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美 안보 고위관계자들, “북한 도발 가능성” 일제 경고
⊙ “도발 주체 불분명한 후방 테러, 폭발, 암살 등이 주종 이룰 것”(金寬鎭 국방장관)
⊙ 우리 國民 10명 중 4명, “核 테러 가능성 크다”
⊙ 전국 43개 공항·항만 중 핵·방사성 물질 검색장비 갖춘 곳은 4개뿐
⊙ 2002년부터 발의된 ‘테러방지법’, 아직도 제정 안돼
⊙ “도발 주체 불분명한 후방 테러, 폭발, 암살 등이 주종 이룰 것”(金寬鎭 국방장관)
⊙ 우리 國民 10명 중 4명, “核 테러 가능성 크다”
⊙ 전국 43개 공항·항만 중 핵·방사성 물질 검색장비 갖춘 곳은 4개뿐
⊙ 2002년부터 발의된 ‘테러방지법’, 아직도 제정 안돼
- 북한은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불바다’ ‘핵 선제타격’ 등 대남 핵 공갈을 계속했다.
박근혜(朴槿惠) 정부 들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北韓)이 돌연 평화 공세를 펴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회담을 제의했다가 보류하는 등 거의 엿장수 맘대로다. 안보 당국 관계자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로 해석한다. 화전양면 전술이란, 겉으론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무력도발 등 강경책을 구사하는 것을 말한다. 즉 북한이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이면에서 대남 무력 도발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6월 21일, 김장수(金章洙)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북한의) 위협과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비역 육군 중장 한기호(韓起鎬)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7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대화하자고 할 때 저들의 저의는 다른 곳에 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우면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도 북한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6월 11일(현지 시각) 미(美)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고 도발 능력을 갖춰 위험하다”며 “어떤 비상사태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뮤얼 로클리어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7월 11일 “역사적으로 북한은 이른바 도발 전략이나 도발 사이클을 갖고 있다”며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合參, “北韓의 對南 테러 가능성 어느 때보다 높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도발을 선택할까. 김관진(金寬鎭) 국방부장관은 4월 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우선순위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우려되는 것은 도발 주체가 불분명한 후방 테러, 폭발, 암살 등이 주종을 이루지 않겠느냐”며 북한의 대남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7월 3일, 합동참모본부는 국정원, 외교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테러 대비 전술 토의를 가졌다. 이날 박선우(朴宣宇) 합참 작전본부장은 “북한이 대남 도발과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테러가 일어나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 테러 가능성이 큰 이유에 대해 이대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정세와 전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부터 우리 군이 경계를 강화해 왔고, 단호한 ‘응징 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군사적 도발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김정은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대남 테러에 더욱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어 이 위원은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대남 테러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북한의 대남 테러 가능성과 심각성을 더욱 증대시킨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 생물, 화학 무기 등의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대남 테러에 이용한다면 우리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 생물, 화학 무기도 최고의 살상력을 가진 테러 수단이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핵’이다. 올해 초 계속됐던 북한의 ‘핵 공갈’ 때문이다.
2013년 3월 4일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종화된 우리 식의 정밀 핵 타격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며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돼 있다”고 위협했다. 같은 달 7일, 북한 외무성은 “제2의 조선전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며 “핵 선제 타격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진짜 북한이 핵을 이용한 대남 테러를 자행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더티 밤, 방사능 물질 확보·제조 간단해
최근 《월간조선》은 서울 여의도에서 10kt 규모 핵 테러가 발생하면 ▲사망 24만여 명 ▲경제적 손실 1575조원 ▲방사능 오염 면적 2788km² ▲소개·대피 인구 217만명 등의 피해가 발생해 ‘국가 위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은 외교통상부(현 외교부)가 지난해 3월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자력 전문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제출받은 정책연구보고서 <핵·방사능 테러 발생 시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이다. 이는 핵 테러를 가정한 첫 정부 용역보고서다.
핵·방사능 테러란, 방사성 물질을 표적 지역에 유포, 확산시켜 인체의 방사선 피폭을 포함한 방사능 오염을 유발하는 테러 행위를 말한다. 문건은 방사성 물질을 폭약과 함께 폭발시키는 방사능 확산 폭탄(RDD·Radioactive Dispersion Device), 핵 분열성 물질로 제조한 조잡한 핵무기를 폭발하는 급조형 핵 장치(Improvised Nuclear Device·IND)를 이용한 테러의 피해 규모를 예측했다.
RDD는 의료·산업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사성 물질을 재래식 폭약으로 싸서 터뜨리는 폭발물로, 흔히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불린다. RDD를 이용한 테러를 하기 위해선 먼저 방사성 물질을 구해야 한다. 문건에 따르면 RDD에 사용하는 방사성 물질은 사회 전반적으로 이용돼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고, 반감기(半減期)가 충분히 길어서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기 중으로 확산이 잘돼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자·분말 형태여야 하며, 취급하는 사람의 방사선 피폭이 작은 물질이어야 한다. 문건은 이 조건에 따라 ▲아메리슘-241 ▲캘리포늄-252 ▲세슘-137 ▲코발트-60 ▲이리듐-192 ▲플루토늄-238 ▲폴로늄-210 ▲라듐-226 ▲스트론튬-90 등의 방사성 물질 9종이 RDD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특히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으로 적당히 길고, 의료 분야에서 널리 이용해 테러에 악용될 우려가 큰 물질로 꼽았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집계한 <1993~2004년간 방사성 물질 불법 거래>에 따르면 세슘-137의 거래가 전체의 42%로 가장 활발하다.
더티 밤 폭발 시 75명 죽고, 102조원 피해 발생
문건은 RDD에 쓰이는 세슘-137의 방사능 규모를 100TBq(테라 베크렐, 1TBq=1조Bq), 테러 발생 장소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부근으로 설정했다. 베크렐은 방사능 물질의 방사선 방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국제단위다. 1TBq은 엑스레이 검진을 받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4만6000Bq)의 2174만배다.
문건은 방사선의 영향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방사능 물질 폭발 시 방사선량이 최대 허용치 0.25Sv(시버트)보다 낮은 0.11Sv로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개가 필요한 지역, 대피 반경도 19~160m 정도로 제한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피폭선량에 따른 신체적 증상은 ▲0.5Sv-임파구 일시 감소 ▲1Sv-구토, 구역질, 전신 피로, 임파구의 현저한 감소 ▲2Sv-50% 방사선 숙취(피폭 후 술 취한 것과 같은 증상) ▲2.5Sv-백혈구 감소 ▲4Sv-30일 이내 50% 사망 ▲6Sv-15일 이내 90% 사망 ▲7Sv-100% 사망 등이다.
문건에 따르면 가상 RDD 테러에 의한 인명 피해는 폭발에 따른 사망자 75명이다. 이 밖에 주민 대피·소개, 제염(방사능 오염 제거) 등의 비용 발생이 직접적인 피해다. 소개(疏開), 대피 인구는 각각 46명, 1256명이다. 제염 면적은 서울의 42%에 해당하는 254.3km²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하는 총 40조1381억원으로 평가됐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인명손실 527억원 ▲소개·대피 2억5000만원 ▲제염 38조7821억원 ▲건물 및 시설 손실 1조3028억원 등이다.
간접 피해도 발생한다. 방사능 테러로 인한 국내 화폐가치 하락, 주가 폭락, 자본 이탈 등 금융 부문의 손실이 발생한다. 국제신인도는 하락하고, 안보리스크는 증대된다. 민간 소비와 투자, 수출은 감소한다. 문건에 따르면 테러 발생 이후 4분기 동안의 간접 피해액은 총 61조7523억원이다. 경제 피해 규모는 우리나라 GDP의 10%에 해당한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 감소 13조6793억원 ▲민간투자 감소 23조1330억원 ▲관광산업 수출 감소 4조7478억원 ▲농수산업 수출 감소 3196억원 ▲음식료산업 수출 감소 2조4247억원 ▲생산 차질로 인한 부가가치 감소 17조4479억원이다.
종합하면, 서울 여의도에서 100TBq 규모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RDD 테러가 일어나면 75명이 사망하고, 약 102조원의 직간접 경제 피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核 테러로 인한 경제 피해 복구 기간은 알 수 없어
급조형 핵장치(IND)를 이용한 테러는 RDD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타격을 준다. 실현 가능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IND 테러가 일어날 경우엔 ‘국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연간 GDP에 버금가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부근에서 10kt 규모의 핵 물질이 폭발하면 반경 270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주변 건물과 함께 증발한다. 문건에 따르면 이때 사망하는 사람이 4604명이다. 그리고 전리 방사선에 의한 사망자 9만6533명, 방사성 물질의 대기확산에 따른 사망자 15만9587명이 발생한다. 이 중 사망원인 간 중첩되는 인원을 제하면 총 24만1640명이 사망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명피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170조658억원이다. 핵 폭발이 일어나면 인근 1054.43km²의 주민 216만6275명을 소개·대피시켜야 하는데, 7937억원이 든다. RDD 테러와 마찬가지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은 제염 작업을 해야 한다. 문건은 IND 테러로 방사능 오염 지역을 제주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2788km²로 추정했다. 제염 비용은 425조2389억원이다. 여기에 건물, 설비 등 유형고정자산의 피해액 87조1785억원을 합하면 총 683조2770억원의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
간접 손실의 경우는 짐작하기 어렵다. 핵 테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얼마 만에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건에선 일단 3년 동안의 경제 피해 규모를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1년 544조2887억원 ▲2년 242조6580억원 ▲3년 105조4523억원 등 총 892조3990억원의 간접 피해가 발생한다.
작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이 핵 테러를 우려했다. 외교통상부(현 외교부)가 2012년 2월 실시한 일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6%가 “한국에서 핵·방사능 테러나 원자력 시설에 대한 공격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 유동열(柳東烈) 박사는 “북한의 제한적 무력 도발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발 원점을 은폐하면서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후방 도심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핵 테러 가능성은 작게 봤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송전탑, 통신중계탑 등 국가 기간망을 파괴하거나 다중이용 시설을 폭파하는 중·저강도 테러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일시 공황에 빠지잖아요. 인명 살상을 노리지 않더라도 사회 혼란과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는 거죠. 핵 테러와 같은 고강도 테러도 배제할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작습니다.”
한국대테러정책학회 회장인 이윤호(李潤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테러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는 데다, 우리는 북한이란 위협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며 “(북한의) 화생방 테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발전소 공격을 통한 핵 물질을 분출시키는 테러 유형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에게 물었다.
—원전 방호(防護)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합니까. 훈련도 많이 하던데요.
“핵시설을 파괴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요. 중동에서처럼 자살폭탄 테러도 있을 수 있고, 테러 동기만 강력하다면 못할 것 없죠.”
1급 보안시설 原電 방호도 안심할 수 없어
이 교수의 말처럼 핵 테러 중 원전을 표적으로 하는 테러도 예상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국내 원전 파괴를 기도한 적이 있다. 1983년 8월 5일, 경북 월성군 남방 5km 지점 해안에서 북한 공작원 4명이 수중추진기를 타고 침투했다. 침투 목적은 ‘월성 원전 파괴 공작’이었다. 이들은 해안초소 초병에 의해 발견돼 사살됐고, 공작모선은 격침됐다.
최근에는 밀항 선박이 원전 바로 앞까지 들어온 사례도 있다. 2011년 10월 5일, 해양경찰은 소형 보트(0.6t)를 타고 전남 영광 홍농읍 계마리 소재 영광 원전 인근으로 밀입국한 중국인 3명을 검거했다. 영광원전은 1급 보안시설이며, 인근 해상 66만9000m²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다. 하지만 소형 보트는 원전 앞까지 제지를 받지 않고 무사통과하다가, 육지에 다 와서야 군(軍) 레이더에 포착됐다.
당시 해경은 “소형 선박은 육상 레이더나 경비함정 레이더에서 3마일을 벗어나면 탐지가 어렵다”며 “바다의 모든 배를 검문검색할 수도 없어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만약 밀입국자가 아닌, 악의를 가진 침투세력이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최진태(崔鎭泰)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핵 도발은 핵무기가 아닌, 저농도 물질을 이용한 방사능 테러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북한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은 ‘국가기관’이 테러를 획책하는 ‘국가 주도형 테러’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북한은 다량의 핵 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여타 테러 조직들보다 훨씬 위험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크죠. 테러와 같은 저강도 분쟁(LIC, Low Intensity Conflict)을 일으켜서 정부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겁니다. 대처 과정에서 정부의 미비점이 생기면 국민의 대정부 신뢰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남남갈등을 노리는 고도의 심리전이죠.”
한국국방연구원 전략연구센터장을 역임한 신성택(辛成澤) 박사(핵공학)는 핵 테러를 강조했다. 신 박사는 “RDD만으로도 인명 살상, 심리적 공포 확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북한은 핵 물질을 보유한 만큼 RDD가 아닌 핵 테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대다수 공항·항만은 핵 물질 반입 막지 못해
북한이 핵 테러를 하기 위해선 핵 물질을 국내로 반입해야 한다. 공항과 항만의 검색 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소장은 “방패가 있으면, 그걸 뚫을 수 있는 창도 존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왜 못합니까. 실제 공항에서 반입 금지 품목이 100% 걸러지고 있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방사성 물질도 밀봉된 상태라면 국내로 들여오는 건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도 국내 시설에서 탈취할 수도 있어요. 병원을 대(對)테러 요원이 지키는 건 아니잖아요. 칼 한 자루 들고 가서 위협하면 문 따 주겠죠. 저라도 따 줍니다.”
2009년 7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곽성우 외 3인의 연구원이 발표한 <핵테러, 방사능테러 탐지기술 현황 및 국내 탐지체계 구축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국내 15개의 공항 중 방사성 물질 검색은 인천국제공항, 한 곳에서 이뤄졌다. 이조차도 한 국제 택배회사에서 자사(自社) 수화물을 검색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항만도 사정은 비슷했다. 국제무역의 90% 이상은 해상을 통한 선박용 컨테이너를 통해 이뤄진다. 선박용 컨테이너가 방사성 물질 밀수에 이용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8개 항만 중 방사선 검색 장비를 운영하는 곳은 부산항과 인천항뿐이었다. 더구나 부산항에 설치된 장비는 대미 수출 화물 컨테이너에 대한 방사선 검색을 하는 것으로, 국내 유입 방지와는 무관하다. 인천항만 피하면 핵 물질 반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2013년 현재 사정은 어떨까.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발간한 <2012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원안위는 2012년 7월 공항·항만에 처음으로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수입 물동량을 기준으로 인천 4대, 평택 4대, 부산 1대, 포항 1대 등 4개 주요 항만에 총 10대를 설치·운영해 컨테이너로 수입되는 물품의 방사선 감시를 강화했다”며 “2015년까지 전국 국제 공항·항만에 방사선 감시기를 총 100대 이상 설치·운영함으로써, 방사성 오염 물질의 국내 유입과 유통을 전면 차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국내 공항과 항만이 여전히 핵·방사성 물질 밀반입 ‘구멍’으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헤로인 밀반입 가능하다면, 핵폭탄도 마찬가지”
국제 안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핵 테러리즘》에서 보안이 까다로운 미국에서조차 핵 물질 밀반입이 어렵지 않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문제의 핵 물질은 축구공보다 작다. 완전히 조립된 핵무기를 가방 형태로 만들어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x) 같은 특송회사를 통해 소포로 보낼 수 있고, 화물 컨테이너에 선적할 수도 있으며, 항공화물로 운반할 수 있다. 매년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700만개의 화물 컨테이너 중 검사를 위해 실제 개봉되는 것은 5% 미만이다. “만약 당신이 컨테이너로 헤로인을 밀반입할 수 있다면, 핵폭탄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최대 컨테이너 운송회사의 하나인 CSX라인의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국내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 탈취도 가능하다. 원안위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기관은 ▲산업기관 4157개 ▲의료기관 198개 ▲연구기관 281개 ▲교육기관 291개 ▲공공기관 613개 ▲군사기관 66개 등 총 5606개다. 이 중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설은 보안 수준이 낮아 외부 세력의 침입에 취약하다. 정부 당국의 방사선원 관리 체계도 허술해 ‘무적선원(無籍線源)’이 발생하기도 한다.
무적선원이란, 안전규제를 받지 않거나, 규제 범위를 벗어나 관리되지 않는 방사선원을 말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무적선원 발생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재활용을 목적으로 철강회사에 납품되는 고철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경우 ▲사용 업체의 부도·파산 등으로 관리 주체가 없어진 경우 ▲별도의 인·허가 없이 장기간 방치하다가 스스로 신고한 경우 등이다.
방사성 물질, 폭약 확보도 어렵지 않아
2007년,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조사한 결과 신고 대상 업체 2352곳 중 118곳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추가 조사를 벌였지만, 57곳의 소재는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쓰인 방사능 기기의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허술한 관리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분실, 도난 사건도 발생한다.
유호식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핵안보기획실장이 2009년 작성한 연구보고서 <물리적 방호 분야 신기술 개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선원 분실 건수는 1998년 환자 치료용 선원 도난, 2000년 비파괴검사 선원 분실, 2001년 제철소 밀봉 선원 분실, 2004년 방사선원 도난, 2006년 비파괴검사 차량 도난 등 총 15건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발생한 무적선원은 악의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테러분자의 손에 들어가면 RDD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신 박사에 따르면 폭약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화공과 학부생 수준이면 국내 화공약품상에서 원료를 구입해 콤포지션(군사용 고성능 폭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열 박사는 “이미 확보한 드보크를 통해 폭약류를 비롯한 테러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드보크란, 간첩장비 비밀 매설지로 북한 남파 공작원이 고정간첩에게 줄 무기, 탄약, 무전기, 폭약 등을 숨겨놓은 장소다. 직접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공작 장비, 공작금, 무기 등을 주고받을 수 있어 ‘무인 포스트’ ‘무인함’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테러를 실행할 주체는 누구일까. 최진태 소장은 “핵 테러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은 필요치 않다”며 “고정간첩 활용, 종북세력 포섭, 외국인 근로자 매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테러를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북한은 핵 배낭 부대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1월 25일 《데일리NK》가 대북 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군은 평안북도 8군단 산하에 핵 배낭 부대인 ‘벌목부대’를 여단급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핵 배낭은 특공대원이 직접 적진의 중요 대상물에 설치하고 5km 밖에서 원격조종으로 폭파할 수 있게 한 소형 전술 핵무기다. 무게가 30kg 정도에 불과해 사람이 짊어질 수 있을 만큼 가볍지만, 그 위력은 2k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대규모 핵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테러방지법 국회 계류 중, 법안 통과는 미지수
북한의 대남 핵 도발은 ‘핵폭탄 투하’가 아닌,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국내 방사성 물질 관리, 취급 시설 감독 및 방호, 공항·항만 검색 등은 미흡한 점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대테러 활동의 기본, 테러방지법과 총괄지휘 기구가 없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입법 필요성이 제기돼, 정부는 2002년 한일(韓日)월드컵을 앞두고 테러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6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17대, 18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논란 끝에 폐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 국정원 권한 강화를 우려한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국내 대테러 활동의 근간은 1982년 서울올림픽 개최 결정을 계기로 제정된 대통령 훈령 제47호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이다. 부처 간 역할 분담과 업무 협조를 규정한 정부 내부 지침으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테러에 대응해 왔다는 얘기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
최진태 소장은 “현재는 테러 유형에 따라 주무 부처가 다르다”며 “만약 실제 테러가 발생하면 어느 부처가 주무 부처가 되는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9·11테러 이후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도 대테러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대통령령으로 대테러 활동을 하고 있죠. 근거 법률이 없으니까 예산이 없고, 예산이 없으니까 관련 인력과 장비를 구입할 수 없죠. 물론 현재 각 부처가 잘하고 있지만, 여러 한계점이 있습니다. 실제 테러가 일어나면 늑장 대응을 할 소지가 큽니다.”
이윤호 교수도 “테러가 일어났을 때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 등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컨트롤타워를 규정한 테러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이 중요한 가치인 건 사실입니다. 과거 정부 기관의 행태 중 인권 침해 사례가 있으니까 불장난 좋아하는 애들한테 라이터 쥐여주는 거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다 잃을 수는 없잖아요? 어떤 게 국익에 부합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예요. 국민들도 ‘이제껏 테러가 없었는데 왜 그런 비용을 들이면서 해야 하느냐’라고 볼 수 있지만, 이건 보험과 같습니다. 들어가는 돈이 아깝지만, 사전 예방과 주의를 통해 테러 발생을 억제해야죠.”
신성택 박사도 “핵 테러를 비롯한 대남 테러는 북한이 있는 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테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선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한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 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최근 국정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민주당이 크게 반발해 법안 통과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 강력한 응징 의지 보이고 대응 역량 갖춰야”
테러방지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테러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대테러 체계의 기초를 완성한 것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최 소장은 “테러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다”며 “테러 성공 확률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핵 물질 국제 이동과 국내 유입을 차단해야 하고, 국내로 들어오는 핵 물질을 검색할 수 있는 장비를 현대화해야 하며, 위협 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해야 합니다. 또 현시 훈련, 즉 우리의 대테러 훈련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는 겁니다. 순찰하는 곳에 도둑이 나타나지 않듯이 훈련을 드러내 놓고 하는 겁니다.”
유동열 선임연구원은 각종 대비 태세 구축과 함께 우리 정부의 보복 의지 천명,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대남 테러를 막기 위해선 대북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테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테러 기도를 막고, 테러를 당하면 조기 복구와 함께 역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는 도발 주체를 조기에 확정할 수 없는데, 어떻게 역공을 합니까.
“이스라엘은 테러가 발생하면, 일주일 안에 도발 원점을 폭격합니다. 한 번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어요.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때립니다. 또 수년 전 사건이라도 끝까지 추적해 보복합니다. 그러니까 아랍 국가들에 포위된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안함 폭침은 물론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우리는 보복하지 못했는데요.
“천안함 폭침은 북한 황해도 비파곶 해군기지에서 온 잠수정의 소행인 걸로 나왔잖아요. 그럼 우리도 비파곶 기지를 공격했어야죠. 3월 26일 사건 발생 이후 합동조사단 발표가 나오기까지 두 달이 걸렸지만, 그때라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인정과 사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는 한 비파곶 기지를 폭파시켜 버리겠다’고 보복 의지를 보였어야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한 번만 더 도발하면’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간 것 아닙니까. 지금 국방부가 하는 것처럼 우리를 공격하면, 너희를 작살내겠다는 응징 의지를 보이고, 역량을 강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6월 21일, 김장수(金章洙)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북한의) 위협과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비역 육군 중장 한기호(韓起鎬)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7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대화하자고 할 때 저들의 저의는 다른 곳에 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우면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도 북한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6월 11일(현지 시각) 미(美)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고 도발 능력을 갖춰 위험하다”며 “어떤 비상사태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뮤얼 로클리어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7월 11일 “역사적으로 북한은 이른바 도발 전략이나 도발 사이클을 갖고 있다”며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合參, “北韓의 對南 테러 가능성 어느 때보다 높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도발을 선택할까. 김관진(金寬鎭) 국방부장관은 4월 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우선순위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우려되는 것은 도발 주체가 불분명한 후방 테러, 폭발, 암살 등이 주종을 이루지 않겠느냐”며 북한의 대남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7월 3일, 합동참모본부는 국정원, 외교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테러 대비 전술 토의를 가졌다. 이날 박선우(朴宣宇) 합참 작전본부장은 “북한이 대남 도발과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테러가 일어나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 테러 가능성이 큰 이유에 대해 이대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정세와 전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부터 우리 군이 경계를 강화해 왔고, 단호한 ‘응징 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군사적 도발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김정은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대남 테러에 더욱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어 이 위원은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대남 테러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북한의 대남 테러 가능성과 심각성을 더욱 증대시킨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 생물, 화학 무기 등의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대남 테러에 이용한다면 우리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 생물, 화학 무기도 최고의 살상력을 가진 테러 수단이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핵’이다. 올해 초 계속됐던 북한의 ‘핵 공갈’ 때문이다.
2013년 3월 4일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종화된 우리 식의 정밀 핵 타격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며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돼 있다”고 위협했다. 같은 달 7일, 북한 외무성은 “제2의 조선전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며 “핵 선제 타격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진짜 북한이 핵을 이용한 대남 테러를 자행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더티 밤, 방사능 물질 확보·제조 간단해
최근 《월간조선》은 서울 여의도에서 10kt 규모 핵 테러가 발생하면 ▲사망 24만여 명 ▲경제적 손실 1575조원 ▲방사능 오염 면적 2788km² ▲소개·대피 인구 217만명 등의 피해가 발생해 ‘국가 위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은 외교통상부(현 외교부)가 지난해 3월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자력 전문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제출받은 정책연구보고서 <핵·방사능 테러 발생 시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이다. 이는 핵 테러를 가정한 첫 정부 용역보고서다.
핵·방사능 테러란, 방사성 물질을 표적 지역에 유포, 확산시켜 인체의 방사선 피폭을 포함한 방사능 오염을 유발하는 테러 행위를 말한다. 문건은 방사성 물질을 폭약과 함께 폭발시키는 방사능 확산 폭탄(RDD·Radioactive Dispersion Device), 핵 분열성 물질로 제조한 조잡한 핵무기를 폭발하는 급조형 핵 장치(Improvised Nuclear Device·IND)를 이용한 테러의 피해 규모를 예측했다.
RDD는 의료·산업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사성 물질을 재래식 폭약으로 싸서 터뜨리는 폭발물로, 흔히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불린다. RDD를 이용한 테러를 하기 위해선 먼저 방사성 물질을 구해야 한다. 문건에 따르면 RDD에 사용하는 방사성 물질은 사회 전반적으로 이용돼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고, 반감기(半減期)가 충분히 길어서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기 중으로 확산이 잘돼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자·분말 형태여야 하며, 취급하는 사람의 방사선 피폭이 작은 물질이어야 한다. 문건은 이 조건에 따라 ▲아메리슘-241 ▲캘리포늄-252 ▲세슘-137 ▲코발트-60 ▲이리듐-192 ▲플루토늄-238 ▲폴로늄-210 ▲라듐-226 ▲스트론튬-90 등의 방사성 물질 9종이 RDD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특히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으로 적당히 길고, 의료 분야에서 널리 이용해 테러에 악용될 우려가 큰 물질로 꼽았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집계한 <1993~2004년간 방사성 물질 불법 거래>에 따르면 세슘-137의 거래가 전체의 42%로 가장 활발하다.
더티 밤 폭발 시 75명 죽고, 102조원 피해 발생
문건은 RDD에 쓰이는 세슘-137의 방사능 규모를 100TBq(테라 베크렐, 1TBq=1조Bq), 테러 발생 장소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부근으로 설정했다. 베크렐은 방사능 물질의 방사선 방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국제단위다. 1TBq은 엑스레이 검진을 받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4만6000Bq)의 2174만배다.
문건은 방사선의 영향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방사능 물질 폭발 시 방사선량이 최대 허용치 0.25Sv(시버트)보다 낮은 0.11Sv로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개가 필요한 지역, 대피 반경도 19~160m 정도로 제한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피폭선량에 따른 신체적 증상은 ▲0.5Sv-임파구 일시 감소 ▲1Sv-구토, 구역질, 전신 피로, 임파구의 현저한 감소 ▲2Sv-50% 방사선 숙취(피폭 후 술 취한 것과 같은 증상) ▲2.5Sv-백혈구 감소 ▲4Sv-30일 이내 50% 사망 ▲6Sv-15일 이내 90% 사망 ▲7Sv-100% 사망 등이다.
문건에 따르면 가상 RDD 테러에 의한 인명 피해는 폭발에 따른 사망자 75명이다. 이 밖에 주민 대피·소개, 제염(방사능 오염 제거) 등의 비용 발생이 직접적인 피해다. 소개(疏開), 대피 인구는 각각 46명, 1256명이다. 제염 면적은 서울의 42%에 해당하는 254.3km²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하는 총 40조1381억원으로 평가됐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인명손실 527억원 ▲소개·대피 2억5000만원 ▲제염 38조7821억원 ▲건물 및 시설 손실 1조3028억원 등이다.
간접 피해도 발생한다. 방사능 테러로 인한 국내 화폐가치 하락, 주가 폭락, 자본 이탈 등 금융 부문의 손실이 발생한다. 국제신인도는 하락하고, 안보리스크는 증대된다. 민간 소비와 투자, 수출은 감소한다. 문건에 따르면 테러 발생 이후 4분기 동안의 간접 피해액은 총 61조7523억원이다. 경제 피해 규모는 우리나라 GDP의 10%에 해당한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 감소 13조6793억원 ▲민간투자 감소 23조1330억원 ▲관광산업 수출 감소 4조7478억원 ▲농수산업 수출 감소 3196억원 ▲음식료산업 수출 감소 2조4247억원 ▲생산 차질로 인한 부가가치 감소 17조4479억원이다.
종합하면, 서울 여의도에서 100TBq 규모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RDD 테러가 일어나면 75명이 사망하고, 약 102조원의 직간접 경제 피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核 테러로 인한 경제 피해 복구 기간은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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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군의 화생방 테러 대비 훈련 모습. 서울 도심에서 핵 테러가 일어나면 24만명이 사망하고, 1575조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
문건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부근에서 10kt 규모의 핵 물질이 폭발하면 반경 270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주변 건물과 함께 증발한다. 문건에 따르면 이때 사망하는 사람이 4604명이다. 그리고 전리 방사선에 의한 사망자 9만6533명, 방사성 물질의 대기확산에 따른 사망자 15만9587명이 발생한다. 이 중 사망원인 간 중첩되는 인원을 제하면 총 24만1640명이 사망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명피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170조658억원이다. 핵 폭발이 일어나면 인근 1054.43km²의 주민 216만6275명을 소개·대피시켜야 하는데, 7937억원이 든다. RDD 테러와 마찬가지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은 제염 작업을 해야 한다. 문건은 IND 테러로 방사능 오염 지역을 제주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2788km²로 추정했다. 제염 비용은 425조2389억원이다. 여기에 건물, 설비 등 유형고정자산의 피해액 87조1785억원을 합하면 총 683조2770억원의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
간접 손실의 경우는 짐작하기 어렵다. 핵 테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얼마 만에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건에선 일단 3년 동안의 경제 피해 규모를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1년 544조2887억원 ▲2년 242조6580억원 ▲3년 105조4523억원 등 총 892조3990억원의 간접 피해가 발생한다.
작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이 핵 테러를 우려했다. 외교통상부(현 외교부)가 2012년 2월 실시한 일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6%가 “한국에서 핵·방사능 테러나 원자력 시설에 대한 공격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 유동열(柳東烈) 박사는 “북한의 제한적 무력 도발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발 원점을 은폐하면서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후방 도심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핵 테러 가능성은 작게 봤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송전탑, 통신중계탑 등 국가 기간망을 파괴하거나 다중이용 시설을 폭파하는 중·저강도 테러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일시 공황에 빠지잖아요. 인명 살상을 노리지 않더라도 사회 혼란과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는 거죠. 핵 테러와 같은 고강도 테러도 배제할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작습니다.”
한국대테러정책학회 회장인 이윤호(李潤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테러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는 데다, 우리는 북한이란 위협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며 “(북한의) 화생방 테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발전소 공격을 통한 핵 물질을 분출시키는 테러 유형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에게 물었다.
—원전 방호(防護)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합니까. 훈련도 많이 하던데요.
“핵시설을 파괴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요. 중동에서처럼 자살폭탄 테러도 있을 수 있고, 테러 동기만 강력하다면 못할 것 없죠.”
1급 보안시설 原電 방호도 안심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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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최근에는 밀항 선박이 원전 바로 앞까지 들어온 사례도 있다. 2011년 10월 5일, 해양경찰은 소형 보트(0.6t)를 타고 전남 영광 홍농읍 계마리 소재 영광 원전 인근으로 밀입국한 중국인 3명을 검거했다. 영광원전은 1급 보안시설이며, 인근 해상 66만9000m²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다. 하지만 소형 보트는 원전 앞까지 제지를 받지 않고 무사통과하다가, 육지에 다 와서야 군(軍) 레이더에 포착됐다.
당시 해경은 “소형 선박은 육상 레이더나 경비함정 레이더에서 3마일을 벗어나면 탐지가 어렵다”며 “바다의 모든 배를 검문검색할 수도 없어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만약 밀입국자가 아닌, 악의를 가진 침투세력이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최진태(崔鎭泰)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핵 도발은 핵무기가 아닌, 저농도 물질을 이용한 방사능 테러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북한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은 ‘국가기관’이 테러를 획책하는 ‘국가 주도형 테러’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북한은 다량의 핵 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여타 테러 조직들보다 훨씬 위험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크죠. 테러와 같은 저강도 분쟁(LIC, Low Intensity Conflict)을 일으켜서 정부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겁니다. 대처 과정에서 정부의 미비점이 생기면 국민의 대정부 신뢰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남남갈등을 노리는 고도의 심리전이죠.”
한국국방연구원 전략연구센터장을 역임한 신성택(辛成澤) 박사(핵공학)는 핵 테러를 강조했다. 신 박사는 “RDD만으로도 인명 살상, 심리적 공포 확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북한은 핵 물질을 보유한 만큼 RDD가 아닌 핵 테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대다수 공항·항만은 핵 물질 반입 막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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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중국 밀항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1급 보안시설인 영광원전에 접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왜 못합니까. 실제 공항에서 반입 금지 품목이 100% 걸러지고 있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방사성 물질도 밀봉된 상태라면 국내로 들여오는 건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도 국내 시설에서 탈취할 수도 있어요. 병원을 대(對)테러 요원이 지키는 건 아니잖아요. 칼 한 자루 들고 가서 위협하면 문 따 주겠죠. 저라도 따 줍니다.”
2009년 7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곽성우 외 3인의 연구원이 발표한 <핵테러, 방사능테러 탐지기술 현황 및 국내 탐지체계 구축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국내 15개의 공항 중 방사성 물질 검색은 인천국제공항, 한 곳에서 이뤄졌다. 이조차도 한 국제 택배회사에서 자사(自社) 수화물을 검색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항만도 사정은 비슷했다. 국제무역의 90% 이상은 해상을 통한 선박용 컨테이너를 통해 이뤄진다. 선박용 컨테이너가 방사성 물질 밀수에 이용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8개 항만 중 방사선 검색 장비를 운영하는 곳은 부산항과 인천항뿐이었다. 더구나 부산항에 설치된 장비는 대미 수출 화물 컨테이너에 대한 방사선 검색을 하는 것으로, 국내 유입 방지와는 무관하다. 인천항만 피하면 핵 물질 반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2013년 현재 사정은 어떨까.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발간한 <2012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원안위는 2012년 7월 공항·항만에 처음으로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수입 물동량을 기준으로 인천 4대, 평택 4대, 부산 1대, 포항 1대 등 4개 주요 항만에 총 10대를 설치·운영해 컨테이너로 수입되는 물품의 방사선 감시를 강화했다”며 “2015년까지 전국 국제 공항·항만에 방사선 감시기를 총 100대 이상 설치·운영함으로써, 방사성 오염 물질의 국내 유입과 유통을 전면 차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국내 공항과 항만이 여전히 핵·방사성 물질 밀반입 ‘구멍’으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헤로인 밀반입 가능하다면, 핵폭탄도 마찬가지”
국제 안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핵 테러리즘》에서 보안이 까다로운 미국에서조차 핵 물질 밀반입이 어렵지 않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문제의 핵 물질은 축구공보다 작다. 완전히 조립된 핵무기를 가방 형태로 만들어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x) 같은 특송회사를 통해 소포로 보낼 수 있고, 화물 컨테이너에 선적할 수도 있으며, 항공화물로 운반할 수 있다. 매년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700만개의 화물 컨테이너 중 검사를 위해 실제 개봉되는 것은 5% 미만이다. “만약 당신이 컨테이너로 헤로인을 밀반입할 수 있다면, 핵폭탄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최대 컨테이너 운송회사의 하나인 CSX라인의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국내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 탈취도 가능하다. 원안위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기관은 ▲산업기관 4157개 ▲의료기관 198개 ▲연구기관 281개 ▲교육기관 291개 ▲공공기관 613개 ▲군사기관 66개 등 총 5606개다. 이 중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설은 보안 수준이 낮아 외부 세력의 침입에 취약하다. 정부 당국의 방사선원 관리 체계도 허술해 ‘무적선원(無籍線源)’이 발생하기도 한다.
무적선원이란, 안전규제를 받지 않거나, 규제 범위를 벗어나 관리되지 않는 방사선원을 말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무적선원 발생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재활용을 목적으로 철강회사에 납품되는 고철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경우 ▲사용 업체의 부도·파산 등으로 관리 주체가 없어진 경우 ▲별도의 인·허가 없이 장기간 방치하다가 스스로 신고한 경우 등이다.
방사성 물질, 폭약 확보도 어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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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 |
유호식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핵안보기획실장이 2009년 작성한 연구보고서 <물리적 방호 분야 신기술 개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선원 분실 건수는 1998년 환자 치료용 선원 도난, 2000년 비파괴검사 선원 분실, 2001년 제철소 밀봉 선원 분실, 2004년 방사선원 도난, 2006년 비파괴검사 차량 도난 등 총 15건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발생한 무적선원은 악의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테러분자의 손에 들어가면 RDD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신 박사에 따르면 폭약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화공과 학부생 수준이면 국내 화공약품상에서 원료를 구입해 콤포지션(군사용 고성능 폭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열 박사는 “이미 확보한 드보크를 통해 폭약류를 비롯한 테러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드보크란, 간첩장비 비밀 매설지로 북한 남파 공작원이 고정간첩에게 줄 무기, 탄약, 무전기, 폭약 등을 숨겨놓은 장소다. 직접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공작 장비, 공작금, 무기 등을 주고받을 수 있어 ‘무인 포스트’ ‘무인함’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테러를 실행할 주체는 누구일까. 최진태 소장은 “핵 테러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은 필요치 않다”며 “고정간첩 활용, 종북세력 포섭, 외국인 근로자 매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테러를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북한은 핵 배낭 부대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1월 25일 《데일리NK》가 대북 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군은 평안북도 8군단 산하에 핵 배낭 부대인 ‘벌목부대’를 여단급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핵 배낭은 특공대원이 직접 적진의 중요 대상물에 설치하고 5km 밖에서 원격조종으로 폭파할 수 있게 한 소형 전술 핵무기다. 무게가 30kg 정도에 불과해 사람이 짊어질 수 있을 만큼 가볍지만, 그 위력은 2k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대규모 핵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테러방지법 국회 계류 중, 법안 통과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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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국내 15개 공항 중 방사성 물질 검색은 인천국제공항 한 곳에서 이뤄졌다. |
2001년 9·11테러 이후 입법 필요성이 제기돼, 정부는 2002년 한일(韓日)월드컵을 앞두고 테러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6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17대, 18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논란 끝에 폐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 국정원 권한 강화를 우려한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국내 대테러 활동의 근간은 1982년 서울올림픽 개최 결정을 계기로 제정된 대통령 훈령 제47호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이다. 부처 간 역할 분담과 업무 협조를 규정한 정부 내부 지침으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테러에 대응해 왔다는 얘기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
최진태 소장은 “현재는 테러 유형에 따라 주무 부처가 다르다”며 “만약 실제 테러가 발생하면 어느 부처가 주무 부처가 되는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9·11테러 이후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도 대테러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대통령령으로 대테러 활동을 하고 있죠. 근거 법률이 없으니까 예산이 없고, 예산이 없으니까 관련 인력과 장비를 구입할 수 없죠. 물론 현재 각 부처가 잘하고 있지만, 여러 한계점이 있습니다. 실제 테러가 일어나면 늑장 대응을 할 소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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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택 박사. |
“인권이 중요한 가치인 건 사실입니다. 과거 정부 기관의 행태 중 인권 침해 사례가 있으니까 불장난 좋아하는 애들한테 라이터 쥐여주는 거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다 잃을 수는 없잖아요? 어떤 게 국익에 부합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예요. 국민들도 ‘이제껏 테러가 없었는데 왜 그런 비용을 들이면서 해야 하느냐’라고 볼 수 있지만, 이건 보험과 같습니다. 들어가는 돈이 아깝지만, 사전 예방과 주의를 통해 테러 발생을 억제해야죠.”
신성택 박사도 “핵 테러를 비롯한 대남 테러는 북한이 있는 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테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선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한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 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최근 국정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민주당이 크게 반발해 법안 통과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 강력한 응징 의지 보이고 대응 역량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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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열 박사. |
“핵 물질 국제 이동과 국내 유입을 차단해야 하고, 국내로 들어오는 핵 물질을 검색할 수 있는 장비를 현대화해야 하며, 위협 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해야 합니다. 또 현시 훈련, 즉 우리의 대테러 훈련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는 겁니다. 순찰하는 곳에 도둑이 나타나지 않듯이 훈련을 드러내 놓고 하는 겁니다.”
유동열 선임연구원은 각종 대비 태세 구축과 함께 우리 정부의 보복 의지 천명,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대남 테러를 막기 위해선 대북 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테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테러 기도를 막고, 테러를 당하면 조기 복구와 함께 역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는 도발 주체를 조기에 확정할 수 없는데, 어떻게 역공을 합니까.
“이스라엘은 테러가 발생하면, 일주일 안에 도발 원점을 폭격합니다. 한 번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어요.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때립니다. 또 수년 전 사건이라도 끝까지 추적해 보복합니다. 그러니까 아랍 국가들에 포위된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안함 폭침은 물론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우리는 보복하지 못했는데요.
“천안함 폭침은 북한 황해도 비파곶 해군기지에서 온 잠수정의 소행인 걸로 나왔잖아요. 그럼 우리도 비파곶 기지를 공격했어야죠. 3월 26일 사건 발생 이후 합동조사단 발표가 나오기까지 두 달이 걸렸지만, 그때라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인정과 사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는 한 비파곶 기지를 폭파시켜 버리겠다’고 보복 의지를 보였어야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한 번만 더 도발하면’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간 것 아닙니까. 지금 국방부가 하는 것처럼 우리를 공격하면, 너희를 작살내겠다는 응징 의지를 보이고, 역량을 강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윤정수
(201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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