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사앙드레 모루아/김영사/848면/3만원
메로빙거 왕조에서 제5공화국의 출범에 이르는 1500년간의 프랑스 역사를 다루었다. 왕이나 장군, 정치인들은 물론 그들의 정부(情婦)나 민중의 생생한 목소리까지 담아내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인 저자의 인간과 권력에 대한 깊은 성찰이 번득인다. 신용석 전 《조선일보》 파리특파원이 30여 년 전 번역했던 책을 해제를 달아 다시 펴냈다.
20세기 프랑스 역사가들-새로운 역사학의 탄생필립 데일리더·필립 윌런/삼천리/1104면/5만8000원
20세기 프랑스 역사학의 역사. 20세기 후반 인문학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준 미셸 푸코, 지리학·인류학·인구학을 종합한 새로운 역사학의 토대를 마련한 뤼시앵 페브르, 프랑스대혁명을 재해석한 조르주 르페브르, 아날학파의 창시자로 레지스탕스 운동에 목숨을 바친 마르크 블로크, 가족과 사생활의 역사에 주목한 필리프 아리에스 등 42명의 역사학자들을 다루고 있다.
생명예찬복거일 지음/살림/228면/1만2000원
2년 전, 암 진단을 받은 후 창작활동을 마무리하기 위해 항암치료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던 저자의 에세이집. 여러 해 동안 저자가 관심을 가져 온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인생과 사회, 국가, 미(美) 등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하나의 종(種)을 이어 가는 역할이 모든 생명체의 궁극적 행복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딸 조이스 진이 24점의 그림을 보탰다.
위대한 탐정 셜록 홈즈재크 던대스/처음북스/468면/1만7000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정 셜록 홈즈의 전기. 1887년 무명의 안과의사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탄생한 후, 홈즈가 처리한 수많은 사건들을 추적하고 그가 족적을 남긴 지역을 찾아다니며 쓴 ‘셜록 홈즈에 관한 모든 것’이다. 우리는 잘 모르는 셜록 홈즈의 1차대전 참전기, 셜록 홈즈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그리고 셜로키언(셜록 홈즈의 팬)들의 활동 등도 소개한다.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마거릿 맥밀런 지음/산처럼/368면/1만8000원
옥스퍼드대 세계사 교수 마거릿 맥밀런의 신작. 저자는 역사의 큰 흐름도 중요하지만, 리더십, 오만, 호기심, 관찰 등 개인적 특성도 한 나라와 역사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데 주목한다. 비스마르크, 루스벨트, 히틀러, 대처처럼 귀에 익숙한 정치인들은 물론 샹플랭, 엘리자베스 심코 같은 모험가, 하리 케슬러, 빅토르 클렘페러 같은 기록광들도 소개한다.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사토 마사루/역사의 아침/236면/1만3000원
연대기적 기술(記述)에서 벗어나 ‘제국주의’ ‘내셔널리즘’ ‘종교분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본 세계사 개론서. 작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어 13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언뜻언뜻 좌파적 시각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 EU테러 등 세계적 현안들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일본인답게’ 깔끔하게 정리했다.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이봉섭/사이언스북스/216면/1만9500원
비거(飛車)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 싸움에서 활약했다는 비행기지만, 많은 이가 그 실체를 의심해 왔다. 젊은 항공학자인 저자는 이규경의 《우연문장전산고》 중 ‘비거변증설’의 내용을 분석하고, 비거 발명자 정평구의 삶을 복원했다. 2부에는 조선의 전통과학과 첨단항공공학 지식을 활용해 비거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규명하고, 그 모형을 복원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맛의 천재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책세상/576면/2만2000원
피자, 파스타, 에스프레소, 모짤렐라 치즈, 티라미수 등 우리 곁에 넘쳐나는 이탈리아 음식들의 뿌리를 탐색했다. 피자는 <아이에네스>에 나오는 통보리로 만든 접시에서 비롯되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보티첼리는 한때 스파게티점을 열었다는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맛깔스럽고 재치가 넘치는 책이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역사 저널리스트이다.
반상 위의 전쟁김영상/깊은 나무/272면/1만6000원
바둑 애호가인 신문사 부장이 쓴 에세이집. 바둑을 통해 세상과 인간을 보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수불퇴, 승복은 인간의 품격” “요석(要石), 가장 귀한 것은 지켜라” “복기(復棋), 되돌아봄은 행복이다” “사석(捨石) 작전, 잘못된 읍참마속은 악(惡)이다” 같은 말들이 가슴이 와 닿는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관전기,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 등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제주 신화(1~8권)이석범/살림/각권 156~220면/각권 4800원
제주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전설·민담을 손에 들어오는 문고판 여덟 권으로 묶었다. 민속학자나 작가들이 기왕에 편찬한 것들은 물론, 채록은 되었으나 현대어로 옮겨지지 않았던 이야기들까지 정리했다. 그리스신화 등에 길들여져 온 눈에는 조야(粗野)해 보일 수도 있지만, 육지와는 다른 제주의 고유문화와 중앙으로부터 소외되어 온 제주인들의 소외의식을 읽을 수 있다.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로이스 W. 배너/현암사/816면/3만2000원
《문화의 패턴》의 마거릿 미드와 《국화와 칼》의 루스 베네딕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 문화인류학자들이다. 두 사람은 여자교수가 교수식당에 출입할 수 없었던 시절, 남성의 영역으로 알려진 학문을 하면서 평생 사랑과 우정을 나눈 사제이자 동료였다. 두 사람의 삶과 학문세계를 통해 20세기 미국 지식인 사회의 모습과 성(gender)의 문제를 그려 냈다.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데이비드 니븐/부키/287면/1만3800원
이 책의 부제는 ‘문제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창의력 처방’. 똑같은 생각과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경로의존’을 극복하는 10가지 비방(秘方)을 살짝 소개하자면 ‘두려움의 덫에 갇히지 마라’ ‘불확실함을 포용하라’ ‘첫 번째 생각은 과감히 버려라’ ‘노력하지 마라’(10점 만점에 11점의 노력을 기울이면 역효과가 난다?) 등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김택환/자미산/304면/1만6000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19대 후반기)이 19대, 20대 국회의원에게 추천한 책. 독일 전문가인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을 앞서가는 독일을 넘어야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고 전망한다. ‘인더스트리 5.0’은 ‘누구나 창조기업인이 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디지털 및 모바일 혁명으로 누구나 기자, 사진기자가 되듯 누구나 창조기업가가 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유전학, 3D, 나노, 인공지능이 융복합된 신산업의 시대다.
상류의 탄생김영훈/비아북/280면/1만5000원
유수의 갑부이면서도 온 가족이 군복무를 한 케네디가, 원칙대로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약품 허가를 보류해 약화(藥禍)를 막은 프랜시스 켈시 박사,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600만 달러를 지역 도서관 등에 기부한 참전용사 등을 통해 진정한 ‘상류’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언론인, 미국 공무원, 기업 컨설턴트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이민1.5세대다.
스님의 비밀자현/조계종출판사/303면/1만7000원
스님과 사찰의 은밀한 일상 엿보기. 스님의 먹거리와 입는 옷, 계율과 수계의식, 선배와 후배의 차이, 공부 과정, 취침과 기상, 법당의 예불의식, 각종 회의법, 장례의식 등이 촘촘히 담겨 있다. 저자는 출가를 이렇게 설명한다. ‘버리고 떠나는 것이라기보다 자신을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삶의 여정이다.’ 영어로 출가를 표현하면 ‘위대한 포기(great renunciation)’.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은 버린다는 뜻이다.
오래된 아름다움김치호/아트북스/358면/3만원
고미술에 매혹된 경제학자의 컬렉션 이야기. 고미술은 완상을 목적으로 소수의 권력층을 위해 제작된 향유물이 아니다. 민화와 규방 여인들의 자수품, 소박한 민예적 일상의 생활잡기 속에 눈부신 삶의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 그런 아름다움을 눈에 담아 보고 가슴에 담는 것이 고미술 컬렉션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구글의 미래토마스 슐츠/비즈니스북스/376면/1만5000원
저자는, 미래에 대해 가장 확실한 사실은 구글을 이해해야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대결을 진행했던 구글은, 애플이 아닌 삼성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았다. 우주 엘리베이터에서 나노 알약의 개발까지 구글의 거대한 미래 프로젝트를 이 책에 담았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한 말. “우리는 가능성에 겨우 1%밖에 도달 못했다.” 이 짧은 문장 속에 구글의 미래가 담겨 있다.
트라우마여, 안녕로렌스 곤잘레스/책세상/397면/1만6800원
과거로 돌아가는 길은 없다. 극심한 고통의 트라우마. 뇌는 우리가 과거에 한 행동을 반복하는 보호기억(protective memories)을 암호화한다. 과거의 아픔과 관련된 장면, 소리, 냄새 중 하나라도 접하면 경고등이 켜진다. 고난을 견딜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삶은 기억이라는 지울 수 없는 잉크로 채워져 있다. 더 진한 잉크로 어두운 기억을 덮을 때만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붉은 소파조영주/해냄/427면/1만3800원
김별아, 정유정을 배출한 제1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딸을 잃은 지 15년. 사진작가의 손에는 카메라 한 대. 그 옆엔 붉은 소파. 소파는 딸이 만들었다. 살해된 딸의 기억을 붙잡고 살아가는 사진작가와 미궁에 빠진 사건을 들춰내는 여형사. 둘은 공소시효 소멸 직전의 연쇄살인범을 추적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 ‘붉은 소파가 왜 그곳에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여기까지 왔다송금조/경암교육문화재단/250면/1만3000원
“인생은 무(無)다. 다 내놓고 빈손으로 간다.” 송금조씨의 말이다. 그는 2003년 개인 현금 기부 사상 최고의 금액인 305억원을 부산대에 기부약정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인물. 그해 ‘대한민국 올해의 선행 10인’ 중 1위로 선정됐다. 자수성가한 그는 일생 동안 여러 사업에 매달리며 돌멩이를 고르듯 자갈밭을 뒹굴었다. 그의 아호인 ‘경암(耕岩)’의 의미 그대로다. 쟁기를 끄는 소처럼 우직하게 살아온 비범한 이의 일대기다.
더 넥스트 플랜공선표/도서출판 이새/335면/1만5000원
인생 후반전,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의 한국직업진로지도협회 이사장. 후반기 가치인생(value life)과 고령사회의 미래가치 일자리(value job)를 분석한다. 후회하지 않을 후반기 인생설계를 위한 5가지 기본틀은 ‘나, 부부, 가정, 직업/일, 사회’다. 이 기본틀에 필요한 10가지 키워드는 ‘가치, 건강, 행복, 노후자금, 유대, 자녀자립, 균형, 일자리 탐색, 사회가치, 평생학습’이다.
플랫폼, 시장의 지배자류한석/korea.com/406면/1만6800원
초연결 사회다. 사람들과 정보를 모으는 가상 장터가 ‘플랫폼’이다. 플랫폼에 비즈니스 가치가 몽땅 담겨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이른바 플랫폼 기업 ‘빅4’. 빅4는 각자 특유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독특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시장을 흠뻑 빨아들인다. 미래의 플랫폼은 기업 간 경쟁을 극대화시키고 생존의 선택을 촉진한다. 플랫폼은 또한 번식을 위한 토대다.
언니의 유학특강조맑은/위닝북스/271면/1만6000원
살다 보니 공부보다 더 높은 수익의 투자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 이 책은 화려한 30대를 꿈꾸는 20대를 위한 유학성공 비법을 모았다. 책장을 넘기다가 눈에 꽂히는 한 가지. ‘언제 어디서든 절대로 손에서 책을 놓지 마라’.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 문장. ‘백과사전 하나를 정독하기보다 소설책 10권 속독이 훨씬 가치 있는 독서습관이다.’
계간 《철학과 현실》 2016년 봄호철학문학연구소/284면/1만원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담론을 담았다. <현장을 외면해 버린 짝퉁 과학기술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잊히지 않으려면…> 같은 칼럼, <미래국가의 성패, 새로운 과학기술 정책에 달렸다>는 특별좌담도 곱씹을 만하다. 덤으로 문학평론가 김병익이 쓴 서평 <손세일의 《이승만과 김구》를 읽고 얻은 것들>도 흥미롭다. 김병익은 《이승만과 김구》에 대해 ‘독립을 향한 한민족 대하 정치사’라고 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