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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시뮬라크르의 시대 (박정자 지음 | 기파랑 Ecrit 펴냄)

가짜 시대를 간파하는 방법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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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벤져스〉가 최고의 흥행을 올렸고, 〈알라딘〉 〈라이온 킹〉 〈아바타〉는 자꾸 리메이크된다. 여섯 살짜리 아이가 유튜브로 수백억을 벌고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 밀레니얼 시대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
 
  상명대 박정자(朴貞子) 명예교수는 책 제목으로 답한다.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시대다. 이 묵직한 책은 8년 전 증보판(《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이다. 하지만 현대미술과 미학, 현대문명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다. 밑줄을 치며 읽을 만하다.
 
  우선 유사(類似·resemblance)와 상사(相似·similitude)의 차이부터 알아야 시뮬라크르를 이해할 수 있다. 둘 다 ‘비슷함’의 뜻이지만 ‘유사하다’는 것은 어떤 모델을 모방한다는 의미다. ‘최초의 요소’를 참조한다는 뜻이다. 반면 상사는 원판, 즉 오리지널이 없다. 사본의 사본(copie de copie)이다. 복사의 위계도, 진위도, 모방의 정도도 필요 없는 것이 상사다.
 
  유사와 상사의 개념은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과 닿아 있다. 플라톤은 모든 사물이 이데아를 모방한 이미지라고 했다. 이데아를 모방한 것이 사본이고 흐릿한 이미지를 시뮬라크르라 명명했다. 사본은 이데아와 닮은 이미지(유사), 시뮬라크르는 이데아와 한없이 먼, 느슨해진 사본의 사본(상사)이다. 예컨대 〈모나리자〉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여인이라는 실제 모델을 비슷하게 모사한 사본(유사)이다. 그러나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시리즈는 애초부터 복제품이었던 먼로 사진을 조금씩 다르게 반복한 시뮬라크르(상사)다.
 
  푸코, 들뢰즈, 그리고 마그리트와 앤디 워홀을 이해하기 위해선,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뒤죽박죽인 이 시대를 살려면 시뮬라크르라는 개념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이 책은 모호한 허깨비 놀음의 21세기, 원판에서 한없이 멀어진 가짜 이미지를 간파하는 데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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