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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한국인 이야기: 너 어디로 가니 (이어령 지음 | 파람북 펴냄)

식민지 교실에 울려 퍼지던 풍금소리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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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 선생의 지적(知的) 대장정의 결정판인 《한국인 이야기》가 완간(전 4권)됐다.
 
  4번째 완결편인 《너 어디로 가니》에는 선생의 식민지 체험이 담겨 있다.
 
  처음 들어선 교실에는 일장기가 걸려 있고, 아이들은 “아카이 아카이 히노마루노 하타”(붉고도 붉은 동그라미 있는 깃발)를 배웠다.
 
  한 해가 지나 식민지 소학교의 이름이 ‘국민학교’로 바뀌었다. 선생님은 도장이 찍힌 우표 크기만 한 딱지를 열 장씩 나눠 주시며 말했다.
 
  “오늘부터 고쿠고조요(국어, 즉 일본어 전용) 운동을 실시한다. ‘조센고’(한국말)를 쓰면 무조건 ‘후타’(딱지)라고 말하고 표를 빼앗아라. 표를 많이 빼앗은 사람에겐 토요일마다 상을 주고 잃은 애들은 변소 청소를 한다.”
 
  그즈음, 교실 뒤편에 걸린 ‘대동아지도’의 아시아는 핏빛으로 물들고,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전시물자 생산기지로 변했다. 자살공격을 찬양하는 군가와 학습자료들…. 학교는 이제 작은 병영(兵營)이자 예비병 훈련소가 되었다.
 
  식민지 아이들이야말로 군국주의의 진정한 희생양이고 피해자였지만, 단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선생은 말하고 있다.
 

  나팔소리에 맞춰 “중국인들 모두모두 죽이자”는 말을 무작정 따라 하면서도, 한편으로 군가를 “어젯밤에 산고양이가 내 긴타마(남성의 심벌)를 떼어갔다네”라는 익살스러운 내용으로 바꿔 불렀다.
 
  아이들이 식민지 교실에서 배운 것은 히노마루(일장기)가 아니었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흙으로 된 국토’와 ‘언어로 된 국어’의 두 ‘국(國)’자 안에서 살고 있다는,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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