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일에 싸여있던 조직체계·세부위치 최초공개
⊙ 金正日, “예술가를 꽃방석 위에 앉혔다면 과학원은 금방석 위에 앉히겠다”
⊙ 핵무기 연구소는 지하 갱도에 건설되어 있어 위성관찰 불가능
⊙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핵무기 연구는 계속됐다”
⊙ 미사일 연구소에 舊소련 출신 미사일 전문가 20여명 근무 중
⊙ 131원자력 지도국을 원자력공업성으로 확대 개편한 것은 핵무기 양산 의지 표명
⊙ 金正日, “예술가를 꽃방석 위에 앉혔다면 과학원은 금방석 위에 앉히겠다”
⊙ 핵무기 연구소는 지하 갱도에 건설되어 있어 위성관찰 불가능
⊙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핵무기 연구는 계속됐다”
⊙ 미사일 연구소에 舊소련 출신 미사일 전문가 20여명 근무 중
⊙ 131원자력 지도국을 원자력공업성으로 확대 개편한 것은 핵무기 양산 의지 표명
- 북한 《노동신문》이 2013년 3월 7일자 1면에 ‘적대세력들의 본거지를 정밀 핵 타격으로 쓸어버리자’는 설명과 함께 게재한 이동식 발사 차량의 열병 행렬 사진. 스커드 계열의 KN-02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 차량의 열병 행렬 사진을 실었다.
제2자연과학원은 북한의 군사무기 개발을 주도하는 연구소의 집합체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방과학연구소에 해당한다.
제2자연과학원의 존재와 설립목적 자체는 세상에 알려져 있다. 자세한 조직체계와 세부 위치 등은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월간조선》은 제2자연과학원을 잘 아는 위치에 있던 탈북자 A씨와 B씨의 증언을 통해 북한 군사과학의 요체, 제2자연과학원의 실체를 대해부했다. 일부 연구소의 존재와 기능이 알려진 적은 있지만, 언론에 제2자연과학원의 전체 구성과 세부 구조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2자연과학원은 1964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50여 년간 북한의 핵무기·미사일·생화학무기 개발과 군수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금방석 위에 앉혀도 아까울 것이 없는 단위”, “당과 혁명의 귀중한 재부”. 생전에 김정일이 제2자연과학원에 보낸 찬사다.
“평양에서 가장 좋은 지대를 제2자연과학원에 내어준다”
제2자연과학원은 1964년 6월 29일 창설됐다. 그 전부터 있던 ‘130정밀기계연구소’와 다른 연구소들을 합쳐 만들었다. 창설 당시 명칭은 ‘국방과학원’이었다. 김일성은 6·25 전쟁을 치르며 옛 소련제 무기가 북한 군인들의 체형에 맞지 않는다는 점과, 군수 부문의 독립 없이는 소련에 계속 의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정권 수립 초기부터 국방과학 육성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6·25 전쟁 당시 북한에는 방독면, 철갑모, 보총 등 기본적인 군사장비마저 전무했다. 소련은 북한의 군수공업 발전을 통제하기 위해 기술 전수를 꺼렸다. 모든 군수공장에는 소련기술고문단이 상주하면서 북한이 소련의 부품만을 이용해 군사장비를 조립해 내길 원했다. 김일성은 6·25를 말할 때마다, “6·25 전쟁 시기 보총 10만 자루가 없어서 낙동강까지 진격했다가 후퇴했다. 소련이 그것을 주겠다던 약속만 지켰어도 그때 조국을 통일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국방과학원’ 창설 시 원장은 당시 민족보위상이었던 김창봉(金昌奉)이었다. 현재 원장은 최춘식이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1주기 추모행사에서 김정은 바로 옆에 서 있는 모습이 공개돼 의문을 일으켰던 인물이 바로 최춘식 원장이다. 원래 과학원장 및 연구사들의 모습은 매체에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 과학원 종사자나 과학원 시설 내부가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방과학원’은 후에 비밀보장을 이유로 제2자연과학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북한에서 ‘제2’라는 명칭은 주로 군사 관련 시설에 붙여진다. 군수경제를 관장하는 조직이 ‘제2경제위원회’라 불리는 것이 같은 예다.
제2자연과학원(이하 과학원)은 최근 북한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사일 연구와 발사, 인민군대의 현대적인 무장장비 연구 도입과 재래식 무기들의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핵무기 연구도 제2자연과학원의 주된 임무 중 하나다.
과학원은 국방위원회 직속 기관이다. 중앙당 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다. 당 지도는 중앙당 조직부 15과가 담당한다.
과학원은 평양시 룡성구역에 있다. 과학원의 위치는 김일성이 직접 지정했다. 이때 “공기가 좋고 적들이 공습하기 어려운 위치라, 평양시에서 가장 아끼던 지대를 과학원에 내어준다”고 했다고 한다.
본부는 룡성구역 룡성2동에 있다. 본부 건물과 원장·책임비서 사택 건물은 붙어 있다. 본부에는 당위원회와 행정지도국이 있다. 당위원회 아래에는 국방 관련 기밀보안을 위한 보위부와 보안부가 있다. 과학원 연구사(연구원)들과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부서다.
행정지도국에는 과학지도국, 사무국, 생산국, 계획국, 총무국, 노동국, 재정국, 교육국, 대외사업국, 심사국, 후방국, 건설국 등의 부서가 있다.
산하에는 60여개 연구소, 연구원은 1만5000여명
과학원 산하에는 60여개의 연구소와 관련 시설이 있다. 이 중 많은 연구소가 룡성구역 룡추동과 중이동에 걸쳐 건설되어 있는 ‘과학촌기지’에 위치해 있다. 이뿐 아니라 자강도, 함경남도 등 북한 각지에도 연구소가 흩어져 있다. 함경남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미사일 발사장이 있고, 평안북도 태천군에는 각종 포 및 화력 무기 시험장과 비행기 시험 사격장이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도 미사일 시험 발사장이 있다. 과학원이 관련된 행사는 기밀 때문에 조선중앙TV와 《로동신문》이 관련 영상과 사진을 마음대로 내보낼 수 없다. 이 때문에 통신결속소, 촬영분소 등이 과학원 내에 따로 있다.
북한에서는 연구소 등 보안이 필요한 기관에 숫자와 날짜 이름을 붙인다. 숫자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10월17일연구소는 위성연구소를 가리키는데, 여기에서 10월 17일은 김일성이 위성을 발사하라는 교시를 내린 날을 의미한다.
북한에서는 ‘112연구소’, ‘101연구소’ 식으로 숫자이름만 부른다. 기사에서는 편의를 위해 ‘112기계화연구소’ 같은 식으로 연구소의 임무도 함께 표기했다.
과학원 원장은 ‘대장’ 칭호를 받는다. 인민무력부 부부장과 제2경제위원회의 1부위원장을 자동으로 겸임한다. 원장 아래에는 부원장이 6명 있다. 과학원에서 일하는 연구사들은 약 1만5000명인데, 전원 군복을 입는다. 연구사들 중 대다수가 평양국방대학과 룡성약전공업대학 졸업생들이다. 그 외에 인민무력부 미림전자전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졸업생들만이 과학원에 들어갈 수 있다.
연구사 외에도 4만여 명의 실험조수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과학원 종사자들은 과학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일반인과 격리된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생활을 뒷받침하는 부서인 후방관리국은 과학원 직원들의 식량을 조달하기 위한 농장과 목장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다. 후방관리국의 직원만 3000여 명이다. 과학원 직원의 자녀만을 위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도 따로 있다.
해외 군사문헌 분석해 무기개발 착수
과학원의 예산은 여러 경로로 충당한다. 국가예산인 국방과학연구비를 기본으로, 제2경제위원회 산하기관인 창광회사에서 해외에 무기를 판 수입, 과학원 산하 제2연합무역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자금, 과학원 산하 연구소들이 다른 나라와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버는 수입 등이 그것이다.
이 예산으로 과학원 산하에 있는 자재 상사가 연구소들에 연구·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한다. ‘99호물자’, 즉 최고사령관 동지 예비물자라는 명목 아래, 제2경제위원회와 내각 산하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자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아 연구소들에 내준다.
과학원의 무기 연구·개발 과제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선정된다.
첫 번째 경로는 해외 무기 탐구다. 해외 각 나라에 나가 있는 제2경제위원회 소속 일꾼들이 각 나라의 군사과학기술 서적·문헌 자료을 수집해 과학원 산하 기관인 제2과학기술통보사에 전해 준다. 그러면 제2과학기술통보사는 이 자료를 분야별로 번역해 분석한다. 그런 다음 북한에 도입되지 않은 군사장비를 추려내 과학원 내 심사국으로 올린다. 심사국은 후보군을 검토한 다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다. 국방위원회의 비준이 떨어지면 ‘국방위원회 명령과제’가 되어 과학원 과학지도국으로 내려온다. 과학지도국은 해당 분야의 연구소들을 모아 합동연구진을 편성한다.
두 번째 경로는 인민무력부의 건의다. 인민무력부가 국방위원회에 필요한 무장장비를 올리면 국방위원회가 검토한 후 최고사령관의 비준을 받는다. 이렇게 내려오는 과제는 ‘최고사령관 명령과제’다. 과학원은 국방위원회 명령과제보다 최고사령관 명령과제를 더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연구·개발 결과가 나오면 중앙당 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합동 심의를 한다. 그런 후 제2경제위원회에 생산과제로 내려보낸다. 생산된 장비는 군부대에 도입되는데, 이때 과학원 연구사들이 현지 부대로 나가 직접 장비 사용법과 원리를 강의한다.
과학원 연구사들이 제출하는 논문의 출판은 제2자연출판사가 담당한다. 제2자연출판사는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책으로 펴내는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인쇄소도 따로 갖추고 있다. 기밀을 다루기 때문에 제2자연출판사에 들어가려면 기본적으로 성분이 좋아야 한다. 당성과 능력은 그 다음이다. 출판사 직원의 상당수가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핵개발의 요람 ‘101연구소’의 정체
과학원의 연구는 통상 여러 연구소가 합동으로 진행한다. 그렇다면 북한 핵무기 연구를 진행 중인 연구소는 어디일까. 바로 101핵물리화학연구소와 화학연구소, 화학재료연구소, 물리학연구소 등의 연구소가 그 주역이다. 지금까지 131원자력 지도국이 이들을 지원했다.
북한의 핵개발 구도를 간단히 분석해 보자면 이렇다. 국방위원회가 최고사령관 명령과제나 국방위원회 명령과제를 통해 핵 관련 과제를 내리면, 131원자력 지도국은 정책을 실행하고 과학원의 연구를 측면에서 지원한다. 과학원에서 일정 결과가 나오면 제2경제위원회에서 심의한 후 생산에 들어가는 구도다. 이때 현장에서 일이 돌아가는 방식을 관찰하면 과학원이 131지도국이나 제2경제위원회에 예속되는 기관이 아니라 대등한 기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원 원장이 자동으로 제2경제위원회 1부위원장직을 겸하는 것도 과학원 연구사들의 목소리가 제2경제위원회에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다. 과학원의 연구사들은 131지도국이나 제2경제위원회 산하 공장에 얼마든지 출입할 수 있지만, 131지도국과 제2경제위원회 종사자들은 연구소에 출입할 수 없다. 핵 분야뿐 아니라 국방과학 연구 전분야에서 이런 구도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난 4월 12일, 북한은 내각 내에 ‘원자력공업성’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원자력공업성은 131원자력 지도국을 확대개편한 부서다. ‘공업’이란 명칭을 붙인 것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 연구에서 한층 나아가 본격적인 핵무기 생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01핵물리화학연구소
101핵물리화학연구소는 1970년대 초부터 핵무기 개발 연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재지는 자강도 강계시 공귀리로, 연구소 전체가 갱도 속에 지어져 있다. 실제 위성촬영 화면으로 연구소를 살펴보면 언덕밖에 보이지 않는다. 언덕 위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다. 연구소 옆에는 단층으로 된 거주 단지가 있다. 핵물리화학연구소 연구사와 노동자들의 거주지다.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국방대학에서 원자력, 물리학, 화학 등의 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해야만 101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다. 300여 명의 연구사와 150명가량의 실험 조수가 일하고 있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2000명의 관련자가 있는 셈이지만, 강계시 사람들은 101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른다고 한다. 연구사들은 수시로 영변과 풍계리로 가서 핵실험에 참여한다.
101연구소는 북한 정권이 어떤 어려움에도 최후의 보루처럼 지켜 온 곳이다. 1990년대 중후반, 일명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101연구소 직원들에게는 변함 없이 식량을 배급했다고 한다. 이들이 장마당으로 나가 일반인들과 섞이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연구소는 계속 운영되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핵무기 연구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됐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101연구소를 방문할 때는 부주석은 물론 총정치국장 등 동행한 모든 사람을 밖에 두고 혼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112기계화연구소
112연구소는 장갑(裝甲)과 기계화 부대 장비 연구를 하는 연구소다. 300여 명의 연구사가 일하고 있다. 112연구소는 핵무기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과학원 내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소 중 하나였다.
1979년부터 북한은 포 무기 ‘자행자동화(자주포 개발)’에 열을 올렸다. 1979년 열린 전국 군수부문 열성자대회에서 김일성은 “112호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112호 과제는 포 무기의 자행자동화를 뜻한다.
120전기연구소
평양 과학촌기지에 있다. 연구사 300여 명과 실험조수 200여 명이 무기개발에서 전기 부문의 연구를 하고 있다. 노동자 200여 명 규모의 중간공장을 갖추고 있다.
130정밀기계연구소
제2자연과학원의 설립 모체였던 연구소다. 과학원 설립 이후에도 같은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군사장비의 정밀성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 중인 연구소다. 폭탄의 정확성 향상 연구 등이 주 임무다. 주로 다른 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폭탄 연구를 하다 보니 전해 오는 일화도 많다. 1986년 130연구소에서 자갈탄 연구를 진행할 때였다. 200L짜리 드럼통만한 크기의 자갈탄 시제품을 제작했는데, 투하된 지점에서 직경 2km 안에 있는 생명체는 모두 죽게 할 수 있는 탄이었다. 이 자갈탄 시제품을 시험해 보기 위해 평안북도 태천군에 있는 시험사격장으로 옮겨 창고에 보관해 놓았다.
그런데 함께 시험사격장에 간 연구사 4명과 실험조수 2명이 조작 중 실수를 해서 자갈탄이 그만 폭발해 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창고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초소병까지 모두 즉사했다고 한다. 살점이 흩어져 시체도 못 찾을 정도였다. 당시 김일성은 이들을 기려 “장례식을 크게 해 주라”고 했고, 장례식은 성대히 치러졌다. 130연구소에 연구사는 200명 정도, 실험조수는 1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144금속공학연구소
144연구소에서는 연구사 800여 명과 실험조수 약 400명이 유색금속(비철금속)과 로켓 동체 연구를 하고 있다. 중간공장 노동자는 300명. 144연구소는 중간공장 외에 연구소 산하에 티탄공장을 운영 중이다. 1000명가량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비교적 대형 공장이다.
166공학연구소
북한 미사일 개발진 중 핵심 브레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과학원 산하 미사일 연구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연구사만 1000명가량이 있다. 실험조수는 500여 명이다. 중간공장 노동자도 약 800명이 근무 중이다.
연구사들 대부분이 평양국방대학, 룡성약전공업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들이다. 리과대학은 우리나라의 카이스트와 같은 성격의 대학이다.
이 연구소가 북한 정권에 얼마나 중요한 연구소인지 알려주는 사실이 있다. 바로 ‘로열 패밀리’가 이곳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다. 김일성의 4번째 아들로 알려진 김영일이 1985년부터 1988년까지 166연구소에서 연구사로 일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개발한 로켓은 모두 166연구소가 개발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166연구소에는 옛 소련 출신의 미사일 전문가들이 근무 중이다. 약 스무 명. 이들은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할 때 북한으로 망명한 연구진이다.
연구사들의 대부분이 평양국방대학, 룡성약전공업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 최우수 졸업생들이며 지금까지 북한에서 연구 제작된 로켓의 거의 모두가 이 연구소를 주체로 개발 연구한 것이다.
166연구소의 연구사들 중 많은 수가 이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등 아랍권 국가에 공동 연구를 위해 파견 나가 있다. 지난 2011년 11월 12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남서부에 위치한 비드가네 외곽 미사일기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때 현장에 있는 북한기술자 5명이 숨졌는데, 이 중 3명이 과학원 소속의 연구사들이었다. 166연구소 소속의 연구사로 추정된다.
185약전연구소
185연구소는 약전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소다. 로켓 개발 중 송수신장비 개발을 맡고 있다. 약 500명의 연구사와 실험조수 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각 연구소는 ‘중간공장’, 즉 시제품 생산 공간을 갖추고 있기도 한데, 185연구소의 중간공장에는 200여 명의 노동자가 소속돼 있다.
212육군전자전연구소
212연구소는 평양시 제산구역 중당동에 위치해 있다. 212연구소의 연구진 중 일부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사는 약 150명, 실험조수는 70여 명이고 중간공장 노동자는 약 100명.
212연구소의 세부 구조는 이렇다.
▲1실 탐지기 개발 ▲2실 장애제거 ▲3실 통신현대화 ▲4실 자행포 전자전 ▲5실 화학 ▲6실 체계프로그램 개발 ▲7실 자동지휘조종체계.
713공군전자전연구소
713연구소는 ▲공중 대 공중 ▲공중 대 해상 ▲공중 대 지상 무기들 ▲비행기 전자장애 부문을 연구·개발하는 연구소다. 연구사의 대부분은 김책공군대학 졸업생이다. 연구사가 150여 명, 실험조수 약 60명, 중간공장 노동자 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713연구소는 원래 인민무력부 산하 공군사령부의 직속 연구소였다. 그런데 1993년, 김일성이 “국방과학연구소는 인민무력부가 아닌 제2자연과학원 소속으로 두라”고 지시해, 과학원 산하로 들어왔다.
이때 713연구소와 함께 인민무력부 산하에 있던 ▲해군전자전연구소 ▲212육군전자전연구소 ▲탱크연구소 ▲공병연구소가 모두 과학원 산하로 들어 왔다.
713연구소의 위치도 이때 바뀌었다. 원래는 평양시 사동구역 소룡동에 있는 공군후방사령부와 같이 있었다. 과학원 산하로 들어오면서 룡추동에 있는 금수산의사당경리부 8호 병원과 건물을 바꿨다고 한다.
628발동기연구소
로켓의 발동기(엔진)와 동체를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사 500여 명, 실험조수 200여 명, 중간공장 노동자 300여 명 규모다. 10월17일연구소와 공동연구를 많이 한다.
628연구소의 탄생에도 에피소드가 있다. 1985년 10월 25일 김정일은 과학원 전시관을 현지지도했다. 이때 오극렬 당시 인민무력부 총참모장이 옆에 있었다. 김정일은 과학원의 성과물을 둘러보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예술인들을 꽃방석 위에 앉혀 놓고 키웠다면, 이제부터 과학원은 금방석 위에 앉혀 놓고 키우겠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국방과학자들의 수준은 인민학교 수준인데, 중거리 미사일을 창작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중등 수준에 올라서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이때 166공학연구소가 확장되면서 628연구소도 분리, 신설됐다.
10월17일위성연구소
1990년 10월 17일 김정일은 “우리나라도 이제는 위성을 발사할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위성연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설립된 연구소가 10월17일연구소다. 10월17일연구소 안에는 위성관제센터가 있다. 바로 그곳에서 2009년 4월 5일 광명성 2호 발사시험 당시, 김정일과 김정은이 발사시험 장면을 지켜봤다.
김정일은 “이번에도 실패할 줄 알았는데 성공한 것을 보니 기쁘다”고 하면서 연구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한다. 당시 ‘청년 장군’이었던 김정은도 사진촬영에 함께했다.
이틀 후인 4월 7일에는 김경희가 방문했다. 위성관제센터를 돌아보고 성공을 축하한다고 하면서 연구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고 한다.
10월17일연구소에는 연구사가 150여 명, 실험조수가 80여 명, 중간공장 노동자가 100여 명 일한다. 위성관제센터에서는 컴퓨터조종기록수가 30여 명 일하고 있다.
전자계산기연구소
무기에 컴퓨터 자동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곳이다.
중간공장
각 연구소는 대부분 중간공장을 갖추고 있다. 연구소의 중간공장에서 제작할 수 없는 것들은 과학원 과학지도국에 의뢰해 과학원 직속 시제품공장에서 생산한다. 과학원 직속 중간공장에는 1000명가량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각종 연구 시험 및 제작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 중간공장은 평양시 룡성구역에 있는 과학촌기지에 위치해 있다.
이상의 연구소 외에도 평양시와 함경도, 평안도 일대에 수많은 연구소가 흩어져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북 전역에서 최고 인재 뽑아 연구사로 길러 내
과학원은 연구사를 길러 내기 위해 교육기관을 직접 운영한다. 바로 평양국방대학과 룡성약전공업대학이다.
평양국방대학
평양국방대학은 원래 자강도 강계시 석현동에 있었다. 당시 교명은 강계공업대학이었다.
강계에서 평양으로 학교를 옮긴 계기는 ‘강계26호공장 폭발 사건’이었다. 1990년 11월 29일, 강계26호공장(강계뜨락또르공장)이 폭발했을 때, 김일성은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대학인데, 이전에 민족보위상을 하였던 김창봉이 비밀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강계에 대학을 세웠다”고 하면서, “평양의 제2자연과학원 옆으로 대학을 옮기라. 그래야 나도 자주 대학에 나가 볼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5년간 군대 4개 여단과 국방대학 재학생들이 동원돼 지금의 위치인 평양시 룡성구역에 대학 건물과 기숙사, 주택을 지었다.
평양국방대학에는 6개 학부가 있다. ▲1학부: 로켓 공학부 ▲2학부: 전자공학부 ▲3학부: 금속공학부 ▲4학부: 장갑기계학부 ▲5학부: 화학학부 ▲6학부: 레이다학부 등이다. 6학년 과정까지 있는데, 예비과를 합치면 총 7년제 기관이다.
평양국방대학은 대학인 동시에 군복무기관이기도 하다. 3000여 명의 재학생들은 학생 연대로 편성되어 있다. 각 학부가 대대, 각 학년이 중대, 각조가 소대다. 학생들은 군관복을 입고 생활한다. 견장에는 노란 바탕에 빨간 별이 있으며 별 가운데 부분에 ‘학’ 자가 쓰여 있다.
교원(교수)은 1000여 명, 직원들은 2000여 명이다. 박사 과정까지 갖추고 있다. 박사 과정을 마치면 교원으로 일할 수 있다. 매해 졸업생 500여 명 중 가장 성적이 좋은 20~30명은 박사 과정에 진학하고, 100여 명은 과학원에 연구사로 간다. 나머지는 인민무력부와 제2경제위원회 산하 공장으로 배치된다.
룡성약전공업대학
룡성약전공업대학은 평양시 룡성구역 과학촌기지 안에 있다. 전국의 고등전문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후 제2자연과학원 간부의 선발에 통과해야만 룡성약전공업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총 2개 학부가 있는데 전자공학부와 기계학부다. 학장은 제2자연과학원 원장이 겸직한다. 학생 수는 주간과 야간을 합쳐 1000여 명이다. 각 연구소의 연구사들이 직접 강의를 한다. 졸업생은 전원 과학원 연구사로 배치된다.⊙
제2자연과학원의 존재와 설립목적 자체는 세상에 알려져 있다. 자세한 조직체계와 세부 위치 등은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월간조선》은 제2자연과학원을 잘 아는 위치에 있던 탈북자 A씨와 B씨의 증언을 통해 북한 군사과학의 요체, 제2자연과학원의 실체를 대해부했다. 일부 연구소의 존재와 기능이 알려진 적은 있지만, 언론에 제2자연과학원의 전체 구성과 세부 구조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2자연과학원은 1964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50여 년간 북한의 핵무기·미사일·생화학무기 개발과 군수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금방석 위에 앉혀도 아까울 것이 없는 단위”, “당과 혁명의 귀중한 재부”. 생전에 김정일이 제2자연과학원에 보낸 찬사다.
“평양에서 가장 좋은 지대를 제2자연과학원에 내어준다”
제2자연과학원은 1964년 6월 29일 창설됐다. 그 전부터 있던 ‘130정밀기계연구소’와 다른 연구소들을 합쳐 만들었다. 창설 당시 명칭은 ‘국방과학원’이었다. 김일성은 6·25 전쟁을 치르며 옛 소련제 무기가 북한 군인들의 체형에 맞지 않는다는 점과, 군수 부문의 독립 없이는 소련에 계속 의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정권 수립 초기부터 국방과학 육성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6·25 전쟁 당시 북한에는 방독면, 철갑모, 보총 등 기본적인 군사장비마저 전무했다. 소련은 북한의 군수공업 발전을 통제하기 위해 기술 전수를 꺼렸다. 모든 군수공장에는 소련기술고문단이 상주하면서 북한이 소련의 부품만을 이용해 군사장비를 조립해 내길 원했다. 김일성은 6·25를 말할 때마다, “6·25 전쟁 시기 보총 10만 자루가 없어서 낙동강까지 진격했다가 후퇴했다. 소련이 그것을 주겠다던 약속만 지켰어도 그때 조국을 통일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국방과학원’ 창설 시 원장은 당시 민족보위상이었던 김창봉(金昌奉)이었다. 현재 원장은 최춘식이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1주기 추모행사에서 김정은 바로 옆에 서 있는 모습이 공개돼 의문을 일으켰던 인물이 바로 최춘식 원장이다. 원래 과학원장 및 연구사들의 모습은 매체에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 과학원 종사자나 과학원 시설 내부가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방과학원’은 후에 비밀보장을 이유로 제2자연과학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북한에서 ‘제2’라는 명칭은 주로 군사 관련 시설에 붙여진다. 군수경제를 관장하는 조직이 ‘제2경제위원회’라 불리는 것이 같은 예다.
제2자연과학원(이하 과학원)은 최근 북한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사일 연구와 발사, 인민군대의 현대적인 무장장비 연구 도입과 재래식 무기들의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핵무기 연구도 제2자연과학원의 주된 임무 중 하나다.
과학원은 국방위원회 직속 기관이다. 중앙당 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다. 당 지도는 중앙당 조직부 15과가 담당한다.
과학원은 평양시 룡성구역에 있다. 과학원의 위치는 김일성이 직접 지정했다. 이때 “공기가 좋고 적들이 공습하기 어려운 위치라, 평양시에서 가장 아끼던 지대를 과학원에 내어준다”고 했다고 한다.
본부는 룡성구역 룡성2동에 있다. 본부 건물과 원장·책임비서 사택 건물은 붙어 있다. 본부에는 당위원회와 행정지도국이 있다. 당위원회 아래에는 국방 관련 기밀보안을 위한 보위부와 보안부가 있다. 과학원 연구사(연구원)들과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부서다.
행정지도국에는 과학지도국, 사무국, 생산국, 계획국, 총무국, 노동국, 재정국, 교육국, 대외사업국, 심사국, 후방국, 건설국 등의 부서가 있다.
산하에는 60여개 연구소, 연구원은 1만500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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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본 평양시 룡성구역에 있는 제2자연과학원 본부(점선 부분). |
북한에서는 연구소 등 보안이 필요한 기관에 숫자와 날짜 이름을 붙인다. 숫자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10월17일연구소는 위성연구소를 가리키는데, 여기에서 10월 17일은 김일성이 위성을 발사하라는 교시를 내린 날을 의미한다.
북한에서는 ‘112연구소’, ‘101연구소’ 식으로 숫자이름만 부른다. 기사에서는 편의를 위해 ‘112기계화연구소’ 같은 식으로 연구소의 임무도 함께 표기했다.
과학원 원장은 ‘대장’ 칭호를 받는다. 인민무력부 부부장과 제2경제위원회의 1부위원장을 자동으로 겸임한다. 원장 아래에는 부원장이 6명 있다. 과학원에서 일하는 연구사들은 약 1만5000명인데, 전원 군복을 입는다. 연구사들 중 대다수가 평양국방대학과 룡성약전공업대학 졸업생들이다. 그 외에 인민무력부 미림전자전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졸업생들만이 과학원에 들어갈 수 있다.
연구사 외에도 4만여 명의 실험조수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과학원 종사자들은 과학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일반인과 격리된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생활을 뒷받침하는 부서인 후방관리국은 과학원 직원들의 식량을 조달하기 위한 농장과 목장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다. 후방관리국의 직원만 3000여 명이다. 과학원 직원의 자녀만을 위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도 따로 있다.
해외 군사문헌 분석해 무기개발 착수
과학원의 예산은 여러 경로로 충당한다. 국가예산인 국방과학연구비를 기본으로, 제2경제위원회 산하기관인 창광회사에서 해외에 무기를 판 수입, 과학원 산하 제2연합무역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자금, 과학원 산하 연구소들이 다른 나라와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버는 수입 등이 그것이다.이 예산으로 과학원 산하에 있는 자재 상사가 연구소들에 연구·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한다. ‘99호물자’, 즉 최고사령관 동지 예비물자라는 명목 아래, 제2경제위원회와 내각 산하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자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아 연구소들에 내준다.
과학원의 무기 연구·개발 과제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선정된다.
첫 번째 경로는 해외 무기 탐구다. 해외 각 나라에 나가 있는 제2경제위원회 소속 일꾼들이 각 나라의 군사과학기술 서적·문헌 자료을 수집해 과학원 산하 기관인 제2과학기술통보사에 전해 준다. 그러면 제2과학기술통보사는 이 자료를 분야별로 번역해 분석한다. 그런 다음 북한에 도입되지 않은 군사장비를 추려내 과학원 내 심사국으로 올린다. 심사국은 후보군을 검토한 다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다. 국방위원회의 비준이 떨어지면 ‘국방위원회 명령과제’가 되어 과학원 과학지도국으로 내려온다. 과학지도국은 해당 분야의 연구소들을 모아 합동연구진을 편성한다.
두 번째 경로는 인민무력부의 건의다. 인민무력부가 국방위원회에 필요한 무장장비를 올리면 국방위원회가 검토한 후 최고사령관의 비준을 받는다. 이렇게 내려오는 과제는 ‘최고사령관 명령과제’다. 과학원은 국방위원회 명령과제보다 최고사령관 명령과제를 더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연구·개발 결과가 나오면 중앙당 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합동 심의를 한다. 그런 후 제2경제위원회에 생산과제로 내려보낸다. 생산된 장비는 군부대에 도입되는데, 이때 과학원 연구사들이 현지 부대로 나가 직접 장비 사용법과 원리를 강의한다.
과학원 연구사들이 제출하는 논문의 출판은 제2자연출판사가 담당한다. 제2자연출판사는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책으로 펴내는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인쇄소도 따로 갖추고 있다. 기밀을 다루기 때문에 제2자연출판사에 들어가려면 기본적으로 성분이 좋아야 한다. 당성과 능력은 그 다음이다. 출판사 직원의 상당수가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핵개발의 요람 ‘101연구소’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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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본 101핵물리화학연구소(점선 부분). 연구소 전체가 갱도 아래에 있어서 언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북한의 핵개발 구도를 간단히 분석해 보자면 이렇다. 국방위원회가 최고사령관 명령과제나 국방위원회 명령과제를 통해 핵 관련 과제를 내리면, 131원자력 지도국은 정책을 실행하고 과학원의 연구를 측면에서 지원한다. 과학원에서 일정 결과가 나오면 제2경제위원회에서 심의한 후 생산에 들어가는 구도다. 이때 현장에서 일이 돌아가는 방식을 관찰하면 과학원이 131지도국이나 제2경제위원회에 예속되는 기관이 아니라 대등한 기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원 원장이 자동으로 제2경제위원회 1부위원장직을 겸하는 것도 과학원 연구사들의 목소리가 제2경제위원회에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다. 과학원의 연구사들은 131지도국이나 제2경제위원회 산하 공장에 얼마든지 출입할 수 있지만, 131지도국과 제2경제위원회 종사자들은 연구소에 출입할 수 없다. 핵 분야뿐 아니라 국방과학 연구 전분야에서 이런 구도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난 4월 12일, 북한은 내각 내에 ‘원자력공업성’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원자력공업성은 131원자력 지도국을 확대개편한 부서다. ‘공업’이란 명칭을 붙인 것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 연구에서 한층 나아가 본격적인 핵무기 생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01핵물리화학연구소
101핵물리화학연구소는 1970년대 초부터 핵무기 개발 연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재지는 자강도 강계시 공귀리로, 연구소 전체가 갱도 속에 지어져 있다. 실제 위성촬영 화면으로 연구소를 살펴보면 언덕밖에 보이지 않는다. 언덕 위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다. 연구소 옆에는 단층으로 된 거주 단지가 있다. 핵물리화학연구소 연구사와 노동자들의 거주지다.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국방대학에서 원자력, 물리학, 화학 등의 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해야만 101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다. 300여 명의 연구사와 150명가량의 실험 조수가 일하고 있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2000명의 관련자가 있는 셈이지만, 강계시 사람들은 101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른다고 한다. 연구사들은 수시로 영변과 풍계리로 가서 핵실험에 참여한다.
101연구소는 북한 정권이 어떤 어려움에도 최후의 보루처럼 지켜 온 곳이다. 1990년대 중후반, 일명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101연구소 직원들에게는 변함 없이 식량을 배급했다고 한다. 이들이 장마당으로 나가 일반인들과 섞이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연구소는 계속 운영되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핵무기 연구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됐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101연구소를 방문할 때는 부주석은 물론 총정치국장 등 동행한 모든 사람을 밖에 두고 혼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112기계화연구소
112연구소는 장갑(裝甲)과 기계화 부대 장비 연구를 하는 연구소다. 300여 명의 연구사가 일하고 있다. 112연구소는 핵무기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과학원 내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소 중 하나였다.
1979년부터 북한은 포 무기 ‘자행자동화(자주포 개발)’에 열을 올렸다. 1979년 열린 전국 군수부문 열성자대회에서 김일성은 “112호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112호 과제는 포 무기의 자행자동화를 뜻한다.
120전기연구소
평양 과학촌기지에 있다. 연구사 300여 명과 실험조수 200여 명이 무기개발에서 전기 부문의 연구를 하고 있다. 노동자 200여 명 규모의 중간공장을 갖추고 있다.
130정밀기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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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010년 공개한 전차 ‘폭풍호’. 조선중앙TV 화면을 캡처했다. |
폭탄 연구를 하다 보니 전해 오는 일화도 많다. 1986년 130연구소에서 자갈탄 연구를 진행할 때였다. 200L짜리 드럼통만한 크기의 자갈탄 시제품을 제작했는데, 투하된 지점에서 직경 2km 안에 있는 생명체는 모두 죽게 할 수 있는 탄이었다. 이 자갈탄 시제품을 시험해 보기 위해 평안북도 태천군에 있는 시험사격장으로 옮겨 창고에 보관해 놓았다.
그런데 함께 시험사격장에 간 연구사 4명과 실험조수 2명이 조작 중 실수를 해서 자갈탄이 그만 폭발해 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창고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초소병까지 모두 즉사했다고 한다. 살점이 흩어져 시체도 못 찾을 정도였다. 당시 김일성은 이들을 기려 “장례식을 크게 해 주라”고 했고, 장례식은 성대히 치러졌다. 130연구소에 연구사는 200명 정도, 실험조수는 1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144금속공학연구소
144연구소에서는 연구사 800여 명과 실험조수 약 400명이 유색금속(비철금속)과 로켓 동체 연구를 하고 있다. 중간공장 노동자는 300명. 144연구소는 중간공장 외에 연구소 산하에 티탄공장을 운영 중이다. 1000명가량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비교적 대형 공장이다.
166공학연구소
북한 미사일 개발진 중 핵심 브레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과학원 산하 미사일 연구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연구사만 1000명가량이 있다. 실험조수는 500여 명이다. 중간공장 노동자도 약 800명이 근무 중이다.
연구사들 대부분이 평양국방대학, 룡성약전공업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들이다. 리과대학은 우리나라의 카이스트와 같은 성격의 대학이다.
이 연구소가 북한 정권에 얼마나 중요한 연구소인지 알려주는 사실이 있다. 바로 ‘로열 패밀리’가 이곳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다. 김일성의 4번째 아들로 알려진 김영일이 1985년부터 1988년까지 166연구소에서 연구사로 일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개발한 로켓은 모두 166연구소가 개발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166연구소에는 옛 소련 출신의 미사일 전문가들이 근무 중이다. 약 스무 명. 이들은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할 때 북한으로 망명한 연구진이다.
연구사들의 대부분이 평양국방대학, 룡성약전공업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 최우수 졸업생들이며 지금까지 북한에서 연구 제작된 로켓의 거의 모두가 이 연구소를 주체로 개발 연구한 것이다.
166연구소의 연구사들 중 많은 수가 이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등 아랍권 국가에 공동 연구를 위해 파견 나가 있다. 지난 2011년 11월 12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남서부에 위치한 비드가네 외곽 미사일기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때 현장에 있는 북한기술자 5명이 숨졌는데, 이 중 3명이 과학원 소속의 연구사들이었다. 166연구소 소속의 연구사로 추정된다.
185약전연구소
185연구소는 약전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소다. 로켓 개발 중 송수신장비 개발을 맡고 있다. 약 500명의 연구사와 실험조수 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각 연구소는 ‘중간공장’, 즉 시제품 생산 공간을 갖추고 있기도 한데, 185연구소의 중간공장에는 200여 명의 노동자가 소속돼 있다.
212육군전자전연구소
212연구소는 평양시 제산구역 중당동에 위치해 있다. 212연구소의 연구진 중 일부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사는 약 150명, 실험조수는 70여 명이고 중간공장 노동자는 약 100명.
212연구소의 세부 구조는 이렇다.
▲1실 탐지기 개발 ▲2실 장애제거 ▲3실 통신현대화 ▲4실 자행포 전자전 ▲5실 화학 ▲6실 체계프로그램 개발 ▲7실 자동지휘조종체계.
713공군전자전연구소
713연구소는 ▲공중 대 공중 ▲공중 대 해상 ▲공중 대 지상 무기들 ▲비행기 전자장애 부문을 연구·개발하는 연구소다. 연구사의 대부분은 김책공군대학 졸업생이다. 연구사가 150여 명, 실험조수 약 60명, 중간공장 노동자 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713연구소는 원래 인민무력부 산하 공군사령부의 직속 연구소였다. 그런데 1993년, 김일성이 “국방과학연구소는 인민무력부가 아닌 제2자연과학원 소속으로 두라”고 지시해, 과학원 산하로 들어왔다.
이때 713연구소와 함께 인민무력부 산하에 있던 ▲해군전자전연구소 ▲212육군전자전연구소 ▲탱크연구소 ▲공병연구소가 모두 과학원 산하로 들어 왔다.
713연구소의 위치도 이때 바뀌었다. 원래는 평양시 사동구역 소룡동에 있는 공군후방사령부와 같이 있었다. 과학원 산하로 들어오면서 룡추동에 있는 금수산의사당경리부 8호 병원과 건물을 바꿨다고 한다.
628발동기연구소
로켓의 발동기(엔진)와 동체를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사 500여 명, 실험조수 200여 명, 중간공장 노동자 300여 명 규모다. 10월17일연구소와 공동연구를 많이 한다.
628연구소의 탄생에도 에피소드가 있다. 1985년 10월 25일 김정일은 과학원 전시관을 현지지도했다. 이때 오극렬 당시 인민무력부 총참모장이 옆에 있었다. 김정일은 과학원의 성과물을 둘러보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예술인들을 꽃방석 위에 앉혀 놓고 키웠다면, 이제부터 과학원은 금방석 위에 앉혀 놓고 키우겠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국방과학자들의 수준은 인민학교 수준인데, 중거리 미사일을 창작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중등 수준에 올라서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이때 166공학연구소가 확장되면서 628연구소도 분리, 신설됐다.
10월17일위성연구소
1990년 10월 17일 김정일은 “우리나라도 이제는 위성을 발사할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위성연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설립된 연구소가 10월17일연구소다. 10월17일연구소 안에는 위성관제센터가 있다. 바로 그곳에서 2009년 4월 5일 광명성 2호 발사시험 당시, 김정일과 김정은이 발사시험 장면을 지켜봤다.
김정일은 “이번에도 실패할 줄 알았는데 성공한 것을 보니 기쁘다”고 하면서 연구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한다. 당시 ‘청년 장군’이었던 김정은도 사진촬영에 함께했다.
이틀 후인 4월 7일에는 김경희가 방문했다. 위성관제센터를 돌아보고 성공을 축하한다고 하면서 연구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고 한다.
10월17일연구소에는 연구사가 150여 명, 실험조수가 80여 명, 중간공장 노동자가 100여 명 일한다. 위성관제센터에서는 컴퓨터조종기록수가 30여 명 일하고 있다.
전자계산기연구소
무기에 컴퓨터 자동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곳이다.
중간공장
각 연구소는 대부분 중간공장을 갖추고 있다. 연구소의 중간공장에서 제작할 수 없는 것들은 과학원 과학지도국에 의뢰해 과학원 직속 시제품공장에서 생산한다. 과학원 직속 중간공장에는 1000명가량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각종 연구 시험 및 제작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 중간공장은 평양시 룡성구역에 있는 과학촌기지에 위치해 있다.
이상의 연구소 외에도 평양시와 함경도, 평안도 일대에 수많은 연구소가 흩어져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1990년대 초 김일성은 “평양시에 만년대계의 기념비적 창조물이 많은데, 전쟁이 나더라도 여기에 포탄 한 발도 떨어지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지시에 부응하기 위해 최고사령관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가 ‘평양시 장벽형성 자동지휘조종체계’다. 과학원과 인민무력부 산하 평양시 고사포사령부와 반항공사령부, 91훈련소가 함께 만든 방어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만든 곳이 212육군전자전연구소다. 평양시 장벽형성 체계의 세부내용은 이렇다. 평양시를 8개 방향으로 구분해 고공 1000m부터 1만m까지 탐지기를 이용해 탐지한다. 상대측 비행물체나 미사일이 탐지되면, 지휘기구로 그 사실이 통보된다. 지휘기구는 그것을 측정해 자동지휘체계를 이용해 방향별로 ‘탄두막’을 만든다. 이때 4신 고사기관총(高射機關銃), 쌍신 고사기관총, 각종 고사포들과 반항공기구가 이용된다. 1만m 이상은 100-1 미사일을 이용해 상대측 비행기를 공격한다. 100-1 미사일은 러시아산 드비나(Dvina) 미사일을 개조한 지대공 미사일이다. 상대측 비행기를 탐지기가 포착하면 비행기의 높이와 속도, 방향을 계산하여 상대측 비행기가 미사일의 반경 50m 안에 들어오면 비행기를 공격하게 설정되어 있다. |
북 전역에서 최고 인재 뽑아 연구사로 길러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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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4월 5일 북한은 ‘광명성 2호’를 발사했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그해 10월 17일 연구소의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아 발사 전 과정을 관찰했다. 발사가 끝난 후 김정일은 연구사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김정일의 왼쪽은 전병호 당시 군수공업담당 비서이고, 오른쪽은 주규창 당시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다. |
평양국방대학
평양국방대학은 원래 자강도 강계시 석현동에 있었다. 당시 교명은 강계공업대학이었다.
강계에서 평양으로 학교를 옮긴 계기는 ‘강계26호공장 폭발 사건’이었다. 1990년 11월 29일, 강계26호공장(강계뜨락또르공장)이 폭발했을 때, 김일성은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대학인데, 이전에 민족보위상을 하였던 김창봉이 비밀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강계에 대학을 세웠다”고 하면서, “평양의 제2자연과학원 옆으로 대학을 옮기라. 그래야 나도 자주 대학에 나가 볼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5년간 군대 4개 여단과 국방대학 재학생들이 동원돼 지금의 위치인 평양시 룡성구역에 대학 건물과 기숙사, 주택을 지었다.
평양국방대학에는 6개 학부가 있다. ▲1학부: 로켓 공학부 ▲2학부: 전자공학부 ▲3학부: 금속공학부 ▲4학부: 장갑기계학부 ▲5학부: 화학학부 ▲6학부: 레이다학부 등이다. 6학년 과정까지 있는데, 예비과를 합치면 총 7년제 기관이다.
평양국방대학은 대학인 동시에 군복무기관이기도 하다. 3000여 명의 재학생들은 학생 연대로 편성되어 있다. 각 학부가 대대, 각 학년이 중대, 각조가 소대다. 학생들은 군관복을 입고 생활한다. 견장에는 노란 바탕에 빨간 별이 있으며 별 가운데 부분에 ‘학’ 자가 쓰여 있다.
교원(교수)은 1000여 명, 직원들은 2000여 명이다. 박사 과정까지 갖추고 있다. 박사 과정을 마치면 교원으로 일할 수 있다. 매해 졸업생 500여 명 중 가장 성적이 좋은 20~30명은 박사 과정에 진학하고, 100여 명은 과학원에 연구사로 간다. 나머지는 인민무력부와 제2경제위원회 산하 공장으로 배치된다.
룡성약전공업대학
룡성약전공업대학은 평양시 룡성구역 과학촌기지 안에 있다. 전국의 고등전문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후 제2자연과학원 간부의 선발에 통과해야만 룡성약전공업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총 2개 학부가 있는데 전자공학부와 기계학부다. 학장은 제2자연과학원 원장이 겸직한다. 학생 수는 주간과 야간을 합쳐 1000여 명이다. 각 연구소의 연구사들이 직접 강의를 한다. 졸업생은 전원 과학원 연구사로 배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