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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부르주아 생리학 (앙리 모니에 지음 | 페이퍼로드 펴냄)

19세기 佛 부르주아들의 모습을 통해 보는 한국 사회의 오늘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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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소음 속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내면서 성공한 사내가 어느 날 아침 면도를 하던 중 자신의 둥근 배와 한 움큼씩 빠지는 흰 머리카락을 보면서, 이제 바야흐로 삶의 마지막 나날을 휴식과 은거에 바칠 때가 되었다고 결심한다.
 
  그와 아내는 자신들의 귀농(歸農)을 동네방네 광고한 후, 전원생활에 필요한 옷과 장비들을 잔뜩 갖추고 호기롭게 시골로 내려간다. 그러나 이후 그들의 생활은 혼돈의 연속이다. 부부는 자기들이 심은 채소의 싹이 돋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며 농사꾼이 다 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고, 시골의 맑은 공기와 멋진 풍광을 예찬하기도 하지만, 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절절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면서도 사내는 혹시 자기에게 교회나 마을의 유지 자리라도 들어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그는 ‘아내의 병’을 이유로 땅과 집을 헐값에 처분하고 슬그머니 도시로 돌아온다.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짓고 시골로 내려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오는 흔한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오늘날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180여 년 전 프랑스의 이야기다. 하급 관리 출신의 풍자 작가로 부르주아 계급의 말단을 차지하고 있던 저자는 이 책에서 당시 사회의 주류(主流) 계급으로 등장한 부르주아들의 속물적(俗物的)행태를 신랄하게 꼬집는데, 꼭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예를 들어 국민군 지휘관이라는 명예직을 얻은 후 군복을 입고 거들먹거리거나 쥐뿔도 모르면서 예술가들 앞에서 예술과 인생을 논하는 19세기 초 프랑스 부르주아들의 모습은, 특수대학원 최고위경영자과정 같은 데를 쫓아다니며 공부가 아닌 사교(社交)에 몰두하거나 명함에 이런저런 자문위원 직함들을 잔뜩 적어 넣는 21세기 한국 졸부들의 모습과 판박이다. 작가가 그린 우스꽝스러운 삽화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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