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자 모 신문에는 올해 3조2000억원을 통 크게 기부한 세계 4위 부자 워런 버핏의 이야기가 실렸다. 버핏은 지난 10년간 28조7400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7월 2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가 36조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보며 나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행태는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국세청이 걷은 세금은 총 195조7271억원이다. 이 중에서 상속세와 증여세는 3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前年對比) 7.7%가 증가했다고 한다. 상속세는 1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9%, 증여세는 1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3%가 증가 한 것이다. 이는 고액 자산가들이 불황(不況)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낮을 때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어 절세(節稅)를 꾀한 결과이다. 빌 게이츠는 게이츠재단을 설립, 자선사업 외에도 전(全)세계의 질병퇴치와 복지개선 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년 동안 하루 50억원씩 기부해 온 빌 게이츠는 자녀들에게는 전혀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편법으로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 아닌가.
지난 2007년의 통계를 보면 미국의 1인당 기부액은 113만원에 달한 반면, 한국의 1인당 기부액은 11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물론 근래 들어서는 국내 기부문화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재미(在美) 사업가 박병준씨가 한국과학기술원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한 적도 있다. 어렵게 모은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쾌척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큰돈을 내놓는 것만이 기부는 아닐 것이다. 단돈 몇천 원, 몇만 원이라도 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기부일 것이다. 흔히 우리는 명절이나 연말연시, 혹은 특별한 재해가 닥쳤을 때, 이웃돕기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개선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AF)이 발표한 2014 세계기부지수에 의하면, 전세계 135개국 가운데 미국과 미얀마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인 미얀마가 미국과 함께 1위에 오른 것이 의외다. 여기서 말하는 ‘기부’에는 남을 돕기 위해 제공한 재산은 물론 시간이나 노력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빈국(貧國)인 스리랑카가 9위, 부탄이 11위에 올랐다. 아마 미얀마, 스리랑카, 부탄 등이 상위에 오른 것은 이 나라들이 불교국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여튼 이를 보면, 꼭 부자여야만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기부지수는 60위에 불과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세계 10위 안에 드는 무역대국임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부를 장려하는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제도적 장치를 통해 기부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부자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과감하게 세금혜택을 주어야 한다. 근래 세수(稅收)를 확보하기 위해 세제(稅制)를 개편하면서 기부 관련 세금혜택이 많이 줄었는데, 이는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커다란 후퇴가 아닐 수 없다.
기부는 복지 측면에서도 아주 가치 있는 사회적 자산이다. 복지는 국가가 전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자가 아니지만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를 통해 복지 사각(死角)지대를 줄이고, 훈훈한 선진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원·노인심리상담사〉
지난해 국세청이 걷은 세금은 총 195조7271억원이다. 이 중에서 상속세와 증여세는 3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前年對比) 7.7%가 증가했다고 한다. 상속세는 1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9%, 증여세는 1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3%가 증가 한 것이다. 이는 고액 자산가들이 불황(不況)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낮을 때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어 절세(節稅)를 꾀한 결과이다. 빌 게이츠는 게이츠재단을 설립, 자선사업 외에도 전(全)세계의 질병퇴치와 복지개선 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년 동안 하루 50억원씩 기부해 온 빌 게이츠는 자녀들에게는 전혀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편법으로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 아닌가.
지난 2007년의 통계를 보면 미국의 1인당 기부액은 113만원에 달한 반면, 한국의 1인당 기부액은 11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물론 근래 들어서는 국내 기부문화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재미(在美) 사업가 박병준씨가 한국과학기술원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한 적도 있다. 어렵게 모은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쾌척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큰돈을 내놓는 것만이 기부는 아닐 것이다. 단돈 몇천 원, 몇만 원이라도 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기부일 것이다. 흔히 우리는 명절이나 연말연시, 혹은 특별한 재해가 닥쳤을 때, 이웃돕기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개선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AF)이 발표한 2014 세계기부지수에 의하면, 전세계 135개국 가운데 미국과 미얀마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인 미얀마가 미국과 함께 1위에 오른 것이 의외다. 여기서 말하는 ‘기부’에는 남을 돕기 위해 제공한 재산은 물론 시간이나 노력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빈국(貧國)인 스리랑카가 9위, 부탄이 11위에 올랐다. 아마 미얀마, 스리랑카, 부탄 등이 상위에 오른 것은 이 나라들이 불교국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여튼 이를 보면, 꼭 부자여야만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기부지수는 60위에 불과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세계 10위 안에 드는 무역대국임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부를 장려하는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제도적 장치를 통해 기부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부자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과감하게 세금혜택을 주어야 한다. 근래 세수(稅收)를 확보하기 위해 세제(稅制)를 개편하면서 기부 관련 세금혜택이 많이 줄었는데, 이는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커다란 후퇴가 아닐 수 없다.
기부는 복지 측면에서도 아주 가치 있는 사회적 자산이다. 복지는 국가가 전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자가 아니지만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를 통해 복지 사각(死角)지대를 줄이고, 훈훈한 선진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원·노인심리상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