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앞을 내다보면서 과학자 육성과 원자력 관련 기술 연마”(김태우)
⊙ “조선조에서 실종된 자주국방 의지 이승만·박정희가 되살려”(조갑제)
⊙ “우리는 3대 원자력 강국… 일본은 1945년 흥남에서 원폭 실험도”(서균렬)
⊙ “조선조에서 실종된 자주국방 의지 이승만·박정희가 되살려”(조갑제)
⊙ “우리는 3대 원자력 강국… 일본은 1945년 흥남에서 원폭 실험도”(서균렬)
- 지난 12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회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박정희시민강좌’가 열렸다.
지난 12월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2회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시민강좌’가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400여 명의 청중이 참가해 토론회의 열기를 더했다.
제2회 박정희 시민강좌는 ‘박정희는 정말 핵을 개발하려 했나?’라는 주제로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 현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주제 강연을 하고, 이어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본 강연에 앞서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는 ‘민주주의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다’라는 민주주의 중심의 사고에 갇혀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반대로만 하면 대한민국이 잘살고 선진국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지내왔다”며 “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가 경제와 안보를 튼튼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시대는 최고의 동반성장을 이룬 시기였지만, 현재 우리 경제는 양극화와 저성장의 늪에 허덕이고, 박 대통령의 자주국방 노력은 북한의 핵개발로 물거품에 처할 위기에 놓여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박정희 청산’이라는 단순한 민주화의 패러다임을 넘어서, 그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 교훈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태우 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증오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개인사와 그랬던 자신이 어떤 계기로 박정희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게 되었는지를 진솔하게 이야기해 청중으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한 업적은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다양하고 방대한데, 오직 ‘민주화’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그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박정희의 자주국방 대전략, 그 역사적 배경’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고,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무기의 위력과 대한민국 핵무장의 능력, 가능성에 대해서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특히 서균렬 교수는 “우리의 핵기술능력은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며, 핵실험 없이도 6개월이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도중 일본이 “1941년부터 핵개발을 시도했고, 실제 1945년 8월 패망 직전에 흥남 앞바다에서 원폭 실험을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강연을 요약 소개한다. 강연의 전체 내용은 《월간조선》 홈페이지(monthly.chosun.com)에서 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시민강좌는 연중기획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제3회 강연은 ‘박정희와 김일성의 대결-박정희 시대의 남북관계’라는 주제로 오는 1월 7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 18년 동안 이룩한 업적들은 다른 어떤 나라의 경우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다양하고 방대하다. 박정희 평가에 관한 한 ‘민주화’라는 잣대만으로 공과를 논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민주화란 언제나 좋은 것이지만 바람직한 정도는 시대와 여건에 따라 다르다. 박정희는 시대적 여건상 국가생존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성장했으며,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부강한 한국, 세계 속에 우뚝 선 한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박정희는 빈곤탈피와 한국의 국제위상 제고를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민주화란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과제였을 수도 있다. 이런 시대적 차이를 무시한 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서 통용되는 민주화 개념을 박정희 시대에 적용하여 박정희를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1962년 박정희 장군이 떠맡은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북한에 한참 뒤진 최빈국이자 최약소국이었다. 휴전선에서는 북한군의 도발이 끊이지 않았고, 1968년 북한군 124군 부대의 청와대 기습 사건과 닉슨 미 대통령의 ‘닉슨 독트린’은 박정희로 하여금 자주국방 의지를 불태우게 하였다. 북한 124군 부대의 기습은 한국의 예비군 창설을 가져왔다. 1968년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이듬해에 ‘아시아인의 방위는 아시아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한국에 대해 주한미군 제7사단과 제2사단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 정부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박정희 정부는 ‘동맹조약 위배’로 반발했고, 닉슨 대통령은 1971년 7사단의 철수를 강행했지만, 곧이어 닉슨 게이트로 하야했다. 후임 포드 행정부는 2사단 철수 계획을 폐기했다. 닉슨 독트린에 깜짝 놀란 박정희는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하고 155mm 곡사포, 박격포, 500MD 헬기, 장갑차, 실포탄 등의 생산에 착수했다. 미국도 7사단 철수에 대한 대가로 군사원조 제공, 연례안보협의회(양국 국방장관 회담) 개최, 방위산업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1976년 대선에서 당선된 지미 카터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1982년 7월까지 모든 지상군을 철수하고 공군과 해군만 잔류시키는 3단계 철수계획을 발표했다. 이 결정은 한국의 반발은 물론 미 의회와 국방부의 반대에 직면했으며, 1977년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참모장이었던 싱글러브 소장은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가 강제 예편을 당했다. 이 계획은 1979년 카터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백지화되었고, 그 직전인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가 창설되었다.
미국과 갈등, 핵개발을 통한 박정희의 자주국방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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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년 9월 26일 충남 안흥 시험장에서 국산 미사일 ‘백곰’의 발사를 지켜보는 박정희 대통령. |
박정희는 대대적인 과학육성 정책과 함께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내 연구기관들을 동원해 핵무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극비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플루토늄 획득을 위한 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국내 연구 역량을 취합했다. 박정희는 핵개발과 함께 추진체로서 미사일도 함께 개발했다. 그는 또한 국방과학연구소에 “1976년 말까지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하라”는 비밀 명령을 내렸다. 겨우 소총을 만들기 시작한 국방과학연구소는 비상이 걸렸고, 허둥지둥 재미(在美) 과학자들을 합류시키고 해외두뇌 유치에도 나섰다.
미사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맥도널더글러스사(社)와도 교섭을 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미국 정부는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허락하되 사정거리가 180km가 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사정거리는 나중에 늘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합의해 주었다. 이것이 두고두고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제약해 온 한미미사일 각서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한국은 사정거리 800km를 확보했지만, 한국의 미사일 개발과 우주 개발에 대한 제약은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일본과 한국의 결정적 차이
박정희 대통령에 있어 핵개발은 자주안보를 위한 궁극적 처방이었다. 또한 자주안보는 경제 개발을 위한 초석이었다. 경상북도 경주에 있는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는 6기의 상업용 원전(原電)이 가동되고 있는데, 그중 1, 2, 3, 4호기는 캐나다가 개발한 캔두형 가압중수로이다. 이 중 1호기는 1977년에 착공되어 1983년에 기동을 시작했다. 중수로는 미국형 경수로와는 달리 농축되지 않은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여 배출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이 많고, 그것을 재처리하면 많은 양의 고순도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 감기에 걸리면 한국은 재채기를 해야 하는 시대에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핵무기 개발을 내다보면서 중수로 도입을 결심했던 것이다.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면서 반핵확산 기류는 더욱 강해졌고, 한국은 농축·재처리를 확보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한국이 운용 중인 24기의 원전은 매년 750톤의 사용 후 핵연료를 배출하지만, 재처리를 할 수 없는 한국은 기약 없는 중간 저장만을 하고 있을 뿐이며, 저장고는 포화상태에 접근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수립하여 실패했지만, 자주국방을 실현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발휘했고, 앞을 내다보면서 과학자를 육성하고 원자력 관련 기술을 연마했다. 한국에 이만한 대통령은 없었다.
내가 전공한 핵 문제로 들어가면 박정희 대통령의 행보는 가히 감동적이다. 박정희는 ‘핵무기 개발 보유’라는 ‘잘못된 목표’(핵무기 개발 및 보유가 아니라, 핵무기 기술을 갖추는 단계까지만 가야 했다는 의미)를 세웠지만,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혜안, 의지, 강단 그리고 애국심은 한국의 정치 역사상 그 어떤 정치지도자도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는 진정 한국의 애국자이자 안보 전문가였고 핵 전문가였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나카소네를 닮았다. 일본은 나카소네가 총리이던 시절인 1987년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로부터 ‘30년 포괄동의’를 얻어내고 무한정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받았다. 그래서 일본은 아오모리현에 대규모 농축공장과 재처리공장을 세웠고, 비축하고 있는 플루토늄이 48톤이나 된다. 일본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도자의 핵 전문성과 혜안, 국익을 위해 필사적으로 펼친 핵 외교, 그리고 당시 미국이 추진했던 우주핵방어계획(SDI)이 일본의 기술을 필요로 했다는 세 가지 요인이 뒷받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 한국에는 ‘지도자의 전문성과 혜안’이라는 한 가지 요인밖에 없었다. 이후 경제과학 성장과 함께 한국의 외교력도 발전했고 경제적·기술적 영향력도 확대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전문성과 혜안을 가진 지도자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이후의 대통령 중에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박정희의 부국강병 의지, 강단, 전문성 등을 계승했더라면 오늘날 한국의 핵 입지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이 현재의 ‘4류 정치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영영 불가능할 것이다.
김태우 박사께서 자신의 체험과 영혼을 담아서 하신 강연이 정말 감동적이다. 핵심을 잘 정리해 주었고, 특히 박정희와 일본 나카소네 수상의 핵무기 전략을 비교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외교력·정치력의 차이를 지적했다. 김 박사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전략이 핵폭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핵무장 능력을 갖추는 수준, 즉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단계에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지적은 다른 전문가들로부터는 듣기 어려웠던 이야기다.
박정희 시절의 핵무장 시도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와 신화가 섞여 있다. 예컨대 소설 속의 이휘소 박사 이야기나 핵폭탄을 다 만들고서 실험 직전까지 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프랑스의 회사로부터 도입하려 했는데, 미국의 압력으로 좌절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태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우회적 전략을 썼다고 볼 수 있다.
당장 핵폭탄은 못 만들지만, 언젠가는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기 위해 24개나 되는 원자력 발전소를 세웠고, 그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요소를 남겨둔 것이다. 현재 우리는 국가의 의지만 작동하면 원전에서 플루토늄을 뽑아내 핵실험을 할 필요도 없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박정희는 특히 월성에 있는 4기의 중수로라는 유산을 남겼으므로, 그의 핵무기 개발 시도가 좌절되었다고는 할 수 없고 우회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핵개발을 구체적으로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핵개발 시도의 시작과 꿈은 이승만 대통령 때 시작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대 말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세웠고, 서울대에 원자력공학과를 만들어 일찌감치 원자력 인력을 양성했다. 이 바탕 위에서 1970년대 고리원자력 1호기가 만들어지자마자 자체 인력으로 그것을 운영할 수 있었고, 지금 세계 5~6위의 원자력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우리는 결심만 하면 북한보다 훨씬 우수하고 다량 생산이 가능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국가지도자가 다른 생각을 하거나, 용기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박정희 자주국방의 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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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8월 20일 박정희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미국을 방문, 샌프란시스코에서 닉슨 대통령 내외와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1968년 발표된 ‘닉슨 독트린’과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박정희의 자주국방 의지를 더욱 불타게 만들었다. |
그의 자주국방과 통일관은 주체적 역사관에 기초한다. 이를 가장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1976년 1월 24일 국방부를 연두 순시한 자리에서 자신의 소감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밝힌 연설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도 우리 동족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무력으로 쳐 올라갈 리야 없지만 그들이 또다시 6·25와 같은 반역적 침략을 해올 때에 대비하고 있다가 그때는 결판을 내야 합니다. 통일은 언젠가는 아마도 남북한이 실력을 가지고 결판이 날 겁니다. 대외적으로 내어놓고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소·중·일 4대 강국이 어떻고 하는데 밤낮 그런 소리 해보았자 소용없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객관적 여건이 조성되었을 때 남북한이 실력으로 결판을 낼 겁니다. 그러니 조금 편해졌다 해서, 소강상태라 해서 안심을 한다든지 만심(慢心)을 한다든지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박정희의 통일관은 평화적 방법에 의한 자유통일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4조의 통일관과 일치한다. 평화적 자유통일은 자주국방력과 민족주체성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위의 연설에서 드러나는 박정희의 한반도 상황 인식을 요약하면 이렇다. “남북한 대결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양식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절대로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다.”
박정희의 자주국방 전략은 역사적 뿌리가 있다. 서기 660년 당(唐)은 신라와 동맹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직후 여세를 몰아 신라를 치려고 했다. 태종무열왕이 이를 알아차리고 신하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다미공(多美公)이란 사람이 나와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 백성을 백제 사람으로 위장하여 도둑질을 하려는 것처럼 하면 당의 사람들이 반드시 공격할 것입니다. 그때 더불어 싸우면 뜻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김유신(金庾信)이 “그 말도 취할 만하니 따르십시오”라고 했다. 태종무열왕은 내키지 않았다.
“당나라 군사가 우리의 적을 멸해 주었는데 도리어 그와 싸운다면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겠소?”
이에 김유신이 말했다.
“개는 그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그 다리를 밟으면 무는 법입니다. 어찌 어려움을 당하여 자신을 구하지 않겠습니까.”
김유신이 한 말은 《삼국사기》에 ‘자구(自救)’로 표현되어 있다. ‘신라가 개 노릇을 하여 당을 섬길 용의는 있다. 당이 신라를 존중해 주면 말이다(이것은 ‘자주적 사대주의’이다). 만약 당이 크고 힘센 것만 믿고 신라의 자존심과 그 존재 자체를 말살하려 한다면 신라는 당을 물어뜯어서라도 자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야말로 신라와 같은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을 옆에 두고도 자아(自我)를 지켜갈 수 있게 한 정신무장의 핵심 논리이다.
이승만·박정희, 조선조에서 실종된 자주국방 정신 되살리려 노력
신라의 삼국통일은 자주국방에서 시작됐다. 고려도 외침을 많이 받았지만 한 번도 자주국방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처럼 내려오던 자주국방의 전통이 조선조 600년 동안 사라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조선조에서 실종된 자주국방의 폐해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자주국방 정신을 복고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이승만·박정희라는 위대한 두 인물이 조선조에서 사라진 자주국방 정신을 되살리려 했다. 지금 생활이 조금 풍요해지니 다시 이 정신이 실종되고 있다. 국가를 부정하면서 민족주의라고 하고, 법치를 파괴하고 있으면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가짜 민주주의가 판을 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자주국방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 것은 상당히 의미가 깊다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사에서 면면히 이어오던 자주국방 정신이 조선조에서 실종되었고, 이승만·박정희가 이를 다시 살리려 했다. 그 결정체가 바로 핵무기 개발이다. 북한의 핵무장 이후 우리 내부에서도 핵무장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비로소 자주국방이 실감이 나는 화두로 등장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의 60%가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지만, 식자층으로 갈수록 핵무장 찬성률이 줄어든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서 곤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 보복은 효과가 없을 것이며, 경제 보복을 하면 미국과 이웃 국가도 피해를 볼 정도로 우리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했는데 우리는 왜 못 하는 것인가? 안 되는 쪽으로 이야기하는 건 뭐든지 쉽다. 이승만·박정희·이병철·정주영은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무엇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우리도 되는 방향으로 자주적 핵무장을 생각해야 할 때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쓸모없이 보이던 광석, 우라늄 1g은 석유 9드럼, 석탄 3톤과 맞먹으니 화석연료보다 300만 배 더 많은 힘을 낸다. 우라늄 1kg이 모두 핵분열 하면 여기서 나오는 폭발력은 삼질화톨루엔, 즉 TNT 17kt, 즉 1만7000톤과 같다. 플루토늄 1kg은 TNT 19kt의 위력. 따라서 TNT 20kt 정도 폭발력을 보이는 것이 핵무기로서 신고식을 치른 것이라 보면 된다. 원자탄에 핵물질을 집어넣었다고 모두 핵분열 하는 것은 아니다. 4.4톤짜리 히로시마 핵폭탄에서는 우라늄 64kg 중 1.3%가 터져 15kt, 4.7톤 나가사키 핵폭탄에서는 플루토늄 6.2kg 중 15% 정도가 터져 20kt의 위력을 냈다. 나머지는 폭발과 함께 공중분해 된다.
한편 원자로에선 물이나 흑연을 사용해 중성자를 느리게 한다. 서로 부딪치다 보면 중성자가 초속 2km로 떨어지지만 여전히 음속의 7배다. 원자들의 세계는 인간들의 세상보다 모든 게 찰나이다. 이렇게 느린 중성자는 원자로에서 우라늄 235를 서서히 쪼개면서 거기서 나오는 열은 전기를 만들 뿐 아니라 우라늄 238을 플루토늄 239로 바꿔준다. 플루토늄은 원자탄, 증강탄, 수소탄의 원료로 쓰인다.
흙에서는 우라늄을 캐고, 물에서는 중수소를 뽑으면 되는 것이다. 특히 경수로보다는 중수로에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다량 추출할 수 있다. 경수로에서 나온 플루토늄은 핵무기로 쓰기 어려운 원자로급으로 불순물이 많이 들어 있다. 중수로에서는 비교적 순수한 플루토늄이 많이 나와 무기급이다. 국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소에는 5000발까지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쌓여 있다고 추정된다. 한국이 당장 핵무기 제조에 나설 경우 4기의 중수로에서 단기간 내에 수십 발의 핵탄두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수소탄에 필요한 중수소, 삼중수소도 어렵지 않게 구하고 중성자 발생장치도 이미 갖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30메가와트급 하나로도 매년 10kg 정도 무기급 플루토늄을 빼낼 수 있다. 기폭장치에 필요한 크라이트론에 대한 기술적 접근이 이미 가능하고, 핵탄두 내 플루토늄을 에워쌀 고성능 폭약 제조 능력도 세계적이다. 한국은 핵폭탄을 운반하는 무기체계도 확보하고 있거나 개발이 가능하다.
우리의 핵무기 기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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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대통령이 전방부대를 시찰하며 무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한국은 이미 월성 등 5개 부지에 2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며 신고리, 신한울 등 5기를 건설하거나 준비 중인 세계 5대 원자력 강국이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로 흔들린 러시아와 일본을 제치고 3대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핵무기를 가진 영국과 러시아, 중국보다 앞선 원전 기술을 갖고 있다. 핵무기는 없지만 당장에라도 우라늄 농축 기술, 플루토늄 추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특히 레이저 우라늄 농축 기술은 세계가 괄목할만한 경지에 이르러 있고, 유사시 단기간에 핵무장 할 수 있는 재정적, 기술적 역량 또한 충분하다.
공식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지만, 핵무장에 필요한 고농축 핵물질 제조기술은 천연 우라늄 농축에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통한 플루토늄 추출에 이르기까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비상시 단기간 내에 기폭장치와 투발(投發) 수단을 갖춘 핵무장이 가능하다. 한국은 핵개발을 위한 고폭, 기폭, 유도에 필요한 상당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플루토늄의 경우 폭발실험을 위한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지만, 세계 일류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능력으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실험을 통하여 충분히 핵실험을 대체하고 가상공간에서 핵폭탄 실험을 구현할 수 있다. 단 우라늄은 핵실험이 필요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가? 우리보다 수십 년 뒤진 북한의 과학기술로도 가능한 것이며, 70년 전 미국이 만들었고, 지금은 대학원생도 원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핵무기를 세계 굴지의 원자력 강대국 한국이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에 하나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물리학 수식(數式)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학 수식(修飾)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이제 한반도 주변국들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안 된다는 국제정치학적 근거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반면 한국은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 지정학적 근거들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다.
일본, 1945년 흥남 앞바다에서 원폭실험
박정희 시대 우리의 산은 벌거숭이 민둥산이었지만, 지금은 푸르다.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는 허허벌판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워 핵무기 개발의 씨앗을 심었다. 월성 원전에서 무려 5만 톤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일본도 그만큼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차이는 일본은 나카소네 수상 때부터 적법하게 꾸준하게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일본은 1941년부터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낭설에 불과했지만, 작년에 비밀 문건이 공개되었다.
일본은 1941년에 도쿄대학에서 육군 주도로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고, 1년 뒤 한반도 흥남 질소비료 공장에서 해군 주도로 핵무기 개발에 들어갔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1만7000톤급 원자폭탄이 투하되었고, 사흘 후 나가사키에 2만 톤급 원자탄이 떨어졌다. 그때 일본 천황은 항복하지 않았다. 원폭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기들도 원폭을 개발하고 있었으니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 사흘 후 흥남 앞바다에서 원폭실험이 진행됐다. 그런데 이 실험이 실패했고, 일본은 사흘 후에 무조건 항복했다. 일본의 항복이 늦어진 여러 설 중에 일본의 원폭실험 관련설도 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원자력 기술력이 세계 3위인데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 사용한 플루토늄 2kg도 못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우리 기술로 플루토늄 2kg은 3개월이면 모을 수가 있다. 슈퍼시뮬레이션으로도 핵실험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의지다. 의지만 있으면 6개월이면 핵무기, 12개월이면 수소폭탄을 가질 수 있고, 18개월이면 이것을 탄두에 실을 수가 있다. 나는 1조원 정도의 예산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1조원은 우리 수준에서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의 작은 예산이다. 여기에 1000명의 기술자가 있고, 1000만명의 뜨거운 가슴을 가진 국민이 있다면 늦어도 2018년 가을에는 핵무기를 손에 쥘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