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평화연합이 런던에서 개최한 국제지도자콘퍼런스 현장에 가다 : 월간조선

9월 8일 천주평화연합(Universal Peace Federation·이하 UPF)이 개최하는 국제지도자콘퍼런스(International Leadership Conference·ILC) 취재(9월 6일부터 9일 일정)를 위해 영국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30분 정도 달렸을까. 운전기사는 국회의사당 근처에 차를 세웠다. 예상보다 목적지에 일찍 도착, 의사당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동상이었다. 영국의 심장부인 국회의사당 앞에 자국의 식민 지배에 저항한 인도 독립투사의 동상이 있는 것을 보니, 영국은 역시 대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상은 2015년 3월 14일 세워졌다. ‘간디 재단’이 간디의 귀국 100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그의 동상 건립을 계획했는데, 영국 정부가 그 동상을 런던 의사당 앞 의회 광장에 세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소통 중시한 영국 국회의사당

천주평화연합 주최 국제지도자 컨퍼런스가 열렸던 런던의 영국 국회의사당.

간디 동상을 보면서 같은 섬나라 일본을 돌아봤다. 일본은 아직도 안중근 의사를 향해 테러리스트라는 망언을 일삼는다. 오늘날 테러의 정의는 ‘무작위로 타깃을 골라 범죄를 저지르거나 불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안중근=테러리스트’라는 등식이 성립하려면 안 의사가 불특정 다수를 겨냥했느냐를 살펴야 한다. 안 의사는 애초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외 그 누구도 표적으로 삼은 바 없다. 오히려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도쿄 한복판에서 테러하자는 제안이 나오자 “나는 그렇게 얻는 조선의 독립은 원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안 의사가 사살한 이토는 아시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조선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이다. 10만명이 넘는 항일 의병을 죽인 학살자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안 의사의 동상이 일본 의회 앞마당에 세워지는 장면을 상상하며 고풍스럽고 웅장한 모습의 의사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사당 내부는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과 같은 정치인의 석상과 영국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의회역사박물관’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깊은 역사를 자랑했다. 의사당의 기물들이 얼마나 오래됐느냐는 질문에 의회 관계자는 “여야가 서로 마주 보고 회의를 하는 영국 회의장 가운데 ‘dispatch box’라는 일종의 발언대가 있는데, 여기에 처칠이 2차 대전 중 연설하면서 주먹으로 내리친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을 정도”라며 “훨씬 더 오래된 흔적도 있다”고 했다. 웅장한 외관과는 다르게 본회의장은 좁았다. 2차 세계대전 후 파괴된 국회의사당 복구공사를 하면서 본회장을 다른 나라처럼 넓히자는 의견이 제기됐을 때 윈스턴 처칠이 반대했다고 한다.

“비좁은 직사각형 형태의 회의장에서는 장광설이나 사자후를 외치는 요란한 연설을 할 필요가 없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오순도순 나누는 대화처럼 토론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호 의견교환도 쉽게 이뤄질 것이다.”

의장석을 기준으로 부채꼴 모양을 한 우리 국회 본회의장과 달리 영국 본회의장은 비좁은 직사각형 구조였다. 조그만 의장석 아래에 긴 대형 테이블이 놓여 있고, 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양편에 계단식으로 의원들이 앉는 벤치형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의장석에서 볼 때 오른쪽이 여당 석, 왼쪽이 야당 석으로, 여야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앉는 구조였다. 거리는 상당히 가까웠다.

국제지도자콘퍼런스의 시작

UPF가 개최한 국제지도자콘퍼런스가 열린 영국 국회의사당 내 회의실도 비슷했다. 서로 소통하기 좋은 구조였다. UPF는 2005년 9월 12일 고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총재가 창설한 민간단체다.

문 총재(1920~2012년 9월)는 생전 UPF 설립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평화를 주창하며 출발했던 유엔이 창설 60년을 넘겼지만, 아직 평화의 시대는 요원합니다. 천주평화연합은 유엔의 한계를 극복하고 종교와 영적 각성을 바탕으로 세계평화를 실현하는 데 민간 유엔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박노희 가정연합 유럽대륙 총사는 “UPF는 세계평화를 위해 앞장서 노력했다”며 “남북 평화를 위해 유럽에서 모은 좋은 의료기기를 북한에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지금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 중단한 상태지만 UPF는 남북 관계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중단했던 지원사업도 재개(再開)할 것이라고 했다.

현지시각 오후 2시 영국 국회가 후원하고 UPF가 개최한 ILC가 시작됐다. 회의에 참석한 세계의 유명 정치인들은 환경과 기아, 종교 갈등 등의 문제 해결에 UPF가 앞장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리고 ‘유럽, 유라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우리 시대의 주요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지역 간 대화’를 주제로 토론했다.

토론자로 나선 파트미르 세지우(Fatmir Sejdiu) 전 코소보 대통령은 “이민자와 테러는 심각한 문제”라며 “역사적인 문제로 극단주의자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먼 미래를 보고 천천히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난민의 문화와 종교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북아일랜드 평화운동에 앞장선 로빈 임스(Robin Eames) 대주교는 “모든 분쟁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일어난다”며 “서로 무엇을 믿고 있으며 어떤 상황인지 알기 시작할 때 평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다르다고 해서 서로를 죽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베르너 파슬라벤드(Werner Fassla bend) 전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관은 “이민과 난민 문제는 21세기에 유럽만이 아닌 세계적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이민국은 왜 난민들이 이민을 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해 줘야 한다. 물론 이민자들도 이민국의 입장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접점을 맞춘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유럽의 이민자 수와 이민지역을 정리한 도표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정부의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는 바로네스 샌딥 버마(Baroness Sandip Verma) 상원의원은 “UPF가 진행해 온 평화 활동은 아주 중요하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여성들이 평화와 정치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차세대 교육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리스 크레슬린스(Karlis Kreslins) 라트비아 국회의원은 “모든 자녀에게 같은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삶의 질에 차이가 있다. 교육에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같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민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이민자 보안 문제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톰 브레이크(Tom Brake) 영국 하원의원은 “평화가 우선순위인 국가가 있다. 남북한이 대표적이다. 유럽 입장에서는 시리아의 평화가 우선적이다. 내전을 해결해야 한다. 내전으로 인해 유럽의 이민자가 늘어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세계 3차 대전과 같아졌다. 미국, 러시아와 유럽국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수의 국가가 관여하는 탓이다. 시리아 내전의 종식은 우리 시대의 주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라티파 가호우키(Latifa Gahouchi) 벨기에 국회의원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테러는 항상 있었습니다. 벨기에에서도 지난 3월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 테러로 32명이 목숨을 잃었지요. 이 사건 이후 벨기에 국민의 75%가 이민자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서로에 대한 관용과 이해를 잘 가르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북아프리카권 창립식

잭 콜리(Jack Corley) UPF 유럽회장이 국제지도자콘퍼런스(ILC)의 개회를 알리고 있다. 사진=UPF 제공

이 자리에서는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세계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북아프리카권 창립식’도 함께 열렸다. UPF는 2016년 문선명·한학자 총재 탄생(음력 1월 6일) 및 기원절(음력 1월 13일)을 맞아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창립 발의를 했다. 영토분쟁, 종교분쟁, 인종갈등, 환경훼손, 기후변화, 폭력적 극단주의, 빈곤과 기아,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핵확산 등 평화세계 실현을 방해하고 인류발전에 큰 위협이 되는 문제에 대항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처와 평화를 위해 세계 국회의원들이 하나가 되어 연대와 협력을 이루는 국제적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통일그룹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영구적 평화의 세계 건설과 인류 발전을 위해 세계적 차원에서 국회의원 조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UPF는 지난 2월 한국에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창립 결의 행사를 가졌으며 7월 아시아·오세아니아권, 8월 서·중앙아프리카권 창립식을 개최했다. 유럽·유라시아·중동권 창립식 이후에는 중·남미 및 동아프리카 지역 창립식이 있으며 올 12월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의원연합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UPF의 공동창설자인 한학자 총재는 이날 유럽·유라시아·중동권 창립식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영국의 상원·하원이 만나는 역사적인 자리에서 연설하게 되어 기쁩니다. 영구적인 평화의 세계를 건설하는 데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선명 총재와 저는 정치를 책임지는 지도자들이 올바른 인격을 갖추고 양심의 목소리와 도덕의 가치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세계 국회의원들이 하나가 되어 평화를 위해 협력하게 된다면 우리는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북아프리카권 창립식에서 문선진(오른쪽 두 번째) UPF 세계의장이 한학자 총재의 기조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사진=UPF 제공

한 총재의 연설문은 문선진 UPF 세계의장이 대독했다. 문 의장은 한 총재와 문 총재 부부의 다섯째 딸이다. 1976년생인 그는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2014년 5월 가정연합 세계본부장에 임명됐다. 참석자 모두, 한 총재의 이야기에 동의했다.

알프레드 모이지우 (Alfred Moisiu) 전 알바니아 대통령은 “문선명·한학자 총재와 UPF는 전쟁과 분쟁을 어떻게 하면 멈추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강하고 평화로운 가정과 국가를 세운다는 이상에 공감한다”며 “정치인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서로 논의할 수 있는 관계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잭 콜리(Jack Corley) UPF 유럽회장은 “이전에 소련에서 활동하면서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초민족, 초종교, 초국가적 협력을 통한 영원한 평화구축을 통해서만이 실질적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이 세계의 영원한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힐릭 바르(Hilik Bar) 이스라엘 국회부의장 역시 “중동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로 팔레스타인인 224명과 이스라엘인 34명, 미국인 2명, 에리트레아인 1명, 수단인 1명 등이 사망했다.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각국의 국회의원이 모여 평화를 논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레오노라 베키스(Eleonora Bechis) 이탈리아 국회의원은 또한 “국제적으로 평화를 이루는 데 힘쓸 의회가 필요하다”고 했고, 실비오 파니스(Silvio Parnis) 몰타 국회의원도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국 지도자들의 협조가 필수”라고 했다.

격렬한 토론과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북아프리카권 창립식은 오후 늦게서야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에는 알프레드 모이지우 전 알바니아 대통령과 파트미르 세지우 전 코소보 대통령, 베르너 파슬라벤드 전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관, 문선진 UPF 세계의장, 토마스 월시 UPF 세계회장, 잭 콜리 UPF 유럽대륙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영국 현직 상·하원의원 7명을 비롯해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체코공화국, 헝가리, 이스라엘, 시리아, 터키, 이집트 등 40여 개국에서 국가지도자급 인사 150여 명이 함께했다. 모두 문·한 총재와 각별한 인연을 가진 인사들이었다.

통일그룹 대외협력본부 관계자는 “정기국회가 열리는 시기임에도 많은 국회의원, 국가지도자급 인사가 참석해 주셨다”고 했다.

문선명·한학자 총재와 영국의 인연

‘영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북아프리카권 창립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알프레드 모이지우 전 알바니아 대통령과 파트미르 세지우 전 코소보 대통령, 베르너 파슬라벤드 전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관, 문선진 천주평화연합(UPF) 세계의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UPF 제공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영국과 인연이 깊다. ILC와 ‘세계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북아프리카권 창립식’을 영국 국회의사당에서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총재가 영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65년 7월 14일이다. 이날 그는 켄싱턴 플라타너스 나무를 성지로 지정했다. 이후 문·한 총재는 1969년 7월, 1972년 3월, 1974년 11월, 1975년 10월, 1978년 5월, 1989년 8월, 1992년 11월, 1993 11월, 1999년 5월, 2000년 5월, 2005년 11월, 2006년 9월 등 10회 이상 영국을 방문했다.

문 총재의 생전 마지막 영국 방문은 2011년 5월 11일에 이뤄졌다. 문·한 총재는 영국 국회의사당 그레드 스톤 회의실에서 평화 강연을 했다.

“평생 주창하고 교육해 온 ‘하나님 아래 한 가족’ 사상, 즉 참사랑의 가르침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상만이 인류에게 평화와 행복의 길을 찾아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만인 평등이요, 만국 형제국이 되어 ‘One Family Under God’의 세계가 여러분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한 가족 대가족이 되면 전쟁·종교분쟁·국가분쟁이 없어질 것입니다. 오늘 모임을 통해 한반도 문제만이 아닌 세계평화의 길을 가는 데 여러분이 주역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