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7년에 그때까지 ‘여행자 이야기’ 형태로 알려진 조선에 관한 이야기들을 편집
⊙ 실제 프랑스인 여행자의 기록은 아니지만 당시 프랑스인들에게 조선이 어떻게 비쳤는지를 보여줘
⊙ 조선 관리, “예전에는 중국과 조선이 한 나라… 이 나라를 처음 통치한 분은 중국 황제의 조카”
⊙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야기도 등장
⊙ 살인자는 오랫동안 발로 밟은 후에 살인자가 죽인 시체를 씻은 식초 물을 깔때기로 마시게 한 후 죽을 때까지 매로 배를 때린다
⊙ 조선인들은 키가 크고 잘생긴 편… 순박하고 순진한 동시에 교활하고 거짓말쟁이
⊙ 특이한 문자 있는데, 백성·여성들만 사용
⊙ 악어도 흔히 볼 수 있어
⊙ 실제 프랑스인 여행자의 기록은 아니지만 당시 프랑스인들에게 조선이 어떻게 비쳤는지를 보여줘
⊙ 조선 관리, “예전에는 중국과 조선이 한 나라… 이 나라를 처음 통치한 분은 중국 황제의 조카”
⊙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야기도 등장
⊙ 살인자는 오랫동안 발로 밟은 후에 살인자가 죽인 시체를 씻은 식초 물을 깔때기로 마시게 한 후 죽을 때까지 매로 배를 때린다
⊙ 조선인들은 키가 크고 잘생긴 편… 순박하고 순진한 동시에 교활하고 거짓말쟁이
⊙ 특이한 문자 있는데, 백성·여성들만 사용
⊙ 악어도 흔히 볼 수 있어
〈옮긴이의 글〉
유럽인에게 조선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한 책들
18세기 유럽에서 한창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과 식민지를 넓히려는 야욕이 커질 무렵 당시 유럽인에게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비쳤을까 하는 점은 흥미롭다. 한 프랑스인이 1747년에 조선을 여행한 인상을 편지로 남긴 글이 있다. 이 글이 담긴 책은 프랑스 파리에서 1767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 책을 미국에서 구하게 된 송영달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 정치행정학과 명예교수[엘리자베스 키스(Elisabeth Keith)의 그림을 수집하고 책을 번역해 한국에 알림]는 은퇴한 불문학 교수인 옮긴이에게 프랑스어 번역을 부탁했다.
책 제목은 《프랑스인 여행자: 구세계와 신세계에 대한 지식》(Le voyageur françois, ou La connoissance de l’ancien et du nouveau monde. Mis au jour par M. l’Abbé DELAPORTE, Tome 6. A Paris chez VINCENT, Imprimeur-Libraire S. Severin. Avec approbation, et privilége du roi, 1767)이며 조셉 드 라 포르트(Joseph de la Porte・1714~1779년. 성직자, 문학비평가, 시인, 극작가)라는 프랑스 예수회 신부가 그때까지 여러 곳에 수록된 여행자 이야기들을 모아 재편집하여 저술한 것이다. 세계일주여행기로 구성하여 1765년에 첫 권이 출간되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드 라 포르트 신부가 계속 쓰다가 사망한 후에는, 아베 드 퐁트네(Abbé de Fontenai・1736~1806년) 신부, 루이 도메롱(Louis Domairon・1745~1807년)이 뒤를 이어 1795년까지 30년간 책을 냈다.
책 속에서 가상(假想)의 주인공인 한 프랑스인 여행자는 1735년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떠나 1787년 파리에 돌아온 것으로 되어 있다. 책은 총 42권으로 되어 있는데, 조선에 대한 부분은 제6권이다. 일본여행기와 만주여행기 사이에 실려 있고 분량은 30쪽 정도 된다.
조선을 다룬 18세기 유럽 기록들
그 이전에 유럽에 조선을 알린 책은 《하멜표류기》로 네덜란드에서 1668년에, 프랑스어로는 1670년에 출간되었다(Hendrik Hamel, 《Relation du naufrage d’un vaisseau holandois sur la Coste de l’isle de Quelpaerts》, Paris, 1670).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선교활동 중이던 프랑스 예수회 신부들이 보낸 보고서나 편지를 모아 장바티스트 뒤 알드(Jean-Baptiste Du Halde·1674~1743년. 성직자, 역사학자, 출판가) 등의 예수회 신부가 계속 시리즈로 출간한 《교훈적이며 흥미로운 편지들》(《Lettres édifiantes et curieuses》, Ecrites des Missions Etrangéres par quelques missionnaires de la Compagnie de Jesus, Chez Nicolas Le Clerc, Paris, 1703~1776)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중에 중국과 만주에 관한 것들을 뒤 알드 신부가 따로 추려 쓴 책이 《중국 설명서》(《Description géographique, historique, chronologique, politique et physique de l’Empire de la Chine et de la Tartarie chinois》, tome 4, Le Mercier, Paris, 1735)이다. 그 안에 조선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특히 각 지역에 해당하는 지도도 함께 실려 있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은 당시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고 프랑스 지식인과 대중에게 중국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조선에 관한 글은 예수회 신부이며 지도 제작자인 장바티스트 레지(Jean-Baptiste Régis·1663~1737년)신부의 〈조선에 관한 지리적 관찰〉(〈Observations géographiques sur le Royaumes de Corée, tirées des mémoires du père Régis〉, pp.423~430)이라는 글이다. 이 보고서는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본 조선왕조: 레지 신부가 전하는 이야기》, 애슐리 김 번역, 아이네아스, 서울, 2016). 레지 신부는 1698년부터 중국에 가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강희제의 명으로 중국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각지를 다녔으나 조선은 국경까지만 가보고 발을 들이지 못했다. 레지 신부가 조선에 대해 쓴 내용은 조선에 왔다 간 중국 사신 등을 통해 듣거나 중국에서 조선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적은 것이다. 이 글에 이어 〈조선의 간략한 역사〉(〈Histoire abrégée de la Corée〉, pp.431~451)라는 글이 이어지는데 이는 중국 역사책들에서 발췌한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1745년부터 출간된 《여행이야기》(《A New General Collection of Voyages and Travels: consisting of the most esteemed relations, which have been hitherto published in any language : comprehending everything remarkable in its kind, in Europe, Asia, Africa and America》, Thomas Astley, London, 1745)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이 시리즈에서 조선에 관한 글(제4권 〈Description of China, of Korea, eastern Tartary and Tibet, Travels through Tartary, Tibet, and Bukhâria, to and from China〉, Thomas Astley, London, 1747, pp.319~347)은 위에 인용한 레지 신부의 글과 《하멜표류기》를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번역한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아베 프레보(L’abbé Antoine François Prévost·1697~1763년. 성직자, 소설가, 역사가, 번역가) 신부 등에 의해 《여행이야기》(《Histoire générale des voyages, ou Nouvelle collection de toutes les relations de voyages par mer et par terre qui ont été publiées jusqu’à présent dans les différentes langues》 Tome 6, Paris, 1748년)로 1746년부터 번역이 되어 큰 반응을 일으켰다. 조선에 대한 글은 1748년에 출간된 6권에 있다.
18세기 유럽인들에게 비친 조선
드 라 포르트 신부는 《프랑스인 여행자》를 쓰면서 위에 열거한 책 등을 참조하여 흥미 있게 재편집했는데, 한 프랑스인 여행자가 한 여성에게 편지를 쓰며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것을 알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의할 것은 하멜을 포함한 네덜란드인들을 제외하고 18세기 초까지 실제로 상인이나 종교인의 신분으로 조선을 마음껏 여행하고 기록을 남긴 유럽인은 없다는 사실이다. 당시 유럽에 소개된 책 대부분은 중국 시선으로 본 기록이 많기 때문에, 조선에 대한 것 역시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글 속에서 같은 사항에 대한 설명이 서로 동일하지 않은 점도 있는데, 이는 여러 명이 편집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것이거나 번역상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역사 전문가들이 볼 때에는 《프랑스인 여행자》의 내용은 오류투성이로 여겨질 것이다. 번역자는 역사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러한 오류들을 일일이 짚어내지 못했다. 《프랑스인 여행자》는 제목처럼 실제 프랑스인 여행자의 기록도 아니고, 당시 조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것도 아니지만, 당시 프랑스인들에게 조선이 어떻게 비쳤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오류는 그대로 18세기 유럽인들에게 전해졌고, 그렇게 해서 조선이라는 나라의 첫인상이 형성된 것이다.
※중간 제목은 편집자가 붙인 것임.
《프랑스인 여행자》 편지 73
조선
조선의 수도 킹키타오로
부인, 저는 타타르 지방(몽골과 만주 지방을 일컬음. 동타타르는 만주, 서타타르는 몽골 지방을 가리킴)을 두루 돌아다니려는 생각이었기에, 낭가사끼[《하멜표류기》의 프랑스어판(1670)에는 Nangazaqui라고 써 있고 프랑스의 앙투완 고빌(Antoine Gaubil·1689~1759)이 1752년에 제작한 일본 지도에는 Nangasaki라고 써 있음-번역자 주) 항을 떠나 조선을 거쳐 지나가야 했는데, 아시다시피 이 나라는 일본과 거의 접해 있습니다. 그곳에 다다르니 주위에 암석들과 모래사장들이 많아 배를 대기가 힘들고 위험해서 우리 일행은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운 좋게 중국 황제가 조선과 중국의 국경선에 대한 담판을 끝내려고 보낸 타타르의 한 고관(高官)을 만났는데, 마침 제가 북경(北京)에서 만났던 분이었습니다[실제로 레지 신부는 강희제의 명으로 조선에 갔던 만주국 대사로부터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썼다고 한다.[《Histoire générale des voyages》, p.501-번역자 주]. 그는 우리 일행이 자신의 행렬에 합류하는 것을 허락해주었는데 한 중국 고위 관리와 예수회가 추천한 프란체스코 수도사도 합류했습니다. 일행은 경기도라 불리는 수도[《중국 설명서(Description de l’empire de la Chine)》, p.421에 실린 지도에는 한양 근처가 경기도 King Ki Tao로 써 있는데, 레지 신부는 킹키타오가 수도인 줄 착각한 모양이다.-번역자 주]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국 황제가 조선에 사신을 보낼 때면 조선의 왕이 직접 많은 호위병과 신하들을 이끌고 도성 밖까지 나와 그들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조선의 사신들은 중국에서 별로 대접을 못 받습니다. 그들은 중국 고급 관리, 심지어 하급 관리에게도 앞자리를 내주어야 하고, 특별한 집에 머무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일종의 포로같이 잡혀 있습니다. 외출 시에는 항상 그들을 감시하는 보초병과 함께해야 합니다.
조선 왕, 중국 사신들을 철저히 감시
중국의 사신들은 이곳에서 비교할 수 없는 예우를 받지만 자유를 더 많이 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조선의 왕은 그 중국인 관료들이 매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해서 왕에게 보내는 편지를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역할만을 맡은 군병(軍兵)들이 사신들의 숙소와 왕궁 사이의 길 곳곳에 있습니다. 사신들이 유숙하고 있는 숙소의 창문을 통해 그들의 행동과 말에 대해 자세하게 적은 쪽지들이 수시로 전달됩니다. 친절과 배려처럼 보이는 행동 뒤에 실은 그들이 국가 행정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신의 수행단에 합류하여 저도 이와 같은 불편함을 겪었으나, 차츰 이러한 극도의 엄중함도 풀어지면서 마침내 다른 주민들과 동일한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수행하는 관리는 예전에는 중국과 조선이 한 나라였던 만큼 이 두 나라가 지금 서로를 이렇게 심하게 취급하며 불신하는 것이 놀랍다고 했습니다. “우리 역사에 능통한 사람들이 내게 말하길” 하고 관리는 말을 이었습니다.
“이 나라를 처음 통치한 분은 중국 황제의 조카[기자(箕子)를 말하는 듯-편집자 주]였다고 하면서 그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00년도 더 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왕은 조선의 기반을 다지고 문명화했으며 자기 나라의 법을 들여왔습니다. 그의 후손들이 이후 약 900년간을 통치했는데 그 이후 중국인들이 이 지역을 정복하고 조공(朝貢)을 바치게 하고는 우리의 왕들에게는 총독이란 지위만을 주었습니다[당(唐)나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정벌한 후 고구려 땅에 안동도호부, 백제 땅에 웅진도독부, 신라 땅에 계림도독부 등을 설치했던 일을 가리키는 듯-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그 이후 다시 일어섰지만 중국 황제에게 조공을 바치는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이 왕국은 여러 다른 혁명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노예였다가 독립하기도 하고, 계속 그들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일본인들과 타타르인들도 우리나라 지방의 일부에 눈독을 들였습니다. 일본인들은 오늘날도 그들의 섬에서 가장 가까운 해양경계선에 위치한 작은 영토[쓰시마(對馬島)를 가리키는 듯-편집자 주]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더 치욕스러운 것은 우리의 군주가 매년 중국 황제에게 신하의 예(禮)를 표해야 하는 것입니다[뒤 알드 책 안에 있는 레지 신부의 〈조선에 대한 지리적 관찰〉에 의하면, 중국에서 보낸 사신들에게 답례로 약정된 물건과 약 800냥(약 30kg) 정도의 은을 바치고 이후 조선 조정의 대신이 조공을 가지고 중국까지 가서 황제한테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바친다고 한다. 《여행이야기》 속 레지 신부의 같은 글에는 은 8000냥이라고 써 있다-번역자 주]. 군주는 무릎을 꿇고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답례를 해야만 합니다. 제일 수치스러운 것은 새로 임명된 왕이 북경의 허락을 얻을 때까지는 자신의 부인을 왕비로 책봉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속국(屬國)의 증거로 예전에 우리 군주 한 분이 강희 황제에게 올린 한 탄원서의 복사본을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렇게 말하며 조선 관리는 여러 서류가 있는 곳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는데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폐하의 신하인 과인은(조선의 왕이 중국의 황제에게 하는 말입니다) 가장 불운한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자식이 없다가 후궁(後宮)으로부터 드디어 아들을 얻었는데 이 기회에 국운을 일으키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잘못된 시도를 하여 저의 모든 불행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제가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저는 제 아내인 왕비를 쫓아내고 대신 그 자리에 후궁을 앉혔습니다. 그러나 왕비는 당신께서 임명하신 것이며 왕비가 오랫동안 나의 가족을 보살폈으며, 제사 때 나를 보조했고, 제 어머니인 대비께도 의무를 다하였고, 여러 해 동안 나를 아껴준 것을 생각하면 그녀를 더욱 명예롭게 대해주었어야 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오늘 그녀를 다시 예전의 자리에 복귀시키고 후궁도 예전의 위치로 되돌려보내겠나이다. 이렇게 해서 저의 가족에게 질서가 제대로 잡힐 것이며 다행히 이 나라의 관습에 대한 개혁이 시작될 것입니다. 폐하의 신하인 저는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조상의 명예에 오점을 남겼나이다. 이십 년 동안 폐하를 섬겼고 과인에게 방패와 보호 역할을 해주시는 당신의 호의 덕분에 저의 모든 것이 존재하나이다. 폐하께 감추려고 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이 점에 대해 두세 번 폐하께 무례를 저질렀던 적은 있사온대, 사실 저의 임무에서 벗어난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의 왕실의 평안과 백성의 열망에 대한 문제이므로, 외람되게도 제가 폐하께 이러한 탄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는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와 희빈 장씨의 이야기이다.-번역자 주]
이 간청은 의례 담당 재판부(예부·禮部-번역자 주)로 넘겨졌고 요구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 결국 조선에 감사위원을 파견하여 왕비를 다시 제자리에 앉히고 후궁을 폐위시켰습니다. 이 의례 담당 재판부가 조선의 왕이 중국 황제에게 쓰는 모든 편지를 감찰하는데, 존대하는 형식이 아닌 용어를 쓴다면 속국의 왕은 잘못한 만큼에 대한 벌금을 내야 합니다[《여행 이야기》(p.517)에 의하면 숙종이 다음 해에는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청원서를 보냈다는 이유로 중국은 은(銀) 1만 온스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도록 하고 삼 년 동안 다른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뒤 알드의 《중국 설명서》(p.448)에서는 같은 이야기에서 숙종이 조공을 보냈을 때 황제가 하사하는 선물을 삼 년 동안 내리지 않았다고 써있다.-번역자 주].
왕, 간첩을 보내 지방관 감시
그러나 외국의 군주에 대한 극도의 복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나라에 있어서는 절대적입니다. 신하들 누구도, 막대한 세력을 가진 신하들도 예외 없이 어떤 땅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왕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마음대로 땅을 하사하고, 그 사람들을 내쳐버릴 시기라고 생각될 때나 왕이 사용권을 주었던 사람이 죽게 되면 그 땅은 다시 왕의 소유로 돌아옵니다.
왕의 고문단은 수군과 육군의 주요한 장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왕의 신하들은 매일 궁정에 모이지만 질문을 받지 않는 이상 아무도 자기 의견을 내서는 안 되고, 견해를 묻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일에도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책잡힐 일이 없는 한 그 자리에 남아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의무에서 벗어나면 그들의 토지와 고위직을 잃게 되는데, 어느 부서에 있건 자식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습니다. 궁내의 다른 관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만 그 자리를 떠납니다.
도시와 지방의 군수나 재판장들의 임기는 3년인데 조그만 잘못을 하더라도 해임되어 다수의 사람이 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합니다. 그들의 공금 횡령에 대한 처벌은 죽음이나 추방이며, 왕은 전국의 도시에 많은 첩자(암행어사를 말하는 듯-편집자 주)를 보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항상 알아보고 있습니다,
왕의 수입은 그의 영지에서 나는 생산물과 토지세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라 전체 생산물의 10분의 1을 걷습니다. 이 세금은 돈으로 받지 않고 토산품(土産品)으로 받습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조세를 걷는 관리들은 추수 시기에, 추수하기 직전, 밭에서 직접 받아서 지방마다 설치한 왕실의 저장고에 쌓아놓습니다. 관리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생산품으로 봉급을 받습니다. 십일조 이외에 아무도 피하지 못하는 것은 군역(軍役)인데, 징집되지 않은 사람은 1년에 3일간 왕을 위해 일해야 하며 그 일은 군수가 지정해줍니다. 조선에는 다른 세금이나 조세는 없습니다.
절도범은 죽을 때까지 발로 짓밟아
죄인에 대한 재판은 아주 엄격합니다. 반역자나 배신자들은 가문을 멸하고 죄인의 집은 아무도 다시 고쳐 지을 생각을 못 하도록 완전히 없애버립니다. 만일 한 여인이 남편을 죽였다면 큰길가에 산 채로 어깨까지 땅에 묻고 옆에는 도끼를 놓아둡니다. 행인들은, 양반이 아닌 이상, 그 여인의 머리를 한 번씩 치고 지나가야 합니다. 제일 동정심이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연장시키지 않도록 우선 그녀를 실신시킵니다. 범죄가 일어난 지역에는 일정 기간 동안 담당 관리들의 활동이 금지됩니다. 마을도 그들의 군수를 잃게 되고 다른 마을에 속하게 됩니다. 그들의 지휘관(고을 수령-번역자 주)에게 반란을 일으키거나 근거 없는 고소를 하거나 한 사람들도 같은 형벌을 받습니다.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는 것을 보거나 다른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 잘못이 계속된다면 남편은 그녀를 죽여도 됩니다. 그녀를 재판에 넘기면 사형선고를 받는데, 집행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참수형(斬首刑)을 선택합니다. 간통죄는 남자들에게도 중대한 죄로 다스려지는데 특히 고관들에게 더합니다.
죄인의 아버지가 죽었다면 가까운 친척이 대신하며, 아직 살아 있다면 아버지가 집행자를 대신합니다. 사형수는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검에 등을 찔려 죽는 것을 택합니다.
한 평민이 결혼한 여자와의 간통이 발각되면 기이한 방법으로 형벌을 받습니다. 그의 옷을 다 벗기고 속바지만 남겨놓습니다. 양쪽 귀에 화살을 꽂고 석회를 얼굴에 바르고 [《하멜표류기》에는 간통한 남녀의 각각 귀 한쪽을 뚫어 화살로 연결한다고 써 있다.-번역자 주] 어깨에 구리대야[징-번역자 주]를 매달고 이런 상태로 형 집행자들이 마을의 곳곳으로 끌고 다니며 가끔 대야를 때립니다. 그다음은 속바지를 벗기고 막대기로 엉덩이를 40~50대 때립니다.
주인이 자신의 노예를 죽게 하면,심각하지 않은 잘못으로 인해 죽였다 할지라도 주인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노예를 죽게 하면 그 몸값의 세 배를 물어줘야 합니다.
평민을 죽이면 다음과 같은 형벌을 받습니다. 살인자를 오랫동안 발로 밟은 후에 살인자가 죽인 시체를 씻은 식초 물을 깔때기로 마시게 합니다. 실컷 마시게 한 후 죽을 때까지 막대기로 배를 내리칩니다.
절도범에 대한 형벌은 죽을 때까지 발로 짓밟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인들 중에 좀도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태형을 가할 때는 자루 뒤집어씌워
돈을 빌린 자가 갚지 않으면 채무자에게 다리뼈 위를 막대기로 때리는 벌을 가합니다. 그가 갚을 때까지 15일마다 이 벌은 반복됩니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죽으면 그의 부모나 친척이 대신 갚거나 아니면 같은 형벌을 받습니다. 이렇듯 누구도 빌려준 돈을 못 받지는 않습니다. 상인을 파산(破産)시키거나 채무자에게 한 약속을 피하기가 쉽지 않음은 조선이나 프랑스나 마찬가지입니다.
태형(笞刑)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흔하고 치욕스럽습니다. 경우에 맞지 않은 말을 한마디했더라도 태형 감이 될 수 있습니다. 태형은 다리나 발바닥, 주로 볼기에 가해집니다. 볼기 태형은 특히 어린아이나 승려나 여인들에게 행해집니다. 여인은 속바지를 입은 채로 맞거나 종아리에 맞기도 합니다. 태형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형벌을 주기 쉽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루를 씌웁니다. 100대는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60대에 도달하기도 전에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주 심각한 죄가 아니라면 한 번에 30대 이상 때리면 안 되고 2~3시간 후에 다시 판결받은 매수를 채울 때까지 반복합니다. 태형에 사용하는 막대기는 참나무로 팔 길이 정도 되고, 한쪽은 둥글게 되어 있으며 다른 쪽은 평평하고 손가락 두 개 정도 넓이에 두께는 동전만 합니다. 형 집행 중에 죄인은 끔찍한 비명을 지릅니다.
마을의 군수와 다른 부군수는 사형선고를 내릴 수 없지만 그 도(道)의 관찰사가 인정한 선고라면 예외입니다. 국가의 죄인은 궁정자문회[사헌부(司憲府)-번역자 주]에 의해 심판을 받는데 왕에게 알리지 않고 죄인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병사들, 자기 비용으로 화약·탄약 마련
군(軍) 행정은 민간 행정과 같은 체제로 시행됩니다. 각 도에 사령관[병마절도사-번역자 주]이 있고 그 밑에 4~5명의 부사령관[병마절제사-번역자 주]이 한 연대를 지휘합니다. 이 부사령관들 밑에 군관[사직(司直)-번역자 주]들이 있는데, 이들이 동시에 고을이나 요새의 통치도 맡고 있습니다. 국가가 모든 마을에 지휘관을 임명하여 관리하는데 그들은 상급 하사관[현령-번역자 주], 하급 하사관[현감-번역자 주]일 수도 있습니다(현령・현감은 수령으로 해당 지역의 군 지휘관을 겸하기는 하지만, 이들을 하사관급이라고 한 것은 사실과 다름-편집자 주). 소위[사맹(司猛)-번역자 주]들은 각 군단에서 군인들을 훈련시키고 일 년에 한 번씩 대위[부사(副司)-번역자 주]에게 열병식을 보여주어야 하며, 그들 관할하에 있는 주민의 명단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왕을 위해 일할 사람들의 수를 항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병은 화승총(火繩銃), 장검, 창, 흉갑(胸甲), 투구로 무장합니다. 군병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50회 분의 화약과 탄약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마병들도 투구와 흉갑을 쓰지만 화승총 대신 화살통이 있는 활과 검 그리고 일종의 채찍이나 최신 도리깨 무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마병과 보병에게는 매년 옷감 세 필을 제공합니다.
이 나라에는 승군(僧軍)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상이군병(傷痍軍兵)으로부터 그렇게 하듯, 성(城)과 요새에 보내는 주둔군을 그들 중에서 뽑아갑니다. 또 각 고을은 그 지역에서 소집한 승군으로 된 분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같은 승려장교에게 복종합니다. 나머지는 민병대(民兵隊)와 같은 규칙을 따릅니다. 승병들은 무척 용감하고 조선 최고의 부대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군주는 수도에서 많은 군대전략가와 항상 상의합니다. 평상시 그들은 궁(宮)과 왕의 행차를 보위(保衛)하는 일을 합니다. 지방에서는 7년마다 차례대로 자유로운 신분의 주민들을 보내 왕궁을 두 달간 지키게 합니다.
王의 행차
왕이 행차할 때는, 절대군주들이 하는 것처럼 성대하게 행해집니다. 모든 양반 고위 관리들과 함께하는데, 각각 자기 계급에 해당하는 수(繡)를 앞뒤로 놓은 검은 비단옷을 입고 넓은 목도리를 두릅니다. 장수들은 걷거나 말을 타고 왕보다 앞서 나갑니다. 깃발과 휘장을 들고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군악대도 있습니다. 그 뒤를 호위병이 따르는데 수도의 중요한 관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앙에 왕은 화려하게 장식된 천개(天蓋)가 있는 가마에 앉아 있습니다.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고, 그 침묵을 깨뜨릴까 두려워 기침 정도만 할 수 있는 재갈 모양의 입마개를 하고 있습니다.
왕이 지나가는 길에 있던 사람들은 등을 돌려야 하며 왕을 쳐다보아서는 안 됩니다. 왕 앞에는 뛰어난 장수들이 백성들이 막대기 끝을 이용해 건네는 탄원서와 진정서를 받아 넣는 상자를 들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청원서를 누가 보내는지 모르도록 성벽을 따라 붙이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합니다. 담당자가 이것들을 거두어들입니다. 왕이그러면, 궁에 돌아와서 탄원서들을 읽게 하고 이때 그가 내린 명령은 곧 시행되어야 합니다. 왕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집들의 문과 창문은 닫혀 있어야 합니다.
조선은 반도(半島)국가인데 주로 살기 힘든 산지(山地)의 땅이 많아 정부는 항구 지키기에 주력을 하므로 꽤 많은 함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시마다 함선을 1척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함대에는 적어도 300명의 수군이 있습니다. 이 선박들은 대포 몇 대와 꽤 많은 화통(火筒)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각 주마다 제독(수군절도사-번역자 주)이 있는데, 매년 주(州) 소유의 함선 열병식(閱兵式)을 하며 총제독(수군통제사-번역자 주)은 검열을 합니다. 그중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장수는 추방이나 태형, 또는 사형을 당합니다.
불교와 유교
불교가 중국 백성들에게 잘 받아들여진 것처럼 조선에도 많은 종파(宗派)가 있습니다. 이 인도의 신(神)에 바쳐진 사찰이 나라 전체에 가득합니다. 그러나 도시 내에서는 탑 건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찰은 성 밖에 세워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선인들은 신에 관한 일에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일본에서처럼 순례나 신앙여행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일본인들의 이런 여행은 신앙심을 핑계로 한 방종함이 동기가 되어 수많은 가족이 이 마을 저 마을, 이 도(道)에서 저 도로 떠돌아다니며 맹목적인 미신적 믿음에 잘 속아 넘어가는 할 일 없는 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립니다.
조선인들은 그들의 신들 앞에서 몸을 구부리지만 신들을 거의 숭배하지는 않습니다. 성대한 날이면 사찰에 모여서 향(香)이 나는 나뭇조각에 불을 켜서 우상(불상-번역자 주) 앞에 놓고 정중하게 절을 하고 물러납니다. 신에 대한 그들의 종교의식은 그 정도뿐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덕(德)을 행하면 다음 생(生)에서 보답을 받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설교나 종교의식이 없기 때문에 종교에 관한 토론도 없습니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유교(儒敎) 법을 따릅니다.
나라 안에 가득 찬 승려들은 신들을 경배하는 일을 공개적으로 하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그들의 의식은 하루에 두 번씩 신들에 향을 바치는데 그 사찰의 주지들이 성대한 의식(법회-번역자 주)을 이끌어갑니다. 다른 승려들은 참석을 하여 솥, 구리대야[금고(金鼓)-번역자 주]와 북소리가 섞인 혼잡한 소리를 사찰 전체에 울려 퍼지게 합니다. 백성들의 세금으로 사찰과 신도들이 유지됩니다.
女僧 되려면 양반 출신임을 증명해야
사찰은 모두 도시 밖 산속에 있습니다. 각 사찰은 그 사찰을 세워준 도시에 속해 있습니다. 어떤 사찰에는 500~600명이나 되는 승려가 있으며, 한 도시가 먹여 살리는 승려가 4000명 정도 됩니다. 그들은 조(組)로 나뉘어 있는데 열 명이나 스무 명, 서른 명이 되는 조도 있습니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명령을 내립니다. 만일 나이 어린 사람이 규칙을 어기면 그들은 나라의 관습에 따라 매질을 당합니다. 과실(過失)이 중대해서 더 심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일반 재판관에게 넘겨집니다.
이 승려들은 서원(誓願)으로 형성된 관계가 아닙니다. 승려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유롭게 승려직에서 떠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생활은 무척 힘듭니다. 국가는 그들에게 세금과 용역(用役)을 부과하며 그들을 무시하고 마치 노비처럼 여깁니다. 그렇지만 궁에 살면서 상당히 존경을 받는 승려들도 있습니다. 왕의 승려라고 불리는 그들은 의복에 다른 승려들과 구별되는 표식을 달고 다닙니다.
나라의 모든 승려는 머리와 수염을 밀고, 사창가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이 3가지 규율은 꼭 지켜야 하는데 규율을 어기면 매질을 당한 후 절에서 쫓겨납니다. 삭발의식을 한 후에는 팔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표시를 합니다.
승려들은 그들의 노동과 거래, 적선, 그리고 군수가 주는 얼마 안 되는 자선으로 살아갑니다. 또 어린아이들을 교육하는데, 그중 승려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사찰에 머무르며 일을 하게 합니다. 그 아이들이 하는 노동력의 대가는 그 스승에게 속합니다. 스승이 돌아가시면 그 아이들이 재산을 물려받고 친아버지처럼 장례를 치릅니다.
조선에는 여승(女僧)들의 사찰도 있습니다. 독일의 수도회처럼, 그 단체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양반 출신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 직분이 낮은 여자아이들의 사찰도 있습니다. 모두 머리를 자르고, 우리의 수녀들처럼 독신(獨身)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결혼하기를 기다리며 사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찰은 경치가 아름답고 편리한 곳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아마도 일본에서처럼, 유럽에서처럼 사찰에 놀러 가기도 하고 신앙심으로 가기도 합니다.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양반이 그들의 첩(妾)이나 그 지역에서 구하거나 데리고 간 기생(妓生)들과 놀러 가기도 합니다. 무척 문란해서 고행(苦行)하는 은둔(隱遁) 생활을 하는 곳이라기보다 오히려 기생집을 닮은 곳도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그런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 승려들도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핏자국만 봐도 도망
일반적으로 말하면, 조선인들은 키가 크고 잘생긴 편으로 성격이 온화하고 외국인에게 친절합니다. 그러나 해안에 표류한 불행한 사람들에겐 예외입니다. 코친차이나(Cochinchine·현 베트남 남쪽에 있던 프랑스 식민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표류자들을 엄하게 다룹니다. 이 민족은 순박하고 순진한 동시에 교활하고 거짓말쟁이들입니다. 사기(詐欺) 치는 것은 그들에게는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악의(惡意)를 가지고 저지른 일은 가끔 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속임을 당한 사람들은 배상을 받도록 해주는 법이 있습니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여성스럽고 즐거움과 방탕함에 빠지고, 춤과 음악을 열정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들의 기질이 호전적(好戰的)이지 않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들은 가장 불행한 사람들 편에 들어가는, 즉 전쟁에 참가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생길 피해를 두려워합니다. 일본인들에게 대항하여 싸운 지난 전쟁(임진왜란-번역자 주)에서, 그들은 적에 의해 사살(射殺)된 왕을 저버리고 숲속에 숨었는데(임진왜란 때 임금이 왜군에게 사살된 일은 없음-편집자 주), 그곳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칼로 죽은 사람보다 더 많았습니다. 해안가에 좌초한 배들을 약탈하기로 작정하고 나서 몇 명 안 되는 유럽인 앞에서 도망가는 그들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들은 피를 혐오해서 지나는 길에 핏자국이라도 있으면 도망을 칩니다. 병자(病者) 보는 것을 덜 무서워하는 이들도 아닙니다. 특히 전염병에 걸린 병자라면 말이지요. 그들은 환자들을 마을 밖으로 실어내고 들판에 짚으로 덮은 움막을 세워 환자의 가까운 친척들이 돌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가까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지라고 경고합니다. 돌봐줄 친구가 하나도 없는 불행한 사람이라면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아무 도움 없이 그냥 죽어갑니다. 한 마을에 흑사병(黑死病)이 돌았다면, 마을로 들어가는 모든 입구에 높은 울타리를 치고 감염된 집의 지붕에 표시를 해서 모든 사람이 그곳을 피하도록 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수많은 약용(藥用)식물을 생산하는데 백성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권세가 있는 자들에게 고용되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무당이나 장님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조선에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의사 역할을 합니다.
조선에는 호텔 없어
전국의 가옥(家屋)들은 무척 허름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의 집을 제외하고는, 지붕에는 대체로 짚이나 갈대를 올렸고, 기와를 올리려면 관아(官衙)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집들은 무척 낮고 좁으며 나무 기둥 위에 지어졌으며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벽은 흙이나 가벼운 석공 작업으로 되어 있으며 바닥층은 궁륭형(穹窿形)·아궁이-번역자 주)으로 겨울에는 그곳에 불을 피우는데 난로처럼 열기가 퍼져나갑니다. 그 궁륭형 위 바닥(온돌-번역자 주)에는 기름을 먹인 종이가 깔려 있습니다. 각 집의 몸체는 별로 크지 않고 한 층밖에 없는데 창고에는 식량을 비축해두고 가구들은 소박해서 꼭 필요한 것만 있을 뿐입니다.
양반의 집은 훨씬 쾌적하고 넓습니다. 앞채는 손님을 맞아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데 쓰이는 건물이고, 넓은 안마당에는 우물이 있고 지붕 덮인 통로가 있는 정원이 있습니다. 여성들의 방은 집의 제일 안쪽에 위치하며 외부인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가끔 자유롭게 사람들을 보고 같이 식사도 하는데, 항상 남편의 맞은편에서 남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따로 앉아 먹습니다.
조선인들은 호텔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대신 손님을 맞아주는 관대한 풍습이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그들이 만나는 첫 번째 집 울타리에 기대어 앉으면 그 집에서 충분한 양의 밥과 고기반찬을 가져다줍니다(《하멜표류기》에는 여행자가 자기 몫의 쌀을 내놓으면 그것으로 밥을 지어준다고 써 있음-번역자 주) 여행객들은 필요한 만큼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단지 같은 집에 두 번 갈 수는 없습니다. 다른 집에서도 동일한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四寸까지의 결혼 금지
백성들은 사촌(四寸) 간까지 관계의 결혼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일곱이나 여덟 살 때 벌써 혼인을 약속하기도 합니다. 결혼식 날에 신랑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말을 타고 갑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돈 뒤에 신부 집 앞에 도착하면 부모들이 나와서 신부를 신랑 집까지 바래다줍니다. 의식이 행해지면 다른 절차 없이 첫날밤을 치릅니다.
남자는 아내를 여러 명 둘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집에 한 명밖에 못 둡니다. 부자들은, 어느 나라나 그렇듯, 법 위에 머물면서 서너 명의 아내를 둡니다. 일반적으로 조선인들은 아내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들의 노예보다 조금 나을 정도로 대합니다. 남편은 마음 내키는 대로 아내를 쫓아내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가라고 합니다. 아내는 마음대로 남편을 떠나지 못하게 되어 있고, 헤어지려면 법정에서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미개한 관습은,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인구수를 늘린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죽으면 아버지 집처럼 유산(遺産)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그에 속한 것들은 남자 중 제일 맏이에게 속하게 됩니다. 나머지는 형제들이 똑같이 나눕니다. 딸들은 상속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자는 결혼할 때 자기 옷만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한 가정의 우두머리가 나이가 꽤 들 때까지 산다면 그는 재산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장자(長子)가 그 집을 물려받아 작은 집을 짓고 노부(老父)를 그곳에 모시고 필요한 것을 다 마련해줍니다. 노인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서 존경을 덜 받거나 복종을 덜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선한 관습은 우리가 보기엔 흔한 것이 아니며 훌륭해 보입니다.
3년상 중 태어난 아이는 私生兒 취급
부모의 상(喪)은 3년 동안 치르는데 중국처럼 엄격합니다. 상중에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되며 화를 내거나 싸우거나 특히 술에 취하거나 하면 안 됩니다. 부부는 잠자리를 따로 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이때 아이들이 태어난다면 사생아(私生兒)로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상복은 거친 천으로 만든 옷 안에 말총으로 만든 속옷을 입습니다. 초록 갈대를 꼬아 만든 모자 밑에는 크레이프 천 대신 마(麻)로 된 끈(새끼줄-번역자 주)을 맵니다. 항상 길거나 큰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데 상중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지팡이는 부친상을 의미하고 막대기는 모친상을 뜻합니다. 애도 기간에는 목욕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더럽고 역겨운 냄새를 풍깁니다.
남편이 죽으면 아내와 아이, 형제들, 가까운 친척은 미친 사람처럼 길에서 달리고 머리칼을 잡아 뜯으며 처절하게 울부짖습니다. 고인(故人)은 봄과 가을에만 땅에 묻는데, 장례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시신을 뜰이나 정원에 네 기둥을 세워 만든 초분에 모십니다. 고인에게는 갖고 있는 옷 중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혀 네 구석이 봉합된 관에 넣는데, 고인 옆에 저세상에서 필요할 몇 가지 보석을 넣습니다.
매장 시기가 결정되면, 대개는 점쟁이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는데, 친척들은 그 전날 고인의 집에 모여서 먹고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웁니다. 관(棺)은 다음 날 새벽에 떠나는데 관을 멘 사람들은 박자에 맞춰 노래[곡]를 하고 발맞춰 걷고, 친척들과 친지들이 두서없이 내는 비통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평민은 5~6피트 정도 구덩이를 파고 묻고, 양반은 미리 준비해놓은 석조(石造)묘에 묻습니다. 그 위에는 망자(亡者)의 이름, 직위, 직업이 적힌 비석이 세워집니다. 이 장례식이 있은 후 3일째에 다시 묘에 가서 제사를 지냅니다. 매달 무덤 위에 자라는 풀을 베고 다시 제사를 드립니다. 이런 장례의 의무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주되고 유일한 종교적 행위입니다.
地理에 대해 무지
조선 사람들은 중국으로부터 학문을 존중하는 것을 배웠는데, 그럼에도 하나도 발전한 게 없습니다. 그들은 문인(文人)이며 박사[진사(進士)-번역자 주]인데, 모자에 깃털이 두 개 달린 것으로 구별합니다. 이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시험은 방대한 규모로 열립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험평가를 돈을 주고 사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돈이 많이 듭니다. 박사에 도달하는 사람은 도시의 관청직을 맡거나 군에서 일을 얻습니다. 가장 야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동시에 검(劍)과 관복(官服)에 임명되는 것입니다(문과와 무과에 동시에 합격하는 것을 말한다- 번역자 주).
어린아이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일찍 나라의 학문[유학]에 발을 들이게 합니다. 그들의 교육은 엄격하지 않습니다. 명예와 경쟁을 동기 삼아 아이들을 부추깁니다. 덕과 조상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학문하는 길이 부(富)와 명예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런 거창한 개념들은 아이들의 열정과 집중을 고무시킵니다. 마을마다 가옥이 있는데 그곳에서 어린이들을 모아 나라의 역사와 특히 죄를 짓고 사형을 당한 잘 알려진 죄인들의 재판 사례를 읽도록 합니다.
조선인들의 학문은 공자(孔子)의 책에서 가르치는 도덕을 배우는 것으로 제한됩니다. 그들의 언어는 중국어와는 달리 특이한 문자(한글-편집자 주)를 쓰는데 백성이나 여성들은 그 문자만 씁니다.
그러나 문인들은 중국의 글자를 쓰고, 관용구 사용이 학자들의 주된 일거리입니다. 그들은 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데 손으로 쓴 것이나 중국 책처럼 인쇄된 것입니다. 수도에는 많은 책을 소유한 도서관이 있는데 왕세자의 관리하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히 지리(地理)에 관해서는 그들이 지극히 무지하다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 세계는 12개의 나라가 있고, 샴 나라(타이-편집자 주) 밖으로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인들이 그들에게 이 세계의 다른 나라에 관해 이야기하면 조선인들은 웃기 시작하며, 어떻게 태양이 그렇게 많은 나라를 비추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습니다.
그들은 책력(冊曆)에 관한 지혜가 부족해 스스로 달력을 만들 줄 몰라 중국 것을 사용합니다. 매년 사신을 중국에 보내 달력을 받아옵니다.
4, 5세 아이들도 흡연
조선의 북(北)에서 남(南)까지의 길이는 180리외(lieue·리외=4km-번역자 주)가 되고 제일 넓은 폭은 120리외가 됩니다. 중국과는 나무 방책(防柵)으로 나뉘어 있고, 그것이 두 나라의 경계입니다.
약 150개의 고을이 있고 형태가 같으며 중국과 같은 모양의 성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 개의 큰 강이 흐르는데 하나는 동쪽으로 흐르고 다른 하나는 서쪽으로 흐르며, 두 강의 근원지는 같은 산이고 이 산은 대륙과 반도를 이어줍니다.
기후는 지나치게 춥고 특히 북쪽 국경은 더합니다. 눈이 하도 많이 내려서 눈 밑으로 굴을 파고 이 집, 저 집 다닙니다. 겨울에는 주민들은 눈 위로 걷기 위해 라켓같이 생긴 것[설피(雪皮)-번역자 주]을 발밑에 신고 다닙니다.
벼가 자라기에는 추운 날씨라서 목화를 심기도 어렵습니다. 주민들은 옷으로 삼베나 양가죽을 사용합니다. 대신 그곳에서는 인삼이 많이 생산되어 조선인들이 중국과 일본과 큰 무역을 합니다.
조선의 남쪽은 무척 비옥해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합니다. 조선에서는 담배를 전혀 몰랐는데, 일본인들이 담배 재배하는 법을 전해주었습니다. 오늘날 남성이나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담배를 피웁니다. 네 살이나 다섯 살이 되는 아이들도 담배를 피우도록 둡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담배가 전해졌을 때 주민들은 같은 무게의 은(銀)으로 지불했습니다. 담배를 원산지인 홀랜드(네덜란드-편집자 주)에서 오는 식물로 여기고 홀랜드라는 나라를 세계 최고의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선은 납, 철, 은을 생산합니다. 호랑이・담비・비버의 가죽, 온갖 종류의 동물이 있고, 수많은 야생 및 길든 조류(鳥類)가 있습니다. 악어들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물고기와 사람을 잡아먹습니다.
조선인은, 이미 말했듯이, 중국과 일본과 무역을 하는데 그들에게 납・대마(大麻), 특히 인삼을 수출합니다. 대신 향신료(香辛料)와 종이, 향나무와 다른 물품들을 수입합니다. 구리 동전 외에 다른 동전은 없고, 큰돈은 은괴(銀塊)로 지불하는데 그 은괴에는 아무런 인증 표시도 없습니다.
부인, 이것이 제가 잠시 머무르려 했던 나라에 대해 알게 된 모든 것입니다. 이곳의 수도(首都)에서 함께 동행(同行)하는 것을 허락해준 중국 사신은 만주(滿洲)에 대한 중요한 임무를 띠고 왔는데, 저는 이 기회에 타타르 지역의 관습에 대해 알 기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조선의 수도 경기도에서 1747년 2월 15일에⊙
유럽인에게 조선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한 책들
18세기 유럽에서 한창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과 식민지를 넓히려는 야욕이 커질 무렵 당시 유럽인에게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비쳤을까 하는 점은 흥미롭다. 한 프랑스인이 1747년에 조선을 여행한 인상을 편지로 남긴 글이 있다. 이 글이 담긴 책은 프랑스 파리에서 1767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 책을 미국에서 구하게 된 송영달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 정치행정학과 명예교수[엘리자베스 키스(Elisabeth Keith)의 그림을 수집하고 책을 번역해 한국에 알림]는 은퇴한 불문학 교수인 옮긴이에게 프랑스어 번역을 부탁했다.
책 제목은 《프랑스인 여행자: 구세계와 신세계에 대한 지식》(Le voyageur françois, ou La connoissance de l’ancien et du nouveau monde. Mis au jour par M. l’Abbé DELAPORTE, Tome 6. A Paris chez VINCENT, Imprimeur-Libraire S. Severin. Avec approbation, et privilége du roi, 1767)이며 조셉 드 라 포르트(Joseph de la Porte・1714~1779년. 성직자, 문학비평가, 시인, 극작가)라는 프랑스 예수회 신부가 그때까지 여러 곳에 수록된 여행자 이야기들을 모아 재편집하여 저술한 것이다. 세계일주여행기로 구성하여 1765년에 첫 권이 출간되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드 라 포르트 신부가 계속 쓰다가 사망한 후에는, 아베 드 퐁트네(Abbé de Fontenai・1736~1806년) 신부, 루이 도메롱(Louis Domairon・1745~1807년)이 뒤를 이어 1795년까지 30년간 책을 냈다.
책 속에서 가상(假想)의 주인공인 한 프랑스인 여행자는 1735년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떠나 1787년 파리에 돌아온 것으로 되어 있다. 책은 총 42권으로 되어 있는데, 조선에 대한 부분은 제6권이다. 일본여행기와 만주여행기 사이에 실려 있고 분량은 30쪽 정도 된다.
조선을 다룬 18세기 유럽 기록들
그 이전에 유럽에 조선을 알린 책은 《하멜표류기》로 네덜란드에서 1668년에, 프랑스어로는 1670년에 출간되었다(Hendrik Hamel, 《Relation du naufrage d’un vaisseau holandois sur la Coste de l’isle de Quelpaerts》, Paris, 1670).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선교활동 중이던 프랑스 예수회 신부들이 보낸 보고서나 편지를 모아 장바티스트 뒤 알드(Jean-Baptiste Du Halde·1674~1743년. 성직자, 역사학자, 출판가) 등의 예수회 신부가 계속 시리즈로 출간한 《교훈적이며 흥미로운 편지들》(《Lettres édifiantes et curieuses》, Ecrites des Missions Etrangéres par quelques missionnaires de la Compagnie de Jesus, Chez Nicolas Le Clerc, Paris, 1703~1776)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중에 중국과 만주에 관한 것들을 뒤 알드 신부가 따로 추려 쓴 책이 《중국 설명서》(《Description géographique, historique, chronologique, politique et physique de l’Empire de la Chine et de la Tartarie chinois》, tome 4, Le Mercier, Paris, 1735)이다. 그 안에 조선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특히 각 지역에 해당하는 지도도 함께 실려 있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은 당시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고 프랑스 지식인과 대중에게 중국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조선에 관한 글은 예수회 신부이며 지도 제작자인 장바티스트 레지(Jean-Baptiste Régis·1663~1737년)신부의 〈조선에 관한 지리적 관찰〉(〈Observations géographiques sur le Royaumes de Corée, tirées des mémoires du père Régis〉, pp.423~430)이라는 글이다. 이 보고서는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본 조선왕조: 레지 신부가 전하는 이야기》, 애슐리 김 번역, 아이네아스, 서울, 2016). 레지 신부는 1698년부터 중국에 가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강희제의 명으로 중국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각지를 다녔으나 조선은 국경까지만 가보고 발을 들이지 못했다. 레지 신부가 조선에 대해 쓴 내용은 조선에 왔다 간 중국 사신 등을 통해 듣거나 중국에서 조선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적은 것이다. 이 글에 이어 〈조선의 간략한 역사〉(〈Histoire abrégée de la Corée〉, pp.431~451)라는 글이 이어지는데 이는 중국 역사책들에서 발췌한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1745년부터 출간된 《여행이야기》(《A New General Collection of Voyages and Travels: consisting of the most esteemed relations, which have been hitherto published in any language : comprehending everything remarkable in its kind, in Europe, Asia, Africa and America》, Thomas Astley, London, 1745)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이 시리즈에서 조선에 관한 글(제4권 〈Description of China, of Korea, eastern Tartary and Tibet, Travels through Tartary, Tibet, and Bukhâria, to and from China〉, Thomas Astley, London, 1747, pp.319~347)은 위에 인용한 레지 신부의 글과 《하멜표류기》를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번역한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아베 프레보(L’abbé Antoine François Prévost·1697~1763년. 성직자, 소설가, 역사가, 번역가) 신부 등에 의해 《여행이야기》(《Histoire générale des voyages, ou Nouvelle collection de toutes les relations de voyages par mer et par terre qui ont été publiées jusqu’à présent dans les différentes langues》 Tome 6, Paris, 1748년)로 1746년부터 번역이 되어 큰 반응을 일으켰다. 조선에 대한 글은 1748년에 출간된 6권에 있다.
18세기 유럽인들에게 비친 조선
드 라 포르트 신부는 《프랑스인 여행자》를 쓰면서 위에 열거한 책 등을 참조하여 흥미 있게 재편집했는데, 한 프랑스인 여행자가 한 여성에게 편지를 쓰며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것을 알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의할 것은 하멜을 포함한 네덜란드인들을 제외하고 18세기 초까지 실제로 상인이나 종교인의 신분으로 조선을 마음껏 여행하고 기록을 남긴 유럽인은 없다는 사실이다. 당시 유럽에 소개된 책 대부분은 중국 시선으로 본 기록이 많기 때문에, 조선에 대한 것 역시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글 속에서 같은 사항에 대한 설명이 서로 동일하지 않은 점도 있는데, 이는 여러 명이 편집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것이거나 번역상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역사 전문가들이 볼 때에는 《프랑스인 여행자》의 내용은 오류투성이로 여겨질 것이다. 번역자는 역사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러한 오류들을 일일이 짚어내지 못했다. 《프랑스인 여행자》는 제목처럼 실제 프랑스인 여행자의 기록도 아니고, 당시 조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것도 아니지만, 당시 프랑스인들에게 조선이 어떻게 비쳤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오류는 그대로 18세기 유럽인들에게 전해졌고, 그렇게 해서 조선이라는 나라의 첫인상이 형성된 것이다.
※중간 제목은 편집자가 붙인 것임.
조선
조선의 수도 킹키타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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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바티스트 레지 신부가 작성한 조선 지도. |
운 좋게 중국 황제가 조선과 중국의 국경선에 대한 담판을 끝내려고 보낸 타타르의 한 고관(高官)을 만났는데, 마침 제가 북경(北京)에서 만났던 분이었습니다[실제로 레지 신부는 강희제의 명으로 조선에 갔던 만주국 대사로부터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썼다고 한다.[《Histoire générale des voyages》, p.501-번역자 주]. 그는 우리 일행이 자신의 행렬에 합류하는 것을 허락해주었는데 한 중국 고위 관리와 예수회가 추천한 프란체스코 수도사도 합류했습니다. 일행은 경기도라 불리는 수도[《중국 설명서(Description de l’empire de la Chine)》, p.421에 실린 지도에는 한양 근처가 경기도 King Ki Tao로 써 있는데, 레지 신부는 킹키타오가 수도인 줄 착각한 모양이다.-번역자 주]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국 황제가 조선에 사신을 보낼 때면 조선의 왕이 직접 많은 호위병과 신하들을 이끌고 도성 밖까지 나와 그들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조선의 사신들은 중국에서 별로 대접을 못 받습니다. 그들은 중국 고급 관리, 심지어 하급 관리에게도 앞자리를 내주어야 하고, 특별한 집에 머무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일종의 포로같이 잡혀 있습니다. 외출 시에는 항상 그들을 감시하는 보초병과 함께해야 합니다.
조선 왕, 중국 사신들을 철저히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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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임금이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 |
사신의 수행단에 합류하여 저도 이와 같은 불편함을 겪었으나, 차츰 이러한 극도의 엄중함도 풀어지면서 마침내 다른 주민들과 동일한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수행하는 관리는 예전에는 중국과 조선이 한 나라였던 만큼 이 두 나라가 지금 서로를 이렇게 심하게 취급하며 불신하는 것이 놀랍다고 했습니다. “우리 역사에 능통한 사람들이 내게 말하길” 하고 관리는 말을 이었습니다.
“이 나라를 처음 통치한 분은 중국 황제의 조카[기자(箕子)를 말하는 듯-편집자 주]였다고 하면서 그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00년도 더 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왕은 조선의 기반을 다지고 문명화했으며 자기 나라의 법을 들여왔습니다. 그의 후손들이 이후 약 900년간을 통치했는데 그 이후 중국인들이 이 지역을 정복하고 조공(朝貢)을 바치게 하고는 우리의 왕들에게는 총독이란 지위만을 주었습니다[당(唐)나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정벌한 후 고구려 땅에 안동도호부, 백제 땅에 웅진도독부, 신라 땅에 계림도독부 등을 설치했던 일을 가리키는 듯-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그 이후 다시 일어섰지만 중국 황제에게 조공을 바치는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이 왕국은 여러 다른 혁명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노예였다가 독립하기도 하고, 계속 그들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일본인들과 타타르인들도 우리나라 지방의 일부에 눈독을 들였습니다. 일본인들은 오늘날도 그들의 섬에서 가장 가까운 해양경계선에 위치한 작은 영토[쓰시마(對馬島)를 가리키는 듯-편집자 주]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더 치욕스러운 것은 우리의 군주가 매년 중국 황제에게 신하의 예(禮)를 표해야 하는 것입니다[뒤 알드 책 안에 있는 레지 신부의 〈조선에 대한 지리적 관찰〉에 의하면, 중국에서 보낸 사신들에게 답례로 약정된 물건과 약 800냥(약 30kg) 정도의 은을 바치고 이후 조선 조정의 대신이 조공을 가지고 중국까지 가서 황제한테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바친다고 한다. 《여행이야기》 속 레지 신부의 같은 글에는 은 8000냥이라고 써 있다-번역자 주]. 군주는 무릎을 꿇고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답례를 해야만 합니다. 제일 수치스러운 것은 새로 임명된 왕이 북경의 허락을 얻을 때까지는 자신의 부인을 왕비로 책봉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속국(屬國)의 증거로 예전에 우리 군주 한 분이 강희 황제에게 올린 한 탄원서의 복사본을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렇게 말하며 조선 관리는 여러 서류가 있는 곳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는데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폐하의 신하인 과인은(조선의 왕이 중국의 황제에게 하는 말입니다) 가장 불운한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자식이 없다가 후궁(後宮)으로부터 드디어 아들을 얻었는데 이 기회에 국운을 일으키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잘못된 시도를 하여 저의 모든 불행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제가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저는 제 아내인 왕비를 쫓아내고 대신 그 자리에 후궁을 앉혔습니다. 그러나 왕비는 당신께서 임명하신 것이며 왕비가 오랫동안 나의 가족을 보살폈으며, 제사 때 나를 보조했고, 제 어머니인 대비께도 의무를 다하였고, 여러 해 동안 나를 아껴준 것을 생각하면 그녀를 더욱 명예롭게 대해주었어야 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오늘 그녀를 다시 예전의 자리에 복귀시키고 후궁도 예전의 위치로 되돌려보내겠나이다. 이렇게 해서 저의 가족에게 질서가 제대로 잡힐 것이며 다행히 이 나라의 관습에 대한 개혁이 시작될 것입니다. 폐하의 신하인 저는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조상의 명예에 오점을 남겼나이다. 이십 년 동안 폐하를 섬겼고 과인에게 방패와 보호 역할을 해주시는 당신의 호의 덕분에 저의 모든 것이 존재하나이다. 폐하께 감추려고 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이 점에 대해 두세 번 폐하께 무례를 저질렀던 적은 있사온대, 사실 저의 임무에서 벗어난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의 왕실의 평안과 백성의 열망에 대한 문제이므로, 외람되게도 제가 폐하께 이러한 탄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는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와 희빈 장씨의 이야기이다.-번역자 주]
이 간청은 의례 담당 재판부(예부·禮部-번역자 주)로 넘겨졌고 요구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 결국 조선에 감사위원을 파견하여 왕비를 다시 제자리에 앉히고 후궁을 폐위시켰습니다. 이 의례 담당 재판부가 조선의 왕이 중국 황제에게 쓰는 모든 편지를 감찰하는데, 존대하는 형식이 아닌 용어를 쓴다면 속국의 왕은 잘못한 만큼에 대한 벌금을 내야 합니다[《여행 이야기》(p.517)에 의하면 숙종이 다음 해에는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청원서를 보냈다는 이유로 중국은 은(銀) 1만 온스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도록 하고 삼 년 동안 다른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뒤 알드의 《중국 설명서》(p.448)에서는 같은 이야기에서 숙종이 조공을 보냈을 때 황제가 하사하는 선물을 삼 년 동안 내리지 않았다고 써있다.-번역자 주].
왕, 간첩을 보내 지방관 감시
그러나 외국의 군주에 대한 극도의 복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나라에 있어서는 절대적입니다. 신하들 누구도, 막대한 세력을 가진 신하들도 예외 없이 어떤 땅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왕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마음대로 땅을 하사하고, 그 사람들을 내쳐버릴 시기라고 생각될 때나 왕이 사용권을 주었던 사람이 죽게 되면 그 땅은 다시 왕의 소유로 돌아옵니다.
왕의 고문단은 수군과 육군의 주요한 장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왕의 신하들은 매일 궁정에 모이지만 질문을 받지 않는 이상 아무도 자기 의견을 내서는 안 되고, 견해를 묻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일에도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책잡힐 일이 없는 한 그 자리에 남아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의무에서 벗어나면 그들의 토지와 고위직을 잃게 되는데, 어느 부서에 있건 자식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습니다. 궁내의 다른 관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만 그 자리를 떠납니다.
도시와 지방의 군수나 재판장들의 임기는 3년인데 조그만 잘못을 하더라도 해임되어 다수의 사람이 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합니다. 그들의 공금 횡령에 대한 처벌은 죽음이나 추방이며, 왕은 전국의 도시에 많은 첩자(암행어사를 말하는 듯-편집자 주)를 보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항상 알아보고 있습니다,
왕의 수입은 그의 영지에서 나는 생산물과 토지세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라 전체 생산물의 10분의 1을 걷습니다. 이 세금은 돈으로 받지 않고 토산품(土産品)으로 받습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조세를 걷는 관리들은 추수 시기에, 추수하기 직전, 밭에서 직접 받아서 지방마다 설치한 왕실의 저장고에 쌓아놓습니다. 관리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생산품으로 봉급을 받습니다. 십일조 이외에 아무도 피하지 못하는 것은 군역(軍役)인데, 징집되지 않은 사람은 1년에 3일간 왕을 위해 일해야 하며 그 일은 군수가 지정해줍니다. 조선에는 다른 세금이나 조세는 없습니다.
절도범은 죽을 때까지 발로 짓밟아
죄인에 대한 재판은 아주 엄격합니다. 반역자나 배신자들은 가문을 멸하고 죄인의 집은 아무도 다시 고쳐 지을 생각을 못 하도록 완전히 없애버립니다. 만일 한 여인이 남편을 죽였다면 큰길가에 산 채로 어깨까지 땅에 묻고 옆에는 도끼를 놓아둡니다. 행인들은, 양반이 아닌 이상, 그 여인의 머리를 한 번씩 치고 지나가야 합니다. 제일 동정심이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연장시키지 않도록 우선 그녀를 실신시킵니다. 범죄가 일어난 지역에는 일정 기간 동안 담당 관리들의 활동이 금지됩니다. 마을도 그들의 군수를 잃게 되고 다른 마을에 속하게 됩니다. 그들의 지휘관(고을 수령-번역자 주)에게 반란을 일으키거나 근거 없는 고소를 하거나 한 사람들도 같은 형벌을 받습니다.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는 것을 보거나 다른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 잘못이 계속된다면 남편은 그녀를 죽여도 됩니다. 그녀를 재판에 넘기면 사형선고를 받는데, 집행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참수형(斬首刑)을 선택합니다. 간통죄는 남자들에게도 중대한 죄로 다스려지는데 특히 고관들에게 더합니다.
죄인의 아버지가 죽었다면 가까운 친척이 대신하며, 아직 살아 있다면 아버지가 집행자를 대신합니다. 사형수는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검에 등을 찔려 죽는 것을 택합니다.
한 평민이 결혼한 여자와의 간통이 발각되면 기이한 방법으로 형벌을 받습니다. 그의 옷을 다 벗기고 속바지만 남겨놓습니다. 양쪽 귀에 화살을 꽂고 석회를 얼굴에 바르고 [《하멜표류기》에는 간통한 남녀의 각각 귀 한쪽을 뚫어 화살로 연결한다고 써 있다.-번역자 주] 어깨에 구리대야[징-번역자 주]를 매달고 이런 상태로 형 집행자들이 마을의 곳곳으로 끌고 다니며 가끔 대야를 때립니다. 그다음은 속바지를 벗기고 막대기로 엉덩이를 40~50대 때립니다.
주인이 자신의 노예를 죽게 하면,심각하지 않은 잘못으로 인해 죽였다 할지라도 주인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노예를 죽게 하면 그 몸값의 세 배를 물어줘야 합니다.
평민을 죽이면 다음과 같은 형벌을 받습니다. 살인자를 오랫동안 발로 밟은 후에 살인자가 죽인 시체를 씻은 식초 물을 깔때기로 마시게 합니다. 실컷 마시게 한 후 죽을 때까지 막대기로 배를 내리칩니다.
절도범에 대한 형벌은 죽을 때까지 발로 짓밟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인들 중에 좀도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태형을 가할 때는 자루 뒤집어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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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형. |
태형(笞刑)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흔하고 치욕스럽습니다. 경우에 맞지 않은 말을 한마디했더라도 태형 감이 될 수 있습니다. 태형은 다리나 발바닥, 주로 볼기에 가해집니다. 볼기 태형은 특히 어린아이나 승려나 여인들에게 행해집니다. 여인은 속바지를 입은 채로 맞거나 종아리에 맞기도 합니다. 태형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형벌을 주기 쉽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루를 씌웁니다. 100대는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60대에 도달하기도 전에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주 심각한 죄가 아니라면 한 번에 30대 이상 때리면 안 되고 2~3시간 후에 다시 판결받은 매수를 채울 때까지 반복합니다. 태형에 사용하는 막대기는 참나무로 팔 길이 정도 되고, 한쪽은 둥글게 되어 있으며 다른 쪽은 평평하고 손가락 두 개 정도 넓이에 두께는 동전만 합니다. 형 집행 중에 죄인은 끔찍한 비명을 지릅니다.
마을의 군수와 다른 부군수는 사형선고를 내릴 수 없지만 그 도(道)의 관찰사가 인정한 선고라면 예외입니다. 국가의 죄인은 궁정자문회[사헌부(司憲府)-번역자 주]에 의해 심판을 받는데 왕에게 알리지 않고 죄인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병사들, 자기 비용으로 화약·탄약 마련
군(軍) 행정은 민간 행정과 같은 체제로 시행됩니다. 각 도에 사령관[병마절도사-번역자 주]이 있고 그 밑에 4~5명의 부사령관[병마절제사-번역자 주]이 한 연대를 지휘합니다. 이 부사령관들 밑에 군관[사직(司直)-번역자 주]들이 있는데, 이들이 동시에 고을이나 요새의 통치도 맡고 있습니다. 국가가 모든 마을에 지휘관을 임명하여 관리하는데 그들은 상급 하사관[현령-번역자 주], 하급 하사관[현감-번역자 주]일 수도 있습니다(현령・현감은 수령으로 해당 지역의 군 지휘관을 겸하기는 하지만, 이들을 하사관급이라고 한 것은 사실과 다름-편집자 주). 소위[사맹(司猛)-번역자 주]들은 각 군단에서 군인들을 훈련시키고 일 년에 한 번씩 대위[부사(副司)-번역자 주]에게 열병식을 보여주어야 하며, 그들 관할하에 있는 주민의 명단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왕을 위해 일할 사람들의 수를 항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병은 화승총(火繩銃), 장검, 창, 흉갑(胸甲), 투구로 무장합니다. 군병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50회 분의 화약과 탄약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마병들도 투구와 흉갑을 쓰지만 화승총 대신 화살통이 있는 활과 검 그리고 일종의 채찍이나 최신 도리깨 무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마병과 보병에게는 매년 옷감 세 필을 제공합니다.
이 나라에는 승군(僧軍)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상이군병(傷痍軍兵)으로부터 그렇게 하듯, 성(城)과 요새에 보내는 주둔군을 그들 중에서 뽑아갑니다. 또 각 고을은 그 지역에서 소집한 승군으로 된 분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같은 승려장교에게 복종합니다. 나머지는 민병대(民兵隊)와 같은 규칙을 따릅니다. 승병들은 무척 용감하고 조선 최고의 부대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군주는 수도에서 많은 군대전략가와 항상 상의합니다. 평상시 그들은 궁(宮)과 왕의 행차를 보위(保衛)하는 일을 합니다. 지방에서는 7년마다 차례대로 자유로운 신분의 주민들을 보내 왕궁을 두 달간 지키게 합니다.
王의 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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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변에 타일벽화로 재현된 ‘정조대왕능행반차도’. 화성에 있는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가는 정조의 행렬을 그렸다.사진=조선DB |
왕이 지나가는 길에 있던 사람들은 등을 돌려야 하며 왕을 쳐다보아서는 안 됩니다. 왕 앞에는 뛰어난 장수들이 백성들이 막대기 끝을 이용해 건네는 탄원서와 진정서를 받아 넣는 상자를 들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청원서를 누가 보내는지 모르도록 성벽을 따라 붙이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합니다. 담당자가 이것들을 거두어들입니다. 왕이그러면, 궁에 돌아와서 탄원서들을 읽게 하고 이때 그가 내린 명령은 곧 시행되어야 합니다. 왕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집들의 문과 창문은 닫혀 있어야 합니다.
조선은 반도(半島)국가인데 주로 살기 힘든 산지(山地)의 땅이 많아 정부는 항구 지키기에 주력을 하므로 꽤 많은 함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시마다 함선을 1척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함대에는 적어도 300명의 수군이 있습니다. 이 선박들은 대포 몇 대와 꽤 많은 화통(火筒)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각 주마다 제독(수군절도사-번역자 주)이 있는데, 매년 주(州) 소유의 함선 열병식(閱兵式)을 하며 총제독(수군통제사-번역자 주)은 검열을 합니다. 그중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장수는 추방이나 태형, 또는 사형을 당합니다.
불교와 유교
불교가 중국 백성들에게 잘 받아들여진 것처럼 조선에도 많은 종파(宗派)가 있습니다. 이 인도의 신(神)에 바쳐진 사찰이 나라 전체에 가득합니다. 그러나 도시 내에서는 탑 건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찰은 성 밖에 세워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선인들은 신에 관한 일에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일본에서처럼 순례나 신앙여행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일본인들의 이런 여행은 신앙심을 핑계로 한 방종함이 동기가 되어 수많은 가족이 이 마을 저 마을, 이 도(道)에서 저 도로 떠돌아다니며 맹목적인 미신적 믿음에 잘 속아 넘어가는 할 일 없는 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립니다.
조선인들은 그들의 신들 앞에서 몸을 구부리지만 신들을 거의 숭배하지는 않습니다. 성대한 날이면 사찰에 모여서 향(香)이 나는 나뭇조각에 불을 켜서 우상(불상-번역자 주) 앞에 놓고 정중하게 절을 하고 물러납니다. 신에 대한 그들의 종교의식은 그 정도뿐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덕(德)을 행하면 다음 생(生)에서 보답을 받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설교나 종교의식이 없기 때문에 종교에 관한 토론도 없습니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유교(儒敎) 법을 따릅니다.
나라 안에 가득 찬 승려들은 신들을 경배하는 일을 공개적으로 하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그들의 의식은 하루에 두 번씩 신들에 향을 바치는데 그 사찰의 주지들이 성대한 의식(법회-번역자 주)을 이끌어갑니다. 다른 승려들은 참석을 하여 솥, 구리대야[금고(金鼓)-번역자 주]와 북소리가 섞인 혼잡한 소리를 사찰 전체에 울려 퍼지게 합니다. 백성들의 세금으로 사찰과 신도들이 유지됩니다.
女僧 되려면 양반 출신임을 증명해야
사찰은 모두 도시 밖 산속에 있습니다. 각 사찰은 그 사찰을 세워준 도시에 속해 있습니다. 어떤 사찰에는 500~600명이나 되는 승려가 있으며, 한 도시가 먹여 살리는 승려가 4000명 정도 됩니다. 그들은 조(組)로 나뉘어 있는데 열 명이나 스무 명, 서른 명이 되는 조도 있습니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명령을 내립니다. 만일 나이 어린 사람이 규칙을 어기면 그들은 나라의 관습에 따라 매질을 당합니다. 과실(過失)이 중대해서 더 심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일반 재판관에게 넘겨집니다.
이 승려들은 서원(誓願)으로 형성된 관계가 아닙니다. 승려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유롭게 승려직에서 떠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생활은 무척 힘듭니다. 국가는 그들에게 세금과 용역(用役)을 부과하며 그들을 무시하고 마치 노비처럼 여깁니다. 그렇지만 궁에 살면서 상당히 존경을 받는 승려들도 있습니다. 왕의 승려라고 불리는 그들은 의복에 다른 승려들과 구별되는 표식을 달고 다닙니다.
나라의 모든 승려는 머리와 수염을 밀고, 사창가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이 3가지 규율은 꼭 지켜야 하는데 규율을 어기면 매질을 당한 후 절에서 쫓겨납니다. 삭발의식을 한 후에는 팔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표시를 합니다.
승려들은 그들의 노동과 거래, 적선, 그리고 군수가 주는 얼마 안 되는 자선으로 살아갑니다. 또 어린아이들을 교육하는데, 그중 승려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사찰에 머무르며 일을 하게 합니다. 그 아이들이 하는 노동력의 대가는 그 스승에게 속합니다. 스승이 돌아가시면 그 아이들이 재산을 물려받고 친아버지처럼 장례를 치릅니다.
조선에는 여승(女僧)들의 사찰도 있습니다. 독일의 수도회처럼, 그 단체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양반 출신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 직분이 낮은 여자아이들의 사찰도 있습니다. 모두 머리를 자르고, 우리의 수녀들처럼 독신(獨身)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결혼하기를 기다리며 사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찰은 경치가 아름답고 편리한 곳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아마도 일본에서처럼, 유럽에서처럼 사찰에 놀러 가기도 하고 신앙심으로 가기도 합니다.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양반이 그들의 첩(妾)이나 그 지역에서 구하거나 데리고 간 기생(妓生)들과 놀러 가기도 합니다. 무척 문란해서 고행(苦行)하는 은둔(隱遁) 생활을 하는 곳이라기보다 오히려 기생집을 닮은 곳도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그런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 승려들도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핏자국만 봐도 도망
일반적으로 말하면, 조선인들은 키가 크고 잘생긴 편으로 성격이 온화하고 외국인에게 친절합니다. 그러나 해안에 표류한 불행한 사람들에겐 예외입니다. 코친차이나(Cochinchine·현 베트남 남쪽에 있던 프랑스 식민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표류자들을 엄하게 다룹니다. 이 민족은 순박하고 순진한 동시에 교활하고 거짓말쟁이들입니다. 사기(詐欺) 치는 것은 그들에게는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악의(惡意)를 가지고 저지른 일은 가끔 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속임을 당한 사람들은 배상을 받도록 해주는 법이 있습니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여성스럽고 즐거움과 방탕함에 빠지고, 춤과 음악을 열정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들의 기질이 호전적(好戰的)이지 않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들은 가장 불행한 사람들 편에 들어가는, 즉 전쟁에 참가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생길 피해를 두려워합니다. 일본인들에게 대항하여 싸운 지난 전쟁(임진왜란-번역자 주)에서, 그들은 적에 의해 사살(射殺)된 왕을 저버리고 숲속에 숨었는데(임진왜란 때 임금이 왜군에게 사살된 일은 없음-편집자 주), 그곳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칼로 죽은 사람보다 더 많았습니다. 해안가에 좌초한 배들을 약탈하기로 작정하고 나서 몇 명 안 되는 유럽인 앞에서 도망가는 그들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들은 피를 혐오해서 지나는 길에 핏자국이라도 있으면 도망을 칩니다. 병자(病者) 보는 것을 덜 무서워하는 이들도 아닙니다. 특히 전염병에 걸린 병자라면 말이지요. 그들은 환자들을 마을 밖으로 실어내고 들판에 짚으로 덮은 움막을 세워 환자의 가까운 친척들이 돌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가까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지라고 경고합니다. 돌봐줄 친구가 하나도 없는 불행한 사람이라면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아무 도움 없이 그냥 죽어갑니다. 한 마을에 흑사병(黑死病)이 돌았다면, 마을로 들어가는 모든 입구에 높은 울타리를 치고 감염된 집의 지붕에 표시를 해서 모든 사람이 그곳을 피하도록 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수많은 약용(藥用)식물을 생산하는데 백성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권세가 있는 자들에게 고용되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무당이나 장님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조선에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의사 역할을 합니다.
조선에는 호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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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복의 풍속화 〈주사거배(酒肆擧盃)〉. 주막집 모습을 담았다. |
양반의 집은 훨씬 쾌적하고 넓습니다. 앞채는 손님을 맞아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데 쓰이는 건물이고, 넓은 안마당에는 우물이 있고 지붕 덮인 통로가 있는 정원이 있습니다. 여성들의 방은 집의 제일 안쪽에 위치하며 외부인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가끔 자유롭게 사람들을 보고 같이 식사도 하는데, 항상 남편의 맞은편에서 남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따로 앉아 먹습니다.
조선인들은 호텔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대신 손님을 맞아주는 관대한 풍습이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그들이 만나는 첫 번째 집 울타리에 기대어 앉으면 그 집에서 충분한 양의 밥과 고기반찬을 가져다줍니다(《하멜표류기》에는 여행자가 자기 몫의 쌀을 내놓으면 그것으로 밥을 지어준다고 써 있음-번역자 주) 여행객들은 필요한 만큼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단지 같은 집에 두 번 갈 수는 없습니다. 다른 집에서도 동일한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四寸까지의 결혼 금지
백성들은 사촌(四寸) 간까지 관계의 결혼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일곱이나 여덟 살 때 벌써 혼인을 약속하기도 합니다. 결혼식 날에 신랑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말을 타고 갑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돈 뒤에 신부 집 앞에 도착하면 부모들이 나와서 신부를 신랑 집까지 바래다줍니다. 의식이 행해지면 다른 절차 없이 첫날밤을 치릅니다.
남자는 아내를 여러 명 둘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집에 한 명밖에 못 둡니다. 부자들은, 어느 나라나 그렇듯, 법 위에 머물면서 서너 명의 아내를 둡니다. 일반적으로 조선인들은 아내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들의 노예보다 조금 나을 정도로 대합니다. 남편은 마음 내키는 대로 아내를 쫓아내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가라고 합니다. 아내는 마음대로 남편을 떠나지 못하게 되어 있고, 헤어지려면 법정에서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미개한 관습은,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인구수를 늘린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죽으면 아버지 집처럼 유산(遺産)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그에 속한 것들은 남자 중 제일 맏이에게 속하게 됩니다. 나머지는 형제들이 똑같이 나눕니다. 딸들은 상속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자는 결혼할 때 자기 옷만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한 가정의 우두머리가 나이가 꽤 들 때까지 산다면 그는 재산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장자(長子)가 그 집을 물려받아 작은 집을 짓고 노부(老父)를 그곳에 모시고 필요한 것을 다 마련해줍니다. 노인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서 존경을 덜 받거나 복종을 덜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선한 관습은 우리가 보기엔 흔한 것이 아니며 훌륭해 보입니다.
3년상 중 태어난 아이는 私生兒 취급
부모의 상(喪)은 3년 동안 치르는데 중국처럼 엄격합니다. 상중에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되며 화를 내거나 싸우거나 특히 술에 취하거나 하면 안 됩니다. 부부는 잠자리를 따로 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이때 아이들이 태어난다면 사생아(私生兒)로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상복은 거친 천으로 만든 옷 안에 말총으로 만든 속옷을 입습니다. 초록 갈대를 꼬아 만든 모자 밑에는 크레이프 천 대신 마(麻)로 된 끈(새끼줄-번역자 주)을 맵니다. 항상 길거나 큰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데 상중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지팡이는 부친상을 의미하고 막대기는 모친상을 뜻합니다. 애도 기간에는 목욕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더럽고 역겨운 냄새를 풍깁니다.
남편이 죽으면 아내와 아이, 형제들, 가까운 친척은 미친 사람처럼 길에서 달리고 머리칼을 잡아 뜯으며 처절하게 울부짖습니다. 고인(故人)은 봄과 가을에만 땅에 묻는데, 장례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시신을 뜰이나 정원에 네 기둥을 세워 만든 초분에 모십니다. 고인에게는 갖고 있는 옷 중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혀 네 구석이 봉합된 관에 넣는데, 고인 옆에 저세상에서 필요할 몇 가지 보석을 넣습니다.
매장 시기가 결정되면, 대개는 점쟁이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는데, 친척들은 그 전날 고인의 집에 모여서 먹고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웁니다. 관(棺)은 다음 날 새벽에 떠나는데 관을 멘 사람들은 박자에 맞춰 노래[곡]를 하고 발맞춰 걷고, 친척들과 친지들이 두서없이 내는 비통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평민은 5~6피트 정도 구덩이를 파고 묻고, 양반은 미리 준비해놓은 석조(石造)묘에 묻습니다. 그 위에는 망자(亡者)의 이름, 직위, 직업이 적힌 비석이 세워집니다. 이 장례식이 있은 후 3일째에 다시 묘에 가서 제사를 지냅니다. 매달 무덤 위에 자라는 풀을 베고 다시 제사를 드립니다. 이런 장례의 의무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주되고 유일한 종교적 행위입니다.
地理에 대해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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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의 풍속화 〈평생도〉 중 과거시험장 모습. |
어린아이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일찍 나라의 학문[유학]에 발을 들이게 합니다. 그들의 교육은 엄격하지 않습니다. 명예와 경쟁을 동기 삼아 아이들을 부추깁니다. 덕과 조상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학문하는 길이 부(富)와 명예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런 거창한 개념들은 아이들의 열정과 집중을 고무시킵니다. 마을마다 가옥이 있는데 그곳에서 어린이들을 모아 나라의 역사와 특히 죄를 짓고 사형을 당한 잘 알려진 죄인들의 재판 사례를 읽도록 합니다.
조선인들의 학문은 공자(孔子)의 책에서 가르치는 도덕을 배우는 것으로 제한됩니다. 그들의 언어는 중국어와는 달리 특이한 문자(한글-편집자 주)를 쓰는데 백성이나 여성들은 그 문자만 씁니다.
그러나 문인들은 중국의 글자를 쓰고, 관용구 사용이 학자들의 주된 일거리입니다. 그들은 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데 손으로 쓴 것이나 중국 책처럼 인쇄된 것입니다. 수도에는 많은 책을 소유한 도서관이 있는데 왕세자의 관리하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히 지리(地理)에 관해서는 그들이 지극히 무지하다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 세계는 12개의 나라가 있고, 샴 나라(타이-편집자 주) 밖으로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인들이 그들에게 이 세계의 다른 나라에 관해 이야기하면 조선인들은 웃기 시작하며, 어떻게 태양이 그렇게 많은 나라를 비추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습니다.
그들은 책력(冊曆)에 관한 지혜가 부족해 스스로 달력을 만들 줄 몰라 중국 것을 사용합니다. 매년 사신을 중국에 보내 달력을 받아옵니다.
4, 5세 아이들도 흡연
조선의 북(北)에서 남(南)까지의 길이는 180리외(lieue·리외=4km-번역자 주)가 되고 제일 넓은 폭은 120리외가 됩니다. 중국과는 나무 방책(防柵)으로 나뉘어 있고, 그것이 두 나라의 경계입니다.
약 150개의 고을이 있고 형태가 같으며 중국과 같은 모양의 성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 개의 큰 강이 흐르는데 하나는 동쪽으로 흐르고 다른 하나는 서쪽으로 흐르며, 두 강의 근원지는 같은 산이고 이 산은 대륙과 반도를 이어줍니다.
기후는 지나치게 춥고 특히 북쪽 국경은 더합니다. 눈이 하도 많이 내려서 눈 밑으로 굴을 파고 이 집, 저 집 다닙니다. 겨울에는 주민들은 눈 위로 걷기 위해 라켓같이 생긴 것[설피(雪皮)-번역자 주]을 발밑에 신고 다닙니다.
벼가 자라기에는 추운 날씨라서 목화를 심기도 어렵습니다. 주민들은 옷으로 삼베나 양가죽을 사용합니다. 대신 그곳에서는 인삼이 많이 생산되어 조선인들이 중국과 일본과 큰 무역을 합니다.
조선의 남쪽은 무척 비옥해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합니다. 조선에서는 담배를 전혀 몰랐는데, 일본인들이 담배 재배하는 법을 전해주었습니다. 오늘날 남성이나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담배를 피웁니다. 네 살이나 다섯 살이 되는 아이들도 담배를 피우도록 둡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담배가 전해졌을 때 주민들은 같은 무게의 은(銀)으로 지불했습니다. 담배를 원산지인 홀랜드(네덜란드-편집자 주)에서 오는 식물로 여기고 홀랜드라는 나라를 세계 최고의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선은 납, 철, 은을 생산합니다. 호랑이・담비・비버의 가죽, 온갖 종류의 동물이 있고, 수많은 야생 및 길든 조류(鳥類)가 있습니다. 악어들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물고기와 사람을 잡아먹습니다.
조선인은, 이미 말했듯이, 중국과 일본과 무역을 하는데 그들에게 납・대마(大麻), 특히 인삼을 수출합니다. 대신 향신료(香辛料)와 종이, 향나무와 다른 물품들을 수입합니다. 구리 동전 외에 다른 동전은 없고, 큰돈은 은괴(銀塊)로 지불하는데 그 은괴에는 아무런 인증 표시도 없습니다.
부인, 이것이 제가 잠시 머무르려 했던 나라에 대해 알게 된 모든 것입니다. 이곳의 수도(首都)에서 함께 동행(同行)하는 것을 허락해준 중국 사신은 만주(滿洲)에 대한 중요한 임무를 띠고 왔는데, 저는 이 기회에 타타르 지역의 관습에 대해 알 기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조선의 수도 경기도에서 1747년 2월 15일에⊙
macmaca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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