운 미사일 방위 능력의 확대를 위한 국방부의 노력을 지지한다.
다섯째, 육군의 정밀 타격 프로그램에 관한 대통령의 예산 청구를 지지한다.
이상의 요구들은 미국 의회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에 합의하는 것과 주한미군의 지위는 상호 거래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으로 사실상 미군 철수는 불가(不可)한 일이라는 사실을 못 박은 것이다. 주한미군은 일반적으로 2만8500명이라고 말해지지만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연설에서 ‘3만2000명의 미군’이라고 언급했듯이 그 숫자는 한반도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늘거나 줄어든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한미군은 애초 북한의 핵문제와 연계된 군사력은 아니었으며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는 북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인식하는 세계전략 차원의 문제와 연계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오로지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한반도에 미군을 파견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국제 공산주의 팽창 시도를 막는다는 보다 더 큰 전략적 고려에서 한국에 미군을 보낸 것이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 역시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에 의거하게 될 것이다.
국방수권법은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허술한’ 비핵화 합의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사실에도 유념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북한이 보유한 각종 대량파괴무기들의 검증 가능한 해체를 요구하며 미국 국방부에 그 상세한 과정을 의회에 보고서로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은 여하한 경우라도 자신과 동맹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하며 이 중에는 ‘새로운 미사일 방위 능력’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제공하는 미사일 방어망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는데 향후 어떻게 상황이 진전될지 잘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의회가 행정부보다 중국에 대해 더 강경
미국 의회는 중국을 가장 중요한 경쟁국으로 명확하게 인식한 〈미국국가안보보고서〉의 대 중국관에 동의하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10개 항목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들을 지시했다. 의회가 국방부에 요구한 사항들은 대단히 구체적이며 강경하고 미 국방부의 대중국 정책들보다 오히려 공격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내용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정부기관들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情報)부서와 연계된 화웨이와 ZTE가 생산한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지 말 것. 또한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일체의 회사들이 화웨이와 ZTE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둘째, 중국에 관한 포괄적인 정부 전략(whole-of-government strategy on China)을 수립할 것을 지시한다.
셋째,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안정 구상에 관한 향후 5개년 계획〉을 제출할 것.
넷째, 기왕에 시행 중에 있는 해양안보구상(Maritime Security Initiative)을 5년간 더 연장할 것.
다섯째, 중요한 안보 파트너 국가로서 인도의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할 것.
여섯째, 중국을 태평양 연안국 해군 훈련(Rim Pac Exercise)에 초청하지 말 것,
일곱째, 국방장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지역에 대한 군사적·강압적 행동들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함.
여덟째, 대만의 방위능력과 준비태세 강화를 지지하며 미국과 대만의 연합훈련,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안보협력 기구의 활용, 미국과 대만 간 고위급 군 간부의 교류 증진을 촉구함.
아홉째, 중국의 군사 및 안보 상황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 이웃 국가에 영향을 미치려는 중국의 해악적인 행동(malign activities)-자신(중국)의 지구적인 안전과 군사적 목표를 이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이웃 국가들에 대한 착취적인 금융대출을 포함하는-을 포함시킬 것.
열째, 공자연구소(Confucius Institute)를 설립한 미국의 대학에서 중국어 교육에 관한 국방부의 자금 지원을 제한할 것.
매년 간행되어 온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중국의 나쁜 행동을 적시하라는 요구, 인도를 보다 막강한 동맹국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요구, 5년간 활용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 안정화 전략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 등은 미국 의회가 국방부로 하여금 보다 체계적·전략적으로 중국 문제에 대처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중국의 문화외교 창구인 공자연구소의 활동에도 제약을 가하고 있으며, 특히 대만과 군사거래를 확대하라는 요구는 2019년 국방수권법이 중국의 거센 비난을 받는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미국 의회는 백악관, 펜타곤의 대 중국 정책보다 오히려 강경하고 공격적이다. 이처럼 의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트럼프의 대 중국 정책은 가히 ‘미·중 패권 전쟁’의 서막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밖에 동 법안은 현역 병력 1만5000명 증원, 병사 임금 2.6% 인상, 선박·잠수함 구매 등 군사력 확충 계획과 오는 11월 군 열병식 개최에 관한 예산안도 포함시키고 있다.
이상 미국 의회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대중국 정책에 얼마나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2019년 국방수권법의 내용을 통해 살펴보았다. 미국 의회는 국방예산을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의 국방 안보 정책에 궁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미국의 헌법은 돈 문제 이외에도 미국 의회가 외교안보에 대해 가지는 권한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지갑을 쥐고 있는 권한’
미국 의회는 외국과 직접 상호작용을 벌이는(interaction) 기관은 아니지만 미국 헌법은 미국 의회가 외교정책을 스스로 형성하고, 행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규정들을 통해 의회에도 상당한 범위의 외교안보 관련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법률·조약, 외교안보 관리들을 임명하는 과정의 하나인 청문회 등을 통해 백악관과 국방부·국무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과정에서 국무부·국방부, 특히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외교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야기되곤 했었다. 행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의회는 이 과정을 승인하는 일을 담당한다. 행정부가 외국과 거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거래의 결과로 나타나는 각종 조약 등은 국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행정부의 업무는 완성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미국 의회는 대통령의 외교 및 안보 업무를 제압하겠다는 목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의회의 역할은 마치 노를 젓는 것과 같아서 행정부의 업무를 보완하기도 하고 때로는 제어하기도 한다. 의회의 역할은 대체적으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감시 혹은 후원하는 것이지만, 1919년과 1920년 미국 의회는 1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베르사유 조약의 승인을 거부했고, 1999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의 비준과 국제 해양법 협약의 비준을 거부한 적도 있었다.
미국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대외정책 관련 권한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갑을 쥐고 있는 권한’(The Power of the Purse)일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국방수권법이 바로 의회가 장악하고 있는 지갑을 쥐고 있는 권한을 상징한다. 미 의회는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 목적을 위해서는 국방예산을 쓰지 못하게 제한한 것이다.
미국 의회의 외교정책 관련 두 번째 권한은 대외원조(Foreign Aid)와 관련된 것이다. 대외원조 항목은 미국 의회가 예산을 감축하기 위해 주로 공격하는 항목이다. 대외원조는 미국 어느 곳의 선거구 주민들의 이익과 부합되는 부분이 없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의회의 외교안보 관련 정책은 각 의원들의 선거구에 산재하는 국방·안보 관련 이익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셋째로, 미국 의회는 무역 및 조약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 미국 행정부가 외국과 맺은 조약은 미국 상원 3분의 2 찬성으로 비준된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비준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통해 행정부의 조약 체결에 영향을 미친다. 상원은 조약의 비준을 거부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또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넷째로, 의회가 갖는 대외정책 관련 권한 중 하나는 선전포고권(宣戰布告權)이다. 선전포고권은 대통령에 의해 왕왕 무시되어 온 것인데, 미국 헌법은 전쟁에 관한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을 분리시키고 있다.
의회는 선전포고권을 가지고 있는데 역사상 4번 공식적인 선전포고를 했을 뿐이다. 마지막 선전포고가 2차 세계대전이었으니 그 이후 모든 전쟁들은 선전포고 없이 행해진 셈이다. 베트남전쟁, 1991년 걸프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등은 전쟁이 시작된 후 미국 의회가 전투를 추인(authorize)한 경우다. 한국전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84호에 따라 다른 유엔 회원국들과 함께 행동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의회가 선전포고를 하거나 사후(事後)에 추인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안보에는 與野 없어
미국 대통령은 헌법상 총사령관(commander-in-chief)이기에 병력의 지휘를 책임진다. 대통령은 절박한 상황에서 미군을 의회의 동의 없이 전쟁터에 파견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미국 의회는 이 같은 상황, 특히 베트남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1973년 전쟁법(War Powers Resolution)을 통과시켰다. 닉슨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의회는 이를 표결로 번복시켰다. 이 법은 대통령이 군사력을 파견하기 이전 반드시 의회와 협의(consult)해야 하고, 24시간 이내에 미군 병력 파견에 관해 보고해야 하며, 의회가 선전포고를 하지 않든지 혹은 전투행위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60일 이내에 군사행동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들은 이 법에 위헌(違憲) 논란이 있고 내용상 모호한 부분이 있는 점을 활용, 이 법을 잘 지키지 않고 있는 편이다.
이상 2019년 국방수권법 내용 중 한국과 중국 관련 부분을 살펴보고 미국 의회가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지는 권한과 그 한계에 대해 논했다. 미국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 북한 및 대 중국 정책을 구체적으로 보다 강경한 톤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국 의회의 대외정책 관련 권한은 주로 예산을 통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지만 미국 헌법에는 선전포고권과 같은 의회 고유의 권한이 명기되어 있다. 미국이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후 행정부 특히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외교정책에 대한 갈등이 노정되기는 했지만 의회의 주요 동기는 백악관의 외교행위를 제압하고 통제하려는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후원하고 감시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내(對內) 정치의 경우라면 몰라도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그 본질이 같다. 즉 국가안보에 대해서 여야(與野)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은 미국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 조약비준 요건이 상원에서 거부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여야가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상당히 단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대외(對外)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결정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그리고 특히 법적으로 대외정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이다. 미국이 국제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의 일이며 본격적으로 세계 문제에 개입한 사건은 1917년 미국이 세계 제1차 대전에 참전했던 일일 것이다. 1차 대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빌헬름 황제의 독일은 프랑스·영국을 격파하고 유럽 대륙의 패권국(覇權國)으로 등장했을 것이다.
미국은 애초 유럽의 전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독일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자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3년이 지난 1917년 유럽 전쟁에 개입, 독일의 유럽 장악을 막았던 것이다. 미국이 전쟁에 참전한 명분은 윌슨 대통령의 말 그대로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서(to save democracy)’였다. 독일의 유럽 패권 장악 시도를 좌절시킨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적 신념 아래 국제연맹을 창설, 국제정치에 적극 참여하고자 시도했다. 놀랍게도 미국 의회가 이를 거부하고 말았다. 결국 미국은 자신이 만든 국제연맹에 가입하기는커녕 다시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윌슨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국제기구에 가입조차 할 수 없었던 이 놀라운 사건은 미국 의회가 미국 대외정책에서 얼마나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 주는 결정적인 사례 중 하나다. 미국 의회는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게 한 적도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국방예산 급증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북한 핵(核) 문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행정부 특히 백악관의 대(對)한반도 정책에서 향후 나타날지도 모를 정책에 대해, 의미 있는 제동을 걸었다. 이에 앞서 7월 23일 미국의 상하 양원(上下兩院) 군사위원회는 2019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최종 합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13일 〈2019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 국방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돈의 쓰임을 규정하는 법이다. 현대국가의 어떤 정책도 돈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 의회는 미국 행정부가 일을 할 수 있는 원천적 요소인 돈, 즉 예산을 확정해 주는 결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 상원은 7160억 달러(약 802조원) 규모의 2019 회계연도 NDAA를 표결에 부쳐 찬성 87표, 반대 10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지난 5월 26일 이 법안을 찬성 359표, 반대 54표로 가결해 상원으로 보냈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6년 미국 국방비가 5850억 달러였고, 당시 구상되었던 장기 계획에 의하면 2019년도 미국 국방비는 591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되었었다. 아마도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2019년도 미국 국방예산은 오바마의 장기 계획에 근사(近似)한 것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예산 증가는 미국 국방정책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말 간행했던 책,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의 군사력을 다른 나라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폭 증강시킴으로써 감히 누구도 미국에 대들지 못하게 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군사력을 사용할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트럼프의 군사 및 안보에 관한 관점은 정통적인 군사전략 사상을 충실히 따르는 것으로서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손자(孫子)의 《손자병법》에 나타나는 군사사상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부 비평가들을 포함, 미국 사람들 상당수가 트럼프의 전략가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지만, 그는 손자병법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애독한, 그 자신을 ‘협상의 달인’이라고 생각하는 상당 수준의 전략가다. 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손자의 가르침과 통치자는 ‘여우의 간계와 사자의 발톱’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국방수권법 2019〉의 한반도 관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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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군의 방어태세와 ‘새로운 미사일 방위능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미사일. 사진=조선일보 DB |
첫째,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의무와 확장억제에 대한 의무를 표현해야 하며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2019년도 국방수권법은,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 국가안보 이익에 배치되지 않고, 미국 동맹국들의 국가안보를 해지치 않고, 동맹국들(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과 적당하게 협의되었다고 확인해 주지 않는 한, 국방부의 예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숫자를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는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한다.
둘째, 〈2019년 국방수권법〉은 미국 국방부에 다른 부서와 협의하여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및 여타 대량파괴무기(화학 및 생물무기 포함)의 현황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만약 미국과 북한이 합의를 이루는 경우 그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검증 가능하게 해체, 파괴 혹은 영구히 사용 불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검증 평가서를 제시할 것을 지시한다.
셋째, 한반도에서 발발할 가능성이 있는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은 자신과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군 병력의 대비 태세를 확보하기 위해 미군의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넷째, (한국에서 필요한) 군사력, 군사시설, 기지, 군수 능력 및 새로운 미사일 방위 능력의 확대를 위한 국방부의 노력을 지지한다.
다섯째, 육군의 정밀 타격 프로그램에 관한 대통령의 예산 청구를 지지한다.
이상의 요구들은 미국 의회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에 합의하는 것과 주한미군의 지위는 상호 거래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으로 사실상 미군 철수는 불가(不可)한 일이라는 사실을 못 박은 것이다. 주한미군은 일반적으로 2만8500명이라고 말해지지만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연설에서 ‘3만2000명의 미군’이라고 언급했듯이 그 숫자는 한반도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늘거나 줄어든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한미군은 애초 북한의 핵문제와 연계된 군사력은 아니었으며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는 북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인식하는 세계전략 차원의 문제와 연계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오로지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한반도에 미군을 파견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국제 공산주의 팽창 시도를 막는다는 보다 더 큰 전략적 고려에서 한국에 미군을 보낸 것이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 역시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에 의거하게 될 것이다.
국방수권법은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허술한’ 비핵화 합의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사실에도 유념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북한이 보유한 각종 대량파괴무기들의 검증 가능한 해체를 요구하며 미국 국방부에 그 상세한 과정을 의회에 보고서로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은 여하한 경우라도 자신과 동맹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하며 이 중에는 ‘새로운 미사일 방위 능력’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제공하는 미사일 방어망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는데 향후 어떻게 상황이 진전될지 잘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의회가 행정부보다 중국에 대해 더 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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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방수권법〉은 중국을 림팩훈련에 초청하지 말라고 못 박고 있다. 사진은 2012년 림팩훈련에 참가한 중국 해군특수부대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
첫째, 미국 정부기관들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情報)부서와 연계된 화웨이와 ZTE가 생산한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지 말 것. 또한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일체의 회사들이 화웨이와 ZTE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둘째, 중국에 관한 포괄적인 정부 전략(whole-of-government strategy on China)을 수립할 것을 지시한다.
셋째,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안정 구상에 관한 향후 5개년 계획〉을 제출할 것.
넷째, 기왕에 시행 중에 있는 해양안보구상(Maritime Security Initiative)을 5년간 더 연장할 것.
다섯째, 중요한 안보 파트너 국가로서 인도의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할 것.
여섯째, 중국을 태평양 연안국 해군 훈련(Rim Pac Exercise)에 초청하지 말 것,
일곱째, 국방장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지역에 대한 군사적·강압적 행동들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함.
여덟째, 대만의 방위능력과 준비태세 강화를 지지하며 미국과 대만의 연합훈련,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안보협력 기구의 활용, 미국과 대만 간 고위급 군 간부의 교류 증진을 촉구함.
아홉째, 중국의 군사 및 안보 상황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 이웃 국가에 영향을 미치려는 중국의 해악적인 행동(malign activities)-자신(중국)의 지구적인 안전과 군사적 목표를 이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이웃 국가들에 대한 착취적인 금융대출을 포함하는-을 포함시킬 것.
열째, 공자연구소(Confucius Institute)를 설립한 미국의 대학에서 중국어 교육에 관한 국방부의 자금 지원을 제한할 것.
매년 간행되어 온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중국의 나쁜 행동을 적시하라는 요구, 인도를 보다 막강한 동맹국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요구, 5년간 활용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 안정화 전략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 등은 미국 의회가 국방부로 하여금 보다 체계적·전략적으로 중국 문제에 대처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중국의 문화외교 창구인 공자연구소의 활동에도 제약을 가하고 있으며, 특히 대만과 군사거래를 확대하라는 요구는 2019년 국방수권법이 중국의 거센 비난을 받는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미국 의회는 백악관, 펜타곤의 대 중국 정책보다 오히려 강경하고 공격적이다. 이처럼 의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트럼프의 대 중국 정책은 가히 ‘미·중 패권 전쟁’의 서막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밖에 동 법안은 현역 병력 1만5000명 증원, 병사 임금 2.6% 인상, 선박·잠수함 구매 등 군사력 확충 계획과 오는 11월 군 열병식 개최에 관한 예산안도 포함시키고 있다.
이상 미국 의회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대중국 정책에 얼마나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2019년 국방수권법의 내용을 통해 살펴보았다. 미국 의회는 국방예산을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의 국방 안보 정책에 궁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미국의 헌법은 돈 문제 이외에도 미국 의회가 외교안보에 대해 가지는 권한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외국과 직접 상호작용을 벌이는(interaction) 기관은 아니지만 미국 헌법은 미국 의회가 외교정책을 스스로 형성하고, 행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규정들을 통해 의회에도 상당한 범위의 외교안보 관련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법률·조약, 외교안보 관리들을 임명하는 과정의 하나인 청문회 등을 통해 백악관과 국방부·국무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과정에서 국무부·국방부, 특히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외교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야기되곤 했었다. 행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의회는 이 과정을 승인하는 일을 담당한다. 행정부가 외국과 거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거래의 결과로 나타나는 각종 조약 등은 국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행정부의 업무는 완성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미국 의회는 대통령의 외교 및 안보 업무를 제압하겠다는 목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의회의 역할은 마치 노를 젓는 것과 같아서 행정부의 업무를 보완하기도 하고 때로는 제어하기도 한다. 의회의 역할은 대체적으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감시 혹은 후원하는 것이지만, 1919년과 1920년 미국 의회는 1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베르사유 조약의 승인을 거부했고, 1999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의 비준과 국제 해양법 협약의 비준을 거부한 적도 있었다.
미국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대외정책 관련 권한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갑을 쥐고 있는 권한’(The Power of the Purse)일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국방수권법이 바로 의회가 장악하고 있는 지갑을 쥐고 있는 권한을 상징한다. 미 의회는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 목적을 위해서는 국방예산을 쓰지 못하게 제한한 것이다.
미국 의회의 외교정책 관련 두 번째 권한은 대외원조(Foreign Aid)와 관련된 것이다. 대외원조 항목은 미국 의회가 예산을 감축하기 위해 주로 공격하는 항목이다. 대외원조는 미국 어느 곳의 선거구 주민들의 이익과 부합되는 부분이 없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의회의 외교안보 관련 정책은 각 의원들의 선거구에 산재하는 국방·안보 관련 이익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셋째로, 미국 의회는 무역 및 조약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 미국 행정부가 외국과 맺은 조약은 미국 상원 3분의 2 찬성으로 비준된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비준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통해 행정부의 조약 체결에 영향을 미친다. 상원은 조약의 비준을 거부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또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넷째로, 의회가 갖는 대외정책 관련 권한 중 하나는 선전포고권(宣戰布告權)이다. 선전포고권은 대통령에 의해 왕왕 무시되어 온 것인데, 미국 헌법은 전쟁에 관한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을 분리시키고 있다.
의회는 선전포고권을 가지고 있는데 역사상 4번 공식적인 선전포고를 했을 뿐이다. 마지막 선전포고가 2차 세계대전이었으니 그 이후 모든 전쟁들은 선전포고 없이 행해진 셈이다. 베트남전쟁, 1991년 걸프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등은 전쟁이 시작된 후 미국 의회가 전투를 추인(authorize)한 경우다. 한국전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84호에 따라 다른 유엔 회원국들과 함께 행동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의회가 선전포고를 하거나 사후(事後)에 추인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안보에는 與野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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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국제연맹 창설을 주장했으나 의회의 반대로 좌절됐다. |
이상 2019년 국방수권법 내용 중 한국과 중국 관련 부분을 살펴보고 미국 의회가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지는 권한과 그 한계에 대해 논했다. 미국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 북한 및 대 중국 정책을 구체적으로 보다 강경한 톤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국 의회의 대외정책 관련 권한은 주로 예산을 통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지만 미국 헌법에는 선전포고권과 같은 의회 고유의 권한이 명기되어 있다. 미국이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후 행정부 특히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외교정책에 대한 갈등이 노정되기는 했지만 의회의 주요 동기는 백악관의 외교행위를 제압하고 통제하려는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후원하고 감시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내(對內) 정치의 경우라면 몰라도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그 본질이 같다. 즉 국가안보에 대해서 여야(與野)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은 미국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 조약비준 요건이 상원에서 거부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여야가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상당히 단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