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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인생의 건반을 두드리다 (안희숙 지음 | 서고 펴냄)

파란만장한 ‘건반’ 이력서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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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숙 연세대 명예교수의 회고록을 읽었다. 공들여 ‘연주한’ 문장을 즐겁게 읽는 기쁨도 그렇지만, 나라를 잃고 모국어를 빼앗겼으며 짧은 광복과 긴 6·25 상흔(傷痕)이라는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어떻게 연주자의 길을 걸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안 교수는 20세기 초 한국 예술사에 빼놓을 수 없는 ‘팔방미인’ 석영 안석주의 따님이다. 또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작곡한 안병원의 여동생이다. 국내 피아노 역사의 빼어난 개척자 중의 한 사람으로 많은 피아니스트를 키워낸 스승이며, 헌신적인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1940년대 진명여학교 시절, ‘당대 피아니스트’로 불리던 김광수 선생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새벽 4시에 학교 음악실에 찾아가 피아노를 쳤다. 변변한 난방도 없는 음악실에서 호호 손을 부비며 피아노를 친 기억이 평생 남는다고 했다.
 
  이화여대 음악과 재학 중에 6·25전쟁을 겪었다. 피란을 못 간 안 교수 가족은 속수무책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붉은 완장을 찬 청년들이 집을 찾아왔다. 그 무렵, 이웃에 살던 김영랑(1903~1950)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
 
  부산으로 피란을 떠났다. 큰오빠 안병원이 얻어놓은 부산 서대신동 시장 맞은편의 ‘기다란’ 단칸방에 짐을 풀었다. 안병원은 국방부 산하에 정훈어린이음악대를 조직했다. 전쟁의 상흔에 모두 지치고 힘들어할 때 천사 같은 아이들의 노래가 장병과 피란민들을 위로했음은 물론이다. 안 교수는 음악대의 반주를 맡았다. 어린이 음악대원들(이규도·한동일·이여진·이희춘·김귀옥·안희복 등)은 훗날 우리나라를 빛내는 음악가로 성장했다.
 
  책 내용은 여기까지. 직접 읽으면 더 많은 감동을 받으리라. 연주자는 ‘겸손’과 ‘경청’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을 안 교수는 강조한다. 아무리 연주가 뛰어나도 ‘최고’라는 순간, 발전이 더디게 된다는 것이다. 피아노 역시 우리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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