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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화제의 右派서적

《이런 전쟁》 | T. R. 페렌바크 지음, 최필영·윤상용 옮김

“준비되지 않은 전쟁은 처절한 대가를 수반한다”

글 : 윤상용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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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제2차 세계대전 후 인위적 소강상태를 평화라고 착각… 전쟁 준비 소홀, 군기 해이
⊙ “이들은 세상에 호랑이가 없다고 믿으며 자라왔지만, 지금은 몽둥이만 하나 들고서 호랑이들과 싸우라며 세상 어딘가에 내던져져 있었다”
⊙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한국군과 미군들이 대한민국을 구해

尹祥容
1979년생.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강대 국제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 서울지검 외사부 통역위원, 육군 통역사관 2기(특수사관 3기),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 육군 대위 예편. 現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 저서·역서 《이런 전쟁》(공역), 《명장의 코드》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무기백과사전 I》(공저)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은 6·25전쟁 분야에 있어 ‘고전(古典)’에 가까운 책이다. 필자도 12년 전 현역 시절 ‘한국에 처음 보직을 받은 미군에게 추천하는 필독서’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나는 이 책이 워낙 두꺼운 탓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前) 미 국방장관, 그리고 얼마 전 작고한 고(故)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이 이 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마침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를 번역하면서 인연을 맺은 플레닛미디어 출판사에서 국방대의 최필영 소령과 《이런 전쟁》의 번역서를 내기 위해 함께 작업 중이라고 알려왔다. 최 소령은 이 책이 워낙 두꺼워 공동작업할 이를 찾고 있다면서 나에게 작업 참여를 권유해, 공동 번역에 뛰어들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챕터(章) 수만 봤지 페이지 수는 보지 않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야기 흐름이 간결하고 읽기 쉬워 출간 후에야 책이 800페이지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는 부분부터는 워낙 호흡이 빠른 데다 사실적 묘사가 이어져 읽다 그만두기 힘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6・25전사(戰史)에 대한 좋은 학습 기회였다. 이 책을 세상에 소개함으로써 6・25전쟁을 되새겨보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 보람된 작업이었다.
 
 
  책임 회피가 부른 비극
 
  《이런 전쟁》은 6·25전쟁이 휴전에 들어간 후 정확히 10년 만에 출간된 책이다. 6·25전쟁에 대한 미국의 회고록에 가깝다. 저자인 T. R. 페렌바크(T.R. Fehrenbach·1925~2013)는 6·25전쟁 참전용사다. 하지만 그는 책 어디에서도 이 사실에 대해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전쟁 전체를 담담하게 제3자의 관점을 오가며 서술했다. 그는 이 책이 한 개인의 전쟁 회고록이 되기 바란 것이 아니라, 이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전쟁’을 겪게 된 모든 사람(심지어 한국군의 관점까지)의 시선과 경험을 생생하게 적으려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준비되지 않은 전쟁은 처절한 대가를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여러 세력의 책임과 현실 회피가 어떻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처절하면서도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선은 일본이 강제로 국권(國權)을 침탈하려 할 때 왕이 일본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대신들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며 책임과 현실을 회피한다. 결국 조선은 국권을 잃고, 100만명이 넘는 망명자들이 만주와 중국, 미국 등지로 흩어져 30년 넘는 세월 동안 나라를 되찾겠다고 생(生)을 포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가 한반도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독립운동이나 일본의 압제 때문이 아닌 6·25전쟁 때문이었다.
 
  한편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말 예상치 못한 소련의 선전포고에 직면하자, 엄청난 병력 피해가 예상되지만 일본의 전쟁 의지를 확실하게 꺾을 수 있는 일본 본토 상륙 작전을 포기하고 핵무기를 사용하여 일본의 조기(早期) 항복을 이끌어냈다. 이는 소련이 일본으로 남하(南下)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 조치가 연합국의 일원인 소련이 한반도에 진출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冷戰)이 시작되면서 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양강(兩强) 구도로 나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미국은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소련 및 공산권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수년간 인위적인 소강(小康)상태를 유지했다.
 
 
  終戰 5년 만에 해이해진 美軍
 
1950년 7월 초 대전에 도착한 스미스 특수임무부대. 전투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았던 스미스부대는 북한군에게 패퇴했다.
  문제는 미국이 그것을 평화라고 착각했다는 사실이다. 느슨해진 미국은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잔인한 대가(代價)를 치러야 했다.
 
  미국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침공하자 이를 격퇴한다는 대의(大義)를 유엔에서 설파한 후, 기세 좋게 세상 끝의 작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를 구원할 병력을 파병했다. 그러나 1950년의 미국은 전쟁에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 미국은 ‘스미스 특수임무부대(특임대)’를 우선 한반도로 급파하여 대전에서 인민군의 기갑 전력(戰力)을 격퇴하려 했다. 이들은 온갖 희생을 치르면서도 적의 진격을 고작 7시간 지연시켰을 뿐이다. 미국은 아직까지 전(全) 세계를 상대로 싸워 승리한 제2차 세계대전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스미스 특수임무부대 또한 ‘전력을 과시해 인민군에게 겁을 줘 진격을 저지한다는 오만한 구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후 전쟁 초반에 한국군과 미군이 겪은 고통과 패배를 묘사한 《이런 전쟁》의 서술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고개를 돌리고 싶어질 정도다.
 
  한국을 구원하러 달려온 최초의 미 원정군은 어떤 군대였을까?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열망해서 마침내 이루어낸 군대를 대표했다. 이 군대는 제멋대로이고, 군기가 빠졌으며, 모두가 평등했다.… 이들은 세상에 호랑이가 없다고 믿으며 자라왔지만, 지금은 몽둥이만 하나 들고서 호랑이들과 싸우라며 세상 어딘가에 내던져져 있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이들이 자라온 사회의 책임이었다.〉
 
  어딘가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세계 최강’ 미군조차 제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5년 만에 이렇게 흐트러지면서 6·25전쟁 초반에 고전(苦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날 준비가 미비(未備)한 군대가 우발상황을 맞게 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戰場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
 
  6·25전사를 아는 이들이라면 예상하겠지만, 이 책의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궤멸 직전까지 간 대한민국 국군, 그리고 세계를 상대로 승리한 지상 최강의 군대가 아시아 끝의 작은 반도에서 패배를 거듭해 코너까지 몰렸다가 극적인 역전(逆戰)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 극적인 반전(反轉)에는 물론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元帥)를 비롯한 한미(韓美) 군 수뇌부의 역할도 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맨 위에서부터 제일 아래 소부대 단위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모든 이의 노력과 역할, 그리고 희생이다. 일평생 전쟁터를 누비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민군을 일패도지(一敗塗地)시킨 맥아더 원수,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에서도 가용전력(可用戰力)의 기동성을 최대한 활용해 증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낙동강을 방어한 월튼 워커 장군,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음에도 스스로 전쟁터에서 물러서지 않다가 포로가 된 미 24사단장 윌리엄 딘 장군, 부대가 적에게 패주(敗走)하는 상황 속에서 도망칠 수 없는 부상병들과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적에게 처형당하는 길을 스스로 택한 군종신부 펠호엘터 대위, 낙동강에서 적에게 첩첩이 포위당한 상태에서도 기세 좋게 분투한 훗날의 주한미군사령관 마이켈리스 대령, 훈련 부족과 더위, 잔인한 인민군의 공세에 지휘부가 무너져가는 것을 홀로 분투하며 일으켜 세운 무뇨즈 중위 등….
 
  이들의 이야기는 망국(亡國) 직전까지 갔던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참전한 모든 이, 그리고 전쟁터에서 뛰지는 않았을지언정 그 뒤에서 국가를 지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든 이 덕분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 페렌바크는 장비와 무장의 열세 속에서도 분전(奮戰)한 한국군의 노력과 희생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한다. 그는 전쟁 초반, 기습당한 혼란 속에서 학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으면서도 작전지역을 사수(死守)한 국군 사단의 노력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으며, 유엔군이 반격 단계에 들어서면서 역습(逆襲)의 창(槍)을 다시 쥘 수 있던 것 또한 국군의 피눈물 나는 희생에 힘입었음을 기억한다.
 
 
  ‘6·25라고 하면 유치한 분야라고 치부되는 경향’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작업을 결심하는 데에는 6・25 참전용사인 황규만 장군(예비역 준장·육사 10기)의 영향이 컸다. 황 장군은 2012년경 내가 《명장의 코드(원제 American Generalship)》를 번역·출간했을 때 책 내용을 보고 연락 주어서 만나게 됐다. 6·25 참전용사이면서도 객관적 관점에서 6·25를 연구해온 황 장군은 ‘6·25라고 하면 유치한 분야라고 치부되는 경향’ 때문에 국내에서 6·25에 대한 연구가 부진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사실 한국인이라면 학교 교육을 통해 6·25전쟁의 발발, 전개, 종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상세한 사실을 아는 이들은 전문적인 학자를 제외하고 얼마나 될까? 맥아더, 워커, 밴플리트, 리지웨이, 클라크 장군 외에 알고 있는 한국군과 미군 지휘관은 몇이나 될까? 6·25전쟁 동안 있었던 주요 전투는 무엇인지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미국 이외 참전국들과 그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6·25전쟁이 머나먼 이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 모르지만, 70년 전 바로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다. 6·25에 대한 우리 국민의 빈약한 인식은, 전쟁을 직접 치른 세대가 아직까지 생존해 있고, 그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닌 휴전(休戰)상태 나라의 국민들이 마땅히 보여줘야 할 자세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런 전쟁》이 출간된 후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런 전쟁》은 출간 직후부터 주요 대형서점 정치·사회 부문에서 1~2위권을 지켰다. 출간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에도 아직 15위권 안에서 선방하고 있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27일을 6·25전쟁 정전(停戰)기념일로 선포하며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날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책을 통해 6·25전쟁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난 자체만으로도 보람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뿐 아니라 6·25전쟁에 관심을 가져준 모든 이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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