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核개발 지원했던 前 파키스탄 외교관의 회고록 : 월간조선

譯者註 | 역자(譯者)는 지난 6월 29일 주(駐)파키스탄대사로 부임했다. 며칠 후인 7월 5일 파키스탄의 주요 일간지인 《더 뉴스(The News)》지(紙)에서 신간 소개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 의하면, 이 책의 출판기념회에는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의 주역이었던 A. Q. 칸(Abdul Qadeer Khan) 박사가 참석했다고 한다. 칸 박사는 이 책의 서문도 썼는데,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쓴 이 책의 내용이 전적으로 사실에 입각한 것이라고 ‘보증’했다. 이 책의 제목은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핵 국가로서 파키스탄의 출현 (Before Memory Fades: Emergence of Pakistan As A Nuclear Power)》.

저자는 미안 압둘 와히드(Mian Abdul Waheed).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지아 울 하크(Zia ul Haq) 전 대통령(1977~1988년 집권)의 친사촌이며, 1960~1987년 직업외교관으로 근무한 후 1991~1997년 하원의원(3선)과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저자가 파키스탄 외교부 서유럽과장으로 있던 1974년 파키스탄의 숙적(宿敵) 인도가 핵실험을 했다. 당시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던 A. Q. 칸 박사는 와히드 대사에게 핵무기 개발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내 왔다. 저자는 이 서한을 당시 부토 총리에게 보고했다. 이후 그는 주독공사(1977~1981년), 주이탈리아대사(1981~1984년), 주독대사(1984~1987년)로 근무하면서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총 263페이지인 이 책의 마지막 부분 25페이지에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와히드 대사의 회고록은 1998년 파키스탄 핵실험까지의 내막 모두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핵프로그램 장비조달을 위한 독일주재 사무소 운영,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특수자석 구매,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는 미국·영국·프랑스 정부 및 유럽 언론의 압력에 대한 대응 등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기술(記述)하고 있다. 이 부분은 북핵(北核) 위협에 처한 우리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해 해당 부분을 전부 번역해 《월간조선》을 통해 소개한다.

마침 저자인 와히드 대사는 역자와는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 국제법·외교대학원 동문이어서, 와히드 대사를 수차 만나 등장인물이나 그들의 출신지역 등에 대해 정확히 번역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와히드 대사는 12월 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중간의 큰 제목은 압둘 와히드 대사의 회고록에 의한 것이고, 작은 제목은 편집자가 붙인 것임-편집자 註)

1947년 파키스탄이 독립했다. 파키스탄의 탄생은 소용돌이치는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손상되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분할되는 시기에 많은 유혈(流血)사태가 빚어지고 무슬림들이 인도에서 파키스탄으로 대거 이동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인도의 카슈미르 침략과 인도 내 파키스탄 자산 양도 거부는 우리가 인도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 운명임을 알려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인도의 철학은 많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인도는 힌두교의 이러한 철학을 파키스탄 영토였던 카슈미르, 주나갈, 마나와덜, 하이데라바드, 고아와 또 다른 지역의 정복으로 실천하려 했다. 파키스탄은 인도의 헤게모니로부터 이들 지역을 보호해야만 했다. 1965년 발발한 인도와의 두 번째 전쟁과 동(東)파키스탄(현재의 방글라데시‐편집자 주)에 대한 인도군의 개입은 파키스탄(서파키스탄)이 주권을 지키고 국토의 분할 방지를 위해서 수많은 자금과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인도는 국가 간의 관계에서 지켜야 하는 대부분의 규범들을 무시했다. 투옥된 동파키스탄인들(군인, 시민, 여성과 아이들) 중 9만3000여 명이 인도로 이송되었다. 인도는 휴전협정이 성립된 이후에는 즉시 포로들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1949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면서 거의 3년 동안이나 파키스탄 포로들을 감금했다. 감금된 이들은 온 몸에 고문을 당하거나 살해되는 등의 잔혹한 대우를 받았다.

파키스탄보다 인더스강의 상류(上流)에 위치한 인도는 1960년 체결한 ‘인더스강유역조약’을 위반하면서 파키스탄의 수리권(水利權)을 노골적으로 침범했다. 인도는 강물을 우회시켜서 댐이나 둑을 조성하는가 하면 수력발전소까지 건설했다.

1974년 5월 18일 인도는 이른바 ‘평화로운 핵(核)실험’을 수행하여 핵무기를 갖게 되었다. 인도는 ‘핵무기’로 파키스탄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었다. 파키스탄은 인도의 헤게모니를 좌절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유브 칸 대통령(Ayub Khan, 1958~69 재임) 시기에 카라치원자력발전소가 캐나다인들의 도움으로 카라치에 건설되었다. 파키스탄 원자력에너지위원회는 원자력 에너지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전수하고자 하는 미국의 도움으로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남동 지역인 니로르(Nilore) 지역에 소규모의 시범적인 원자로를 만들었다.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최고위 관료였던 피다 하산(Fida Hassan)은 파키스탄이 핵에너지를 갖는 것을 지속적으로 반대했지만 아유브 칸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핵에너지 분야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을 核보유국으로 전환시킨 편지

외교부 서유럽과장이었던 나는 1974년 9월 셋째 주에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A. Q. 칸(Abdul Qadeer Khan) 박사(이하 칸 박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칸 박사는 편지에서 본인의 경력을 간단히 설명하면서 파키스탄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 편지를 J. G. 카래스(J. G. Kharas) 헤이그주재 파키스탄대사를 통해서 보냈다. 칸 박사는 편지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원자폭탄과 더 치명적일 수 있는 무기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나와 각별한 사이였던 상사(上司) 모타하르 후사인(Motahar Hussain) 국장은 이 문제에 관해서 내가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나는 이 편지를 부토 총리(Zulfiqar Ali Bhutto, 2007년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총리의 부친, 1971~1977년 재임)에게 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타하르 국장은 나의 제안에 동의했다.

편지의 요약문은 외교차관을 거쳐 총리에게까지 올라갔다. 부토 총리는 파키스탄을 핵보유국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칸 박사의 뜻을 받아들여 파키스탄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궤도에 올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헨리 키신저 (Henry Kissenger) 미 국무장관은 “파키스탄을 황무지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면서 핵개발에 반대했다.

칸 박사는 서베를린과학기술대학교(West Berlin Technical University)의 유명 강의를 수강했고, 1967년에는 네덜란드의 델프트에 위치한 과학기술대학교(The Technical University)에서 금속공학 분야의 이학(理學)석사 학위를 받았다. 5년 후에는 벨기에의 루뱅에 있는 가톨릭대학교(Catholic University)에서 금속공학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A. Q. 칸 박사, 파키스탄 핵폭탄의 설계자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 A.Q. 칸 박사.

칸 박사는 1975년 12월 말 휴가를 즐기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입국(入國)했을 때 옷가지 외에는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모든 보고서들은 네덜란드에 남아 있었다. 핵개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원심분리기와 기계를 만드는 설계도는 그의 머릿속에서부터 나왔다. 그는 유럽에서 지내는 15년 동안 핵 프로그램 분야의 유럽산업체에 관여하면서 깊은 지식을 획득했다. 그는 핵개발 분야의 고위관료나 지도자들과 깊은 친밀관계를 형성했다.

칸 박사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장비들을 몇 년 만에 획득했다. 오랜 기간의 유럽 체류를 통해 다져진 다양한 국가와 핵제조 시설과의 개인적인 교분이 그의 자산이 되었다. 2년 만에 그는 카후타(Kahuta, 이슬라마바드 남동 지역에 위치한 공항 인근 도시)에 시설을 만들기 위해 충분한 속도를 내는 원심분리기의 원형을 파키스탄에 제공할 수 있었다.

무니르 아메드 칸의 실패

빈에 위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서기관급 간부였던 무니르 아메드 칸(Munir Ahmed Khan)은 부토 총리에 의해 파키스탄 원자력에너지위원회 의장으로 임명됐다. 1977년 5월 지아 울 하크 장군이 계엄령을 선포하여 부토 총리를 축출하자 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1978년 10월 대통령에 취임한 지아 장군은 가까운 친척인 나의 부탁을 받아들여 그를 복직시켰다. 나는 독일공사(1977~1981), 이탈리아대사(1981~1984) 및 독일대사(1984~1987)로 있으면서 그와 그의 위원회와 몇 차례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근무할 때 우리는 이슬라마바드 남서쪽 지역에 위치한 차시마(Chashma) 핵발전소 설립에 대한 포괄적인 타당성 조사를 수행했던 뛰어난 지진학자인 무시(Mussi) 박사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 원자력 당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수립했다.

본에서 공사로 재직할 당시와 이탈리아와 독일대사로 근무하였을 때 칸 박사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다. 또한 나는 몇 차례 이슬라마바드의 E7 지역에 있는 그의 집에서 그를 만났었다. 본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겸손한 신사인 이크람 울 하크 칸(Ikram ul Haq Khan)이 지휘하였다.

무니르 아메드 칸과 역량을 비교하였을 때 A. Q. 칸 박사가 훨씬 뛰어났다. 칸 박사는 그가 수행하고 있는 과업에 대해 훨씬 훌륭한 비전을 제시했다. 무니르 아메드 칸은 결정력이 부족한 반면, 칸 박사는 그의 작업을 신속히 완료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빠른 결정을 하였다. 무니르는 핵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라호르(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남쪽으로 400km 떨어진 도시)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이학학사였으며, 미국에서 별로 명망이 없는 북캐롤라이나주립공과대학(North Carolina State Polytechnic)의 9개월짜리 전기전력공학과정을 이수한 것에 불과했다. 그는 항상 자신을 ‘박사’로 소개했다.

1981년 말쯤 지아 대통령은 무니르 칸이 개발한 핵장치에 대하여 그의 조사팀이 밝혀 낸 것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결국은 실패하였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무니르 칸이 카후타연구소에 설치되어야 할 농축우라늄 핵심 장치를 인도할 수 없었다고 지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아 대통령은 나와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면서 카후타연구소 보안책임을 맡은 자민 낙비(Zamin Naqvi) 중장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핵무기 개발업무를 즉시 칸 박사에게 넘기자고 결정했다.

칸 박사, “10일 이내에 核실험 가능”

그 다음 날 칸 박사가 불려 왔고, 대통령은 핵장치를 만드는 것에 대해 모든 것을 물어보았다. 대통령은 우리 4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한다고 엄명을 내렸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굴람 이샤크 칸(Ghulam Ishaq Khan) 재무장관과 케이 아리프(K. Arif) 육군참모차장에게도 비밀에 부쳐졌다. 칸 박사는 어떠한 주저함이나 불안도 보이지 않았고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하였다.

1984년 12월 중순 지아 대통령이 나를 불렀다. 그는 행복함과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모든 냉각실험에 성공하였고, 만약 명령이 있다면 10일 이내에 그 장치를 폭파하여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칸 박사가 12월 10일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보여주었다. 지아 대통령의 행복함은 상상이었다.

나는 1985년 중반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나의 활동에 대해 그가 약간 걱정하는 것을 들은 후였다. 대통령은 안전상의 이유로 그 장치의 상세 설계도와 제작도 완성본을 군(軍)작전본부장에게 보관토록 낙비 장군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니르 칸과 가까운 아리프 장군이 설계도를 빼돌려서 칸 박사의 업적을 베끼도록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굴람 이샤크 칸 재무장관으로부터 칸 박사가 작업을 마쳤다는 것을 들은 아리프 장군은 카후타에 가서 칸 박사에게 장치 등을 보여 달라고 하면서 설계도의 안전에 대해 물었다. 칸 박사는 순진하게도 설계도 한 부가 군작전본부장에게 보관되어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이것이 그 설계도가 무니르 칸에게 들어간 경위이다.

核 프로그램 장비 조달을 위한 독일 본 사무소

핵 프로그램 장비조달을 위한 사무소는 1977년 초에 설립되었다. 1977년 2월 이크람 울 하크 칸 주독공사가 사무소장으로 임명되었다. 1977년 8월, 세네갈 다카르에서 근무하던 나는 공사가 되어 독일 본으로 전근을 갔다. 나중에 지아 대통령은 나의 전근이 우리의 핵 프로그램 장비조달을 촉진, 보호하고 지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해 주었다. 지아 대통령은 우리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깊은 헌신과 지지를 보내 주었다.

놀랍게도 이프티하르 알리(Iftikhar Ali) 대사는 왕성한 활동이 필요했던 우리의 요구사항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부(副)대사도 핵 프로그램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 본에서의 근무가 처음이어서 독일의 정계, 관계(官界) 및 산업체에 그다지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나는 파리 전근을 원했으나 본에서 해야 할 특수 임무 때문에 무산되었다.

駐獨공사가 되다

주독대사 시절인 1987년 독일 아헨대학교에서 열린 모헨조다로 유적 전시행사에 참석한 필자 와히드 대사(가운데). 와히드 대사는 독일 내 인맥을 활용해 파키스탄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 노력했다.

나의 독일친구들이 필요한 장비의 수출과 공급을 통제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중간관료였다. 때문에 본에 도착한 나는 부지런히 이들과 만났다.

1963년 독일에 처음 부임했을 당시 나는 3등서기관이었고 나중에 2등서기관으로 승진했다. 나는 독일 경제원조기관으로부터 자금과 물자지원 획득, 수출신용, 투자유치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대사관에는 파키스탄의 다양한 공공기관이 독일과 기타 유럽 국가로부터 조달하는 기자재를 검수(檢受)할 큰 규모의 검수부서가 있어서 독일이나 다른 유럽국가의 산업체와 쉽게 접촉할 수 있었다.

이크람 칸 공사는 이슬라마바드 북서쪽 지역에 위치한 와(Wah) 시 소재 파키스탄 병기창(兵器廠)의 대표로 본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산업체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했다. 칸 박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정도로 생산자와 연락이 가능한 유럽의 많은 공급자를 알고 있었다.

독일인들은 부(富)가 곧 권력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독일인에게 천부적인 것이다. 파키스탄과 독일은 관심사가 일치했다. 나는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독일인들과 관계를 구축했다. 어떠한 지위의 관료든, 정치인이든, 그리고 상공업계의 대표이든, 그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 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각종 사회적 행사에 참여하면서 독일인 주요 인사들과 꽤 두터운 친분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서로를 부를 때 이름을 부를 만큼 우리의 사이는 가까웠다.

공사가 되어 본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깨달은 사실은 독일의 인쇄매체나 전자미디어와 우리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이 분야에서 우리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했다. 결국은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독일 매체들의 반대를 완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우라늄 농축 장비 확보

우라늄 농축을 위한 UF6(우라늄 광석을 가공,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체 상태의 중간 가공물로 이를 원심분리기에 주입, 재가공하면 핵무기 제조에 이용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얻을 수 있음) 공급 및 수집 시스템을 독일에서 조달했다. 이는 너무 커서 미국 선박으로만 운반할 수 있었다. 미국이 이 시스템이 파키스탄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미국에 의해 몰수될지도 몰랐다. 이를 우려해서 먼저 두바이로 운송한 다음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우라늄 농축공장은 독일 쾰른에 기반을 둔 레이볼드 헤라우스(Leybold Heraus)에서 사서 독일 유령회사를 통해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독일 공급자들은 “거래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대중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고 이크람 울 하크 칸 공사에게 말했다.

이 회사에는 러시(Lersch)라는 매우 유능한 엔지니어가 있었다. 칸 박사와 파키스탄 엔지니어들은 카후타연구소가 직면한 기술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슈투트가르트에서 종종 그를 만나곤 했다.

A. Q. 칸 박사는 이크람 울 하크 칸 공사가 본으로 출발하기 전에 “부임 후 2년 이내에 핵 프로그램을 위해 필요한 장비를 보내라”고 말했다. 2년은 파키스탄에서 핵개발 프로그램 작전이 비밀에 부쳐질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이었다. 파키스탄에서의 우리의 노력이 2년 후에는 우리와 대립하는 세력에게 알려질 것 같아 염려스러웠다.

대부분의 장비들은 PIA(파키스탄 국영항공회사), 루프트한자(독일 항공회사), 그리고 가끔 파키스탄 공군의 C-130 항공기를 통해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우라늄 농축공장을 위한 또 다른 UF6 연료공급 및 수집시스템 주문을 스위스의 한 회사에 했다. 파키스탄 은행을 통해 계약금은 입금되었지만 계약자들로부터는 어떠한 은행 보증도 받을 수 없었다. 스위스 정부가 이를 알게 되었고 UF6 장비를 몰수했다. 스위스 회사는 “농축공장을 위한 재료와 부품을 획득하는 데 많은 돈을 지불했다”면서 선급금(先給金) 돌려주기를 거절했지만, 결국 우리의 압력으로 돌려주었다.

파키스탄은 스위스 회사로부터 농축공장에 필요한 밸브도 구입했다. 금수(禁輸)조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파키스탄은 그 공장에서 일했던 티네르(Tinner) 씨로부터 밸브의 제작도면을 얻었다. 이크람 울 하크 공사는 취리히 공항에서 티네르 씨를 만났다. 티네르 씨는 그의 서류가방에 제작도면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위스 정부가 그를 체포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제작도면은 우편을 통해 단계적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크람 울 하크 공사는 본에서 완전한 제작도면을 단계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티네르 씨는 그 후에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신만의 생산시설을 설립했고, 제품을 지속적으로 파키스탄에 공급했다. 스위스 정부는 파키스탄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티네르 씨의 아들을 체포했다. 티네르 씨와 그의 아들은 미국에도 지속적으로 제품을 공급해 왔었기 때문에 미국은 그들이 출소(出所)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英, 뒤늦게 인버터 禁輸

빈번한 정전(停電) 때문에 파키스탄은 인버터(정전대비용 보조전원인 대형 UPS: Uninterrupted Power Supply)가 필요했다. 전기 공급이 차단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여 원심분리기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서른 개의 인버터는 영국의 에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s)에서 구입했다. 그 당시 영국은 수출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엔지니어 압둘 아지즈 칸(Abdul Aziz Khan)과 칸 박사의 한 친구는 파키스탄으로 와서 인버터의 일부 부품에 대한 개선점을 제안했다. 인버터는 직물산업에 사용될 것이라는 구실로 구매했지만 에머슨은 그것들이 핵 프로그램에 사용될 것임을 알았다. 이 주문은 독일공급자 피펠(Piffel) 씨를 통해 진행되었다.

100개의 인버터를 사들이기 위한 두 번째 주문은 독일 공급자를 통해 인버터를 구입할 당시의 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선에서 런던에 거주하는 파키스탄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영국 의회의 유대인 의원이 파키스탄의 인버터 구입과 관련된 안건을 의회에 제기했을 때 독일 공급자가 영국에 파키스탄이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알렸을 것으로 의심했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영국정부는 인버터의 수출에 제한을 가하지 않았지만 그 후에 이를 제한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여서 파키스탄으로의 인버터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인버터 추가 주문은 본에 있는 우리 사무소에서 했다.

獨에서 가스공급 시스템 구입

일부 부품(풀무·쇠를 달구거나 또는 녹이기 위하여 화덕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기구)들은 프랑스에 있는 회사에서 만들었다. 프랑스 정부는 풀무 공급을 금지했으며 그것들을 몰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버터가 프랑스의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회수할 수 있었다. 본에 있는 우리 사무소는 디에이에프 홀랜드(DAF Holland)사로부터 마레이징 강관(maraging steel tubes·원심분리기와 로켓엔진에 사용하는 특수강화 강철로 만들어진 튜브)과 파키스탄이 필요한 부품들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던 독일로부터 다른 기계들을 구입했다.

가스공급 및 수집시스템 시설은 독일에서 구입했다. 이것을 파키스탄으로 보낼 때 중간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육로(陸路)로 룩셈부르크에 보냈다. 룩셈부르크에 도착한 시스템시설이 몰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룩셈부르크 화물항공기를 통해 두바이로 보냈다. 그 시설은 매우 무거워서 두바이에 짐을 내렸다가 이슬라마바드로 가기 위한 비행기에 다시 싣는 것이 문제였다. 룩셈부르크 화물항공기의 조종사는 5만 달러를 더 받고 이슬라마바드로 비행하는 데 동의했다.

카후타의 원자력연구소를 위한 다른 장비들은 프랑스에서도 구입했다. 프랑스 정부가 우리의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장비의 공급을 중단하도록 압박했기 때문에 장비는 육로를 통해 스위스로 보냈다. 그곳에서 장비는 항공기로 파키스탄에 가져왔다.

유대인들의 방해공작

독일 Z.D.F방송의 게르하르트 로웬탈은 처음에는 파키스탄의 핵개발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나중에는 와히드 대사와 가까운 사이가 됐다.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유대교 단체와 미국은 핵 프로그램에 대해 파키스탄이 잘못한 것처럼 보이도록 이야기를 지어냈다.

게르하르트 로웬탈(Gerhard Lowenthal) 씨는 유대인으로서 독일 제2TV(Z. D. F)에서 중요한 직위에 있었다. 그의 가족은 히틀러의 대학살로 희생되었다. 그만이 유일하게 생존했다. 그의 가족이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 희생되었지만, 그의 분노는 무슬림에 향해 있었다.

로웬탈은 이프티카르 알리 대사에게 전화하여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에 관해서 그와 면담하고 싶다고 했다. 대사는 면담 여부에 대해서 내 의견을 구했다. 나는 로웬탈을 오게 하라고 말했다.

그 면담은 대사관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카메라들이 대사가 아니라 나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로웬탈은 다음 날 이 면담 보도에서 파키스탄을 비방하면서 나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내가 지아 대통령의 측근이어서 독일로부터 우리의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장비구입을 추진하기 위해 특별히 파견되었다고 언급했다.

이프티카르 알리 대사는 독일이 우리의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장비의 대(對)파키스탄 수출을 갑자기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 날 아침 알리 대사는 외교차관에게 ‘독일이 앞에 언급한 장비의 수출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편지봉투를 붙이기 전에 그가 나를 사무실로 불러 자신이 쓴 내용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자신의 판단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나는 대사에게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 생각에는 어떠한 규제도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그 편지를 휴지통에 넣어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를 찢었지만 그가 전화로 외교차관에게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전할까 걱정이 되었다.

獨, 核개발 관련 장비 수출 용인

TV 방송 며칠 전 나는 독일 연립정부 파트너 정당으로서, 독일의 무기와 정밀장비 수출에 반대하는 자유민주당(FDP)의 국방 관련 회의에 참석했었다. 자유민주당 대표 겐셔(Genscher)는 독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었다.

이 회의 동안 나는 수출허가를 책임지고 있는 독일 경제부 장관과 (독일군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제 중고(中古) M48 탱크를 파키스탄으로 수출할지에 대한 문제로 논의했다. 경제부장관은 “미국만이 무기와 정밀장비들을 수출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다른 나라의 그러한 권한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독일 또한 돈이 필요하고, 그러한 장비 판매를 중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의에서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도 논의되었지만, 당 지도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독일 여당 지도부의 생각을 알게 된 나는 바로 대사에게 어떠한 독일의 규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판단은 맞았고, 우리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장비가 파키스탄으로 수출되는 것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없었다.

굴람 이샤크 칸 재무장관도 독일이 그러한 장비들의 수출을 중단시킬까 우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추가자금을 제공해 주어서 장비들을 구입 가능한 모든 곳에서 바로 살 수 있었다. 1979년 독일 제2채널에 우리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가 나온 후 칸 박사는 여러 회사들을 세워서 장비들을 그 회사들로 보내라고 우리에게 통보하였다.

로웬탈을 친구로 만들다

그 부정적인 TV 방영이 된 후 며칠 뒤 로웬탈과 연락을 하고 마인츠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그 TV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그에게 “유대인 대학살에 연루된 것은 독일이지 무슬림은 아니다”라면서 “파키스탄은 유대인을 존중하고 있으며,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인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지, 민족적·종교적인 기반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화를 나눈 후 로웬탈은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부정적 선전을 하지 않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후에 그는 좋은 친구가 되었고, 다른 이들이 우리 핵 프로그램을 향해 부정적 선전을 하는 것을 막으면서 우리를 도와주었다.

독일의 미디어 기관인 도이체웰(DeutscheWelle)의 와이제(Weise) 박사, 독일의 대표적인 유력 조간신문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의 클라우스나토르프(Klausnatorp),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의 카를 그로브(Karl Grobe)와도 자주 연락을 했다. 독일 언론계를 대상으로 한 그러한 활동은 우리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적대감을 완화하는 데 꽤 도움이 되었다.

맥스웰 라브(Maxwell Raab) 이탈리아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 내 주요한 유대인이었고 레이건(Reagan) 대통령과 친한 친구였다. 그는 연장자였고 매우 친절했으며 항상 내게 잘 대해 주었다. 그는 연회를 주최하여 미국, 이탈리아, 다른 나라들의 예술가들과 영화배우들을 초대하곤 했다. 그의 연회에서 지나 롤로브리지다(Gina Lollobrigida), 폴 뉴먼(Paul Newman), 소피아 로렌(Sophia Loren)을 만나기도 했다. 지나 롤로브리지다는 우리 집에 저녁을 먹으러 오기도 했다.

駐伊美대사의 조언

1984년 주독대사로 부임한 후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와히드 대사(오른쪽).

어느 날 사무실에 있을 때 라브 대사가 나에게 전화를 해 대사관저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살았던 대사관저는 유명한 로마 유적지인 테르메 디 카르칼라(Terme di Carcalla)와 가까운 페폴리(Pepoli)의 비아 디 빌라(Via di Villa)에 있었다.

라브 대사는 내가 지아 대통령과 친사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하는 중요한 제안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하기를 원했다. 라브 대사는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는 대체로 이스라엘을 향한 파키스탄의 적대관계 때문”이라면서, “만약 파키스탄이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를 멈추는 데 동의한다면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가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아마도 이집트가 받아 온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원조를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파키스탄의 입장을 라브 대사에게 설명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우리의 적대적 정책이 종교적·민족적인 것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고려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지아 대통령에게 이 제안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라브 대사에게 들은 것을 지아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이 문제에 대한 파키스탄의 정책 때문에 애당초 가망성이 없었다.

슈트라우스의 지지

독일 정계의 거물이었던 기독교사회동맹 대표 프란츠 요셉 슈트라우스.

1984년 12월 나는 주독대사가 되어 본으로 부임했다. 바로 로웬탈에게 연락을 해서 그를 만나러 마인츠로 갔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나를 맞았다. 쾨니흐스빈터(Koenigswinter)에 있는 우리 집으로 그를 저녁 초대했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 내내 우리는 좋은 친구로 지냈다.

독일의 보수정당인 기독교사회동맹의 대표이자 바이에른주(州) 총리인 프란츠 요셉 슈트라우스(Franz Joseph Strauss)도 친(親)파키스탄 인사였다. 지멘스와 다른 하이테크 회사의 본사들이 뮌헨과 바이에른의 여러 지역에 분포해 있었다. 정밀장비를 조달하는 과정과 파키스탄의 다른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꽤 자주 슈트라우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1985년 뮌헨의 사육제(謝肉祭) 기간 중 어느 날 슈트라우스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바바리안 맥주를 마시며 놀고 있자 그의 부인이 그를 잡아당기며 “먼저 와히드 대사의 말을 듣고 나서 놀라”고 말했다. 슈트라우스와 그의 동료들은 우리가 핵폭탄 제작을 더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1987년 중반까지 북부독일TV(N. D. F)가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비평을 늘어놓으면서 파키스탄을 비방하기 시작했다. TV의 메인 앵커가 이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나는 바로 승낙했다. 내가 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벽한 방어를 한 반면, 이 앵커는 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TV 시청자들 앞에서 매우 초라해 보였다.

독일 방송인과의 대결

파키스탄은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특수강(特殊鋼)을 유명한 자르(Saar)제철소에서 수입하곤 했다. 나는 본에서 공사로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주독대사가 되어서도 이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생산자와 몇 가지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최고관리자를 만나 관련문제를 잘 해결했다.

그 TV 앵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파키스탄이 자르제철소에서 특수강을 밀수(密輸)한 혐의에 연루되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그 공장에서 철을 수출하는 데 어떤 제한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제한이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철을 수출하는 데 제한이 없다면, 어떻게 그가 파키스탄이 밀수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파키스탄은 독립국가이지 결코 사기꾼이 아니다. 우리는 파키스탄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인도는 1974년에 핵실험을 했지만 그 누구도 이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핵 프로그램의 계획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아무도 우리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 지적할 권리는 없었다. 그 방송사 앵커는 초라한 모습으로 순순히 떠났다.

이 장면은 생중계로 전파(傳播)되었다. 독일정부 관료, 정치인과 산업계를 포함해 독일인뿐만 아니라 온 유럽의 수천만 명이 보았다. 나는 한동안 용감하게, 또 정확하게 파키스탄을 방어해 낸 것에 대해 여러 곳의 칭송을 받았다.

伊에서 로켓발사연료 구입

미르자 아슬람 베이그 전 파키스탄 육군참모차장.

이탈리아 주재 파키스탄대사로 임명되면서 나는 파키스탄 육군참모차장인 미르자 아슬람 베이그(Mirza Aslam Baig) 장군을 방문했다. 그는 나에게 파키스탄이 얼마 전 하타프(Hataf) 로켓을 위한 연료를 구입했지만 이탈리아 당국이 수출허가증 발급을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SNEA B. P. D.라는 로마에 기반을 둔 피아트(FIAT)의 자(子)회사로서 하타프 로켓 연료의 생산자였다. 미르자 베이그 장군은 “긴급한 사항이니 연료수출을 위한 허가를 받아 달라”고 했다.

로마에 도착한 후 나는 외교장관, 코르티(Corti) 외교부 차관보와 이탈리아 외무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말파티(Malfatti) 대사를 만났다. 나와 파키스탄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이 모든 고위 인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행운을 빈다. 파키스탄과 달리 이탈리아에서 외교부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는 경제적 원조 지출과 민감한 물품에 대한 수출허가증을 발부한다.

나는 민감한 물품에 대한 수출허가증 발부를 책임지고 있는 국장을 만나서 파키스탄이 구매한 연료가 수출제한 품목인지 물었다. 그는 제한이 없다고 말했지만 “미국이 파키스탄에 로켓연료를 수출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외교부 장관, 외교부 차관보, 말파티 대사를 포함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수출허가증을 발부받기 위해서 그들을 계속 설득했다.

말파티 대사는 나의 설명을 듣고 적극적으로 우리를 지지해 줬다.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수출허가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수출허가증 발부가 지연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국장은 “이탈리아 규정에 로켓연료의 수출을 제한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현재 미국이 허가증 발부를 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파티 대사는 화를 내면서 국장에게 “몇 분 안으로 당장 수출허가증을 발부하라”고 했다. 대사가 나에게 이탈리아 블랙커피를 대접하고 있는 동안 수출허가증이 발부되었다. 이로써 파키스탄은 첫 번째 로켓발사를 위한 연료를 얻게 되었다.

원심분리기를 위한 특수자석 구매

처음에 특수자석은 본에 있는 독일회사에서 구매했다. 독일 정부가 파키스탄에 자석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석은 와흐트베르그-페흐(WachtBerg-Pech)에 있는 이크람 울 하크 칸 공사의 집으로 배송되었다. 특수자석은 외교행낭을 통해 페흐에서 파키스탄으로 계속 보냈다. 그 후 독일이 파키스탄에의 수출을 제한하자 파키스탄은 영국에서 물품을 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도 수출을 금지했으므로 우리는 특수자석을 사기 위해 이탈리아 공장으로 갔다.

아즈마툴라(Azmatulla)는 본에 있는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장비 조달 부서의 책임자로서 이크람 울 하크 칸 공사의 후임자였다. 내가 휴가 차 파키스탄에 있을 때 그는 나에게 전화를 하여 “영국 당국이 원심분리기에서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특수자석 수입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둘러서 특수자석을 수입할 수 있는 다른 공급원을 찾아야 했다. 나는 로마에 있는 비서에게 전화를 하여 공장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녀는 이탈리아 산업의 중심지인 밀라노 근처에서 공장을 찾아냈다. 나는 휴가를 반납하고 파키스탄 국영항공회사(PIA)의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돌아가서 다시 알이탈리아 항공편으로 밀라노로 갔다. 밀라노에서 대기 중이던 나의 업무용 차를 타고 사장을 만나러 공장으로 갔다. 나는 공장의 시설과 상품의 질을 확인하고는 놀랐다. 만족해서 공장 사장과 자석의 조달에 대해 논의했다. 공장 사장은 “일반적으로 판매에 제한은 없지만, 몇몇 외국 정부는 이탈리아가 파키스탄에 수출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파키스탄에 자석을 상당히 팔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 가격은 영국의 3분의 1 정도였다.

나는 로켓연료 수출허가증을 제조사에게 부여했던 이탈리아 외교부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아즈마툴라에게 “영국에서 샀던 가격의 3분의 1 금액으로 이탈리아에서 자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장비 대부분은 공개시장에서 구입

본에 있던 내 전임자인 부하리(Bukhari) 주독대사는 조기에 교체되었다. 지아 대통령은 부하리가 파키스탄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장비를 구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에는 너무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하리 대사는 프로그램을 위해 필요한 정치적 연줄도 없었고, 이 프로그램을 지켜 내지도, 더 진행시키지도 못했다.

나는 독일에서 두 번 근무하는 동안 독일의 관료와 정치인들, 산업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고 있었기 때문에 지아 대통령은 내가 다른 사람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독일 상류계층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 정착에 시간이 들지 않았다.

미국의 압박으로 인한 일부 장비의 수출에 대한 영국과 프랑스의 규제는 핵폭탄 생산 마지막 단계 무렵에 있었다. 때문에 핵폭탄을 생산하는 우리의 목적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칸 박사의 계획과 신속한 결정 덕분에 카후타연구소는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제조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이 장비 밀수에 연루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한 일이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독일에서 밀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장비들은 공개적인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일부 장비들은 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평화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독일 외교부는 독일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우리가 요구하는 상품의 수입과 수출을 위한 허가문서를 발행했다. 거의 모든 장비를 그러한 문서를 통해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獨 정부, 뒤늦게 문제 제기

파키스탄의 샤힌2 미사일. 파키스탄 최초의 로켓 연료는 이탈리아에서 입수했다.

나는 1977년 8월부터 1981년 6월까지 본에서 공사로 있었고 1984년 12월부터 1987년 11월까지는 대사로 있었다. 이 기간 우리는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장비를 계속 사서 파키스탄으로 보냈다. 그 어떤 독일 당국도 이런 장비 조달을 저지한 적이 없었다. 독일인들은 변함없이 우리를 지원했지만, 우리를 돕는 몇몇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내가 듣기로는 외교차관인 압둘 사타르(Abdul Sattar)의 오랜 친구이면서 내 후임인 메디 마수드(Mehdi Masood) 대사는 독일 외교부에 호출되어 카후타연구소를 위한 장비 수출과 관련된 비밀스러운 활동에 대해 질책을 받았다. 놀랍게도 마수드 대사는 파키스탄을 방어하는 대신에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독일 외교부에 자신의 전임자인 내가 그런 활동을 해 왔다고 이야기했다. 독일 외교부의 질책은 우리들의 핵 프로그램을 위한 조달을 거의 못하게 하는 죽음의 종소리처럼 들렸지만, 우리는 정말로 운 좋게 목표를 성취했다.

아즈마툴라 공사는 개인적으로 만나 독일 내에 있는 생산자들과 의견교환을 하거나 외교행낭을 통해 파키스탄 당국과 연락하기보다는 전화로 독일의 생산자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파키스탄의 카후타연구소와도 연락을 취했다. 전화통화는 도청되었고 그의 활동은 독일 당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또한 무모하게 행동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외교행낭을 통해 장비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고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시작했다. 정부는 그가 벤츠를 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벤츠350을 샀다. 그의 정직성이나 도덕성에 의문이 생겼다. 독일 정부는 그를 기피인물로 지목했으며, 12시간 이내에 독일을 떠나도록 명령했다.

지아, 美 의식해 核실험 보류

강한 의지를 가지고 파키스탄 핵개발을 강행한 지아 울 하크 전 대통령.

일부 사안들은 내가 본을 떠난 후 면책특권(免責特權)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발생해서 내가 곤욕을 치를 뻔했다. 한 번은 내가 몇몇 친구들 때문에 인질이 되어서 핵 프로그램 장비 취득을 위해 우리가 수행했던 일에 대해서 공개할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

또 한 번은 어떤 파키스탄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몇 명의 독일인들이 산업 합작투자를 위해 뮌헨 밖에 있는 사무실에 나를 초대했었다. 회의 중에 그 독일인들은 가방에서 몇 개의 금속 튜브들을 꺼냈다. 그리고 이 튜브들이 원자로에서 연료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지르코늄으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며 동유럽 국가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파키스탄은 독립국가이며, 만약 당신들이 이러한 튜브를 판매하고 싶다면 파키스탄 원자력에너지위원회에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아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파키스탄 핵무기 프로그램을 육성했다. 그는 이 목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주었다. 아프가니스탄전쟁 때문에 미국은 파키스탄에 압력을 넣을 수 없었다. 파키스탄이 미국의 원조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미국 당국은 미국 의회에 파키스탄이 핵폭탄을 만들고 있지 않다고 보증했다.

1984년 12월 10일 칸 박사는 “명령을 내리면 일주일 내에 핵폭탄을 폭발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지아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우리가 핵실험을 진행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아프간전쟁과 미국 원조 필요 때문에 핵실험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핵실험을 진행시키면 미국의 지원이 불명확해질 것이 틀림없었으므로 시기적으로 핵실험을 위한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核 실험

파키스탄이 1998년 5월 핵실험을 한 발루치스탄주 차기의 라스코산은 이후 파키스탄 민족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칸 박사가 세계 곳곳을 다닐 수 있게 하고 그의 안전을 보장해 주기 위해 파키스탄 정부는 그에게 각각 다른 이름으로 만들어진 몇 개의 외교관여권을 발급해 주었다. 또 지아 대통령은 아가 샤히(Agha Shahi) 외교장관과 그의 후임자인 야쿠브 알리 칸(Yaqub Ali Khan)이 해외를 방문하는 동안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지아 대통령은 몇 차례 비밀리에 카후타를 방문했다. 그는 항상 카후타의 보안책임자인 낙비 장군과 동행했다. 그리고 칸 박사의 놀라운 성과를 확인하고 연구소의 이름을 ‘A. Q. 칸 박사 조사연구소’로 바꾸었다. 지아 대통령은 이 핵 프로그램에 완벽한 지원을 해 주었고 굴람 이샤크 칸 재무장관에게 필요한 모든 자금을 제공하도록 명령했다.

197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파키스탄 원자력에너지위원회는 발루치스탄에 있는 차기(Chaghi)를 핵실험 장소로 준비하였다. 1998년 5월 13일 인도는 여러 개의 핵장치를 폭발시켰고, 파키스탄은 다른선택의 여지 없이 인도를 따라 폭발을 진행시켜야만 했다.

1998년 5월 28일 오후 3시16분 발루치스탄 깊은 중심부에서 파키스탄의 핵 역사에 새로운 한 장을 추가하면서 한 운 좋은 파키스탄 사람이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땅은 격렬하게 흔들렸고 라스코(Raskoh)산은 색깔이 변해 버렸다.⊙

번역 : 송종환 駐파키스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