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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트만두 소재 北 식당 ‘평양 아리랑관’ 취재기

버젓이 폭리 취하는 ‘평양 아리랑관’… ‘옥류관 서울 분점’ 가능할까?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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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면서 ‘자본주의’의 가장 퇴행적인 양태 보이는 북한 식당의 아이러니
⊙ 카트만두 ‘옥류관’은 2010년 지배인 탈출 이후 폐점
⊙ 날카롭게 쏘아붙인 여종업원에게서 느낀 냉담함, 그리고 무뚝뚝함
⊙ ‘평양 아리랑관’ 음식 시식평: 김치와 순대는 ‘평균 이상’ 평양냉면과 온반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나 성사된 남북정상회담 여파로 남북 화해 무드가 곳곳에 감돌고 있다. 그 덕에 평양냉면으로 대표되는 ‘옥류관’ 등 북한 음식과 북한 식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류경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출도 이러한 관심에 한몫을 했다.
 
  북한은 해외 12개국 약 130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2016년 4월 기준). 2016년 5월 23일 자 ‘연합뉴스’는 통일부 자료 등을 인용해 이 같은 현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이들 식당은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130여 개의 식당 중 약 90%가 중국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체 종업원 수는 약 20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입은 연간 약 1000만 달러(한화 120억원)로 추정된다.
 
 
  ‘평양 아리랑관’ 내부엔 北 체제 선전 음악과 영상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평양 아리랑관’도 그런 북한 식당 중 한 곳이다. 지난 8월 중순 《월간조선》 취재진이 취재차 카트만두에 갔을 때, 우연히 이 식당의 존재를 알았다. 그래서 취재도 하고, 허기도 채울 겸 ‘평양 아리랑관’에 가 보기로 했다. ‘평양 아리랑관’ 행(行)에는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의 네팔 방문을 안내했던 벅터 람(Bhakta Ram Lamichhan) 씨도 동행했다.
 
  ‘평양 아리랑관’은 카트만두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더바르 마르그로(路)’ 한쪽 골목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번화가에 있으면서도 골목을 세 번가량 꺾어 들어가야 해 위치는 다소 외졌다. 평양 아리랑관은 3층으로 된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슬며시 간판을 올려다봤다. ‘평양 아리랑관’이란 여섯 글자가 북한 특유의 필체로,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으로 큼직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 밑엔 하얀색으로 ‘KOREA PYONGYANG ARIRANG RESTAURANT’라고 씌어 있었다.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의 홀은 매우 어둠침침했다. 널찍한 홀 끝에는 대형 TV가 눈에 띄었는데, 북한 체제 찬양 음악과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깔린 홀에서 그곳만이 유난히 밝았다. 문득 평양 아리랑관 직원들이 ‘타국 땅에서도 이렇게 당과 조국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줬다.
 
  벅터 람 씨는 “낮에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저녁이면 꽤나 붐비는 곳이 평양 아리랑관”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곳이 카트만두에서는 인기 있는 식당이란 얘기였다. 람 씨는 “평양 아리랑관 주방장은 북한 사람이다. 아마도 북한에서는 꽤나 직급이 높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카트만두엔 평양 아리랑관뿐 아니라 ‘옥류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냉정한 여종업원 “은지도 모르십니까”
 
노래방 기기에 딸린 선곡용 책. 북한 체제를 미화하는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카트만두 옥류관과 관련해서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10년 옥류관 지배인이 돌연 잠적했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지배인 양모씨는 자신의 의지로 탈출해 인도 뉴델리로 갔다고 한다. 이때 북한에 송금할 다량의 달러를 갖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양씨의 탈출에 북한 측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駐) 네팔 북한 대사관은 평소 양씨와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최모씨와 선모씨가 양씨를 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대사관은 네팔 당국에 이들 두 사람의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현재 옥류관은 폐업했다고 한다.
 
  그럼 ‘옥류관’과 ‘평양 아리랑관’ 두 식당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람 씨의 설명에 따르면, 옥류관은 평양냉면을 비롯한 순수 북한 음식을 중점적으로 취급했다고 한다. 그에 비해 ‘평양 아리랑관’은 북한 음식은 물론 돈가스(북한 말로 ‘까뜰레트’) ‘신선로’ ‘낙지소면볶음’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했다.
 
  우리 일행을 맞이한 여종업원은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다소 각진 얼굴의 소유자였다. 화장도 진하게 해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는 매우 무뚝뚝했다.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이라 우릴 더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는 우리 일행을 원형 탁자가 놓인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안에는 노래방 기기와 노래 선곡을 위한 책이 놓여 있었다. 책에는 중국 대중가요를 비롯해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 ‘수령님 은덕일세’ 등 북한 찬양 노래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곧이어 여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줬다. 적게 잡아 40여 개의 메뉴가 빼곡히 차 있었다. 그중 ‘생선은지구이’라는 게 있었다. 종업원에게 말도 해 볼 겸 ‘은지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이가 없다는 듯 “은지도 모르십니까” 하고 냉담하게 쏘아붙이며 바깥으로 나갔다. 뒤늦게 은지구이 밑에 ‘silver paper’라고 적혀 있는 걸 봤다. 그제야 ‘은지’가 북한 말로 ‘쿠킹호일’을 의미한다는 걸 알았다.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평양냉면과 온반, 김치와 순대 한 접시
 
메뉴판의 모습. 메뉴들의 가격이 네팔의 일반 물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싸다.
  메뉴판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가격에 깜짝 놀랐다. 대표 메뉴 격인 평양냉면 한 그릇의 가격이 830루피, 한화(韓貨)로 약 8000원가량이었다. 최근 들어 국내 평양냉면 한 그릇의 가격은 1만~1만5000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8000원이라는 건 네팔의 일반적인 물가와 비교했을 때 비싸도 너무 비싼 가격이다. 참고로, 2017년 네팔의 구매력 기준(PPP) 1인당 GDP는 2700달러에 불과하다(‘CIA 팩트북’ 기준).
 
  북한 식당을 처음 찾은 우리 일행은 평양냉면 세 그릇에 온반(溫飯) 한 그릇, 김치와 순대 한 접시를 주문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음식들과 그 맛을 비교해 보고자 했다. 가장 먼저 김치가 나왔다. 한 접시에 총 다섯 종류의 김치가 놓여 있었는데, 배추김치를 비롯해, 깍두기, 백김치, 오이김치, 양배추김치였다. 배추김치는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가장 맛이 좋았던 건 백김치였다. 백김치 특유의 아삭함과 청량함이 잘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머지 김치도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하지만 가격은 2000루피를 넘을 정도로 비쌌다.
 
  그 다음에 나온 건 순대였다. 순대는 찹쌀순대와 같이 속이 꽉 차 있었다. 선지를 넣어서인지 빛깔도 짙은 검정색을 띠고 있었다. 두께를 얇게 썰어낸 것도 특이했다. 맛은 어떨까? 우리는 다른 어떤 순대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순대는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잡내도 나고, 손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물감도 느껴지는 음식이다. 하지만 ‘평양 아리랑관’ 순대는 맛과 향 모두 구미에 맞았다.
 
 
  ‘옥류관’ 평양냉면과는 어떻게 다를까?
 

  사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호(嗜好)에 정답이란 없다. ‘이 음식은 반드시 이런 맛이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명제는 성립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맛에 대한 평가는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무미(無味)에 가까운 맛을 즐기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평양 아리랑관’의 온반과 평양냉면은 기호에 썩 맞지 않았다.
 
  우선 온반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그것과 달랐다. 보통 온반 하면 맑은 닭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만든 따끈한 국밥이 연상된다. 하지만 온반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물이 너무 미지근했다. 마치 무성의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이곳 온반엔 특이하게 매운 양념장이 끼얹어져 있었다. 양념을 풀어헤치니 국물이 빨개지면서 약간의 거부감이 일었다. 시각적인 거부감이 맛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불필요한 양념으로 인위적인 맛을 더한 것 같다는 게 우리 취재진의 결론이었다. 보통 온반엔 계란 지단이 얹어지지만, 삶은 계란 반 개가 나온 게 특이하다면 특이했다.
 
  드디어 평양냉면이 식탁 위에 올라왔다. 자세히 보니 평양냉면에도 한 티스푼 정도 분량의 양념장이 끼얹어져 있었다. 이때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한 남측 예술단이 ‘옥류관’에 들러 평양냉면을 시식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카메라엔 옥류관 직원이 모 가수에게 식초와 양념장, 겨자를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권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다량의 양념이 들어간 옥류관 냉면을 맛본 또 다른 가수 한 명은 “음식 맛이 강하다”고 평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평양냉면에 강한 양념을 첨가해 먹으라니…’ 하며 의아해했었다.
 
  온반 먹을 때 생긴 학습효과 때문일까. 기자는 일부러 양념을 숟가락으로 떠 다른 접시에 옮긴 뒤, ‘순수한’ 육수부터 맛봤다. 흔히 말하는 육향(肉香)이 제법 진하게 느껴졌다. 육수에 다른 첨가물이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육수에 양념장까지 들어갔으니 심심한 맛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웠다. 국물의 온도 역시 ‘차갑다’기보다는 ‘미지근’한 편이었다. 면(麵)도 통념을 깼다. 메밀 함량이 많으면 면발은 뚝뚝 끊어지게 마련이다. 그게 전통 평양냉면이라고 알아온 게 사실이다. 이곳의 평양냉면 면발은 그러한 전통 면발이라기보다는 녹말가루나 밀가루 등이 첨가된 듯 다소 쫄깃했다. 편견이라면 편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편견 때문인지 결국 냉면은 그릇을 다 비우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가장 퇴행적인 양태를 경험하다
 
  식사 후 벅터 람 씨는 “네팔 현지인들에게 북한 음식은 다소 생소하다”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중국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시간 30분 정도 식당에 머물러 있는 동안 우리 일행 외에 다른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님들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는 람 씨의 말을 들으며 계산대로 향했다. 봉사료까지 포함해 총 식대(食代)는 8150루피였다. 한화로 약 7만7000원 꼴이다. 총 세 사람이 식사를 했으니 1인당 약 2만5000원어치를 먹은 셈이다. 카드를 제시했더니 그 여종업원은 “카드는 안 된다”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주섬주섬 봉투에서 현금을 꺼내 결제했다. 여종업원은 돈을 차근차근 세어 보더니 액수가 맞는 걸 확인하곤 “안녕히 가시요”라고 했다.
 
  우리는 자본주의적 원칙에 따라 식사비로, 또 한편으로는 취재비조로 비록 비싼 가격임에도 돈을 지불했다. 물론 그 돈은 이른바 ‘충성자금’으로 둔갑해 북한 노동당에 상납될 것이다. 북한 당국은 해외 북한 식당을 통해 이처럼 버젓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자본으로부터의 평등’을 추구하는 공산주의 북한이 자본주의의 가장 퇴행적인 양태를 보인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옥류관 서울 분점’ 개점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북한 식당의 실체를 정확히 안다면 그것이 왜 불가능한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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