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KBS에서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를 할 때였다. 낯선 얼굴인데 묘하게 끌리는 캐릭터가 있었다. 이순신 휘하의 장수인 낙안군수 신호라는 인물이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조연(助演)인데도 그가 나오면 화면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그의 이름은 정진각, 연극계에서는 ‘튀지 않으면서 작품 전체의 중량감을 높여주는 배우’라고 높이 평가받는 이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장원재 전 숭실대 교수가 《월간조선》에 연재한 ‘배우열전’을 통해서였다.
이 책은 《월간조선》에 연재했던 ‘배우열전’에서 소개했던 배우 15명의 이야기를 한데 묶은 것이다. 코믹한 소시민 역부터 노회한 권신(權臣) 이인임 역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박영규, 아직도 ‘쿠웨이트 박’으로 기억되는 최주봉, 30년간 MBC마당놀이를 지켰던 윤문식과 김성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라디오 진행자로도 친근한 손숙, 한동안 개그맨을 하다가 지금은 피자가게 사장으로 유명해진 이원승 등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에서부터, 50년간 한 해도 공연을 거르지 않은 박정자, ‘연극계의 영원한 파수꾼’ 이호재, 연극계의 차세대 에이스 한명구, ‘뮤지컬의 디바’ 최정원 등 다양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대본 쓴 작가의 심정을 느끼기 위해 지금도 셰익스피어의 대본을 필사(筆寫)한다”는 김학철의 말에서는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기 위해 사는 사람의 치열함을, “말을 꾸미지 않고 깨끗하게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해 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는 정진각의 말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제 몫을 하면서 성장해 온 인간의 성실함을 느낄 수 있다. 가난을 못 이겨 연극을 그만두고 장사를 하겠다고 하자 아내가 “배우 전무송하고 결혼했지, 장사꾼 전무송하고 결혼한 게 아니다”라면서 오열했다는 얘기는 가슴을 짠하게 한다. 평생 한 분야를 파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철학과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월간조선》에 연재했던 ‘배우열전’에서 소개했던 배우 15명의 이야기를 한데 묶은 것이다. 코믹한 소시민 역부터 노회한 권신(權臣) 이인임 역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박영규, 아직도 ‘쿠웨이트 박’으로 기억되는 최주봉, 30년간 MBC마당놀이를 지켰던 윤문식과 김성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라디오 진행자로도 친근한 손숙, 한동안 개그맨을 하다가 지금은 피자가게 사장으로 유명해진 이원승 등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에서부터, 50년간 한 해도 공연을 거르지 않은 박정자, ‘연극계의 영원한 파수꾼’ 이호재, 연극계의 차세대 에이스 한명구, ‘뮤지컬의 디바’ 최정원 등 다양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대본 쓴 작가의 심정을 느끼기 위해 지금도 셰익스피어의 대본을 필사(筆寫)한다”는 김학철의 말에서는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기 위해 사는 사람의 치열함을, “말을 꾸미지 않고 깨끗하게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해 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는 정진각의 말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제 몫을 하면서 성장해 온 인간의 성실함을 느낄 수 있다. 가난을 못 이겨 연극을 그만두고 장사를 하겠다고 하자 아내가 “배우 전무송하고 결혼했지, 장사꾼 전무송하고 결혼한 게 아니다”라면서 오열했다는 얘기는 가슴을 짠하게 한다. 평생 한 분야를 파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철학과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