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제언] 제주도를 위해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면 안 된다 : 월간조선

지난 8월 2일, 제주도와 도의회는 “해군기지건설(민·군 복합형 관광미항)과 관련된 모든 공사추진 중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 발표문을 통해 “제주도와 도의회가 공동으로 갈등해결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정부에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모든 공사추진 중단을 요청한다”며 “제주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범(汎)정부적 역할을 다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발표문을 들은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지난 7월 15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이제 힘차게 출항하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해군이 최초 사업계획 승인 후 환경영향평가를 했고, 도지사와 협의했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제시된 주민의견을 반영해 보완하는 과정을 밟은 이상 사업진행은 적법(適法)하다”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어렵게 확정된 기지건설 사업계획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단 말인가. 민주주의의 대(大)원칙은 다수의 결정에 의한 다수의 행복이다. 어떻게 소수(少數)가 다수를 대표할 수 있고, 오랜 산고(産苦) 끝에 확정된 법원의 판결을 다시 요구한단 말인가. 앞으로 공사진행 과정에서 추가로 문제가 생기면 해군과 국방부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면 된다. 지난 17년 동안 지연됐던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노선에 와 있는 것이다.

東西南海 함대운영의 출발점

한반도에는 3000여 개의 섬이 있다. 그중 동서남해의 전략적인 섬을 들라면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서해의 백령도, 남해의 제주도다. 이들 섬은 해양전략상 ‘떠 있는 불침전함(不沈戰艦)’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는 섬을 중심으로 한 200해리 경제수역의 광대한 해양자원뿐만 아니라 동해바다의 파수꾼 역할을 한다. 러시아와 일본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위치한 섬이 바로 울릉도와 독도다. 독도의 전략적 가치는 왜 일본이 그토록 군침을 흘리면서 자기들 섬이라고 망언(妄言)을 서슴지 않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백령도는 수도권 서측의 최후 보루다. 적(敵)이 바다를 통해 침입하려면 백령도를 통과해야 한다. 백령도에서는 적의 모든 상황을 조기경보할 수 있다. ‘무적해병’이 두 눈을 부릅뜨고 백령도를 지키고, 해군함정이 인근 바다를 철통같이 경비하는 한, 적은 수도권 서측에 한 발짝도 들여놓을 수 없다.

제주도는 어떠한가? 한국 해군이 북한 해군에 비해 지리적으로 유리한 점은 북한 해군이 동서(東西)로 분리되어 있는데 비해, 우리는 동서남해가 융통성 있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해군은 동서남해 함대를 운영하면서 필요한 시기에 함정을 유연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제주도다. 즉, 제주도에 위치한 제7기동전단의 함정들은 필요에 따라 동서남해 전방해역에 전력(戰力)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제7기동전단의 함정들은 전방 북방한계선(NLL)은 물론 필요시 독도, 이어도, 말라카 해협까지 단숨에 기동해 대북(對北)억제와 국가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그것이 기동전단의 운용 개념이다. 6·25 전쟁 후 6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이 이만큼 먹고살 만하게 된 것은 바다를 통한 수출입 덕분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량의 99.7%는 바다를 통해 오가며, 대다수는 제주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해협은 국가경제의 사활(死活)이 걸린 핵심 해협이자 ‘생명선’이 됐으며, 마땅히 그 안전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제주 근해에는 1000억 배럴의 원유(原油)와 70여억 톤의 가스, 그리고 무진장한 해저(海底)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어 해양자원의 보고(寶庫)로서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 경계획정 등으로 갈등이 내재돼 있는 역동적인 바다다.

제주해군기지 없다면…‘이어도’ 문제 발생해도 束手無策

일본과 중국이 해군력 증강에 몸부림치고 있는 이유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제주 근해에서 숱한 해난(海難)사고가 발생했다. 제주도에 대형함(大型艦)을 수용할 항구가 없다 보니 해난사고가 발생해도 목포, 부산, 진해 등에서 함정이 출동해야만 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 막상 대형함들이 사고현장에 도착해도 ‘버스 지나가고 난 다음 손 흔드는 격’이 됐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어도(離於島·일명 파랑도)도 마찬가지다. 이어도에서 해양분쟁이 발생하면, 부산에선 21시간, 중국 퉁다오(童島)에선 11시간, 일본 도리시마(鳥島)에선 13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제주해군기지에선 7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어도에 문제가 생겨도 빠른 시간에 해군함정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관련, 북한을 편들고 있다. 계획된 서해에서의 한미(韓美)연합 대잠(對潛)훈련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마치 서해바다가 중국의 내해(內海)인 것처럼 만용을 부리고 있으며, 이어도에도 언제 시비를 걸어 올지 모르는 일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일부 언론과 국민들은 “집안에 들어온 도둑도 못 잡으면서 대양해군 건설은 시기상조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해군 출신인 필자에게도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 해군의 당면과제는 우선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하고 정규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대양해군 건설과 천안함 피격사건은 전혀 관련이 없다. 오히려 대잠성능이 우수한 구축함이 현장에 있었다면, 그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구축함을 배치시키지 않았나? 그것은 동서남해를 지킬 구축함의 전력이 부족한 데 있다.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구축함은 10척이다. 그런데 함정은 3척이 한 세트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동서남해에 배치한다면 함대당 3~4척이다. 즉 3척을 1개 함대에 배치하면 통상 한 척만 경비세력으로 가능하다. 넓은 서해바다에 구축함 한 척이 경비한다는 뜻이다. 한 척은 수리, 한 척은 통상 대기상태에 있으면서 각종 훈련을 실시한다.

물론 전투가 발생하면 두세 척이 나갈 수도 있다. 지금 한국 해군은 두 곳의 전장(戰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해부대’에 파견된 구축함은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우리 상선을 보호하고 있다. 대양에서 작전을 하려면 5000톤급 이상은 돼야 하는데 그곳에도 구축함이 배치돼야 한다. 구축함 승조원들은 함정 수리고 뭐고 쉴 시간이 없다. 대한민국 해군은 NLL도 지키고, 이역만리 소말리아 근해에서 우리 상선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해야만 한다.

제7기동전단을 지원할 港口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다. 육지의 자원이 고갈되면 인류는 식량과 에너지를 얻기 위해 바다로 달려가야 한다. 특히 자원 빈국(貧國)인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바다를 통한 수출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닷길은 이제 우리의 ‘생명선’이며 ‘돈 줄’이다.

1945년 군함 한 척 없이 맨주먹으로 창설된 대한민국 해군이 65년 만에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고 연안방어는 물론 이제 대양(大洋)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기동전단’을 창설하게 된 것은 세계 해양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쾌거다. 2차대전 후 세계의 바다는 미국 해군의 주도하에 비교적 평화롭게 유지돼 왔다.

최근 아덴만의 해적활동에서 보았듯 바닷길은 이제 도전을 받게 됐다. 현재 전(全)세계 물동량의 78%는 바다로 통한다. 세계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바닷길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이젠 미국이 세계의 모든 바다를 책임질 수 없게 됐다. 청해부대가 아덴만에서 미 해군은 물론 우방국 해군들과 작전을 함께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석유와 에너지의 80% 이상이 중동, 인도양을 거쳐 우리나라 각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생명선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 경제는 마비되며 차량도, 공장도 올스톱이 될 것이다. 과거 에스파니아와 포르투갈이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조건도 인도양과 대서양 항로를 개척하고 장악해 향료와 금, 은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이 200여년간 대영제국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계기도 철선과 증기기관을 만들어 세계의 바다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 미국은 세계의 바다를 지배할 수 있었으며, 바다를 지배한 미국은 세계경제를 주무르게 됐다. 미 해군전략가 알프레드 마한(Mahan)은 “해상교통로를 장악한 나라가 부국(富國)이 될 수 있다”고 했고,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대한민국 해군은 미국의 주도하에 움직이는 국제 해양질서에 동참해 우리의 몫을 담당해야 한다. 우리의 선박과 재산을 이젠 우리가 지켜야 한다. 누가 대양에서 우리의 선박과 재산을 공짜로 지켜 준단 말인가. 이런 과제를 해결할 부대가 제7기동전단의 임무다. 그리고 기동전단을 지원할 항구가 바로 제주해군기지인 것이다.

한국 해군이 그토록 갈망하는 대양해군의 현주소는 어떤가? 한국 해군은 현재 대양해군의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을 뿐이다. 독도함과 이지스함 한 척으로 대양해군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국력에 맞는 해군력을 운용해야 한다.

마한이 강조했듯 해군력은 국가이익과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해군은 더 많은 구축함, 핵추진잠수함(SSN), 한국형 항공모함을 이른 시일 내에 건조해야 한다. 그래야 명실공히 대양해군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조선강국 1위인 대한민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쉽고 값싸게 자국의 군함을 마음대로 건조할 수 있다. 정부의 강한 의지와 국민의 성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함정톤수, 중국 해군의 15% 수준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 6월 14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국방부와 제주도가 공사를 밀어붙여 갈등이 불거졌다”며“상대방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잠시 눈을 돌려 바다를 함께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을 살펴보자. 일본과 중국은 세계 2, 3위의 해양강국이다. 우리의 해군력은 일본과 중국의 30%에도 못 미친다. 함정 톤수 면에서도 중국은 108만 톤에 이르며,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수년 내 항공모함을 보유할 예정이다.

최신형 군함으로 무장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총 톤수는 43만 톤에 달한다. 전투력 면에서는 일본이 중국을 앞선다. 한국 해군은 지난 20여년간 장족의 발전을 했음에도 16만 톤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것도 고속정과 초계함 위주의 소형 함정들이다. 한국 해군은 지금 중·일 해군의 적수가 될 수 없다. 현재의 전력으로는 독도와 이어도에 분쟁이 발생해도 눈 뜨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 해군은 중·일 해군처럼 핵잠수함도, 항공모함 건조계획도 없다. 중국과 일본은 지상전력을 최대한 줄이면서 해군예산을 증대시켜 계속 최신함정과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3군 중 해군예산이 가장 적은 우리나라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천안함 사건이 터져 바다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정부는 해군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특단의 조치란 해군력 강화를 위한 해군예산의 증대를 말한다. 국방비 가운데 해군예산 17%로는 ‘제2의 천안함 사건’도 막을 수 없고, 주변국 해군력도 억제할 수 없으며, 대양해군 건설은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은 서해바다와 제주 서쪽 해안을 국가운명이 달린 핵심해역으로 정하고 이 해역을 자기들의 내해인 양 큰소리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서해에 대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데는 역사적 사연이 있다. 중국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해군력 부족으로 작은 섬나라 영국과 일본에 각각 ‘아편전쟁’과 ‘풍도해전’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1904년 일본은 쓰시마 해전 이전, 다롄(大連)·뤼순(旅順) 항에서 러시아 해군함정을 침몰시켜 서해를 장악하며 아시아의 패권국가가 됐다. 6·25전쟁 때도 중국은 바다를 이용하지 못해 실패했다. 해군력이 약해 바다를 이용할 수 없었던 중공군은 인해전술 하나로 압록강을 넘어 육상으로만 밀고 내려왔다.

만약 중국 해군력이 강해 한반도 서쪽에 상륙군을 침투시켰다면 6·25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중국이 미국 항모의 서해진입을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이유도 서해를 장악하지 못해 패배했던 쓰라린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서해를 장악하게 되면, 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경제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북한의 어뢰도발은 중국을 난처하게 한 것이며, 싫든 좋든 중국은 서해바다를 장악하기 위해 북한을 편들어야 했다.

우리는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해 안하무인 격인 중국의 행태를 보았다. 저들은 육지에서는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바다에서는 서해를 장악하면서 이 지역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몇 년 전 국방부에서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적극 추진하려고 했을 때, 주한 중국대사가 국방장관에게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해와 제주해협은 우리나라에 사활적 이익이 걸린 곳이다.

우리 정부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적 이유를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2014년이나 돼야 완공될 예정이다. 자국의 영토에 국가안보를 위해 군항을 건설하는 데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다. 그런 국민이 사는 대한민국은 국가도 아니다. 도대체 제주도는 어느 나라 섬이란 말인가?

제주도민과 海軍, 윈-윈할 수 있어

현대사회는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여 살며 이해관계가 다르고, 그 이해관계에 따라 여론도 생기고 정파(政派)도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국가경영의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100% 찬성하는 여론은 없다. 그것은 전제국가(專制國家)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좋은 예다.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지차체장과 의원들이 국가이익과 안보는 뒷전으로 하고 표에만 매달리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 일부의 목소리가 높다고 주요 국책사업들이 십 년 이상 표류해서 되겠는가?

요즘 같은 불경기에 9500억원의 제주 건설기지 사업예산은 서로 유치해야 할 사업이다. 고용창출 효과도 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국방부는 제주도 현지 업체에 참여의 기회를 더 많이 줄 예정이다. 제주도지사와 도의원은 오히려 반대하는 소수의 주민들을 설득해 기지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들은 지금 제주도의 발전을 가져올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걷어차고 있는 꼴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이젠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 현역시절 필자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총괄하는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해군 소장)을 지냈다. 2002년 제주도를 방문해 그동안 추진해 왔던 사업계획을 우근민(禹瑾敏) 지사에게 설명했고, 그는 흔쾌히 승낙했던 기억이 난다.

우 지사의 이런 결단은 당시 해군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기분이었다. 필자는 “대신, 화순마을 주민들에게(그 당시 해군은 화순항에 건설하려 했음) 설명을 잘해 달라”고까지 당부했다. 당시 필자와 해양수산부 담당국장, 해군 시설감 등 관련 참모들이 설명회를 개최하고 마을 주민들과 진지하게 토론한 기억이 엊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주도는 김태환(金泰煥) 지사의 소환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대다수의 제주도민이 기지건설을 찬성했기 때문이다.

우근민 지사도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제주도지사와 도의회는 자신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사안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도지사가 말한 대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정부 역시 적극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는 일단 사업을 추진한 후 갈등을 해소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세계 3대 미항, 軍港과 크루즈 선박이 조화를 이뤄

제주해군기지 방파제 시설 조감도. 15만 톤 크루즈 선박 2척이 접안할 수 있다. 나폴리, 시드니, 하와이 등 세계 3대 미항은 민항과 군항이 조화를 이룬 명품항구다.

금번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는 민·군 복합형 관광항구이기도 하다. 제주해군기지에 관광객을 잔뜩 실은 대형 크루즈 선박과 항공모함이 방문하면 제주경제에도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일부 제주도민들은 군항(軍港)이 들어서면 오히려 자연경관을 해치므로 관광을 망친다고 주장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는 현역 함장 시절, 시드니·나폴리·하와이 등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들 3대 미항(美港)은 군항과 크루즈선박이 조화를 잘 이룬 명품 항구였다. 과거 지중해의 상권(商圈)을 장악한 베네치아는 해상물류의 중심지로 천 년의 부(富)를 누렸다.

경제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가운데 위치한 제주도는 지중해의 베네치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주변해역에 대한 안전이 더욱 강화돼 더 많은 국제회의를 제주도에 유치할 수 있다. 아직도 일부 좌파적 생각을 가진 제주도민들은 “평화의 섬 제주도에 군항건설이 웬 말이냐”며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평화는 말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로마시대 전략가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Vegetius)의 명언과 같이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평화의 섬 제주도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말만이 아닌 확실한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더욱 멋진 브랜드를 갖춘 세계 최고의 관광미항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조선강국 1위다. 바다에 떠 있는 선박의 10척 중 4척은 ‘메이드인코리아’다. 우리가 먹고살 길은 수출밖에 없다. 수출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강대국이 그런 것처럼 바닷길이 안전하게 보장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한국 해군이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닷길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제주해군기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