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3차 북한 핵실험 이후 南·北·美·中의 손익계산서 : 월간조선

지난 6월 8일 끝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미 백악관이 밝혔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두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협력과 대화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이날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중 정상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들은 두 정상의 ‘북한 비핵화 발언’ 직후부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외교적 태도가 변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가 손쉽게 다가올 것이라는 뉘앙스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중국은 (북한의) 행동 변화가 있을 때까지 김정은(金正恩)을 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하면서 이 같은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은하 3호 발사 사건과 올해 2월 3차 북한 핵실험 이후 지속된 한반도 긴장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비록, 남북당국자 회담이 양쪽 회담 대표의 ‘격(格)’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됐지만, 향후 북한이 남북대화, 북미대화를 재개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의 특사인 최룡해(崔龍海)에게 세 번이나 ‘비핵화’를 강조했고,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도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든 비핵화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 4개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다시 길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시작할 것이다.

《월간조선》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이 시점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의 1년에 걸친 도발 이후, 관련 4개국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살펴봤다. 이를 위해 북한, 중국 전문가들을 다양하게 만났다.

[중국]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미국에 안방 내줘

북한과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가장 잃은 게 많다고 보고 있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아시아에서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 강화 조치에 속수무책이었다고 지적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중국은 북한의 은하 3호 발사와 3차 핵실험, 미사일 도발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 속에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구체화시키는 군사력 전진배치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한반도와 인근 지역에 B-52 전략 폭격기를 보냈습니다. B-52가 떴다는 건 군사적인 시뮬레이션을 이미 모두 마쳤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스텔스기인 B-2가 한반도 상공에 왔습니다. 아마 중국까지도 모두 커버를 하고 돌아갔을 겁니다. 중국은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요. 미국의 핵잠수함도 대놓고 중국 인근 해역을 들어갔다 왔을 겁니다. 천안함 피격 사건 때, 미국의 핵 항모인 조지워싱턴호가 중국의 반발로 동해로 들어왔던 것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죠.”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 전진 배치를 왜 막지 못한 겁니까?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면서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의 은하 3호도 쐈습니다. 게다가 괌을 대상으로 미사일 도발도 했습니다. 미국 본토와 태평양 도서에 대한 핵 공격을 예고한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대응은 이전과 달리 충분한 명분을 얻었어요. 이런 점에서 중국은 미국의 군사 행동에 지금까지와 달리 벙어리 냉가슴 앓듯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의 대(對)미, 대(對)아시아 전략에서 상당히 아픈 부분입니다.”

윤경우 국민대 중국연구소 교수도 “시진핑이 미국에 계속 신형대국론을 강조하는 것도 북핵 문제로 미국이 동아시아에 깊숙이 들어온 것에 대한 우려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새로운 대국관계의 핵심은 양국이 서로의 핵심 이익에 대해 협력하고 조화하자는 겁니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중동, 유럽, 남미 등 세계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가장 큰 핵심 이익은 아시아입니다. 그런데 오바마 정권이 출범한 후, 아시아 회귀전략을 펼치는데다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미국이 아시아에 군사외교적으로 ‘쑥’ 들어오자 다급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아시아에 들어올 때 중국과 상의해서 중국의 외교, 안보적인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자’고 사정하고 있는 거죠. 이런 점에서 중국의 현(現) 지도부 입장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상당히 미울 수 있습니다.”

반면 이영학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박사는 “시진핑이 북한에 대놓고 ‘비핵화’를 하라고 요구한 것은 이전까지 북한에 간접적이고 제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중국이 북한의 운명을 놓고 미국과 함께 직접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이득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의 특사 최룡해에게 보인 태도나, ‘북한 비핵화’를 강조한 것은 더 이상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인 이득이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보여준 비핵화에 대한 태도는 후진타오 시절과 많이 변했지만 북한이 중국에 전략적인 가치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번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한 핵개발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게 확실합니다.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로 급히 중국으로 간 것을 보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상당히 경고를 한 걸로 보입니다. 2차 핵실험까지는 사실,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용인하면서 지렛대로 사용했습니다. 당시는 북한이 경제가 좋지 않고, 재래식 무기도 한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핵이 없으면 미국과 한국을 상대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3차 핵실험은 기존과 달리,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해 핵실험을 했습니다. 소량의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중국도 북한이 이 정도 수준의 핵을 갖게 되면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북한의 지렛대나 완충지대로서 역할이 순식간에 없어진 건 아니라고 봅니다.”

같은 연구원 박형중 연구위원도 “시진핑이 비핵화를 통한 북한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에 있어 북한의 전략적인 가치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전술적으로 ‘비핵화’를 강조하는 것이 북한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후진타오 때는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 두루뭉술 넘어가거나,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때문이니 먼저 대화에 나서라’는 식으로 북한을 두둔했습니다. 후진타오는 비핵화와 북한 안정이라는 선택지에서 ‘북한 안정’을 통해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에 비해, 시진핑은 ‘비핵화’ 위에서 북한 안정을 추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에서 핵개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경우 중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다만, 비핵화를 강조하는 것이 단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을 넘어서 북한에 일종의 퇴로를 열어준 기능도 했다고 봅니다. 북한 스스로가 이 상황에서 비핵화하겠다고 먼저 나설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에 대해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아직까지 전혀 변한 게 없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그의 설명이다.

“중국 지도부가 국제사회와 중국 여론 부담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에 대한 태도가 변한 건 없습니다. 시진핑과 오바마 정상회담 이후,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 비핵화 관련 발언을 분석하면, 북핵과 관련된 이전 중국 지도부의 발언과 큰 차이점이 없었습니다. 향후, 실무회담을 통해 중국의 변화 가능성이 문서화되기 전까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봅니다.”

[미국] 아시아에 군사력 강화 계기 만들고 중국의 협조도 얻어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북한의 도발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미국을 꼽았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괌을 목표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은 완전히 ‘꽃놀이패’를 쥔 격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 “잃은 게 하나도 없는 장사”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의 북한의 도발 행동 이후 가장 큰 이득은 역시 아시아에 대한 군사력 강화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김기수 수석연구위원의 얘기다.

“북한의 무력 도발을 계기로 미국은 자국 국민과 세계 여론에 미사일 방어체제(MD)의 당위성에 대해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북한이 핵을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괌이나 하와이까지 발사할 수 있다는 데, 비용이 얼마가 들어도 이를 막아야 된다는 게 최근 미국 여론입니다. 게다가 한국 등 동맹국들에 참여를 하라는 명분도 만들었어요. 이런 점에서 북한은 제 발등을 찍으면서까지 미국을 도와준 격이 됐어요.”

조한범 연구위원은 자신의 논문에서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썼다.

<북한의 위협을 계기로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으며, 근간이 되는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공고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와 인근 지역에 B-52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폭기의 순회비행 또는 배치, SBX 레이더 전진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 배치 등 군사전략적으로 파격적인 조치들을 아무런 장애 없이 전격적으로 실행했다. 아시아 회귀전략에 있어 군사력의 전진배치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군사행동을 신속하게 실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과 협의할 수 있는 명분과 채널을 확보한 것도 부수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 안정화 여부가 관건

주민을 달래기 위한 전략물자 방출 등으로 인해, 김정은과 군부의 관계가 불편해 질 수도 있다.

도발의 장본인인 북한이 얻은 실익(實益)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북한이 크게 잃은 것은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지만 김정은 정권의 안정화 문제에 있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북한은 현재까지 크게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고 봅니다. 굳이 나눈다면, 3차 핵실험 이후 핵과 미사일 능력을 크게 과시했고 주변국들로부터 이를 인정받은 정도지요. 이후 비핵화 관련 협상에서 다양한 카드로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의 북한 핵 개발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된다는 건 부담이 되겠죠.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현재까지는 김정은의 위치가 상당히 탄탄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의 위치가 애매했다면 1년에 걸친 도발을 유지할 수 없었겠죠. 어떤 형식으로든 재개될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변화된 입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3차 핵실험 이후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입지에 어떤 변동 조짐도 없다”며 “3년 정도는 지켜봐야 김정은 정권 입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북한은 지금까지처럼 비핵화를 위한 길고 긴 협상에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걸 최대한 얻으려고 할 것이고, 여기에 김정은 정권의 앞날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조한범 연구위원은 “앞으로 김정은 정권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나중에 돌이켜보면 북한이 잃은 게 더 많은 게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얘기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지난 1년간에 걸쳐 도발을 감행하면서 지불한 비용이 상당히 큽니다. 우선 올해 상반기 때 군이 보유하고 있는 석유, 쌀 등 전략비축물자를 민간에 풀었습니다.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 때 300만명이 굶어 죽어도 안 풀었던 물자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이 들어오고 나서 ‘살기가 나아졌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하지만 전략비축물자는 다시 쌓아야 하는데 이를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살기가 조금 나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면 인민들 사이에서 ‘양치기 소년’ 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요.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어요.”

—군부의 분위기도 좋지 않겠네요.

“군부와 당정의 엘리트들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온건파는 김정은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회의할 것이고, 강경파도 김정일과 달리 대치노선 가운데서 큰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국정능력에 대해 속으로 의심할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비핵화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이후의 협상에서 북한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살라미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버리면서 얻을 것을 최대한 얻을 겁니다. 영변 핵재처리시설 가동 중단, IAEA 핵사찰 복귀 등 다양한 카드를 내세우며 한국, 미국 등을 상대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할 겁니다. 그 기간이 약 2~3년 걸릴 겁니다.

하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스탠스나, 미국과 중국의 태도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전 세계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 기술을 우려하면서 ‘북한은 어떻게든 비핵화시켜야 된다’는 메시지를 공유하게 됐다는 게 앞으로 큰 부담이 될 겁니다.”

[한국] 향후 해결할 일들 쌓여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 이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가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단기적인 성적은 좋지만, 장기적으로 해결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먼저 단기적인 성적으로 전문가들은 “비핵화에 대해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끌어냈다”는 점을 꼽았다. 박형중 연구위원의 얘기다.

“박근혜 정권이 이전 정권과 달리, ‘북한을 상대는 하되 우리만의 원칙이 있다’는 태도를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국내적으로 남남 갈등이 줄어든 효과를 봤어요. 당연히 국내의 여론이 안정되면서 중국과 미국에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기는 하지만, 이 와중에 중국이 이전 정권과 달리 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 목소리를 냈습니다. 방법론은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 한·미·중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라고 봅니다.”

남성욱 교수는 “중국이 비핵화를 강하게 언급하면서 전 세계에 북한의 핵에 대해 ‘비확산’이 아니라 ‘비핵화’가 어젠다임을 인식시켰다”며 “이번 사태에서 한국이 얻은 이익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표면적인 이익에 비해, 실제 현실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만 산적해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국책연구기관 P씨의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방미 때, 미국에서 환대를 받은데다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 때문에 많은 게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얻은 게 사실 별로 없어요.”

—시진핑이 비핵화에 대해서 여러 차례 강조를 했잖습니까. 이런 부분만 해도 상당한 결과 아닙니까.

“미·중 간의 정상회담이고 양국이 발표한 비핵화 문구를 보면 기존 북한 핵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이라는 언급이 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해 핵을 개발한 게 확실하면 핵을 여기저기 숨겨놓고, 향후 비핵화 회담을 통해 살라미만 파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도 대략 몇 년 걸립니다. 그러면 오바마는 임기가 끝나고, 시진핑은 ‘비핵화’ 목소리를 높여 미국의 입장을 맞춰준 것만 가지고 미국에 생색을 낼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비핵화가 완전히 이루어진 게 아닌데 전시작전권 환수는 2015년에 예정돼 있습니다. 전작권 환수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전제하에 이뤄져야 하는 겁니다. 미국 오바마 입장에서는 어찌됐든 비핵화 과정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자고 하면 안 하려고 들 거예요. 전작권 환수 연기가 안 되면, 우리가 핵재처리시설을 허용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절반은 성공했다는 식의 인식은 큰 오산이라고 봅니다. 우리 앞에는 달라진 환경과 해결해야 할 부채만 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