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이탈리아로 가는 길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펴냄)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 포퓰리즘에 사로잡히다

  • 글 : 배진영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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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산업화(産業化), 민주화(民主化)는 이루었으니 이제 남은 과제는 선진화(先進化)”라는 담론이 활발했었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산업화, 민주화 다음은 조선화(朝鮮化)”라는 자조(自嘲) 섞인 말이 돌기 시작했다. 좌파 정권 아래서 국민들의 의식도, 국가 역량도 퇴보(退步)하고 있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현실을 ‘선진화’도 ‘조선화’도 아닌 ‘이탈리아화(化)’라고 규정한다. 산업화 시대에 누적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급격히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데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질서가 스스로의 모순에 못 이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정치 영역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포퓰리즘적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새로운 표준이 되는 듯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아의 모습과 빼다 박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이 이탈리아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은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002년 이후 한국 정치를 규정해온 ‘노무현 질서’가 무너진 것도, 2016년 소위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그들이 자신하던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도, 정권을 탈환한 보수 세력이 헤매고 있는 것도 모두 한국이 선진국이 되면서 기존의 패러다임은 무너진 반면,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과 중산층의 붕괴, 저출산·고령화 같은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결과 한국 정치에서는 이미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이 상수(常數)가 되고 있고, 포퓰리즘 정치 속에서 한국 사회는 의사(意思) 결정을 끌어낼 수 없는 국면을 맞이했다”고 진단한다.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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