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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화제의 右派서적

《프란체스카의 난중일기》 | 프란체스카 도너 리 지음

戰亂 중에 피어오른 연꽃 같은 프란체스카

글 : 손혜정  도서출판 기파랑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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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戰時 회상록
⊙ “대통령은 부상당한 우리 아이들(Our boys)을 덮어줄 만한 것이면 모두 챙기도록 해서 병원으로 보냈다. 심지어 자신이 사용하는 삼베 홑이불까지 싸 보냈다”
⊙ 이승만, 권총 한 자루를 두고 “최후의 순간 공산당 서너 놈을 쏜 뒤에 우리 둘을 하나님 곁으로 데려다줄 티켓이야”

손혜정
1988년생. 프랑스 파리제7대학 동아시아학과 졸업, 일본 메이지대학 상학과 수료. 現 도서출판 기파랑 근무
  프란체스카 도너 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영부인이다. 이승만은 한국의 독립을 세계에 호소하기 위해 1933년 방문한 제네바의 호텔 ‘드 라 뤼시’에서 프란체스카 여사를 만났다. 프란체스카는 25세 연상의 무일푼 동양인 중년 신사에게서 뭔지 모를 신비로움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삶은 이승만과 대한민국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다. 여사의 국제정치 감각은 아버지의 사업체를 계승·경영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유학해서 얻게 됐을 것이다. 이때 프란체스카 여사는 속기사, 타이핑, 영어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런 능력은 이승만의 독립운동 시절과 6·25전쟁 때 큰 도움이 됐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촌각을 다투는 전란(戰亂) 속에서 이승만의 언어와 국제정치 감각을 그대로 타이핑하면서 외교 내조를 했다. 밤새 해외로 보낼 37통의 편지를 타이핑하고, 어떤 날은 대통령의 구술(口述)을 계속해서 타이핑하는 바람에 손끝이 모두 부르트고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나라를 살리기 위해 밤새 타이핑하고 우방 각국에 전보를 보내는 이런 ‘외교’는 수십명의 전문 통역가가 있어도 못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생하는 국민을 생각해서 아끼고 인내하는 근검절약정신, 헌신, 애국정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正體性) 등은 한국인의 피를 이은 이들도 감히 흉내낼 수 없을 정도다.
 
 
  어머니 부음 듣고도 장례 불참
 
  이 책에서 눈에 띄는 한 대목이 있다. 40도 가까운 고열과 신경성 위염으로 고생하던 프란체스카 여사가 아픈 것도 사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일기에 적은 대목이다.
 
  “아무리 어려운 때라 해도 나는 옆에서 신경을 써주는 사람도 있고, 세끼 밥은 거르지 않는다. 집과 가족을 잃고 먹을 것 없이 길거리에 나앉은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고생을 할까? 그 생각을 하면 나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청년이 모두 우리 아들이야”라는 이승만의 말처럼 내외는 애끓는 부모의 마음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돌보았다.
 
  개전(開戰) 초기 대전으로 남하(南下)한 뒤, 침실 머리맡에 놓아둔 권총 한 자루를 두고 “최후의 순간 공산당 서너 놈을 쏜 뒤에 우리 둘을 하나님 곁으로 데려다줄 티켓이야”라고 말하는 이 대통령에게 여사는 “우리 두 사람 티켓 잘 간수했어요?”라고 응답한다. 또 낙동강 전선 사투에서 여사를 도쿄 맥아더 사령부로 보내려는 이승만 대통령의 곁을 끝까지 지키던 나날들, 그리고 17년간 뵙지 못한 친정어머니의 부음(訃音)에도 여비 마련과 대통령, 우리 아이들(국군) 걱정에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비참한 전쟁 속에서도 존경하는 남편과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여사의 비장함이 느껴졌다.
 
  이런 사연을 읽은 후 책을 덮고 표지 속 프란체스카 여사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여사가 느꼈을 어떤 신비로움, 고귀함, 형언할 수 없는 감사함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프란체스카의 난중일기》를 읽다 보면 전란 중에 핀 연꽃 이미지가 떠오른다. 고려인들은 팔만대장경을 고려인의 자긍심이요 국가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는 정신적 산물이라며 여몽(麗蒙)전쟁 뻘구덩이 속에 피어오른 눈부신 연꽃이라 칭했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꼭 그런 연꽃 같다. 문득 진정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을 억지로 배격하려 하는, 요즘 여성들이 부르짖는 페미니즘 구호들이 뇌리를 할퀴듯 지나간다. ‘어머니 같은’ 영부인의 마음과 내조, 여성의 역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것은 이 책이 전쟁의 귀중한 사료로서 가지는 가치만큼이나 큰 장점이다.
 
 
  老대통령의 ‘父情 리더십’
 
6·25전쟁 중 동부전선을 방문,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는 이승만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 부부는 국군 장병들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북한군의 기습 남침에 대해 노(老)대통령이 보여준 확고한 의지만큼 눈에 띄는 건 그의 리더십이었다. 《프란체스카의 난중일기》에서 시종 보이는 위기 상황 속 이승만의 리더십은 ‘애끓는 부정(父情)’으로 집약된다.
 
  “오 하나님, 우리 아이들(국군)을 적의 무자비한 포탄 속에서 보호해주시고 죽음의 고통을 덜어주시옵소서. 총이 없는 아이들은 오직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념만으로 싸우고 있나이다. 당신의 아들들은 장하지만 희생이 너무 크옵니다. 하나님! 나는 지금 당신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승만 대통령의 처절한 기도에 곧바로 눈시울이 붉어질 것이다.
 
  “대통령은 부상당한 우리 아이들(Our boys)을 덮어줄 만한 것이면 모두 챙기도록 해서 병원으로 보냈다. 심지어 자신이 사용하는 삼베 홑이불까지 싸 보냈다.”
 
  이 대통령과 영부인은 총도 없이 전장에 내몰려 그저 맨손으로, 또는 돌멩이나 수류탄으로 대적하는 우리 아이들 생각에 애가 끓었다. 어린 병사들이 북괴와 중공군에 대적하여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동안 대통령도 전방위적(全方位的)으로 처절하게 싸웠다. 전쟁 기간 내내 미군과 유엔군에 무기 지원을 요청하며 동분서주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을 치르면서 한편으로 내치(內治)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개전 초기 악전고투(惡戰苦鬪)하는 와중에도 국회는 구속된 의원 석방을 요구하며 대통령탄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난리였다. 이 대통령은 열강(列强)에 의해 전쟁과 관련된 중대한 정책이 결정되려는 순간마다 노구(老軀)를 이끌고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이 대통령과 우리 한국인은 이미 북괴 공산군에 의해 부정된 38선을 넘어 자유통일과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울 전의(戰意)가 있었다. 우리 국민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자유의 가치를 배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엔은 중공과 소련에 대한 유화정책의 제물로 한국 통일을 희생시킬 수도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 눈에 유엔은 유럽을 위해 당장이라도 한국을 포기할 것만 같았다.
 
 
  이승만의 외로운 전쟁
 
  공산주의자들이 퍼뜨린 ‘이승만의 유엔 반대’라든지 ‘유엔군 철수’라는 선전용 유언비어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하는 외신 기자들도 골칫거리였다. 이는 한국민과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전 세계(특히 미국)로 하여금 한국을 싸울 의지가 없는 나라로 인식하게 했다. 미국으로서는 공산 북괴군의 야비한 게릴라전 수법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6·25전쟁을 ‘이런 전쟁’ ‘엄연한 전쟁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전쟁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양상’이라며 ‘그것은 전쟁을 피하기를 바라는 면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쓰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의 6·25전쟁은 내내 ‘이런 것들’과 싸워야 하는 전쟁이었다. 진리와 전의를 꺾는 그 모든 것, 그러나 누구의 탓만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 유엔과 미군의 참전이 감사하면서도 아닌 건 아닌 것에 대항하여 싸워야 하는 딜레마.
 
  어려울 때일수록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있으며 유일하게 선견지명을 가진 탁월한 자의 인생은 원래 고달프다. 이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는 그래서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 대통령의 고뇌가 너무 처절하고 절규에 가까웠다고 적고 있다.
 
  종군 외신 기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외국기자들 ‘코리아’를 누비다》라는 책에서는 UP통신의 어네스트 호브레트 기자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고 전한다.
 
  “전황과 아울러 마땅히 보도해야 했을 대목, 즉 승리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던 한국인의 결의라든가 전쟁을 치르게 된 배경, 한국의 역사나 환경, 정치적 현실 등은 보도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시 기자들의 보도 태도에 책임이 있다고 솔직히 시인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책
 
  나의 할아버지는 6·25참전용사다. 이 때문에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전쟁 이야기와 이 책 속에 나오는 프란체스카 여사의 회고담, 정책 최고결정자 이승만 대통령의 고민, 국제정치·외교 역사를 교차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 이 책은 종종 가난한 나라의 의지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역사적 순간과 한계를 마주하게 한다. 그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이 책은 한없이 감사하는 마음도 들게 한다. 전쟁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구원해낸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영부인, 이역만리에서 목숨 걸고 싸워준 참전용사와 ‘우리 아이들(이승만 대통령 부부가 국군장병들을 일컫던 말)’, 국난을 이겨낸 국민들, 한국을 지원해준 모든 나라에 대해서…. 그들에게 “당신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이 이렇게나 잘 컸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목숨 걸고 분투하는 자만이 자유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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