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행시(五行詩)가 이처럼 장르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 제목이 《이구락의 오행시편》. 짧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다. 담을 것이 다 담겨 있다.
중견 시인 이구락이 이렇게 탐미적이고 감각적이며 역동적인 시인이었나.
가파른 언덕배기마다 우우우 몰려나와 아우성치던 매화
눈 덮인 지리산 흰 머리채 잡아당기더니
냅다 시린 강물에 패대기치며, 제 힘에 겨워 함께 뒹구는
이월의 마지막 날 대낮이렷다
부르르 몸 떨며, 어질어질 멀미 하는, 저 섬진강
-‘매화꽃 멀미’ 전문
‘아우성치고’ ‘패대기치며’ ‘부르르 몸 떠는’ 섬진강이 꽃멀미를 한다. 설산을 두고 ‘흰 머리채 잡아당긴다’는 표현도 놀랍다. 초봄의 노래가 살아 춤춘다. 오행의 맛이 이런 것인가 싶다. “복잡하지 않은 구조, 자기 호흡을 실은 개성적인 문체, 흔들리지 않는 정연한 초점”(손진은)이 이구락 오행시의 별미.
우리의 정형시는 흔히 4구체, 8구체, 10구체가 있는데 의도적인 5행시는 우리 시사(詩史)에 없다. 시인 손진은에 따르면 서정주의 ‘동천’, 정호승의 ‘하늘의 그물’ 등이 시상을 압축하고 리듬을 살리는 과정에서 5행시가 되기도 했단다. ‘눈감고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는 시 ‘수종사’를 소개한다.
두물머리 내려다보며 듣는
수종사 범종 소리는
무료 찻집 삼정헌에 앉아 들어야 제맛이다
종소리가 수평으로 날아가다 강물 위에 내려앉은 모습은
눈감고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수종사’ 전문⊙
중견 시인 이구락이 이렇게 탐미적이고 감각적이며 역동적인 시인이었나.
가파른 언덕배기마다 우우우 몰려나와 아우성치던 매화
눈 덮인 지리산 흰 머리채 잡아당기더니
냅다 시린 강물에 패대기치며, 제 힘에 겨워 함께 뒹구는
이월의 마지막 날 대낮이렷다
부르르 몸 떨며, 어질어질 멀미 하는, 저 섬진강
-‘매화꽃 멀미’ 전문
‘아우성치고’ ‘패대기치며’ ‘부르르 몸 떠는’ 섬진강이 꽃멀미를 한다. 설산을 두고 ‘흰 머리채 잡아당긴다’는 표현도 놀랍다. 초봄의 노래가 살아 춤춘다. 오행의 맛이 이런 것인가 싶다. “복잡하지 않은 구조, 자기 호흡을 실은 개성적인 문체, 흔들리지 않는 정연한 초점”(손진은)이 이구락 오행시의 별미.
우리의 정형시는 흔히 4구체, 8구체, 10구체가 있는데 의도적인 5행시는 우리 시사(詩史)에 없다. 시인 손진은에 따르면 서정주의 ‘동천’, 정호승의 ‘하늘의 그물’ 등이 시상을 압축하고 리듬을 살리는 과정에서 5행시가 되기도 했단다. ‘눈감고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는 시 ‘수종사’를 소개한다.
두물머리 내려다보며 듣는
수종사 범종 소리는
무료 찻집 삼정헌에 앉아 들어야 제맛이다
종소리가 수평으로 날아가다 강물 위에 내려앉은 모습은
눈감고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수종사’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