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뇨증에는 항우울제나 항이뇨호르몬제보다 한방 치료가 바람직
⊙ 생존·격리·질투·성격·대인·들뜸 불안 등이 뇌-방광 대화 채널 형성 가로막아
이규봉
1962년생. 배재고·경희대 한의과대 졸업,경희대학교 한의학 박사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한약학과 출강, 가천대 한의과대 겸임교수,
(사)사랑담는 사람들 이사, 경희청정한의원 원장 / 저서 《야뇨증 빨리 낫고 싶어요》
⊙ 생존·격리·질투·성격·대인·들뜸 불안 등이 뇌-방광 대화 채널 형성 가로막아
이규봉
1962년생. 배재고·경희대 한의과대 졸업,경희대학교 한의학 박사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한약학과 출강, 가천대 한의과대 겸임교수,
(사)사랑담는 사람들 이사, 경희청정한의원 원장 / 저서 《야뇨증 빨리 낫고 싶어요》
- 경기도 수원 화장실문화공원에 있는 오줌싸개 어린이 동상.
야뇨증은 글자 그대로 밤 ‘야(夜)’자에 소변 ‘뇨(尿)’자로 밤에 잘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소변을 이불에 실수하는 증상이다. 의학적으로 더 명확히 표현하자면 ‘비뇨기계에 이상이 없는 만 5세 이상의 아이가 낮에는 소변을 잘 가리다가 밤에 잘 때는 소변을 지리거나 실수하는 증상을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야뇨증에 걸리는 확률은 5세 때 전체 아이의 15%이며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1년에 10% 정도씩 자연 치유되다 12세가 되면 2% 정도로 감소한다. 1년에 10%씩 자연 치유되기 때문에 “크면 낫겠지…” 하고 기다리다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야뇨증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치료가 완치 성공률도 높고 무엇보다 야뇨증의 영향으로 야기되는 심리적 위축을 예방할 수 있다.
대한야뇨증학회의 2005년도 발표에 의하면 일주일에 2회 이상의 빈도는 아니지만 1년에 한 번 이상 실수하는 성인 야뇨 인구는 15세 이상 성인 인구의 약 5%라 한다. 2009년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가 4000만명이 넘었으므로 4000만명의 5%면 약 200만명 정도가 야뇨증으로 고민한다고 볼 수 있다.
가끔 50대 이상의 남자분들이 ‘야뇨증 치료받으러 왔다’며 내원하는데 대개 야간뇨를 야뇨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야간뇨는 노화로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야뇨증과는 구별된다.
야뇨증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야뇨증의 특징 중 하나는 진단과 예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소변검사, 혈액검사, 초음파, 근전도 등의 비뇨기과적인 검사에서 야뇨증을 확진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냥 싸면 야뇨증이고 안 싸면 나은 것이며 안 싸다 다시 싸면 재발한 것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다.
깨어서 정신을 차리는 것을 한자어로 각성(覺醒)이라고 한다. 소변이 마려워도 잠에서 깨지 못하는 야뇨증은 각성해야 할 때 각성하지 못하는 일종의 각성 장애에 해당되는 질환이다.
각성은 집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성 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야 한다. 수험생들이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 복용하는 각성제나 불면증 환자가 복용하는 수면제 모두 뇌의 각성 중추에 작용하는 약들이다. 그러므로 ‘각성력=집중력=주의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야뇨증 치료는 뇌의 각성 수준을 향상시켜 방광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야뇨증의 치료는 항우울제(상품명 이미프라민)나 항이뇨호르몬제(상품명 미니린)같이 오래 먹기엔 인체에 부작용이 있는 화학약 치료보다는 ‘신토불이’ 땅의 생명력을 가진 한약으로 뇌 에너지를 키워주어 스스로 각성할 때 각성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야뇨증 아이의 가정을 상담하면서 세 번 놀라게 된다. 먼저, 야뇨증이 한 개인과 가정에 미치는 파괴력이다. 자신감 부족을 넘어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면서 자책감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부모, 언제까지 실수를 할 것인지에 대해 아이나 부모 모두가 느끼는 불안감. 야뇨증 아이를 둔 대부분 집안의 분위기다.
다음으로 치료에 대한 간절함에 비해 부모님들이 야뇨증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에 놀란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막연하고 피상적인 야뇨증에 관한 정보는 흥미롭고 자극적이긴 하지만 핵심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정보들은 야뇨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잘못된 생활습관과 아이를 불안하게 하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관심 또한 부족하다는 것에 놀란다. 성장 치료나 치아 교정같이 남들에게 드러나는 외모에는 아이가 요구하지 않아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투자한다. 그러나 내부의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질환인 야뇨증은 남들에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지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다. 야뇨증은 그 영향력으로 볼 때 한 개인과 그 가정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야뇨증의 ‘감추려는 특성’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결국 가정에서 각자 알아서 야뇨증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야뇨증이 장기화되면 정신적으로 위축된다.
다른 질환도 오래 앓으면 정신적으로 우울해지고 위축되겠지만 야뇨증은 그 정신적 위축이 아이의 인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서 학령기에 걸쳐 장기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있다. 식물로 치면 새싹이 돋아 한창 성장해야 하는데 햇볕 부족으로 오그라져 충분히 크지 못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야뇨증은 신장이 아니라 뇌의 문제
야뇨증에 관한 오해 중 첫 번째는 야뇨증을 신장의 문제로 보고 비뇨기과의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신장은 혈액을 걸러서 소변을 만드는 곳이지 소변을 제때 보는 데는 관여하지 않는다. 소변을 참을 때와 눌 때를 구별하여 배출하는 것은 뇌의 역할이다.
두 번째는 여성 성인 야뇨의 경우, 야뇨증을 골반 내 산부인과적인 이상이 방광에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임신 때 자궁이 방광을 압박하여 급박뇨가 일어나거나 출산 후 골반저 근육이 늘어져 요실금 등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산부인과적인 문제가 야뇨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야뇨증은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이 미완성되거나 완성되었다가 퇴행된 것이 원인이다. 소변이 방광에 차면 뇌에 알리고, 보고받은 뇌는 방광에 참아보라고 하며 더 이상 못 참겠으면 뇌가 잠에서 깨는 것이 뇌와 방광의 정상적인 대화다. 일반적으로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은 2~3세경에 완성되는데, 선천적으로 허약하게 태어났다거나 혹은 이 시기에 본의 아니게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이 완성되지 못한다. 이런 경우를 1차성 야뇨증이라 한다.
그러나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이 대략 완성된 후에도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퇴행되어 야뇨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2차성 야뇨증이라 한다. 15세 이상의 성인이 밤에 실수하는 성인야뇨증도 넓은 의미에서 2차성 야뇨증이라 할 수 있으며 소아야뇨증이 낫지 않고 성인야뇨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은 구체적으로 어느 조직일까? 우리 몸 전체를 연결하는 시스템은 크게 근육, 신경, 혈관, 면역 시스템이다. 그중 뇌와 방광을 연결하는 시스템은 신경이다.
신경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경과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경이다.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경은 주로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이다. 덥다고 체온을 내리거나 춥다고 체온을 올릴 수 없다. 땀이 많이 난다고 땀을 줄이거나 적게 난다고 많이 나게 할 수 없다. 소화가 덜 된다고 대변이 시원치 않다고 위와 장 운동을 우리 의지대로 활발하게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체온, 땀, 내장의 활동은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이러한 신경을 자율신경이라 하며 자율신경은 대뇌피질이 지배한다. 방광 또한 내장의 하나이므로 뇌와 방광은 자율신경을 통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뇌와 방광의 실질적인 대화 채널은 자율신경이라 할 수 있다. 자율신경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으며 놀이터의 시소같이 하나가 우세하면 하나는 열세가 되며 이런 관계를 ‘길항적 관계’라 한다. 두 신경이 소변에 끼치는 영향 역시 서로 길항적이다.
교감신경은 투쟁과 도주의 신경이라 한다.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데 소변이나 대변이 마렵다고 상대가 봐줄까? 그런 이유로 인간은 교감신경이 우세하면 방광과 대장은 이완되어 변의를 못 느끼게 진화했다.
부교감신경은 휴식과 유비무환의 신경이라 한다. 평화의 시기에 다음 전쟁을 대비하여 잘 먹고 잘 배설해서 영양분을 많이 비축해 두려 한다. 잘 배설하기 위해서 방광과 대장은 수축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언제 자기를 해치는 적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우세하고 집 가까이 오면 무사히 왔다는 안도감에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진다. 집 엘리베이터만 오면 갑자기 요의나 변의를 느끼는 것이 이런 이유다.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뇌와 다른 조직 간의 대화 채널은 3세경에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이 시기는 조직이 유연하여 적은 힘으로도 변화를 주기가 용이하다. 뇌와 근육의 대화 채널, 소화하고 호흡하고 심장이 고동치고 배설하는 등의 뇌와 내장과의 대화 채널 등도 이때 완성된다. 소변을 눌 때 누고 참을 때 참는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도 마찬가지다.
6가지 불안 요인
그렇다면 3세경에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은 왜 완성이 안 될까?
공포는 동물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정이다. 만약 쥐가 천적인 고양이에 대해 공포를 잘 못 느낀다면 그만큼 생존 확률이 떨어질 것이다.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이 완성되는 2~3세의 유아가 느끼는 공포는 애착 대상인 엄마와 떨어지면서 느끼는 ‘격리 불안’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뇌가 공포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방광에 집중할 여력이 없어 방광과의 대화 채널을 완성하지 못한다. 그런 공포의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수면 중에 요의를 느끼는 데도 각성을 하지 못하는 증상인 야뇨증이 발생한다. 한여름, 더위를 잊기 위해 공포영화를 보면 공포에 질려 바지에 실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포가 마치 전기 퓨즈가 나가듯이 뇌-방광의 대화 채널을 단절시키는 한 예다.
야뇨증 아이의 부모로부터 아이의 출생에서 현재까지의 과정을 듣다 보면 아이마다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 완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최소 한두 가지 이상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요인은 성장의 각 단계에서 아이가 느끼는 불안이며 대략 여섯 가지로 압축된다. 그 여섯 가지 요인을 나름대로 생존 불안, 격리 불안, 질투 불안, 성격 불안, 대인 불안, 들뜸 불안으로 이름지어 보았다. 간혹 한 가지 불안으로 인한 충격이 워낙 커서 야뇨증이 된 경우도 있지만 두 가지 이상의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첫 번째 생존 불안은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 엄마 배 속에서의 상황이다. 임신 중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입덧, 복통, 유산기 등이 있는 경우다. 태아는 ‘사느냐 죽느냐’의 동물적인 생존 본능으로 불안해한다.
두 번째 격리 불안은 아이에게 엄마의 존재가 가장 필요한 시기인 2~3세 때, 엄마와 격리되어 느끼는 불안이다. 엄마의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하여 애착 대상인 엄마와 떨어질 정신적인 준비가 안 되었는데도 놀이방이나 친척 집에 무리하게 맡겨진 물리적 격리와 엄마와 같이 지내기는 했으나 엄마가 아이에게 무관심하여 생기는 심리적인 격리로 나눌 수 있다.
세 번째 질투 불안은 동생이 태어나면서 그동안 자신이 받던 주위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동생에게 옮겨가면서 느끼는 질투나 동생이 자기를 추월하려 할 때 느끼는 불안이다.
네 번째 성격 불안은 겁 많은 성격을 의미한다. 겁이 많은 성격으로 타고난 경우도 있고 무서운 일을 크게 겪은 후 겁 많은 성격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겁 많은 성격 탓에 사소한 일에도 겁을 쉽게 느껴 자주 불안해한다.
다섯 번째는 대인 불안으로, 아이의 대인 관계는 크게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가정에서 느끼는 불안은 대개 형제간의 시기와 질투로 인한 갈등, 학습으로 인한 엄마와의 갈등, 생활 태도 등으로 인한 아빠와의 갈등 등이다. 반면, 학교에서 느끼는 불안의 내용은 ‘내가 어떤 친구를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나보다 다른 아이를 더 좋아한다’고 느낀다거나 친구 사이에서 자기만 왕따가 된 듯한 느낌, 선생님이 자기만 미워하는 것같이 느끼는 것 등이다.
여섯 번째 들뜸 불안은 불안하다 싶으면 처져 있는 상태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말한다. 뭔가를 하고 싶어 들떠 있는 것도 안정이 아니라는 면에서 불안의 한 범주이다. 들뜸 불안은 몸과 마음에 서로 상반된 영향을 끼친다. 마음은 하고 싶어 들뜨고 몸은 피곤해서 처지는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안 지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제어를 못 하여 더 지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잠에 곯아떨어져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하면 방광이 아무리 뇌와 대화를 시도해도 뇌가 대답을 못 한다. 들뜸 불안은 주로 남자 아이에게 많이 나타나며 두 가지가 있다.
먼저 IT 불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정보통신기기에 몰입하면서 생기는 불안이다. 뇌가 게임과 SNS 등에 중독되어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을 못 하면 불안한 경우다. 진료실에서 아이에게 ‘게임하면서 오줌 쌀래? 게임 안 하고 오줌 안 쌀래?’ 하고 물으면 게임하고 오줌 싸겠다는 아이도 있다.
다음으로 스포츠 불안은 남자 아이가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스포츠에 몰입하여 생기는 불안이다. 아이의 축구 시간을 줄이자 하면 ‘어렵게 구성된 팀이라 그만두면 다른 곳에 갈 곳이 없다’며 야뇨증을 낫지 못하게 하는 어머님도 있다.
요즘은 하나 혹 두 자녀 시대다. 자녀가 적은 만큼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가 기죽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야뇨증으로 인해 위축된 자신감은 ‘크면 낫는다’ 식의 근거 없는 말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야뇨증에 걸리는 확률은 5세 때 전체 아이의 15%이며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1년에 10% 정도씩 자연 치유되다 12세가 되면 2% 정도로 감소한다. 1년에 10%씩 자연 치유되기 때문에 “크면 낫겠지…” 하고 기다리다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야뇨증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치료가 완치 성공률도 높고 무엇보다 야뇨증의 영향으로 야기되는 심리적 위축을 예방할 수 있다.
대한야뇨증학회의 2005년도 발표에 의하면 일주일에 2회 이상의 빈도는 아니지만 1년에 한 번 이상 실수하는 성인 야뇨 인구는 15세 이상 성인 인구의 약 5%라 한다. 2009년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가 4000만명이 넘었으므로 4000만명의 5%면 약 200만명 정도가 야뇨증으로 고민한다고 볼 수 있다.
가끔 50대 이상의 남자분들이 ‘야뇨증 치료받으러 왔다’며 내원하는데 대개 야간뇨를 야뇨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야간뇨는 노화로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야뇨증과는 구별된다.
야뇨증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야뇨증의 특징 중 하나는 진단과 예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소변검사, 혈액검사, 초음파, 근전도 등의 비뇨기과적인 검사에서 야뇨증을 확진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냥 싸면 야뇨증이고 안 싸면 나은 것이며 안 싸다 다시 싸면 재발한 것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다.
깨어서 정신을 차리는 것을 한자어로 각성(覺醒)이라고 한다. 소변이 마려워도 잠에서 깨지 못하는 야뇨증은 각성해야 할 때 각성하지 못하는 일종의 각성 장애에 해당되는 질환이다.
각성은 집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성 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야 한다. 수험생들이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 복용하는 각성제나 불면증 환자가 복용하는 수면제 모두 뇌의 각성 중추에 작용하는 약들이다. 그러므로 ‘각성력=집중력=주의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야뇨증 치료는 뇌의 각성 수준을 향상시켜 방광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야뇨증의 치료는 항우울제(상품명 이미프라민)나 항이뇨호르몬제(상품명 미니린)같이 오래 먹기엔 인체에 부작용이 있는 화학약 치료보다는 ‘신토불이’ 땅의 생명력을 가진 한약으로 뇌 에너지를 키워주어 스스로 각성할 때 각성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야뇨증 아이의 가정을 상담하면서 세 번 놀라게 된다. 먼저, 야뇨증이 한 개인과 가정에 미치는 파괴력이다. 자신감 부족을 넘어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면서 자책감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부모, 언제까지 실수를 할 것인지에 대해 아이나 부모 모두가 느끼는 불안감. 야뇨증 아이를 둔 대부분 집안의 분위기다.
다음으로 치료에 대한 간절함에 비해 부모님들이 야뇨증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에 놀란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막연하고 피상적인 야뇨증에 관한 정보는 흥미롭고 자극적이긴 하지만 핵심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정보들은 야뇨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잘못된 생활습관과 아이를 불안하게 하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관심 또한 부족하다는 것에 놀란다. 성장 치료나 치아 교정같이 남들에게 드러나는 외모에는 아이가 요구하지 않아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투자한다. 그러나 내부의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질환인 야뇨증은 남들에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지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다. 야뇨증은 그 영향력으로 볼 때 한 개인과 그 가정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야뇨증의 ‘감추려는 특성’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결국 가정에서 각자 알아서 야뇨증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야뇨증이 장기화되면 정신적으로 위축된다.
다른 질환도 오래 앓으면 정신적으로 우울해지고 위축되겠지만 야뇨증은 그 정신적 위축이 아이의 인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서 학령기에 걸쳐 장기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있다. 식물로 치면 새싹이 돋아 한창 성장해야 하는데 햇볕 부족으로 오그라져 충분히 크지 못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야뇨증은 신장이 아니라 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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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전시장에서 열린 ‘몸속 탐험전’에서 아이들이 소변이 나오는 과정을 표현한 인형 앞에서 신기해하고 있다. |
두 번째는 여성 성인 야뇨의 경우, 야뇨증을 골반 내 산부인과적인 이상이 방광에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임신 때 자궁이 방광을 압박하여 급박뇨가 일어나거나 출산 후 골반저 근육이 늘어져 요실금 등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산부인과적인 문제가 야뇨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야뇨증은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이 미완성되거나 완성되었다가 퇴행된 것이 원인이다. 소변이 방광에 차면 뇌에 알리고, 보고받은 뇌는 방광에 참아보라고 하며 더 이상 못 참겠으면 뇌가 잠에서 깨는 것이 뇌와 방광의 정상적인 대화다. 일반적으로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은 2~3세경에 완성되는데, 선천적으로 허약하게 태어났다거나 혹은 이 시기에 본의 아니게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이 완성되지 못한다. 이런 경우를 1차성 야뇨증이라 한다.
그러나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이 대략 완성된 후에도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퇴행되어 야뇨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2차성 야뇨증이라 한다. 15세 이상의 성인이 밤에 실수하는 성인야뇨증도 넓은 의미에서 2차성 야뇨증이라 할 수 있으며 소아야뇨증이 낫지 않고 성인야뇨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은 구체적으로 어느 조직일까? 우리 몸 전체를 연결하는 시스템은 크게 근육, 신경, 혈관, 면역 시스템이다. 그중 뇌와 방광을 연결하는 시스템은 신경이다.
신경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경과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경이다.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경은 주로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이다. 덥다고 체온을 내리거나 춥다고 체온을 올릴 수 없다. 땀이 많이 난다고 땀을 줄이거나 적게 난다고 많이 나게 할 수 없다. 소화가 덜 된다고 대변이 시원치 않다고 위와 장 운동을 우리 의지대로 활발하게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체온, 땀, 내장의 활동은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이러한 신경을 자율신경이라 하며 자율신경은 대뇌피질이 지배한다. 방광 또한 내장의 하나이므로 뇌와 방광은 자율신경을 통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뇌와 방광의 실질적인 대화 채널은 자율신경이라 할 수 있다. 자율신경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으며 놀이터의 시소같이 하나가 우세하면 하나는 열세가 되며 이런 관계를 ‘길항적 관계’라 한다. 두 신경이 소변에 끼치는 영향 역시 서로 길항적이다.
교감신경은 투쟁과 도주의 신경이라 한다.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데 소변이나 대변이 마렵다고 상대가 봐줄까? 그런 이유로 인간은 교감신경이 우세하면 방광과 대장은 이완되어 변의를 못 느끼게 진화했다.
부교감신경은 휴식과 유비무환의 신경이라 한다. 평화의 시기에 다음 전쟁을 대비하여 잘 먹고 잘 배설해서 영양분을 많이 비축해 두려 한다. 잘 배설하기 위해서 방광과 대장은 수축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언제 자기를 해치는 적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우세하고 집 가까이 오면 무사히 왔다는 안도감에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진다. 집 엘리베이터만 오면 갑자기 요의나 변의를 느끼는 것이 이런 이유다.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뇌와 다른 조직 간의 대화 채널은 3세경에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이 시기는 조직이 유연하여 적은 힘으로도 변화를 주기가 용이하다. 뇌와 근육의 대화 채널, 소화하고 호흡하고 심장이 고동치고 배설하는 등의 뇌와 내장과의 대화 채널 등도 이때 완성된다. 소변을 눌 때 누고 참을 때 참는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도 마찬가지다.
6가지 불안 요인
그렇다면 3세경에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은 왜 완성이 안 될까?
공포는 동물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정이다. 만약 쥐가 천적인 고양이에 대해 공포를 잘 못 느낀다면 그만큼 생존 확률이 떨어질 것이다.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이 완성되는 2~3세의 유아가 느끼는 공포는 애착 대상인 엄마와 떨어지면서 느끼는 ‘격리 불안’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뇌가 공포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방광에 집중할 여력이 없어 방광과의 대화 채널을 완성하지 못한다. 그런 공포의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수면 중에 요의를 느끼는 데도 각성을 하지 못하는 증상인 야뇨증이 발생한다. 한여름, 더위를 잊기 위해 공포영화를 보면 공포에 질려 바지에 실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포가 마치 전기 퓨즈가 나가듯이 뇌-방광의 대화 채널을 단절시키는 한 예다.
야뇨증 아이의 부모로부터 아이의 출생에서 현재까지의 과정을 듣다 보면 아이마다 뇌와 방광의 대화 채널 완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최소 한두 가지 이상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요인은 성장의 각 단계에서 아이가 느끼는 불안이며 대략 여섯 가지로 압축된다. 그 여섯 가지 요인을 나름대로 생존 불안, 격리 불안, 질투 불안, 성격 불안, 대인 불안, 들뜸 불안으로 이름지어 보았다. 간혹 한 가지 불안으로 인한 충격이 워낙 커서 야뇨증이 된 경우도 있지만 두 가지 이상의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첫 번째 생존 불안은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 엄마 배 속에서의 상황이다. 임신 중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입덧, 복통, 유산기 등이 있는 경우다. 태아는 ‘사느냐 죽느냐’의 동물적인 생존 본능으로 불안해한다.
두 번째 격리 불안은 아이에게 엄마의 존재가 가장 필요한 시기인 2~3세 때, 엄마와 격리되어 느끼는 불안이다. 엄마의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하여 애착 대상인 엄마와 떨어질 정신적인 준비가 안 되었는데도 놀이방이나 친척 집에 무리하게 맡겨진 물리적 격리와 엄마와 같이 지내기는 했으나 엄마가 아이에게 무관심하여 생기는 심리적인 격리로 나눌 수 있다.
세 번째 질투 불안은 동생이 태어나면서 그동안 자신이 받던 주위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동생에게 옮겨가면서 느끼는 질투나 동생이 자기를 추월하려 할 때 느끼는 불안이다.
네 번째 성격 불안은 겁 많은 성격을 의미한다. 겁이 많은 성격으로 타고난 경우도 있고 무서운 일을 크게 겪은 후 겁 많은 성격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겁 많은 성격 탓에 사소한 일에도 겁을 쉽게 느껴 자주 불안해한다.
다섯 번째는 대인 불안으로, 아이의 대인 관계는 크게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가정에서 느끼는 불안은 대개 형제간의 시기와 질투로 인한 갈등, 학습으로 인한 엄마와의 갈등, 생활 태도 등으로 인한 아빠와의 갈등 등이다. 반면, 학교에서 느끼는 불안의 내용은 ‘내가 어떤 친구를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나보다 다른 아이를 더 좋아한다’고 느낀다거나 친구 사이에서 자기만 왕따가 된 듯한 느낌, 선생님이 자기만 미워하는 것같이 느끼는 것 등이다.
여섯 번째 들뜸 불안은 불안하다 싶으면 처져 있는 상태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말한다. 뭔가를 하고 싶어 들떠 있는 것도 안정이 아니라는 면에서 불안의 한 범주이다. 들뜸 불안은 몸과 마음에 서로 상반된 영향을 끼친다. 마음은 하고 싶어 들뜨고 몸은 피곤해서 처지는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안 지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제어를 못 하여 더 지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잠에 곯아떨어져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하면 방광이 아무리 뇌와 대화를 시도해도 뇌가 대답을 못 한다. 들뜸 불안은 주로 남자 아이에게 많이 나타나며 두 가지가 있다.
먼저 IT 불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정보통신기기에 몰입하면서 생기는 불안이다. 뇌가 게임과 SNS 등에 중독되어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을 못 하면 불안한 경우다. 진료실에서 아이에게 ‘게임하면서 오줌 쌀래? 게임 안 하고 오줌 안 쌀래?’ 하고 물으면 게임하고 오줌 싸겠다는 아이도 있다.
다음으로 스포츠 불안은 남자 아이가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스포츠에 몰입하여 생기는 불안이다. 아이의 축구 시간을 줄이자 하면 ‘어렵게 구성된 팀이라 그만두면 다른 곳에 갈 곳이 없다’며 야뇨증을 낫지 못하게 하는 어머님도 있다.
요즘은 하나 혹 두 자녀 시대다. 자녀가 적은 만큼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가 기죽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야뇨증으로 인해 위축된 자신감은 ‘크면 낫는다’ 식의 근거 없는 말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