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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경의 컬처토크 〈24〉 ‘이웃집 찰스’가 본 한국의 자화상

글 : 임도경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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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출신들의 방송 맹활약으로 이제 한국도 방송의 국제화 실현
⊙ 백인과 동남아인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우리의 선입견 탓
⊙ 각종 미디어의 이분법적 접근 때문 아닌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가 차별 철폐를 호소하는 전단을 들고 있다.
  요즘 TV 프로그램을 보면 예능에서부터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출연자가 한두 명 등장하지 않을 때가 없다. 최근 인기 상종가인 KBS의 육아 프로그램 〈슈퍼맨이 떴다〉에서 인기로 어린이 CF계를 점령하고 있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씨의 딸 사랑이도 알고 보면 일본 어린이다.
 
  독도 영유권이나 위안부 사과 문제 등 첨예한 현안을 두고 한일 간 치열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예외적인 국면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건 국가 간 이해와 전혀 관계없이 형성되는 ‘국민 정서’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몇몇 한국 연예인이 한류바람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린다.
 
  이제 한국은 방송만으로 보면 국제사회 속으로 들어간 것이 분명하다. 한국문화 속으로 깊게 들어와 있는 세계 각국 출신 사람들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초창기 프로그램은 오래전 종영된 KBS 〈미녀들의 수다〉(2006~2010년)였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본인 사유리, 이탈리아인 크리스티나, 영국인 에바, 중국인 손요 등 많은 여성이 이제는 유명 방송인이 되어 각종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미모의 여성에서 시작한 외국인 출신 방송인들의 무대가 이제는 훨씬 더 넓어졌다. 외국인 남성은 한국 여성과 결혼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국제변호사인 로버트 할리 정도가 간간이 얼굴을 보여주는 정도였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MBC가 내놓은 병영체험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고정 출연자로 한국군에 입소한 모습을 보여준 호주 출신 개그맨 샘 해밍턴의 인기를 계기로 외국인 남성의 방송 진출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공중파보다는 훨씬 가벼운 몸무게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종편채널의 등장이 이런 추세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수도권에 집중해 살고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애환을 담은 KBS의 〈이웃집 찰스〉.
  JTBC의 〈비정상회담〉은 각국에서 온 청년 10명을 모아놓고 한 가지 이슈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데, 각기 다른 문화적 성장배경을 두고 있는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인기를 끌며 외국인 출신 남성 방송인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벨기에 출신 줄리안 퀸타르트는 JTBC가 대놓고 겹치기 출연을 시키는 인기 방송인이다. 줄리안은 〈비정상회담〉 출연진 5명이 함께 출연하는 여행 프로그램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일반인 대상 주거환경 개선 프로그램 〈우리집〉의 공동 MC도 맡고 있다. 한국 연예인들조차 부러워할 만한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몬디는 공중파인 KBS의 파일럿 프로그램 〈대단한 레시피〉의 공동 MC로 발탁되고, 크라이슬러 200의 모델로 나서는 등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런 선남선녀 외국인의 방송 영역만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KBS에서는 2005년에 시작해 올 2월까지 10년간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외국인 며느리 대상 프로그램 〈러브 인 아시아〉의 종영에 맞춰 제3국 출신 거주자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이웃집 찰스〉를 내보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시청률 10%의 높은 인기를 누리며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유리창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프로그램에 여러 가지 형태로 외국인들이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방송을 통해 이들의 모습을 보지 않고 지나는 날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방송을 통해 환하게 비치는 이들의 웃음처럼 한국이 모든 외국인이 편안하게 어울려서 잘살 수 있는 국제화된 지역이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들어선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시골 노총각에게 시집온 베트남 아내, 기피 업종에 일하러 들어온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으로 시작된 외국인 장기 체류자 총수는 올 3월 현재 109만9955명(법무부 외국인 정책본부 통계월보)을 기록했다. 청주 정도의 중소도시 인구가 6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는 민족은 조선족(37만8000명)이고, 그 뒤를 이어 중국인-베트남인 순으로 10만명 이상의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민족들은 2만~4만명 정도 선이다.
 
  이런 현실을 놓고 보면, 우리가 TV를 통해서 만나는 외국인 방송 출연자들은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대표적인 정서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들은 단지 또 다른 인기인들일 뿐 이들의 모습을 통해 다문화 사회로 전환한 한국의 사회상을 이해한다는 건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외국인 거주자의 대부분은 지방보다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장기 체류자의 절반 이상(62만3000명)이 서울·경기 지역에서 도시빈민 형태로 살고 있다. 최근 끔찍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안산시나 수원시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모두 6만9000명 정도로, 전·남북 전 지역 거주 외국인 총수(5만3000명)보다 많다. 이게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품성
 
  정부에서도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은지 몇 해 전부터 학자들에게 다양한 다문화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맡기고 있다. 나 역시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장기 체류자들과 만나 연구를 위한 심층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이들이 하는 이야기야말로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외국인 장기 체류자들의 방송용 멘트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귀기울여야 할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은 타 문화권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모든 것을 자신들의 문화에 비추어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중국 유학생1)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뭐든지 국산이 최고고 한국 것이 가장 좋다고 그래요. 그것 때문에 다른 나라 문화나 다른 나라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아요. 공장에서 무슬림들이 거의 돼지고기도 안 먹고 술도 안 마시고 일 년에 한 번 한 달 동안 낮에는 금식을 해요. 그걸 사장님들은 안 좋아해요. 금식하면 힘없다고, 아프면 또 일 못하고 그런다고요. 또 어떤 때는 한국인들이 무슬림들에게 돼지고기를 속여서 먹이기도 해요. 상황이 이러니까 무슬림 중에서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냥 포기하고 돼지고기 먹는 사람도 있어요.”(인도네시아 결혼 이민자)
 
  “시댁에서는 제가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되길 바라세요. 그래서 그거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좀 나아졌어요. 그걸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일본으로 돌아간 친구도 있어요.”(일본 결혼 이민자)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없이 보는 것 같아요. 중국이 한국에 비해 경제적 수준이나 위생 방면에서 부족해서인지 제 생각에 차별하는 것 같습니다.”(조선족 여성)
 
  “한국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에 대해서 차별이 심한 것 같아요. 미국 사람을 제일 좋아하고 중국 사람은 싫어하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영어학원에 가보면 똑같은 미국인인데도 흑인 선생님 반에는 가기 싫어하더라고요. 엄마들도 자녀를 보내지 않고요.”(중국 유학생2)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에 대해 차별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백인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호감이 많고, 흑인에 대해서는 불량스럽다는 느낌으로 보는 듯해요. 그리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에 대해서는 돈 벌러 온 사람들로 가장 낮게 보는 것 같아요. 일을 하려고 해도 잘 받아 주지도 않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대부분 공장에서 일해요.”(동남아시아 체류자 자녀)
 
  “제 생각으로 한국인들은 미국 사람 좋아해요. 백인들이요. 사실 우리도 영어는 잘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영어 선생님으로 미국 사람만 원해요. 저는 영어 전공인데도 영어를 가르칠 자리를 구할 수 없어요. 미국 사람들은 교육을 전공하지도 않은 보통사람인데 미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금방 교사 자리를 잡더라고요. 그래도 미국인 중 흑인은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필리핀 결혼 이민자)
 
  “언젠가 인천에서 친구와 만나 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식사는커녕 레스토랑 매니저가 우리를 쫓아냈어요. 그리고 언젠가 지하철에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다른 한국인이 내 옆에 앉지 않고 서 있거나 앉았다가도 제가 옆에 가면 일어나는 걸 경험했습니다. 한국의 미디어는 흑인종 국가들을 불쌍하고 가난에 허덕이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선입관을 갖는 것 같아요.”(콩고 유학생)
 
 
  대학생들의 중립적 시각에 희망
 
  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국이나 한국인들에 대한 긍정 반응을 듣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 이것이 이들의 눈에 비친 솔직한 한국의 모습일 듯하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특별히 좋아하는’ 그룹으로 이들이 지목한 백인 영어 교사들은 어떨까.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였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친절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무한 긍정을 나타냈다. 특히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해서는 칭송 일색이었다. 취업 중인 한 외국인은 한국인과 똑같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병이 나도 걱정이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한국의 건강보험 혜택을 보려고 일부러 입국해 치료를 다 받고 난 뒤 고액의 치료비를 탕감받으려고 브로커를 통해 위장취업하는 외국인 사기가 늘고 있다는 최근 보도가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여러 민족 출신의 외국인들을 만나본 결과 다문화 국가로 가고 있는 한국은 아직 이런 변화를 담아낼 만큼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가장 큰 장애는 선입견이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단 미디어가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다. 백인 모습의 선남선녀들은 온 국민이 즐겨보는 연예 프로그램에 전면 배치하고, 동남아나 제3국 출신 외국인들의 이야기는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다큐멘터리로 담아내는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한국인들에게 균형 잡힌 다문화 인식을 심어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접근이 외국인들에 대한 선입관을 강화시킨 것은 아닌지 책임감까지 느껴야 할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조사를 시행한 결과이다. 몇 해 전 문화관광부 지원으로 이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대학생들이 일반 성인에 비해 외국인들에 대해 훨씬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정부나 미디어가 다문화 사회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인은 보다 포용력 있는 사람들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장기 체류자들은 며칠간 한국을 구경하고 떠나는 여행객들과는 다르다. 한국 사회에 일정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100만이 넘는 이들의 실체를 눈감아 버릴 수 없다면, 함께 잘살아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소통하는 게 훨씬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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