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름투성이 손은 늘 따스해… 20대에 청상이 되어 홀로 살아
⊙ 요양병원에서 7년 가까이 지내다 지난 2008년 눈감아
⊙ 요양병원에서 7년 가까이 지내다 지난 2008년 눈감아
외할머니를 늘 ‘할매’라고 불렀다. 친할머니는 1940년대에 간도에서 돌아가셨다. 외손주는 늘 반말로 할매를 대했다.
“할매, 우리 민화투나 좀 칠까?”
할매가 화투점이라도 볼 줄 아셨다면 더 많이 졸랐을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손자에게 화 내신 적이 한 번도 없으셨다. 어떤 요구라도 다 받아주셨다. 늘 손주의 엉덩이를 두드리시며 “우리 착한 똥강아지!”라고 하셨다. 내가 왜 똥강아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척척박사처럼 들꽃 이름을 알아내라고 졸랐어도 어떻게든 식물도감이라도 구해서 알려주셨을 것이다. 내가 당신 입에 든 흑설탕 사탕을 먹고 싶다고 하면, 아마도 입속에 든 것을 꺼내어 손자에게 먹이셨을 것이다. 할매는 그런 분이셨다. 세상의 모든 할매가 그렇듯 주름투성이 손은 늘 따스했다.
할매의 빈 젖 먹으며 자라
나는 늦도록 할매의 빈 젖을 먹으며 자랐다. 엄마가 늘 아팠기 때문에 대신 그 허기를 할매의 빈 젖으로 대신했다. 그러니 나의 살과 뼈를 형성한 것은 할매의 야윈 가슴에서 나온 공갈 젖이었을지 모른다.
대구 대봉동에 외갓집이 있었다. 갑자기 기억 속에서 앉은뱅이책상이랑 뒤꼍의 어두컴컴한 우물터가 떠오른다. 쥐가 얼마나 많았던지 무섭고 징그러웠다. 내 팔뚝보다 더 컸다. 기억 속 외삼촌은 늘 술만 마셨다. 밥공기에 금복주를 가득 따르고 단숨에 들이켜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할매는 역정을 내시면서도 매번 2홉들이 소주를 구해오셨다. 외삼촌이 그러다 돌아가시고 장례미사에서 할매는 가슴을 치시며 우셨다. 그 울음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박후남(朴後南). 1918년 4월 25일생. 택호(宅號)가 귀미댁이라고 했다. 경북 구미를 귀미라고 발음했는지 모른다. 맏이로 태어나셨는데 동생은 아들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후남’이라 지었겠지만 동생들은 내리 여자였다. 간신히 남동생이 생겼는데 6·25 때 죽었는지 끌려갔는지 불문율처럼 누구도 이유를 묻거나 말하지 않았다.
20대에 청상이 되어
외할매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셨다. 외할아버지가 투병 끝에 간다는 말도 없이 세상을 뜨신 뒤 20대의 청상으로 사셔야 했다. 그 긴 세월을 홀로 지내셨다.
당신의 아들과 딸마저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셨다. 그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잘 견디셨다고 할 수밖에 없다. 때로 할매가 담배를 피우셨다고 생각이 드는데 확실하지 않다. 때로 술을 드셨을 것도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그렇게라도 감정을 드러내시고 사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으셨다. 속내를 감추셨다. 식어빠진 닭개장이라도 뜨거워 못 드시겠다는 시늉을 할 줄 알 만큼의 고집과 허영이 있으셨다. 얼굴 표정에는 자존심과 호기심이 가득하셨다. 어느 개항도시 양품점집 딸로 태어났더라면 콧대 높게 멋 부리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셨겠지만, 이후 현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뒷걸음질만 쳤다. 늘 가난하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없으셨는데 그 올망졸망한 가난에서 탈출시켜줄 인생의 반전(反轉)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책에서 읽었는데 사람은 누구나 메고 다니는 운명의 자루가 있다고 한다. 저마다 똑같은 수의 흰 돌과 검은 돌이 있다는 것이다.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검은 돌을 많이 꺼낼수록 흰 돌이 나올 확률이 늘어난다고, 예기치 못한 불운에 좌절하더라도 기쁜 소식이 곧 들릴 것이란 이야기였다.
어쩌면 할매가 자루에서 꺼내신 돌은 비정하게도 흰 돌보다 검은 돌이 훨씬 많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매가 부산으로 이사를 떠나셨다. 큰 항구도시로 떠나셨지만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산짐승이 자꾸 울고 겨울엔 길이 끊긴다는 것이었다. 외딴집에 바람이 세차게 불고, 골짜기에 눈이 쌓이면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밤새 하얗게 내린 눈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일하러 가셨다가 저녁 돌아오는 길 위엔 할매의 발자국뿐이었다고 했다.
집 마당이 눈에 파묻혀 사라지고 그렇게 짖던 검둥이가 어느 날 보이지 않더니 새끼를 데리고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별이 보이는 지붕 구멍으로 눈이 녹아 물이 뚝뚝 떨어진다고도 했다. 그렇게 긴 겨울이 지나고 할매는 다시 우리 집에 오셨다가 또 떠나셨다.
할매가 손이야 발이야 비셨을 테지만…
국민학교에 다닐 때 할매가 꿈속에 나타나 그리워서였는지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한참을 우는데 엄마가 날 깨웠다.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왜 우냐고 묻기에 할매 이야기는 하지 않고 산짐승이 내려온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엄마는 아리송한 표정과 황당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언제나 할매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그러나 떠난 뒤로는 자주 볼 수 없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오면 손에 천 원짜리 지전을 쥐여주셨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돈이 얼마나 귀하고 큰돈인지. 할매가 이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할매가 준 돈을 쓸 수 없었다.
아참! 할매의 손을 잡고 시외버스를 타고 먼 시골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시외버스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차창은 뿌연 성에로 흐렸고 라디오에선 만담을 하며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나는 속이 좋지 않았다. 멀미가 나서 토를 하고 말았다. 만원 버스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내 입에서 나온 오물이 어느 학생 검은 교복 위에 고스란히 쏟아졌다. 이후의 상황은 기억에 없다. 할매가 어떻게든 상황을 정리하셨으리라. 할매가 손이야 발이야 비셨을 테지만 내 기억은 거기서 끊겨 있다.
한번은 내가 몹시 앓았다. 어디가 아팠는지 모르지만 종일 할매 등에 업혀 병원엘 갔다. 가는 길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땔감을 수북이 쌓은 소달구지가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길에 소똥이 떨어져 있었다. 그 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나는 할매 등에 얼굴을 묻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도 길가에 앉아 똥을 누었다. 똥을 닦았는지 안 닦았는지 기억에 없다. 휴지가 있을 리 만무한데 어떻게 닦았을까. 할매, 당신의 치마로 닦았을까. 마른 풀잎으로 닦았을 테지?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퍼런 도깨비불을 만났더라도 그리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할매가 날 지켜주리라 믿었으니까.
할매의 그 울음, 그 절절한…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 할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어떻게 아시게 되어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닐 때였다.
할매의 그 울음, 그 절절한 탄식, 울었다가 다시 터져 나오는 울음이 떠오른다.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몇 해 뒤에 할매가 경남 김해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치매셨다.
병원엘 찾아갔는데 병실 문을 열자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셨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할매라고 부르기도 전에 손짓을 하며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눈물이 나올 듯 말 듯 코끝이 아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요양병원에서 7년 가까이를 지내시다가 지난 2008년 3월에 눈을 감으셨다.
할매에게 받은 사랑을 백분의 1, 천분의 1, 억만분의 1도 되돌려드리지 못했음을 잘 알고 있다.
할매는 세상을 떠나시면서 당신이 멨던 운명의 자루도 가져가셨을까. 그 자루엔 흰 돌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리라. 그 흰 돌을 들고 저승으로 떠난 할매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우셨으리라 생각한다.
외할매, 천상(天上)의 기쁨, 마음껏 누리소서. 가끔 이 외손주도 기억해주소서.⊙
“할매, 우리 민화투나 좀 칠까?”
할매가 화투점이라도 볼 줄 아셨다면 더 많이 졸랐을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손자에게 화 내신 적이 한 번도 없으셨다. 어떤 요구라도 다 받아주셨다. 늘 손주의 엉덩이를 두드리시며 “우리 착한 똥강아지!”라고 하셨다. 내가 왜 똥강아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척척박사처럼 들꽃 이름을 알아내라고 졸랐어도 어떻게든 식물도감이라도 구해서 알려주셨을 것이다. 내가 당신 입에 든 흑설탕 사탕을 먹고 싶다고 하면, 아마도 입속에 든 것을 꺼내어 손자에게 먹이셨을 것이다. 할매는 그런 분이셨다. 세상의 모든 할매가 그렇듯 주름투성이 손은 늘 따스했다.
나는 늦도록 할매의 빈 젖을 먹으며 자랐다. 엄마가 늘 아팠기 때문에 대신 그 허기를 할매의 빈 젖으로 대신했다. 그러니 나의 살과 뼈를 형성한 것은 할매의 야윈 가슴에서 나온 공갈 젖이었을지 모른다.
대구 대봉동에 외갓집이 있었다. 갑자기 기억 속에서 앉은뱅이책상이랑 뒤꼍의 어두컴컴한 우물터가 떠오른다. 쥐가 얼마나 많았던지 무섭고 징그러웠다. 내 팔뚝보다 더 컸다. 기억 속 외삼촌은 늘 술만 마셨다. 밥공기에 금복주를 가득 따르고 단숨에 들이켜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할매는 역정을 내시면서도 매번 2홉들이 소주를 구해오셨다. 외삼촌이 그러다 돌아가시고 장례미사에서 할매는 가슴을 치시며 우셨다. 그 울음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박후남(朴後南). 1918년 4월 25일생. 택호(宅號)가 귀미댁이라고 했다. 경북 구미를 귀미라고 발음했는지 모른다. 맏이로 태어나셨는데 동생은 아들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후남’이라 지었겠지만 동생들은 내리 여자였다. 간신히 남동생이 생겼는데 6·25 때 죽었는지 끌려갔는지 불문율처럼 누구도 이유를 묻거나 말하지 않았다.
외할매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셨다. 외할아버지가 투병 끝에 간다는 말도 없이 세상을 뜨신 뒤 20대의 청상으로 사셔야 했다. 그 긴 세월을 홀로 지내셨다.
당신의 아들과 딸마저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셨다. 그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잘 견디셨다고 할 수밖에 없다. 때로 할매가 담배를 피우셨다고 생각이 드는데 확실하지 않다. 때로 술을 드셨을 것도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그렇게라도 감정을 드러내시고 사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으셨다. 속내를 감추셨다. 식어빠진 닭개장이라도 뜨거워 못 드시겠다는 시늉을 할 줄 알 만큼의 고집과 허영이 있으셨다. 얼굴 표정에는 자존심과 호기심이 가득하셨다. 어느 개항도시 양품점집 딸로 태어났더라면 콧대 높게 멋 부리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셨겠지만, 이후 현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뒷걸음질만 쳤다. 늘 가난하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없으셨는데 그 올망졸망한 가난에서 탈출시켜줄 인생의 반전(反轉)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책에서 읽었는데 사람은 누구나 메고 다니는 운명의 자루가 있다고 한다. 저마다 똑같은 수의 흰 돌과 검은 돌이 있다는 것이다.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검은 돌을 많이 꺼낼수록 흰 돌이 나올 확률이 늘어난다고, 예기치 못한 불운에 좌절하더라도 기쁜 소식이 곧 들릴 것이란 이야기였다.
어쩌면 할매가 자루에서 꺼내신 돌은 비정하게도 흰 돌보다 검은 돌이 훨씬 많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매가 부산으로 이사를 떠나셨다. 큰 항구도시로 떠나셨지만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산짐승이 자꾸 울고 겨울엔 길이 끊긴다는 것이었다. 외딴집에 바람이 세차게 불고, 골짜기에 눈이 쌓이면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밤새 하얗게 내린 눈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일하러 가셨다가 저녁 돌아오는 길 위엔 할매의 발자국뿐이었다고 했다.
집 마당이 눈에 파묻혀 사라지고 그렇게 짖던 검둥이가 어느 날 보이지 않더니 새끼를 데리고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별이 보이는 지붕 구멍으로 눈이 녹아 물이 뚝뚝 떨어진다고도 했다. 그렇게 긴 겨울이 지나고 할매는 다시 우리 집에 오셨다가 또 떠나셨다.
국민학교에 다닐 때 할매가 꿈속에 나타나 그리워서였는지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한참을 우는데 엄마가 날 깨웠다.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왜 우냐고 묻기에 할매 이야기는 하지 않고 산짐승이 내려온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엄마는 아리송한 표정과 황당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언제나 할매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그러나 떠난 뒤로는 자주 볼 수 없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오면 손에 천 원짜리 지전을 쥐여주셨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돈이 얼마나 귀하고 큰돈인지. 할매가 이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할매가 준 돈을 쓸 수 없었다.
아참! 할매의 손을 잡고 시외버스를 타고 먼 시골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시외버스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차창은 뿌연 성에로 흐렸고 라디오에선 만담을 하며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나는 속이 좋지 않았다. 멀미가 나서 토를 하고 말았다. 만원 버스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내 입에서 나온 오물이 어느 학생 검은 교복 위에 고스란히 쏟아졌다. 이후의 상황은 기억에 없다. 할매가 어떻게든 상황을 정리하셨으리라. 할매가 손이야 발이야 비셨을 테지만 내 기억은 거기서 끊겨 있다.
한번은 내가 몹시 앓았다. 어디가 아팠는지 모르지만 종일 할매 등에 업혀 병원엘 갔다. 가는 길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땔감을 수북이 쌓은 소달구지가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길에 소똥이 떨어져 있었다. 그 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나는 할매 등에 얼굴을 묻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도 길가에 앉아 똥을 누었다. 똥을 닦았는지 안 닦았는지 기억에 없다. 휴지가 있을 리 만무한데 어떻게 닦았을까. 할매, 당신의 치마로 닦았을까. 마른 풀잎으로 닦았을 테지?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퍼런 도깨비불을 만났더라도 그리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할매가 날 지켜주리라 믿었으니까.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 할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어떻게 아시게 되어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닐 때였다.
할매의 그 울음, 그 절절한 탄식, 울었다가 다시 터져 나오는 울음이 떠오른다.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몇 해 뒤에 할매가 경남 김해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치매셨다.
병원엘 찾아갔는데 병실 문을 열자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셨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할매라고 부르기도 전에 손짓을 하며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눈물이 나올 듯 말 듯 코끝이 아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요양병원에서 7년 가까이를 지내시다가 지난 2008년 3월에 눈을 감으셨다.
할매에게 받은 사랑을 백분의 1, 천분의 1, 억만분의 1도 되돌려드리지 못했음을 잘 알고 있다.
할매는 세상을 떠나시면서 당신이 멨던 운명의 자루도 가져가셨을까. 그 자루엔 흰 돌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리라. 그 흰 돌을 들고 저승으로 떠난 할매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우셨으리라 생각한다.
외할매, 천상(天上)의 기쁨, 마음껏 누리소서. 가끔 이 외손주도 기억해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