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이탈리아 밀라노, 베네치아 일대를 여행했다. 어디를 가나 이탈리아 통일의 영웅 가리발디의 동상이 있었다. 밀라노의 두오모 광장과 스포르체스코성 앞, 베네치아의 두칼레궁 근처, 비첸차의 성문 앞에서 가리발디를 만났다. 가리발디만큼 자주는 아니었지만,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사르데냐 왕국의 재상 카밀로 카부르, 주세페 마치니 같은 통일운동 영웅들의 동상이나 부조(浮彫)도 보았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 인근에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과 나치 점령군에 대항해 싸웠던 레지스탕스들을 기리는 건물이, 베로나의 아레나(원형경기장) 앞 공원에는 소총을 멘 무명의 레지스탕스 대원 동상이 있었다. 베네치아의 게토 인근 교회 벽면에도 레지스탕스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동판이 붙어 있었다. 이들은 공화국을 창건하기 위해 투쟁한 이들이었다. 이런 곳에는 어김없이 이탈리아 국기 색인 녹색, 백색, 빨간색 리본으로 둘러싸인 화환이 놓여 있었다.
어느 도시에서나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이 붙은 거리나 광장을 만날 수 있었다. 가리발디, 마치니, 마닌 같은 리소르지멘토의 영웅들, 단테나 단눈치오, 페트라르카 같은 작가의 이름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비첸차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공화국의 초대 총리를 지낸 데 가스페리의 이름이 붙은 거리를 보았다.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된 후, 정치가 마시모 다젤리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이탈리아를 만들었다. 다음 차례는 이탈리아인들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만난 동상과 거리 이름들을 보면, 통일 후의 이탈리아가 ‘이탈리아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정말 필사적으로 발버둥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8월이다. 망국, 해방, 분단, 건국의 달이다. 문득 우리는 ‘대한민국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킨 영웅들의 동상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나?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나 광장이 있나? 아주 없지는 않지만, 드물다. 특히 현대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킨 이들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아주 드물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이념적 혼돈은 그런 노력을 게을리한 업보일지도 모른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 인근에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과 나치 점령군에 대항해 싸웠던 레지스탕스들을 기리는 건물이, 베로나의 아레나(원형경기장) 앞 공원에는 소총을 멘 무명의 레지스탕스 대원 동상이 있었다. 베네치아의 게토 인근 교회 벽면에도 레지스탕스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동판이 붙어 있었다. 이들은 공화국을 창건하기 위해 투쟁한 이들이었다. 이런 곳에는 어김없이 이탈리아 국기 색인 녹색, 백색, 빨간색 리본으로 둘러싸인 화환이 놓여 있었다.
어느 도시에서나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이 붙은 거리나 광장을 만날 수 있었다. 가리발디, 마치니, 마닌 같은 리소르지멘토의 영웅들, 단테나 단눈치오, 페트라르카 같은 작가의 이름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비첸차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공화국의 초대 총리를 지낸 데 가스페리의 이름이 붙은 거리를 보았다.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된 후, 정치가 마시모 다젤리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이탈리아를 만들었다. 다음 차례는 이탈리아인들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만난 동상과 거리 이름들을 보면, 통일 후의 이탈리아가 ‘이탈리아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정말 필사적으로 발버둥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8월이다. 망국, 해방, 분단, 건국의 달이다. 문득 우리는 ‘대한민국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킨 영웅들의 동상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나?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나 광장이 있나? 아주 없지는 않지만, 드물다. 특히 현대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킨 이들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아주 드물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이념적 혼돈은 그런 노력을 게을리한 업보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