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사태와 연평도 사태를 겪은 후 젊은 세대의 보수화 경향 뚜렷
⊙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작은 정부라는 우파 경제철학에 반대 성향
⊙ 온라인 등 영향으로 새로운 문화와 풍조에 대한 거부감 적어
⊙ 정치성향은 무당파가 가장 많고 지지도 수시로 바꿔
⊙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작은 정부라는 우파 경제철학에 반대 성향
⊙ 온라인 등 영향으로 새로운 문화와 풍조에 대한 거부감 적어
⊙ 정치성향은 무당파가 가장 많고 지지도 수시로 바꿔
- 2010년 연평도 포격(왼쪽)과 2002년 9·11 테러(오른쪽)는 한미 양국에서 안보를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켰다.
2010년 11월 23일 14시34분, 북한은 사상 초유의 도발을 감행했다. 170여 발의 포탄을 총면적 7.01km²의 작은 섬, 대연평도에 쏟아 부었다. 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9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42채의 건물을 파괴했다. 통신과 전력 공급을 중단시키는 한편 산불을 일으켰다. 1846년 병오박해(丙午迫害)의 근원지로 한국 기독교사의 일부이기도 한 연평도 성당의 사제관을 반파시켰다. 휴전협정 조인 이후 최초로 감행된 우리 영토에 대한 포격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다.
북한 정권의 민얼굴을 접하게 했다. 이날 북(北)은 야포뿐 아니라 정밀 조준 사격이 안 되는 다연장 로켓까지 동원해서 1700명의 민간인이 거주하는 섬마을을 유린했다. 주민들이 생명을 잃는 것은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포격은 끝내 두 명의 해병대원과 함께 두 명의 60대 건설 노동자의 호흡을 멈추게 했다. “우리 민족끼리 노동자 농민의 천국을 만들자”는 선전이 허구임을 입증했다. 인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수백만 명의 양민을 사지로 몰았던 60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게 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의 한계를 입증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과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러한 행보에 대한 반발 가능성을 과소 평가했다. 전략 공군 기지 인근에 초고층 빌딩을 건설케 하고 국방비 증액 요구를 묵살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여 있던 미국의 대한 지원 능력을 과대 평가한 채 한미 관계를 재건만 하면 대북 억지력이 확보되리라 여겼다. 천안함 폭침 뒤에도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평양 당국은 대통령의 오판을 조롱이라도 하듯 백주에 포문을 열었다.
연평도 사태에서 해병혼(海兵魂)을 확인했다. 오전 사격 훈련이 끝난 뒤 시작된 도발. 자주포 안에 포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적의 사격 위치를 파악할 대포병(對砲兵) 레이더는 먹통이었다. 몇몇 자주포는 기능 장애를 일으켰다. 하지만 대원들은 “해치 닫아! 방독면 착용!”이라는 명령 두 마디와 함께 K9과 한몸이 됐다. 반복된 훈련으로 축적된 근육 기억, 미운정 고운정이 엉켜 쌓인 동료애, 그리고 선배들의 피로 써 내린 부대 전통에 먹칠을 할 수 없다는 오기로 응사를 했다. 적에게 응분의 대가를 지불했다.
무엇보다 포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켰다. 섬을 뒤덮었던 매캐한 화약 내음이 걷히자 우리나라에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정책 선호도를 지닌 청년 세대가 나타났다. ‘연평도 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 신세대는 여러 측면에서 미국 정계와 학계 그리고 언론계의 집중 조명을 받아 온, 흔히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라고 불리는 미국의 신세대인 ‘9·11 세대’와 유사점이 많다. 두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신세대들은 안보, 경제 그리고 사회 정책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함께한다.
안보정책: 강력한 응징 선호
9·11 세대와 연평도 세대는 유사한 안보정책을 선호한다. 온갖 난맥상으로 얼룩졌던 2차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2013년 현재, 대다수의 9·11 세대는 군사력을 사용한 강성 대외정책을 반대한다. 하지만 9·11 테러가 발발한 후 이라크전이 장기화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강력한 안보정책을 지지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TV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지켜본, 여객기를 이용한 자살 테러는 신세대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2001년 9월 11일, 워싱턴 DC 교외에 위치한 국방부와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화염에 휩싸이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 광경을 숨죽이며 목격한 미국의 젊은이들은 응징을 결심했다.
너도 나도 군문(軍門)에 들어섰다. 이로 인해 육·해·공군과 해병대는 9·11 이후 수년 동안 신병 및 장기 복무 신청자 충원 목표를 손쉽게 채울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미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이 2006년 10월 발간한 군 병력 충원 보고서에 따르면, 육군은 2005년까지 장기 복무 희망자 충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해군도 2002년과 2004년, 목표치를 뛰어넘는 수의 신병을 맞아들였다. 공군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에서 2006년 이후 충원목표를 100% 달성했다. 테러와 전쟁의 최선봉에 서야 했던 해병대도 마찬가지였다. 조기 전역 신청자를 찾기 힘들었다. 신병 교육대는 자원 입대자들로 가득했다.
강경한 대외정책을 지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니콜 스펄다(Nicole Speulda) 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가을 현재 이라크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것은 18에서 29세 사이의 청년들이었다. 젊은 세대의 전쟁 지지율은 69%에 달했다. 국민 평균 지지율보다 6%포인트, 65세 이상 응답자들보다는 18%포인트나 높은 수치였다. 지지는 2006년 1월까지 계속됐다. 9·11 세대들은 기성 세대들보다 유엔(UN)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국제 문제 해결을 선호했지만 불의의 공격을 당한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반응도 9·11 세대와 유사했다. 포격은 과거 도발과 달랐다. 청년들은 TV와 인터넷에 올라온 폐쇄회로(CC)TV와 휴대폰 영상을 통해 북(北)의 만행을 두 눈과 귀로 생생히 체험했다. CCTV는 평화롭던 어촌 마을에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광경을 담았다. 휴대폰 영상들은 촌각을 다투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 포탄의 파열음 그리고 불안에 떠는 주민들의 목소리까지 잡아 냈다. 어려서부터 접해 왔던, 한편으로 치우친 북한관이 만들어 낸 ‘북은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그러나 청년 세대는 등을 보이지 않았다. 9·11 세대가 그랬듯이 자원 입대를 했다. 북의 추가 도발과 이에 대한 우리측의 대응으로 추가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특히 해병대의 일원이 되겠다는 연평도 세대가 많았다. ‘포격 이후 해병대는 기피 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었다. 이와 관련, 병무청 현역병 모집 현황에 따르면 해병대는 2011년 현역병 입영자 모집 목표를 전년 1만1805명에서 1만2066명으로 늘렸음에도 입영자 수는 목표치를 초과했다. 이듬해에도 입대 열기는 반복됐다. 해병대는 모병 목표치를 더 늘렸으나 입대자 수는 다시 한번 목표치를 뛰어넘어 1만2686명에 이르렀다.
아울러 강성 대북 정책을 지지했다.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010년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는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20대는 61.2%에 이르렀다. “김정일 체제 유지에 악용될 수 있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는 신세대 응답자도 43.5%나 됐다. 서울대 홍두승 교수의 2013년 학부생 의식조사 결과도 같았다. 조사에 응한 학생 중 약 60%는 북한을 적대 또는 경계 대상으로 여겼다. 32.6%는 대북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늘려야 한다고 답한 학생은 25.1%에 그쳤다. 2009년에 실시된 조사보다 지원에 대한 반대 의견은 늘고 찬성 의견은 줄었다.
경제정책: 정부 역할 중시
미국과 우리나라의 신세대들은 선호하는 경제정책이 맞닿았다. 9·11 테러 이후 약 6년 뒤 터진 글로벌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9·11 세대는 정부를 불신하면서도 경제 문제 해결에 정부가 보다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고대한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청년 세대를 괴롭히던 구직난은 위기 이후 더 악화됐다. UN 통계국(UN Statistics Division)에 따르면 위기 이전 이미 13% 대에 달하던 청년 실업률은 2010년 21%까지 올랐다. 빚 문제도 심각했다. 《USA 투데이》의 집계에 따르면 위기로 인해 대출이 폭증하면서 대학생 8명 중 1명은 5만 달러 이상의 빚을 지게 됐다.
밀레니얼들은 위기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했던 정부를 원망했다. 2008년 대선 출구조사(National Election Studies)에서 1975년에서 1991년 사이에 태어난 유권자들의 53%는 “많은 정부 관료들은 사기꾼 (crooked)”이라고 응답했다.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9·11 세대의 실망은 정치 컨설팅 회사인 거스틴 앤(Gerstein Agne)이 행한 신세대 관련 조사에서도 두드러진다. 조사에 참여한 신세대 가운데 63%는 자신들이 기성 세대보다 정부를 덜 신뢰한다고 답했다. 93%는 정부가 극소수의 특권층과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신세대는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9·11 세대는 연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2012년 퓨리서치센터가 행한 설문조사에서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응답자 가운데 59%는 정부가 보다 많은 역할을 할 것을 바랐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높은 비율이다. 중도 좌파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조사에서도 신세대들은 정부의 역할 증대를 요구했다. 10명 중 7명 꼴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평도 세대 역시 유사한 시각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여파로 제2의 외환 위기 발발 가능성에 떨어야 했던 우리나라 국민들. 청년들의 고통과 좌절은 유독 심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07년만 해도 7.2%였던 청년 실업률은 2013년 2월에는 9.1%까지 치솟았다. 2007년 세계 1위에 오른 대학 취학률은 양날의 칼이었다. 입학의 기쁨도 잠시,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고가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빈부 격차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이러한 고난의 경험은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고난을 외면하는 정부를 불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게 했다.
이와 관련, 2008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월드퍼블릭오피니언 (World Public Opinion)이 동아시아연구원과 경향신문과 함께 실시한 국제 인권의식 조사에서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20대는 8.5%에 불과했다. 30대보다는 현격히 높았지만 “28.4%가 정부를 믿는다”고 답했던 50대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치였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2013년 2월 공개한 ‘세대간 소통 및 화합 방안 마련을 위한 조사 연구’의 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연평도 세대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약 36%에 머물렀다. 30대나 40대보다는 다소 높았지만 각각 46.1%와 46.4%가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50대와 60대보다는 크게 낮았다.
동시에 청년층은 경제 문제 해결에 정부가 보다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다. 특히 보다 많은 복지에 목말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2년 3월 발표한 국민 복지의식 조사는 이러한 신세대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20대는 41.9%가 “복지 수준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30대에 이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정책 수요 조사 및 정책 방안’의 내용도 같았다. 복지 수준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67.6%의 젊은이들은 “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가장 부정적으로 답을 한 30대와 1%포인트 차이였다. 유사한 견해를 밝힌 40대, 50대, 60대, 그리고 70대 응답자는 각각 67.3%, 61.3%, 46.8%, 그리고 35.5%에 머물렀다.
사회정책: 동성애 등에 거부감 적어
9·11 세대와 연평도 세대는 사회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유사하다. 어려서부터 온라인 문화를 접한 미국의 신세대는 새로운 문화와 풍습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 타인의 개성과 취향에 대해 관대하다. 그렇기에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기성 세대와 견해를 같이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른 세대보다 개방적이다. 낙태에 대한 청년층의 시각은 그들의 부모들과 같다. 2011년 5월 갤럽조사에서 18세에서 34세 사이 응답자 중 59%는 낙태 전면 허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장년층보다 약 5%포인트, 중년층보다 불과 1%포인트 많은 수치다. 하지만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 사이의 견해차가 크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대마초 합법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퀴니피악대(大)의 2012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찬성하는 여론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신세대의 우호적 견해가 두드러졌다. 18세에서 29세의 조사 참가자들은 무려 67%가 합법화에 동의했다. 국민 평균 지지율보다 16%포인트나 많은 수치였다. 9・11 세대의 찬성률은 30세에서 44세 사이의 응답자들보다는 9%포인트, 45세에서 64세 사이의 응답자들보다는 19%포인트나 높았다. 65세 이상의 노령층은 35%만 대마초 합법화에 손을 들어줬다.
동성애자들에 대해서도 포용적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세대 가운데 81%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평균보다 23%포인트나 높은 수치였다. 같은 달 있었던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도 동일했다. 9·11 세대 가운데 74%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동성 결혼을 공식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한 응답자도 70%에 달했다. 이에 반해 동성 결혼에 대한 중년층의 지지율은 49%에 머물렀다. 장년층의 지지율은 이보다 더 낮은 38%였다. 국민 평균보다 11%포인트가 낮았다.
기성 세대보다 해외 여행이나 생활 경험이 많고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문물을 접해 온 연평도 세대의 사회 이슈에 대한 태도는 9·11 세대와 닮은꼴이다. 몇몇 경우에서는 다른 세대들과 한목소리를 낸다. 이와 관련, 가족 부양에 대한 의식에 관한 한 20대는 여타 세대들과 유사한 견해다. 앞서 인용한 사회통합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들은 가족 부양에 대한 매우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신세대들은 기성 세대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부모님에 대한 안쓰러움과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하지만 다른 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다른 세대와의 시각 차이가 크다.
신세대는 여름철 노출 의상에 대해 관대하다. 한국 갤럽이 2012년 7월 19세 이상 남녀 6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름철 노출 의상에 대한 조사 결과 국민 가운데 45.4%는 여성의 옷매무새가 문제가 된다고 답했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노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연평도 세대는 다른 의견이었다. 조사에 응한 19세에서 29세 사이 가운데 옷차림을 문제시하는 경우는 불과 14.9%에 그쳤다. 국민 전체 평균보다 30.5%포인트가 낮은 수치였다. 바로 위 세대인 30대보다는 23.7%포인트가, 66.2%가 여성의 노출을 비판적으로 본 60세 이상 응답자들보다는 무려 51.3%포인트가 낮았다.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도 신세대는 기성 세대들과 사뭇 다르다. 재단법인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2013년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동성애자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낮았다. 동성간 결혼에 대해서 20대의 53%는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60대는 7.6%만 같은 견해를 개진했다. 한편 동성애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신세대는 57.5%에 머물렀다.
국민 평균보다는 21%포인트가 낮고,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60 대 이상의 응답자들과 비교했을 때는 34.2%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30대의 경우 70.8%가 고개를 저었고 40대와 50대도 80% 이상이 동성애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회 이슈들에 관한 한, 연평도 세대의 시각은 우리나라의 기성 세대들보다는 9·11 세대와 더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선택적 朴正熙主義
이상에서 살펴본 9·11 세대와 많은 공통점을 지니는 연평도 세대의 정책 선호도는 통념적인 보수와 진보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신세대가 지향하는 대북정책은 보수주의와 맞닿아 있지만 경제정책은 ‘작은 정부 구현’을 지선(至善)으로 여기는 우파 경제 철학과 거리가 멀다.
신세대가 선호하는 경제정책은 진보 진영의 문제의식을 반영하지만 대북정책은 진보 진영과 DNA가 다르다. 신세대의 가치를 담은 사회정책들은 두 진영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연평도 세대가 지향하는 정책 비전은 ‘선택적 박정희 주의’라고 지칭할 수 있다.
선택적 박정희 주의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우선 유연한 원칙주의에 기반한 대북 안보정책을 추구한다. 1971년 4월 광주 유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힘’을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경제력 못지않게 국방력 건설에 매진했다.
하지만 힘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함과 유연함을 잃지 않았다. 북측과의 대화를 피하지 않았다. 도발에 대한 응징을 할 경우에는 이를 비밀에 부쳤다.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려 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능력에는 버거웠던 전면전 발발을 막으려 했다.
이와 함께 개혁을 토대로 한 개입주의 정책을 재(再)적용한다. 극빈한 농경 사회를 중진 산업 국가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가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우수 인재를 육성했다. 유망 분야에 대한 선도 투자를 단행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했다.
1977년에는 현존 복지 제도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했다. 단, 이러한 야심찬 행보에는 과감한 제도 개혁이 선행됐다. 부패하고 무능한 공무원을 걸러내고 유명무실한 정부 기관을 폐지했다.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했다.
끝으로, 박 대통령의 오류를 뛰어넘는 사회정책을 목표로 한다. 임기 후반부 박 대통령은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거나 헤어스타일을 제약하고 가요와 영화를 검열하는 무리수를 뒀다. 도덕적 엄격주의를 강요하고 자유를 제약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집권 시기를 희화화하는 세력에게 손쉬운 먹잇감을 제공했다. 젊은이들이 끼와 개성을 맘껏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억눌렀다. 이와 같은 실책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젊은이들의 판단과 책임 의식에 대한 신뢰를 보여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들과 오롯한 교감을 함께하려면 이상의 3원칙을 시대에 걸맞게 재해석, 정책으로 구현해야 한다. 지적(知的)・정치적・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국방과 복지에 투자를 하려 해도 악화된 정부 재정이 걱정이다. 느리고 복잡한 입법 절차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도 개혁을 가로막는다.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춘 사회정책은 미풍양속(美風良俗)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경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해선 안 된다. 그것이 3년 전,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 5000만 국민을 지켜낸 연평도 세대에게 기성 세대가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다.⊙
북한 정권의 민얼굴을 접하게 했다. 이날 북(北)은 야포뿐 아니라 정밀 조준 사격이 안 되는 다연장 로켓까지 동원해서 1700명의 민간인이 거주하는 섬마을을 유린했다. 주민들이 생명을 잃는 것은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포격은 끝내 두 명의 해병대원과 함께 두 명의 60대 건설 노동자의 호흡을 멈추게 했다. “우리 민족끼리 노동자 농민의 천국을 만들자”는 선전이 허구임을 입증했다. 인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수백만 명의 양민을 사지로 몰았던 60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게 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의 한계를 입증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과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러한 행보에 대한 반발 가능성을 과소 평가했다. 전략 공군 기지 인근에 초고층 빌딩을 건설케 하고 국방비 증액 요구를 묵살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여 있던 미국의 대한 지원 능력을 과대 평가한 채 한미 관계를 재건만 하면 대북 억지력이 확보되리라 여겼다. 천안함 폭침 뒤에도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평양 당국은 대통령의 오판을 조롱이라도 하듯 백주에 포문을 열었다.
연평도 사태에서 해병혼(海兵魂)을 확인했다. 오전 사격 훈련이 끝난 뒤 시작된 도발. 자주포 안에 포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적의 사격 위치를 파악할 대포병(對砲兵) 레이더는 먹통이었다. 몇몇 자주포는 기능 장애를 일으켰다. 하지만 대원들은 “해치 닫아! 방독면 착용!”이라는 명령 두 마디와 함께 K9과 한몸이 됐다. 반복된 훈련으로 축적된 근육 기억, 미운정 고운정이 엉켜 쌓인 동료애, 그리고 선배들의 피로 써 내린 부대 전통에 먹칠을 할 수 없다는 오기로 응사를 했다. 적에게 응분의 대가를 지불했다.
무엇보다 포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켰다. 섬을 뒤덮었던 매캐한 화약 내음이 걷히자 우리나라에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정책 선호도를 지닌 청년 세대가 나타났다. ‘연평도 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 신세대는 여러 측면에서 미국 정계와 학계 그리고 언론계의 집중 조명을 받아 온, 흔히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라고 불리는 미국의 신세대인 ‘9·11 세대’와 유사점이 많다. 두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신세대들은 안보, 경제 그리고 사회 정책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함께한다.
9·11 세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에서 통용되는 세대 구분법 내에서 가장 어린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10년 단위로 연령대를 구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독특한 세대 연구 방법론을 개발, 적용해 왔다. 장기간에 걸쳐 행해진 방대한 여론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사적 경험들을 공유하고 정치, 사회 그리고 외교 등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의견을 함께하는 이들을 약 20년 단위로 묶어 분석한다. 이와 관련, 1925년에서 1942년 사이 태어난 세대는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라고 부른다. 한창 젊은 나이에도 젊은이들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방종과 일탈을 멀리하고 불만을 토로하거나 자신의 몫을 거세게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이유에서다. 침묵의 세대를 부모로 두는, 1946년에서 1964년 사이 출생한 중·장년층은 베이비부머(Baby Boomer)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이른바 ‘권리혁명 (Rights Revolution)’의 주역들이다. 1960년대 초반에서 198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신고를 한 세대는 X 세대(X Generation)다. 종군 사진가로 유명한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 (Robert Capa)가 ‘미지의 세대’라는 뜻에서 이름 붙인 X 세대는 레이건 혁명이라고 지칭되는 미국 사회의 보수화 현상을 체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글에서 다루고 있는 미국의 신세대는 X 세대의 자식들이 대부분이다. |
안보정책: 강력한 응징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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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 직후 해병대원들이 연평도로 귀대하고 있다. 이 사건 직후 해병대 지원율이 크게 올랐다. |
너도 나도 군문(軍門)에 들어섰다. 이로 인해 육·해·공군과 해병대는 9·11 이후 수년 동안 신병 및 장기 복무 신청자 충원 목표를 손쉽게 채울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미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이 2006년 10월 발간한 군 병력 충원 보고서에 따르면, 육군은 2005년까지 장기 복무 희망자 충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해군도 2002년과 2004년, 목표치를 뛰어넘는 수의 신병을 맞아들였다. 공군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에서 2006년 이후 충원목표를 100% 달성했다. 테러와 전쟁의 최선봉에 서야 했던 해병대도 마찬가지였다. 조기 전역 신청자를 찾기 힘들었다. 신병 교육대는 자원 입대자들로 가득했다.
강경한 대외정책을 지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니콜 스펄다(Nicole Speulda) 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가을 현재 이라크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것은 18에서 29세 사이의 청년들이었다. 젊은 세대의 전쟁 지지율은 69%에 달했다. 국민 평균 지지율보다 6%포인트, 65세 이상 응답자들보다는 18%포인트나 높은 수치였다. 지지는 2006년 1월까지 계속됐다. 9·11 세대들은 기성 세대들보다 유엔(UN)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국제 문제 해결을 선호했지만 불의의 공격을 당한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반응도 9·11 세대와 유사했다. 포격은 과거 도발과 달랐다. 청년들은 TV와 인터넷에 올라온 폐쇄회로(CC)TV와 휴대폰 영상을 통해 북(北)의 만행을 두 눈과 귀로 생생히 체험했다. CCTV는 평화롭던 어촌 마을에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광경을 담았다. 휴대폰 영상들은 촌각을 다투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 포탄의 파열음 그리고 불안에 떠는 주민들의 목소리까지 잡아 냈다. 어려서부터 접해 왔던, 한편으로 치우친 북한관이 만들어 낸 ‘북은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그러나 청년 세대는 등을 보이지 않았다. 9·11 세대가 그랬듯이 자원 입대를 했다. 북의 추가 도발과 이에 대한 우리측의 대응으로 추가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특히 해병대의 일원이 되겠다는 연평도 세대가 많았다. ‘포격 이후 해병대는 기피 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었다. 이와 관련, 병무청 현역병 모집 현황에 따르면 해병대는 2011년 현역병 입영자 모집 목표를 전년 1만1805명에서 1만2066명으로 늘렸음에도 입영자 수는 목표치를 초과했다. 이듬해에도 입대 열기는 반복됐다. 해병대는 모병 목표치를 더 늘렸으나 입대자 수는 다시 한번 목표치를 뛰어넘어 1만2686명에 이르렀다.
아울러 강성 대북 정책을 지지했다.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010년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는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20대는 61.2%에 이르렀다. “김정일 체제 유지에 악용될 수 있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는 신세대 응답자도 43.5%나 됐다. 서울대 홍두승 교수의 2013년 학부생 의식조사 결과도 같았다. 조사에 응한 학생 중 약 60%는 북한을 적대 또는 경계 대상으로 여겼다. 32.6%는 대북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늘려야 한다고 답한 학생은 25.1%에 그쳤다. 2009년에 실시된 조사보다 지원에 대한 반대 의견은 늘고 찬성 의견은 줄었다.
일반적인 진보와 보수의 구분법을 뛰어넘는 정책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 9·11 세대와 연평도 세대는 두 가지 정치 성향을 공유한다. 첫째, 통념적인 진보와 보수 이념을 추구하는 기성 정당들을 불신한다. 9·11 세대 중에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지지자보다 무당파가 많다. 이와 관련, 공공종교연구소(公共宗敎硏究所·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와 조지타운대 버클리센터가 2012년 공동으로 실시한 신세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는 자신을 무당파(無黨派)라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라고 답한 응답자는 33%, 공화당 지지자라고 말한 응답자는 23%에 머물렀다. 연평도 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의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3년 11월 첫째 주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힌 젊은 세대는 45%에 이르렀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지자는 각각 21%와 29%였다. 둘째, 정당에 대한 지지가 지속적이거나 안정적이지 않다.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9%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 대선 후보 존 케리의 손을 들어줬던 미국의 신세대들, 2008년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에게 몰표를 던졌다. 오바마와 존 맥케인의 젊은층 유권자들 사이에 거둔 득표율 차이는 34%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지지도 고공행진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와 상대후보 사이의 청년 유권자 득표율 격차는 24 %포인트로 떨어졌다.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빠른 하락세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대들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노 후보와 이회창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는 24.1%포인트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2007년 선거에서는 노 대통령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대선 후보를 매몰차게 외면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반면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후보는 20.7% 득표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20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는 33.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문재인 후보와의 차이는 32.1%포인트였다. 신세대들은 대단히 까다로운 정치 소비자들인 것이다. |
경제정책: 정부 역할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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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도 9·11 테러 직후 해병대를 비롯한 각군 지원율이 크게 올랐다. 사진은 미 해병대 훈련소. |
밀레니얼들은 위기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했던 정부를 원망했다. 2008년 대선 출구조사(National Election Studies)에서 1975년에서 1991년 사이에 태어난 유권자들의 53%는 “많은 정부 관료들은 사기꾼 (crooked)”이라고 응답했다.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9·11 세대의 실망은 정치 컨설팅 회사인 거스틴 앤(Gerstein Agne)이 행한 신세대 관련 조사에서도 두드러진다. 조사에 참여한 신세대 가운데 63%는 자신들이 기성 세대보다 정부를 덜 신뢰한다고 답했다. 93%는 정부가 극소수의 특권층과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신세대는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9·11 세대는 연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2012년 퓨리서치센터가 행한 설문조사에서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응답자 가운데 59%는 정부가 보다 많은 역할을 할 것을 바랐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높은 비율이다. 중도 좌파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조사에서도 신세대들은 정부의 역할 증대를 요구했다. 10명 중 7명 꼴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평도 세대 역시 유사한 시각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여파로 제2의 외환 위기 발발 가능성에 떨어야 했던 우리나라 국민들. 청년들의 고통과 좌절은 유독 심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07년만 해도 7.2%였던 청년 실업률은 2013년 2월에는 9.1%까지 치솟았다. 2007년 세계 1위에 오른 대학 취학률은 양날의 칼이었다. 입학의 기쁨도 잠시,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고가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빈부 격차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이러한 고난의 경험은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고난을 외면하는 정부를 불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게 했다.
이와 관련, 2008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월드퍼블릭오피니언 (World Public Opinion)이 동아시아연구원과 경향신문과 함께 실시한 국제 인권의식 조사에서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20대는 8.5%에 불과했다. 30대보다는 현격히 높았지만 “28.4%가 정부를 믿는다”고 답했던 50대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치였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2013년 2월 공개한 ‘세대간 소통 및 화합 방안 마련을 위한 조사 연구’의 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연평도 세대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약 36%에 머물렀다. 30대나 40대보다는 다소 높았지만 각각 46.1%와 46.4%가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50대와 60대보다는 크게 낮았다.
동시에 청년층은 경제 문제 해결에 정부가 보다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다. 특히 보다 많은 복지에 목말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2년 3월 발표한 국민 복지의식 조사는 이러한 신세대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20대는 41.9%가 “복지 수준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30대에 이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정책 수요 조사 및 정책 방안’의 내용도 같았다. 복지 수준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67.6%의 젊은이들은 “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가장 부정적으로 답을 한 30대와 1%포인트 차이였다. 유사한 견해를 밝힌 40대, 50대, 60대, 그리고 70대 응답자는 각각 67.3%, 61.3%, 46.8%, 그리고 35.5%에 머물렀다.
사회정책: 동성애 등에 거부감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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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동성애자들의 축제인 퀴어페스티벌. 한국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동성애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대마초 합법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퀴니피악대(大)의 2012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찬성하는 여론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신세대의 우호적 견해가 두드러졌다. 18세에서 29세의 조사 참가자들은 무려 67%가 합법화에 동의했다. 국민 평균 지지율보다 16%포인트나 많은 수치였다. 9・11 세대의 찬성률은 30세에서 44세 사이의 응답자들보다는 9%포인트, 45세에서 64세 사이의 응답자들보다는 19%포인트나 높았다. 65세 이상의 노령층은 35%만 대마초 합법화에 손을 들어줬다.
동성애자들에 대해서도 포용적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세대 가운데 81%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평균보다 23%포인트나 높은 수치였다. 같은 달 있었던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도 동일했다. 9·11 세대 가운데 74%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동성 결혼을 공식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한 응답자도 70%에 달했다. 이에 반해 동성 결혼에 대한 중년층의 지지율은 49%에 머물렀다. 장년층의 지지율은 이보다 더 낮은 38%였다. 국민 평균보다 11%포인트가 낮았다.
기성 세대보다 해외 여행이나 생활 경험이 많고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문물을 접해 온 연평도 세대의 사회 이슈에 대한 태도는 9·11 세대와 닮은꼴이다. 몇몇 경우에서는 다른 세대들과 한목소리를 낸다. 이와 관련, 가족 부양에 대한 의식에 관한 한 20대는 여타 세대들과 유사한 견해다. 앞서 인용한 사회통합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들은 가족 부양에 대한 매우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신세대들은 기성 세대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부모님에 대한 안쓰러움과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하지만 다른 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다른 세대와의 시각 차이가 크다.
신세대는 여름철 노출 의상에 대해 관대하다. 한국 갤럽이 2012년 7월 19세 이상 남녀 6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름철 노출 의상에 대한 조사 결과 국민 가운데 45.4%는 여성의 옷매무새가 문제가 된다고 답했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노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연평도 세대는 다른 의견이었다. 조사에 응한 19세에서 29세 사이 가운데 옷차림을 문제시하는 경우는 불과 14.9%에 그쳤다. 국민 전체 평균보다 30.5%포인트가 낮은 수치였다. 바로 위 세대인 30대보다는 23.7%포인트가, 66.2%가 여성의 노출을 비판적으로 본 60세 이상 응답자들보다는 무려 51.3%포인트가 낮았다.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도 신세대는 기성 세대들과 사뭇 다르다. 재단법인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2013년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동성애자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낮았다. 동성간 결혼에 대해서 20대의 53%는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60대는 7.6%만 같은 견해를 개진했다. 한편 동성애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신세대는 57.5%에 머물렀다.
국민 평균보다는 21%포인트가 낮고,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60 대 이상의 응답자들과 비교했을 때는 34.2%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30대의 경우 70.8%가 고개를 저었고 40대와 50대도 80% 이상이 동성애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회 이슈들에 관한 한, 연평도 세대의 시각은 우리나라의 기성 세대들보다는 9·11 세대와 더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같은 시대에 살았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가치와 시각을 갖는 것은 아니다. 세대 연구에 한 획을 그은 사회학자 칼 만하임(Karl Manheim)의 말이다. 지난 9월 공개된 영국 사회의식 조사(British Social Attitudes·이하 BSA)는 만하임 주장의 적실성을 드러낸다. BSA에 따르면 영국의 청년 세대들은 복지 정책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같은 또래와는 사뭇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영국 청년들은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을 중시했다. “사회 문제는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증세를 하더라도 빈곤층을 위한 복지 혜택을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세대와 달리 청년 세대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1979년 이후 태어난 영국의 밀레니얼들은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시했다. 다른 세대들은 한 목소리로 “재정 적자 해소보다 성장이 먼저”라고 답했다. 영국 신세대들이 이러한 색다른 견해를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영국 정치인들이 정당에 관계없이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개혁 조치를 단행해 왔기 때문이다. 마거릿 대처 수상 이후 집권한 보수당과 노동당 정치인들은 정치적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복지 개혁을 지속했다. 경제·교육·사회 분야에 걸친 각종 복지 제도들이 국가 재정을 파탄내지 않고 유지되려면 국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과도한 복지 혜택으로 인해 성실히 일하고 납세하는 시민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대적으로 절박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들에 대해 사회적 안전망 제공이 우선시되는 정책을 도입해서 성공리에 운영했다.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
선택적 朴正熙主義
이상에서 살펴본 9·11 세대와 많은 공통점을 지니는 연평도 세대의 정책 선호도는 통념적인 보수와 진보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신세대가 지향하는 대북정책은 보수주의와 맞닿아 있지만 경제정책은 ‘작은 정부 구현’을 지선(至善)으로 여기는 우파 경제 철학과 거리가 멀다.
신세대가 선호하는 경제정책은 진보 진영의 문제의식을 반영하지만 대북정책은 진보 진영과 DNA가 다르다. 신세대의 가치를 담은 사회정책들은 두 진영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연평도 세대가 지향하는 정책 비전은 ‘선택적 박정희 주의’라고 지칭할 수 있다.
선택적 박정희 주의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우선 유연한 원칙주의에 기반한 대북 안보정책을 추구한다. 1971년 4월 광주 유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힘’을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경제력 못지않게 국방력 건설에 매진했다.
하지만 힘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함과 유연함을 잃지 않았다. 북측과의 대화를 피하지 않았다. 도발에 대한 응징을 할 경우에는 이를 비밀에 부쳤다.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려 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능력에는 버거웠던 전면전 발발을 막으려 했다.
이와 함께 개혁을 토대로 한 개입주의 정책을 재(再)적용한다. 극빈한 농경 사회를 중진 산업 국가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가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우수 인재를 육성했다. 유망 분야에 대한 선도 투자를 단행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했다.
1977년에는 현존 복지 제도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했다. 단, 이러한 야심찬 행보에는 과감한 제도 개혁이 선행됐다. 부패하고 무능한 공무원을 걸러내고 유명무실한 정부 기관을 폐지했다.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했다.
끝으로, 박 대통령의 오류를 뛰어넘는 사회정책을 목표로 한다. 임기 후반부 박 대통령은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거나 헤어스타일을 제약하고 가요와 영화를 검열하는 무리수를 뒀다. 도덕적 엄격주의를 강요하고 자유를 제약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집권 시기를 희화화하는 세력에게 손쉬운 먹잇감을 제공했다. 젊은이들이 끼와 개성을 맘껏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억눌렀다. 이와 같은 실책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젊은이들의 판단과 책임 의식에 대한 신뢰를 보여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들과 오롯한 교감을 함께하려면 이상의 3원칙을 시대에 걸맞게 재해석, 정책으로 구현해야 한다. 지적(知的)・정치적・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국방과 복지에 투자를 하려 해도 악화된 정부 재정이 걱정이다. 느리고 복잡한 입법 절차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도 개혁을 가로막는다.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춘 사회정책은 미풍양속(美風良俗)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경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해선 안 된다. 그것이 3년 전,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 5000만 국민을 지켜낸 연평도 세대에게 기성 세대가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