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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作家와 亭子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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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류(可留)지언정 불가거(不可居)라’. 머물 순 있지만 살(住) 수는 없다.
 
  이문열 작가가 살림집을 지어놓자, 최창조 선생이 와보더니 평한 말이다. 정자나 암자에 적합한 터라던가. 그러고 나서 바로 옆에 안채 자리를 다시 잡아줬다. 살 수는 없는 그 집은 ‘서실(書室)’이 됐다.
 
  이문열 작가와 인터뷰한 후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머물 수는 있지만 살 수 없는 땅은 어떤 곳일까. 무슨 연유로 그 땅은 대작가(大作家)의 서실이 되었나.
 
  그러다 문득 서거정의 기문(記文)을 만났다. 서거정은 조선 세조·성종 때의 문신이다. 글씨와 시(詩)에 능했다.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은 부근에 살았던 그의 호를 따서 정한 역 이름이다. 기문은 글자 그대로 무엇을 기록하기 위해 지은 글을 뜻한다.
 
  서거정은 공주 금강변에 있는 취원루(聚遠樓)를 위해 쓴 기문에 이렇게 썼다.
 
  〈정자를 세우는 것은 다만 놀고 구경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정자에 오르는 사람으로 하여금 들판을 바라보면서 농사의 어려움을 생각해보게 하고, 민가를 바라보면서는 민생의 고통을 알게 하고, 나루터와 다리를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내(川)를 잘 건너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곤궁한 백성들의 생업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여기서 보면서 죽은 자를 애도하고 추운 자를 따스하게 해줄 것을 생각하게 한다.〉
 
  몸의 시선을 높이면 생각의 차원도 올라간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여러 좋은 작품이 정자에서 나왔다. 자연과 인간을 논한 누정(樓亭)문학이다. 그렇게 보니 정자 터와 작가의 인연이 이해가 되는 듯했다.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변경〉 등 인간사를 조감한 명작들이 이 터에서 나왔다.
 
  인터뷰 후 모(某) 여당 의원이 이 작가의 서실을 찾았다. 그간의 걸어온 길로 보아 외연을 넓혀 대권에 도전함 직한 인사였다. 그의 시선이 ‘민생의 고통과 죽은 자에 대한 애도’에 잠시라도 머물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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