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참, KFX 사업 중장기 소요로 전환해 추진키로
⊙ 日本, 국내 개발 스텔스기 ‘신신(心神)’ 올해 3월 시험 비행 예정
⊙ 예산문제는 본질 아냐… 공군 만족시키는 전투기 만들어야
⊙ KFX 사업은 FX 사업과 분리해야 성공 가능
⊙ 대당 가격 5000만 달러라면 세계 중형전투기 시장 노크해 볼 만
⊙ 日本, 국내 개발 스텔스기 ‘신신(心神)’ 올해 3월 시험 비행 예정
⊙ 예산문제는 본질 아냐… 공군 만족시키는 전투기 만들어야
⊙ KFX 사업은 FX 사업과 분리해야 성공 가능
⊙ 대당 가격 5000만 달러라면 세계 중형전투기 시장 노크해 볼 만
-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내놓은 한국형 전투기 모형.
추락 위기에 놓였던 한국형 전투기(KFX·Korea Fighter eXperimental) 개발 사업이 비상할 기회를 잡았다. 2013년 11월 22일 군(軍)은 최윤희(崔潤喜) 합참의장 주재로 합동참모회의를 열어,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보유한 차기 전투기 도입을 결정함으로써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F-35A로 기종이 사실상 결정됐다.
이와 함께 합참은 KFX 개발 사업을 국방중기계획 소요로 전환함으로써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합참은 KFX 개발 사업을 위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체계개발(본개발) 기본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을 거쳐 사업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KFX는 퇴역할 F-16을 대체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 확보하는 사업이다.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에서 하이급 스텔스기 40대를 우선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KFX에선 공군의 주력기에 적합한 미디엄급 성능을 가진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
군은 2022년께 KFX 개발을 끝내고 2023년부터 전력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우선 FX 사업으로 60대의 고성능 전투기를 도입해 전력 공백을 메운 뒤, 나머지 부족한 전투기는 중간 수준의 성능을 갖는 국산 전투기를 개발해 2030년대까지 120대가량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KFX 사업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세 번의 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번번이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개발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KFX 탐색개발을 수행했다. 이어 KFX 체계개발로 가야 했지만 2013년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하면서 또다시 1년을 허비했다.
장조원(張曺元) 한국항공대 교수는 “과거 공군은 국산 전투기 개발에 소극적이었지만, 지금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면서 “공군은 기본훈련기인 KT-1과 고등훈련기인 T-50을 운용해 온 사용자로서 우리의 항공기 개발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투기를 국내 개발하는 경우, 개조 개발이 용이하고 군수지원이 유리하며, 운영비용이 절감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ADIZ 대응 위해 KFX 개발 서둘러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일고 있는 동북아 지역은 항공전력의 각축장이다. 2012년 기준으로 중국의 전투기는 모두 1385대 이상이다. 이 중 현대 공중전의 핵심 전력인 4세대 전투기는 400여 대로 추정된다. 일본이 보유한 전투기는 총 340대다. 전투기 보유 대수만 보면 중국의 공군 전력이 일본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F-15(201대)와 F-2 지원전투기(76대)를 포함한 일본의 4세대 전투기는 277대에 달한다. 구형 3세대 전투기는 F-4EJ 63대뿐이다.
일본 공군은 전투기 숫자는 적어도 주력 전투기인 F-15J를 지속적으로 성능개량 하는 등 실속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11년 12월 미국이 개발한 스텔스기인 F-35 4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4대는 완제품을 사오고 38대는 일본에서 조립 생산(FACO)할 계획이다. 조립 생산을 위해 추가로 4조원 이상의 방위비를 쏟아부을 전망이다.
북한 공군력은 ‘질’보다 ‘양’이다. 국방부가 펴낸 《201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전투기는 860여 대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전투기와 공격기를 합쳐 52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이 보유한 4세대 전투기는 미그-29 한 기종으로, 40여 대 정도다. 3세대 전투기(미그-23, 50여 대)까지 포함해도 100대를 넘기 어렵다. 나머지는 대부분 1960년대 기술로 제작한 2세대 전투기(미그-21 등)다.
한국 공군의 전투기는 모두 468대로 북한보다 질적인 면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4세대 전투기는 F-15K(60대)와 KF-16C/D(170여 대)를 합쳐 230여 대에 달한다. 나머지 절반은 3세대에 해당하는 F-4E와 F-5E/F다. 중국과 일본에 비교하면 현저하게 열세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세대의 전투기보다 6배 이상의 전투력을 갖춘 스텔스기를 도입하는 것은 의미 있는 전력증강으로 평가된다. 스텔스 전투기로 적 전투기 6대를 격추하는 동안 아군의 피해는 1대에 불과했다. 특히 F-22는 2006년 가상 공중전 훈련에서 적기를 144대나 격추시키는 동안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고 한다. F-22의 후속 기종인 F-35는 5세대 전투기의 가장 발전한 기술을 적용한 스텔스기다.
독도와 이어도 등 동북아에서 영토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의 KFX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충고한다. 건국대 무기체계개념계발응용연구소 신보현(申保鉉) 소장(예비역 공군 소장)은 “중국은 자국산 스텔스기인 J-20과 J-31을 시험 비행 중에 있고, J-20은 2017~2019년, J-31은 2020년 이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2007년 스텔스기 개발을 발표한 이래 신신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고, 내년 3월 F-22 랩터를 형상화한 신신 전투기(24DMU·모델명)를 시험 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소장은 “이어도 문제 등 대북 대응능력을 넘어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의 동북아 지역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KFX 개발을 서두르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독자적 능력 갖추려면 특수임무를 띠는 F-35와 같은 스텔스기를 보유하는 한편, 평시임무에 특화된 4세대 전투기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KF-16 업그레이드도 1개 대대씩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F-4팬텀과 FA-50으로는 주변국의 첨단 하이급 전투기를 밀어낼 수 없다”면서 “밀어내기 임무에 특화된 KFX 미들급 전투기가 상당수 필요하다”고 했다.
춘추전국시대
그러나 KFX 사업은 예산, 기술력 확보, 해외 파트너 선정 등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KFX 사업은 오랜 기간 동안 검토와 재검토를 거듭해 오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그만큼 고려요소도 많고 위험부담도 많은 사업이라는 방증이다.
2011년부터 2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500억원을 투입해 KFX에 대한 탐색개발을 수행했다. 2012년 말 ADD가 탐색개발 결과를 발표하자,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산, 국내 기술 수준, 해외시장 개척, 해외 기술 협력, 개발 항공기의 요구성능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가운데 예산과 해외수출 문제 등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을 제외하고 항공기의 요구성능, 개발방안, 해외 기술 협력 문제 등은 국방부와 방사청이 주도적으로 나서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전문가들은 개발 항공기의 작전요구성능(ROC) 문제는 공군에서 제시하고, 합참에서 검토 승인한 것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전쟁에서 전투기를 몰고 승리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부서가 공군과 합참이다. 따라서 합참과 공군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KFX 사업과 관련,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 형상과 개발 방안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놓고 국방부 산하의 2개 기관과 제작업체가 서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즉 연구개발 기관인 ADD, 비용 대 효과(cost effectiveness)를 분석하는 KIDA,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세 기관이 각각 다른 형상을 내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KFX의 탐색개발을 주관한 ADD는 항공기 기체는 KAI, 전자장비는 LIG넥스원에 하청을 맡겼다. ADD는 스웨덴 국방부 산하 스웨덴국방연구소(FOI)와 그리펜 전투기를 개발한 사브(SAAB)사의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ADD는 KAI와 LIG넥스원이 참여한 가운데 KFX 사업의 탐색개발을 완료했고, 향후 체계개발 단계에서 개발할 전투기의 개발 형상을 제시했다. ADD는 합참과 공군의 ROC를 충족하는 C-103이라는 기체(機體) 형상을 만들었다.
ADD의 개발 형상에 대해 KIDA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 해외수출이 곤란하다”며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협조해 F-16을 개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새로운 개발방안을 제시했다. KIDA는 개발비용이나 개발기술 위험을 고려해 기술적인 세부 검토 없이 일반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다.
정부의 예산에 KFX 사업의 포함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기관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번에는 정부의 체계개발 주계약업체인 KAI가 독자적인 개발 형상을 제시하고 나섰다. KAI는 2013년 11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모형을 전시했다. 소프트웨어는 FA-50을 쓰고, 하드웨어는 덩치를 키워 개조한 외형이다. 공군이 “훈련기를 전투기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KAI는 FA-50을 일부 활용해서 개발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C-501이라는 형상모델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분석기관인 KIDA까지 뛰어들어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KIDA는 “KAI의 모델도 예산 리스크가 높다”며 “F-35를 공급하는 록히드마틴이 오프셋에 포함된 기술지원회사(TAC·Technical Assistance Company)이기 때문에 록히드마틴과 협조해 F-16을 개조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ADD의 탐색개발 결과에 문제가 있으면 방사청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ADD로 하여금 탐색개발 결과를 보완토록 해야지, 저마다 새로운 개발 형상을 각자 공개하고, 홍보하는 것은 사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ADD가 무기체계 관련 최고의 전문기관이고, KFX는 방사청과 ADD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KIDA는 F-16을 개조하고 싶고, KAI는 자신들이 생산하고 있는 T-50을 기반으로 한 FA-50을 개조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KIDA의 방안대로 F-16을 개조해 KFX 사업을 한다면 처음 KFX를 시작했던 취지(독자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가 무색해지고, 미국(록히드마틴)에 대한 기술 종속 문제가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며 “공군은 ROC에 충실한 ADD 안을 선호하고 있고, 지난번 합참 발표 때도 공군의 작전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예산문제는 본질 아니다
전문가들은 KFX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공군의 전력증강’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호근(張浩根) 예비역 공군 소장은 “KFX 사업은 합참과 공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부 기관들과 업체들이 예산을 줄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는 상황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혹자는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해 군의 작전요구성능을 하향 조정해 국내 기술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중급) 전투기를 먼저 개발하고 이어서 고성능 전투기를 개발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주객이 전도된 주장”이라면서 “우리의 영공(領空)을 방위하기 위한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KFX 사업의 주목적이고, 항공산업 발전은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얻어지는 부수적인 효과”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부터 KFX 전투기를 개발한다고 가정을 해도 2020년대 중반에 가서야 새로 개발된 항공기가 공군작전에 투입될 것이다. 이 항공기는 20년 내지 30년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2050년대까지 40년간 우리의 영공을 지켜야 하는 항공기다. 따라서 2020년 이후 2050년대까지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을 고려한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단적으로 KAI의 FA-50으로 어떻게 동북아 지역 상공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 중국의 젠-20을 상대하겠느냐”며 “최소한 공군과 합참에서 제기한 ROC를 충족하는 ‘F-16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비행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향후 30~40년 쓰려면 ROC를 높여도 시원치 않은데 기술 수준이 약하니 리스크가 많아 ROC를 낮추라고 한다. 그러려면 차라리 KFX 사업을 접는 편이 낫다”면서 “탐색개발 단계에서 협력을 모색했던 터키도 최근 들어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의 ROC를 F-35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였다”고 했다.
그는 또 “터키는 예전 한국과 ADD 차원에서 공동개발을 모색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며 “만약 터키와 한국이 KFX를 공동으로 개발하면 예산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무기체계 개발단계가 통상 본격 개발을 하기 전에 탐색개발(EMD)을 통해 ROC를 정하고 가능성을 체크한 다음, 체계개발(FSD) 단계로 넘어간다”며 “최근 방사청은 2년간 200억을 투입하는 ‘예비 체계개발(Pre-EMD·Preliminary 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Development)’이라는 단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청이 KFX 사업을 죽일 수는 없고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된 KAI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벌기용 궁여지책을 쓴 것 같다”며 “공군 입장에서는 2014년 당장 체계개발에 들어가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소위 ‘예비 체계개발’이라는 단계까지 만든다면, 도대체 국산 전투기는 언제 전력화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FMS에 절충교역은 없다
공군전력기획참모부장을 지낸 K씨는 “국내 기술 수준과 해외 기술 협력은 작전요구성능(ROC)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항공기의 ROC를 하향 조정하면, 국내 기술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고 해외 기술 협력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K씨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기술로는 KFX 개발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해외 기술 협력을 받아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필요한 기술 협력을 받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또 “얼마 전 ADD와 KAI가 ‘현재 우리의 국산 전투기 개발능력은 89% 정도’라고 하자, KIDA는 ‘개발능력은 50~60%밖에 안 된다’며 서로 다툰 적이 있다”며 “그러나 국산 전투기를 만들려면 어차피 해외 기술의 협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논란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방사청은 기술 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X 사업의 ‘절충교역(off-set)’의 일환으로 KFX 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무상’으로 획득하려고 노력했다. 절충교역은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고가의 군수품을 수입하거나 획득할 경우, 상대 국가에 관련부품 등에 대해 일정금액 이상 구매를 요구하거나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무역 형태다.
언뜻 보면 매우 타당한 방안처럼 보이나, 이 방안은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절충교역을 통해 이전하는 기술들은 모두 무상으로 기술을 이전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리고 FX 사업 본 계약에는 절충교역으로 인한 일체의 비용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FX 사업 입찰경쟁에서 방사청은 KFX 개발에 소요되는 기술이전을 경쟁업체들에 요구했고, 보잉과 EADS는 절충교역으로 여러 가지 눈길을 끄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대외군사판매(FMS) 사업 방식으로 참여한 F-35의 경우에는 계약상대인 미국 정부에서 절충교역 요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은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절충교역 의무는 없지만 입찰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산업협력(industrial cooperation)’ 형식으로 임했다는 것이다.
예비역 공군장성 A씨는 “미국 정부는 첨단무기 판매는 대부분 FMS로 묶어놓고 있기 때문에 절충교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는 F-35를 한국에 인도하는 것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특혜(favor)’를 주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듯 우리와 미국의 인식 차이가 커서 FMS로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며 “미국 정부에 F-35를 납품하는 록히드마틴만 양국 틈바구니에서 몸이 달아 한국에 군사 위성 프로그램과 수십만 쪽에 달하는 F-35A 기술 관련 문서, FX 사업을 지원할 수백 명의 전문 인력 파견 등 수조 원에 달하는 대가를 약속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대부분의 핵심기술 소유권, 기술이전 승인권을 정부가 갖고 있다. 김용호(金容浩) 전 록히드마틴 한국지사장은 “미국 방산업체들은 수리 부문의 노하우는 전해 주더라도 현대산업사회의 ‘권력’인 소프트웨어 기술은 절대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업체들도 땅을 파서 장사하는 것이 아닌데 기본적으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give and take) 정신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FX 공급업체들에 기술이전을 약속하라고 요구하니 만족할 만한 협상결과를 얻기가 처음부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핵심 권한은 미국 정부가 다 갖고 있는데, 경쟁업체들에 기술이전을 요구하면 그들은 ‘미국 정부 승인사항(subject to U.S. government approval)’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난색을 표할 것”이라고 했다.
FX와 KFX 사업 분리해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F-35 40대를 구입하는 FX 사업 협상에서는 ‘절충교역’ 자체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KFX 개발을 위한 해외 기술 협력은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만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핵심기술이 FMS 방법 외에는 확보가 불가능하다면, FMS 사업 요구사항의 일부로 포함시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FMS 사업 방식을 택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기술 확보가 가능하다면, 과감하게 FX 사업 요구사항에서 분리시켜 ‘상용경쟁 구매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사업예산을 절감하는 조치가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공군의 FX 사업과 KFX 사업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동시에 독립적으로 진행시키면서 관리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상 상대는 F-16과 F-35를 제작해서 해외시장에 팔고 있는 록히드마틴이다. 록히드마틴에 한국 정부가 F-16과 F-35의 중간 성능을 갖는 KFX를 개발해서 한국 공군에서 사용하고 해외시장에도 팔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필요한 기술 협력이 잘 이루어질 것인지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비역 공군 중장 출신의 J씨는 “오히려 불편한 요구가 본 계약의 가격협상에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잠재적 경쟁자가 될 한국에 중형 전투기 제작기술을 넘겨줄 기업이 있겠느냐”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KFX 사업을 위해 우리가 필요한 기술은 유럽 국가들도 보유하고 있고, KFX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미국업체와 제3국 업체 모두를 대상으로 KFX 사업의 기술 협력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을 추진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제작하고 있는 EADS와 그리펜 전투기를 생산하는 스웨덴의 SAAB사는 KFX 사업 참여에 매우 적극적이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소극적이다. T-50 기술을 한국에 제공한 록히드마틴은 KFX 기종이 최신예 F-16E/F의 경쟁기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KFX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F-15K를 개발한 보잉도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유럽 항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한국 정부가 KFX 사업을 공개경쟁 입찰에 부친다면 EADS, SAAB, IAI, 다소 등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KFX 사업은 21세기 초에 벌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투기 개발 사업이라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록히드마틴과 보잉도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이럴 경우에 절충교역을 통하면 무상으로 받을 수도 있는 것을 공개경쟁으로 확보하면 추가예산이 소요되지 않느냐”고 하자, 그는 “불편한 진실을 생각해 보자”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어느 업체가 비싼 돈 들여서 개발한 기술을 공짜로 줄 것인가. 어딘가에는 그 돈을 포함해서 지불한다고 믿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앞으로 받고 뒤로는 밑지는 장사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으면서 구매자의 권리를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익이 될 것이다.”
그는 “공개경쟁을 통해서 기술을 확보하는 또 다른 장점은 우리 무기체계에 사용하는 기술의 원천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동안 기술원천의 다변화를 위해 국방부와 ADD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까지도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방산물자와 방산기술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천기술의 다변화는 계속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펜 전투기의 ‘틈새전략’
현재 한국이 생각하는 KFX 전투기의 성능은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에서 도입한 최신형 F-16E/F와 영국을 비롯한 유럽 4개국이 공동 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중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F-22랩터와 F-35처럼 스텔스 성능을 가진 5세대 전투기를 제외할 경우, 가장 크고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는 F-15다. 다음이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프랑스의 라팔이고, 그 뒤가 F-16과 F-18,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다.
고등훈련기 T-50을 제작한 경험만 가진 한국이 두 단계를 ‘월반’해 ‘중형 프리미엄’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비전을 세운 것이다. 한국이 중형 프리미엄 전투기 개발로 기울어진 것은 공군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다. 공군은 2020년쯤 현재 전체 전투기 수의 60%를 차지하는 F-4와 F-5가 수명이 다해 도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후속기로 중형 프리미엄급의 성능을 가진 KFX 전투기 개발을 강력하게 희망해 왔다.
ADD도 KFX 개발에 적극 찬성했으나, ADD와 공군의 주장에 대립각을 세운 것이 KAI다. KAI는 “중형 전투기인 KFX 개발에는 6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하지만 T-50을 개조개량한 소형 전투기 FA-50을 개발하는 데는 2조원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FA-50으로 도태하는 소형 전투기를 대체하고, 후진국에 수출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2007년 KDI는 “KFX 개발에 공군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10조~11조원이 들어가고, KFX 개발이 불러올 효과도 미미하다”며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ADD는 굴하지 않고 KFX 사업 추진을 주장했고, 공군은 공군대로 맞장구를 쳤다.
KFX 논란이 재현되자, 정부(방사청)는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연구소는 “5조원 정도면 중형 프리미엄급 KFX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KAI도 비슷한 시기에 5조원 정도면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개발예산에 대한 이견이 사라졌다.
전투기의 크기와 성능은 엔진에 의해 결정된다. 엔진이 크면 전투기도 커져 많은 장비와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것이다. 최신형 F-16E/F는 이륙중량이 4만6000여 파운드,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5만2000여 파운드다. KFX의 예상 최대 이륙중량은 5만 파운드 안팎이다. 이러한 힘을 내기 위해 ‘쌍발엔진’이 필요한데,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들어가는 EJ-200엔진을 제작하는 유로제트사(社)가 엔진을 개발해 주겠다고 나섰다. 즉 KFX의 외양과 장비는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비슷하나 크기만 약간 작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KFX 찬성론자들은 “전투기 개발 경험이 없는 한국이 어떻게 KFX 사업으로 개발한 전투기를 해외시장에 수출할 것인가”에 대해 “이 전투기를 한국 공군에 260여 대를 납품하고 외국에 수출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AI의 한 관계자는 “현존 최고의 베스트셀러 기종인 F-16은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최신형 F-16E/F의 경우 가격이 대당 6000만 달러까지 내려왔고, 최근 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7500만 달러 정도”라며 “인건비가 저렴하고 전자기술이 발달한 한국이 전투기 제작에 나선다면 KFX의 대당 가격을 5000만 달러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도 가격이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해 2020년대 130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중형 전투기 시장에서 300~500대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가 F-16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틈새 전략’을 펼쳐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FX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KFX 사업에는 개발비 5조원과는 별도로 생산비 25조원가량(500여 대 생산 기준)이 들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KFX 사업은 세계 최대의 전투기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중형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소수라고 한다. KFX 개발이 성공하면 한국은 단박에 ‘톱5’의 항공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전직 공군참모총장 L씨는 “KFX 사업을 위한 해외 기술 협력은 FX 사업과 연계시키지 말고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소요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과거의 무기도입 사업에 따른 무기개발 사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기술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합참은 KFX 개발 사업을 국방중기계획 소요로 전환함으로써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합참은 KFX 개발 사업을 위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체계개발(본개발) 기본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을 거쳐 사업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KFX는 퇴역할 F-16을 대체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 확보하는 사업이다.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에서 하이급 스텔스기 40대를 우선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KFX에선 공군의 주력기에 적합한 미디엄급 성능을 가진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
군은 2022년께 KFX 개발을 끝내고 2023년부터 전력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우선 FX 사업으로 60대의 고성능 전투기를 도입해 전력 공백을 메운 뒤, 나머지 부족한 전투기는 중간 수준의 성능을 갖는 국산 전투기를 개발해 2030년대까지 120대가량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KFX 사업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세 번의 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번번이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개발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KFX 탐색개발을 수행했다. 이어 KFX 체계개발로 가야 했지만 2013년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하면서 또다시 1년을 허비했다.
장조원(張曺元) 한국항공대 교수는 “과거 공군은 국산 전투기 개발에 소극적이었지만, 지금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면서 “공군은 기본훈련기인 KT-1과 고등훈련기인 T-50을 운용해 온 사용자로서 우리의 항공기 개발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투기를 국내 개발하는 경우, 개조 개발이 용이하고 군수지원이 유리하며, 운영비용이 절감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ADIZ 대응 위해 KFX 개발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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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9월 24일 방추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차기 전투기(FX) 기종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중기계획 사업으로 정해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위원회 위원장인 김관진 국방장관이 안건을 상정하는 모습. |
일본 공군은 전투기 숫자는 적어도 주력 전투기인 F-15J를 지속적으로 성능개량 하는 등 실속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11년 12월 미국이 개발한 스텔스기인 F-35 4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4대는 완제품을 사오고 38대는 일본에서 조립 생산(FACO)할 계획이다. 조립 생산을 위해 추가로 4조원 이상의 방위비를 쏟아부을 전망이다.
북한 공군력은 ‘질’보다 ‘양’이다. 국방부가 펴낸 《201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전투기는 860여 대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전투기와 공격기를 합쳐 52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이 보유한 4세대 전투기는 미그-29 한 기종으로, 40여 대 정도다. 3세대 전투기(미그-23, 50여 대)까지 포함해도 100대를 넘기 어렵다. 나머지는 대부분 1960년대 기술로 제작한 2세대 전투기(미그-21 등)다.
한국 공군의 전투기는 모두 468대로 북한보다 질적인 면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4세대 전투기는 F-15K(60대)와 KF-16C/D(170여 대)를 합쳐 230여 대에 달한다. 나머지 절반은 3세대에 해당하는 F-4E와 F-5E/F다. 중국과 일본에 비교하면 현저하게 열세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세대의 전투기보다 6배 이상의 전투력을 갖춘 스텔스기를 도입하는 것은 의미 있는 전력증강으로 평가된다. 스텔스 전투기로 적 전투기 6대를 격추하는 동안 아군의 피해는 1대에 불과했다. 특히 F-22는 2006년 가상 공중전 훈련에서 적기를 144대나 격추시키는 동안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고 한다. F-22의 후속 기종인 F-35는 5세대 전투기의 가장 발전한 기술을 적용한 스텔스기다.
독도와 이어도 등 동북아에서 영토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의 KFX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충고한다. 건국대 무기체계개념계발응용연구소 신보현(申保鉉) 소장(예비역 공군 소장)은 “중국은 자국산 스텔스기인 J-20과 J-31을 시험 비행 중에 있고, J-20은 2017~2019년, J-31은 2020년 이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2007년 스텔스기 개발을 발표한 이래 신신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고, 내년 3월 F-22 랩터를 형상화한 신신 전투기(24DMU·모델명)를 시험 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소장은 “이어도 문제 등 대북 대응능력을 넘어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의 동북아 지역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KFX 개발을 서두르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독자적 능력 갖추려면 특수임무를 띠는 F-35와 같은 스텔스기를 보유하는 한편, 평시임무에 특화된 4세대 전투기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KF-16 업그레이드도 1개 대대씩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F-4팬텀과 FA-50으로는 주변국의 첨단 하이급 전투기를 밀어낼 수 없다”면서 “밀어내기 임무에 특화된 KFX 미들급 전투기가 상당수 필요하다”고 했다.
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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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항공자위대의 스텔스 전투기 신신(心神)의 모형. 2014년 3월 시험 비행 예정이다. |
2011년부터 2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500억원을 투입해 KFX에 대한 탐색개발을 수행했다. 2012년 말 ADD가 탐색개발 결과를 발표하자,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산, 국내 기술 수준, 해외시장 개척, 해외 기술 협력, 개발 항공기의 요구성능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가운데 예산과 해외수출 문제 등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을 제외하고 항공기의 요구성능, 개발방안, 해외 기술 협력 문제 등은 국방부와 방사청이 주도적으로 나서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전문가들은 개발 항공기의 작전요구성능(ROC) 문제는 공군에서 제시하고, 합참에서 검토 승인한 것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전쟁에서 전투기를 몰고 승리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부서가 공군과 합참이다. 따라서 합참과 공군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KFX 사업과 관련,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 형상과 개발 방안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놓고 국방부 산하의 2개 기관과 제작업체가 서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즉 연구개발 기관인 ADD, 비용 대 효과(cost effectiveness)를 분석하는 KIDA,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세 기관이 각각 다른 형상을 내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KFX의 탐색개발을 주관한 ADD는 항공기 기체는 KAI, 전자장비는 LIG넥스원에 하청을 맡겼다. ADD는 스웨덴 국방부 산하 스웨덴국방연구소(FOI)와 그리펜 전투기를 개발한 사브(SAAB)사의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ADD는 KAI와 LIG넥스원이 참여한 가운데 KFX 사업의 탐색개발을 완료했고, 향후 체계개발 단계에서 개발할 전투기의 개발 형상을 제시했다. ADD는 합참과 공군의 ROC를 충족하는 C-103이라는 기체(機體) 형상을 만들었다.
ADD의 개발 형상에 대해 KIDA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 해외수출이 곤란하다”며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협조해 F-16을 개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새로운 개발방안을 제시했다. KIDA는 개발비용이나 개발기술 위험을 고려해 기술적인 세부 검토 없이 일반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다.
정부의 예산에 KFX 사업의 포함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기관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번에는 정부의 체계개발 주계약업체인 KAI가 독자적인 개발 형상을 제시하고 나섰다. KAI는 2013년 11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모형을 전시했다. 소프트웨어는 FA-50을 쓰고, 하드웨어는 덩치를 키워 개조한 외형이다. 공군이 “훈련기를 전투기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KAI는 FA-50을 일부 활용해서 개발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C-501이라는 형상모델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분석기관인 KIDA까지 뛰어들어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KIDA는 “KAI의 모델도 예산 리스크가 높다”며 “F-35를 공급하는 록히드마틴이 오프셋에 포함된 기술지원회사(TAC·Technical Assistance Company)이기 때문에 록히드마틴과 협조해 F-16을 개조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ADD의 탐색개발 결과에 문제가 있으면 방사청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ADD로 하여금 탐색개발 결과를 보완토록 해야지, 저마다 새로운 개발 형상을 각자 공개하고, 홍보하는 것은 사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ADD가 무기체계 관련 최고의 전문기관이고, KFX는 방사청과 ADD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KIDA는 F-16을 개조하고 싶고, KAI는 자신들이 생산하고 있는 T-50을 기반으로 한 FA-50을 개조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KIDA의 방안대로 F-16을 개조해 KFX 사업을 한다면 처음 KFX를 시작했던 취지(독자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가 무색해지고, 미국(록히드마틴)에 대한 기술 종속 문제가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며 “공군은 ROC에 충실한 ADD 안을 선호하고 있고, 지난번 합참 발표 때도 공군의 작전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예산문제는 본질 아니다
전문가들은 KFX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공군의 전력증강’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호근(張浩根) 예비역 공군 소장은 “KFX 사업은 합참과 공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부 기관들과 업체들이 예산을 줄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는 상황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혹자는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해 군의 작전요구성능을 하향 조정해 국내 기술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중급) 전투기를 먼저 개발하고 이어서 고성능 전투기를 개발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주객이 전도된 주장”이라면서 “우리의 영공(領空)을 방위하기 위한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KFX 사업의 주목적이고, 항공산업 발전은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얻어지는 부수적인 효과”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부터 KFX 전투기를 개발한다고 가정을 해도 2020년대 중반에 가서야 새로 개발된 항공기가 공군작전에 투입될 것이다. 이 항공기는 20년 내지 30년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2050년대까지 40년간 우리의 영공을 지켜야 하는 항공기다. 따라서 2020년 이후 2050년대까지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을 고려한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단적으로 KAI의 FA-50으로 어떻게 동북아 지역 상공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 중국의 젠-20을 상대하겠느냐”며 “최소한 공군과 합참에서 제기한 ROC를 충족하는 ‘F-16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비행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향후 30~40년 쓰려면 ROC를 높여도 시원치 않은데 기술 수준이 약하니 리스크가 많아 ROC를 낮추라고 한다. 그러려면 차라리 KFX 사업을 접는 편이 낫다”면서 “탐색개발 단계에서 협력을 모색했던 터키도 최근 들어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의 ROC를 F-35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였다”고 했다.
그는 또 “터키는 예전 한국과 ADD 차원에서 공동개발을 모색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며 “만약 터키와 한국이 KFX를 공동으로 개발하면 예산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무기체계 개발단계가 통상 본격 개발을 하기 전에 탐색개발(EMD)을 통해 ROC를 정하고 가능성을 체크한 다음, 체계개발(FSD) 단계로 넘어간다”며 “최근 방사청은 2년간 200억을 투입하는 ‘예비 체계개발(Pre-EMD·Preliminary 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Development)’이라는 단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청이 KFX 사업을 죽일 수는 없고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된 KAI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벌기용 궁여지책을 쓴 것 같다”며 “공군 입장에서는 2014년 당장 체계개발에 들어가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소위 ‘예비 체계개발’이라는 단계까지 만든다면, 도대체 국산 전투기는 언제 전력화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FMS에 절충교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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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T-50 고등훈련기를 개조해 개발한 경공격기 FA-50. KAI는 FA-50을 개조해 KFX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
K씨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기술로는 KFX 개발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해외 기술 협력을 받아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필요한 기술 협력을 받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또 “얼마 전 ADD와 KAI가 ‘현재 우리의 국산 전투기 개발능력은 89% 정도’라고 하자, KIDA는 ‘개발능력은 50~60%밖에 안 된다’며 서로 다툰 적이 있다”며 “그러나 국산 전투기를 만들려면 어차피 해외 기술의 협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논란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방사청은 기술 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X 사업의 ‘절충교역(off-set)’의 일환으로 KFX 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무상’으로 획득하려고 노력했다. 절충교역은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고가의 군수품을 수입하거나 획득할 경우, 상대 국가에 관련부품 등에 대해 일정금액 이상 구매를 요구하거나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무역 형태다.
언뜻 보면 매우 타당한 방안처럼 보이나, 이 방안은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절충교역을 통해 이전하는 기술들은 모두 무상으로 기술을 이전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리고 FX 사업 본 계약에는 절충교역으로 인한 일체의 비용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FX 사업 입찰경쟁에서 방사청은 KFX 개발에 소요되는 기술이전을 경쟁업체들에 요구했고, 보잉과 EADS는 절충교역으로 여러 가지 눈길을 끄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대외군사판매(FMS) 사업 방식으로 참여한 F-35의 경우에는 계약상대인 미국 정부에서 절충교역 요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은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절충교역 의무는 없지만 입찰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산업협력(industrial cooperation)’ 형식으로 임했다는 것이다.
예비역 공군장성 A씨는 “미국 정부는 첨단무기 판매는 대부분 FMS로 묶어놓고 있기 때문에 절충교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는 F-35를 한국에 인도하는 것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특혜(favor)’를 주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듯 우리와 미국의 인식 차이가 커서 FMS로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며 “미국 정부에 F-35를 납품하는 록히드마틴만 양국 틈바구니에서 몸이 달아 한국에 군사 위성 프로그램과 수십만 쪽에 달하는 F-35A 기술 관련 문서, FX 사업을 지원할 수백 명의 전문 인력 파견 등 수조 원에 달하는 대가를 약속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대부분의 핵심기술 소유권, 기술이전 승인권을 정부가 갖고 있다. 김용호(金容浩) 전 록히드마틴 한국지사장은 “미국 방산업체들은 수리 부문의 노하우는 전해 주더라도 현대산업사회의 ‘권력’인 소프트웨어 기술은 절대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업체들도 땅을 파서 장사하는 것이 아닌데 기본적으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give and take) 정신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FX 공급업체들에 기술이전을 약속하라고 요구하니 만족할 만한 협상결과를 얻기가 처음부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핵심 권한은 미국 정부가 다 갖고 있는데, 경쟁업체들에 기술이전을 요구하면 그들은 ‘미국 정부 승인사항(subject to U.S. government approval)’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난색을 표할 것”이라고 했다.
FX와 KFX 사업 분리해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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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1월 열린 ADEX에서 공군은 한국형 전투기 모델을 선보였다. ADD가 탐색개발을 통해 확정한 C-103 모형이다. |
미국 정부의 FMS 사업 방식을 택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기술 확보가 가능하다면, 과감하게 FX 사업 요구사항에서 분리시켜 ‘상용경쟁 구매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사업예산을 절감하는 조치가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공군의 FX 사업과 KFX 사업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동시에 독립적으로 진행시키면서 관리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상 상대는 F-16과 F-35를 제작해서 해외시장에 팔고 있는 록히드마틴이다. 록히드마틴에 한국 정부가 F-16과 F-35의 중간 성능을 갖는 KFX를 개발해서 한국 공군에서 사용하고 해외시장에도 팔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필요한 기술 협력이 잘 이루어질 것인지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비역 공군 중장 출신의 J씨는 “오히려 불편한 요구가 본 계약의 가격협상에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잠재적 경쟁자가 될 한국에 중형 전투기 제작기술을 넘겨줄 기업이 있겠느냐”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KFX 사업을 위해 우리가 필요한 기술은 유럽 국가들도 보유하고 있고, KFX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미국업체와 제3국 업체 모두를 대상으로 KFX 사업의 기술 협력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을 추진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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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6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형 전투기 시장을 공략 중인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 |
유럽 항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한국 정부가 KFX 사업을 공개경쟁 입찰에 부친다면 EADS, SAAB, IAI, 다소 등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KFX 사업은 21세기 초에 벌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투기 개발 사업이라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록히드마틴과 보잉도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이럴 경우에 절충교역을 통하면 무상으로 받을 수도 있는 것을 공개경쟁으로 확보하면 추가예산이 소요되지 않느냐”고 하자, 그는 “불편한 진실을 생각해 보자”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어느 업체가 비싼 돈 들여서 개발한 기술을 공짜로 줄 것인가. 어딘가에는 그 돈을 포함해서 지불한다고 믿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앞으로 받고 뒤로는 밑지는 장사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으면서 구매자의 권리를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익이 될 것이다.”
그는 “공개경쟁을 통해서 기술을 확보하는 또 다른 장점은 우리 무기체계에 사용하는 기술의 원천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동안 기술원천의 다변화를 위해 국방부와 ADD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까지도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방산물자와 방산기술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천기술의 다변화는 계속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펜 전투기의 ‘틈새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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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135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고 있는 F-16 전투기. |
고등훈련기 T-50을 제작한 경험만 가진 한국이 두 단계를 ‘월반’해 ‘중형 프리미엄’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비전을 세운 것이다. 한국이 중형 프리미엄 전투기 개발로 기울어진 것은 공군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다. 공군은 2020년쯤 현재 전체 전투기 수의 60%를 차지하는 F-4와 F-5가 수명이 다해 도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후속기로 중형 프리미엄급의 성능을 가진 KFX 전투기 개발을 강력하게 희망해 왔다.
ADD도 KFX 개발에 적극 찬성했으나, ADD와 공군의 주장에 대립각을 세운 것이 KAI다. KAI는 “중형 전투기인 KFX 개발에는 6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하지만 T-50을 개조개량한 소형 전투기 FA-50을 개발하는 데는 2조원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FA-50으로 도태하는 소형 전투기를 대체하고, 후진국에 수출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2007년 KDI는 “KFX 개발에 공군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10조~11조원이 들어가고, KFX 개발이 불러올 효과도 미미하다”며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ADD는 굴하지 않고 KFX 사업 추진을 주장했고, 공군은 공군대로 맞장구를 쳤다.
KFX 논란이 재현되자, 정부(방사청)는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연구소는 “5조원 정도면 중형 프리미엄급 KFX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KAI도 비슷한 시기에 5조원 정도면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개발예산에 대한 이견이 사라졌다.
전투기의 크기와 성능은 엔진에 의해 결정된다. 엔진이 크면 전투기도 커져 많은 장비와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것이다. 최신형 F-16E/F는 이륙중량이 4만6000여 파운드,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5만2000여 파운드다. KFX의 예상 최대 이륙중량은 5만 파운드 안팎이다. 이러한 힘을 내기 위해 ‘쌍발엔진’이 필요한데,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들어가는 EJ-200엔진을 제작하는 유로제트사(社)가 엔진을 개발해 주겠다고 나섰다. 즉 KFX의 외양과 장비는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비슷하나 크기만 약간 작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KFX 찬성론자들은 “전투기 개발 경험이 없는 한국이 어떻게 KFX 사업으로 개발한 전투기를 해외시장에 수출할 것인가”에 대해 “이 전투기를 한국 공군에 260여 대를 납품하고 외국에 수출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AI의 한 관계자는 “현존 최고의 베스트셀러 기종인 F-16은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최신형 F-16E/F의 경우 가격이 대당 6000만 달러까지 내려왔고, 최근 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7500만 달러 정도”라며 “인건비가 저렴하고 전자기술이 발달한 한국이 전투기 제작에 나선다면 KFX의 대당 가격을 5000만 달러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도 가격이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해 2020년대 130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중형 전투기 시장에서 300~500대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가 F-16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틈새 전략’을 펼쳐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FX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KFX 사업에는 개발비 5조원과는 별도로 생산비 25조원가량(500여 대 생산 기준)이 들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KFX 사업은 세계 최대의 전투기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중형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소수라고 한다. KFX 개발이 성공하면 한국은 단박에 ‘톱5’의 항공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전직 공군참모총장 L씨는 “KFX 사업을 위한 해외 기술 협력은 FX 사업과 연계시키지 말고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소요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과거의 무기도입 사업에 따른 무기개발 사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기술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홍영기
(201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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