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誌上中繼] 千英宇 전 외교안보수석의 ‘黑字 통일론’ : 월간조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고 또 우리 사회의 중심을 잡으시는 주력(主力)들이 이렇게 많이 계시는 데서 제가 말씀드리게 됨을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지난 2월 25일 대통령 임기 종료와 함께 35년 반의 공직(公職)생활을 마치고 속된 말로 백수죠.

제가 은퇴해서 하는 일은 한반도미래포럼이라는 것을 하나 만들어서 앞으로 북한에서 발생할 여러 가지 상황, 북한이 붕괴한다든지, 급변하는 사태가 생긴다든지 할 때, 우리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어떤 결정을 해야 되고, 어떻게 통일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이런 전략 이런 걸 논의하는 것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런 것은 사실 정부가 해야 될 일이고 제가 사실 안보수석 할 때 다 해놔야 할 일인데, 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그렇게 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날그날 일어난 일 처리하기에 바빠가지고, 또 내 임기 중에 일어나겠나 싶어가지고. 제가 그만두고 나서 ‘현직에 있을 때 못 한 것 숙제나 좀 해야 되겠구나, 그런 것을 해서 앞으로 정부에 뭐 건의를 한다든지 해서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을 때 좀 허둥지둥하지 않고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제가 할 수 있으면 그것이 제일 보람 있는 일이겠다’ 싶어서 그런 것을 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爆沈 때 북한에 弱點 보여

지난 11월 6일 프레스센터에서 강연하는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천안함 폭침(爆沈) 때는 제가 외교부 제2차관으로서 이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 가지고 가서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주도하는 일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 반대를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가져가 봐야 소용없고, 이런 일의 본질은 우리의 대북(對北)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안보리가 북한 한번 야단친다고 해서 효과가 없다. 군사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응하는 응징을 해야 되지 그런 거 할 때마다 의장 성명을 채택한다면 북한이 안심하고 도발하지 않을까.”

그때는 제가 차관이었기 때문에 국가안보회의에 들어가는 멤버도 아니고 해서 장관께는 그런 식으로 건의도 하고 했습니다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도발을 해도 야단 한번 맞으면 끝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연평도 포격을 일으켰을지 모릅니다.

동북아의 지정학은, 임진왜란(壬辰倭亂) 이후 청일(淸日)전쟁 이전까지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그 후에 바뀐 것은 미국이라는 하나의 외세(外勢), 즉 동아시아 밖에 있는 강대국이 2차 대전과 6·25를 통하여 이 지역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등장한 점입니다.

동아시아 내부만 본다면 여기가 유럽이나 딴 데 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뭐냐 하면, 힘의 배분이 비(非)대칭적이란 점입니다. 중국이라는 초(超)강대국이 있고 그 나머지 나라들은 인구, 면적, 경제력 등 국력(國力)이 중국하고는 정상적으로는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의 질서라는 것은 중국 중심의 일방주의(一方主義)거든요. 요즘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서 중국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을 보고 제가 가끔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당신들의 일방주의 체제하에서 눈치 보면서 살아왔는데 당신들이 미국을 비판하는 것 보니까 조금 그렇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戰略的公示地價 제일 높은 한반도

중국이 아주 허약하고 주변국이 강성해질 때는 싸워서 이길 수가 있습니다. 일본이 임진왜란 때 중국하고 싸워서 그 여파로 명(明)나라가 멸망하고 수(隋)나라가 을지문덕(乙支文德) 장군한테 몇 번 당하고 나서 망하고, 이런 일시적인 일은 있어도 그것이 지속 가능한 일일 수가 없습니다. 일본이 지난 백수십 년 동안 중국보다 근대화를 먼저 하여 중국과 대적(對敵)할 수 있는 힘을 길렀지만 긴 동아시아 역사에서 본다면 예외에 속하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중국하고 주종(主從)관계를 맺고 중국이 지배하는 동아시아 질서 관계 속에서 순응하는 방식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였던 것은 비굴해서가 아니고 지정학적인 여건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한반도가 또 동아시아의 지정학에서 제일가는 전략적인 요충이지 않습니까? 전략적 공시지가(公示地價)가 제일 높은 데가 한반도입니다. 한반도에서 누가 영향력을 많이 가지느냐에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누가 강자(强者)가 되느냐가 결정되거든요.

한반도가 지금 휴전선으로 분단된 것도 가만히 보면 미국하고 소련하고 얄타에서 어떻게 한 것도 있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판도의 경계선이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지정학적 성격으로 해서 한국이 약할 때는 우리만 망하는 것이 아니고 이웃 나라끼리도 한반도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놓고 싸우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군 이래 우리 국력(國力)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스스로 우리 운명을 관리하고 개척할 수 있는 경우가 몇 번 없었을 겁니다. 지금은 우리가 국력을 어디에다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동아시아 전체의 세력판도와 역사가 달라질 수 있는 그런 전환기에 와 있다고 봅니다.

외교와 국방이 대한민국만큼 국가생존에 중요한 나라가 별로 없는데, 대한민국만큼 그렇게 당하고도 외교·국방을 소홀히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외교안보수석을 2년 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戰作權 전환 연기에 반대하는 이유

외교안보수석이고 국방장관이고 대통령이 뭐 한다고 해도 쉽게 되는 일이 아니더군요. 아직도 우리가 국방이나 외교에 돈 쓴다고 하면 예산편성 단계부터, 별로 표가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힘을 못 받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세 번 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그래도 킬 체인(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사용하려는 징후가 포착되면 이를 사전에 억제·무력화하기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탐지·추적·타격하는 일련의 방위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2020년도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정신이 있는 사람들 이야기냐 말입니다. 어디 가서 빌려서라도 갖다 쓰든지 외상으로라도 가져다 놔야지 느긋하게 있는데 앞으로 7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떡할 거냔 말이죠. 지금 미국한테 전작권(戰作權)을 미뤄놔 놓고 복지예산에 먼저 돈을 쓰자고 합니다.

사실 여기 계시는 분들과는 생각이 좀 다른데 난 전작권 전환 연기에 반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미(韓美)연합 지휘체제만큼 효과적인 체제가 없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전환 시기를 연기해 놓으면 우리가 갖추어야 할 국방예산, 예컨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예산을 써야 하는데 아무리 국회에 가서 호소하고 예산실에 가서 호소해도 돈을 안 줍니다. 우선 미국이 잘 지켜주니까 안심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킨다는 정신자세, 우리 안보에 대한 주인의식, 책임의식, 이게 지휘체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휘체계는 전작권 전환을 해도 지금하고 거의 차이 없이 한미양군(兩軍)을 지휘할 수 있도록 제가 안보수석을 할 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 합참의장이 작전을 지휘하고 미군 사령관은 말하자면 한미연합 부사령관 자격으로 우리 합참의 지휘통제실에 와서 우리 합참의장이 하는 것을 보면서 지휘하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누가 최고 지휘 책임을 지느냐 하는 것만 달라지는 것이지 실제로 미군이 지휘하는 것이나 우리가 지휘하는 것이나 대차(大差) 없이 효율적으로 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또 3년, 5년, 연기를 해놓으면 제일 걱정되는 것이 국방투자가 또 늦어지겠구나 하는 겁니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다간 망하는 수가 있다

동북아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아무리 동맹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가장 급박한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을 못 갖추면 결국 우리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나라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가 전쟁터를 제공해 준 불행한 역사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동북아의 지정학 판도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끔 비분강개(悲憤慷慨)하고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 안위(安危)가 걸린 외교안보 정책이라는 것은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는 망하는 수가 있습니다. 냉철한 머리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큰 흐름은 뭐냐 하면 중국의 부상(浮上)과 일본의 쇠퇴입니다. 안보상황이 불확실하고 어려운 것은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고 재편되는 과정에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본한테 워낙 많은 서러움을 당하고 하다 보니까 일본이 기울어지면 좋은 걸로 생각하고 중국이 부상하면 좋은 걸로 생각하는데, 이런 세력 균형 파괴가 전략적 불안정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역내(域內)의 미국·중국·일본 등 큰 나라들 간에 군비(軍備)경쟁, 전략적인 경쟁, 쉽게 말하면 기(氣)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럽 역사에서 보더라도 큰 전쟁은 기존의 세력 균형이 변경될 때 현상유지 세력과 현상변경 세력 간의 충돌로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베트남의 슬기

쇠퇴하는 일본의 자존심, 그리고 흥기(興起)하는 중국의 오만, 이것이 충돌할 때는 위험합니다. 지금 한일 간에 티격태격 싸우는 거는 우방국들 간에 서로 좀 맘이 상해서 그런 거고요, 이것은 안보 이해(利害)관계가 충돌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중국·일본 간에는 안보적 이해관계가 충돌합니다. 쇠퇴하는 세력은 상당한 불안감, 심지어 불필요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중국은 여태까지는 조용히 지내면서 힘을 안 보이고 ‘화평굴기(和平崛起)’한다고 했다가도 급할 때는 본색이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우린 아무리 강대국이 된다고 해도 주변국을 위협하는 세력이 안 되고 우리는 평화로운 대국(大國)이 된다’고 했다가 센카쿠(尖閣)든 난사(南沙)군도든 충돌이 벌어지면 이땐 ‘내 말 안 들으면 힘으로 어떻게 하겠다’ 하는 이런 의지를 은연중에 내비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동아시아,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도, 심지어 미국하고 전쟁했던 베트남까지도 ‘앞으로 중국이 하는 것 보니까 불길하다, 앞으로도 걱정이 된다, 미국하고 안보협력을 해야겠다’ 해서 미국 군함이 베트남에 들어가고 하는 것을 보면 베트남도 굉장히 약은 사람들입니다. 미국하고 싸우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죽었는데 미국하고 군사협력하고 싶겠습니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옛날이야기 가지고 해봤자 소용없고 앞으로 제일 위협은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미국과는 더 가깝게 지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베트남입니다.

중국이 우리한테 잘해 주지만…

한국과 중국은 2010년 5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중FTA 산관학 공동연구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국정상이 협정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과 중국이 충돌이 벌어지면 동북아의 전략적 지형(地形)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일본이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개헌(改憲)해서 정상적인 국가가 되겠다고 해도 제가 볼 땐 불가능합니다. 중의원(衆議院)·참의원(參議院)에서 3분의 2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일본에서 인기 있는 지도자가 나와서 선거를 하더라도 개헌까지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하루아침에 불가능한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센카쿠에서 중일(中日) 간에 충돌이 일어날 때입니다. 물론 제정신으로는 충돌을 안 일으킬 것입니다. 서로 기싸움 하고 위협만 하고 이럽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의 행태를 보면 중국군을 중국공산당의 지도부가 통제를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궁금합니다. 후진타오(胡錦濤) 때는 외교라인과 국방라인 간에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군(軍)이 하는 일을 주석(主席)이 통제 못 하는 일도 여러 번 일어났었거든요. 지금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들어와서 군을 확실히 장악했다고 그러지만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국으로서도 내부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데 일본하고 한판 큰 위기가 일어나면 내부적인 적(敵)을 컨트롤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중국 국내사정이 어려울 때 일본하고 센카쿠 같은 데서 한번 충돌하고 싶은 그 유혹, 그 충동 그것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위험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중국에 갈 때도 보면,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때도 그랬는데 중국이 우리한테 잘해 줍니다. 우리가 북한이 도발하는 것을 왜 못 막느냐 불평하면 “특사(特使)를 보내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북한 사람들이 정말 말을 안 듣고 우리도 속상하다”고 설명하고 변명하듯이 합니다. 중국은 한국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중(韓中)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뭐 대단하게 보겠느냐’고 하겠지만 왜 중요하냐 하면 중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 주도의 중국 포위 전략을 어떻게 깨느냐’인데 일본은 어떻게 해도 미국으로부터 떼놓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은 가만히 보면 이게 좀 공을 많이 들이고 간을 빼줄 것같이 보이면 감동도 잘하고, ‘중국이 우리 친구구나’ 하면서 잘 속기도 하고 하니, 한국만 한미일(韓美日) 삼각(三角)협력 체제에서 중국 측으로 조금만 끌어들이면 중국의 제일 중요한 외교안보 정책 중 하나는 해결이 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한중FTA를 하자고 나옵니다. 일본하고 FTA 협상을 하면 순(純) 경제적인 것만 가지고 하기 때문에 숨이 콱콱 막힙니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하고 FTA를 손해 보더라도 하겠다, 그래서 한국을 확실히 우리 쪽(중국)으로 끌어들여야겠다’ 하는 정책적 의지가 있기 때문에 밑에서 아무리 까다롭게 굴더라도 위로 올라가면 ‘무조건 한번 해보라’ 합니다. ‘FTA를 하든 뭘 하든 한국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한국만 확실히 잡아가지고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서 한국만 빼내면 우리(중국)는 산다’고 중국은 생각합니다.

우리가 뭐 저기 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나라 같으면 중국이 그렇게 공들일 이유가 없죠. 그런데 우리가 제일 요충지(要衝地)에 있으니까 그런 겁니다. 중국의 외교정책에서 동북아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에 그들의 안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안보를 중국에 신세지겠다는 자세는 禍 불러

우리가 조선시대에 중국에 조공(朝貢) 바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옛날에 조공을 바쳐야 했던 그런 대국이 요즘은 우리한테 잘해 주니까 ‘중국은 우리 우방이고, 일본은 완전히 이거 적이다’ 하는 이런 인식이 지금 확산되고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안보전략적 차원에서는 그 사람들이 잘해 준다고 해서 홀딱 넘어가선 안 되고 우리 이해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냐를 잘 봐야 합니다. 일본은 아무리 미워도 안보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일본만큼 완전히 일치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중국하고는 경제적 이해관계는 상당히 깊지만 안보 이해관계는 우리와 상반되는 것 아닙니까? 중국한테 좋은 거는 우리한테 나쁜 거고요 중국한테 나쁜 거는 우리한테 좋은 겁니다. 이 지역에서 우리의 생존과 이해관계가 걸린 안보문제에 대하여 중국이 싫어하면 어떡하나 하는 사람을 보면 제일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중국이 싫어하는 것은 우리한테 좋은 것인데 안보가 어디 자선사업 하는 겁니까? 우리를 지키려는 일인데. 중국한테 조공 바치던 멘털리티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안보문제를 놓고 중국한테 신세지려고 했다가는 큰 화(禍)를 입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美·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妄想

우리 안보정책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강대국 사이에서 이런 전략 요충지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로서 제일 좋은 보험(保險)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할 때 흐리멍덩한 보험 여러 개 있는 것보다는 확실한 보험 하나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가까이에 있는 나라는 한반도에 깊은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심(私心)이 없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가장 확실한 보험을 들 수 있는 데가 미국 아닙니까?

한미동맹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존보험으로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중국이 겁이 나서 우리가 미국하고 관계를 약화(弱化)시키고 지금 중국이 하도 잘해 주니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그저 하나 고르면 된다, 꽃놀이패다’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중국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거든요. 우리가 지금 촌수(寸數)를 헷갈려가지고 ‘중국이 촌수가 제일 가깝고, 일본이 좀 멀고, 미국은 촌수가 몇 촌인지 모르겠다’ 하는 이런 사람들이 최근에 좀 많이 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또 한 가지 과제는 동아시아에서 우리의 독자적인 활동 공간을 확보하는 겁니다. 동맹(同盟)은 어떻게 보면 행동의 자유를 속박하는 측면도 있지만, 거기에 완전히 속박되지 않으면서 행동의 자유의 폭을 넓히는 겁니다. 옛날하고 달라진 것이 뭐냐 하면 우리가 힘이 있다는 겁니다. 일본하고 한국 둘의 힘을 합쳐서는 안 되지만 미국이 이 지역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미국·한국·일본이 합치면 결국 중국의 힘이 아무리 강해져도 카운터 밸런스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안 그러면 우리는 동맹 속에 갇혀 있든지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거든요.

집단적 자위권 가져야 일본이 北미사일 요격 가능

일본 이지스구축함 ‘공고’에서 SM-3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괌 등 미군기지로 향하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이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우리 안보전략에 어떤 해(害)가 되고 득(得)이 되는지 이것을 잘 보고 판단해야 됩니다.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것이 뭐냐 하면 말이죠, 유엔헌장에 다 나와 있고,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인정한 거고요, 모든 동맹조약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유엔헌장은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집단적, 개별적 자위권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유엔에 가입할 때는 유엔헌장의 정신과 거기에 있는 모든 조항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유엔에 가입한 거거든요. 그런데 국제법상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에 있는데 일본은 왜 행사 안 하겠다고 했느냐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미일(美日)동맹조약 체결한 이후에 집단적 자위권은 권리라기보다 의무입니다. 국제법상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이 있는데 일본의 내각법제국이 “우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 안 한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평화헌법에 안 맞다” 이렇게 해석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베 정부는 개헌을 하지 않고 이 해석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냐 하면 남을 도우려고 하는 것이지 남한테 해를 주려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일은 없습니다. 도우려고 하는 것은 우방국이나 동맹국을 도우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미국을 돕든지 한국을 돕든지인데, 우리가 싫다고 하는데 도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북한이 괌이나 오키나와 미군기지에다가 핵무기로 공격을 한다, 미사일로 공격을 한다, 그러면 일본은 중간에서 이를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함이 여러 척 있습니다. 괌하고 우리 남해 사이에 일본 이지스함이 있으면 미군기지에 가는 북한 미사일을 중간에서 다 격추를 할 수 있거든요. 집단적 자위권이 있어야 격추를 할 수 있지 집단적 자위권이 없으면 미군기지가 모두 다 공격당해서 한국에 날아올 미군기가 다 부서져도 일본은 도울 수가 없습니다.

미국이 “우리는 지금 거기까지 배치할 이지스함이 없다. 당신들이 이지스함이 있으니까 그거 가지고 북한 미사일을 좀 막아달라”고 해도 일본이 “우리는 하고 싶어 죽겠는데 집단적 자위권이 없어서 격추는 할 수 없고 지나가면 지나갔다고 알려주기는 하겠다”, 지금은 이것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어떤 문제냐. 일본에는 미군의 7개의 후방기지가 있지 않습니까?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는 주한미군사령관, 즉 유엔군사령관 관할하에 있습니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 전쟁 물자를 일본에 있는 기지에다가 비축(備蓄)을 해놨거든요. 미군의 공군력이 주한미군에는 얼마 안 되고요 괌이든지 오키나와든지 이런 데서 날아와야 하는데 거기 군사기지는 다 우리의 후방기지로 간주해야 합니다. 북한이 일본에 있는 우리의 후방기지를 공격하는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일본이 할 수가 없으면 미군은 그냥 맞는 수밖에 없습니다. 요격을 못 하면 그냥 맞는 거예요. 우리가 일본에 북한 미사일 요격 좀 해달라고 하려면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가져야 하는 겁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우리에게 害가 될 상황은 없다

우리가 예를 들어서 울산 석유화학 단지나 부산항이 유사시에 항구가 봉쇄되는 일이 생기면, 전쟁수행 능력에 큰 지장을 받게 됩니다. 우리 이지스함에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도 없고 이지스함이 몇 척 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요격 미사일을 구매해서 우리 이지스함에 배치할 때까지 “미안하지만 일본 자위대 함정 서너 척을 보내줘가지고 북한 대포동에서 울산이나 포항이나 부산이나 이쪽으로 쏘는 미사일이, 거기에 핵이 실렸는지 재래식 미사일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이 좀 막아달라”고 하면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이 없어서 우린 안 됩니다” 이렇게 하겠죠. 집단적 자위권이 있어야 급할 때 일본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요청도 안 했는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거는 우리가 전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남을 위해서 도와주는 일인데 생색도 안 나고 부탁도 안 했는데 도와줄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알카에다의 공격을 받아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우리보고 군대 좀 보내달라고 해도 전투부대도 안 보내고 공사하는 이런 부대만 가서 혹시 나가면 다칠까 싶어서 부대 안에만 있다 오지 않았습니까?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우리가 제발 도와달라고 한다고 해도 자기들이 그거 했다가 북한으로부터 공격받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잘 해주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우리한테 해로운 방법으로 행사될 일이 없고, 이것은 우리를 도울 일 외에는 행사될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고요.

우리에게 미사일 방어망이 있기나 한가?

주한미군이 운용 중인 패트리엇 미사일. 미국이 한국에 MD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자체방위를 위한 미사일방어체제를 갖추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사일 방어망(MD)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미국 MD시스템에 편입이 되냐 안 되냐 이런 논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를 지킬 미사일 방어망도 없는데 어떻게 미국 미사일망에 들어간단 말입니까? 미군은 주한미군이 3만명밖에 없지만 주한미군을 지킬 미사일 방어망이, 즉 최신 PAC-3미사일이 다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3만명이 있는 미군기지를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엄청난 돈을 들여가지고 미사일 방어망을 만들어 북한에서 아무리 미사일을 쏘더라도 중간에서 다 막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5000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정부청사고 국방부고 다 서울에 있는데 미사일 방어망을 만들 생각도 안 하고 한가하게 2020년 이야기하고 있단 말입니다. 북한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는데, 미국이 하도 기가 막히니까 “당신들 지킬 미사일 방어망 제대로 만들어라”, 이 이야기지, 우리가 미국으로 갖고 들어갈 미사일 방어망이 어디 있습니까? “스스로 지킬 노력을 한국도 좀 해라, 우리한테만 기대지 말고”, 이런 이야기입니다.

북의 핵미사일을 막으려면 미국의 데이터 정보망하고 우리 MD정보망이 링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왜 필요하냐 하면 우리 레이더 가지고는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고 한참 지나야 탐지가 됩니다. 발사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인공위성도 없고, 고(高)고도 정찰기 가지고 온다 하지만 옆에서 비스듬히 봐가지고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요. 북한 기지 위에서 봐야 발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발사 전에 탐지하는 것은 인공위성밖에 없습니다. 직각으로 위에서 딱 내려다보니까. 옆에서 비스듬히 봐가지고는 사각(斜角) 때문에 미사일 발사 후 한참 올라가야 우리 레이더에 탐지가 되고 우리 조기(早期)경보기에 탐지가 되지 그 전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하고 너무 종심(縱深)이 짧아서 미사일 방어망 만들어봐야 소용이 없다, 그거 뭐 몇 분이면 넘어오는데 언제 막느냐” 그러는데, 좀 무식하면서 아는 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미국 인공위성 데이터망과 링크는 되어야

북한 미사일이 노동이건 스커드건 대부분 액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발사하기 30분 전에 지하갱도(地下坑道)에서 꺼내가지고 우선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어야 합니다. 미국 위성은 발사하기 한 30분 전부터 다 압니다. 지금 몇 대가 나와서 기름을 넣고 있다, 그러면 우리 MD정보망에서 다 들여다보고 있어야 ‘북한이 지금 어느 미사일 기지에서 어떤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구나, 그쪽에서 날아오면 우리한테 어디로 온다’ 해서 딱 고도를 세워가지고 보고 있다가 인공위성에서 발사했다고 알려주면 안 놓치고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데이터망과 링크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야 발사되고 나서 한참 지나야 우리 레이더망에 잡혀서 그때 가서 쏘려고 하면 놓칠 수가 있거든요. 종심이 짧아서 5~6분 내에 다 오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위성정보망이 우리 MD시스템에 편입되는 거다”,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 시스템에 우리 시스템이 편입되는 것이 아니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미국 MD에 편입되느냐 안 되느냐는 이슈가 아닙니다.

우리 군도 ‘미국 MD에 편입되는 것보다는 북한 미사일에 맞아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 속에서 자꾸 이야기해요. ‘우리는 죽어도 미국 MD에 안 들어간다’ 이 이야기밖에 안 합니다. MD에 들어가라고 미국이 요청할 일도 없고, 들어가는 일을 검토하고 결정할 일도 없는데 미국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거기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만든 프레임 속에 들어가서 이야기하니까 아무리 이야기해도 보수신문조차 미국 MD시스템에 편입하는 대가(代價)로 전작권 전환 연기를 어떻게 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스토리를 쓰고 있거든요. 여기에 계시는 분들만큼은 무슨 소리인지 알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북한이 지불할 보험료를 높여야

제가 북핵(北核)문제 6자회담 수석대표를 2년 정도 했으니까 ‘북핵문제 저것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 궁금하시겠죠. 지난 20년 동안 우리 외교안보 정책에서 제일 골칫거리인데, 제가 어떻게 보면 ‘실패한 협상가’이기 때문에 어디 가서 북핵 이야기 하면 좀 남세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아무도 성공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제가 좀 덜 창피스럽기는 하지만요. 많은 사람이 “북한은 핵을 내놓을 리가 없다, 헛일이다, 앞으로 차라리 핵을 더 안 만들게나 하는 것이 낫지 않으냐” 하는 이런 사람이 있으면, 외국 학자들 중에 가끔 그런 소리를 하면 제가 가만두지를 않습니다.

우리가 전략적 공식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비핵화(非核化)가 안 되는 겁니다. 북한은 ‘핵만 있으면 아무리 미국이든 어느 나라든 업신여기지 못하고 함부로 우릴 짓밟지 못한다, 이것만 있으면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맹물 마셔도 핵만 있으면 우린 살길이 생긴다’, 이런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

그 생존 보험료를 북한이 비싸게 내지 않고 있습니다. 보험료가 싸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지 우리가 보험료를 한 열 배 정도 올릴 생각하면 북한이 ‘핵이 참 좋긴 좋은데 보험료가 비싸서,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우리는 핵 한번 써보기 전에 망하겠구나’ 그렇게 계산을 하도록 우리가 고쳐주어야 하거든요.

지금까지 식의 6者회담은 안 된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시절 2년 동안 6자회담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2007년 11월 29일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만나 악수를 나누는 천 전 수석.

그런데 이란은 개발한다고 한 적도 없고 핵실험한 적도 없거든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자기들 원자력발전소에 쓸 연료를 만들기 위해서 돌린다고 하고 있는데 이런 이란에 대해서는 핵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석유·가스 수출 다 제재(制裁) 대상입니다. 민수용(民需用) 돈벌이할 수 있는 것은 다 막아놨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세 번 했는데도 무기수출하는 것만 막고 있는 거밖에 없고 민간 거래는 거의 놓아두고 있습니다. 무기수출은 비밀리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북한 짐을 전수(全數) 조사를 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북한의 무기수출, 큰 시장은 미얀마이고 시리아는 수입하기가 지금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북한의 현금 수입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그것 다 막힌다 하더라도 전체 외화 수입에서 20%도 안 됩니다.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재개되더라도 북한에 대한 제재는 지금 수준으로 해선 아무리 해봐야 6자회담은 말장난하는 것밖에 안 되고 다음 핵실험할 때까지 시간 끄는 장소로 북한한테 이용당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제재만 가지고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은 못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은 제재를 해야 북한의 전략적 계산의 공식을 바꿀 수 있고 그래야 협상이 됩니다. 지금 제재 가지고는 기왕 지금까지 버텼는데 버텨보자 이렇게 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지난번 3차 핵실험을 했을 때 우리가 유엔 안보리에 미국을 통해서 낸 안(案)에는 어떤 게 들어가 있었느냐 하면 ‘북한에 갔다 온 모든 배는 중국 배든 어느 나라 배든 간에 6개월 이내는 어느 나라 항구에도 못 들어온다, 그리고 북한 화물을 싣고 다니는 배든 트럭이든 모든 북한 화물은 무조건 검색을 한다’는 것을 넣어 놓았거든요. 중국이 반대해서 결국 채택이 안 되었습니다.

지금 중국이 북한의 안정보다 비핵화가 더 중요하다 이런 소리 하지만 그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이 행동을 하나도 보여주는 것이 없습니다. 정말 행동으로 보여주려 한다면 북한이 핵을 내놓든지 정권을 내놓든지 하도록 중국이 강도 높은 제재를 해야 합니다.

금융제재는 아무리 해봐야 제3자 이름으로 가명(假名)으로 차명(借名)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그것을 찾아내려면 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잡아내기 힘듭니다. 그러나 화물 운송하는 것은 다 보입니다. 모든 배는 주인이 누구고 선적(船籍)이 어디이고 다 압니다. 재미있는 거는 몽골은 바다도 없는데 몽골에 등록해서 몽골 깃발 달고 다니는 북한 배가 많습니다. 부산항에 북한 화물을 싣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장치가 없습니다. 북한 배는 못 들어오지만 제3국 배가 북한 화물을 싣고 들어왔다가 검수(檢受)로 잡힌 것만 몇 건이 됩니다. 우리가 북한 해운활동에 제대로 된 제재를 가할 각오가 되어 있으면 그걸 중국이고 미국이고 다 손을 잡고 할 수 있으면 저는 아직도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란 핵무장을 막기 위해 한 노력만큼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면 저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통일 빨리 해야 비용 적게 들어

2009년 5월 인천항에 들어온 북한 화물선. 대북 해운제재는 북한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제재이다.

앞으로 동북아 전략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변수가 한반도 통일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일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시간 끈다고 그럼 통일을 안 할 것이냐? 통일할 것 같으면 빨리 할수록 돈이 적게 들어갑니다.

기업합병 하는 M&A전문가들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맡겨보십시오. 다들 흑자(黑字)라 그럽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초우량(超優良) 대기업하고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주식회사도 아니고 개인회사죠, 부실 중소기업하고 합병을 하는데 거기 있는 종업원 2500만명 밥 안 굶기고 먹여 살리는 것이 합병 조건입니다. 대신 해고를 못 합니다.

북한이라는 회사가 현금이 다 떨어져서 파산(破産)을 했지만 빚이 없단 말입니다. 외채(外債)가 없습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없습니다. 신용이 없으니까. 그래서 부채(負債)가 없습니다.

그런데 통일은 북한이라는 엄청난 부동산, 즉 우리의 대한민국보다 더 큰 국유지(國有地)를 확보하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지금 땅이 없어가지고 베트남이고 중국이고 스리랑카고 온 천지에 나가서 우리 기업들이 투자하는 것 아닙니까? 북한의 국유지를 개발하면 큰돈이 되는 겁니다. 북한이라는 엄청난 국유지, 저거 완전히 재(再)개발하게 되면 세계 최고의 산업단지로 만들 수 있거든요.

국유지니까 보상금 협의하느라고 십 년씩 끌 필요도 없고, 최루탄 쏠 일도 별로 없고, 환경단체들 가기 전에 NGO들 가기 전에 미리 다 토지이용계획서 등을 만들어놓고 고속도로, 고속철도, 공항, 발전소 등 부지를 다 미리 지정해 놓고 통일이 되면 바로 그 다음 날부터 공사를 시작할 각오를 가지고 해야죠.

한 20년 동안 집중적으로 북한 재개발을 했을 때, 우리가 재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돈하고 그 사이에 북한 자산가치 올라간 것하고 비교해 본다 이겁니다. 아무 쓸데없는 땅이 세계에서 가장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공업단지로 바뀌는데 북한의 자산가치가 폭등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흑자통일이 되는 것입니다. 남한에선 70~80%가 토지 보상비로 들어가는데 새로운 국유지에 가서 공사하니까 남한에서 하는 것의 한 5분의 1도 안 들고 도로 만들고 다 할 수 있습니다.

통일 기회 놓치면 千秋의 恨

그리고 북한 주민 한 2500만명 먹여 살리는 데 큰돈 안 듭니다. 3대(代)에 걸쳐서 북한이 이루려는 꿈이 이밥에 고깃국 아닙니까? 연간 쌀 200만 톤 수입하면 되거든요. 돈이 한 10억 달러 들어갑니다. 뭐 값이 비쌀 때는 한 12억 달러 들어가고. 고깃국이라는 것이 매끼 안심스테이크를 주는 것이 아니고 삼겹살도 주고 닭고기도 주고 쇠고기도 좀 주고 이렇게 하면요, 한 20억 달러면 북한 사람들 하루 3끼 질리도록 고깃국 먹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북한 사람들이 꿈에도 생각 못 하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닙니까? 여기에 매년 3조원 들어가는 것이거든요. 우리 정부 예산의 1%입니다. 그 정도면 정부가 아니라 어느 재벌기업이 ‘나 혼자 한다’고 해도 다 할 수 있는 수준 아닙니까?

통일하면 우리 세금 더 내야 한다는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가채무가 일본은 GDP의 200%가 넘고 미국도 100%가 넘는데 우리는 지금 40%가 채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통일되더라도 세금 많이 안 거두고 채권을 발행할 여건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다음부터는 북한 재개발해서 나오는 수익, 국유지 임대 수익도 나올 테고 매각 수익도 나올 테고. 그러면 통일비용이 아니라 흑자가 될 것 같거든요.

북한을 많이 안다는 사람들이 통일되면 우리가 망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일부 북한학자들 가만히 보면, 혹시 통일되면 직장 잃을까 싶어서 저런 소리 하나 싶은데 그건 사실이 아닐 겁니다.

그런 말에 절대 현혹되지 말고요, 통일은 우리 민족의 새로운 웅비(雄飛)를 보장하는 하나의 역사적 기회이고, 그런 기회는 100년에 한 번 올지 안 올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하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기회가 올 때 놓치면 ‘천추(千秋)의 한(恨)’이 되고 우리 역사에 죄(罪)를 짓는 것이 되기 때문에요, 여기 계시는 어르신들 살아 계시는 동안에 통일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 북한이 하는 것 봐가지고는 지금 통일준비 잘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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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英宇 전 외교안보수석의 ‘黑字 통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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