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시나리오
김정은이 백령도 공격과 함께 꺼낸 핵카드는 중국의 배신으로 무력화(無力化)되고 남한에선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어, 애국자를 사냥하던 반역자 사냥이 시작되는데 북한노동당 정치국은 김정은을 좌경맹동주의자로 규정, 해임한다
김정은이 백령도 공격과 함께 꺼낸 핵카드는 중국의 배신으로 무력화(無力化)되고 남한에선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어, 애국자를 사냥하던 반역자 사냥이 시작되는데 북한노동당 정치국은 김정은을 좌경맹동주의자로 규정, 해임한다
- 김정은은 지난 8월 30일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선군절’을 맞이해 북한군 특수부대의 백령도 및 대연평도 점령 가상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하였다. 김정은은 “총대로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고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지난 9월 10일 미국의 NBC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포괄적인 북핵(北核)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외교적, 군사적 조치를 종합한 이 안은 사이버 공격, 정보 공작, 감시 강화 외에 전례 없는 내용도 검토 대상이라 밝혔다. 백악관과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였다.
NBC는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선제공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았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보고 최대한 강력한 비군사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면 북한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트럼프 행정부에 통보하였다고 한다.
이 방송은 한국이 요청한다면 전술핵 재배치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30년간 추구하였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미국은 또 유럽에서 사용하는 지상(地上) 이지스 SM-3 미사일 요격용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 측에, 만약 북한에 대하여 기름을 끊는 것과 같은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 계획을 추진할 것인데 그럴 경우 미국은 이를 막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백령도 점령 훈련과 전술핵 재배치 검토. 현재로선 가상(假想)이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상황에선 평소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도 실제로 일어난다. 이런 때는 상상력을 동원한 예측을 할 필요가 있다. 다음부터는 가상 시나리오이다.
김정은의 불면(不眠)의 밤
김정은은 자신감과 불안감 사이에서 불면의 밤을 보낸다. 3일 전, 버티던 중국까지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안에 찬성, 기름을 끊겠다고 통보해 왔다. 어제는 유엔 안보리가 자신을 반(反)인류범죄자로 규정,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하기로 하였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외국에 나갈 수 없고 나갔다가는 체포된다. 중국은 물론이고 꿈에 자주 보이는 어린 시절의 그 스위스에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을 보고하는 노동당 국제부장부터 분노보다는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었다. 김정은은 측근들이 요 며칠 동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군사에는 무지한 여동생 이외에는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독재자의 절대고독을 실감한다. 그는 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에 현재 상황을 조용히 정리해 보자고 메모를 하기 시작하였다.
1. 수소탄의 소형화엔 성공하였지만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은 재(再)진입 기술 개발이 늦어져 실전(實戰) 배치에는 1년이 더 걸린다.
2. 괌, 오키나와, 일본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 미사일은 핵탄두의 소형화에도 성공, 현재 40기가 전략군에 배치되어 있다. 핵탄두는 분리하여 노동당이 관리한다.
3. 서울 등 한국을 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은 100기를 뽑아서 핵탄두 장착용으로 개조하였다. 현재 60개의 핵탄두를 분리, 보관하고 있다.
4.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핵탄두는 모두 100여 개로서 50~150kt의 폭발력을 가졌다. 이를 몽땅 한국에 쏟아 부으면 5000만명 모두를 죽일 수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김정은은 핵 발사를 명령할 때 쓰게 되어 있는 암호 코드를 외어보았다. 별실의 입력용 키보드를 만질 때마다 쾌감과 함께 전율이 왔다. “이것만 누르면 남조선은 사라진다. 동시에 나도…”)
‘당장 급한 불은 기름 부족’
5. 남한 정세는 늘 그렇지만 복잡하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서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하고, “우리 허가 없이는 한반도에서 그 누구도 전쟁을 할 수 없다”면서 미국에 제동을 걸 때는 예상대로 김대중·노무현 다루듯이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였지만 그 뒤 달라졌다.
(문 대통령이 아베와 만나 북한에 기름을 끊어야 한다면서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기로 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사나운 트럼프의 압력에 무너졌군”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평화냐, 전쟁이냐의 구도를 만들면 겁 많은 남조선 사람들이 우리의 방패가 되어줄 거야”라는 기대는 접지 않았다.)
6. 이미 두 달 전부터 북한노동당으로 들어오는 외화 유입이 크게 줄었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하기 직전 이들 은행에 열어두었던 북한 계좌를 스위스,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싱가포르 등지로 옮기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제재 때처럼 외화를 싸 들고 다니면서 핵무기 개발 부품을 사들이고 당 간부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사야 할 판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만 충성은 달러에서 나오는데….
(매일 비행기로 날아오던 파리의 아이스크림 수송도 김정은이 나서서 못하게 했다. 특별 관리 대상 500명에게 주는 벤츠, 롤렉스 선물도 올해엔 어렵게 되었다.)
7. 해외에 나가 있는 약 10만명의 노동자들이 보내는 자금도 차단되었다. 급료가 노동자 본인에게 지급되지 않고 정권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노예노동으로 규정된 탓이다. 연간 약 5억 달러가 날아갔다.
8. 당장 급한 불은 기름 부족이다. 탱크나 항공용으로 6개월 정도는 비축하였지만 인민생활용으로 돌려쓰지 않으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이게 식량 가격 폭등으로 연결되면 소요 사태의 가능성도 있다. 주민의 80% 이상이 시장에 생계를 의존함으로써 당의 책임이 경감된 것은 다행이지만 물가를 통제할 수 없으면 여론이 악화된다.
(김정은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만 여론이 무서운 줄 알았는데 시장이 커지니 여기에서도 여론을 신경 써야 하다니”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김정은이 이날 밤 내린 결론은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였다. 인민군 총참모부에서 올린 보고서는 1941년 일본이 진주만 기습을 결행하는 데 단유(斷油)가 결정적 역할을 하였음을 강조, 최고사령관의 결단을 청원하고 있었다. 미국은 일본군의 인도지나(印度支那) 진주(進駐)에 보복하기 위하여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다. 그때 일본은 석유 수요의 80%를 미국 석유회사로부터 사들이고 있었다. 석유 비축량은 1년분 정도였다. 미국의 석유 금수령(禁輸令)은 그동안 개전(開戰)에 반대해 왔던 해군을 강경론으로 돌려놓는다.
기름과 돈줄이 끊어진 상태에서 몇 년을 버틸 것인가? 그는 비로소 자신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전체를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북한은 고구려를 민족사의 정통으로 앞세우고, 신라를 민족반역 세력으로 몰아가면서 신라의 삼국통일을 비방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여 왔다. 어느새 북한도 연개소문 시절의 고구려를 닮아 세계최대강국과 불화하더니 고립무원이 되었다. 김정은은 “그럴수록 혁명적 낙관주의에 서야 한다”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나에겐 핵이 있고, 인질이 된 한국이 있다. 그리고 백령도….”
“그렇다. 백령도 기습 상륙 작전을 벌인 다음, 핵카드를 꺼내 돌파구를 만들자”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백령도 점령 작전 뒤 핵카드 꺼내다
한 달 뒤 김정은은 막다른 심정으로 백령도 침공 작전을 명령한다. 박헌영 같은 남한의 종북좌파 세력이 협조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기습을 받은 백령도의 한국 해병은 용감하게 싸웠지만 날씨가 나빠 공중지원을 받지 못하여 3개 사단의 북한군에 상륙을 허용하고 말았다. 약 3000명의 한국군이 포로로 잡혔다. 수천 명의 주민도 적치하(赤治下)로 넘어갔다. 이때 백령도에 관광차 왔던 중국 국적의 조선족 100여 명이 죽었다. 김정은은 백령도 점령에 성공한 다음 특별 성명을 발표하였다.
요지는 ‘이로써 서해 북방 한계선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 만약 적들이 반격하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겠다’.
김정은은 포로로 잡은 군인과 민간인은 협상을 통하여 풀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3일 뒤 한미군은 합동으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백령도를 점령한 북한군과 대안(對岸)의 북한군 군단 사령부, 잠수함 기지가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백령도 수복을 위한 상륙 작전은 미국이 급파하기로 한 두 척의 항공모함이 도착한 이후로 예정되었다.
다음날, 김정은은 북한군 최고사령관 이름으로 최후통첩을 한다.
“현 위치에서 휴전하자. 계속 도발하면 우리는 한국의 한 도시를 핵으로 공격하겠다. 미군이 개입하면 괌과 오키나와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은 북의 통첩이 공갈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려는 듯 핵실험을 한다. 서해의 무인도를 향하여 50kt짜리 핵탄두 실물을 장착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 실제로 파괴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 유엔 회원국이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응징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한다.
한미, 전술핵 사용 가능성 선언
한국과 미국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에 대한 북한의 침공을 미국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 공동 대응할 것을 분명히 하였다. 두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사용으로 위협하였으므로 미국도 확장억지 정책의 원칙에 입각, 북한에 대하여는 핵무기 사용 권한이 있음을 선언하였다.
두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 전술핵이 이미 배치되어 있음을 공개한다. 두 나라가 비밀리에 미군기지 안에 전술핵을 반입하였고, 전시(戰時) 상태인 지금부터는 미군과 한국군이 공동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은 150kt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수소탄으로서 전폭기에 의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지하를 뚫고 들어가 터지므로 김정은이 숨어 있는 지하시설에 대한 파괴력을 최대화시키는 반면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 방사능 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설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있는 20만명의 미국인을 대피시키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군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징후를 30분 전에 포착할 수 있고 그때는 선제공격으로 파괴할 것이다. 이 위기는 인류 전체의 문제이므로 함께 죽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비장하게 말하였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일본 정부는 유엔군 후방사령부의 관리하에 들어간 7개 주일(駐日) 미군기지로부터 발진하는 항공기와 군함이 한국에서 작전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였다. 이때 만주 지역에 배치된 중국군이 압록강 접경지대로 전진,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 현지에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중국, 김정은에게 최후통첩
백령도 침공 6일 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텔레비전에 나타나 입장을 표명한다.
“우리는 수개월 전에 이미 북한이 무력 공격을 당하면 북한을 지원할 것이고 북한이 먼저 공격을 하여 반격을 당할 경우엔 중립을 취할 것임을 미국 측에 알렸다. 이 원칙에 입각하여 우리는 한반도 사태에 무력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 당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취소하고 백령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중국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할 권한이 있음을 선언한다. 한국에는 약 100만명의 중국 국적자가 머물고 있음을 북한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의외로 차분하게 반응하였다.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한미군(韓美軍)이 백령도 수복 작전을 시작한 데다가 비상계엄령이 전국에 선포되었기 때문이었다.
전국 비상계엄은 계엄사령관이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다. 행정뿐 아니라 사법(司法)도 계엄사령관 지휘로 넘어간다. 계엄사령관은 국방장관이 장성 중에서 추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방장관은 육군참모총장을 추천하였다. 합참의장은 연합사령관과 함께 대북(對北) 전략을 지휘해야 하므로 육군총장이 맡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행정과 사법까지 계엄사령관 지휘하로 넘어가고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을 통하여 보고를 받아야 함으로 자연스럽게 계엄사령관이 권력의 새 축이 되었다.
일부 종북 시위대가 반전(反戰) 시위를 하려다가 군대가 출동하기 전에 시민들의 뭇매를 맞고 흩어졌다. 좌파 시위꾼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에는 핏발이 돋았다. 한국의 좌파가 벌여온 관념의 유희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조지 오웰이 말한 대로였다. 그는 “지식인은 전쟁이란 벽에 부딪히기 전까지 궤변을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전쟁에 직면하면 생존투쟁을 에너지로 하는 애국심이 계급투쟁론을 누른다는 말이 실증(實證)되는 순간이었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한국의 자칭 진보 세력은 생활 좌익으로서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들은 살길을 찾아 숨는 길을 선택하였다. 남로당의 박헌영은 김일성에게 북한군이 남침하면 20만명의 좌익들이 궐기, 전쟁을 일찍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였으나 전쟁이 나자 소멸되었던 현상의 재판(再版)이었다. 종북 세력에 기대를 걸었던 김정은의 계산은 허탕이었다.
계엄사령관의 결단
계엄사령관이 맨 처음 취한 조치는 반국가 활동자 예비 금속령이었다. 그는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기무(機務)사령관을 불러 지침을 내리는 자리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도와준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였다.
“나는 기무사령관을 지낼 적에 먼 데서나마 종북 세력의 발호를 걱정하면서 이날을 준비하였습니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국의 반역자들이 돈, 정보, 정책으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미국은 1953년에 율리우스 로젠버그 부부를 간첩죄로 사형 집행하였습니다. 살인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형된 유일한 경우입니다. 과학자인 로젠버그는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 정보를 수집하여 소련 정보기관에 제공했었죠. 두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한 어빙 코프먼 판사는 준엄하게 논고했습니다. 이런 요지였습니다.”
계엄사령관은 쪽지를 꺼내 읽기 시작하였다.
‘나는 피고인들의 범죄가 살인보다 더 악질이라고 간주한다. 살인은 피해자만 죽이지만 당신들은 소련이 과학자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1년 먼저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침략전쟁을 벌여 5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생겼고, 100만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이 피고인들의 반역으로 더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 피고인들의 반역은 역사의 흐름을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꾸어놓았다. 우리가 핵무기 공격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피고인들의 반역에 대한 증거이다.
율리우스 로젠버그가 주범(主犯)임은 분명하나 처(妻) 에델 로젠버그도 책임이 있다. 성년(成年)의 여자로서 남편의 추악한 범죄를 막기는커녕 격려하고 도왔다. 피고인들은 목적 달성을 위한 신념을 위하여 자신들의 안전뿐 아니라 자녀들도 희생시켰다. 목적 달성을 위한 사랑이 자녀들에 대한 사랑보다 앞섰다.’
‘가장 큰 적폐는 북한의 핵무장을 도운 적폐’
계엄사령관은 이런 날이 올 때를 오래 기다린 사람 같았다. 그는 쪽지를 뒤집더니 뒷면에 메모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우리와 우리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바탕인 자유민주주의의 존립 그 자체를 붕괴시키는 행위를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이를 모르는 뱁새는 정성껏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그러나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뱁새의 알과 새끼를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 둥지를 독차지하고 만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그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의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大逆) 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해산시킬 때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이 결정문의 보충의견에 써넣은 문장이었다.
계엄사령관은 수사 책임자들과 악수를 하고 헤어지면서 의미 있는 말을 덧붙였다.
“적폐 중 가장 큰 적폐는 북한의 핵무장을 도운 적폐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적폐를 제쳐두고 반역자가 애국자를 사냥하는 것을 적폐 청산이라면서 도와준 검사·판사는 없는지 모르겠네요. 간첩을 골키퍼로 세워놓고는 축구를 할 수 없잖아요?”
검찰총장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력감에 사로잡힌 김정은
백령도 도발을 명령하였던 김정은은 중국이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무력 개입을 예고하는 데 충격을 받았다. 서울 등 대도시에 중국 국적자가 100만명, 미국 국적자가 20만명, 일본 국적자가 6만명이나 체류 중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핵사용을 운운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음을 알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백령도 점령 작전을 기획한 부서에선 한국에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고려 대상에도 넣지 않았던 것이다. 핵사용 위협이 바로 중국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도 알 리가 없었다. 김정은은 처음으로 무력감(無力感)에 휩싸였다.
압록강을 넘어 진격할 태세를 갖춘 중국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휴전선에 배치된 70만 병력 중 30만명을 빼내어 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만큼 서울에 대한 장사정포(長射程砲) 타격 능력이 약해진다. 김정은은 이제 문명세계가 자신을 포위망에 가두었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허수아비들을 데리고 전쟁놀이를 해왔음도 알게 된다. 전쟁은 군인이 일으키는 경우보다 전쟁을 모르는 독재자가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 전쟁을 정말 두려워하는 이는 군인이다. 전쟁의 무서움을 잘 알고 전쟁이 났을 때 피해를 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지휘부도 그런 점에선 다른 점이 없었다.
중국군이 압록강 도하(渡河) 준비를 마친 날 저녁 북한중앙방송은 북한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이름으로 ‘중대 보도’를 내놓았다. 아나운서는 군복을 입은 남자였다. 발표 요지는 이러하였다.
김정은 해임
“조선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조국을 위기에 빠트린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물어 김정은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기로 결의하였다. 백령도 작전은 김정은이 정치국의 동의 없이 혼자서 결정한 좌경맹동주의적 과오였다. 조선노동당은 김일성 수령이 선포하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조선노동당 정치국은 조선인민군이 백령도에서 철수하도록 명령하였으며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약속한다.”
한미연합사는 백령도에서 북한군이 철수하는 것을 허용하고 이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세계 언론은 김정은의 생사(生死)에 대하여 추측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한국과 미국 정보기관의 소식통을 인용하는 글이 많았는데 대체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주동한 궁정 쿠데타로 그림을 그렸다. 1953년 스탈린이 죽은 뒤 흐루쇼프가 비밀경찰 두목 베리아를 제거할 때처럼 황병서가 직접 권총을 들이대어 김정은을 체포하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며칠이 지나도 김정은의 생사 여부와 행방에 대하여는 확인된 정보가 잡히지 않았다.
쿠바 미사일 사건 이후 처음 전개된 핵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세계 사람들이 안도하는 가운데 주식 시장은 과열 조짐을 보였다. 바쁜 곳은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였다. 북핵을 도운 적폐 세력 수사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의 수사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사건의 명칭에 ‘적폐’라는 말을 넣을 것을 지시하였다. 대통령은 수사가 일단락될 때까지 계엄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북한군이 백령도에서 철수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긴급 전화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6자 회담을 제안하였다. 공동 발표문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양국 정상(頂上)은 한반도의 미래가 통일되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이기를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이란 말을 넣고 싶었으나 시진핑 주석이 반대하였다. ‘자유롭고’라는 말을 받아주었으니 ‘강력하고’는 빼자는 것이었다. 통일 한국의 핵무장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지난 9월 10일 미국의 NBC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포괄적인 북핵(北核)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외교적, 군사적 조치를 종합한 이 안은 사이버 공격, 정보 공작, 감시 강화 외에 전례 없는 내용도 검토 대상이라 밝혔다. 백악관과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였다.
NBC는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선제공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았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보고 최대한 강력한 비군사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면 북한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트럼프 행정부에 통보하였다고 한다.
이 방송은 한국이 요청한다면 전술핵 재배치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30년간 추구하였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미국은 또 유럽에서 사용하는 지상(地上) 이지스 SM-3 미사일 요격용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 측에, 만약 북한에 대하여 기름을 끊는 것과 같은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 계획을 추진할 것인데 그럴 경우 미국은 이를 막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백령도 점령 훈련과 전술핵 재배치 검토. 현재로선 가상(假想)이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상황에선 평소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도 실제로 일어난다. 이런 때는 상상력을 동원한 예측을 할 필요가 있다. 다음부터는 가상 시나리오이다.
김정은의 불면(不眠)의 밤
김정은은 자신감과 불안감 사이에서 불면의 밤을 보낸다. 3일 전, 버티던 중국까지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안에 찬성, 기름을 끊겠다고 통보해 왔다. 어제는 유엔 안보리가 자신을 반(反)인류범죄자로 규정,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하기로 하였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외국에 나갈 수 없고 나갔다가는 체포된다. 중국은 물론이고 꿈에 자주 보이는 어린 시절의 그 스위스에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을 보고하는 노동당 국제부장부터 분노보다는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었다. 김정은은 측근들이 요 며칠 동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군사에는 무지한 여동생 이외에는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독재자의 절대고독을 실감한다. 그는 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에 현재 상황을 조용히 정리해 보자고 메모를 하기 시작하였다.
1. 수소탄의 소형화엔 성공하였지만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은 재(再)진입 기술 개발이 늦어져 실전(實戰) 배치에는 1년이 더 걸린다.
2. 괌, 오키나와, 일본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 미사일은 핵탄두의 소형화에도 성공, 현재 40기가 전략군에 배치되어 있다. 핵탄두는 분리하여 노동당이 관리한다.
3. 서울 등 한국을 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은 100기를 뽑아서 핵탄두 장착용으로 개조하였다. 현재 60개의 핵탄두를 분리, 보관하고 있다.
4.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핵탄두는 모두 100여 개로서 50~150kt의 폭발력을 가졌다. 이를 몽땅 한국에 쏟아 부으면 5000만명 모두를 죽일 수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김정은은 핵 발사를 명령할 때 쓰게 되어 있는 암호 코드를 외어보았다. 별실의 입력용 키보드를 만질 때마다 쾌감과 함께 전율이 왔다. “이것만 누르면 남조선은 사라진다. 동시에 나도…”)
‘당장 급한 불은 기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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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선군절(8월 25일)을 맞아 북한 특수부대의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을 위한 가상훈련을 참관했다. 사진=뉴시스 |
(문 대통령이 아베와 만나 북한에 기름을 끊어야 한다면서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기로 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사나운 트럼프의 압력에 무너졌군”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평화냐, 전쟁이냐의 구도를 만들면 겁 많은 남조선 사람들이 우리의 방패가 되어줄 거야”라는 기대는 접지 않았다.)
6. 이미 두 달 전부터 북한노동당으로 들어오는 외화 유입이 크게 줄었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하기 직전 이들 은행에 열어두었던 북한 계좌를 스위스,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싱가포르 등지로 옮기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제재 때처럼 외화를 싸 들고 다니면서 핵무기 개발 부품을 사들이고 당 간부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사야 할 판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만 충성은 달러에서 나오는데….
(매일 비행기로 날아오던 파리의 아이스크림 수송도 김정은이 나서서 못하게 했다. 특별 관리 대상 500명에게 주는 벤츠, 롤렉스 선물도 올해엔 어렵게 되었다.)
7. 해외에 나가 있는 약 10만명의 노동자들이 보내는 자금도 차단되었다. 급료가 노동자 본인에게 지급되지 않고 정권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노예노동으로 규정된 탓이다. 연간 약 5억 달러가 날아갔다.
8. 당장 급한 불은 기름 부족이다. 탱크나 항공용으로 6개월 정도는 비축하였지만 인민생활용으로 돌려쓰지 않으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이게 식량 가격 폭등으로 연결되면 소요 사태의 가능성도 있다. 주민의 80% 이상이 시장에 생계를 의존함으로써 당의 책임이 경감된 것은 다행이지만 물가를 통제할 수 없으면 여론이 악화된다.
(김정은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만 여론이 무서운 줄 알았는데 시장이 커지니 여기에서도 여론을 신경 써야 하다니”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김정은이 이날 밤 내린 결론은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였다. 인민군 총참모부에서 올린 보고서는 1941년 일본이 진주만 기습을 결행하는 데 단유(斷油)가 결정적 역할을 하였음을 강조, 최고사령관의 결단을 청원하고 있었다. 미국은 일본군의 인도지나(印度支那) 진주(進駐)에 보복하기 위하여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다. 그때 일본은 석유 수요의 80%를 미국 석유회사로부터 사들이고 있었다. 석유 비축량은 1년분 정도였다. 미국의 석유 금수령(禁輸令)은 그동안 개전(開戰)에 반대해 왔던 해군을 강경론으로 돌려놓는다.
기름과 돈줄이 끊어진 상태에서 몇 년을 버틸 것인가? 그는 비로소 자신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전체를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북한은 고구려를 민족사의 정통으로 앞세우고, 신라를 민족반역 세력으로 몰아가면서 신라의 삼국통일을 비방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여 왔다. 어느새 북한도 연개소문 시절의 고구려를 닮아 세계최대강국과 불화하더니 고립무원이 되었다. 김정은은 “그럴수록 혁명적 낙관주의에 서야 한다”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나에겐 핵이 있고, 인질이 된 한국이 있다. 그리고 백령도….”
“그렇다. 백령도 기습 상륙 작전을 벌인 다음, 핵카드를 꺼내 돌파구를 만들자”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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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특수부대는 지난 8월 25일 김정은이 참관하는 가운데 국군과 흡사한 복장을 하고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을 위한 가상훈련을 실시했다. 사진=뉴시스 |
요지는 ‘이로써 서해 북방 한계선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 만약 적들이 반격하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겠다’.
김정은은 포로로 잡은 군인과 민간인은 협상을 통하여 풀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3일 뒤 한미군은 합동으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백령도를 점령한 북한군과 대안(對岸)의 북한군 군단 사령부, 잠수함 기지가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백령도 수복을 위한 상륙 작전은 미국이 급파하기로 한 두 척의 항공모함이 도착한 이후로 예정되었다.
다음날, 김정은은 북한군 최고사령관 이름으로 최후통첩을 한다.
“현 위치에서 휴전하자. 계속 도발하면 우리는 한국의 한 도시를 핵으로 공격하겠다. 미군이 개입하면 괌과 오키나와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은 북의 통첩이 공갈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려는 듯 핵실험을 한다. 서해의 무인도를 향하여 50kt짜리 핵탄두 실물을 장착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 실제로 파괴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 유엔 회원국이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응징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한다.
한미, 전술핵 사용 가능성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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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오후 ‘6·24 사드 철회 평화 행동’ 참가자들은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포위 행진을 벌였다. |
두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 전술핵이 이미 배치되어 있음을 공개한다. 두 나라가 비밀리에 미군기지 안에 전술핵을 반입하였고, 전시(戰時) 상태인 지금부터는 미군과 한국군이 공동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은 150kt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수소탄으로서 전폭기에 의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지하를 뚫고 들어가 터지므로 김정은이 숨어 있는 지하시설에 대한 파괴력을 최대화시키는 반면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 방사능 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설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있는 20만명의 미국인을 대피시키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군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징후를 30분 전에 포착할 수 있고 그때는 선제공격으로 파괴할 것이다. 이 위기는 인류 전체의 문제이므로 함께 죽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비장하게 말하였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일본 정부는 유엔군 후방사령부의 관리하에 들어간 7개 주일(駐日) 미군기지로부터 발진하는 항공기와 군함이 한국에서 작전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였다. 이때 만주 지역에 배치된 중국군이 압록강 접경지대로 전진,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 현지에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백령도 침공 6일 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텔레비전에 나타나 입장을 표명한다.
“우리는 수개월 전에 이미 북한이 무력 공격을 당하면 북한을 지원할 것이고 북한이 먼저 공격을 하여 반격을 당할 경우엔 중립을 취할 것임을 미국 측에 알렸다. 이 원칙에 입각하여 우리는 한반도 사태에 무력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 당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취소하고 백령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중국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할 권한이 있음을 선언한다. 한국에는 약 100만명의 중국 국적자가 머물고 있음을 북한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의외로 차분하게 반응하였다.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한미군(韓美軍)이 백령도 수복 작전을 시작한 데다가 비상계엄령이 전국에 선포되었기 때문이었다.
전국 비상계엄은 계엄사령관이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다. 행정뿐 아니라 사법(司法)도 계엄사령관 지휘로 넘어간다. 계엄사령관은 국방장관이 장성 중에서 추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방장관은 육군참모총장을 추천하였다. 합참의장은 연합사령관과 함께 대북(對北) 전략을 지휘해야 하므로 육군총장이 맡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행정과 사법까지 계엄사령관 지휘하로 넘어가고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을 통하여 보고를 받아야 함으로 자연스럽게 계엄사령관이 권력의 새 축이 되었다.
일부 종북 시위대가 반전(反戰) 시위를 하려다가 군대가 출동하기 전에 시민들의 뭇매를 맞고 흩어졌다. 좌파 시위꾼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에는 핏발이 돋았다. 한국의 좌파가 벌여온 관념의 유희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조지 오웰이 말한 대로였다. 그는 “지식인은 전쟁이란 벽에 부딪히기 전까지 궤변을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전쟁에 직면하면 생존투쟁을 에너지로 하는 애국심이 계급투쟁론을 누른다는 말이 실증(實證)되는 순간이었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한국의 자칭 진보 세력은 생활 좌익으로서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들은 살길을 찾아 숨는 길을 선택하였다. 남로당의 박헌영은 김일성에게 북한군이 남침하면 20만명의 좌익들이 궐기, 전쟁을 일찍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였으나 전쟁이 나자 소멸되었던 현상의 재판(再版)이었다. 종북 세력에 기대를 걸었던 김정은의 계산은 허탕이었다.
계엄사령관의 결단
계엄사령관이 맨 처음 취한 조치는 반국가 활동자 예비 금속령이었다. 그는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기무(機務)사령관을 불러 지침을 내리는 자리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도와준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였다.
“나는 기무사령관을 지낼 적에 먼 데서나마 종북 세력의 발호를 걱정하면서 이날을 준비하였습니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국의 반역자들이 돈, 정보, 정책으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미국은 1953년에 율리우스 로젠버그 부부를 간첩죄로 사형 집행하였습니다. 살인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형된 유일한 경우입니다. 과학자인 로젠버그는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 정보를 수집하여 소련 정보기관에 제공했었죠. 두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한 어빙 코프먼 판사는 준엄하게 논고했습니다. 이런 요지였습니다.”
계엄사령관은 쪽지를 꺼내 읽기 시작하였다.
‘나는 피고인들의 범죄가 살인보다 더 악질이라고 간주한다. 살인은 피해자만 죽이지만 당신들은 소련이 과학자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1년 먼저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침략전쟁을 벌여 5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생겼고, 100만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이 피고인들의 반역으로 더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 피고인들의 반역은 역사의 흐름을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꾸어놓았다. 우리가 핵무기 공격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피고인들의 반역에 대한 증거이다.
율리우스 로젠버그가 주범(主犯)임은 분명하나 처(妻) 에델 로젠버그도 책임이 있다. 성년(成年)의 여자로서 남편의 추악한 범죄를 막기는커녕 격려하고 도왔다. 피고인들은 목적 달성을 위한 신념을 위하여 자신들의 안전뿐 아니라 자녀들도 희생시켰다. 목적 달성을 위한 사랑이 자녀들에 대한 사랑보다 앞섰다.’
‘가장 큰 적폐는 북한의 핵무장을 도운 적폐’
계엄사령관은 이런 날이 올 때를 오래 기다린 사람 같았다. 그는 쪽지를 뒤집더니 뒷면에 메모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우리와 우리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바탕인 자유민주주의의 존립 그 자체를 붕괴시키는 행위를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이를 모르는 뱁새는 정성껏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그러나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뱁새의 알과 새끼를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 둥지를 독차지하고 만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그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의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大逆) 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해산시킬 때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이 결정문의 보충의견에 써넣은 문장이었다.
계엄사령관은 수사 책임자들과 악수를 하고 헤어지면서 의미 있는 말을 덧붙였다.
“적폐 중 가장 큰 적폐는 북한의 핵무장을 도운 적폐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적폐를 제쳐두고 반역자가 애국자를 사냥하는 것을 적폐 청산이라면서 도와준 검사·판사는 없는지 모르겠네요. 간첩을 골키퍼로 세워놓고는 축구를 할 수 없잖아요?”
검찰총장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력감에 사로잡힌 김정은
백령도 도발을 명령하였던 김정은은 중국이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무력 개입을 예고하는 데 충격을 받았다. 서울 등 대도시에 중국 국적자가 100만명, 미국 국적자가 20만명, 일본 국적자가 6만명이나 체류 중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핵사용을 운운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음을 알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백령도 점령 작전을 기획한 부서에선 한국에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고려 대상에도 넣지 않았던 것이다. 핵사용 위협이 바로 중국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도 알 리가 없었다. 김정은은 처음으로 무력감(無力感)에 휩싸였다.
압록강을 넘어 진격할 태세를 갖춘 중국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휴전선에 배치된 70만 병력 중 30만명을 빼내어 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만큼 서울에 대한 장사정포(長射程砲) 타격 능력이 약해진다. 김정은은 이제 문명세계가 자신을 포위망에 가두었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허수아비들을 데리고 전쟁놀이를 해왔음도 알게 된다. 전쟁은 군인이 일으키는 경우보다 전쟁을 모르는 독재자가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 전쟁을 정말 두려워하는 이는 군인이다. 전쟁의 무서움을 잘 알고 전쟁이 났을 때 피해를 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지휘부도 그런 점에선 다른 점이 없었다.
중국군이 압록강 도하(渡河) 준비를 마친 날 저녁 북한중앙방송은 북한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이름으로 ‘중대 보도’를 내놓았다. 아나운서는 군복을 입은 남자였다. 발표 요지는 이러하였다.
김정은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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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김정은의 대전차유도무기 현지 시찰을 수행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원 안). 사진=뉴시스 |
한미연합사는 백령도에서 북한군이 철수하는 것을 허용하고 이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세계 언론은 김정은의 생사(生死)에 대하여 추측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한국과 미국 정보기관의 소식통을 인용하는 글이 많았는데 대체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주동한 궁정 쿠데타로 그림을 그렸다. 1953년 스탈린이 죽은 뒤 흐루쇼프가 비밀경찰 두목 베리아를 제거할 때처럼 황병서가 직접 권총을 들이대어 김정은을 체포하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며칠이 지나도 김정은의 생사 여부와 행방에 대하여는 확인된 정보가 잡히지 않았다.
쿠바 미사일 사건 이후 처음 전개된 핵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세계 사람들이 안도하는 가운데 주식 시장은 과열 조짐을 보였다. 바쁜 곳은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였다. 북핵을 도운 적폐 세력 수사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의 수사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사건의 명칭에 ‘적폐’라는 말을 넣을 것을 지시하였다. 대통령은 수사가 일단락될 때까지 계엄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북한군이 백령도에서 철수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긴급 전화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6자 회담을 제안하였다. 공동 발표문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양국 정상(頂上)은 한반도의 미래가 통일되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이기를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이란 말을 넣고 싶었으나 시진핑 주석이 반대하였다. ‘자유롭고’라는 말을 받아주었으니 ‘강력하고’는 빼자는 것이었다. 통일 한국의 핵무장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