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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앨범

허버트 드레이퍼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 데이비드 보위의 《David Bowie (Space Oddity)》

비상(飛翔)의 슬픔과 예술적 몽상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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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카루스의 먹빛 날개와 〈유혹〉의 붉은 사과
⊙ 우주 비행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변주곡 〈스페이스 오디티〉
허버트 드레이퍼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哀悼)〉
1898년 전시/ 캔버스에 유채 / 182.9×155.6㎝ 사진=영국 테이트미술관
  가야금 연주로 〈침향무〉 〈비단길〉 〈남도환상곡〉이 흐른다면….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Hebert Draper· 1863~1920)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哀悼)〉 앞에서 말이다.
 
  만약 이 그림을 동양화에 빗대면 어떨까. 요정(여자)은 난초나 부용초와 같고 이카루스(남자)는 그저 바람이다. 이미 지나간 바람. 숨이 끊긴 이카루스는 바람 뒤의 정적, 여백이다.
 
  이 여백에는 이카루스가 태양을 향해 커다란 날개를 펼치던 비상(飛翔)의 모습이 숨어 있다. 날개가 마치 굵은, 젖은 붓과 같다. 먹물이 한껏 배어 붓에서 먹이 뚝뚝 흐르는.
 
  신화는 이렇다. 태양에 다다르자 이카루스의 날개를 지탱해 주던 밀랍이 녹아 버렸다. 그는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품 속 커다란 날개에 화가의 감정선이 드러나 있다. 감정선이 살아 있다.
 
  영국의 국립미술관인 테이트미술관에 있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가 한국에 왔다. 오는 12월 25일까지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이카루스 외에도 121점(66명의 작품)이 공개된다. 세계적 거장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오귀스트 로댕, 루이즈 부르주아 등의 작품들이다.
 
윌리엄 스트랭의 〈유혹〉
1899 / 캔버스에 유채 / 122×137.2㎝ 사진=영국 테이트미술관
  이카루스와 함께 내한(來韓)한 윌리엄 스트랭(William Strang·1859~1921)의 작품 〈유혹〉은 아담과 하와(이브)의 신화를 담은 구약(舊約)의 창세기가 모티브다.
 
  〈유혹〉 속 뱀이 여자에게 묻는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여자는 신(神)의 말씀을 떠올린다.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그러나 뱀이 여자에게 집요하게 말한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된다.”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남자에게도 건넨다. 열매는 붉은 사과다.
 
  윌리엄 스트랭의 〈유혹〉 속 남자는 주저하고 있다. 열매를 보는 순간, 신의 말씀이 떠올랐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자가 이미 베어 문 이상, 남자는 거부할 수 없다. 어쩌면 남자가 여자보다 더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열매를 먹은 뒤 하느님이 “너, 어디 있느냐”고 묻자 남자는 이렇게 답한다.
 
  “(에덴)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원죄를 안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작품 〈유혹〉은 원죄를 짓기 직전의 몸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던 시절의 마지막 순간이다.
 
 
  모더니즘 누드의 탄생
 
오귀스트 로댕의 〈키스〉
1901-04 / 펜텔릭 대리석 / 182.2×121.9×153㎝ 사진=영국 테이트미술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의 〈키스〉는 외설의 느낌이 묻어나지만 3t이 넘는 흰 대리석에 압도되고 만다. 입맞춤의 묘사가 지나치게 사실적이란 이유로 발표했을 당시 작품 주위에 낮은 가드레일을 치고 민감한 부위는 종이로 가렸다고 한다.
 
  20세기 접어들면서 누드화는 고전과 신화적인 주제에서 탈피, 실제의 몸을 그리기 시작했다. 벌거벗은 여성과 욕조 안의 여성은 누드 화가들의 단골 소재였다. 여성의 곡선을 탐미하기 위해서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등 인상주의 작가들이 각자의 개성과 창조적인 화풍으로 누드화를 그렸다.
 
  근대에 들어 작가들은 점점 더 인간의 몸을 관찰하고 묘사하기 시작했다. 관찰과 묘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았는데 추상적인 형태의 누드화가 등장한 것이다.
 
데이비드 봄버그의 〈진흙 목욕탕〉
1914 / 캔버스에 유채 / 152.4 224.2㎝ 사진=영국 테이트미술관
  정나영 전시학예부장은 “입체주의, 독일 표현주의, 미래주의 등 20세기 초반의 모더니즘 미술가들은 외형의 재현보다는 형식을 모색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인체를 기하학적인 요소로 간소화시켰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봄버그(David Bomberg· 1890~1957)의 〈진흙 목욕탕〉은 인간의 몸이 흰색과 푸른색으로 요약된다. 그림 속 붉은색은 진흙탕이다. 진흙탕 속 사람이 뒤엉켜 있다. 혹은, 탕 속으로 사람이 뛰어드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 작품은 20세기의 생동감과 역동성, 기계문명에 대한 동요를 표현하기 위해 반추상적인 각(角)진 형태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누드화를 두고 미술가들은 ‘모더니즘 누드’라고 명명한다.
 
 
  우주 비행의 슬픈 오마주, 〈스페이스 오디티〉
 
〈스페이스 오디티〉가 담긴 데이비드 보위의 앨범.
  데이비드 보위(David Robert Hayward Jones·1947~2016)가 살았더라면 올해 꼭 일흔 번째 생일을 맞았을 것이다.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르고, 색소폰을 잘 불었던 그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즈음에 발표한 곡이자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곡으로 인정받는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로 일약 스타가 됐다. 이 노래가 실린 앨범 《데이비드 보위 (also released as Space Oddity)》로 자신의 히트곡 〈히어로스(Heroes)〉(1977)처럼 ‘영웅’이 됐다.
 
  〈스페이스 오디티〉에 등장하는 주인공 톰 소령은 표류하는 우주비행사로, 반은 비현실적이며 조현병에 걸린 듯한 모습이다. 데이비드 보위는 자신의 예술적 몽상을 담은 이 노래로 1970년대 이후를 그의 세계로 만들었다. 가사 내용을 들여다보자.
 
  지상관제소 “여기는 지상관제소 톰 소령 나와라(Ground Control to Major Tom). 여기는 지상관제소. 톰 소령 나와라. 단백질 알약을 복용하고 헬멧을 착용하시오. (10) 여기는 9지상관제소 톰소령 나오라 (8,7,6). 카운트다운 (5) 시작, 엔진 점화 (4,3,2). 점화 상태 점검 (1) 그리고 신의 가호가 당신과 함께.
 
  여기는 지상관제소, 톰 소령 나와라.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신문들이 당신이 어떤 축구팀을 응원하는지 궁금해하는군. 지금 가능하다면 캡슐에서 나오시오.”
 
  톰 소령 “여기는 톰 소령, 지상관제소 나와라(This is Major Tom to ground control). 여기는 톰 소령, 지상관제소 나와라. 나는 지금 문 밖으로 가는 중이다. 그리고 가장 특이한 방법으로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오늘 따라 별들이 아주 특별하게 보이는군.
 
  (후렴구) 현재 여기 양철 깡통 안에 앉아서 세상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Here am I floating in my tin can. Far above the moon). 행성 지구는 파랗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
 
  수만 마일을 날아왔음에도 난 정말로 편안하다. 그리고 내 우주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 것 같군. 내 아내에게 정말 사랑한다고 전해 주길 부탁한다. 그녀도 알고 있겠지만.”
 
  지상관제소 “여기는 지상관제소, 톰 소령 나와라. 현재 당신과의 통신은 끊어졌다. 무언가 잘못됐다. 내 말이 들립니까, 톰 소령? 내 말이 들립니까, 톰 소령? 내 말이….”
 
  톰 소령 “현재 나는 내 양철 깡통 안에서 떠다니고 있다. 달에서는 멀리 떨어졌다. 행성 지구는 파랗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퀸의 〈‘39〉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수많은 영화감독은 물론 음악가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수많은 영화감독은 물론 음악가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영화 스토리는 지금도 새롭다.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르쳐 준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밝히려 ‘디스커버리호’는 목성을 향해 날아간다. 그러나 우주선 내부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반란을 일으킨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 9000)은 우주 대원들을 밖으로 내쫓고 주인공 데이브 보먼 박사(케어 둘리)까지 모선(母船) 밖으로 끌어내려 하지만 실패한다. 보먼은 마침내 목성 궤도에서 ‘검은 돌기둥’을 발견하지만 갑작스런 우주의 급류에 휘말린다.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온 보먼 박사. 하지만 지구에서 그가 만난 이는 임종 직전의 자신의 모습이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검은 돌기둥’이 보이고 이제 막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태아의 모습이 보인다. 그 태아는 바로 보먼 자신이다.
 
  이 스토리는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부른 〈‘39〉곡과 닮아 있다. 〈‘39〉는 퀸의 4번째 스튜디오 앨범 《어 나이트 엣 더 오페라(A Night at the Opera)》에 실렸는데 퀸 앨범에 담은 곡을 모두 더할 때 39번째 곡이기도 하다. 서정적인 멜로디로 퀸의 라이브 공연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자주 연주된다.
 
  〈‘39〉의 가사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우주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주 대원들은 1년 동안 항해를 떠난다. 돌아온 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시간 팽창 효과)에 따라 10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이미 늙어 버린 현실을 슬퍼한다.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데오다토
 
요한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영감 받아 러닝타임 9분짜리 펑크 스타일의 재즈곡인 《2001년의 테마(Theme from 2001)》 앨범(사진 왼쪽).
브라질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유미르 데오다토 (Eumir Deodato).
  한 가지 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원시인류가 뼈를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1864~1949)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Thus Spoke Zarathustra)〉이다.
 
  이 곡은 영화의 테마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후 데이브 보먼 박사의 죽음과 태아가 등장할 때도 웅장하게 연주된다.
 
  브라질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유미르 데오다토 (Eumir Deodato)는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영감 받아 러닝타임 9분짜리 펑크 스타일의 재즈곡인 〈2001년의 테마(Theme from 2001)〉(1973)를 만들었다.
 
  이 곡은 빌보드 핫 100차트에서 2위까지 올라갔는데 당시 1위 곡은 유명한 팝 여가수 로베타 플랙(Roberta Flack)의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이었다. 데오다토는 〈2001년의 테마〉로 1974년 제16회 그래미상 최우수 팝 연주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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