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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앨범

고보형의 〈제주의 여인들〉, 퀸의 앨범 《News Of The World》

“제주의 거친 파도, 그 섬의 여인, 어머니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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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박한 자연과 싸우며 노동하는 제주와 여인들의 일상 그려
⊙ 퀸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 발매 40주년, 〈We are the champions〉 〈We will rock you〉 담겨
〈제주의 여인들-귀로〉 45.5x27.3cm, 캔버스에 오일, 2017
  제주도는 삼다(三多)의 섬이다. 여자가 많다. 제주 여자는 바람에 맞선 야생화를 닮았다. 질기고 생명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제주 출신 화가 고보형(高輔亨)의 개인전을 찾았다. 지난 3월 중순 제주시 한경면 저지마을의 ‘스페이스 예나르’에서 그의 사실주의 연작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화가는 5년 전에도 같은 주제로 개인전을 연 적이 있었다. 〈제주의 여인들〉. 젊고 풍만한 섬마을 여인이 아니라 척박한 자연과 뒹굴며 매일 반복되는 노동과 다투는 여인이었다. 정확히는 여자(여인)라기보다 우리의 ‘인내하는’ 어머니, 할머니였다.
 
  유화(油畵)로 그린 캔버스 속에는 낭만주의 그림에서 느끼는 화려한 빛과 색채의 축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 바위의 거친 표면처럼 캔버스가 울퉁불퉁했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았다.
 
  화가 고보형이 그린 제주 여인들은 죄다 모자를 쓰고 있었다. 밀짚모자 같은 카트윌햇 (Cartwheel hat)이나 라피아햇(Raffia hat), 베레모와 닮은 둥근 필박스햇(Pillbox hat)이 아니었다. 바람과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쓴 모자였다. 창이 긴 모자 뒤에 끈 달린 천이 있어 목까지 ‘밀봉’할 수 있는 그런 모자. 마치 투구와 같았다. 그래서 〈제주의 여인들〉 연작 속엔 미(美)를 뽐내려는 여인의 얼굴이, 표정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가리어져 있었다.
 
  〈제주의 여인들-귀로〉(45.5×27.3cm, 캔버스에 오일, 2017)에 나오는 여인 두 명은 분명 해녀다. 한 명은 잠수복을 입은 채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허리가 구부정하다. 지친 귀로에도 눈을 바다에서 떼지 못한다. 다른 한 명은 금방이라도 바닷속에 빠질 것 같은 자세로 바위에 엉겨 붙은 무언가를 캐려 한다. 그 모습이 낭만적이지 않다. 절제된 사물을 사실적으로 포착, 시선의 정직성을 느끼게 만든다.
 
  제주 여인들에게 바다는 생계를 위한 고된 일터다. 미역을 따거나 해산물을 캐는 노동공간이다. 바람 많은 제주는 파도가 거칠기로 유명하다. 아무리 파도가 높아도 물질을 멈추지 않는다. 〈제주 잠수(潛嫂)의 생활사〉(김은희)에는 제주 우도의 해녀들이 연중 4~9월 6개월 동안 하루 약 6시간씩 잠수일을 한다고 적고 있다.
 
 
  갇혀 있다는 것, 그 어디도 갈 수 없다는 것…
 
〈제주의 여인들〉 53x41cm, 캔버스에 오일, 2017
  거친 바다만큼이나 제주 들녘은 척박한 곳이다. 고온다습하여 육지보다 훨씬 잡초가 잘 자란다. 반복되는 김매기는 오로지 여인들의 몫이었다. 물질(잠수일)이 끝나면 다시 밭일과 마주해야 했다.
 
  밭일 하는 여성을 그린 〈제주의 여인들〉(53×41cm, 캔버스에 오일, 2017)도 인상적이다. 그림에 등장한 세 명의 여성 모두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다. 한 여자는 쭈그려 앉아 호미로 밭을 일구는 모습이고 다른 여자는 꾸부정하게 서서 그걸 지켜보고 있다. 지팡이를 짚고 있는 할머니도 등장한다. 오른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왼손은 결리는 허리를 향해 있다.
 
  고보형의 〈제주의 여인들〉 연작은 석채(石彩)를 캔버스에 올려 거친 질감을 느끼게 한다. 화면 바탕에 요철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인물의 세부묘사는 단순해지고 생략됐다. “제주 자연의 척박함을 드러내려는 의도”(중앙대 김영호 교수, 미술평론가)다.
 
〈제주의 여인들〉 41x27.3cm, 캔버스에 오일, 2017
  사실 제주 여성만큼 역사적으로 공간에 구속된 여성도 없을 것이다. 조선 인조 7년(1629년)부터 제주 여성은 출륙(出陸)이 금지됐다. 과중한 부역, 진상, 흉년으로 제주를 떠나는 이가 늘어나자 취해진 조치였다. 이후 250년 동안 여성들은 제주 안에서만 살아야 했다. 제주 남자들이 제주를 떠나도 어머니와 아내, 딸들은 함께 갈 수 없었다. 제주에 인질로 남았다.
 
  갇혀 있다는 것, 그 어디도 못 간다는 것, 일정한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는 구속은 단절의 고통이자 격리의 고통이었으리라. 제주 여성들은 많은 세월을 그렇게 견뎌야 했다.(《제주 여성의 삶과 공간》 참조)
 
  고보형의 〈제주의 여인들〉에 등장하는 여인은 바람막이 모자를 투구처럼 눌러쓰고 거친 바다와 바람과 맞서 싸우는 전사와 다름없다. 전사 앞에 수식어가 필요하다면 ‘위대한’이란 말을 붙여야 한다. 그들은 제주의 위대한 여인이자 위대한 어머니였다.
 
 
  발매 40주년을 맞은 퀸의 앨범 《뉴스 오브 더 월드》
 
1977년 10월에 발매된 퀸의 6번째 정규 앨범 《News Of The World》의 앞면 재킷.
  영국의 록 밴드 퀸(Queen)의 여섯 번 째 정규 앨범이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다. 1977년 10월 28일 출시됐다. 앨범 발매 40주년을 맞아 스페셜 박스 세트가 나왔다. 요란한 포장과 최초 세션버전 곡(a Raw Sessions version)들을 포함해 3장의 CD, 1장의 LP판까지 곁들여 비싼 값에 팝 팬을 유혹하고 있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40주년을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퀸 팬이 아니라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이 담겨 있다.
 
  원래 ‘뉴스 오브 더 월드’라는 명칭은 영국 런던에서 발행된 타블로이드판 일요신문 제호다. 1843년에 창간, 주로 연예인의 섹스 스캔들 같은 선정적 폭로기사를 주로 다뤘다. 취재과정에 불법이 드러나 2011년 7월 10일 자로 폐간됐다.
 
  어쨌든 퀸의 앨범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전작(1976년에 발매된 《A Day at the Races》)이 ‘지루하다’는 비평가들의 비난에 자극받아 나왔다. 음악적 실험보다 정통 하드록 요소가 짙다. 그러면서도 퀸의 장기인 ‘화려함’을 가미시켰다.
 
《News Of The World》의 발매 40주년을 맞아 출시된 최초 세션 버전의 〈We will rock you〉 싱글.
  또 그간 프레디 머큐리(보컬)와 브라이언 메이(기타)가 주로 곡을 써 왔지만 이 앨범에선 로저 테일러(드럼)와 존 디콘(베이스)까지 작곡 경쟁에 가세해 퀸 사운드가 풍성해졌다.
 
  예를 들어 거친 사운드가 일품인 〈쉬어 하트 어택(Sheer heart attack)〉, 〈파이터 프롬 더 인사이드(Fight from the inside)〉는 로저 테일러가 만든 노래다. 반면 달콤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스프레드 유어 윙스(Spread your wings)〉, 〈후 니즈 유(Who needs you)〉는 존 디콘이 작곡했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영국보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고 유럽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위 아 더 챔피언〉은 영국에서 2위를 차지했고 미국에서는 〈위 윌 록 유〉와 함께 더블 A면 싱글로 발매돼 최초의 플래티넘(100만 장) 판매고를 올렸다. 앨범 차트는 4위.
 
  앨범 첫 곡인 〈위 윌 록 유〉는 콘서트장이나 운동경기장의 청중들이 참여할 수 있게끔 발굴림을 마치 북소리처럼 넣었다. 단순하고 직선적인 곡. 작곡은 브라이언 메이가 했다. 브라이언은 “모든 곡을 따라 부르려 하는 관객들을 보고 이 곡을 쓸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전 세계 운동경기장에는 이 곡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간결한 선율과 연주, 여기다 ‘힘든 삶이지만 우리가 널 응원할 테니 기운 내라’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위 아 더 챔피언〉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기억하기 쉬운 곡’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인 고(故) 프레디 머큐리. 1970년대 말 유럽 순회 공연 모습이다.
  프레디 머큐리가 작곡한 록 발라드 〈위 아 더 챔피언〉은 가장 유명한 승리의 찬가다. 프레디에 따르면 이 곡은 1975년에 작곡됐으나 2년간 묵혀 왔다고 한다.
 
  영국에서 2위,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계속해서, 지금까지도 각종 운동경기장에서 들을 수 있다. 1994년 FIFA 월드컵 공식 주제가다. 이 곡은 2005년 소니 에릭슨(Sony Ericsson)의 세계음악 투표(world music poll)에서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선정됐고 2009년에 그래미 명예의전당(the Grammy Hall of Fame)에 헌액됐다. 또 2011년 한 과학연구팀의 조사에서 이 곡이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기억하기 쉬운 곡’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로저가 작곡한 〈쉬어 하트 어택〉은 펑크 느낌이 물씬 나는 파워풀한 노래이고 〈올 데드 올 데드(All dead, all dead)〉는 연인이 세상을 떠난 것을 슬퍼하는 노랫말이다. 〈올 데드…〉는 브라이언이 작곡했는데 그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맺힌다”고 했다.
 
  존의 공식적인 첫 작곡으로 기록된 〈날개를 활짝 펴라(Spread your wings)〉는 한국인이 무척 좋아한 노래다. 멜로디가 편안하고 따라 부르기 쉽다. 영국 차트에선 34위에 머물렀다.
 
  〈겟 다운 메이크 러브(Get down, make love)〉는 독특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무대조명과 어우러져 라이브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다. 그런데 가사가 무척 야하고 몽환적이다. 프레디의 신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래도 공연장에서 자주 연주되는 것을 보면, 퀸 멤버들도 이 곡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작곡자는 프레디.
 
  〈슬리핑 온 더 사이드워크(Sleeping on the sidewalk)〉는 브라이언이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영향을 받아 만든 곡이다. 그동안 브라이언의 곡들이 완벽함과 정교감이 두드러졌다면 이 곡은 즉흥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실제로 단 한 번에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뉴스 오브 더 월드》 커버에 얽힌 스토리가 있다. 로저가 한 과학소설 삽화가의 작품을 앨범 표지로 사용해도 되는지 물었고, 작가는 흔쾌히 승낙하고 작품을 수정해 주기까지 했다. 앨범 발매 이후 재정상태가 좋아진 퀸은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해 라이브 투어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팝 칼럼니스트 이호상의 ‘1977~82년의 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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