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臨政 비행대 출신 조종사 노정민, 해방 후 항공대·공군 창설에 직접 참여
⊙ 노정민, 아들에게 “일본은 곧 망한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독려
韓佑成
⊙ 57세. 연세대 불문과 졸업.
⊙ 미주 《한국일보》 기자, 저널리스트.
⊙ 한국기자상·미국소수계기자상·AP통신 기자상 수상. 자랑스런 대광인상·자랑스런 연세인상 수상.
퓰리처상 후보(2001년).
⊙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한글 성인판 2005년·한글 아동판 2011년·영문판 2011년)》 출간.
⊙ 노정민, 아들에게 “일본은 곧 망한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독려
韓佑成
⊙ 57세. 연세대 불문과 졸업.
⊙ 미주 《한국일보》 기자, 저널리스트.
⊙ 한국기자상·미국소수계기자상·AP통신 기자상 수상. 자랑스런 대광인상·자랑스런 연세인상 수상.
퓰리처상 후보(2001년).
⊙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한글 성인판 2005년·한글 아동판 2011년·영문판 2011년)》 출간.
- 미 해군 비행학교 시절의 노정민. 191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에싱턴.
1920년대 일제강점 시절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미국에 창설했던 비행학교·비행대 출신이 해방 후 한국 공군의 탄생에 직접 참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증언은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가 오늘날 한국 공군의 역사적·법통적 기원일 뿐 아니라(《월간조선》 2012년 9월호 보도), 공군의 탄생에 있어서 인적(人的) 측면에서도 직접 관여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 출신으로 해방 후 한국 공군의 탄생을 위해 활약한 인물은 노정민(魯晶珉·1898~1968)이며, 증언자는 그의 두 아들 노석풍(盧碩豊·87세·미국 캘리포니아주 거주)씨와 노삼풍(盧三豊·78세·미국 캘리포니아주 거주)씨이다.
노정민, 유학하며 독립운동 참여
노정민은 미(美) 육군 파일럿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156회 출격을 기록했던 전쟁영웅이자 수천 년 한민족 역사에서 최초의 파일럿이었던 이응호에 이어 1910년대 후반 파일럿으로 활약함으로써 한국 항공사의 지평을 열었던 파이오니어(pioneer)이다.
노정민은 훗날 독립전쟁을 목적으로 파일럿이 되기 위해 1919년 미 해군비행학교에서 비행훈련을 받으며 “국가 차원에서 (독립을 쟁취하고 나아가 해방 후 부국강병을 위해) 공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노정민은 신성중학교에 다니다 18세 때인 1916년 단신으로 중국을 거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년 전 정혼한 부인 김성례를 고향에 둔 채였다.
《신한민보》 1916년 10월 5일 자는 ‘차이나 선편에 새로 건너온 동포… 남녀동포 26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노정민을 비롯해 당시 한국인들이 일제 강점에 신음하던 조선을 떠나 미국으로 가던 모습의 단면을 전했다.
1916년 9월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도착한 노정민은 이듬해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대한인국민회(도산 안창호가 설립한 애국단체)에 가입했고 이후 대한인국민회의 국권회복 운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독립운동가가 됐다. 그는 1918년 국치일 8주기를 맞아 국민회가 재미동포 사회 각처에서 행사를 가질 때 푸에블로 지방국민회(지방회장 김경함) 행사에서 ‘나라를 조상함’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1919년 2월 1일 국민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오하이오 지방회가 주최한 경축행사에서도 국민회가(國民會歌)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지방회장 김경함은 한민족이 낳은 전쟁영웅이자 위대한 인도주의자로 한국 초등학교 5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김영옥 대령(1919~2005)의 작은할아버지이다.
노정민이 미 해군 비행학교를 들어간 시점도 이 무렵이었다. 《신한민보》 1919년 10월 14일 자는 ‘노정민씨의 비행학교 필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싱턴 비행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하던 노정민씨는 그동안 전과를 필업하고 졸업한 후 필라델피아에서 시카고까지 비행기를 타고 무사 도착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싱턴 비행학교’는 펜실베이니아주 에싱턴(Essington)에 있던 미 해군 비행학교이다.
韓人신문에 조종사 지원 독려 광고도 내
이 무렵 노정민의 행적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이 그가 조선의 독립전쟁을 위해, 또 독립을 이룬 다음 열강과 경쟁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공군을 창설하자(그가 직접 쓴 용어는 ‘반도민족이 비행대를 양성’)’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는 점이다. 노정민이 에싱턴 미 해군 비행학교에 몸담고 있을 때 직접 쓴 이 글은 ‘비행세기’란 제목으로 《신한민보》 1919년 10월 7일 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반도민족이 비행대를 양성하며 연구함이 시기와 응용에 적당하다. 우리가 겨울에 더운 물을 마시고 여름에 냉수를 마심은 그 입은 서로 같으나 시절이 변천하는 이유니, 이같이 고대의 전쟁은 궁시로 전쟁의 승패를 판단하였으며, 18세기에는 창검을 가지고 용장의 지도로 맹진하여 대적을 살해함을 소위 강병이라 하였으나, 현시(現時)는 과학세계인고로 과학이 발달되어 비행기와 폭탄 등으로 대적을 많이 죽임을 용장한 강병이라 하며 그 나라를 강국이라 하여 천하에 패권을 얻게 된 시대인즉, 과학세계에 생활하고자 하는 천강지손 반도민족은 국가의 치욕을 씻고 민국(民國)의 국민된 자격과 직책을 하려면 비행술을 연구치 아니하고는 조국을 빛내며 후일에 공중전쟁을 시험하며 세계열강과 더불어 문명을 서로 다툴 수 없다 하나이다.>(편집자注=현대 한국어에 맞게 최소한의 범위에서 바꿈)
독립운동가로서 국가 차원의 공군 창설까지 제안한 이론가이자 스스로 조종사의 길을 걸었던 노정민은 다른 한인청년들에게 조종사가 될 것을 권하면서 ‘비행학교 입학 지원자에게’란 제목으로 1919년 9월 《신한민보》에 두 차례 이상 광고도 냈다.
<본인이 지금 이곳 비행학교에서 공부하는바 비행기와 기타 자동차 운전법을 배웁니다. 학비는 600달러이면 되오니 뜻이 같은 한인학생이 많이 와서 공부하심을 바라나이다. 노정민. Essington School of Aviation, Essington, PA.>
PA는 미국에서 우편주소에 사용하는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주의 약칭이다.
노정민은 1920년 3월 임시정부의 비행학교 개교에 맞춰 이곳에 합류했고,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가 날개를 접은 후에도 국민회 다뉴바 지방회 서기로 봉사하는 등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활동했다.
이 무렵 노정민은 조선을 찾아 고향에서 장녀와 장남을 낳았으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농장을 경영하는 등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의 재기(再起)를 위해 나름대로 활로를 모색했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오렌지농장 경영을 마지막으로 약 10년에 걸친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29세가 되던 1927년 조선으로 돌아왔다.
미 해군 조종사 출신으로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에서 독립전쟁을 준비했던 노정민이 조선으로 돌아오자 일제가 그를 요시찰 인물로 지목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함에 따라 다시 찾은 조국에서 그의 생활 또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두 아들의 증언
조선으로 돌아온 노정민이 일제 치하 한반도에서 독립운동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는 자료 부족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그는 해방 직후 남한에서 있었던 건군(建軍)과 관련해 깊숙이 관여했다.
노정민의 장남 노석풍씨의 말이다.
“일제는 항상 아버지를 감시했습니다. 당시 정미소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던 큰아버지가 일본 경찰로 있던 조선인을 매수해 아버지를 체포하려 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후 아버지는 만주로 피신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일본어나 일본사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곧 망한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한 말씀이 기억납니다. 아버지는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단신으로 월남해 반도호텔에 있던 미군정청에서 통역관으로 일했습니다. 선친(先親)께서는 과거 비행사들을 모아 공군을 조직했고 여러 사람이 우리 집에 모여 아버지와 함께 공군 창설을 의논하곤 했습니다.”
노정민의 차남 노삼풍씨도 “월남한 아버지가 ‘국군준비대’에서 활동하며 공군 창설에 관여했는데 ‘국군준비대’라고 쓰인 완장을 찬 아버지를 본 기억이 있다”며 “여러 개의 완장이 집에 있었는데 완장에 공군이라고 쓰여진 것을 보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노정민이 오늘날 한국 공군 창설에 직접 기여했다는 증언은 몇 가지 중대한 의미가 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온 노정민의 자제들은 해방 후 건군 과정에서 육군항공대가 먼저 창설되고 이로부터 공군이 독립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증언은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 출신이 오늘날 한국 육군항공대나 공군의 출범에 직접 기여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와 오늘날 한국 공군 사이에 역사적·법통적 연계성뿐 아니라 인적 연계성도 존재하고 있음을 뜻한다.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 출신으로 1921년 임시정부에 의해 역사상 최초로 우리 정부에 의해 비행장교로 임명된 이용근 역시 해방 후 미군정청에서 일했다. 이용근과 노정민이 모두 미군정청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다음 기록을 살펴보자.
<해방과 더불어 (중략) 군 출신 항공인들은 항공부대 창설을 위해 육군과 미군정 당국에 적극적인 교섭을 벌인 결과 1948년 4월 1일에 항공부대 창설요원 7명이 조선경비대 보병학교에 입교함으로써 항공부대 창설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략) 군 출신이 중심이 된 조선항공기술연맹은 항공인들의 단합을 위해 항공단체통합 준비위원회를 결성하였고, 1946년 8월 서울 종로에 있는 중앙기독교청년회관에서 한국항공건설협회를 창립(초대회장 최용덕)하였다. 동(同) 협회 간부들은 군의 일원으로서 국방의 책무를 담당할 것을 결의하고 항공부대 창설을 위해 통위부와 미군정 당국에 교섭 (중략) 1948년 5월 15일 통위부 직할부대로 수색에서 조선경비대 제1여단 사령부 내에 항공부대가 창설되고 (중략) 1948년 7월 27일 부대 명칭을 항공기지사령부로 개칭하고 (중략) 1948년 9월 8일 최초로 미군으로부터 L-4 연락기 10대를 인수하여 (중략) 육군 항공기지사령부가 동년 9월 13일 육군 항공사령부로 개칭된 후 (중략) 1949년 6월 28일 육군본부에 항공국 설치 후 김정렬 대령을 비롯한 육군 항공부대 간부들은 공군 창군에 대한 주장을 정계 및 관계부서에 건의한 결과, 1949년 10월 1일 대통령령 제254호 ‘공군본부 직제’에 의거, 모체인 육군에서 분리되어 공군을 창군하여(하략).>(육군항공 60년 발전사·p39~43)
6·25전쟁 직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해방 후 국군 항공부대 창설에 있어서 미군정청의 역할이 역사적 사실인 이상, 미국 유학파로서 미 해군 파일럿이었던 노정민을 포함해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 출신으로 영어에도 능통했던 조종사들이 미군정청에서 활동하면서 국군 건군 과정에서 항공부대 창설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노정민의 두 아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해방 후 미군정을 돕기도 하고 국군 건군에도 기여한 노정민은 6·25전쟁 발발 직후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에 체포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렸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아들 노삼풍씨는 “전쟁이 터졌을 때 우리 가족은 서울 청파동 셋집에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가 체포되자 셋집 주인이 ‘김두봉 재판’을 들먹이며 아버지에 대해 우호적으로 증언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고 그날 밤 전 가족이 도주했다”고 회고했다.
‘김두봉 재판’이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김두봉에 대해 미군정하에서 벌어졌던 재판이다. 김두봉은 한글학자 출신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 조선노동당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다 1950년대 후반 김일성에 의해 숙청된 인물이다. “미군정청 재판 때 군정청 측 통역관이었던 노정민이 김두봉에 대해 잘 얘기해 김두봉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셋집 주인이 북한군을 꼬드겨 노정민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노정민의 두 아들에 따르면, 노정민은 공군 창설 후 더 이상 군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토건업에 종사하다가 1968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 출신으로 해방 후 한국 공군의 탄생을 위해 활약한 인물은 노정민(魯晶珉·1898~1968)이며, 증언자는 그의 두 아들 노석풍(盧碩豊·87세·미국 캘리포니아주 거주)씨와 노삼풍(盧三豊·78세·미국 캘리포니아주 거주)씨이다.
노정민, 유학하며 독립운동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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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공군력을 앞세운 독립전쟁을 위해 19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로스(Willows) 일원에 창설한 비행학교에서 비행대 관계자들과 생도들. |
노정민은 훗날 독립전쟁을 목적으로 파일럿이 되기 위해 1919년 미 해군비행학교에서 비행훈련을 받으며 “국가 차원에서 (독립을 쟁취하고 나아가 해방 후 부국강병을 위해) 공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노정민은 신성중학교에 다니다 18세 때인 1916년 단신으로 중국을 거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년 전 정혼한 부인 김성례를 고향에 둔 채였다.
《신한민보》 1916년 10월 5일 자는 ‘차이나 선편에 새로 건너온 동포… 남녀동포 26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노정민을 비롯해 당시 한국인들이 일제 강점에 신음하던 조선을 떠나 미국으로 가던 모습의 단면을 전했다.
1916년 9월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도착한 노정민은 이듬해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대한인국민회(도산 안창호가 설립한 애국단체)에 가입했고 이후 대한인국민회의 국권회복 운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독립운동가가 됐다. 그는 1918년 국치일 8주기를 맞아 국민회가 재미동포 사회 각처에서 행사를 가질 때 푸에블로 지방국민회(지방회장 김경함) 행사에서 ‘나라를 조상함’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1919년 2월 1일 국민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오하이오 지방회가 주최한 경축행사에서도 국민회가(國民會歌)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지방회장 김경함은 한민족이 낳은 전쟁영웅이자 위대한 인도주의자로 한국 초등학교 5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김영옥 대령(1919~2005)의 작은할아버지이다.
노정민이 미 해군 비행학교를 들어간 시점도 이 무렵이었다. 《신한민보》 1919년 10월 14일 자는 ‘노정민씨의 비행학교 필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싱턴 비행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하던 노정민씨는 그동안 전과를 필업하고 졸업한 후 필라델피아에서 시카고까지 비행기를 타고 무사 도착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싱턴 비행학교’는 펜실베이니아주 에싱턴(Essington)에 있던 미 해군 비행학교이다.
韓人신문에 조종사 지원 독려 광고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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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정민(오른쪽 사진)이 미 해군 파일럿이 됐음을 알리는 1920년 6월 22일 자 《신한민보》. 왼쪽은 정비사 우병옥. |
<반도민족이 비행대를 양성하며 연구함이 시기와 응용에 적당하다. 우리가 겨울에 더운 물을 마시고 여름에 냉수를 마심은 그 입은 서로 같으나 시절이 변천하는 이유니, 이같이 고대의 전쟁은 궁시로 전쟁의 승패를 판단하였으며, 18세기에는 창검을 가지고 용장의 지도로 맹진하여 대적을 살해함을 소위 강병이라 하였으나, 현시(現時)는 과학세계인고로 과학이 발달되어 비행기와 폭탄 등으로 대적을 많이 죽임을 용장한 강병이라 하며 그 나라를 강국이라 하여 천하에 패권을 얻게 된 시대인즉, 과학세계에 생활하고자 하는 천강지손 반도민족은 국가의 치욕을 씻고 민국(民國)의 국민된 자격과 직책을 하려면 비행술을 연구치 아니하고는 조국을 빛내며 후일에 공중전쟁을 시험하며 세계열강과 더불어 문명을 서로 다툴 수 없다 하나이다.>(편집자注=현대 한국어에 맞게 최소한의 범위에서 바꿈)
독립운동가로서 국가 차원의 공군 창설까지 제안한 이론가이자 스스로 조종사의 길을 걸었던 노정민은 다른 한인청년들에게 조종사가 될 것을 권하면서 ‘비행학교 입학 지원자에게’란 제목으로 1919년 9월 《신한민보》에 두 차례 이상 광고도 냈다.
<본인이 지금 이곳 비행학교에서 공부하는바 비행기와 기타 자동차 운전법을 배웁니다. 학비는 600달러이면 되오니 뜻이 같은 한인학생이 많이 와서 공부하심을 바라나이다. 노정민. Essington School of Aviation, Essington, PA.>
PA는 미국에서 우편주소에 사용하는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주의 약칭이다.
노정민은 1920년 3월 임시정부의 비행학교 개교에 맞춰 이곳에 합류했고,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가 날개를 접은 후에도 국민회 다뉴바 지방회 서기로 봉사하는 등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활동했다.
이 무렵 노정민은 조선을 찾아 고향에서 장녀와 장남을 낳았으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농장을 경영하는 등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의 재기(再起)를 위해 나름대로 활로를 모색했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오렌지농장 경영을 마지막으로 약 10년에 걸친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29세가 되던 1927년 조선으로 돌아왔다.
미 해군 조종사 출신으로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에서 독립전쟁을 준비했던 노정민이 조선으로 돌아오자 일제가 그를 요시찰 인물로 지목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함에 따라 다시 찾은 조국에서 그의 생활 또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두 아들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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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후 남한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노정민(가운데). |
노정민의 장남 노석풍씨의 말이다.
“일제는 항상 아버지를 감시했습니다. 당시 정미소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던 큰아버지가 일본 경찰로 있던 조선인을 매수해 아버지를 체포하려 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후 아버지는 만주로 피신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일본어나 일본사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곧 망한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한 말씀이 기억납니다. 아버지는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단신으로 월남해 반도호텔에 있던 미군정청에서 통역관으로 일했습니다. 선친(先親)께서는 과거 비행사들을 모아 공군을 조직했고 여러 사람이 우리 집에 모여 아버지와 함께 공군 창설을 의논하곤 했습니다.”
노정민의 차남 노삼풍씨도 “월남한 아버지가 ‘국군준비대’에서 활동하며 공군 창설에 관여했는데 ‘국군준비대’라고 쓰인 완장을 찬 아버지를 본 기억이 있다”며 “여러 개의 완장이 집에 있었는데 완장에 공군이라고 쓰여진 것을 보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노정민이 오늘날 한국 공군 창설에 직접 기여했다는 증언은 몇 가지 중대한 의미가 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온 노정민의 자제들은 해방 후 건군 과정에서 육군항공대가 먼저 창설되고 이로부터 공군이 독립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증언은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 출신이 오늘날 한국 육군항공대나 공군의 출범에 직접 기여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와 오늘날 한국 공군 사이에 역사적·법통적 연계성뿐 아니라 인적 연계성도 존재하고 있음을 뜻한다.
임시정부 비행학교·비행대 출신으로 1921년 임시정부에 의해 역사상 최초로 우리 정부에 의해 비행장교로 임명된 이용근 역시 해방 후 미군정청에서 일했다. 이용근과 노정민이 모두 미군정청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다음 기록을 살펴보자.
<해방과 더불어 (중략) 군 출신 항공인들은 항공부대 창설을 위해 육군과 미군정 당국에 적극적인 교섭을 벌인 결과 1948년 4월 1일에 항공부대 창설요원 7명이 조선경비대 보병학교에 입교함으로써 항공부대 창설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략) 군 출신이 중심이 된 조선항공기술연맹은 항공인들의 단합을 위해 항공단체통합 준비위원회를 결성하였고, 1946년 8월 서울 종로에 있는 중앙기독교청년회관에서 한국항공건설협회를 창립(초대회장 최용덕)하였다. 동(同) 협회 간부들은 군의 일원으로서 국방의 책무를 담당할 것을 결의하고 항공부대 창설을 위해 통위부와 미군정 당국에 교섭 (중략) 1948년 5월 15일 통위부 직할부대로 수색에서 조선경비대 제1여단 사령부 내에 항공부대가 창설되고 (중략) 1948년 7월 27일 부대 명칭을 항공기지사령부로 개칭하고 (중략) 1948년 9월 8일 최초로 미군으로부터 L-4 연락기 10대를 인수하여 (중략) 육군 항공기지사령부가 동년 9월 13일 육군 항공사령부로 개칭된 후 (중략) 1949년 6월 28일 육군본부에 항공국 설치 후 김정렬 대령을 비롯한 육군 항공부대 간부들은 공군 창군에 대한 주장을 정계 및 관계부서에 건의한 결과, 1949년 10월 1일 대통령령 제254호 ‘공군본부 직제’에 의거, 모체인 육군에서 분리되어 공군을 창군하여(하략).>(육군항공 60년 발전사·p39~43)
6·25전쟁 직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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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정민의 두 아들 부부(오른쪽 첫 번째 차남 노삼풍, 그 옆이 장남 노석풍). |
해방 후 미군정을 돕기도 하고 국군 건군에도 기여한 노정민은 6·25전쟁 발발 직후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에 체포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렸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아들 노삼풍씨는 “전쟁이 터졌을 때 우리 가족은 서울 청파동 셋집에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가 체포되자 셋집 주인이 ‘김두봉 재판’을 들먹이며 아버지에 대해 우호적으로 증언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고 그날 밤 전 가족이 도주했다”고 회고했다.
‘김두봉 재판’이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김두봉에 대해 미군정하에서 벌어졌던 재판이다. 김두봉은 한글학자 출신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 조선노동당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다 1950년대 후반 김일성에 의해 숙청된 인물이다. “미군정청 재판 때 군정청 측 통역관이었던 노정민이 김두봉에 대해 잘 얘기해 김두봉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셋집 주인이 북한군을 꼬드겨 노정민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노정민의 두 아들에 따르면, 노정민은 공군 창설 후 더 이상 군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토건업에 종사하다가 1968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